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전략이다

저   자
김유진
출판사
쌤앤파커스
가   격
16,000원(376쪽)
출판일
2016년 07월






장사는 전략이다


전략 [끌어당기기] 고객에게 시켜라

고객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고객은 보이지 않는 것은 절대 믿으려 하지 않는 의심병 환자다. 여러분은 '강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화려함? 유행? 성형외과? 다른 분야는 모르겠으나 외식업에 있어서는 강남이라는 수식어가 좀 무겁게 느껴진다. 일단 강남 하면 임대료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같은 음식도 1,000원에서 2,000원 더 지불해야 하는 일이 많다. 또 강남 사는 거주민들은 참 먹을 거 없다는 소리를 밥먹듯 한다. 인테리어며 분위기며 번지르르한데 혀를 깨물 정도의 맛집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왜 이런 오해를 받는 걸까?


구조를 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인건비가 비싸다. 강북에 비해 강남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까지 인건비를 더 지불해야 한다. 도우미, 알바, 주차 요원, 배달 인력...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가락동 농산물 시장을 직접 다니는 게 아니라면 식재료 유통 업체에 얼마간의 추가 지불을 해야 원자재를 납품 받을 수 있다. 인건비에서 불거진 원가가 식재료에까지 옮겨간 것이다. 당연히 식당의 원가율이 높아진다. 소비자 가격이 더 비싸지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강남에서 '가성비 좋은 집'이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남에서 가성비를 살리려면 쓸데없는 투자를 없애야 한다. 인테리어도 최소화, 비품이나 집기류도 최저화, 메뉴도 직원의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직접 조리 스타일로 설계를 해야 가성비가 살아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리 조각을 맞추면 강북 스타일이 된다는 거다. 아파트 지하상가의 문어집도,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포장마차도, 7호선 9호선 뒷골목의 대폿집들도 거의 강북 스타일이다.


지방에서 한 획을 그은 외식 사업가들이 강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올라오는 일이 많아졌다. 뭔가 강남스러운 분위기를 쫓아가려 애를 쓴다. 슬픈 현실이지만 이게 아니구나 하는 답을 구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후회에 찬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에이~ 그냥 대구 스타일로 밀어붙일걸..."

"아따. 눈에 뭐가 씌였는갑소. 광주서 허던 거 맹키로 했시야 먹히는 것인디..."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비싼 돈 들인 인테리어를 때려 부수고 다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암튼 우리 시대 강남은 이런 딜레마를 품고 있다.


학동 사거리에 보기 드물게 가성비가 좋은 중식당이 하나 있다. 지금은 비 맞고 눈 맞고 색이 바랬지만 가게 전면에 걸린 메뉴 현수막도 고객을 유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오와 열을 맞춘 24가지의 메뉴가 먹음직스럽게 걸려 있다. 약간은 늘어진 대형 현수막이 그리 비싸지는 않겠구나, 하는 위안을 준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마치 국경을 넘는 기분이다.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공기 중에 고기와 간장의 향이 스멀스멀 퍼진다. 모름지기 딤섬 집은 이래야 자격이 있다. SBS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나온 뒤 손님이 부쩍 늘었다. 줄 서는 게 싫어 미리 확인 전화를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자리를 안내 받고 차를 한 잔 홀짝인다. 손에는 두툼한 가죽으로 만든 메뉴판이 들려 있다. 앞의 2~3개 면을 차지하고 있는 화려한 요리들은 패스! 이 집에선 딤섬이면 족하다.


일단 쇼마이(새우, 돼지고기, 날치알), 쥬차이죠(새우, 부추), 츠죠유(샥스핀, 새우), 시그니쳐 딤서인 브루스리(새우, 쌀전병 말이), 쇼룽뽀우(육즙이 들어 있는 만두)를 주문한다. 6,000원에서 10,000원 사이의 가격이 아주 마음에 든다. 호기롭게 따뜻한 자스민 차를 요구한다. 물론 공짜다. 손가락을 또각또각 꺾으면서 실내를 둘러본다. 재미난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다.


태연하게 물 담배를 빨고 있는 가운데 가르마 여인, 수를 놓고 있는 촌로, 변발을 한 어르신의 뒷머리를 따고 있는 총각, 패왕별희에 나올 법한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기념사진을 찍은 배우들... 시선을 수평 이동시켜 옆벽에 걸린 사진에 초점을 맞춘다. 말을 타고 있는 주인과 종으로 보이는 사내, 상해의 주택가 뒷골목으로 보이는 풍경사진,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듯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나누는 두 총각... 딤섬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사진 감상으로 보낸다. 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중국 본토의 식당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충분히 젖어 있다. 청나라 말기의 한량이 된 듯한 기분이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종업원들이 나의 흥을 더한다.


"콰이 콰이 츠죠유."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먹기도 전에 최면에 걸린다. 그래 난 오늘 제대로 된 딤섬을 먹을 수 있는 거야. 테이블에 쭉 깔린 대나무 찜통들을 바라본다. 틀림없는 중국식 딤섬이다. 물론 한국식 뷔페 레스토랑에 깔린 찜통 속 만두와 한통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나는 최면에 걸린 상태. 항저우나 쑤저우의 유명 딤섬 집에 와 있는 착각에서 빠져나오기 싫다. 조심스레 딤섬 하나를 들어 입으로 옮긴다. 뜨끈한 열기와 육즙이 혀를 적신다. 음~ 절로 탄성이 새나온다. '중국스러운' 향신 간장이 추임새를 넣는다. 좋다. 아주 좋다. 난 다시 흑백 사진 속의 사내와 여인에게 말을 건다.


