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비즈니스 트렌드 코리아

   
권기대
ǻ
베가북스
   
22000
2023년 10월



■ 책 소개


미리 전망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결국 성과와 수익의 차이다

작년과 올해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을 겪은 우리 경제의 다양한 섹터들. 산업마다 기업마다 치열한 전략과 경쟁력 싸움으로 얼룩지고 뒤틀린 경제 지형도. 돌아온 인플레이션, 이어진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의 연장, 글로벌 공급망 재편, 요동치는 국제유가,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 등등 매크로웨이브 요소들은 2024년의 대한민국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개인과 기업의 비즈니스와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저자 권기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모건은행에서 비즈니스 커리어를 시작해 1980년부터 뉴욕 월스트리트 본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금융업계를 떠나 호주, 인도네시아, 프랑스, 독일, 홍콩 등지에서 원자재-제조-무역-영화 산업에 종사하며 경제 활동 일선에서 치열하게 뛰었다. 홍콩에서는 영화 평론과 배급을 하며 문화 콘텐트 교류사업을 벌였으며, 2005년 영구 귀국한 뒤로 출판사 ㈜베가북스를 이끌며 저술과 번역에 매진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을 ‘매크로웨이브 탐구자’로 소개한다. 주요 저서로 『챗GPT 혁명』(2023), 『트렌드 경제용어 2023』(2022), 『명쾌하고 야무진 최신 경제용어 해설』(2021) 등이 있으며, 50여 종의 영어, 독어, 프랑스어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영미권 도서로는 『덩샤오핑 평전』,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화이트 타이거』, 『부와 빈곤의 역사』, 『우주 전쟁』, 『살아있는 신』, 『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등을, 독어권 도서로는 『돈 후안』, 『쇼펜하우어 이기는 대화법 38』, 『신비주의자가 신발끈을 묶는 방법』 등을, 프랑스어 도서로는 『샬로테』, 『코리동』, 『어바웃 타임』 등을 번역해 펴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 2024년 우리 경제, 매크로웨이브 전망

Part One : Macrowave Factors 매크로웨이브 요소들
제1장 /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 벗어나기
[1] 멈춰 선 트로이카 [2]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 경제는?
[3] 중국 의존증 벗어나기 [4] 인도-태평양 지역
[5] 인도가 떠오른다 [6] 다시 중동 붐이 오나
[7] ‘기회의 땅’ 폴란드

제2장 / 커피도 사치가 되는 인플레이션
[1] 저물가 시대의 종말 [2] 고물가가 뉴 노멀이 되는 이유

제3장 / 고금리가 ‘노멀’인 신세계
[1]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 [2] 저금리 시대 다신 안 온다

제4장 / 원화는 정말 ‘동네북’인가
[1] ‘강달러’ 기대하기 어려워 [2] 슬기로운 달러 투자
[3] 엔화, 어쩌면 가장 불확실

제5장 / 저출산에 고령화까지
[1] 한국은 정말 소멸하는가? [2] ‘늙어가는’ 한국이 더 문제다

제6장 / 빚이 너무 많은 나라
[1] 달갑지 않은 세계 1위 [2] 버는 족족 빚 갚기 바쁘다
[3] 나랏빚도 위태롭긴 마찬가지

제7장 / 한국의 가장 고약한 고질병, 규제

Part Two : On Semiconductor K-반도체
제1장 /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1] 전반적인 업황 변화 [2] 삼성전자 이야기
[3] 하이닉스 이야기 [4] 치열한 AI 반도체 기선 잡기
[5] 어찌할꼬, 차량용 반도체 185조 시장 [6] 2024년 한국 반도체가 위험하다

Part Three : On Secondary Cell Batteries K-배터리
제1장 / 세계 전기차의 절반은 K-배터리로 달린다
[1] 반도체 능가하는 효자 될까?

제2장 / 배터리의 종류와 K-배터리 삼총사
[1] 전기차 배터리의 종류 [2] 꿈의 전고체 배터리
[3] LG엔솔이라 불리는 기업 [4] 차세대 배터리는 내게 맡겨
[5] 하이니켈 배터리의 선두주자

제3장 / K-배터리 소재
[1] 양극재 [2] 음극재
[3] 전해질(전해액) [4] 분리막

제4장 / 원료까지 장악하라
[1] 리튬 [2] 니켈
[3] 구리,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제6장 / 쓰고 남은 폐배터리는 어떡하나?

Part Four : On Bio and Healthcare K-바이오
제1장 /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1] 바이오 초격차 [2] 미국도 중남미도 직접 팔겠습니다
[3] K-바이오의 아킬레스건

제2장 /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급성장 예약

제3장 / 바이오-헬스케어에 스며드는 AI 서비스
[1]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호평 [2] AI로 정확도 높인 영상 판독

제4장 / 비만증에 걸린 ‘비만 치료제’ 시장
[1] 비만의 개념부터 [2] 2024년 비만 치료제 신드롬?

