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진실

   
존 케이(역자: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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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리브르
   
23000
2008�� 08��



■ 책 소개
『시장의 진실』은 역사, 지리, 경제이론을넘나들며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들이 경제 발전에 뚜렷한 차이가 생겨나게 된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시장경제의 강점과 제약을 알아보고,시장경제의 본질과 진화에 관해 새롭게 조명한다. 모두 다 잘 살 것만 같았던 시장경제 체제에서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가 강해지는 현상을 면밀히분석한다.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국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란 주제를 비롯해 이 시대 지식인들이고민하는 주요 경제 화두를 모두 다루었다. 시장경제 때문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시장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살펴본다. 그리고 지난 세기의 최대 경제학적 주체인 국가계획경제가 실패한 이유, 국제 교역이 부자와 빈자에게 가져다준 혜택 등을 설명한다. 또한주식시장이 어떻게 부풀어 올라 거품이 되었는지까지 설명하며 투자자들에게 배경 지식을 제공한다.


■ 저자 존 케이
영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옥스포드 대학 뉴필드 칼리지에서 제임스 미어리스교수를 사사했다. 스물한 살에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가 되었으며, 1986년 런던경영대학원 경제학과장으로 부임해 경제학을 바탕으로 한 경영학이론을 탐구했다. 1996년 옥스퍼드 대학교에 새로 설립된 사이드경영대학원 초대 학장으로 부임한 그는 경영학자로서는 최초로 영국왕립학회정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999년 일선에서 물러나 「파이낸셜타임스」에 고정 칼럼을 쓰면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 역자 홍기훈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알래스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이다.


■ 차례
감사의 글 


제1부 이슈들 
01 프랑스에서 온 우편엽서
02 시장의 승리 
03 사람들 
04 숫자들 
05 부국은 어떻게 부유해졌는가 


제2부 경제 시스템의 구조 
06 거래와 규범
07 생산과 교환 
08 할당 
09 중앙계획 
10 다윈주의 
11 자생적 질서 


제3부 완전경쟁시장 
12 경쟁시장 
13위험시장 
14 환시장 
15 일반균형 
16 효율 


제4부 시장에 관한 진실 
17 신고전주의 경제학과 그이후 
18 합리성과 적응성 
19 정보 
20 현실에서의 위험 
21 협동 
22 조정 
23 지식경제


제5부 어떻게 그것이 모두 함께 작동하는가 
24빈국은 언제까지나 가난하다 
25 누가 무엇을 갖는가 
26 장소 
27 미국 비즈니스 모델 
28 경제학의 미래
29 자본주의의 미래 


부록 
용어 설명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시장의 진실


사람들
경제생활

인도의 라비와 난디니, 러시아의 이반과 올가는 현대의 미국이나 서유럽과는 매우 다른 경제생활을 하고 있다. 부국에 사는 사람들은 직업과 여가생활에 선택의 폭이 넓고, 자신의 관심과 재능을 개발할 기반과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생활은 단지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선택과 함께 실수도 찾아오며, 물질적인 재화가 인간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는 않는다. 라비와 이반은 그들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지역적 환경에서 판단 기준을 세우게 된다. 그들은 모스크바와 뭄바이의 거리를 방황하는 많은 극빈자들보다는 훨씬 잘살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경제 문제-그들의 경제생활이 왜 그렇게 다른가-에 대한 해답은 항상 명확하지는 않다. 하이디와 라비, 스벤과 이반은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경제생활 차이가 개인들의 타고난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환경의 차이 때문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면이 있다. 하이디와 스벤은 여느 미국인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더욱 재능이 있기 때문에 혹은 더 많이 일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스위스, 스웨덴,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더 높은 물질적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라비와 이반은 재능이 덜하거나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도와 러시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물질적 생활수준이 낮은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가 마치 균일하게 될 것처럼 세계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세계화는 이러한 지리적 여건들을 제거하지 못했고, 오히려 강조하게 되었다.


