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기축통화 달러와 거인 미국의 탄생 이야기!
국민을 위한 경제 멘토 임형록 교수가 글로벌 경제를 제대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자원이 빈곤하고 인재만 많다.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고 이것을 수출하는 경제 구조, 이것이 앞으로도 가능한 일일까? 우리가 만든 제품을 수입해주지 않아 기축통화인 달러를 벌어들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각자가 소유한 재산은 우리나라 사정과는 별개로 외국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줄어들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숙명을 파악하고 미래를 전망해보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이다.
■ 저자 임형록
한양대학교 상경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재학하던 시기에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간사이(關西)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교환학생으로 수학하였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 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경영전략과 국제경영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여 SSCI 단독 4편, SCOPUS 1편, 국내 13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저서로는, 글로벌 경제 시리즈의 첫 번째인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미국 편』『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유럽 편』이 있다. 향후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한국, 일본 편』 및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브릭스(BRICs) 편』이 발간될 예정이다. 또한 『전략적 사고와 흔들기 기법 그리고 나이스 프레젠테이션』의 자기계발서와 『1인자 전략 vs 2인자 전략』의 경영전략서의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 차례 머리말 - 여러분에게 프롤로그 1 프롤로그 2 PART 1 미국? 이것은 알고 추론을 시작하자 PART 2 기축통화 달러와 거인 미국의 탄생 PART 3 자유변동환율 시대로 접어들다 PART 4 달러의 5대 기능은 미국의 심장이다 PART 5 미국과 중국의 좋은 만남? 잘못된 만남? PART 6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와 미국의 선택 PART 7 유럽 금융위기와 맞물린 미국의 해법 PART 8 중상주의(Mercantilism) 리턴즈(Returns) PART 9 양적완화와 돈 찍기! 골든 크로스가 도래하다 PART 10 국제 금리 동조화? 그 침묵의 카르텔이 존재한다 PART 11 이머징 마켓은 지나가고 희생자를 찾아가는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비밀코드 PART 12 한-중-일 삼각편대의 FTA 시대 그리고 중국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미국편
프롤로그 1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를 정의하자
경제 매트릭스는 주어진 경제 시스템상의 제반 환경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어진 환경은 적응의 대상이지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자.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위에 무엇이 놓여 있을까? 당연히 미국, 유럽, 중국, 일본, BRICs 등과 같은 국가들이 흩어져 있다. 더불어 그 외곽에 또 다른 경제 주체들이 위치한다.
첫째,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S&P, 무디스, 피치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둘째, 그 사이에 골드만 삭스와 같은 투자은행들이 부산히 움직인다.
셋째,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같은 헤지펀드들도 자리를 잡는다.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라는 거대한 천자락 위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양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는 형국이다. 다만 친하거나 서로 상극인 나라들이 존재한다. 배신과 음모가 판을 친다. 때로는 전략적 카르텔도 형성한다.
우리는 넓은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라는 천 위에서 어느 부분이 흔들릴 것인가, 어디로 흔들려 갈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강하게 흔들릴 것인가를 예측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충격이 발생하면 모든 주체들이 천 위에서 튀기 시작하고 부딪쳐 강렬한 파열음을 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서져버리는 조그만 구슬도 있을 수 있다.
프롤로그 2
10분간 경제 분야의 세계 일주를 하자!
통상 금융권은 단 하루 만에도 자산이 증발한다. 개인은 주식투자로 자신의 계좌가 며칠 만에 반 토막이 나기도 한다. 제조업의 장점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책이라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단 몇 시간 만에 파산하기도 한다.
233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의 베어링 은행이 있었다. 1995년 당시 59억 파운드의 자산가치를 가진 영국 6위의 금융그룹이자 다국적 기업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지점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손가락 하나로 베어링 은행을 파산시켜버렸다. 당시 고베 대지진으로 일본 증시가 폭락하면서, 그 직원이 투자한 파생상품의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버린 탓이다. 1995년 어느 날 아침, 자산이 모두 사라졌다. 233년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의 베어링 은행은 그렇게 파산했다.
증발하는 자산 혹은 급증하는 자산이 바로 금융의 미학이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로 월스트리트가 망가진 직접적인 원인은 부동산이다. 미국은 통상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30년 정도다. 즉, 젊을 때 집을 사서 30년 정도 계속 갚아가는 것이다. 30년간 계속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2000년을 접어들면서 부동산이 대호황이었다. 급기야 신용등급 낮은 사람들도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다. 은행은 그들의 주택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만들어 거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다. 당연히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해지면서 주택저당증권은 부실채권이 된다. 은행들은 담보물건인 부동산을 압류한다. 그리고 어서 빨리 처분해 현금화하고 싶다. 그래야 뱅크런(bank run)이 발생하지 않는다. 은행이 위험하다는 소문에 예금자들이 모두 출금하려고 달려드는 상황을 뱅크런이라고 한다. 그런데 압류물건인 부동산이 안 팔린다. 그래서 은행의 부실자산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것이 소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부동산 거품 파열은 금융권의 부실을 가져오고 이는 금융권 대차대조표의 파괴를 의미한다. 이럴 때의 유일한 해결책은 공적자금의 지원이다. 금융권은 순식간에 망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기능을 정상화시키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 부를 창출하던 월스트리트 세력, 즉 투자은행, 헤지펀드, 파생상품 등은 강제적으로라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미친 듯한 금융자본의 확장성은 제어해야 한다. 소위 금융 건전성이 필요하다.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 미국 대통령은 다음의 세 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했다.
