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트렌드 코리아 2014

서문 - 다크호스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기대하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2014년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가 회복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그 회복은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축소로 이어져 태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의 경착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동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신흥국 경제위기의 태풍권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긍정적인 진단을 받고 있지만,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73%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대내적으로도 인천 아시아 게임이 개최되고 일부 대체 휴일제가 실시되면서 나라의 활력이 살아나 주기를 희망하는 기대와, 재정적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기업들도 위축돼 있어 내수회복의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우려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 경제의 2014년 성장률 전망치는 아시아개발은행의 3.5%에서 기획재정부의 3.9%까지, 4%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의하더라도 한국 경제가 과거 1990년대 중반까지의 활황의 전성기를 재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14년의 경기가 좋을 것이냐, 나쁠 것이냐 하는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구매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막연한 이미지나 유행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성능의 치밀한 비교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정보를 만들고 또 그것을 빠르게 교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경기가 좋아지든 나빠지든 상관없는 추세적인 변화다. 이는 경영환경의 전제가 바뀌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을 바꾸는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각종 SNS를 통해 소비자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파되면서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계에 도전하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끝없이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졌다. 한순간 트렌드를 따라잡는 템포를 놓치면 제아무리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라도 바로 추락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시대의 변화가 필연적이라면, 그 트렌드를 따라잡는 역량을 갖추는 일도 필연적일 것이다.

매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하면서 해당 키워드의 첫 글자를 모으면, 그 해의 간지(干支) 동물을 상징하도록 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전통에 입각해 올해의 키워드 모음은 말 중에서도 다크호스(Dark Horses)를 선정했다.

2014년 소비트렌드 전망

Dear, got swag? 참을 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언제부턴가 스웨그(swag)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스웨그는 한마디로 멋지다 뻐기다라는 느낌을 표현한다고 보면 된다. 명사이자 형용사이고 그 자체로 감탄사가 되기도 한다. 지금 스웨그는 정형화되지 않은 자기 고유의 멋과 느낌을 표현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던 스웨그한 현상들이 어느덧 한국 사회의 대세로 스멀스멀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그 문화는 진지함이나 엄숙함, 근엄함과는 담을 쌓고 무거운 주제일수록 우스꽝스럽게 희화화시켜 가볍게 날려버린다. 절대권력, 거대담론, 심각한 사회적인 이슈도 한낱 힙합의 노랫말로 전락해버린다. 한 마디로 "우습거나" "별 것 아니다." 사회적 피로감이 높은 사회에서는 이 같은 스웨그 문화가 쉽게 용인되며 이런 흐름을 타고 가벼움의 철학이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사회가 극단적으로 경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보통 아티스트가 자신을 뽐낼 때 주로 사용하는 스웨그는 허세를 곁들인 자기과시의 표현이다. 스타일 아이콘으로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드래곤이나 투애니원 같은 아이돌 가수들은 이 허세를 멋으로 승화시킨다. 대중에게 자신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보이는 자기과시나 허세 같은 것들은 옛 세대에게는 건방지고 거슬리는 행동이었지만 최근 젊은이들에게는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진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포미(for me)족, 미포머(meformer)족이 출현하는 등,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그것이 오늘날 점점 더 구체화되고 복잡다단해지며 스웨그 현상으로 진화되고 있다고 해석된다.

스웨그는 다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속성으로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스웨그의 의미를 이루는 몇 가지 요소들을 나눠서 설명할 수 있는데 첫째, 자기모순이 있을지언정 스스로 만족하면 되는 멋 둘째, 본능적인 자유로움 셋째, 기성의 것으로부터 선 긋기로 요약된다.

