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김경훈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예리한 촉수를 들이대며 다양한 저작물을 생산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트렌드 분석서『한국인 트렌드』에 이어서 개정판 『변화의물결 한국인 트렌드』를 출간하고 국내 유수의 기업 및 대학원에서 트렌드 강연을 펼쳤다. 그간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이 책을 내게 되었다. 현재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10일 만에 배우는 경제학 200년』『세상을 바꾼 경제학』『경제를 알아야 돈이 보인다』『한국인의66가지 얼굴』『뜻밖의 한국사』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Prologue:트렌드, 왜 알아야 할까?
1. 트렌드, 화장발에 속지 마라!
트렌드의 옥석을구분하라
트렌드 화장발과 변화의 개념들
Watching Point 1. 높이 떠서 내려다보라
2. 피할 수 없는 필연적 미래를 찾아라!
트렌드로서의 필연성을 찾아라
욕구는 트렌드의 필연성을 낳는다
Watching Point 2. 변화의 필연적 원인을 찾아라
3. 한국, 트렌드 생태계에 주목하라!
트렌드생태계가 뭐야?
새롭게 조성되는 디지털 군락
Watching Point 3. 즐거운 마음으로 트렌드 생태계를 산책하라
4. 트렌드 성장의 법칙을 이해하라!
예측의 정확성을찾아간 역사
트렌드 성장의 법칙
어떤 트렌드도 경제논리를 벗어나 성장하지 않는다
Watching Point 4. 성장법칙의이해로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라
5. 징후를 포착하라!
배후에 있는 새로움을 찾아라
세상을 영역화해서 징후를 관찰하라
Watching Point 5. 현상의 배후에 있는 진짜 새로움을 포착하라
6. 소비자가 아닌 인간을 관찰하라!
소비자들도스스로를 모른다
욕구 분석을 통해 직접 트렌드를 찾을 수 있을까?
서식지를 찾아라
Watching Point 6. 사람들이몰리는 곳으로 가서 관찰하라
7. 미래정보가 아니라 미래지식을 추구하라!
쥘베른에게서 배워야 할 것
미래정보를 미래지식으로 만드는 5단계 프로세스
Watching Point 7. 세상을 꿰뚫는 나만의 눈을가져라
8. 시간의 수레바퀴를 추적하라!
시간감각과 트렌드
트렌드에 적용되는 시간의 법칙들
Watching Point 8. 사물에 적용되는 그들만의 시간법칙을 관찰하라
9. 트렌드 vs. 트렌드의 관계를 포착하라!
트렌드와 역트렌드
세계의 트렌드와 한국의 트렌드
트렌드 로터리에 주목하라
Watching Point 9. 더 많은트렌드에 접속할수록 성공 가능성도 더 커진다
Epilogue: 미래의 파도를 타고 놀자
트렌드 워칭
트렌드, 화장발에 속지 마라!
트렌드의 옥석을 구분하라
트렌드는 나침반과 같다. 세상을 읽고 미래를 대비하며 변화를 즐기는 하나의 나침반. 안개 속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에는 이보다 귀한 나침반이 없다. 그런데 만일 그 나침반이 고장난 것이라면? 나침반을 보고 목적지로 가려 한다면 그 나침반의 바늘 끝은 항상 북극을 가리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백 가지 트렌드를 구분하고 옥석을 가리는 좌표가 필요하다.
트렌드의 옥석을 구분하는 세 가지 좌표
ㆍ 트렌드는 포괄적이다 -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ㆍ 트렌드는 긴 주기를 갖는다 - 5년 이상의 긴 주기를 갖는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ㆍ 트렌드는 필연적 에너지를 갖고 있다 - 미래에 반드시 일어날 변화여야 한다.
트렌드 화장발과 변화의 개념들
수많은 변화 중에 우리의 눈과 귀를 가장 활짝 열게 하는 것은 유행일 터이다. 유행은 돌발적이다. 기름 둘러 달군 프라이팬에 올려진 콩들처럼 여기저기서 톡톡 튀어 오른다. 다음에 어느 콩이 튈지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유행을 이렇게 콩처럼 튀게 만드는 것은 일시적인 호기심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유행은 트렌드의 기본적인 좌표 중 하나인 긴 주기, 즉 생명력이라는 좌표에서 트렌드와 다르다. 또 포괄적으로 다양한 사회문화 영역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더구나 특정한 유행이 필연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이효리의 목걸이가 탐스러워 보이다가, 내일은 보아의 귀고리에 필이 꽂히게 되는 것이 유행이니까 말이다.
