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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진화의 코드를 읽어라
제1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미래에 대한 냉소주의를 극복하라
얼마 전 미디어 비평가인 닐 포스트만은 말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앞을 보아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말 모르겠다. 대체 어디를 바라봐야 한다는 말인가? 미래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앞을 본다’는 것은 과거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유익하고 인간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친애하는 칼 포퍼는 이보다 더 건조하게 말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를 알고 있을 것이다!”
미래 냉소주의(미래에 대한 분석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는 영리한 남정네들의 안주거리로나 알맞을 심심풀이 땅콩일 뿐이다. 예측 불가능한 것에 무릎을 치며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은 없다. 하하! 다 헛된 일이지. 청개구리 기상예보관도 오늘 오후에 소나기가 쏟아질지 예측할 수 없는 판인데, 무슨!
어쨌든 미래 냉소주의자들의 합창에 한 번 귀를 기울여보자. 유명한 농담거리가 되어버린 예측실패를 찾으려고 구태여 자료를 뒤적이며 고생할 필요가 없다. 두 번 중 한 번의 연설에서 꼭 인용되곤 하는 장기 흥행물이 있으니, 바로 IBM의 사장 토머스 왓슨이 1940년대에 내놓았다는 예언이다. 그는 “세계 시장의 컴퓨터 수요는 4대뿐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1960, 70년대에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그래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에 고무되어 ‘최후의 심판 기계’를 발명하기도 했던 100킬로그램의 거구인 미래학자 허먼 칸은 1968년 앤서니 J. 워너와 함께 쓴 유명한 책 『미래의 체험』에서 특히 2000년의 기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예측을 내놓았다.
? 효과적인 식욕 및 체중 조절 기술로 인해 누구나 원하는 체중을 가질 수 있다.
? 인간도 휴식과 치료의 목적으로 겨울잠을 잔다.
? 생산물품의 대량수송을 위해 거대한 잠수함이 발명된다.
? 기상예보 적중률이 높아져서 인간이 날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모든 사람이 개인 비행기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망은 예측의 아버지”라는 공식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5가지의 예측실패는 그가 예견한 100가지 기술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나머지 95가지는 오늘날의 기술환경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칸과 위너는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 현금자동지급기의 붐
? VCR(비디오리코더)의 보급
? GPS(항법위성장치) 위치결정 시스템의 등장
? 초고속열차의 등장
그러면 전혀 예기치 못했던 세계사의 사건들, 즉 ‘트렌드의 단절’은 어떠한가? 영국 정부 수석경제학자 알렉 케언크로스가 종전 후 “트렌드가 트렌드인 것이 트렌드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트렌드의 흐름이 실제로 구부러질 것인가이다” 라고 한 이 표현 속에는 미래관에 대한 진짜 함정이 숨어 있다.
자유사상가 안드레이 아말릭은 1982년 한 에세이에서 “나는 이 거대한 동구제국 소련이 실존적 종말에 이르게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라고 썼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 제국은 완전히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전까지 10년쯤은 더 유지되겠지만 그보다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로 예언적인 문장이 아닌가. 그러나 당시 누가 이런 냉전의 종말에 귀기울이려고 했겠는가? 각자 냉전의 양대 진영, 즉 서구와 동구 사회에 편안히 적응하며 살고 있는데 말이다.
?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기 14년 전인 1898년, 작가 모건 로버트슨의『타이탄 호의 난파』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7만 5,000톤급 호화유람선이 첫 항해 때 얼음덩이에 부딪쳐 3,000명의 손님 중 절반이 익사한다.
?『타임머신』의 저자 H. G. 웰즈는 소설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진지한 예언서도 집필했다. 1933년에 출간된『미래의 모습』에서 그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제국의 합병, 2차 세계대전, 우주전쟁 같은 몇 가지 역사적 전개양상을 정확하게 예측해냈다. 그러나 1933년에는 아무도 이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 2000년에는『다가올 인터넷 공황』이 출간되었다. 테크놀러지의 거품이 세계경제를 5년에서 10년까지 침체기로 몰고 가는 메커니즘을 아주 정확하게 분석해낸 책이다. 이 책을 좀 인용해 볼까? 아니, 차라리 하지 않겠다. 그것은 너무도 우울한 일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이기에!
