본문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외환위기와 다른 이유, 그 파고가 더 큰 이유를시작으로 앞으로 닥칠 최악의 시나리오, 위기 속에서 가계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취해야 할 전략(투자, 생계, 소비),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과진행상황, 미국 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 현재 위기의 배후에 있는 파생금융상품 등을 설명한다.
■ 저자
강용운 - 서울대 경제학과졸업. 1996년 신문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약 7년 동안 「서울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 증권부에서 일했다. 외환위기 당시에 선물옵션 관련기사를 처음으로 소개해 업계 최초의 파생상품 전문기자로 불렸다. 증권사, 선물회사, 증권거래소, 금융감독원을 출입하면서 지수선물을 비롯해 금리,금, 석유의 파생거래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뤘다. 2002년 언론계를 떠나 현재까지 금융회사에서 파생상품 관련 업무를 하고있다.
방현철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은행,벤처기업 등에서 일하다가 2000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조선일보」 편집부,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현재 「주간조선」 편집실에서 기자로근무하고 있다. 「조선일보」 경제부와 「주간조선」에서는 주로 재테크와 비즈니스 분야를 담당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고,현재 한양대 경제학 박사 과정에 있다. 저서로 『부자들의 자녀 교육』『존경받는 부자들의 자녀 교육법』(공저)『생각이 부를 결정한다』(공저) 등이있다.
■ 차례
1장 외환위기보다 더 큰 놈이 온다_ 한국경제의불안한 징조들
경제 대붕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 왜 경제 낙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 외환위기보다 더위험한 세 가지 이유 | 모든 해답은 주가와 환율에 있다.
2장 주가지수 500, 환율 1700원! 공포의 서막이열린다_ 경제 붕괴의 메커니즘
금융 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 1998년처럼 마이너스 성장으로 간다면, 2009년 주가는?| 현금 부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 | 무모하게 태풍 속을 거스르는 국내 투자자들 | 강남 부동산이 위기의 뇌관 | 막대한 빚더미에 허덕이는가계들 | 악마 같은 파생상품 키코와 시한폭탄 ABCP | 정부의 개입효과, 언제쯤 나타날 것인가? | 위기 탈출, 홍콩 상인에게배운다
3장 토털 쇼크에 대비하라 1_ 가계와 기업의생존전략
투자전략1)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꿈을 버려라
생계전략1) 고정수입이 중요하다 - 절대로 회사에서 잘리지마라
소비전략1) 여유로운 생활을 포기하고 여윳돈을 준비하라
소비전략2) 저비용 소비 패턴으로 바꿔라
생계전략2) 신용위축의시대, 빚은 시한폭탄과 같다
생계전략3) 현금과 금 외에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라.
투자전략2) 고금리, 고수익에 현혹되지마라
소비전략3)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비하라
투자전략3) 큰손의 투자 습관을 배워라
투자전략4) 얼치기 전문가를 믿지마라
4장 2008년 한국, 1997년을 답습하는가?_ 1997년과2008년의 금융위기 비교분석
기억상실증 대한민국 | 위기에 불을 댕긴 무능한 정부 | 구조조정과 실업… 1997년보다1998년이 더 힘들었다 | 미국이 망하면 더 손 벌릴 곳이 없다? | 은행의 추악한 두 얼굴, 그리고 관치금융 | 수출 주도형 경제의 종말?| 끝없는 추락… 그러나 날개가 없다 - 위기 대책의 한계 | 미네르바 신드롬과 정부의 신뢰 상실
5장 월스트리트 위기는 진정될까?_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과한국으로의 유입 과정
집값 하락이 부른 월스트리트의 재앙 | 월스트리트를 마비시킨 세 가지 복병 | 수수료 따먹기의 비극,서브프라임 모기지 | 아이슬란드의 비극 - “우린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도 안 했는데” | 한국으로 파급되는 경로 - “우리도 안전지대는아니었다” | 씨티그룹, AIG가 넘어지면 그 파장은? | 누구를 살려야 하는가? - 미국 구제 금융의 한계 | 우울한 통화 남발의미래
6장 파생상품의 습격_ 파생상품으로 본 금융위기의 시작과끝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국내 주가지수 선물 시장 | 전 세계 옵션시장은 대란을 예고중 | 키코 함정에 빠진 중소기업은살아남을 수 있을까? | 신용파생상품의 습격 - 월스트리트도 못 빠져 나갔다 | 일시적 반등을 이용해 위험 포지션을 털어야한다
7장 2009년 미국, 전 세계가 지켜본다_ 2009년 세계경제의 변수들
미국 주택 시장은 살아날 것인가? | 미국 국채 수익률이 문제다 | 또 다른 뇌관, 상업용 부동산을 주목하라| 미국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 대공황식 디플레이션이 올까 |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 한국에게 불리하다
8장 토털 쇼크에 대비하라 2_ 가계와 기업의생존전술
엉터리 펀드 판매손실, 보상받는 법 | 외국계 보험사에 넣어둔 돈 보호받는 법 |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 방법1 - 금 매입 |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 방법 2 - 원유선물 | 변동성이 증가할 경우 피해야 하는 투자 대상은? | 채권투자할 때 주의해야할 점 | 고금리 특판 상품을 잘 활용하라
토털 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외환위기보다 더 큰 놈이 온다_ 한국경제의 불안한 징조들