제5장 / 치매, 고치기는 어려워도 늦출 수는 있다

Part Five : On Defense Industry K-방산
제1장 /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세계 4강의 꿈
[1] 이스라엘도 제쳤다 [2] K-방산의 경쟁력
[3] 폴란드 수출로 봇물이 터지다

제2장 / K-방산 경쟁력의 마지막 퍼즐
[1] 무인기의 심장을 개발하라 [2] 고부가가치의 차세대 무기
[3] 다음 수출 주역은 군함? [4] 육·해·공 가리지 않는 ‘K-방산 두뇌’

제3장 / 인정하자, K-방산의 길은 멀다
[1] 인공위성-극초음속-미사일 방어 [2] 갈 길 먼 엔진 기술
[3] 방산 경쟁력의 요체, RAM-C

Part Six : On Automobiles and Mobility K-모빌리티
제1장 / 꾸준한 전진, 자동차 산업
[1] 현대차, 약진

제2장 / 전기차 판매 예보 ‘흐림’
[1] 전기차 판매, 왜 저조할까? [2] 중국 전기차의 빵빵해진 근육

제3장 / 전기차 시장 패권, ‘충전’에 달렸다?
[1] 충전기가 아니라 데이터 컬렉터입니다 [2] 절대 놓칠 수 없는 충전기 시장

제4장 / 스마트폰을 넘보는 자동차 ‘전장’
[1] 이제 자동차는 소프트웨어다 [2] 차량용 디스플레이 OLED로 대전환
[3] ‘K-전?차연합’ 뜬다

제5장 / 모빌리티의 퍼스트 무버
[1] 하드웨어를 넘어 운전자의 삶으로 [2] 2024년 서울에 드론 택시 뜰까

Part Seven : On Artificial Intelligence Industry 인공지능 산업
제1장 / 챗GPT 이후 1년
[1] 토종 초거대 언어모델 경쟁 [2]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AI

제2장 / AI 생태계 구축하는 국내 기업들
[1] 네이버와 카카오 [2] LG와 삼성
[3] 통신사들의 비통신 사업

제3장 / 다양해지는 AI 서비스
[1] 범용 서비스는 거인들에게 양보하지요 [2] 약진하는 의료 AI 기업
[3] AI가 바꾸는 광고판 [4] 패션계의 맞춤형 AI

Part Eight : On Construction & Properties K-건설
제1장 / 마침내 기지개 켜는 건설업
[1] 다시 꿈틀대는 중동 붐 [2] 66조 원 우크라이나 재건 시동

제2장 / 시공만 하는 게 아닙니다
[1]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 [2] 건설의 꽃, 엔지니어링
[3] ‘노가다’ 아니고 ‘콘테크’ [4] 모듈러 주택
[5] K-전선이라 불러도 될까 [6] 돈 되는 ‘물 산업’

제3장 / 부동산 시장, 언제 반전할까

Part Nine : On Shipbuilding Industry K-조선
제1장 / 이어지는 ‘잭팟’ 수주
[1] 쌓인 일감만도 4년치 [2] 이제 타깃은 고부가가치 선박
[3] 한국 주도의 LPG 추진선 기준이 곧 국제기준

Part Ten : On Nuclear Energy K-원전
제1장 / 원전 생태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라
[1] 이제 원자력은 친환경 에너지 [2] 우리에게 유리한 CF100

제2장 / 베일 벗은 SMR
[1] SMR이 무엇이기에? [2] 사고 위험 10억 년에 한 번
[3] 물밑 전쟁 와중의 SMR 수출 [4] 국내에도 들어서는 SMR
[5] ‘SMR 발전선’도 만든다

Part Eleven : On Eco-Friendly Energy 친환경 에너지
제1장 / 그린 수소와 수소 에너지
[1] 진화하는 수소 에너지 프로젝트 [2] 온 세계가 찾는 두산 수소연료전지
[3] 하이브리드 가스

제2장 / 탄소를 붙잡아 묻거나 활용하기
[1] 주목받는 CCUS 비즈니스 [2] 한반도에 맹그로브가?

제3장 / 정답은 태양광 에너지
[1] 다 해봤지만 그래도 역시 태양광 [2]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굳건한 1위

Part Twelve : On Agriculture and Fishery K-푸드
제1장 / 스마트 팜과 농산물
[1] 사막에도 한국형 스마트 팜 [2] 품종 개발에 목숨 걸다
[3] 아프리카의 ‘쌀 나라’를 구한 통일벼

제2장 / K-푸드 수출의 선봉장
[1] 농수산물 수출 1등? 뜻밖이네! [2] K-라면, 비관세장벽 뚫고 진격
[3] K-블루 푸드의 기반을 구축하라

Part Thirteen : On Sectors with Gloomy Prospect 전망 흐린 산업 분야들
제1장 / 더디고 답답하기만 한 리오프닝
[1]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경기 [2] 리오프닝 특수는 물 건너갔나

제2장 / 불황으로 달라진 소비 심리
[1] 젊은 명품족 실종, ‘올 것이 왔다’ [2] 부진하기는 편의점도 마찬가지
[3] TV홈쇼핑, 겹치는 악재 [4] ‘리퀴드’ 소비

제3장 / 후회막심
[1] e커머스는 ‘반성 중’ [2] K-뷰티도 ‘반성 중’
[3] “팬데믹이 끝나니 죽을 맛입니다.”