왜 경제생활이 나라마다 다른가
태어난 곳이나 이주한 환경의 어떤 특성들이 경제생활의 차이를 초래하는가? 대부분의 경제사에서는 물리적인 자원의 가용성에서 그 해답을 찾아왔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옥한 토지나 값나가는 광물-금과 은, 석탄과 석유- 혹은 사탕수수나 사프란(향신료, 약재) 같이 드물고 특정한 재화의 보유 여부였다. 이러한 자원들을 획득하려는 시도가 수천 년간 전쟁의 주요 원인이었다.


미국은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이 점에서 미국은 일본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보다 앞서 있으나 캐나다, 베네수엘라, 그리고 (아마도) 러시아보다는 뒤처진다. 그러나 6개월마다 미국은 천연자원의 총량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해낸다. 실리콘밸리가 실리콘 비축으로 세워진 것이 아님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일본처럼 제한적인 천연자원을 가진 국가들이 국제적 경쟁에서 그리 불리하지 않게 된 이유다. 부국들은 오늘날 천연자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원들을 살 수 있는 재정적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울과 페드로는 멕시코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고, 똑같은 교육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페드로는 라울보다는 자신의 학력과 역량을 더 적게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자는 멕시코의 노동자보다 더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다. 미국 회사의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라울은 페드로보다 더 많은 자본을 사용한다. 멕시코는 미국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기업들의 비용이 적게 드는 곳에 미국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공장(라울이 일하는 곳 같은)을 건설한다. 우리는 숙련, 교육, 자본 혹은 기술로써 결과의 모든 차이점을 설명할 수 없다. 이 중 어느 것도, 혹은 모두 합쳐도 페드로와 라울의 경제생활의 차이, 미국의 번영과 멕시코의 가난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자생적 질서
슈퍼마켓에서

당신은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어느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한다. 당신은 줄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몇 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들의 카트에는 물건이 가득 차 있는지? 카트에서 물건을 바로바로 내리는지, 아니면 계산대 직원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는지? 혹은 그저 가장 가까운 줄에 합류할 수 있다. 몇몇 사람-많을 필요는 없다-이 가장 짧은 줄을 찾고 있다면, 각 줄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같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어느 줄이 짧아 보이면, 행동주의자들은 그곳에 합류할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당신보다 약간 덜 기다리게 되겠지만,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에 보탬이 될 만큼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자생적 질서의 단순하고 평범한 예다. 자생적 질서는 조직적이고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지시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슈퍼마켓 지배인이 대기시간을 줄이도록 간섭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지배인이 계산대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도 없고, 그의 지시에 순종하는 사람들을 항상 만날 수도 없을 것이다. 기획자들이 어디서나 당면하는 정보와 인센티브의 쌍둥이 문제이다.


이 자체 조직화의 체계는 고객들의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나타난다. 그들은 짧고 일정한 대기시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 비록 그들의 행동이 이러한 효과를 불러오지만 말이다. 그들의 행동은 자기본위적이지만 이기적이지만은 않다. 만약 슈퍼마켓이 계산대를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만 가득 차 있다면, 줄서기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질서정연한 과정은 제한된 이기심과 사회관습의 산물이다.


