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2.0

   
노르베르트 해링· 올라프 슈토르벡(역자: 안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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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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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1��



■ 책 소개
경제학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72가지사회현상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으로, ‘돈, 문화, 투자, 권력, 축구, 행복, 외모, 조직, 일자리, 여자’ 등 13개의 주제로 진행된 최신경제학 연구결과를 설명한다. 

 


‘스포츠 센터가 고객의 눈먼 돈을 쓸어담는 이유’를 시작으로 ‘은행이 구글을 좋아하지 않는이유, 높은 실업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무역의 가장 큰 수혜자’ 등을 살펴본다. 사회 곳곳에 숨겨진 비밀과 함정을 밝혀 세상을 바라보는시각을 한층 넓혀주고, 현대인의 비합리적인 행동양식과 불가해한 사회현상을 그들의 분석방식으로 풀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제학이 어떤 방향으로발전해가고 있는지, 경제학이 인간들에게 얼마나 실용적인 학문인지를 깨닫게 된다. 


■ 저자
노르베르트 해링(Norbert Haering)
- 해링 박사의 부인은 그가 전문가이자 회의주의자라고 말한다. 공동저자 슈토르벡도 한숨 섞인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해링 박사는1963년 슈베비슈 알브에서 출생했으며 고향을 닮아 성격도 투박하다. 아들 제러미는 아빠가 포켓몬스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가끔 투덜대지만,훌륭한 탁구 상대임은 확실히 인정한다. 딸 클리오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빠다. 노르베르트 해링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인문계 학교로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지금 농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는 자브뤼켄 대학에서 질서학파와 신고전주의학파 사이에 둘러싸여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5경제자문위원회 회장이며 훗날 중앙은행장이 된 올라프 지베르트(Olaf Sivert)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를 땄다. 그리고 학계 권위지 「퍼블릭초이스Public Choice」에 논문을 싣게 되면서 학문적 위상을 드높였다. 그는 첫 직장인 코메르츠 은행에서 경기 분석과 홍보 업무를담당하다가 주식신문과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어판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했고, 2002년부터 「한델스블라트」에 경제, 화폐정책, 금융시장에 관한글을 쓰고 있다.


올라프 슈토르벡(Olaf Storbeck) - 슈토르벡은1974년 겔젠키르헨에서 태어나 글라드벡에서 성장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본인의 흥미를 따라 역사를 전공할지, 아니면 취직이 약속되는경제학을 공부할지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다 쾰른에 위치한 정치와 경제를 위한 저널리스트 대학에 입학하면서 앞길에 대한 생각을 굳힌다. 입학시험에합격하고 나서는 진로를 확실히 정해 쾰른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학이 지겨운 필수과목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쾰른대학 교수인 수잔네 비드 네벨렐링은 슈토르벡에게 수없이 많은 지식을 전수해주는 가운데, 대학생활 내내 등대가 되어준다. 훗날 그녀는 아끼던제자인 슈토르벡에게 조교자리를 제안하지만, 그의 마음은 학문보다는 언론 쪽으로 기운다. 그는 그 자리를 마다하고 2001년 「한델스블라트」에취직해, 처음에는 기업에 관한 기사를 쓰다가 현재는 경기와 경제정책을 주요 테마로 기사를 쓰고 있다.


■ 역자 안성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마부르크 필립스 대학 경제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미술경매 동예헌의 이사로 재직 중이며, 번역가들의 모임인 "바른번역" 회원이자독자와 만나는 "왓북"의 운영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15년 전의 날씨』『수학 판타지』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 더 행복한 세상을 위한경제학
추천의 글 | 시장의 이해를 넘어 시장의 개선을 위하여


1장 돈의 경제학
01 스포츠 센터가 고객의 눈먼 돈을쓸어담는 이유
02 인터넷과 전화요금의 정액제에 숨겨진 함정
03 은행의 대출관련 광고물 속에 숨어 있는 교묘한 전략
04인터넷 경매 낙찰가가 즉시구매가보다 높은 이유
05 최종 입찰자가 가장 저렴하게 구매한다?
06 제멋대로 생각하는 고객을유혹하려면?
07 가격을 인상해도 좋은 경우
08 거짓된 추천평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2장 문화의 경제학
09 TV 방송국이 부시를대통령으로 만든 방법
10 국민의 심리를 부추기는 언론매체
11 외교관들의 주차위반
12 사후세계를 믿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더높다?
13 경제성장에 특히 유리한 문화가 따로 있다?
14 믿는 만큼 공정해지는 세상
15 국민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주식시장