첫째, 현금을 주입해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를 정상화시킨다.
둘째, 미국의 달러를 싸게 만든다.
셋째, 제조원가를 절감시킨다.
미국 경기는 언제 되살아날 것인가?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에서는 미국이 살아야 전 세계가 살아난다.
미국? 이것은 알고 추론을 시작하자
소비해야만 잘사는 그런 나라도 있나?
미국은 소비가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독특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비를 많이 하면 국가가 발전한다. 이러한 미국의 경제구조가 형성된 가장 큰 원인은 기축통화인 달러로부터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만이 금에 유일하게 태환, 즉 금과 교환 가능한 화폐로 자리매김한다. 그래서 미국의 달러를 기축통화라고 부른다. 그리고 타국 통화들은 달러와 고정비율로 연동해서 서로의 환율을 결정했다. 그래서 국제간의 신뢰가 생기고 국제무역이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달러가 싸구려 통화가 된다면 달러는 여전히 금과 가치교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강한 달러를 보유해야만 하는 역사적 사명을 갖게 된다. 미국은 달러가 비싼 통화라서 수입할 때 소액의 달러로도 많은 외국 물건을 수입할 수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다음의 의무가 부과된다. 세계 교역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기축통화를 찍어낸다. 그리고 수입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축통화를 세계 시장에 공급한다.
이러한 이유로 달러 발권력을 갖고 있는 FRB(미연방준비은행)가 글로벌 매트릭스에서 매우 중요한 조직이 된다. 그리고 전 세계는 FRB의 신용에 의지하여 인쇄되는 달러의 가치를 믿어줄 수밖에 없다.
PART 미국과 중국의 좋은 만남? 잘못된 만남?
신뢰받는 FRB의 발권력, 지속적인 달러 수요가 발생하다
금태환 정지 선언 이후 달러에 대해 냉소적이던 세계 경제는 OPEC이 원유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을 도입한 이후 그 태도가 달라졌다. 과거(기축통화가 달러인 상황)의 것이 더 낫고, 과거의 것을 바꾸는 것이 비용 면에서 소모적이며,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외에 다른 나라는 안보우산을 제공할 능력이 없다. 미국의 국방력이 바로 돈이 되는 역사적 현장이다.
기축통화인 달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 FRB의 발권력을 신뢰할 뿐이다. 더 이상 금을 믿고 미 달러화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금은 FRB를 믿고 있기 불안해서 가지고 싶은 보조수단일 뿐이다. 즉, FRB는 금을 담보로 달러를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다만 FRB 자신을 믿고 달러를 찍어낼 뿐이다. 그래서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불안감이 미국 정부 부채에 비례해서 늘어난다. 하지만 가장 금 보유량이 많은 나라가 미국인만큼 여차하면 미국이 금으로 해결하겠지 하는 자기 세뇌를 하면서 오늘도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는 바쁘게 움직인다.
만약 달러 패권주의가 싫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히 질문을 수정하자. "기축통화가 되고 싶은 통화는 손을 드세요!"
유럽은 손을 오래 들고 있다가 팔이 부러져버린 듯하다. 재활훈련 이후에야 손을 들 수 있다. 중국은 반쯤 손을 들었다가 슬며시 내린다. 다들 미국의 기대에 경제를 일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기축통화는 기본적으로 많이 찍어서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 즉, 수입지향적인 경제구조를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은 자유변동환율제도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하나둘씩 달러 경제권으로 편입되어 금융시장이 동조화된다. 금융시장은 더 많은 달러를 소화할 수 있는 괴물이다. 심지어 신용을 담보로 금융상품을 창출하는 파생상품까지 탄생한다. 더 많은 달러를 단숨에 꿀꺽하는 슈퍼 달러 경제의 탄생이다.