비록 아무도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하지는 않았으나, 설계는 그것을 개선할 수 있다. 줄서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너 개의 물건을 산 사람이 중간에 끼어드는 것을 기꺼이 용인한다. 이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별도의 줄을 만들어놓는다. 어느 환경에서 잘 작동하는 체계라 할지라도 다른 곳에서는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 표 판매대에서는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세계일주 일정을 예약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출구로 가는 길을 물어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나의 줄이 여러 직원에게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슈퍼마켓에서 경험하는 일에서 두 가지 과정을 볼 수 있다. 개별 구매 고객들은 전체적으로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인도된다. 아무도 이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더 어렵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은 동적이지만 진화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진화적인 기구는 작동하고 있다. 슈퍼마켓은 다른 슈퍼마켓과의 경쟁 때문에 효율적으로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기구를 채택한다. 이 과정을 조합하여 소우주적으로 시장경제가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위험시장
경제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상품으로 본다. 우리가 쉽게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있다. 기상 악화, 질병의 창궐 등이 그 예다. 그러나 마치 상품을 제조하듯이 우리의 경제적?사회적 기구들이 위험을 생산한다. 사업은 작업장에서의 사고의 위험, 실업의 위험, 모험사업이 실패할 수 있는 위험을 반드시 수반하게 된다. 위험은 살 수 있고, 팔 수 있다. 따라서 각각의 위험은 해당 시장과 그 시장 가격을 가지고 있다. 위험의 거래로 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다른 상품의 거래에서와 마찬가지로-역량의 차이와 관련된 선호도의 차이와 전문화로 인한 이익- 이들 거래에서도 이익이 생긴다.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어떤 사람은 위험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피한다. 당신의 과수원 땅에 떨어지는 사과가 당신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듯이, 당신의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위험은 당신이 원하는 위험이 아닐 수 있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은 다르다. 부유할수록 주어진 손실로 인한 위험을 감당하기가 더 수월하다. 위험에 대한 입맛의 차이는 역량의 차이다. 어떤 사람들은 위험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전문화로 얻는 이익이다.


이미 노출된 것에 대한 위험을 상쇄할 수 있을 때, 그 위험의 거래에서 이익이 생긴다. 만약 나이키가 신발을 인도네시아에서 제조하고자 하면, 하청업자와 고용인은 루피아로 보수를 받기를 기대할 것이다. 최근 수년간 루피아의 가치는 달러에 대해 엄청난 변동을 해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무역업자는 가격을 달러로 고정시킨 제품을 수입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헤징(hedging : 연계매매)은 양자에게 노출된 위험을 줄여준다. 엔론은 기상금융 파생상품 시장을 수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시장은 거래자들, 특히 에너지 회사들이 날씨의 변덕에 방비할 수 있도록 했다. 고온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아이스크림 제조자들-은 그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난방제품 판매자들-과 거래할 수 있다.


파생금융상품
보험시장, 증권거래소, 도박장에서는 다름 사람들에게 위험을 판다. 파생시장은 위험이 나누어지고, 포장되고, 재포장된다. 만약 안토니오의 배가 정향(丁香)을 싣고 있었다면, 그는 적어도 세 가지 위험-배 유실, 지연, 정향의 가격 변동-을 안게 된다. 다른 사람은 안토니오가 안고 있는 이러한 위험들의 성분을 조사하고 가정하는 데 더 탁월할 수 있다. 선박 기술자는 선체의 안정성을 평가하고, 기상 예보자는 조석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향료 상업자는 정향의 공급과 수요에 정통할 수 있다.


혹은 안토니오의 모험에 참여하는 시장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유통 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반적인 이익이나 손실에 대한 지분을 주게 된다. 이 지분의 가격은 안토니오의 사업가로서의 치밀함뿐만 아니라 외부 사건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 1차 시장은 많은 파생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테면 손실에 대한 보험과 지연에 대한 보험을 각각 따로 다루는 시장이 있을 수 있다. 안토니오는 3개월 후에 도착하는 정향을 현재 합의된 가격으로 팔기로 합의할 수 있다. 이것은 선물계약으로 국제주석위원회가 수용하기를 거부한 형태다. 혹은 시장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최소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계약할 수 있다. 만약 안토니오가 그러한 보험이나 선물계약 혹은 특권부 판매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는 샤일록의 채권을 갚을 만한 일정한 능력이 확보되었다고 믿고 밤에 잠을 잘 수 있었을 것이다.