제4장 / 왕년의 게임 왕국, 이젠 게임 오버?
[1] 성공 신화에 갇혀버렸나? [2] 아뿔싸, 트렌드를 놓쳐버렸다
[3] 중국? 예전의 중국이 아님! [4] 메타버스 두드리는 게임사

제5장 / 돌파구가 안 보이는 금융업
[1] 이제 금융거래의 절반이 온라인 [2] 2024년은 ST를 만나는 해?
[3] ‘간편결제’ 대전, 자웅을 겨뤄보자 [4] PF라는 이름의 검은 구름

 




2024 비즈니스 트렌드 코리아


* 권기대 저자가 직접 요약한 콘텐츠입니다.


매크로웨이브는 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거시적 파동이다.

매크로웨이브는 경제 현장과 경제 외적인 영역에서 모두 일어난다.

매크로웨이브는 결과보다 과정에 혹은 원인에 초점을 맞춘다.

매크로웨이브는 투자를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에 충격을 준다.

매크로웨이브는 실제 이익의 극대화에 직-간접적으로 공헌한다.


[1] 매크로웨이브 요소들


중국; 멈춰 선 트로이카

중국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수요 부진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완화하고 재정을 풀며 소비 진작에 나서도, 중국인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사상 최고 청년 실업률(20.8%)에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진 데다, 경제를 떠받치던 부동산 경기마저 악화해 여유가 없다.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 상승을 코앞에 두었고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9개월째 마이너스다. 온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혈투 중인데, 중국만 ‘디플레이션 수렁’에 걱정이 태산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글로벌 트렌드와 거꾸로 가고 있어,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웅장했던 투자-소비-수출의 트로이카(삼두마차)가 멈춘 것이다.


대안은 없는가? 탈중국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본국으로 제조를 되돌리는 ‘리쇼어링’이다. 주로 미국 기업들이 채택하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여타 지역에서 대체 투자지를 찾는 방법이다. 특히 아시아 역내 중국의 대체지를 가리키는 ‘알타시아(Altasia)’ 찾기가 활발하다. 대체라는 뜻의 ‘alternative’에 ‘아시아’를 합친 용어로 이코노미스트지가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그런데 최근 한·미·일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3국의 주요 협력 무대로 떠오른 인도-태평양 지역을 알타시아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커피도 사치가 되는 인플레이션: 저물가 시대의 종말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어딜 가겠는가. 팬데믹이 시작되고 미친 듯 유동성이 풀렸다가, 감염병이 잡히는가 싶더니 전쟁이 터지고 기후변화가 재앙을 부르자, 느닷없이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 1980년대 전후 퇴치했다고 여겼던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났다. 세계 각국은 패닉에 빠졌다. 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죄고, 사람들의 안일했던 확신은 다시 뿌리째 흔들렸다. 여기저기 경제가 휘청였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개탄하는 ‘반성문’을 썼다. 세계적으로 물가가 뛰는 이유를 다 꼽자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저금리 시대 다신 안 온다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경험했던 0%대의 초저금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경제학자들이 제시하는 이유는 ‘중립금리’가 높아졌고, 그래서 앞으로는 고금리가 ‘노멀’이 된다는 얘기다. 그럼, 중립금리는 왜 올랐는가? 고물가와 정부의 IRA 등 첨단산업 투자지출 확대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지금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인 2%로 진정되더라도 금리는 3년 전의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는 중립금리에 달려 있다.


강달러 시대 언제까지

2024년에도 원화는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할까?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원화는 왜 유독 대외 변수에 취약할까? 요컨대, 우선 궁금한 것은 ‘왜 원화만 약해빠졌을까’다.

1)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수지 적자도 278억 달러에 이르렀다. 2023년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에는 한국 시장과 원화가 여전히 ‘위험 자산’으로 인식된다.

2) 역대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 차도 환율 상승을 압박한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부담과 경기 침체가 무서워 금리 인상에 나서기 힘들다.

3)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미국에서 자본이 유출돼야 정상일 테지만, 우습게도 달러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원화는 달러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4) 최근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 위험 및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불거지자,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고 이 여파로 원화도 약세를 보였다. 뭔가 위험을 회피할 필요성만 생기면 원화는 여지없이 취약성을 드러낸다.


한국은 정말 소멸하는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저출산-고령화’라고 말하겠다. ‘장기적’이라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먼 장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0년 5,183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한국 인구는 기본 시나리오 기준 2041년, 최악 시나리오 기준으론 2031년(불과 8년 후)에 5,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다. 2022년 0.78명을 기록한 출산율은 이미 세계 꼴찌 수준이다.


‘늙어가는’ 한국이 더 문제다; 그냥 두면 ‘정크 등급’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국가신용등급을 매길 때 ‘인구 고령화’를 예전처럼 중장기적인 고려사항 정도로 간주하지 않고, 이젠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고령화 때문에 정부의 연금 및 의료비 관련 부담과 부채상환 비용이 급격히 늘고 공공부문 재정도 빠르게 고갈된다는 이유에서다. 국가 채무를 지금처럼 유지하려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소, 아니면 재정 개혁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2022년부터 본격화된 세계적 긴축 추세가 저출산 고령화 국가의 신용 위기에 불을 붙였다.