3장 투자의 경제학
16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귀를막아라
17 정보가 많을수록 수익률이 낮다
18 계속해서 정확한 예측을 해왔던 애널리스트들의 조언을 회피해야 하는 이유
19알면서도 속는 투자 조언
20 합리적인 거품은 이성적으로 꺼진다
21 가치투자자 vs. 기술투자자


4장 권력의 경제학
22 투자자들이 부고란을 자세히봐야 하는 이유
23 신용평가기관이 권력을 휘두르는 방법
24 은행이 구글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25 광고를 많이 하는펀드일수록 좋은 펀드다?
26 IMF와 세계은행은 누구 편?


5장 경제학으로 들여다보는 축구
27 축구감독을 바꾸면팀 성적이 나아질까?
28 3승점제가 경기결과에 미친 영향
29 축구심판이 공정한 판정을 내리게 하는 방법


6장 행복 경제학
30 TV를 많이 볼수록 삶의만족도가 낮아지는 이유
31 왜 많은 이들이 불만스런 직장을 택하게 될까?
32 인간의 행복과 만족도는 측정 가능한가?
33행복 경제학자들이 정치인에게 주는 조언


7장 외모의 경제학
34 잘생긴 사람들이 일을 더잘한다?
35 키 큰 사람의 소득이 더 높은 이유
36 점점 작아지는 미국인
37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산다?


8장 조직 경제학
38 ‘지식경영’의 독약
39스카우트가 능사는 아니다
40 인수합병된 기업의 직원들은 왜 떠나는 걸까?
41 최고경영자가 기업을 위기로 몰아가는 이유
42유능한 경영자일수록 실수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이유
43 최고경영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44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너무높다?
45 너무 높은 급여가 오히려 낮은 성과를 이끈다


9장 일자리 경제학
46 사장이 임금 삭감에 반대하는이유
47 최저임금제가 의미 있을까?
48 최저임금제의 부작용
49 높은 실업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50 유럽인이미국인보다 게으른가?


10장 여자 경제학
51 사회로 몰려드는 여성인력
52 어쨌든 가사는 여성의 몫
53 여성의 월급이 남성보다 적은 이유
54 여성이 남성과의 협상에서 질 수밖에 없는이유
55 남자와의 경쟁은 여자에게 쥐약이다
56 착한 여자 콤플렉스 부추기는 사회


11장 세계화의 논리
57 어떻게시작되었을까?
58 갑각류의 예를 통해서 본 세계화
59 비교우위 없는 무역
60 무역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61세계적 차원의 경쟁이 도움이 되는 경우


12장 미국의 무역수지를 바라보는 두 개의 눈
62별일 아니야, 경상수지적자의 옹호론
63 미국 대신 유럽이 대가를 지불한다
64 천체물리학을 경제학에 도입하다


13장 인간은 과연 경제적 동물일까?
65 신용카드사업이 활황인 이유
66 경제학자가 유치원에 간다면?
67 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
68 방치된 직원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하는이유
69 호모에코노미쿠스가 없는 거시경제학


14장 결론 및 경고
70 읽을 때 주의사항,경제학자의 조언은 채색되어 있다
71 행운의 여신, 통계학
72 컨트롤 변수가 결과를좌우한다




이코노미 2.0


돈의 경제학
스포츠 센터가 고객의 눈먼 돈을 쓸어담는 이유

소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 비용과 효용이 시간적으로 일치하지 않을 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일례로 스포츠 센터의 요금체계를 선택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버클리 대학의 두 경제학자 스테파노 델라비그나와 울리케 말멘디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스포츠 센터 고객 대부분은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 연구자들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우리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고객들의 행동은 인간의 선호에 대한 정통 경제학의 이론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 연구팀은 여러 스포츠 센터에서 취합한 8,000명의 상세한 고객 자료에 기초해 이 결과를 도출했다. 관찰 대상이었던 모든 스포츠 센터에는 세 종류의 요금체계가 있었다. 고객들은 100달러에 10회 이용권을 구매하거나 80달러에 월 회원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월 회원권은 취소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연장되었다. 아니면 800달러에 연 회원권을 끊을 수도 있었다. 이것은 1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었다. 합리적인 고객이라면 정기적으로 운동을 다닐 수 있다는 확신이 서는 경우에만 월 회원권이나 연 회원권을 끊을 것이다. 스포츠 센터를 월 7~8회 이하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10회 이용권이 가장 저렴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조사결과 거의 90퍼센트에 이르는 고객들이 스포츠 센터를 한 달에 4~5회밖에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월 회원권을 끊었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17달러를 지불한 셈이다. 10회 이용권을 샀다면 한 번에 10달러만 지불하면 되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가 뭘까?