외환위기보다 더 위험한 세 가지 이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현재의 위기가 외환위기보다 더 위험한 첫 번째 이유는 부실 규모가 명확히 확정되지 않아서이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에는 부실의 규모를 명확하게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파생된 CDO, CDS와 같은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 없었고, 덕분에 정부가 부실 규모를 파악하는 데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예컨대 파생상품인 CDS의 발행 잔액은 아무도 모른다. 미국의 1년 GDP(국내총생산)는 13조 달러 정도인데, 전 세계에 발행된 CDS의 잔액은 그 4배인 55조 달러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파생상품의 손실은 장부에 바로 계상되지 않는다. 금융회사들이 쉬쉬하는 탓도 있지만 내부통제시스템의 미비로 어느 정도 포지션에 노출되어 있고 그에 따른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다. 또 CDO나 CDS에 대한 공인된 거래소가 없어 시장가격을 알 수도 없다. 미국이 이럴진대 유럽은 어떨까? 파생상품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관행이 있는 유럽 은행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쪽은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가계와 기업 모두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나 기업보다는 가계가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가계의 부실 규모는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상태이다. 가계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53퍼센트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다. 가계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가계가 건전해지려면 고용을 창출하고 개인의 빚을 적정 수준으로 탕감해주는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 작업은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리라 믿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마지막 차이점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달러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할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세계시장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 미국의 국채를 매수해주었던 중국과 일본 정부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사태 초기에 전체 상황을 보지 못하고 시티그룹이나 메릴린치에 자금을 퍼부었던 각국의 국부펀드도 달러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또한 계층 간의 위화감을 극복할 치유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미국 국민이 오바마를 선택한 것은 돈을 찍어서 경제를 되살리라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돈을 풀 경우 달러에 대한 신뢰는 더 추락할 게 뻔하다. 물론 미국이 재원을 마련할 수단은 국채 발행이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FRB(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전 세계 정부가 사주어야 하지만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마당에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계속해서 미국의 국채를 사줄지는 의문이다.
미국 국채가 성공적인 판로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채권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장기금리는 치솟을(채권 가격 급락) 게 뻔하고 최종적으론 돈이 풀리면서 폭발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경기 침체에 인플레이션이 동반되는 것, 그게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주가지수 500, 환율 1700원! 공포의 서막이 열린다_ 경제 붕괴의 메커니즘
1998년처럼 마이너스 성장으로 간다면, 2009년 주가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근거는 수익성보다 유동성 측면에서 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따져도 현재 증권사들의 주가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증권사들은 내년도의 이익 감소폭이 현재의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보고 주식이 싸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권사의 전망은 외부 조건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최근 스위스계 UBS증권이 내년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3퍼센트로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0.2퍼센트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또 프랑스계 크레디리요네증권은 -1.1퍼센트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증권사가 수출 주도형인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감안해 현실적인 수치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연말로 갈수록 예상 경제성장률은 더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다.
여기서 내년도 경제 상황이 -6.9퍼센트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1998년과 비슷하다고 가정해보자.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그때와 비슷한 4.01퍼센트로 하고, 내년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안팎이며, 이로 인한 환차손익은 없다고 치자. 그러면 2009년 100대 기업의 전체 순이익은 30조 원으로 올해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인 420조 원의 10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주당 순이익을 주가로 나눈 PER값은 100대 상장기업 평균 14배가 되는 것이다.