한술 더 떠 ‘시니어 보릿고개’ 늙어도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OECD에서 가장 심각하다. 늙어서도 고달프게 일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 65세 이상 고용률도 35%로 OECD 중 최고다. 그렇다, 우리나라 고령자는 대개 가난한 저임금 근로자로 삶의 황혼기를 보낸다.


가계부채 증가의 경제적 의미는?

통화 당국도 가계 빚 증가세에 걱정이 늘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2022년 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105%다. 이 비율을 80% 수준으로 차근차근 낮추는 게 한국은행의 목표다. 물론 당장은 ‘부채 폭탄’이 터지지는 않을 테다. 그러나 GDP보다 가계부채가 많은 상태가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가계부채가 늘면 우선 소비가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자원 배분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자산 불평등이 확대되고 대출 부실로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떨어진다. 경기의 위축으로 이어지기가 십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약해빠지게 만든다.


[2] 2024년 주요 산업 기상도


** K-반도체

전반적인 업황 생성 AI 확산에 따른 고용량 D램 수요 확대,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 감산과 공급과잉 해소로 사실 최악 국면을 벗어나는 모양새였다. 메모리 부문 재고자산평가손실도 많이 줄어들면서 바닥을 찍고 개선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DDR5, HBM 등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낙관의 근거가 되었다. 전통적 서버 수요는 부진해도 AI 서버의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늘며, 메모리 중 DDR5 출하량 비중도 크게 늘었다.


‘초격차’가 사라졌다는 위기감 초격차라는 표현은 늘 삼성 반도체를 떠올리게 한다. 그랬던 삼성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걱정이 최근에 여기저기서 표출된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 독보적 1위를 30년 동안 차지해왔으나, 최근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는 거의 없다는 평가다. 챗GPT 이후 수요가 폭발한 HBM, 서버용 DDR5 모두 냉정히 말해서 1위는 SK하이닉스다.


치열한 AI 반도체 기선 잡기 국내 반도체 업체 거의 모두가 AI 반도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AI 산업 자체가 고속 성장하고 있어서 AI 반도체 전반이 덩달아 크는 데다, AI 서버에는 초고속-고용량 반도체가 필요해 수익성도 아주 좋다.... 첨단 메모리여서 가격도 일반 D램의 6배다. 그런 황홀한 부가가치를 보고 기업들이 HBM에 뛰어드는 것이다. 과거에 메모리 산업이 도약한 것은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 등 굵직한 호재가 있을 때였다. 그럼, 다음 호재는 뭘까? 아마도 AI 반도체 확산, 아닐까.

○ 3년 전 창업한 리벨리온은 세계 최고 권위의 AI 반도체 성능 시합에 참가해, 언어처리와 이미지 분석 영역에서 2배~3배 뛰어난 성능을 과시하며 엔비디아와 퀄컴을 앞섰다.

○ 딥엑스는 ‘에지용 AI 반도체’ 전문 스타트업. 카메라 모듈용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고, 객체-얼굴-음성의 인식 등 AI 알고리즘 연산 처리를 지원하는 AI 반도체도 곧 내놓는다.

○ 사피온은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개발해서 유명해졌다. 국내 최초로 챗GPT 원천기술 '트랜스포머' 모델을 구현했다. 지능형 영상 인식-분석-추출에 주력하고 있다.

○ AI 반도체 시장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아성을 깨겠다는 스타트업은 한둘이 아니다. GPU의 연산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모레도 그중 하나다.


어찌할꼬, 차량용 반도체 185조 시장 차량용 반도체는 미래 자동차의 두뇌다.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같은 기능을 탑재한 미래 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기 위한 기반이다. 어떤 반도체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차량의 성능과 특징이 결정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퀄컴, 인텔까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해 격전을 벌이는 까닭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에 200개~300개의 반도체가 장착된다면, 자율주행차에는 1,000개~2,000개씩 들어간다. 2030년 즈음엔 차량용 반도체가 서버-모바일과 함께 3대 반도체 수요처로 자리 잡을 것 같다.


2024년 한국 반도체가 위험하다 일본 반도체를 ‘녹다운’시켰던 미국이 일본 반도체를 되살리고 있다. 미-중 갈등이 날카로워지며 일본의 지정학적 가치가 엄청난 강점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그 평가를 기반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일본에 쏠리면서 일본 장비 업체들이 고스란히 혜택을 누리고 있다.... 어쨌거나 미국과 일본은 마치 반도체 부활을 위한 10년짜리 로드맵을 짜놓은 듯, 손발을 척척 맞추어 일사천리로 나아가고 있다....2024년 우리 반도체 산업, 살얼음을 걷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 K-배터리


“한국의 배터리 수출은 2030년까지 해마다 평균 33%씩 증가할 것이다.” 2023년 5월 골드만삭스도 그렇게 전망했다. 우리 기업의 미국-유럽 내 생산능력이 늘어나고,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가 유지되며, 미국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는 점을 급성장의 이유로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배터리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산업으로 봐도 좋다. 우리가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해온 결과다. 게다가 한국의 배터리 경쟁력은 소재, 배터리(셀),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확산해 있다.