그 본질상 전형적인 ‘트렌드의 단절’이라 할 만한 2001년 9?11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 하지만 그 자체는 결코 예측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1998년 덴젤 워싱턴과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했던 정치 스릴러물 〈비상계엄〉을 보자.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테러에 의해 뉴욕에서 2,000명이 죽는다는 것이 그 줄거리이다. 1999년 6월, 미국의 미래주의 신문 「미래주의자」에는 다음과 같은 칼럼이 실렸다.
“다가올 슈퍼테러리즘(암살, 폭력, 대량살상무기)”
테러리즘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에는 ‘싸구려’ 폭탄에 의한 암살과 납치가 다반사였다면 이제는 고성능 무기로 전 국토에 대한 공격 가능성은 물론,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과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공격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분명, 미국 본토 역시 서서히 목표물로 포착될 것이다. 상원의원이자 테네시 주 출신의 의사인 빌 프리스는 이미 얼마 전, 앞으로 5년 내내 미 의회에 대한 생화학무기의 공격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경고했다. 상원의원 존 글렌은 최후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치명적인 계획이 소용없어지기를 희망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다가올 장기전은 다음과 같은 양상을 보일 것이다.
? 21세기 초, 슈퍼테러리즘이 우리의 문명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다.
? 냉전이 50년간 지속되었다면 슈퍼테러리즘과의 전쟁은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이다.
? 제3세계의 빈곤문제와 마찬가지로 테러리즘의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위협의 정도를 완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 그 어떤 정부도 단독으로는 다가올 도전을 극복할 수 없다. 국제 협력의 새로운 시기가 눈앞에 와 있다.
? 기본권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등뼈이다. 하지만 새로운 위험상황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칼 포퍼가 틀렸다. 그럼에도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실제로는 대개 보잘것없다는 점에서 그의 말이 옳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 예리한 정신적 지도자나 분석적인 사상가들이 예견하지 못한 현상이나 진보, 기술은 없었다. 문제는 아무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제2부 트렌드 및 연구의 도구와 그 결과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메가트렌드, 제품 트렌드, 기타 트렌드를 엄격하게 구분하라
자연에는 우주를 시계의 원리에 따라 뱅글뱅글 도는 암석 파편들의 황무지 그 이상의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추진력이 있다, 이 추진력은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을 만들어내려는 고집스러운 시도이다. 이 기계의 이름이 ‘진화’이다. 생물체와 그 생물체의 생활권 그리고 동식물의 개별 소생활권은 수백만 년을 거치면서 세분화되었고 그 다양화, 독립화, 내적인 차별화는 점점 높아졌다. 이것으로부터 우리를 의식과 정신을 지닌 지금의 존재로 만든 그 거대한 진행의 과정, 즉 진화의 시간화살이 생겨났다. 헤르만 칸은 이러한 사태를 “장기적인 복잡한 트렌드”라고 명명했으며 분명히 우리보다 그리고 오늘날의 소비사회보다 더 오래 생존하게 될 작용원리라고 주장했다.
메가트렌드란 개념은 존 나이스빗이 창안했다. 그는 이것으로 평생의 업적을 이루었고 두 가지 이상의 학문이 상호연계되는 ‘현대의 학제적, 경제적 미래연구’라는 또 하나의 완전한 학문 분야를 구축했다.『메가트렌드』라는 표준서가 1980년대 초에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로 이 시기에 있었던 세계화와 대중매체의 발전으로 인해 처음으로 우리는 발전이 특정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글로벌 리얼리티’를 깨달았다. 이제 사람들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든 뉴욕과 상하이의 경제와 문화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생생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보편성’이 메가트렌드의 본질이며 다른 트렌드 범주와는 구별된다.
? 메가트렌드는 ‘장기적’이다. 적어도 반세기 이상 지속되는 변화의 특성을 갖는다.
? 메가트렌드는 문명, 경기, 테크놀러지의 충돌을 포괄하며 시대정신과 시장의 영역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 메가트렌드는 원칙적으로 글로벌하다. 다시 말해, 지구촌 어디에서든 적어도 징후는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비록 동시적이지는 않더라도 조금 이르든 늦든, 진정한 메가트렌드는 세계의 가장 변두리인 사하라 남쪽 부르키나 파소에도 찾아온다.