평균 PER가 12배 정도 되어야 한다면 주가는 현재보다 15퍼센트 더 하락해야 한다. 100대 기업의 실적만을 감안할 경우 내년도 평균주가지수는 현재의 1,050선에서 15퍼센트 정도가 더 하락한 900선 안팎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환율이 1,700원으로 가면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예상 평균주가는 800선, 700선으로 내려간다. 모든 투자자들이 환율 모니터만 쳐다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만약 내년도 상황이 1998년보다 더 안 좋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주가지수가 500선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 공포심과 내후년의 실적 때문이다. 환율 동향, 단기 수급 사정, 기업의 유동성을 모두 감안하면 2009년에는 주가가 두 차례 정도 500선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원화의 급속한 절하(환율 상승)로 인해, 연말에는 2010년의 경제성장률 예상에 대한 실망감으로 급락세가 나타날 것이다. 여름철에 일시적인 랠리가 있겠지만 주가가 1,000선을 넘기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폭도 폭이지만 그 속도도 문제이다. 현재 주식시장은 주가가 임계점 밑으로 하락할 경우 매물이 매물을 부를 수 있는 구조이다. 소비를 하기에도 가처분소득이 부족한 상황에서 펀드 자산은 1차적인 정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의 본격적인 붕괴와 함께 주가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인 자산가치의 하락이 일상화될 것이다. 이는 중산층의 붕괴와 함께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토털 쇼크에 대비하라 1_ 가계와 기업의 생존전략
현금과 금 외에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라
일단 주식, 펀드, 회사채, 부동산, 회원권 등은 모두 팔아서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단, 금은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해 최대한 확보해두는 게 좋다. 주식이나 회사채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가치가 변할 수 있는 위험 상품은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금의 국제 시세는 당분간 온스당 700달러 중반에 머물 것이다. 아직 경기가 침체 상태여서 상품시장의 전반적인 하락 분위기가 금 가격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금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원화가 계속해서 절하(환율 상승)되면 금값은 계속 올라가게 된다. 또 미국에서 국채를 대량으로 팔게 되면 달러로 표시되는 국제 금 시세가 급등세를 나타낼 것이다.
치솟는 환율 때문에 시중에서 금값은 그야말로 ‘금값’이 되어버렸다. 세금 문제로 실제 금을 사기 어려울 경우 금 선물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개인 투자자도 아무런 제한 없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어 금을 선물로 매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선물 투자의 경우 이익에 대한 과세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큰손의 투자 습관을 배워라
금융시장에서 항상 승자는 큰 자본을 가진 투자자이다.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다 보니 생각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 미련 없이 철수한다. 자산 규모가 크면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투자 리스크를 꼼꼼히 따지게 된다. 강남의 어느 큰손은 주식시장이 2,000포인트에서 1,500선까지 밀릴 때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있다가 1,900선으로 재차 반등할 때 미련 없이 정리했다. 마지막 기회를 잘 활용한 것이다. 특별한 정보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신문에서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 거라 해서 정리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여유가 있어야 시장을 제대로 보고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산 규모가 작은 투자자일수록 무리를 한다. 전체 현금흐름 중 상당 부분은 현금에 넣고 보유 주식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이다. 특히 투자 정보를 맹신하고 증권 방송을 보거나 인터넷의 증권 정보 사이트를 뒤지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들은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찾아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종목 정보를 구하지 말고 투자 습관을 바꿔야 한다. 큰손처럼 여유있게 자산의 아주 일부분만을 위험 투자에 배분하고 기대 투자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이런 투자습관이 여유를 만들어줄 것이고 결국에는 꾸준한 자산 증식을 가져다줄 것이다.
최근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 중에 ‘복리의 법칙’을 대단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사람이 있다. 금융자산 등의 연 수익률이 높지 않은 선진국의 경우 복리의 법칙 이외에는 목돈을 만들 방법이 없다. 결국 현재의 위기가 지나가면 한국은 완연한 저성장 사회로 접어들 것인데 과거의 패러다임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꾸준한 자산 증식이 위기 후의 재테크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 위기는 진정될까?_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과 한국으로의 유입 과정
우울한 통화 남발의 미래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FRB 의장의 별명이다. 대공황 전문가인 버냉키 의장은 1930년대 대공황은 유동성 공급이 부족해서 문제가 확산됐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공황기에는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릴 정도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금융시장이 안정된다고 생각한다. FRB가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연 1퍼센트로 낮춰 돈을 푸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의 재정을 활용하는 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합심해서 돈을 뿌려대니 고통은 완화될지 모르나 미래의 정부 재정과 달러 가치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8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5,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에도 미국의 경기 부양책이 지속되면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8,000억~1조 5,000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돈을 풀어 경제가 살아나기만 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에 살아나지 못한다면 더욱 큰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풀렸을 때 가능한 위기 시나리오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돈을 아무리 풀어도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경제학자 케인스가 말한 ‘유동성 함정’이다. 평상시에는 금리가 떨어지면 주가가 올라 소득이 늘어나고 통화가치는 떨어져 수출이 잘 되면서 경기는 회복된다. 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 금리가 너무 떨어지면 사람들은 가까운 장래에 이자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채권보다는 현금을 선호하게 된다. 또 구조조정 등으로 앞으로 대규모 실업이 예상되면 저축이 늘어 소비는 위축된다. 금리가 떨어져 퇴직자나 노인들의 재산소득이 감소하는 것도 소비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결국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지 않아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는 게 ‘유동성 함정’ 이론이다.