허리케인 휴고로 인한 보험회사들의 과잉손실은 1차 신디케이트(syndicate : 기업조합)에 대한 특권부 판매권으로 넘겨졌다. 콜옵션(call option : 주식 매입 선택권)은 현재 합의한 고정 가격으로 장래에 물건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만약 당신이 콜옵션을 산다면, 가격이 상승했을 때는 이익을 보지만 하락할 경우에는 손해를 보게 된다. 물론 당신은 풋옵션(put option : 매각 선택권)이나 콜옵션으로써 가격을 지불한다.


현대 포트폴리오이론-위험시장의 수학적 해석-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시카고 대학에서 개발되었다. 1973년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스는 파생금융들을 정확히 수치화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이론은 곧 월스트리트에서 채택되었고, 파생증권의 범위는 확장되고 복잡해졌다. 파생금융시장은 위험이 포장되고 재포장되는 것을 허용한다. 그것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성, 선호의 차이, 능력의 차이를 충족시키는 위험 포트폴리오를 조합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위험에 대한 자신들의 평가가 평균적인 시장과는 다르지만 옳다는 신념에 도박을 걸 수 있게 해준다.


금융시장이론-위험시장이론-은 기업 경제학의 왕관에 박힌 보석이다. “경제학에서 효율적인 시장가설보다 확고한 경험적 증거를 더 많이 가진 명제는 없다.” 이 이론은 즉각적이고 실제적인 응용으로 더 세련되어졌다. 1990년대에 그 시행자들-흔히 로켓 과학자들로 불리는-은 증권 업계에서 고액 연봉을 추구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 이론에 부합한 것은 아니었고, 시행자들의 자만은 줄어들었다.


정보
완전경쟁시장은 사과와 같은 각 상품별로 잠재적인 매수자와 매도자가 무수히 많다. 사과는 모두 똑같다. 혹은 그래니스미스 사과는 모두 같다. 혹은 각각의 그래니스미스 사과의 질을 알 수 있고, 각 등급별로 생산자를 쉽게 알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사과조차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의 시장에서 판매되는 재화와 서비스는 대개 이보다는 더 복잡하다. 우리가 사려고 하는 것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지갑 경매
나는 방금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놓았다. 그 속에 있는 돈의 얼마를 당신은 소비 가격으로 제시할 것이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소비하는지, 혹은 얼마나 자주 은행을 방문하는지, 혹은 내가 주로 현금을 사용하는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내 지갑에 100달러짜리 지폐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당신이 그렇게 높은 값을 제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당신의 잠재적 이익은 내 지갑에 들어 있는 금액과 당신이 지불하는 금액 간의 차액이다. 만약 당신이 60달러에 낙찰되면, 그리고 내 지갑에 100달러가 들어 있다면 당신의 예측이 옳다면, 당신은 40달러를 소비자잉여로 얻게 된다. 그러나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내 지갑에 60달러 이상이 들어 있으면, 나는 당신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다. 만약 내 지갑에 60달러 미만이 들어 있으면, 나는 그것을 당신에게 팔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거래는 맞지 않다. 내가 수용할 유일한 제안은 당신이 내놓으면 안 되는 제안이다.


문제는 나는 팔려고 하는 것을 알지만, 당신은 사려고 하는 것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정보 불균형이 존재한다. 그리고 정보의 불균형은 현대 경제에서 거의 모든 거래에 해당된다. 자동차 제조업자는 구매자보다 자동차에 대해 더 잘 안다. 옷 소매상은 유행과 품질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슈퍼마켓은 상추의 산지와 얼마 동안 재배했는지를 알며, 당신이 모른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지갑 사례는 정보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거래의 동기가 없어서 놀랄 만하다. 전문화나 능력의 차이로 인한 거래에서는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한다. 거래에서 순수익이 있다 해도, 거래는 정보의 차이로 구름에 가리게 된다.