? 메가트렌드는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고 ‘통합학문적’이다. 그 영향력은 테크놀러지, 문화, 인간 상호간의 관계, 노동세계, 소비생활을 비롯해 인간의 모든 생활영역에 미친다. 메가트렌드는 경제영역은 물론, 정신(인문)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맨해튼 출신의 날카로운 지성 피에스 팝콘이 트렌드 범주화의 대가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녀는 소비태도를 사회변화의 범주와 융합시켰다. 그녀는 특히 ‘작명(Naming)의 대가이다. 소비자 트렌드는 처음에는 이 인상적인 단어(이것이 이 개념을 약간 곤란하게 했지만)에 의해 생명력이 유지되었다. 페이스 팝콘의 트렌드 개념은 절대로 피상적이지 않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팝콘의 5가지 소비자 트렌드를 살펴보기로 하자.
? 동호회 만들기(Clanning)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느낌을 공유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한다.
? 코쿠닝(Cocooning)
외부세계의 위험과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더욱 강한 자신만의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 정박하기(Anchoring)
정신적 뿌리와 출신을 찾고자 한다.
? 에고노믹스(Egonomics)
점점 더 개인적인 취향을 제품에 표현하고자 한다.
? 작은 탐닉(Small Indulgences)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작은 일탈을 추구한다.
이는 사회적 현상을 소비세계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 모든 개념에는 사회적 친밀감의 결여, 고향과 정착에의 결여, 경험 있는 개성의 결여와 같은 현대의 도시문화의 특수한 결함이 동시에 반영되어 있다. 그리하여 소비자 트렌드는 솔직한 소비태도, 즉 제품 트렌드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소망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의 성격은 아래와 같다.
? 소비자 트렌드에는 10년에서 5년까지의 반감기가 있다.
? 소비자 트렌드의 특징은 개개의 제품 내지 하나의 제품 장르에 대해서만이 아닌 소비태도의 일반화된 변화이다.
? 소비자 트렌드는 기술, 경기, 시장?시대정신의 층들로부터 소비의 표층영역까지를 두루 아우른다. 소비자 트렌드는 개개의 제품 또는 유행 트렌드를 ‘결정체’로 만들긴 하지만 결코 하나의 제품에서 ‘진을 빼지는’ 않는다.
? 소비자 트렌드는 제품 트렌드 무리와 함께 사회적 핵심 모티브도 포함한다. 소비자 트렌드는 ‘새로운 궁핍 이론’에 이름을 붙여주고 고정을 시킨다. 즉, 소비문화에는 상품세계가 더 이상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새로운 동경과 결핍현상이 나타난다. 행동방식의 특정한 ‘조각’들이 이러한 욕구 주변에 모여 결정체를 만든다.
한편 이런 트렌드 전문분야 아래에 광범위한 임의 분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는 트렌드와 트렌드 범주가 멋대로 정의될 수 있다. 기본 틀이 분명하고 문제제기가 명료하게 유지된다면 이것은 위치설정, 마케팅 또는 혁신과정을 위해 정말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 전문분야 트렌드 - 어떤 전문분야가 잘 될까 혹은 잘 안 될까? 그 내부에는 경영 시스템, 경영 논리, 제품의 종류, 생산의 고리, 구조 등 어떠한 변화과정이 있을까?
? 마케팅 트렌드 - 변화하는 시장에는 어떤 방법이 통용될까? 고객의 새로운 바람과 사회적 구조를 어떻게 마케팅에 적용할까?
? 가치 트렌드 -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가치체계가 발전하게 될까?
이제 분명해졌다. 포장에서의 메가트렌드? 미안하지만 이건 적절한 질문이 못 된다. 우리에게 아직 그런 것은 없다!