스웨그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한국 사회가 가벼워지고 있다. 좋게 보면 연성화되는 중이고, 나쁘게 본다면 경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근엄함과 엄숙함 대신 말랑말랑함과 가벼움이 넘친다. 이는 스웨그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인터넷과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진지한 사회적 이슈들이 희화화되는 현상은 자주 목격된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극렬하면서도 한없이 가벼운 현상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기성 매체가 보수 진영의 회원이 많은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약자)나 진보 진영의 회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오유(오늘의 유머의 약자)에 올라온 게시물을 근거로 기사를 쓰거나 자료를 인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일개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공신력 있는 매체나 방송에서 활용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일베나 오유를 거쳐 희화화된 특정 사실이 그 어떤 매체의 정보보다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전파되고 흡수된다는 사실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사이트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이 특정인을 아무렇지 않게 비하하고 비난하며 결국에는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현상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몇몇 특정 커뮤니티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기사나 게시물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혀를 찰 만큼 경박할 때가 많다. 인터넷 댓글 실명제나 선플달기 운동 등으로 많이 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비방과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하며 일방적이고 미성숙한 댓글들이 넘친다. 생각도, 손놀림도 너무 가벼워진 것이다.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자판을 두드린다. 그러고는 다시 읽어보지도 않는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생겨난 글들을 보고 더 충동적인 댓글이 달리며 악순환이 시작된다. 휘발성이 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소통은 그저 농담을 주고받는 것에 그칠 뿐, 생산적인 공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사점: 가벼운 것이 좋은 것이다

스웨그의 영역은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스웨거는 10∼20대지만 스웨그는 결코 이들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남의 눈치나 기존의 고정관념보다는 자기만족과 생활의 혁신을 즐기기 위한 스웨깅이 세대 간 벽을 넘어 퍼져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스웨그는 익을수록 고개를 빳빳하게 든다. 여유와 멋, 약간의 허세까지 겸비한 스웨그는 SNS를 통한 자유분방한 소통이 넘쳐나는 시대에, 참기 어렵더라도 받아들여야 할 사회의 한 흐름이다. 기업은 물론 개인과 정부 모두 이 흐름의 파도타기를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감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물적 감각을 활용한다는 말은 원시성, 즉 본질적인 것에 대한 경의라고 할 수 있다. 스웨그 트렌드는 예측하기 힘든 경영환경에서 유연한 자세를 갖추고 단순·명쾌하게 기회를 잡으라는 메시지다. 2014년의 가벼움의 힘은 중력보다 더 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Kiddie 40s 어른아이 40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전 중년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결별을 선언하는 신세대 중년남성들이 등장한 것이다. X세대로 불리며 1990년대 한국 사회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었던 주역(1966∼1974년생)들이 어느새 마흔 줄에 들어섰다. 이들은 배낭여행 1세대, 어학연수 1세대로 국경을 넘어 열공하고 소비의 가치를 폭넓게 누린 자유로운 첫 세대다. 근대화의 단맛을 보며 자랐지만 대학졸업반, 사회초년병 시절에 불어닥친 IMF 한파로 온갖 고생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을 F세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40대(Forties)에 진입해서 그렇고, 『대한민국 40대 리포트』의 저자인 함영훈 기자의 지적대로, 50대인 베이비부머 세대, 20대를 대변하는 88만원 세대, 10대를 가리키는 살인경쟁 세대에 끼여 사회적으로 한동안 잊힌(Forgotten) 세대여서 그렇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시기지만 여전히 흔들리고(Fragile) 있으면서도 놀이와 재미(Fun)를 추구하는 영원한 피터팬(Forever Peter Pan)이기도 하다. 이 F세대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무려 50여만 명이 더 많은 최다 인구층으로 다른 어떤 세대보다 양적·질적으로 중요한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F세대의 중심인 1971년생은 단일 연령 가운데 최다인 95만 명이 포진하고 있다.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막대한 인구비중을 자랑하는, 그리고 평균수명 연장으로 내리막길이 아닌 정상에 올라 삶을 즐기는 세대로 인식되기 시작한 40대가 소비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잊힌 세대가 주인공이 되면서 묻혔던 과거도 되살아났다. 40대와 더불어 이들의 주요 무대였던 1990년대도 활발하게 재조명되고 있다.

삶을 즐길 줄 알지만 합리적이며, 과시보다는 개성을 추구할 줄 안다. 인터넷과 SNS 등 디지털 문화에 능숙하며 명랑하고 활기찬 정서로 20대와도 무리 없이 어울린다. 위 세대에게는 철없는 마흔이라 불리는 21세기형 중년, 이른바 어른아이 40대가 기성 시장에 부드러운 반역을 도모하고 있다.