하지만 미국도 고민이 있다. 계속 찍어낸 달러 때문에 나라 빚이 눈덩이처럼 쌓인다. 국채가 계속 발행되어야 달러가 충분히 인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법적으로 국가채무의 상한선을 의회에서 결정한다. 2011년 가을, 미국이 디폴트될 수 있다는 루머가 전 세계를 강타한다. 즉, 미국 국가채권 만기가 도래해도 원금과 이자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달러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이 달러가 없어서 디폴트가 될 수 있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미국에서 찍어낸 달러가 십중팔구 해외에 있다. 즉, 미국 정부의 것이 아니다. 둘째, 정부 부채 한도가 다 차서 더 이상 국채를 팔 수 없다. 따라서 현금을 구할 도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미 의회에서는 미국의 부채 상한선을 올려서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 부채의 실체는 FRB가 양적완화를 위해 새로 발권한 달러다. 여기서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자.
미국이 진정 디폴트되어 FRB가 보유한 미 채권이 휴지조각이 된다면? 이 경우 FRB의 대차대조표는 망가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FRB의 발권력을 믿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해야 하는가?
미국은 국가 부채를 해결할 의사가 없다. 사실 능력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수단이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으로 빚을 태워버리는 방법이다. 우리는 또다시 벙어리 냉가슴이 된다. 미국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미국을 패권국가라고 한다.
중상주의(Mercantilism) 리턴즈(Returns)
제로섬 게임을 이해하자
몇 가지 간단한 개념을 이해하자. 세상에는 제로섬(zero sum), 파저티브 섬(positive sum), 네거티브 섬(negative sum)이 존재한다.
먼저 네거티브 섬이란 더하기 하면 손해가 나는 경우다. 여러분 뒷동산에 화학공장이 위치한다. 언제나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런데 바로 옆에 화약공장이 새로 건설될 예정이다. 화학공장과 화약공장의 조합, 바로 이런 경우가 여러분에게는 네거티브 섬이 된다.
파저티브 섬은 더해서 둘 다 이익을 보는 경우다. 최근 한방과 양방 협진 병원을 자주 볼 수 있다. 한의사와 양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치료를 하지만 상호간 보조를 하게 되므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풍경을 자주 그리는 화가들은 사진기를 이용하면 원하는 풍경의 이미지를 쉽게 재현해낼 수 있다. 따라서 화가와 사진기의 조합은 예술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더하기를 통해 플러스 효과가 생기는 것을 파저티브 섬이라고 한다. 이를 통상 시너지 효과라고 칭한다.
마지막으로 제로섬이다. 사회과학에서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제로섬이다. 더할 경우에 항상 0인 경우를 의미한다. 즉, 한쪽은 반드시 플러스, 다른 쪽은 반드시 마이너스인 경우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가 오늘 국채를 발행했다. 우리는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현금을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국채를 갚아야 할 세대는 손해다. 따라서 우리는 유익하지만 미래 세대는 빚이 남는다.
미국이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였다. 미국에서는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편 중국에서는 불똥이 튀어 달러 자산이 불타서 재로 변하기 시작한다. 제로섬 게임의 전형이다.
그럼 누가 수입할 것인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생산성이 고려되면 인류는 굶어죽지 않는다. 생산성은 자본이 토지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상업이 더 유리하다. 게다가 국가나 도시들은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따라서 다음의 조건이 모두 동시에 만족될 때 부자국가가 될 수 있다.
조건 1. 상업을 중시한다.
조건 2. 금을 국내로 많이 가져온다.
조건 3. 금을 국외로 많이 보내지 않는다.
아담 스미스의 이야기를 보태면 이렇게 된다. "최소한 교역하면 굶어죽지 않는다. 절대우위를 인정하고 교역하면 금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한다. 실제로 생산량이 급증하면 오히려 금을 벌어 모을 수도 있다. 다만, 가격은 시장에 맡기자."
이렇게 하면 조건 2와 3도 동시에 만족될 수 있다. 절대우위가 없는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을 활성화하자. 따라서 금이 국외로 나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나라가 절대적으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상품은 수출하면 된다. 국외로 빠져나간 금보다 들어오는 금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바로 국부 창출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수입을 담당할 국가가 없는 것이 문제다. 모두 수출로 실물경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중상주의가 오늘날 재현된 것이다.
바꾸어 표현해보자. 모두 경제위기를 탈출하고 싶어한다. 국제금융시장의 회복이 더디다. 그리고 남유럽 재정위기 문제로 계속 뒷다리가 잡히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실물을 회복하기 위해 수출해야 한다.
그런데 수출을 하려고 해도 수입할 국가가 없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누구도 선뜻 수입을 확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 수출하고 싶어한다.
이머징 마켓은 지나가고 희생자를 찾아가는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비밀코드
새로운 이머징 마켓은 존재하는가? 남은 대륙은 아프리카뿐!
이제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법을 생각해보자. 물론 우리가 행정부의 수장이 아닌 만큼 방법론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해법의 방향성 정도는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이머징 마켓으로 20여 년간 전 세계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얻어왔다.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첫 번째 해법은 바로 새로운 이머징 마켓의 부상이다. 역사적으로 이머징 마켓은 필요할 때마다 대두되었다.