제3부 트렌드 지식과 미래 지식을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방법
감성 시장에 투자하라
우리는 ‘소비진화의 축’의 도움을 받아 미래시장을 새로운 입장에서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다. 감성 시장(Sensual Markets)이란 진화선상의 맨 위, 즉 새로운 생산의 더욱더 복잡한 영역에 놓인 시장을 일컫는다. 이 시장은 매우 특이하며 가끔은 분명하지조차 않다. 이 시장에서 취급하는 것은 관심, 애정과 같은 ‘제품’이다. 그리고 심오한 동경, 불안, 희망을 그 재료로 한다. 서비스의 핵심에는 존경이나 신용처럼 깨지기 쉬운 카테고리가 있다. 이것은 예민한 감각과 개인적 앙가주망을 요구하는 단어들이다. 여기 몇 가지 예가 있다.
▶ 용기를 주는 시장 : 개별 코칭, 역량과 창의성을 파는 시장
미래의 개인주의 세계에서 개인들은 타인과 함께 지내고 성장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인생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새로운 힘과 에너지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을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치료, 교육, 인생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을 주는 강력한 코칭 분야가 생겨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인생 코칭에 대한 대양한 분야가 있다. 라이프 트레이너(Life Trainer)는 대부분 ‘장기계약’을 제공한다. 한 달에 700달러를 내면 일주일에 한 시간 전화상담을 해준다. 현재 이 서비스는 회사 최고 경영자들 위주로 애용되고 있지만 10년 후에는 고용계약서의 필수항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다(예: www.corporateathlete.com).
▶ 문화시장 : 문화 이벤트와 연출 시장
문화는 새로운 섹스이다. 하나의 과정이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한편에서는 고급 문화가 대중화되고 있다. 가령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작은 항구도시 빌바오를 세계지도 위에 한 이정표로서 자리매김한 구겐하임 미술관의 대성공을 떠올려보라. 다른 한편에서는 세속 문화가 ‘고급화’되고 예술성 있는 아방가르드 문화가 대중문화를 향해 직접 행군해간다. 언더에서 연주활동을 시작한 뉴욕의 유명한 아방가르드 그룹 ‘블루 맨 그룹’은 2002년 겨울, 월드컵에 버금가는 세계적 이벤트로 이집트 기제의 피라미드에서 공연을 가졌다. 죌데너 빙하에서는 한니발의 알프스 등정이 연출되기도 했다. 루마니아의 지벤뷔르겐 지역의 카르파티아 산맥 기슭에 있는 쉐스베르크 또는 시기쇼아라에 흡혈귀를 주제로 한 체험공원 드라큘라 랜드가 세워질 것이다(그러나 당초의 계획과 달리 중세의 고성과 산림 훼손을 우려해 수도 부쿠레슈티 인근에 조성된다 - 역주). 루마니아 정부가 이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전설에 의하면 1431년 이곳에서 블라드 체페슈 드라큘라 왕자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작가 브램 스토커는 이를 자신의『드라큘라』(1897년) 이야기의 전범으로 삼았다. 드라큘라 성은 다양한 공포와 스릴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 건강 시장 : 수명연장과 노후의 건강을 파는 시장
머지않아 유럽의 평균 수명은 80세가 될 것이다. 수명연장은 새로운 인생 단계와 생물학적 자화상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늘어난 인생 역시 ‘체험’하면서 사는 법을 배운다. 건강하게 늙고 싶다는 욕구는 음식점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 투사되고 있다. 최근 런던에 문을 연 혁신적인 레스토랑은 건강식을 주제로 한 건강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이 하트스톤 음식점(Heartstone)은 손님을 곧바로 식탁으로 안내하지 않는다. 먼저 영양사가 메뉴를 ‘처방하기‘ 전에 손님의 다이어트, 알레르기, 건강상태, 체중, 좋아하는 음식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홍콩의 한방음식점 야 차 헬스(Ya Cheau Health)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한약과 음식을 혼합해왔다. 주인 왕씨는 손님에게 메뉴를 보여주는 대신 구체적 신체 증상을 묻는다. 우리 몸의 ’해독’ 또는 약초 치료의 물결을 타고 통합의학이라는 새로운 퓨전의학이 생겨났다.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 본점을 둔 라이프스타일 약국 파마시아(Farmacia)는 ‘해독제’라는 맞춤 조제약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소화를 촉진시키는 약초즙을 넣은 간장 강화제, 정력을 돋우는 비타민 C 그리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에키네시아.”