명망 높은 경제연구소나 경제잡지는 해마다 경기/경제 예측서를 낸다. 그러나 전망은 그들 스스로도 민망할 만큼 자주 틀린다. 전망이 틀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전망은 미래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시나리오 중에서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선택한 것이다. 당연히 기상청의 일기예보처럼 불확실성이 포함되어 있다. 미래의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아주 많고, 그 많은 변수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전망은 어디까지나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한국, 트렌드 생태계에 주목하라!
트렌드 생태계가 뭐야?
식물들끼리 모여 살고 동물들끼리 모여 살지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이 뒤엉켜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산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려면 그 모든 것을 통합해서 봐야 한다. 다양한 트렌드가 존재하는 인간사회 역시 생태계처럼 종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트렌드가 변화의 기본양상이 되는 시대의 세상은 어느 한 분야만을 파악해서는 변화상이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는 동시적이고 신속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가는 이내 사그라든다. 어떤 트렌드는 환경의 혜택을 받아 급격하게 세를 불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자연도태의 운명을 맞는다. 이런 양상은 생태계의 그것과 무척 흡사하다.
새롭게 조성되는 디지털 군락
컴퓨터와 함께 디지털의 시대가 열렸다. 디지털은 영화 속의 프레임과 같은 원리다. 배우의 연속적 움직임이 아날로그라면, 그 아날로그의 정지화면인 프레임을 이어 붙인 것이 디지털이다. 그래서 디지털은 ‘인위성’을 대표하고, 아날로그는 ‘자연성’을 상징한다. 이 간단하지만 거대한 마술이 이 세상에 주문을 걸었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은 우리의 인식과 욕구, 그리고 세상을 변혁하고 있다. 디지털로 인한 변화양상은 크게 세 가지로 표현된다.
ㆍ 변화의 동시성
ㆍ 변화의 신속성
ㆍ 변화의 경쟁성
‘변화의 동시성’이라는 말은 울타리가 무너져 양들이 방목되는 것과 같은 변화의 양상을 의미한다. 정보는 디지털로 변해 순간적으로 전 세계로 퍼진다. 다종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퓨전의 매력에 이끌린다. ‘변화의 신속성’은 이런 대단위 변화가 빠른 주기를 갖고 교체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경쟁성’은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생존의 법칙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양상은 곧 디지털 군락의 특징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한국이 어떻게 변했나, 미래에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를 알려면 디지털이 바꿔놓은 이 새로운 군락지를 외계인처럼 거닐어볼 필요가 있다. 지구인, 그 중에서도 한국인이라 자칭하는 이 종족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트렌드 성장의 법칙을 이해하라!
트렌드 성장의 법칙
우선 이제까지 제시되었던 트렌드 성장에 대한 몇 가지 논리들을 살펴보자. 초기 학자들은 트렌드가 아닌 유행(fashion)의 보급에 대한 이론을 내놓았다. 독일의 사회학을 사회과학으로 정립한 100년 전의 사회학자 게오르규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흉내내기, 즉 모방의 과정을 관찰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집단이 계급에 따라 서열이 매겨져 있을 경우, 개인은 낮은 계급의 상징보다는 더욱 높은 계급의 상징을 흉내낸다.”