대개 운동을 해야겠다는 의지는 스포츠 센터를 맨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높게 마련인데, 이때 회원권을 끊은 고객들은 거의 모두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고객들을 관찰해 본 결과 회원권을 구매한 첫 달 평균 이용횟수는 5.5회였다. 한달 간 약 16달러를 지불한 꼴이다. 몇 달이 지나 애초의 운동 의지가 약해지자 한 달 평균 운동횟수가 4회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방문할 때마다 거의 19달러를 지불한 셈이었다. 결국 월 회원권을 끊은 대부분의 고개들은 회원 기간 동안 700달러를 스포츠 센터에 헌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월 회원권 고객은 언제든 해약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약간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고객들이 가장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이런 고객이 1년 이상 스포츠센터 회원으로 남는 확률은 연 회원권을 끊은 고객보다 18퍼센트나 더 높았다. 게다가 그들은 마지막으로 운동을 한 날로부터 두 달이 지나서야 실제로 해약을 했다. 이 기간 동안 스포츠 센터는 추가로 평균 185달러를 더 벌어들였다.


그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로, 사람들이 스포츠 센터와 계약을 체결할 때 자신의 의지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스포츠 센터를 찾아 운동을 하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힘도 든다. 이러한 노고는 향후 더 좋은 건강과 몸매라는 보상을 안겨준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스포츠 센터의 회원 가입을 결정하는 순간에 장기적인 효과만 생각한다. 그렇지만 회원 가입 후 운동을 하러 갈지 말지 고민이 들 경우 대개는 운동하는 데 드는 힘을 더 높게 평가하고 향후의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평가는 낮아진다. 추상적으로 표현하자면, 스포츠 센터를 방문하려는 인간의 선호도는 운동에 대한 시간적 거리감이 얼마나 큰지에 좌우된다. 경제학 용어로 바꿔 말하면 선호도는 시간에 따른 일관성이 없다.



투자의 경제학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귀를 막아라

금융시장이 정말로 효율적이라면 투자자들은 사실상 큰 실수를 저지를 일이 없을 것이다. 누가 어떤 주식을 택하든 시장의 효율성이 이미 어느 정도는 올바른 주식가격을 반영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사우스캘리포니아 대학의 금융학 교수인 로렌스 해리스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그의 말을 직접적으로 인용하자면, “시장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시장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뿐이다.” 해리스 교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 산하 경제국의 신임 연구원으로 일했던 사람으로 누구보다도 주식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해리스는 시장효율이 가격결정에만 유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격의 변화 사이에는 시장을 조작하려는 전문 투자자들의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 과정은 이렇다. 한 주식 투자자가 특정 기업의 주식을 조금씩 은밀히 사 모은다. 그러다 그 기업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서 다뤄지면, 갑자기 높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넣어 주식가격을 올려놓는다. 이렇게 그 투자자는 그 기사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특정 기업의 주식에 다른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주가 움직임이 기업에 대한 호의적인 기사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주식 매수에 동참한다. 이런 마수에 특히 걸려들기 쉬운 사람들이 대개 주가흐름에 주목하는 차트분석가(Chartist, 기술투자자라고도 한다)이다. 이러한 술수가 일단 성공하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그 주식을 사게 되고, 그 기업의 주식은 또 한 번 상승 국면에 접어들게 되며, 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때가 바로 애초에 주가를 조작한 사람들이 그간 사 모았던 주식들을 처분하는 시기다.


좀 더 악랄한 사람들은 인터넷상이 투자 카페에 그 기업에 대한 정보를 타인이 이름으로 올림으로써 주가가 더 오르도록 부추긴다. 사실 의도적이지 않은 거짓 정보라 해도, 이러한 행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이다. 그러나 감독기관에서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


해리스에 따르면, 이러한 일들은 거의 일상처럼 일어난다. 어떤 투자자가 “시장의 분위기를 시험해보고 싶다”거나 “시장의 의지를 검증해보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는 주가 조작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셈이다.