▶ 릴랙스 시장 : 고요, 안정 그리고 무위(無爲)를 파는 시장
알레르기에 편두통, 심리문제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 관련 증상들은 역트렌드를 낳았다. 풍수(風水)요법은 지난 몇 년 동안 새로운 긴장해소 시장을 발전시켰다. 건축심리학자 하인츠 게오르크 루프 박사는 병원, 호텔, 사무실 건물 중앙에다 조용한 피난처인 피라미드 명상실을 설치했다. 이 정신적 휴식공간 속에 흐르는 음악과 향기는 서로 조화를 이룬다. 많은 대형 호텔과 컨설팅 회사들이 이미 주문을 했다.(이메일: Dr.Rupp@gmx.de)
▶ 공포 시장 : 불안에 대한 보상과 안전에 대한 동경을 파는 시장
불안은 우리 시대의 특징적 징후로 글로벌 문명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하고 폭력에 대한 불안, 전쟁의 위험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미래 안전 서비스는 전례없는 호황을 맞이할 것이다.
가령 어린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재빨리 찾아낼 수 있는 위성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헝겊으로 만든 지멘스의 동물인형 ‘레오니’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레오니’라는 이름 뒤에는 핸드폰과 GPS 모듈을 가진 테디 베어가 숨겨져 있다(www.mobile-family.com). 폰트랙커(www.phonetracker.de)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자동화되었다. 핸드폰에 부착하는 엄지만한 기계는 지정된 ‘보호구역’, 즉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이 움직이는 공간인 학교, 놀이터, 집 등의 범위를 벗어나면 전화벨이 울려 경고를 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핸드폰은 인형이나 주머니 속에 숨길 수 있을 만큼 크기가 작다.
▶ 친구 시장 : 우정, 사랑, 반려를 파는 시장
지식사회의 우정 네트워크는 생활의 동반자이다. 직장과 개인 생활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원조해주며 개인의 위기상황에서는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다. 인터넷이 이룩한 몇 안 되는 멋진 성과들 중의 하나가 바로 친구나 동창, 직장동료들과의 네트워킹을 유지해주는 웹사이트이다. 예를 들어 friendsunitel.com이나 lostamigos.org는 옛 고교 동창생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슈테른」지가 인수했다). 우리는 가상공간에서 평생 이런 방식으로 연례행사나 동창회를 가질 수 있다. 감성사회에서는 성별, 열정, 의존성, 흥미에 따라 선택되는 ‘커뮤니티 만들기’로부터 싱글들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 맺어주기나 결혼정보회사에 이르기까지 짝짓기의 전문화가 이루어진다.
▶ 장례 시장 : 죽음의 준비와 이별을 파는 시장
지적이고 이해력을 갖춘 자의식 강한 개인에게, 죽음은 최후의 큰 사건이자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연구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인생의 과도기 과정을 달리 인식하게 되었다. 고대 문화에서는 정해진 의식행위를 통해 치르던 인생의 중간 단계들 혹은 삶의 위기들이 오늘날 새롭게 인지되면서 일종의 예식으로 정착되고 있다. 죽는 것도 이제는 성생활이나 임신처럼 만들어지고 형상화되면서 ‘해방’되었다. 죽음 도와주기, 즉 ‘죽음 만들어가기’는 오래 전에 미디어와 토크 쇼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일년에 3억 명이 땅 속에 묻히는 장례 시장의 규모는 200억 달러나 된다. 이 시장 역시 두 가지의 고전주의적 경제 흐름을 타고 발전한다. 한편으로는 표준화, 세계화, 저가화를 향해 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급화와 개성화의 길을 간다. 수의(壽衣)대신 좋아하던 옷 입혀서 매장하기, 풍수지리에 맞는 묘자리 찾기, 화려하게 색칠한 관 짜기, 시계나 애장품 함께 묻기 등. 최근에는 심지어 독일장례연구자협회 회원인 데트레프목크의 장례식이 가족들의 소망으로 레이저 쇼로 거행되기도 했다(www.thanotologen.de). 트라우디히 라이젠 사(Traudich-Reisen)는 고인의 가족들을 위해 휴가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2명의 안내자가 최대 9명과 함께 일주일간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애도의 과정에는 개인 또는 그룹별로 명상을 하거나 기분전환을 한다. ‘장례 교사’란 바이에른의 뮨너슈타트에 있는 장례학교에서 최근에 도입한 교과과정을 이수한 사람을 칭하는 새로운 용어이다. 일리노이즈에 있는 라이프젬 미모리얼즈 사(LifeGem Memorials)는 최근에 화장한 애인의 재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주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제 당신의 재가 영원히 빛난다!