소비 본능, 살아나다

과거 중년 남성은 생산의 주체였다. 경제구조에서 주로 소비하기보다 만들고 팔고 모으는 대표적인 생산계층이었다. 가족을 위하느라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에 서툴렀다. 그런데 지금의 40대는 다르다. 스스로 소비행위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40대 중년 남성들의 소비는 현재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다. 올해 삼성카드가 발표한 인터넷쇼핑 트렌드변화 자료를 보면 40대의 인터넷쇼핑 비중이 다른 세대들보다 크게 증가했다. 연령대별 비중(금액 기준)을 비교해 보면 5년 전 39.8%였던 40∼60대의 비중이 52.8%(최근 1년)로 증가했는데, 특히 40대는 27.4%에서 32.8%로 증가 폭이 매우 컸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젊은 소비자의 경우 소득 정체와 이자 비용 등의 비소비지출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계소비지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40대 이상의 중년계층이 상대적으로 소비 부담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소비시장에서 F세대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놀이 본능, 일어나다

지금의 40대는 8비트 개인용 컴퓨터로 게임을 시작했던 최초의 세대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아날로그적 놀이문화에도 익숙하지만 디지털 게임의 시초격인 오락실 게임과 PC 게임을 시작한 원조 세대이기도 하다. 그 어느 세대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유희와 오락을 즐길 줄 아는 이른바 놀 줄 아는 세대인 것이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40대 남성들의 장난감 시장에서도 제대로 커졌다. 소위 키덜트(kidult,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실제 키덜트 시장은 불황 속에서도 해마다 급성장 중이다. 키덜트 문화는 더 이상 정신적 퇴행도 아니고 B급 문화도 아니다. 아이와 같은 순수한 취향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중년의 문화로 당당히 입지를 넓히고 있다.

문화 본능, 이끌다

현재의 40대는 새로운 시대의 문화세례를 받은 세대다. 20세기에 태어난 감성 충만한 아이들이 21세기에 부드러운 어른이 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이자 이를 본격적으로 향유하는 문화소비자로 거듭났다.

이들은 문화의 생산뿐 아니라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소녀시대와 아이유의 노래 음원을 다운로드하고 수지에 열광하는 삼촌팬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K-팝의 의외의 팬: 중년 남성(K-Pops Unlikeliest Fans: Middle-aged Male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40대는 실질적 구매력이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강하다. 이 때문에 40대가 문화 콘텐츠의 조역이 아니라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 문화시장에서는 이들 40대 소비계층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굳게 자리 잡았다. 게다가 과거 문화의 주소비층이었던 10대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그동안 문화시장의 주변을 맴돌던 중년층이 소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사점: 변화의 중심에 늘 40대가 있었다

그동안 사회적 관심의 변방에 머물렀던 40대가 무대의 중심에 들어섰다. 이들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도 더 다채롭고 강해질 것이다.

사회적 성공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40대들은 이제 거창한 꿈은 가슴에 묻어 두고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고 한다. 일에서 찾던 정체성이 수집과 취미활동을 통해 다차원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거대한 포부와 보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현 가능한 작은 행복이다. 이제껏 별 볼일 없는 배 나온 아저씨 혹은 아이 아빠에 불과했던 중년 남자가 개인의 욕망을 표출하며 새로운 문화를 낳고 있다.

격정적인 20대와 역동적인 30대를 지나 이제는 거울 앞에 선 40대들은 이제 또 다른 변혁을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변화의 파고가 들이쳐도 지난 세대의 40대들보다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며 변화된 문화와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선도자로 활약할 것이다. 2014년, 아이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변화하는 자신의 일상을 두리번거리는 40대 어른아이들의 시선을 주목하라.

Hybrid Patchworks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란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산업 간 교차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병렬이든, 결합이든 혹은 교배든, 패치워크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패치워크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기업·업종·산업 사이에 서로 넘나듦이 있어야 하며, 둘째 신제품·신서비스·새로운 홍보방식 등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마지막으로 패치워크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익숙하지만 낯선 효익을 제공받아야 한다.

2014년,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는 "핵심역량·제품·서비스를 이리저리 재단해 다른 영역의 그것들과 패치워크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시장의 변화를 예고한다.