원통형 배터리 (Cylindrical Cell) 테슬라 4680의 공급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양산 속도전을 뜨겁게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청주시에 테슬라에 납품하는 4680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미국 애리조나에도 4조2,000억 원을 들여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파우치형 배터리 (Pouch Cell) 외관이 단단하지 않아 다양한 크기-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고, 구부리거나 접을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생산 속도가 빠르고 유지-보수도 쉬운 편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각형 배터리 (Prismatic Cell) 각형 셀은 납작한 금속 캔에 넣은 배터리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파우치형(20%)과 원통형(14%)보다 시장점유율(65%)이 훨씬 높다.

'꿈의 전고체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까지 담당해 전해질과 분리막의 구분이 사라진다. 지금 대중화되어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 적은 용량으로도 주행거리 1,000㎞ 이상을 구현할 수 있고 2)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3) 다소 충격이 가해져도 화재 위험성이 낮은 데다 4) 수명도 더 길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전구체⇨양극재⇨배터리’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기차 배터리인 2차전지는, 쉽게 말해서, 충전할 수 있는 전지다. 배터리가 충전될 땐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한다. 반대로 방전될 때, 즉, 배터리를 사용할 때는 리튬이온이 다시 양극으로 돌아가며 외부 회로를 통해 낮은 전류를 흐르게 한다. 배터리 셀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4대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그리고 분리막이다. 그중 40%~5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이며 가장 비싼 소재다. 그리고 다시 양극재를 만드는 핵심 소재는 ‘전구체’인데, 이 전구체가 양극재 제조비의 약 60%를 차지한다.


폐배터리의 재사용 혹은 재활용 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은 어떻게 다를까? 재사용은 수명이 남은 폐배터리를 진단-선별한 다음 재가공해서 새로운 전기차에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재활용은 폐배터리를 모두 분해하고 용해해서 니켈, 리튬 등 다양한 원재료를 뽑아내서 이를 다시 새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다시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진단된 폐배터리만 재활용한다. 평균적으로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기존 배터리의 40%를 건질 수 있다고 한다.


** K-바이오


바이오 초격차; 반도체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이오에 바이오산업 구축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그에 비해 성공률은 썩 높지 않다. ‘리스키한(위험도 높은)’ 사업으로 통하는 이유다. 삼성그룹은 이런 바이오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낙점했다. 왜? 소위 ‘삼성 경쟁력’이 먹힐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은 자타공인 글로벌 1위다. 반도체 생산이 요구하는 극한의 정밀성, 추호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정확성, 제한된 공간에 최대의 정보를 담는 기술력. 이런 장점이 바이오에도 고스란히 작동할 것 아닌가.


K-바이오의 아킬레스건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비율은 겨우 6%로, 자동차 부품(99%)이나 반도체 소재(50%)와 비교해 눈물겨울 정도로 턱없이 낮다. 중국에도 뒤처진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공급받지 못하면 바로 셧다운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바이오 핵심 장비를 국산화한 기업이 국내 기업의 주문을 받아놓고 막판에 외국 소·부·장 업체에 일감을 뺏긴 일도 있다.


바이오-헬스케어에 스며드는 AI 서비스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해외에서 연이어 호평받고 있다. AI 근원 기술에선 미국-유럽 등에 뒤처졌지만, 의료 AI 분야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의료업계에 쏟아지는 증시 자금도 폭발적이다. 의료 분야에서 초거대 AI가 가장 빠르게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AI 관련 종목이 연초에 급등했다가 몇 달 안에 다시 폭락했지만, 의료 AI 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 의료 AI 기업 루닛은 항암치료 확률을 예측하거나, 적절한 치료법을 제안하는 등 암 진단-치료에 특화된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매출만으로 전년도 전체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었다. 매출의 85.8%를 차지하는 해외 사업 성장이 매출 급증의 이유다. 주가도 7개월 사이 500% 넘게 올랐다.

○ 이 밖에 주목할 만한 의료 AI 기업으로는 진단 및 데이터 분석 기업인 제이엘케이와 딥노이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딥노이드는 흉부 엑스레이 판독 보조 솔루션인 ‘딥체스트’라든지, 뇌 MRA 판독 보조 솔루션 ‘딥뉴로’ 등을 갖추고 있다.


비만증에 걸린 비만 치료제 시장; “비만은 질병이다!” 비만이 불러오는 경제적 문제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다. 2035년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 4조 달러나 될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더구나 소득도 낮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비만이 더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비만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이것은 비만이 뇌졸중, 심장병, 당뇨 따위 성인병의 원인이어서 그렇다. 심하면 감염병으로 사망하거나 암에 걸릴 확률도 높인다고 한다.


얼마나 팔렸기에 이토록 소란일까? 위고비는 2023년 2분기 동안에만 7억3,500만 달러 가까이 팔렸다. 전년도 동기에 비하면 6배 늘어났다. 이런 흥행 덕분에 노보 노디스크의 기업 가치가 폭등(시총 50% 증가)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내년엔 노보 노디스크가 레고나 칼스버그 같은 전통 기업을 제치고 북유럽 경제를 뒤흔들 거란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은 ‘한국인용 비만약’이란 전략을 앞세운 한미약품이다.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비만도가 낮으므로, 다른 글로벌 신약처럼 감량 효과가 높지 않아도 시장성이 있다는 셈법이다.