제4부 미래 전략가 되기
네트워킹 원리에 맞추어라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나에게 녹색 전호번호부 한 권을 유산으로 남기셨다. 할머니 살아 생전, 이 가죽 노트는 집 안 복도의 잿빛 다이얼 식 전화통 옆에 놓여 있었다. 짙은 초록빛 벨벳으로 가장자리를 두른 그 A4 사이즈 안에는 40여 개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빼곡이 적혀 있다. 대부분은 삼촌, 이모, 고모, 사촌 등 친척과 친지들이다.
맨 뒤쪽의, 가느다란 고무밴드로 묶은 신문기사, 영수증, 은행계좌 번호가 적힌 종이뭉치 안에서 발견된 가격표에 따르면 할머니는 이 작은 노트를 1950년 1월에 구입하셨다. 지워진 주소나 전화번호는 없었고 다만 몇 개의 주소만이 연필로 수정되어 있었다. 이 40개의 이름은 86세 노인의 일생을 묵묵히 말해주고 있었다. 신뢰, 관용, 평생의 성실함이 각인된 전기를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나는 충실성도 없고 의무감도 없다. 내 전자수첩에는 671개의 주소가 넘쳐나지만 이 전화번호들 중 3분의 1만이 맞을 것이다. 이메일 주소록에도 1,768개의 주소가 둥지를 틀고 있지만 이들과의 교류 역시 그리 활발하지는 않다. 인터넷 브라우저의 즐겨찾기에는 612개가 있다. 하지만 그중 절반은 “사이트를 찾을 수 없다”는 화면만 제공할 뿐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정열적인 N세대이다. N세대는 인간관계에 별도로 충실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들의 인생 혹은 사회적인 구조의 기반은 친분관계의 유지에 있지 않다. 물론 그들에게도 평생의 친구는 있다. 이런 친구들의 전화번호는 전자수첩이나 이메일 주소록 대신 머릿속에 외우고 있다. 그러나 N세대는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일지라도 더 이상 자신의 ‘인생 세트’에 어울리지 않는다 싶으면 상당히 빨리 그들과의 관계, 교류 혹은 링크를 잊어버린다.
N세대는 관계를 기반으로 일하지만 그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 그들은 지나치게 장기간 지속되는 의식(儀式)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매주 토요일 변두리 술집에서 도산한 전 회사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일반적으로 3년을 가지 못한다. 전 직장동료들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를 저장해 두긴 하지만 자기 삶의 방향이 바뀌고 다른 지방의 도시생활이 유혹하면 그들은 즉시 떠나버린다.
네트워킹의 기반은 늦은 사춘기에 경험하게 되는 사회화이다. 이 나이에는 해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시할 수는 있는 삼촌, 고모 등과 갖는 친척들의 구속력을 동료나 친구들이 대체해준다. 대학동창, 여행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의 인연, 과거 애인 그리고 그때 알게 된 동료들, 거칠던 반항아 시절의 ‘패거리’와의 관계가 이어진다. 그런 다음 일생동안 평균 3, 4, 5년 단위로 경력을 바꿔나감으로써 N 세대의 사회적 탑은 폭발하게 된다. 직업을 바꾸고자 할 때마다 으레 N 세대의 협력부대라 할 ‘떼거리’를 남기게 마련이고 이들은 우리 전자수첩이나 아웃룩 주소록의 비트와 바이트로 저장된다.