그렇다면 2014년을 이끌고 갈 패치워크의 힘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패치워크가 주목받는 이유를 기업·소비자·사회 측면에서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기업 입장에서 패치워크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다. 최근 들어 점증하고 있는 소비자의 참여나 편집욕구 역시 패치워크가 중요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측면에서 견고하게 분리되었던 가치가 서로 뒤섞이는 현상도 패치워크 트렌드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기존의 고급 콘셉트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아이폰5C가 또 다른 매력요인을 내세우며 시장에 선을 보였듯이, 서로 상반된 가치가 교차하는 현상은 기업 간 패치워크 작업이 더욱 손쉽게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콧대 높던 사치품 브랜드들도 홈쇼핑이나 온라인몰에 손을 내밀고 있다. "우리 제품은 고가이기 때문에 럭셔리 제품과만 협업하겠다"는 기업의 경직된 자세가 "소비자가 원한다면 어떤 기업과도 협업할 수 있다"라는 유연한 태도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패치워크의 3대 유형

유형1. 단순재배치하기(병렬형 패치워크)

병렬형 패치워크는 제품과 서비스 본래의 성격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단순히 함께 배치하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이 새로운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병렬형 패치워크는 특별한 자원과 노력을 추가하지 않고, 단지 다른 기업과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실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사한 업종에서 발생하는 병렬형 패치워크 전략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이종 업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통과 제품의 결합이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그것을 어디에 가져다 놓는가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여의도 문화방송 사거리에 위치한 커피빈에는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전혀 다른 업종의 두 기업, 커피빈과 현대차가 커피빈 여의도 지점을 시작으로 성내점 등지에서 카페 안에 자동차를 전시하는 형태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 자동차부터 새로 출시한 자동차까지 매장은 미니 모터쇼를 방불케 한다. 자동차 매장에 선뜻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카페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신차를 감상하는 기회를 즐긴다.

유형2. 단순 결합하기(결합형 패치워크)

각각의 업종이 단순 재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서비스 형태로 결합하는 전략이다. 패치워크로 완성된 하나의 제품에 참여한 기업 모두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배치형 패치워크보다는 섬세한 협업작업이 요구된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하나로 각 기업이 보유한 고유의 특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산업에서 발견되는 이형결합 패치워크는 각 산업이 지닌 핵심역량을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결집하는 형태다. 이종산업에서 발생하는 결합형 패치워크의 대표적 사례는 디자인·예술과 첨단 기술이 만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일 것이다.

그동안 전자·통신·자동차와 같이 기술 주도의 고가 제품에 고급 디자인을 접목하던 형태가 최근에는 점차 일상적인 제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 선두에 코카콜라가 있다. 2003년부터 다수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온 것으로 유명한 코카콜라는 2012년부터 장 폴 고티에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장 폴 고티에의 대표작 마돈나의 원추형 브라를 코카콜라 병에 접목해 소위 코카콜라 몸매를 연상시키는 효과를 노렸다.

유형3. 전에는 없던 것의 탄생(교배형 패치워크)

하이브리드 패치워크의 세 번째 유형은 기업의 협업으로 신기한 잡종 제품이 탄생하는 교배 형태다. 제품의 결합이 기존에 없던 특이한 신제품을 낳는 것이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이종 영역이 만나 탄생한 교배형 패치워크는 다소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형태의 신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패션 브랜드 베네통이 JYP엔터테인먼트의 2PM과 함께 만든 의류앨범은 2012년 출시되어 예약판매 시작 하루 만에 1천 장이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옷에 부착된 콘텐츠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기만 하면 2PM의 6개 신곡과 아시아 투어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옷인 동시에 음악까지 들을 수 있는 앨범인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손꼽힐 만하다.

시사점: 패치워크의 응용력이 요구되는 시대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작업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 가장 손쉽게 소비자의 급변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각 유형별 패치워크의 전개 양상을 전망해 본다면, 먼저 배치형 패치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유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외의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신선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해 하나의 제품·서비스가 되는 결합형 패치워크에서는 문화예술·콘텐츠 산업의 부상이 예상된다. 다른 제품의 정체성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제품으로 재탄생하기 가장 손쉬운 분야가 바로 예술·디자인·만화·캐릭터와 같은 콘텐츠 영역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두 영역의 특성을 모두 가진 잡종 제품이 탄생하는 교배형 패치워크에서는 무엇보다 사고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납득 가능성과 신선함 사이에서 적절한 줄다리기가 필요하다.

동종·이종 산업과 다양한 종류의 패치워크 전략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소비자가 직면한 문제 상황을 재미있고 신선한 방법으로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질수록 소비자들의 고정관념도 무장 해제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비무장지대야말로 기업에게는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기회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