광고
광고는 ‘헛소리’다. 우리는 광고업자가 그들의 제품이 좋다고 말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도 더 현명해졌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 정도에서 그들은 중지한다. 카피라이터는 점진적으로 모든 정보를 끊임없이 흘려보낸다. 코카콜라 광고는 100년 전에는 건강에 유익하고, 기분을 전환시켜주며, 숙녀들이 선호하는 음료이고, 모든 약국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오늘날 코카콜라는 “코크는 그것이다(Coke is it)”라고만 말한다. 많은 경우에 당신은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무엇을 광고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기업만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잠재적인 고용주나 파트너를 감동시키기 위해서 옷을 차려입는다. 상업적 광고-옷, 자동차, 향수-는 우리 자신을 광고하기 위해 사용할 물건들을 판매한다. 다른 생물종들은 인간과 달리 그들의 자원을 광고에 많이 이용한다. 새와 꽃의 색깔과 꽃잎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광고의 특이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수컷 뇌조(雷鳥)는 자신들의 매력을 암컷에게 경쟁적으로 펼쳐 보이고, 암컷은 그들 중 최고를 선택하여 짝짓기를 한다. 풍조과(風鳥科) 새는 잠재적인 파트너를 감동시키고 유인하기 위해 자신의 크기보다 훨씬 큰 나무그늘 휴게소를 만든다. 인간도 때로는 이와 유사하게 행동한다.


풍조과 새와 공작의 꼬리 같은 자연의 극단적인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모순은 낭비적인 소통이 그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헛소리는 한마디로 말해 쓸모가 없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헛소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처녀들에게 약혼반지를 남자의 약속-그가 다음 날 아침에도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는-보다도 중하게 여기도록 전통적으로 가르쳐온 이유와도 같다.


값비싸고 낭비적인 광고는 광고주가 제품의 질에 투자를 하고 있다거나 또한 고객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다면 값비싸고 낭비적인 광고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작이나 풍조과 새처럼 광고주는 점점 더 광범위한 디스플레이 경쟁에 빠져 들어간다.


미국 비즈니스 모델
21세기 초, 미국 비즈니스 모델(American business model : 이하 ABM)은 사회주의가 그렇게 오랫동안 누려왔던 정치경제학에서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모든 정치적인 입장들, 즉 적대적인 것들까지도 그것에 대한 관계로 규정했다. ‘세계화’와 ‘사유화’는 담론의 용어들로서 ‘자본’과 ‘계급’을 추방했다. 시장의 힘이라는 표지는 즉각적으로 적대적이거나 우호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 여론’이란 용어는 경제생활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이르는 진술문으로 사용된다. 즉, 대다수 가난한 주에서는 민주주의와 생활수준에 대한 공격으로 악마처럼 사용되었고, 우파가 정치적 논쟁의 용어들을 결정해왔다.


ABM 철학의 근간은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조리 있게 표명된 바와 같이 심판자로서의 정부다. “사람들의 일상 활동과 그것이 일어나는 일반 관습과 법적 체제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상 활동은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의 행동과 같고, 체제는 경기 규칙과 같다. 이것들이 자유사회에서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즉 수단을 제공하고, 규칙들의 의미에 관한 서로 간의 차이점을 중재하고, 그러지 않으면 경기에 참가하지 않을 소수에 대해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ABM은 다음 네 가지 주장으로 특징짓는다.


*이기주의 규칙(self-interest rules) : 이기적 물질주의는 우리의 경제생활을 지배한다.
*시장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 : 시장은 자유로이 작동되어야 하고, 사회적이나 정치적인 행위로 규제하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최소국가(minimal state) : 정부의 경제적 역할은 계약과 사적 소유권의 강제를 넘어서 너무 많이 확장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정부 스스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산을 소유하면 안 된다.
*낮은 세금 부과(low taxation) : 세금 부과는 최소국가의 기본적인 기능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세금률은 가능한 한 낮아야 하고, 세금 체계는 소득이나 부의 재분배를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재산권
ABM은 재산을 제도의 중심으로 강조한다. 재산권의 방어를 국가의 주요 기능으로 여길 정도로 중심적이다. 애로-드브뢰 체제는 재산권의 분배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여기서는 재산권의 본성은 명백하다고 가정한다. 재산권은 사회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재산권은 여러 방법으로 규정될 수 있고, 개인, 사회, 회사에 여러 방법으로 분배되어 있다.