여기서 계급은 오늘날 부의 소유 정도에 따른 구분을 가리키는 ‘계층’으로 바꿔도 되겠다. 아무튼 이 흉내내기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 중 하나인 신분상승 욕구를 채우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모든 유행이 반드시 이 이론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층화 현상이 뚜렷한 사회일수록 자주 발견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메카시(E. McCathy)교수는 패션산업을 분석하면서 유행의 보급을 3단계로 나눴다. 우선 몇몇 소비자들만이 구매하는 유별화 단계에서 시작해, 차츰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모방단계를 거쳐,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경제적 모방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유행이 확산되는 과정에 대한 정확한 관찰이자, 유행에서 시간의 주기를 관찰했다는 면에서 진일보한 이론이다.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는 첨단 테크놀로지 상품들의 보급경로는 이노베이터→얼리어답터→전기수용자로 이어지는 각 단계가 있으며, 그 사이에 있는 ‘커다란 절벽(chasm)이 대중화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거꾸로 말하면 이 절벽을 뛰어넘을 때 진정한 대중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어떤 트렌드도 경제논리를 벗어나 성장하지 않는다
트렌드가 성장단계를 밟아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논리, 즉 수요-공급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사람들의 욕구가 강한 에너지로 작용하더라도, 수요-공급의 원칙에서 벗어나면 그 ‘날아온 씨앗’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지구를 수놓고있는 무선통신이나 인터넷 환경은 상상을 초월해 새로운 기술들이 실현되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문화를 이토록 바꿔놓을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돈이 되고 말았다.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의 발전도 다만 인간탐구라는 명목에 매어 있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발전을 기약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명연장의 꿈’이라는 메시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강력한 수요를 보장할 것이고, 따라서 생명공학은 꿈의 산업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아닌 인간을 관찰하라!
소비자들도 스스로를 모른다
트렌드 생태계에서 징후는 현상이 아닌 배후의 인간적 욕구에 있다. 그렇다면 가장 손쉬운 징후 찾기는 욕구 그 자체를 조사하는 것이 아닐까? 가령 소비자에게 직접 리서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 트렌드를 찾기 위해 소비자 조사를 하는 것은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다. 트렌드 워칭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조사는 점점 더 소비자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소비자 조사방법을 흔히 ‘자기보고(self-report)’라고 하는데, 현대인의 내면은 너무 복잡해서, 소비자 스스로도 자기 행동의 이유를 명확하게 기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이런 특징에 대해 ‘이성이 아니라 감각과 감성의 충동적인 욕구에 의해 순간적이고 자동 반사적이며, 비합리적인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감성의 시대이므로 기존의 전통적인 조사방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다.
서식지를 찾아라
새로운 욕구나 성향은 다양한 표현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트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새로운 욕구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심지어 고립을 목적으로 하는 트렌드조차 그 고립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유대에 대한 인간적 욕구를 바탕으로 끼리끼리 모이고, 의견교환을 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특정한 욕구와 성향으로 끼리끼리 모이게 되면 하나의 집단적 유사성이 나타난다. 우리는 흔히 이런 유사성에 대해 ‘OO족’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나는 ‘종족’이란 개념은 ‘성향’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미 종족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라면 트렌드 워칭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종족의 발견’인 것이다.
동물과 식물이 살기 편한 환경을 찾아 자기들만의 서식지를 꾸미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편안한 서식지의 선택은 반드시 이성적 논리의 결과물은 아니다. 왠지 끌리는 모임, 왠지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서식지의 선택에는 의식의 표면으로 드러난 이성뿐 아니라 감성과 무의식도 작용하는 것이다. 서식지에는 그곳에 서식하는 사람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감성과 행동들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서식지는 선택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서식지가 마음에 안 들면 사람들은 쉽게 둥지를 옮긴다. 트렌드 워칭을 하려면 얼리어답터들의 서식지를 찾아라. 가능하면 그 서식지에 함께 머무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 곳에만 너무 오래 머물거나 집중하면 객관적이고 폭넓은 관찰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점도 명심하라.
미래정보가 아니라 미래지식을 추구하라!
미래정보를 미래지식으로 만드는 5단계 프로세스
언제부턴가 ‘트렌드’라는 말이 유령처럼 지식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연말연초가 되면 수백 쪽 분량의 트렌드 관련기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것들은 단지 정보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 정보가 없어서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날마다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쓰레기가 된다. 아는 게 많은 것 같지만 정작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른다. 어떤 정보든 ‘내 것’이 되어야 비로소 쓸모가 생긴다. 우리는 그걸 흔히 ‘지식’이라고 부른다. 혹은 지혜일 수도 있다. 정보를 정보로 놔두지 말라. 정보는 지식(지혜)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부터 정보를 지식으로 만드는 프로세스를 통해 미래정보를 트렌드 예측의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1단계 : 키워드로 세상 보기 - 키워드 추출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단순한 인상일 수도 있고, 그야말로 섬광처럼 찾아오는 통찰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영역을 유심히 관찰하다보면, 어떤 것이든 인상적인 단어나 문구 하나가 머리에 떠오르게 마련이다. 일단 그것이 키워드다. 그 다음에는 그 키워드만 가지고 세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2단계 : 정보에 자석 갖다 대기 - 정보를 키워드에 달라붙게 하라. 아주 강력하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고, 붙을까 말까 고민하는 녀석도 있을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정보에 당신만의 생각, 혹은 순간적인 느낌에서 나온 코멘트를 달아두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는 그 코멘트만 갖고도 충분히 정보를 가공할 수 있게 된다.