반면 대량으로 풀린 돈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한 나라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다다라 돈을 찍으면 물가만 누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서는 2008년 7월 한 달 동안 물가상승률이 2억 퍼센트를 기록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짐바브웨 정부가 재정을 위해 돈을 마구 찍어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8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부양책에 따라 유동성이 넘쳐나는데, 어떤 계기로든 분위기가 조금만 호전되면 물가가 급등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현재 일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는 초약세로 돌아서고 국제 금융시장은 또 한바탕 요동을 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져 돈이 들어오고 있는 미국 국채시장도 붕괴할 위험성이 있다.
2009년 미국, 전 세계가 지켜본다_ 2009년 세계 경제의 변수들
미국 국채 수익률이 문제다
전문가들이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의 대가로 이구동성 인정하는 것은 미국 국채 수익률의 상승(국채 가격의 하락)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자금 지출은 분명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국채를 발행해서 FRB와 각국 정부에 팔아먹을 것이다. 이 밖에도 본원통화를 공급해서 모기지 채권을 직접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FRB는 달러 가치 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다.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 화폐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다른 조건은 변화가 없는데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미국 국채의 공급량이 확대되고, 달러 가치도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맞물리면 각국 정보를 비롯한 기존 투자자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현재까지 미국 국채의 주요 수요자는 중국, 일본, 한국 등 수출로 막대한 달러를 쌓은 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중동 등 원유로 달러를 모은 산유국들이다. 그러나 미국 국채의 가격이 떨어지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국채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도 이들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아무 조건 없이 사줄 리는 만무하다.
각국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반감과 이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를 제외하더라도 순수한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미국 국체를 매입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지금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가 일본 엔에 대해 추가적인 평가절하(가치 하락)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 대신 금, 석유, 일본 국채 등을 사들이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경기침체로 바닥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원자재 등 1차 상품의 선물 및 현물 가격이 인플레이션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심리가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갈 곳을 모르던 시중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급격히 몰릴 가능성이 높다. 과거 대공황기에도 은을 비롯한 귀금속 기초 상품의 가격 상승 랠리가 이어졌다는 비공식 통계가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채의 가격은 만기가 긴 장기물일수록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다.
미국 채권의 가격 하락은 막대한 외환보유액 중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로 보유한 중국, 일본, 한국 같은 나라들에겐 악몽이다. 특히나 전 세계에서 가장 약한 통화를 보유한 한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 국채를 팔아서라도 달러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미국 국채가 ‘똥값’이 된다면 현재의 외환보유액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된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의 급격한 변동이 자금시장에 가져올 충격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토털 쇼크에 대비하라 2_ 가계와 기업의 생존전술
변동성이 증가할 경우 피해야 하는 투자 대상은?
주가지수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증권시장에 바람직하지 않은 신호이다. 시장이 진정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주가지수가 추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은 파생상품과 증권을 결합한 복합상품에 대한 투자이다. ELS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상이 되는 종목의 주가가 정해진 동안 얼마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꽤 고수익을 안겨주는 이 상품은 주가의 하락폭이 일정 수준을 밑돌 경우 손해가 엄청나게 발생하게 된다.
변동성이 높은 시점에 가장 피해야 할 대상이 ELS이다. 수년간 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을 때 ELS 상품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가 2008년 한해에 그동안 번 돈을 모두 날린 경우도 있었다. 장외 옵션 관련 상품도 피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키코처럼 정해진 수준을 넘을 경우 손해를 보는 상품이다. ELS나 키코처럼 옵션 상품이 결합된 금융상품의 특징은 손해를 보기 시작할 경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중도 헤지를 통해 손해를 줄이거나 손실 확대를 막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추가 자금이 소요될뿐더러 언제 헤징을 할지도 문제가 된다.
