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된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외 (역자 : 신무영 외)
ǻ
따뜻한손
   
12000
2004�� 10��



■ 책 소개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 갈 가장 중요한아시아 국가로 일본·중국·인도를 꼽는다. 이것은 아주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저자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즉 일본의 기술, 중국의 인구와시장 잠재력, 인도의 인구와 컴퓨터 기술을 뛰어넘어 각국의 문화와 역사적 사건 등을 토대로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고 있다. 일본은 노동력 감소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겠지만 여전히 중요한 경제국으로 남을 것이고 중국은 부실금융 문제 등이 있지만 2020년에는 구매력 평가로는 미국을 제칠것으로 보고 있다. 2040년까지는 세계최대의 경제국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을 것이다. 인도는 2050년이면 중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인구국이될 것이라고 한다. 인도는 2040년이면 세계의 소프트웨어를 주무르는 국가가 된다.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이런 강대국의 뒤에서 아시아를지탱하는 중요한 국가들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1990년 중국 천안문 민주화운동을 취재하여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셰릴 우던과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공저한 2020년 아시아 경제지도이다. 저자는 아시아가 유럽보다 월등히 우월한 위치에 서있었던 과거로부터현재까지 아시아의 경제적 상황을 진단하고 그 상황의 원인을 탐구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 분석을 통해 차후 20년간 아시아의 경제적 위치가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전망하고 그러한 아시아의 변화에 대처할 방법을 설명한다.


■ 저자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셰릴 우던
니콜라스크리스토프는 1986년부터 14년간 홍콩, 베이징, 도쿄 지국장을 지낸 뉴욕타임스 최고의 아시아통이다. 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 옥스퍼드대학에서국제법을 공부한 뒤 1984년 경제부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2000년에 본사로 옮겨 편집부국장을 거쳐 현재 고정 칼럼니스트로 일하고있다.


셰릴 우던은 뉴욕 맨해튼에서 성장한 중국계 미국인 3세. 코넬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에서 일하다 뉴욕타임스로 옮겨 1987년부터 2000년까지 홍콩과 베이징.도쿄 특파원을 지냈다. 동료이자 부부 언론인으로,1990년 중국 천안문 민주화운동을 취재한 공로로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공저로 『중국 께어나다』가 있다. 


■ 차례
1부 아시아의 유령
1.마녀사냥
2. 중국어가 세계어가 못 된 이유
3. 제국의 건설
4. 일본의 복통
5. 외환위기, 아시아를뒤덮다.


2부 아시아의 재건
6. 가혹한 추진력
7. 절망의 힘
8.수치심
9. 로봇이 활보하는 땅
3부 수평선 저 편의 햇살
10. 역사의 포로들
11. 옳든 그르든 내 나라,내조국
12. 집 뒤란으로부터의 반란
13. 오염된 땅
14. 운명과의 약속




중국이 미국된다


아시아의 유령


마녀사냥
인도네시아에서는 1997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마귀로 몰려 참수형을 당하는 사례가 마을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일어나고 있었다. 이 사건은 17세기 세일럼에서 열린 마녀재판의 현대판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인도네시아에 마술이 있다면, 그것은 보통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폭도로 날뛰게 만든 경제적?사회적 연금술일 것이다. 외환위기가 초래한 절망과 사회분열로 인해 인도네시아인들은 모든 일들을 초자연적으로 해석했고, 첩보부대의 대중조작에 쉽게 넘어갔으며, 그들의 삶을 붕괴시킬 듯한 새로운 위협에 군중폭력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아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최상의 것이었다. 경제위기는 인간적 희생을 치르게는 했지만, 아시아의 산업에 짐이 되고 있던 연고주의, 보호무역주의, 정부의 규제를 청산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위기는 각국이 정치?사회?경제적 혁명을 착수하게 만들었다. 혁명은 새로운 발전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과정이었으며 경제위기는 아시아 각국에 시장과 민주주의와 법규를 훨씬 더 신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화를 강요했다. 위기는 또한 아시아 국가들이 마침내 산업혁명의 비용을 떠맡고 자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일류 금융제도를 갖추게 만들었다.