3단계 : 똑똑한 질문 던지기 - 잘 던진 질문 하나는 우리에게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다준다. 키워드로 출발해 정보를 모으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 질문들은 현상의 배후에 대해 더 잘 알아야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다.
4단계 : 현상을 꿰뚫는 이름짓기 - 네이밍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적절한 이름은 상징적이면서 드러내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길면 이름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진다.
5단계 : 트렌드 지식 활용하기 - 4단계까지 해보았다면 이제 그 지식들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내 삶에 활용할 때다. 트렌드 워칭의 기술들은 이때 가장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
시간의 수레바퀴를 추적하라!
시간감각과 트렌드
트렌드는 철저하게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트렌드는 어떤 경우에도 사진 속의 정물이 아니다. 성장도, 소멸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있다. 그런데 트렌드에 적용되는 시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물리적 시간이고, 또 하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각적 시간이다. 징후가 트렌드로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이 시작되면 일단 물리적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전염되고, 좀 더 다양한 문화현상이 등장하며, 새로운 상품군이 출현한다. 감각적 시간은 트렌드의 이런 일반적인 진로에 액셀러레이터 혹은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움을 계속 공급하면 트렌드는 급격하게 성장하지만,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트렌드 vs. 트렌드의 관계를 포착하라!
세계의 트렌드와 한국의 트렌드
한때는 일본이나 미국의 가장 강력한 추종자가 한국인들이었다.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때로는 의도적으로 모방하고 따라했다. 그 영향이 남아서인지 지금도 외국에서 뭐가 유행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뉴스를 탄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져서, 내가 보기엔 일반인들보다 기자들이 훨씬 더 흥미를 보이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이미 스스로 유행을 만들어낼 정도로 충분히 선진적이기 때문이다. 트렌드간의 관계를 생각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세계의 트렌드, 혹은 메가트렌드와 한국 트렌드 사이의 관계다. 간혹 외국에서 이러이러한 트렌드가 등장했으니 곧 한국에서도 붐을 이룰 것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얘기다. 트렌드는 특성상 그 사회에서 붐을 이루게 되는 특수한 맥락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트렌드와 한국의 트렌드는 어떤 맥락으로 상호간의 연결성을 찾아내야 할까? 메가트렌드란 세계화된 세상에서 지구인들이 가고 있는 큰 방향성인데, 문화와 역사적 성격이 제각각인 나라들에서는 그 나라만의 특수성에 의해 필터링을 거친다. 따라서 세계적 트렌드와 한국적 트렌드 사이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메가트렌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표출하고 있는 특수한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트렌드 로터리에 주목하라
어느 도시든 그곳의 최고 번화가는 길과 길이 만나는 로터리에 생긴다. 출발지나 목적지는 다르더라도 거쳐가는 길목이므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트렌드에도 이런 번화가가 있다. 고유의 성장법칙에 따라 길을 가던 트렌드들이 일정한 시공간에서 합류하며 로터리를 만들면, 거기가 바로 번화가가 된다. 여러 트렌드들이 하나의 큰 문화적 현상과 소비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웰빙’도 일종의 트렌드 로터리였다. 하지만 발원지가 다른 트렌드들은 다시 흩어져 제갈 길을 가게 마련이다. 웰빙이라는 로터리 안에 존재하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 신분상승의 욕구, 자연친화의 욕구, 젊게 살려는 욕구들이 빚어낸 각각의 트렌드들도 로터리를 지나 계속 자기 길을 따라 흐를 것이다. 그러므로 트렌드들이 만나는 로터리를 발견하는 것 못지 않게, 그 안에 존재하는 작은 트렌드들의 성장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