날짜와 전화번호로 이루어진 나의 네트에는 분명 자신하건대, 언젠가는 다시 피어나게 될 기적의 꽃들이 있다. 가령 미국으로 이민간 친구들을 보면 그들에게는 벌써 6명이나 되는 자녀가 생겨나 있다(나는 늘 그 친구들을 방문하고 싶지만 6명의 아이는 어쩐지…). 언젠가 함께 와인잔을 부딪치며 진하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그러나 이제는 흘러가버린 사람들, 오히려 그 친구들보다 더 집중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그들의 어머니, 내 엑스레이 사진을 보관하고 있을 의사들(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디지털화되어 작은 칩에 저장되어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과거의 수많은 사업 파트너들과 어느 날 다시 맺어질 사업 파트너들.
네트워킹은 얼마나 넓게 퍼질 수 있을까? Sci-Fi 문학의 대가인 존 브루너는 1970년대에 발표한 작품 『충격이라는 파도를 타는 사람』에서 매달 새로운 자신을 창조해야 할 정도로 “줏대 없는” 사람들의 “마개 바꾸기 식의 라이프스타일”을 묘사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사회적 존재이기에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네트워킹은 역사적 타협이고, 지속성이나 구속력과는 대립되는 더 많은 유연성과 이동성을 동경하는 N세대가 내놓은 적절한 응답이다. 네트워킹은 ‘플렉시큐러티(flexicurity)이다.
진정한 N세대는 사생활과 직업적인 부분이 많은 경우 일치한다. 나의 주소록은 다음과 같이 특이하게 분류되어 있다. ‘체계론에 일가견이 있다’, ‘제빵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다’, ‘산업협회의 B를 알고 있다’, ‘F와 관계가 있다’ 등등. 네트워킹은 그 어떤 사회이론보다도 우리 사회와 비즈니스 세계의 변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네트워킹은 직장과 개인의 새로운 접목을 위한 토대가 된다. 또한 나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자율적 직업윤리를 위한 기초이다. 또한 네트워킹은 개인주의 시대에 있어서 사회적인 자기조직체, 즉 ‘일인주식회사’에 대한 메타포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고독에 대한 불안, 더욱이 중년의 우울한 고독 때문에 배우자를 괴롭히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다.
인생은 ‘거래(deal)이다. 점점 더 차이가 벌어지는 영역에서의 거래이다. 우리는 이 거래를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유용한 미래공식(미래의 성공=네트워킹+고집+창의성)
네트워킹의 중요한 기본 규칙은 아래와 같다.
첫째, 주는 사람이 되어라 - 네트워킹이란 ‘이타적 이기주의’를 뜻한다. 다른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고 싶다면 그를 후원해주어라.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타인의 욕구를 먼저 알고서 이를 만족시켜줘야 한다. 만약 그와 내가 같은 시장에서 만난다면 그를 후원해주는 편이 현명하다. 네트워크 상의 시장은 상호간의 이용을 목적으로 공동개발 할 수 있는 자연 농지와도 같기 때문이다.
둘째, 컨텐츠를 제공하라 - N세대의 인생은 웹에서의 인생과 같다. 웹에서는 윈-윈 상황이라는 ‘통로’가 형성된다. 나의 컨텐츠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내 사이트의 접속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나와의 링크 사이트 수도 늘어난다. 그러면 모든 이해 당사자가 얻는 이익도 동반상승하게 된다. 그리하여 “너그럽게 정보를 공유하라!”는 말이 실효성을 얻는다. 가장 중요한 ‘커넥션’이나 경영상의 기밀은 비밀에 붙여야 한다는 낡은 전제조건은 잊어버려라.
셋째, 당신의 데이터를 빔으로 쏘지 말라 - 대부분의 전자수첩에는 멋진 빔 기능이 있다. 단추만 누르면 상대편의 전자수첩으로 당신의 명함이 전달된다. 그러나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 이것은 다만, “댁의 거지같은 전화번호를 주시오. 하지만 난 그걸 어차피 사용하지 않을게요!”라는 신호이다. 견고한 네트워크를 쌓는 첫째 조건은 관계를 세심하게 선별하는 것이다.
넷째, 너무 일찍 삭제하지 말라 - 나는 골백번도 더 나의 고풍어린 아날로그적 결벽증 때문에 화를 내곤 했다. 나는 오래 사용하지 않는 것은 ‘깨끗이’ 청소하고 연락처를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건 완전히 잘못된 방법이다! 인생은 우회로이다. 잊혀진 것은 곧바로 중요한 것이 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