한편 시중에서 주목받는 성공한 펀드매니저도 주기조작이 또 다른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특정 주식을 팔고 싶을 경우, 그는 미리 그 주식을 높이 평가하는 인터뷰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개인투자자나 이런 술수를 부리지 않는 기관투자자들이 시장효율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그들이 시장보다 더 빠르고 더 똑똑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경솔하지 않게 행동할 때뿐이다. 다시 말해 주식을 사고 팔 때 최근의 시세변동이나 애널리스트(Analyst)의 추천, 기업의 최근 공시 또는 인터넷 채팅에서 얻은 정보들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접하는 모든 정보들은 이미 시세에 모두 반영되어 있거나 중요치 않은 것들이다. 심지어는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다.



경제학으로 들여다보는 축구
축구감독을 바꾸면 팀 성적이 나아질까?

팀이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최우선적인 조치는 대개 감독의 해고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경제학자 바스테르 벨(Bast ter Weel)의 연구에 의하면, 감독을 해고했다고 해서 팀의 성적이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는 위기에 처했던 축구팀이 감독을 교체하고 나서 성적이 향상되었는지를 세세히 분석했다. 아주 단기적으로는-새 감독이 취임한 후 첫 경기-팀의 성적이 가시적으로 향상된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다시 급속도로 나빠졌다. 결국 새로 부임한 감독이 선수들에게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극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항상 지나친 희망에 지나지 않았다. 테르 벨의 논문에 의하면, “그런 효과가 있다고 해도 아주 단기간만 유지될 뿐이다.”


이 연구는 1986년부터 2004년까지 네덜란드의 프로 리그 자료들을 근거로 삼았다. 이 기간 동안 81명의 감독이 해고되었으며 103명이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테르 벨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타 직업에 비해 감독의 해고율은 매우 높다. 시즌당 평균 50퍼센트 이상의 프로축구팀이 감독을 갈아치운다. 그중 44퍼센트는 감독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팀 성적이 계속 저조한 위기상황에서도 감독을 끝까지 믿고 따라주었던 팀의 성적은 어땠을까? 이런 궁금점을 풀어내기 위해 테르 벨은 방법론적인 변칙을 활용했다. 그는 심각한 정도로 성적이 나쁘지만 끝까지 감독을 믿었던 팀들을 중심으로 컨트롤 그룹을 구성했다. 팀의 경기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해당 팀이 지난 네 개의 경기에서 경기당 평균적으로 얻은 점수를 택했다.


테르 벨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위기상황에서 감독을 믿었던 팀은 감독을 교체한 팀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나아가 그는 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이미 오랫동안 프로축구팀 감독을 맡아온 감독은 경험이 많지 않은 감독보다 위기에 빠진 팀을 되살려낼 확률이 현저히 낮았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 직접 프로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코치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테르 벨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이 결과를 볼 때, 과거 선수시절의 실력은 감독으로서의 능력에 별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는 이러한 결론이 보통의 기업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영학계의 많은 논문들은 최고경영자의 교체가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비록 그 성과가 아주 크지 않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반면 테르 벨은 “기업의 성공에 있어 최고 경영자의 능력은 흔히 거론되는 것보다 그리 중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편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그룬트와 올리버 귀틀러의 연구에 의하면, 경험이 많은 축구팀 감독도 전략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빈번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실수는, 팀이 뒤지고 있을 때 공격에 너무 큰 비중을 두고 공격수를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다. 이로써 팀이 점수를 따낼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추가골을 먹을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 그들은 현실적으로 추가골을 먹을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주었다. 그들은 2003/2004 분데스리가 시즌의 선수교체를 분석하고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이 공격수를 더 투입했을 때, 그 이후에 상대팀이 추가골을 넣은 경우는 40퍼센트였으며 겨우 21퍼센트만이 상대팀을 추격할 수 있었다. 반면 공격 위주로 선수 교체를 하지 않았던 팀 중에는 35퍼센트가 상대팀을 따라잡았다. 이 경우 상대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비율은 30퍼센트였다.



일자리 경제학
높은 실업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심각한 취업난의 원인은 매우 불투명하지만,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아주 명백하다. 본 대학의 아르민 팔크와 취리히 대학의 요제프 츠바이뮐러는 독일에서 극우파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실업률이 통계적으로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을 연구논문에 발표했다.