주식의 경우 미수금 제도를 이용해서 저가 종목을 매입하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워크아웃을 앞두고 있거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의 수백 원짜리 주가는 상한가 아니면 하한가를 보일 정도로 등락이 심하다. 외환위기 당시 이런 종목을 매매했다가 단기간에 재미를 본 투자자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쪽박을 찼다.
파생상품 투자자는 장내 시장에서 옵션양매도 전략을 취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변동성이 증가하면 옵션 가격은 지수가 별로 움직이지 않아도 급등하게 된다. 이때 일정 부분의 증거금을 활용해 콜옵션, 풋옵션을 팔아놓은 경우 손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면서 마진콜을 당할 수 있다.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워런트(ELW)는 변동성이 확대돼 풋옵션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초단타용으로 큰손들이 많이 참여하는 이 시장은 직장에 다니는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기에는 적합한 투자 대상이 아니다. 증권사는 매도 물량을 제공하는 구실을 하고 개인 투자자는 매수만 하게 되어 있는데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는 콜옵션, 주가가 빠지면 이익을 보는 풋옵션을 대상으로 양방 간에 치열한 매매가 이뤄진다.
장기적으로는 시간 가치 하락으로 매수자가 불리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수익률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최근 옵션 가격의 급등으로 주식워런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큰돈을 벌었다고 하지만 종목에 따라서는 호가 차이가 크고 특정 사건에 가격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자수익을 올리기가 힘들다.
고금리 특판 상품을 잘 활용하라
증권사에 내놓는 고금리 특판 상품은 대부분 ELS나 금리가 좀 높은 회사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몇 은행이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사의 후순위채를 증권사나 자사 은행 창구를 통해 발행했거나 추가 발행할 예정인데 대부분 금리가 7퍼센트 중반대이다. 이 상품은 이자를 매달 또는 3개월 만에 받기 때문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은행의 모회사인 금융지주회사에서도 최근 자금수요 때문에 고금리 회사채를 발행한다.
회사채의 경우 투자 대상의 재무건전성 등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AAA, AA, A, BBB 등으로 등급이 낮아지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발행 금리가 낮다. 이 중 BBB 이상이면 투자가 가능한 등급이라고 보고, A등급(AAA, AA, A)이면 안전하다고 간주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A등급의 2년 이내 부도율은 0퍼센트이다.
최근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 때문에 만기 3년물의 회사채가 9퍼센트대의 발행 금리를 조건으로 시중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남은 만기와 발행 회사의 신용도를 잘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 내부의 현금흐름을 잘 살펴 단기 유동성 확보 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고 만기 때까지 자신의 자금이 묶여 있어도 괜찮은지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표면 금리가 낮은 물가채도 따져보면 고금리 채권이다. 물가채는 정부에서 발행한 물가연동채권으로, 만기 때 돌려주는 돈이 물가에 연동해서 올라가게 설계돼 있다. 표면 발행 금리가 2.75퍼센트로 낮아 세금이 적은데(채권의 이자소득세는 발행 금리를 기준으로 매긴다), 여기에 더해 물가에 연동해서 원금이 상승하는 분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때문에 물가채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질수록 비과세 수익이 증가해서 투자수익률이 높아진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에서는 투자수익률이 세전으로 연 10퍼센트 가까이 나오기도 한다.
은행에서는 높은 금리의 정기예금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시티그룹은 최근 프리스타일 1년 정기예금을 내놓았는데 연 7.1퍼센트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회사의 자유회전예금은 만기 3개월의 경우 연 6.0퍼센트, 만기 6개월은 연 6.4퍼센트의 금리가 제공된다. 은행에 저축해놓은 예금의 원금과 이자의 보장 한도는 5,000만 원이다.
정기예금상품의 금리는 저축은행이 더 높다.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 저축은행에서 내놓은 특판 상품은 8퍼센트 중반대이다. 저축은행에 자금난이 있더라도 소액을 저축하는 입장에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저축은행의 예금도 예금보호 대상이기 때문이다. 원리금 보장한도는 은행과 마찬가지로 5,000만 원이다.
최근 고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에 대해 혹시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예금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당장 쓸 목돈이 아니라면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저축은행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다만 저축은행이 망하는 경우 몇 개월 동안 자금이 묶이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금리를 고려해서 원금은 4,700만 원 정도 넣어놓으면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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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축은행에서 경쟁적으로 이런 상품을 내놓는 경우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에 가입하는 경우 매달 이자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미 받은 이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소급해서 문제를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시중 금리가 떨어지면서 자금 사정이 안정을 보일 경우 저축은행의 고금리 정기예금상품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금 가입을 생각했다면 서두르는 게 유리하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