최고 경영자들은 압도적으로 미래의 수익증가를 가져올 원천으로 아시아를 꼽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추측이 옳고 향후 수십 년 동안 아시아의 몸집이 커진다 하더라도, 동아시아의 고성능 경제주체들의 향후 20년 동안의 성장률은 지난 20세기 보다 훨씬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후발 국가 사이의 격차해소에 따른 이득의 잠재력과 수익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하나는 인구문제다. 동아시아는 인구구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는 이런 이점이 사라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짐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동아시아는 노령인구와 유아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청장년들이 왕성한 노동력을 제공해왔다. 1965년에서 1990년 사이 동아시아의 노동인구는 부양 대상인 노인과 유아의 수보다 9배나 빠르게 늘어났다. 이것은 일시적으로 경제성장에 막대한 기여를 하여, 호황기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3분의 1은 베이비붐 덕택에 이루어졌다.


이러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점차 추진력이 줄어드는 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가속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며 중국의 성장률은 지금보다는 다소 둔화되겠지만 아시아의 경제 요충지로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남아시아 국가들도 경제성장의 호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대륙은 손쉽게 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향후 수십 년 이내 훨씬 발전하여, 지금 중국에 대해 놀라는 것처럼 인도의 잠재력에 감탄할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과거보다 순조롭게 풀릴 경우를 전제한 것이지만, 남아시아가 조금 더 기여를 한다면 아시아의 전체 지역경제는 서양에 비해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것이라는 추론은 일리가 있다.
 
세계어가 될 뻔한 중국어
1405년에서 1433년까지 중국의 정허란 인물은 7번에 걸쳐 세계를 향한 대장정을 떠난다. 콜럼버스의 함대보다 훨씬 우월한 함대와 항해기술로 그는 이미 전 세계를 누리고 있었다. 1750년까지만 해도 중국인의 생활수준은 유럽에 못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많다. 또한 1700년까지도 중국과 인도는 각각 오늘날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몫보다 많은 부분은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성장을 멈추고 침체의 수렁에 빠져있는 동안 유럽과 미국이 도약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이러 결과를 가져 왔는가? 우선 첫째로는 욕심이 부족했다. 중국을 지배했던 사회사조는 유교였고, 인도의 경우는 카스트제도였다. 두 나라 모두 엘리트계급은 상업을 경시했다. 그 결과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재활용하거나 재투자를 하기보다는, 금이나 토지의 형태로 묶어두는데 익숙했다.


반대로 유럽은 탐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의 항해는 대부분 상업적인 것이었으며 이익을 위함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도 욕심의 부족에서 연유한 것으로 자기만족, 내부지향성, 과거의 사상 및 방법에 대한 맹종, 권위에 대한 존경심, 새로운 사조에 대한 의심과 관계가 깊다. 중국의 엘리트들은 중화사상에 빠져 이방의 야만인들에게는 아무 것도 배울 것이 없다고 믿었다. 인도와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비해 포르투갈은 완전히 외부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부를 차지하기 위해 대양으로 나갔다.  마지막 이유는 아시아가 유럽에 비해 통일국가를 이루어내는 데 성공한 것에 있다. 통제를 주장하면서 항해를 금지시킴으로써 모든 중국인들을 하나의 운명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동양의 영속적 발전을 방해한 이유였다면, 오늘날 아시아는 지난 수백 년간 발목을 잡고 있던 요인들을 잘라내버렸다. 그에 비해 미국은 제국주의적 과잉팽창과 제국주의적 과소팽창 사이에서 진퇴유곡의 상태다. 오만과 종교적 우월주의, 외국어와 외래문화에 대한 무관심, 자아몰두와 같이 중국과 인도를 추락시킨 징조들도 나타나고 있다. 선박과 항해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국가적 의지가 부족해서 중간에 멈춰버린 아시아의 대양진출의 한계점 말이다. 앞으로 2, 3년 또는 1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정허의 정신이 결국 동양에서 되살아날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일본의 복통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 양면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단연 최대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전체 아시아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것은 아시아의 선두이면서 지역경제의 역할모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이윤 위주의 시장경제에 있어서는 최선의 모델이 아니다. 일본의 경제구조와 이보다 더욱 중요한 가족주의, 평등주의에 대한 일본인의 심리는 1980년대 일본이 보여준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경영자들에 의한 회사 공금유용은 일본 발전모델의 특징이었다. 이러한 모델은 19세기말 근대화를 향한 혼란 속의 질주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라기보다는 성공적인 공산국가를 이룬 나라로 묘사될 수 있다. 주주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권력은 관료제도 아래에서 자본을 통제하는 공무원, 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본을 사용하는 기업인들에게 넘어갔다. 주주에 대한 무관심은 기업이윤이나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보다는, 회사의 덩치를 불리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풍조를 낳았다. 수익성보다는 기업규모를 중시하고 주주의 이익을 망각하는 스타일이었다. 엄청난 비용, 경쟁의 기피, 효율성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공산주의 심리였다.