밀턴 프리드먼은 미숙한 추종자들과는 달리 이것을 이해했다. “무엇이 재산을 형성하고 재산소유권이 무엇인지는 자명한 명제라기보다는 복잡한 사회적 산물이다.” 그는 계속해서 “많은 경우에 잘 규정되고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재산권에 관한 정의의 존재는 무엇이 그 정의인가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자신의 추론에 아무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경제사와 경제 지리에서의 경험은 반대로 나타났다. 농업, 고용, 유한책임회사의 발달은 한 유형의 재산권의 정의에서 다른 것으로 진화해온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지적 소유권과 미디어 규제의 본성에 대한 범위에 관해 논쟁하고 있다. 현재의 인터넷과 게놈(생물의 유전물질)의 공진화가 스스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논쟁들의 결과가 아무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프리드먼과 흡사하게 러시아의 아나톨리 추바이스는 “그들이 훔치게 하라”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 재앙은 시장경제의 유일한 요건이 사적 소유권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에게 지속되는 질책이다. 경제제도의 질-재산권으로 규정하기에는 단순하지 않은-은 부국과 빈국의 가장 중요한 차이다. 경제 효율성에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재산권 체제의 가능성은 에로-드브뢰 모델의 효율성 주장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다. 복지경제학의 기본 정리는 특저한 재산권의 구조에 대해서만 맞아 들어간다. 어떤 특정한 경쟁적 균형이 파레토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이제 쓸모없다. 다른 재산권 체제가 아마도 모두를 더 잘살게 해줄 것이다.


소득과 부의 분배
ABM의 마지막 문제-ABM으로 인한 소득과 부의 분배의 합법성-가 있다. ABM의 네 번째 전제는, 분배는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고유 사안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만약 소득과 부의 차이가 생산성의 차이에서 온다면, 그리고 이것들이 노력?재능?기술의 차이에서 초래된다면, 소득과 부의 재분배는 잠재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만약 노력?재능?기술의 차이에 대한 보상이 억제된다면, 재능과 기술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재분배에 대한 단정적인 주장은 아니지만, 재분배는 경제적 효율성에 높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미국 비즈니스 모델과 미국 경제
만약 미국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경제가 기능하는 방법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면 미국 경제는 어째서 그렇게 성공적인가? 해답은 이제 명백해야 한다. 즉, ABM은 미국 경제를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는 노르웨이나 스위스를 이기적인 사람들로만 가득 찬 사회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국을 그렇게 보는 것도 아니다. 대신에 우리는 나이지리아나 아이티 같은 국가들을 지목한다. 거기에는 시장 제도가 개발될 신뢰의 바탕이 충분하지 않다. 혹은 콜린 턴불의 익 고산족에 주목한다. 그들의 사회 제도는 재난으로 무너져 내렸고 경직된 유물주의로 인해 경제적 쇠퇴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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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가정생활을 증진해주는 지원 그룹을 형성하는 능력에 정부 과정을 포함하지 않는 점이 미국 사회를 다른 사회와 구분하는 특색이다. 토크빌은 “지구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사회는 오늘날 사람들이 공통적인 욕망의 목표를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기술을 완벽하게 만들고, 이 새로운 과학을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한 곳에서 발견된다”고 했다. 부국들의 시장경제는 그러한 제도에 의존한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다. 개인이 기업 속에 가라앉은 전형적인 기업인이 한때는 농담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남녀 회사원은 미국인들의 생활을 부유하게 하고,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사회적 개인들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