이머징 마켓 1기. 중세에서 근대국가로 이행되면서 대항해 시대가 개막된다. 소위 엘도라도 시대의 개막이다. 식민지가 그 당시의 이머징 마켓이 된다.
이머징 마켓 2기.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독립국 지위를 얻게 된 이머징 국가들이 출현한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이머징 마켓 3기. BRICs라는 신흥 이머징 마켓이 우리 앞에 출현하였고, 인류는 물질적 번영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제 또다시 침체기다. 따라서 새로운 이머징 마켓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잠시 지구 지도를 펼쳐보면 미개발 대륙은 이제 두 군데다. 남극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다. 남극은 제외하자. 남은 것은 아프리카 대륙이다. 과연 아프리카 대륙이 우리에게 이머징 마켓으로 다가올 것인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가 불안하다. 좋은 예가 있다. 과거 버마가 미얀마로 바뀌었다. 그리고 내전이 발생했다.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다 몰수당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아프리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연필과 자로 국경선을 그은 덕에 같은 나라 안에서도 종족 간 혹은 부족 간 감정의 골이 깊다. 정권을 잡는 종족이나 부족의 보복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적 안정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인적 인프라가 약하다. 아프리카 거주 흑인들의 교육수준이 낮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교육수준이 낮을 경우 생산성이 떨어진다. 아프리카 이외에 대안이 없을 때까지 아프리카로 대규모의 해외직접투자가 발생하기 힘들다. 교육은 인프라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셋째, 국가 인프라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 항만, 공항, 철도, 도로, 전기, 수도, 교육, 의료와 같이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거대 자본산업을 통상 인프라 산업이라고 부른다. 인프라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인프라가 충분해야 민간 자본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에 차관을 주거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지원해도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따라서 인프라 투자는 지연된다.
기본적으로 아프리카의 내륙지역에 위치한 국가는 항만시설이 없어 투자에 불리하다. 대표적인 나라가 에티오피아다. 소위 아프리카의 UN이라 불리는 정치력을 가지고 있다. 즉, AU(African Union)와 UNECA(UN Economic Commission for Africa)와 같은 국제기구 본부가 있다. 하지만 항만 시설이 없어 투자에 매우 불리한 환경이다.
넷째, 구매력이 낮다. 이머징 마켓의 조건 중 충분한 인구규모는 중요한 조건이다. 생산을 위한 노동력이 될뿐더러 구매력이 상승하면 좋은 소비시장이 된다. 아무래도 개발을 시작하는 국가들인 만큼 젊은 층이 경제인구로 쉽게 편입된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구매력이 아주 낮다. 생산기지 이외에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은 없다. 또한 생산기지로도 적합하지 않다. 원자재 시장의 경우 해외직접투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소위 굴뚝산업은 아직까지 요원하다.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내 희생자의 정의는? 과연 어느 나라?
전 세계는 돈을 많이 찍어내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유럽도, 일본도 그러하다. 어차피 이머징 마켓으로 재기하기 힘든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라면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은 아마도 새로운 희생자 그룹일 공산이 크다. 희생자를 딛고 일어서야 충분한 성장동력이 생긴다.
새로운 희생자는 자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수용해야 하는 나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가장 대표적인 희생자가 되기 쉽다. 그 이유를 함께 추적해보자.
일단 3대 사냥개, 즉 신용평가사들이 연관되어 있다. 2012년 10월경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것을 기억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하였지만 일련의 희생자 고르기의 수순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희생자 고르기의 방법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이 문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자. 이 두 가지 방법은 절묘하게 어울린다.
첫 번째 방법은 희생자 그룹에 대한 직접적인 신용등급 상향조정이다.
두 번째 방법은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내 주요국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이다.
희생자 그룹은 자국 통화가치 상승에 따라 수출부진을 겪는다. 제로섬 게임이므로 수출을 하고자 하는 국가 수를 줄이면 다른 나라들이 수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즉, 희생자 그룹에 대한 신용평가 상향작업은 환율효과에 마법을 거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내 희생자 그룹은 제조업 기반의 수출지향적 국가가 적당하다.
두 번째 방법은 간접적이다. 2010년부터 유럽 주요국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에 이어 유럽 최후의 보루라 일컬어지는 독일도 예외는 없다. 2011년에는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락시키고 2012년에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락시켰다. 물론 이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당사자 국가들인 만큼 신용등급 강등이 필연적일 수는 있다.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선진국의 신용평가등급이 하락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소위 이머징 마켓의 신용등급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2012년 하반기에 깜짝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우리나라가 그렇게 잘하고 있는 것일까? 희생자 그룹은 비자발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신용등급 상승 옵션과 간접적인 신용등급 상승 옵션은 교대로 사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같은 소규모 개발경제의 희생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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