어떤 의미에서 일본은 시장경제를 운용하기에는 너무 진화한 예의바른 사회다. 초미의 관심사는 가격이나 생산단가가 아니고 기리(義理)‘와 ’닌조(人情)라는 일본인의 전형적인 윤리의식이다. 또한 상호 관계는 아직도 명예와 전통이라는 고루한 관념에 뿌리를 박고 있다. 일본은 늘 의리와 인정에 이끌려 약한 것들을 퇴출시키지 못했는데,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의리와 인정의 경제가 드디어 무너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랜 불황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경제위기가 맞은 결과다.


외환위기, 아시아를 뒤덮다
1997년 7월 2일. 변동환율제로 바뀐 타일랜드 바트화의 가치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평가절하로 인해 바트화가 실질가치를 반영하게 될 것이고, 이는 타일랜드 경제가 안고 있던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저명한 전문가들은 그리 크게 확신을 갖지는 않았다. 그 뒤 몇 달간 바트화의 평가절하 여파는 아시아 전역을 강타한다. 그리고 급기야 IMF사태로 불리는 아시아 외환위기로 번지게 된다. 이런 사태를 받은 한 가지 이유는 아시아 국가의 행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너무 늦을 때까지 문제를 방치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그들 스스로 사태가 더 악화되도록 만들기도 했다. 일본 정부 관료들이 경제위기 직후 즉각적으로 대규모 융자를 풀어 타일랜드를 구출하려 했지만 워싱턴의 고집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이러한 미국 재무부는 경제위기가 얼마나 많은 나라들을 강타하고, 경제적 고통은 또 얼마나 심각할 것인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는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며 물가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아시아와 같이 러시아와 브라질도 경제구조에 약점이 있었으며, 아시아에서 놀란 투자자들이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이내 돈을 빼내갔기 때문이다. 전통세계에서 현대세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놓여있는 아시아의 현실도 경제문제를 촉발한 또 하나의 원인이다. 아시아는 주식시장은 현대적으로 발전시켰지만, 금융업무는 현대적인 기준에 미흡했다. 어쨌든 경제위기는 아시아에 3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첫째는 국제경제 시스템이 더 커지고 효율성이 증대됨에 따라 조그만 충격에도 오히려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위기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경제 시스템에 합류하는데 따르는 위험요인들을 경험하기 되었다. 둘째는 위기를 통해 아시아는 자유시장을 건설하고 법과 규칙이 통하는 경제 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은행감독과 현대적인 회계제도 그리고 엄격한 회계보고 의무와 같은 적절한 규제를 위한 하부구조를 세울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셋째는 겸손이라는 유익한 교훈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부상할 수도 있지만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위기를 통해 증명됐다.