○ 독자적인 당뇨·비만 치료제 약효 지속성 전달 물질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개발한 펩트론도 크게 주목받았다.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은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주 1회 주사형인데,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하면 월 1회, 또는 2개월 1회까지 지속력을 높일 수 있다.


** K-방산


이스라엘도 제쳤다; “이미 메이저리그 수준이야.” 2022년 K-방산 수출은 이미 사상 최대인 173억 달러를 기록, 이스라엘의 무기 수출액 110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방산 수출에서 한국이 이스라엘을 제치다니,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생산 무기의 75%를 수출하고 각종 첨단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해온 이스라엘은 항상 K-방산의 롤 모델 아니었던가!


우리는 주로 어떤 방산 품목을 수출할까? 처음엔 탄약, 함정 정도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수출품이 전차, 미사일, 경공격기, 자주포, 다연장로켓 등으로 다양화-첨단화하고 있다. 특히 K9 자주포는 폴란드를 비롯한 세계 8국에 수출된다. 어느덧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해버렸다.


그럼, 한국 방산 제품에는 어떤 강점이 있을까?

○ 우선은 ‘가성비’다. 가령 품질에서 세계 최고인 K9 가격은 대당 40억~50억 원으로, 유사한 성능인 독일산 자주포 가격의 20~30%에 불과하다. K-방산의 ‘착한 가격’은 세계 무기 시장에서 최고의 매력이다.
○ 제조 능력도 훌륭하다. 가령 현대로템은 예정 납기 시점보다 석 달이나 앞당겨 폴란드에 K2 전차 5대를 보냈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생긴 전력 공백을 재빨리 메울 수 있어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반겼을 테다. 북한의 위협이 일상인 우리나라 방산 업체들이 꾸준히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 한국이 정치적으로 '담백한' 나라인 것도 방위산업에서는 이점이다. 우리나라엔 숨겨진 전략적 어젠더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른 무기 수출국들보다 거래에 있어서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부담이 작다.’


폴란드 수출로 봇물이 터지다 2023년 K-방산의 꽃을 활짝 피운 주역은 단연 폴란드. 이미 2022년에 K2 전차 등 무기 4종에 대해서만 1차로 124억 달러를 계약해, 방산 수출액의 72%를 폴란드가 차지했다. 나머지 계약은 K2 전차,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와 탄약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대로 2023년에 모두 체결하게 되면, 2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수 있게 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인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며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에서 국방비 투자 증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2000년 이후 동남아에 무기를 수출해온 것은 주로 러시아였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그들의 터무니없는 성능 탓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중단기적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러시아 무기 구매는 가능성도 작고 심지어 현명하지 않다.


호주까지 스며든 K-방산 폴란드와의 대규모(15조 원) 계약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8월 방위산업 강국인 독일을 제치고 호주로부터 약 5조 원 규모의 보병전투장갑차 계약을 따냈다. 호주군이 1960년대에 도입한 미국제 장갑차를 교체하는 현대화 보병전투차량(IFV) 우선협상대상 기종에 한화의 ‘레드백’이 선정된 것이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Five Eyes(파이브 아이즈)’라는 정보 공동체를 맺고 있어, 이들 중 하나에 무기를 공급하면 다른 동맹국에 대한 수출도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수출 주역은 군함? “한국과 일본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중국 함대를 따라잡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은 세계 최고 함정 중 하나다.” CNN의 최근 보도는 대충 그런 요지였다. 흥미로운 내용이다.


** K-모빌리티


전기차 시장 패권, ‘충전’에 달렸다?</P>

충전기가 아니라 데이터 컬렉터입니다 전기차 충전기는 그저 주유기가 아니다. 충전기는 소중한 소비자 데이터가 오가는 플랫폼이다.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패권이 충전에 달려 있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헤게모니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기업은, 아니나 다를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다. NACS(북미충전표준)이라고 불리는 자신들의 전기차 충전 규격이 세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GM, 볼보, 포드가 NACS를 채택했고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도 검토 중이다. 날렵한 모양의 NACS는 한 개의 단자로 완속·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테슬라의 진짜 야망 하지만 테슬라의 진짜 목표는 데이터 축적이다. 완전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빅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데이터야말로 미래산업의 ‘쌀’ 아니던가! NACS 충전기 구멍 5개 중 3개는 전력 공급용이고 2개는 데이터 수집용이다. 차종별 배터리 상태, 충전 속도, 사용자의 충전 패턴, 배터리 소모 속도, 배터리 설계, 엔진 제어 유닛 등은 기본이고, 이 충전기를 쓰는 데 필수인 ‘테슬라 앱’으로 결제도 이루어지므로 사용자의 신용카드, 동선 정보 및 온갖 마케팅 정보까지 얻는다. 전기차 패권 장악이라는 테슬라의 야망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 K-건설


다시 꿈틀대는 중동 붐; 꿈의 도시 네옴 시티, 터파기 시작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 7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총사업비 1조 달러의 네옴 프로젝트 로드쇼를 아시아 최초로 열었다. 환경 파괴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 도시 건설에 한국을 최고의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네옴 시티는 사우디 서북부 서울의 44배에 이르는 땅에 조성된다. 이 지역을 개발하되 땅의 5%만 사용하고, 95%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게 목표다. 워낙 규모가 방대한 데다, 프로젝트의 내용도 기상천외에 가까워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눈길도 많았다.