그 연구에서 그들은 독일 전체에서 발생한 극우파의 범죄기록을 보관해 놓은 연방 경찰청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극우파의 관련된 사건은 4만 1,535건이었다. 그중 특히 동독지역에서 상당수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 지역의 경우 주민 10만 명당 2.6건이 극우적인 동기에서 저지른 범죄였다. 이는 서독 지역보다 거의 3배나 많은 수치였다. 극우적인 동기에서 저지른 폭력범죄 역시 9.2퍼센트로 서독 지역보다 33퍼센트 높았다. 저자들의 중간 결론에 의하면, “극우파들의 범죄는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 간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


팔크와 츠바이뮐러는 이러한 현상의 어디까지를 동독과 서독의 서로 다른 노동시장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회귀분석을 활용해 연구해보았다. 그들은 지역적인 노동시장 상황 외에도 일인당 소득, 교육수준, 외국인 비율, 사회연금 지불액 등과 같은 다양한 변수들을 포함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결과는, 실업률이 1퍼센트 더 높은 지역에서는 극우파 관련 범죄가 평균적으로 주민 10만 명당 0.09~0.18건 많이 발생했다. 저자들은 동독 지역의 실업률이 서독 지역만큼 낮아지면, 극우파의 범죄 수도 주민 10만 명당 2.6건에서 1.3건으로 줄어들 거라고 예상했다. 극우파 범죄에서 보이는 동서독 간 차이의 80퍼센트는 경제적 요소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독의 과거 집단주의적 경향이 현재 동독 지역에서 발생하는 높은 극우파 범죄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실업률이 높은 서독 지역에서도 동독 지역과 똑같은 문제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상황과 극우주의 사이에는 직선적인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실업률의 절대적인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실업문제가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상황은 급변한다. 그때부터는 경제적 요소가 정치적인 극우파들의 손으로 넘어간다.



세계화의 논리
세계적 차원의 경쟁이 도움이 되는 경우

세계화로 인해 각국의 기업들과 산업분야 전체가 엄청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외국의 경쟁자들과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80년대 중반에 이미 이러한 현상을 몸소 체험했다. 당시 일본의 자동차회사들은 독일 시장을 대대적으로 공략해왔다. 그들은 값싸고 질 좋은 자동차로 독일 운전자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1986년 한 해에만 독일 내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13에서 16퍼센트로 상승했다. 많은 이들이 향후 몇 년 사이에 독일이 국내 자동차산업이 침몰할 거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현재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 비엠더블유, 아우디 등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공격적인 경영혁신 덕분이었다.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자면, 새로운 진입자가 기존 공급자에게 경영 혁신 노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하버드 경제학자 필립 에지온이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자연법칙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추가적인 시장진입자가 모든 산업분야에서 기존 기업들을 더 혁신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연구팀은 영국의 예를 들어 그 반대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국에서는 외국 기업과의 경쟁으로 인해 많은 산업 분야에서 혁신성과 생산성이 하락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았고,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외국 기업의 국내 시장진입에 대한 국내 공급자들의 대응은 이미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존의 기업들이 세계의 첨단기술과 얼마나 격차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에지온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기술 선도자(Technological Frontier)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적 한계는 기술 선도자들이 지닌 가장 우수하고 현대적인 생산 기술에 의해 결정된다.


국내 기업들이 후진적일수록, 새로운 경쟁사에 대항해 더 개선된 상품과 발전된 기술로 대응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극심한 기술적 한계를 지닌 국내 기업들은 새로 시장에 진입한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 경우에는 높아진 경쟁 강도 때문에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수익성이 떨어진다.


영국에서는 그 파급효과가 특히 엄청났다. 에지온 연구팀에 의하면, 기술적으로 선두에 있는 분야-일례로 전자투자재 산업 또는 미디어 분야-에서는 치열해진 경쟁 덕분에 평균적인 기술 수준의 산업에 비해 생산성이 두 배나 향상되었다. 반면 맥주산업이나, 자동차 부품 생산 분야 등과 같이 후진적인 산업분야에서는 경쟁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성의 증가가 느려졌다.


이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한 국가경제의 모든 분야에 있는 기존의 기업들을 성장시키려면, 시장진입장벽을 제거하는 하나의 요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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