아시아의 재건


가혹한 추진력
아시아인들이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원이 되어 만든 것은 그들의 머리가 아니라 추진력이다. 그들은 오랜 동안 해무리보다 폭풍우를 몰고 오는 구름을 먼저 주시해왔으며,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인용한다면, 아시아 사회에는 그야말로 근면한 개미가 엄청나게 많다. 실생활의 모든 면에서 드러나는 무자비한 추진력과 융통성은 아시아가 가진 경쟁력 우위의 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아시아는 실용주의의 사원이다. 개인적 권리, 성스런 원칙 등에 우선순위를 두는데 반해 아시아는 대체적으로 고통스런 해법을 받아들이는 전통이 있다. 복지는 거의 시행되지 않고, 삶은 위험한 줄타기 곡예다. 기댈 만한 복지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먹고 살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반면, 정부 복지예산의 부족은 두 가지의 또 다른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경상수지 균형을 유지하고, 일반적으로 낮은 세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첫째이며, 정부가 구호해주리라는 희망이 부족한 결과 높은 저축률을 낳은 것이 둘째이다.


아시아의 생산성은 교육이라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 인해 높아진 측면이 크다. 공부에 억눌려 어린 시절은 보낸 것이 경제적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가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에서 교육적 자기수양의 오랜 전통과 희생과 금욕을 강조하는 유교 역사가 토양이 됐을 것이다. 서구인들보다 아시아인들이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성공적인 탈공업화 경제 반열에 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를 보거나 창의적인 분야에서도 번영을 누리는 아시아인들. 영어의 문제점도 있지만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어쨌든 이러한 요소들을 살펴보면 1950년 무렵 시작된 아시아의 부흥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최종결론이다.


절망의 힘
아시아의 구조조정은 불완전하지만 3중 효과를 낳았다. 정치적 측면에서 민주적인 정부와 활력이 넘치는 뉴스미디어를 육성했고, 경제면에서는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하고 외국인들에 대한 개방을 촉진하였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연고 자본주의"라 불리는 폐쇄적 시스템을 통해 국가를 경영해왔던 엘리트들 사이의 연계를 약화시켰다. 또 하나의 효과를 들자면 독창력, 창의성과 화이트칼라가 만드는 재기의 샌드위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혼란과 붕괴의 시대에도 아시아 경제는 유별나게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싹트고 있다. 인터넷과 같은 현대적인 현상들이 아시아를 휩쓸고 있어, 각국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현기증 나고 때로는 애타게 하는 현대성이라는 압력을 수용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아시아의 지도자들 앞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은 아시아 경제위기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정치적 의지를 강화하고 개혁과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아시아 구조조정은 방향은 정해졌지만 진화과정은 느리고 불안정하다. 아직도 일부 나이 많은 기업총수들이 운전석에 그대로 앉아 있고, 과거의 실수도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다. 구시대적 혼란은 쉽게 청산되자 않은 채 연고와 청탁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도 여전하다.