66조 원 우크라이나 재건 시동 전쟁의 종말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2024년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를 핵심 거점으로 이루어질 재건 사업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과 민간 추진 프로젝트 등 모두 520억 달러(66조 원) 규모로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폴란드와 손을 잡고 한국-폴란드-우크라이나 삼각 협력체계를 꾸리고 있다.


학교-주택-병원 등 긴급시설 복구를 위한 모듈러 건축 등, 한국 정부의 지원이 다급한 분야부터 요청이 들어왔다. 스마트 시티 분야 프로젝트가 특히 눈길을 끈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잘 알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피해 복구 수준의 ‘리빌딩’을 넘어 아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뉴 빌딩’에 한국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이에 따라 키이우와 우만의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이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어 내년엔 본격화할 것이다. 최대 1,000억 달러 규모가 될 첨단 도시의 밑그림 그리기 단계부터 한국이 초청돼 앞으로 첨단 교통체계, 수자원 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별도로 민간 주도의 재건 사업은 현대건설이 미국 및 우크라이나 원자력청과 협력해 추진 중인 소형 모듈 원전(SMR)을 위시해 공항 재건, 건설기계, 철도차량, IT 등 분야의 약 320억 달러 규모다. 삼성물산은 터키 건설사와 함께 스마트시티 등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의 20%를 점유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향후 5년간 예상되는 건설 장비 1만4,000대의 40%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노가다’ 아니고, ‘콘테크’

- 건설 노동자의 근육 부담을 30%까지 낮춰주는 건설용 웨어러블 로봇, 안 입은 것처럼 편하면서도 큰 힘을 낼 수 있어, 마치 아이언맨이라도 된 느낌이다. 일반 로봇과 달리 크고 무거운 자재를 다뤄야 하고 작업 환경도 제각각이라 발전이 더뎠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육체노동 기피가 겹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 드론으로 현장을 촬영해 이를 기반으로 가상세계에 3D 현장을 만든다. 건설사는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토사량을 측량하고 반입-반출량 등 변화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2주씩 걸리던 현장 측량이 단 몇 시간 만에 끝난다.

- 롯데건설의 스마트 도면 관리 설루션 ‘팀뷰’에는 클라우드 협업 기능이 장착돼 있어, 도면이 변경되면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공사와 설계 업무 효율성이 모두 크게 높아졌다.

- 플럭시티는 공사 현장 출입 통제, 공정 현황 실시간 체크, 중장비 이동 경로 등 모든 과정을 3D로 구현한다. 드론을 활용한 3D 매핑으로 측량이나 시공 단계의 오차를 확인하고 공정률을 관리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K-전선이라 불러도 될까 2023년 5월 송전망(grid)을 운영하는 네덜란드-독일의 TenneT(테넷)이 55억 유로(7조8,000억 원) 규모의 해상풍력 케이블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당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단 하나의 비유럽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나라의 LS전선이었다. 전체 프로젝트에서 LS전선이 포함된 컨소시엄(3대 해저케이블 기업)은 약 2,000km에 달하는 케이블을 제작하고 설치하게 된다. 그 금액은 무려 2조 원에 가깝다고 한다.


공급할 케이블의 금액도 대단하지만, LS전선의 수주가 놀랍고 대견스러운 점은 따로 있다. 유럽 기업들이 아직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몇 안 되는 제조업 분야에서 그들과 경쟁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안마당’에서 최대 규모 해상풍력 케이블 사업을 따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건설사에서 랜드마크가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상풍력 케이블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터라,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돈 되는 ‘물 산업’ 상하수도 관련 사업 혹은 ‘수水처리 사업’이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의미 있는 답을 얻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은 이미 ‘물 산업’에 매료된 듯 다양한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다만 수처리 사업의 사업성이 당장은 크지 않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판단이다. 그러나 철도, 항만, 도로 등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이 한계에 달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점에서 투자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이익도 안정적이고 경기에도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아서 매력적인 비즈니스다. 그리고 사업영역이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에서 운영-관리(O&M) 등으로 폭을 넓히는 단계에 이르면 수익성도 현저히 높아진다.


** K-원전</P>

SMR이 ‘꿈의 원전’? SMR은 핵 이외의 메커니즘과 전기 및 기타 장비들이 하나의 구조 안에 모두 들어간 상태로 수조(물탱크) 안에서 작동한다. 행여 사고가 나더라도 원자로 주변의 물로 바로 식힐 수 있어서 안전성이 뛰어나다. 물보다 무겁고 ‘소듐’이라고 불리는 액체 상태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다 보니, 중성자의 속도가 줄어들지 않아 천연 우라늄인 ‘우라늄238’도 연료로 쓸 수 있다. 또 우리가 언론에서 자주 듣게 되는 폐연료봉(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다시 연료로 쓸 수 있어, 핵연료의 활용 비율을 60배나 높이고 폐기물의 양과 독성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제4세대 원전’ 혹은 ‘꿈의 원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부품 100만 개, 공사 기간 5년 이상이 필요하다. SMR은 부품 1만 개로 2년 6개월이면 충분히 짓는다. 부품 수가 적기 때문에 SMR의 중대사고 가능성은 30억 년에 1번꼴로, 대형 원전(10만 년에 1회~2회)보다 크게 낮다. 발전소 주변은 사고 시 직접 피해를 우려해 반경 230m 공간을 텅 비워두면 되어서, 주위 30㎞를 비워야 하는 대형 원전보다 부지를 확보하기가 훨씬 쉽다. 대도시 인근에도 건설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SMR은 운영 중인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기타 산업