로봇이 활보하는 땅
아시아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리를 제대로 잡게 된 이유는 수학과 과학이 미국보다 훨씬 일찍 실생활 속에 침투됐기 때문이다. 서구를 따라잡는 노력의 일환으로 아시아 학교들은 제조업의 기초를 세우는데 필수적인 기술자와 과학자들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수학과 과학을 강조함으로써 최근 수십 년 간의 경제개발 계획을 앞당겼다. 첨단기술은 빠른 속도로 부에 이르는 만능열쇠가 돼가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우려가 되는 면도 있지만, 아시아인들은 열정을 가지고 첨단기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PC붐을 놓쳤다. 인터넷의 사용 및 전자상거래 등의 사업에도 뒤늦게 합류하였다. 교육자들은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일을 훌륭하게 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전통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어 컴퓨터 기술을 가르치는 데는 더뎠다. 아시아 기술은 돈이 될 것인가 하는 재정적인 판단과 별로 연관이 없다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능률적이어서가 아니라 모양이 깔끔하고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는 이유로 개발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한 국가가 기술적 성공을 보장하는 기본적 요건 - 창의적 발명가들, 대단한 교육을 받은 과학자들, 부지런한 노동자들, 엄청난 자금 - 을 갖추고도 실패할 수 있는 것이 과학기술 분야다. 일본과 한국 같은 나라에서 가장 현명한 출세 방법은 아직도 사업에 뛰어들어 그것을 활성화시키기보다는 정부 부처에 들어가서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명문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장애물이 높기만 하고 문화적 장벽 역시 크다. 이런 면에서 아시아 경제위기가 남긴 유산 가운데 하나는 국외자들에게 문호를 더 활짝 개방하게 됐다는 점이다. 안전한 회사의 사다리에 오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첨단 기술 회사를 창업하는 위험을 떠 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도 길이 열렸다.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경제 회생에 걸맞은 체제를 어떻게 창출 할 것인가를 놓고 엄청난 자기반성과 국가적 차원의 내적 성찰을 이끌어냈다. 신기술을 고양하고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천년 전 아시아는 위대한 기술을 수유했지만 상업화할 기회를 놓쳤다. 마침내 또 하나의 기회가 오고 있다.



수평선 저 편의 햇살


옳든 그르든 내 나라, 내 조국
아시아인들이 20세기의 위대한 승리 - 식민지배로부터의 독립 - 의 원천으로 민족주의를 꼽는 데 반해, 나는 그것을 지난 세기 아시아가 겪은 가장 커다란 재앙의 원인으로 본다. 민족주의는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의 기간을 위해서도 아시아에 가장 큰 위험을 잉태하고 있는 불안요소다. 현존하는 군사적 갈등과,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자원을 군사비로 전용하도록 강요하는 잠재적 위험성도 모두 민족주의에서 유래한다. 주변국을 궁핍하게 만들어 결국 자신마저 피해를 입고 마는 경제적 민족주의의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서양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민족주의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일본의 민족주의는 지속적인 재무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명목상으로는 평화헌법을 고수하고 군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이 서서히 주변 국가들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강력한 지역 맹주로 변신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걱정되는 사안은 아니다. 정말로 일본의 민족주의가 위험한 것은 그것이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민족주의는 또 다른 측면에서 영토분쟁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데, 그렇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아시아는 수입증대와 교육 그리고 도시화라는 측면에서, 2차례에 걸쳐 세계대전을 일으킨 원인인 민족주의와 적대감을 자극하던 1세기 전의 유럽을 닮아가고 있다. 동일한 힘이 유사한 방식으로 아시아를 변화시키고 있다. 위험성은 유럽의 과거 모습이 아시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21세기 아시아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가 민족주의라는 논거다.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가진 곳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위험지역이기도 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오염된 땅
아시아 전체가 오염으로 죽어가고 있다. 전 대륙이 환경의 악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빠른 산업화가 인류 역사상 가장 극심한 수질과 대기 오염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환경파괴는 한 마디로 아시아의 경제구조에서 기인한 근원적 결함 때문이다. 눈부신 경제성장률을  좇다보니 환경파괴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는 오염이 아시아의 성장과 평균수명에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더 나아가 세계 다른 나라들에게까지 계속 문제를 야기하게 됐다. 아시아는 땅과 물과 공기를 심하게 훼손시켜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환경파괴를 시급히 중간하지 않으면 미래의 경제전망은 무의미하다. 이런 모든 폐해들은 아시아가 이루어놓은 경제적 토대를 전복시키고 있다. 이것이 자연이 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된 우려는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아시아가 필요로 할 자원이다. 곡물과 기름 부족은 필연적이 될 것이다. 식량안보는 이제 막 새로 시작하는 시대를 특징짓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은 자명하다.


아시아 최악의 오염문제는 공기다. 가솔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납을 첨가한 것은 20세기 과학의 가장 크나큰 실수였다. 오염으로 생기는 병은 가난의 산물이다. 강물을 오염시켜 병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직원들과 비료를 사용하는 농부들의 수입을 올려줌으로써 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그 공장이다. 가난이 극심한 오염의 한 이유라면, 또 다른 이유는 인구의 과밀화와 도시화다. 도시로 인구가 급격히 몰리는 것은 아시아가 안고 있는 역설을 강조하는 현상이다. 아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오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난과 인구집중을 차치하고, 오염으로 인한 막대한 인명피해를 부르는 세 번째 이유는 무지다. 오염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염이 자신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운명과의 약속
아시아가 가지각색의 방식으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세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미국을 점차적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 아직도 경제에 있어서는 일본이 단연 월등하지만, 중국이 추격의 발판을 굳히고 있고 인도가 그 뒤를 쫓고 있다. 21세기를 지나며 아시아 전체가 정치, 경제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일본 : 세계를 놀라게 하며 국제무대의 눈부신 샛별로 떠올랐다. 2차대전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호황 역시 눈부셨다. 그러나 외경심을 불러일으켰던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세계 여러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시금 상당히 후퇴하는 처지로 비치고 있다. 일본의 전성기는 지난 세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21세기 중반의 일본은 20세기 중반의 영국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일본은 여전히 몇몇 세계 굴지의 회사들을 소유한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고, 아시아의 주도적 경제국가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일본은 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게 되고, 아마도 핵무기에 눈을 돌려 군사적 입지를 강화할지도 모른다. 일본이 장기 경제전망을 밝게 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해결책의 하나는 외국인의 이민을 엄청나게 늘리는 것이다. 둘째로는 자본과 노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이다.


? 중국 : 중국이 안고 있는 경제적 취약성은 국책은행과 국영기업들 간의 상호관계와 비효율성과 연관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가면서도 끊임없이 손해를 보는 국영기업들이다. 경제적 취약성 중 또 하나는 일부 중국 회사들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리거나 투자해서 과잉설비와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취약성은 정치적 약점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정부가 한 걸음 더 민주적인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깊은 수렁을 건너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런 모든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금융기관은 파산에 이를 수도 있지만,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릴 수도 있다. 국영기업들은 뒤죽박죽이지만 전체 경제생산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줄어들고, 경제운영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5세기 동안 상실했던 중대한 심리적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이윤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융통성과 호기심을 가지고 외국기술을 잘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발전시킨다. 중국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중국이 발전과 번영을 지속하여 민주적인 체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인도 : 20세기의 비극 중 하나는 인도대륙의 부패다. 경제자유화의 결과 인도는 세계에서 확고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나 국내총생산은 늘어날 것이고, 출생률이 중국보다 높기 때문에 2050년이 되면 중국을 따라잡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이다. 오늘날 인도의 문화적 가치는 주로 영국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문학과 영화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더 큰 시장에서도 꾸준히 각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인도는 도박의 성향을 띄고 있지만 인도의 경제궤도는 이런 심리상태가 어떻게 변하는가, 얼마나 빨리 카스트간의 평등과 사회적 유동성을 만들어내는가, 정치적, 경제적 안정성을 어마나 잘 유지하는가, 얼마나 빨리 완전한 시장경제를 구축하는가, 부패를 어떻게 척결하고, 외국으로 유출되는 인도의 에너지와 지식과 저축을 노련하게 막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 한국 : 중국, 인도, 일본의 3두체제가 21세기의 아시아를 지배하겠지만, 다른 주역들도 맹활약할 것이다. 현재보다 월등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이런 선두 중강국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그런 단계에 이르면 북한은 이미 붕괴돼 한반도는 통일국가로 국제 무대에 대두하고,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갖추고 가장 근면한 국민을 가진 나라로 등장할 것이다.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통일이나 구조조정에서 오는 심리적 타격이 아니다.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가 더 문제다. 다 같이 격렬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면서도 진정한 애국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만약 한국이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파벌주의의 원인이 되는 약자 학대를 멈추고 세계를 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