‘리퀴드’ 소비 달마다 차를 서너 차례 쓰긴 하지만 굳이 차를 구매할 생각은 없다. 차량 공유 플랫폼에서 시간 단위로 싸게 빌리면 되잖아. 큰돈 들여 사 놓고 묵히면 낭비지.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사는데 굳이 TV며 공기청정기며 살 필요가 없다. 2년~3년 렌털 약정 맺고 쓰면 되잖아. 스마트폰에 쿠팡 같은 오픈 마켓과 마켓컬리 같은 식료품 쇼핑 앱이 잘 깔려 있다. 어떤 앱의 단골이 될 필요 없이, 그냥 가격 인하 쿠폰을 보내주거나 특가를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한다. 무슨 브랜드에 충성 고객이 될 필요가 어디 있는가, 가성비 따져보고 최신 유행 고려해서 고르면 되잖아.


소유가 아니라 공유를 중시하는 태도,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에의 충성을 거부하고 가격이나 유행에 민감한 구매 양태, 이것이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는 유연한 소비 트렌드요 철학이다. 딱히 패턴을 특정하기 어려운 이런 추세를 경영학계는 ‘리퀴드 소비(liquid consumption)’라 부른다. 고정되어 정형화된 ‘솔리드(solid) 소비’에 대립하는 개념이다. 소비자가 어디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종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e커머스는 ‘반성 중’ ; 덩치만 키웠습니다 인플레이션에, 고금리 여파에, 유동성 감소에, 불경기가 고착되더니, IPO 시장에서 기대를 모으며 떠들썩했던 e커머스 업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포기하면서 내놓은 표면적 이유는 경기가 부진하여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지만, e커머스 업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매출 늘리기, 시장점유율 늘리기, 지난 수년간 e커머스 업체들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집만 키우고 경쟁사를 도태시키는 것에만 급급했다. 그런 목적을 위해서 할인 쿠폰이다, 무료 배송이다,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최저가 경쟁에 몰두하고 거래액과 매출 확대에만 정신이 빠져 정작 수익을 낸다는 생각은 못 했다. 그렇게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궁극적으로는 수익에 직결되리라고 본 것이다.


왕년의 게임 왕국, 이젠 게임 오버?


게임은 한때 한류의 전도사였으며 K-콘텐트의 선봉장이었다. 2022년 국내 시장 규모가 21조1,800억 원이라든가, 해외에 11조 원을 팔아 콘텐트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했다는 통계치만 놓고 보면 지금도 K-콘텐트의 중추라 착각(?)할 만하다. 국내 10대 게임사 시총을 합치면 50조 원에 달하는 데다, 세계 게임시장 내 한국의 점유율도 여전히 8%에 가까워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4위다. 그럼에도 우리 게임산업은 암흑기를 지나고 있고, 터널의 끝은 2024년에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그 엄청난 덩치에 비해 매출과 영업 모두 초라하기 짝이 없다. K-게임의 영광도 여기서 끝인가? 무엇이 문제일까.


성공 신화에 갇혀버렸나? 우선 신작 게임 포트폴리오에 참신한 변화가 안 보인다. 그야말로 천편일률적인 콘텐트다. 예턴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한다. 모바일 매출의 경우는 리니지 삼총사의 비중이 거의 전부다. 30년이 넘은 작품이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다니! 중세풍의 판타지, 승부욕 자극, 격렬한 공성전을 내세워 국내에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열풍을 일으켰던 이 리니지란 거목은 이제 엔씨소프트의 성장을 막는 괴물로 변했다. 그리고 리니지 IP를 대체할 만한 신작은 나오지 않았다. 신작 3종이 가까스로 나오는가 했는데, 2024년으로 출시가 연기되었다.


업계 ‘톱 3’에 속했던 넷마블도 신작 부재 고민은 마찬가지. 이렇다 할 신작도 안 나오는데다가 리니지처럼 든든한 캐시 카우도 없어 적자는 더 심하다. 넷마블은 2023년 8종의 신작을 뿌리고 그 대신 내년엔 신작 수를 올해보다 줄이기로 공언했다. 그만큼 신작들의 성공이 절실하다. 거의 10년 전에 MMOPRG ‘검은사막’을 내놓은 후로 신작이 없는 펄어비스의 고충도 비슷하다. 신작 개발을 완료해놓고도 출시 시점은 불투명하다. ‘배그’로 잘 알려진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은 2022년 말에 액션 SF 게임 신작을 출시했으나 실패하고 쓴맛을 본 뒤, 개발 인력을 감축하는 등 위축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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