"니하오~ 니 츠팔로마?"(안녕, 밥 먹었니?)


이쯤 되면 손님의 생각은 좁혀지기 마련이다.


1. 정통 중국식 딤섬일거야.

2. 주인장이 감각이 있네.

3. 세상에! 중국에서 물 건너온 스텝들이 만든 딤섬을 이리도 착한 가격에.

4. 짜사이, 간장, 소스... 어느 것 하나 본토스럽지 않은 게 없네.

5. 이러니 손님이 많을 수밖에.


그깟 흑백 사진. 인터넷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난 알고 있다. 또 북경의 골동품 거리 '유리창' 아무 곳에서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모조품이란 사실도 안다. 이 싸구려 이미지 몇 장을 업장에 걸면 손님 스스로 최면을 건다는 사실을 더더욱 잘 안다.


외식업주들은 사진을 거는 데 인색하다. 잘 생각해보라. 당신의 단골 집에는 사진이 걸려 있는가? 비싼 돈 들인 인테리어를 훼손한다고 생각하는지 아무리 추천을 해도 사진 거는 걸 망설인다. 하지만 고객은 보이는 것만 믿는다. 오픈 주방을 만드는 것도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틀어놓는 것도 다 고객을 설득하기 위함이다.


인간은 판단을 위해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테이블의 위생 상태, 소스통의 정리 정돈, 접시 위에 담긴 요리의 플레이팅, 심지어 만두를 반만 베어 물고 내용물을 확인한다. 지불하는 가격 대비 최고의 효용을 빼내기 위해 뇌에서는 끊임없이 칼로리를 소모한다. 그래서 연관이 있는 이미지를 거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전략 [차별화] 전구를 바꿔라

[김유진의 스페셜 코칭] 전구는 무조건 1년에 두 번 바꿔라

- 진정한 고수는 매장 조명의 색온도까지 고려한다

외식업 종사자 99.9%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조명이다. 테이프를 과거로 돌려보자. 어찌어찌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을 하고 공사에 들어간다. 아이템에 대한 상의가 끝나면 도면을 가지고 온다. 처음 하는 분들은 백 번 봐도 잘 모른다. 안 보인다. 도면을 그려 온 디자이너도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100% 확신하지 못한다. 말 그대로 '블루 프린트', 청사진에 지나지 않는다. 외식업을 직접 운영해본 디자인 업체라면 모를까 주방과 홀 스태프들의 동선까지 완벽하게 고려한 인테리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100명의 손님이 올 때와 500명의 손님이 들이닥칠 때의 각기 다른 상황을 예측하고 계산할 줄 아는 천재가 이 바닥엔 그리 많지 않다.


암튼 인테리어 업체가 도면과 같이 제공한 조감도 덕분에 '감'을 잡을 수는 있다. 출입구는 어디에 두고, 천장 색깔은 뭘로 하고, 벽지는 어떤 질감이고, 바닥재는 어떤 걸 사용할지 상의한다. 다행히 샘플이 있어서 이해하기는 쉽다. 하지만 결정은 쉽지 않다.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드는 게 인테리어다. 이 비용을 전부 내가 지불해야 한다.


며칠 더 고민해보겠다며 업체 직원을 돌려보낸다. 주위에 묻기 시작한다. 도면을 보여주면서 마치 본인이 전문가라도 되는 듯 설득을 시작한다. 사실은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정확히는 확신을 얻고 싶어서 지인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 아차! '구한다'가 아니라 '이끌어낸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왱왱 소리와 수북한 먼지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면 어느새 번듯한 가게의 모양새가 갖춰진다. 이때쯤 인테리어 담당자가 또 한 번 결재를 받으러 온다. 이번엔 두툼한 조명 책을 가지고 왔다. 팸플릿이다. 어찌나 종류가 많은지 결정 장애와 맞닥뜨린다. 가격은 착하면서 고급스런 조명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 싶다는 의지는 처참히 무너진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조명 갓을 고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면서 조명의 색온도에는 촉각을 세우지 않는다. 웃기는 일이다. 아무리 인테리어가 훌륭해도 가게 분위기를 좌우하는 색온도가 튀면 말짱 도루묵인데.


색온도(color temperature,色溫度)

완전 방사체(흑체)의 분광 복사율 곡선으로 흑체의 온도, 절대 온도인 273℃와 그 흑체의 섭씨온도를 합친 색광의 절대 온도이다. 표시 단위로 K(켈빈)를 사용한다. 간단히 켈빈이 높으면 푸른색, 낮으면 붉은색이라고 암기하고 넘어가자.


켈빈이 높으면 차가운 분위기가 난다. 같은 공간이라도 색온도가 높은 조명을 사용하면 시원하고, 차갑고, 서늘한 공기를 연출한다. 반면 색온도가 낮으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따뜻하다. 아늑하고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연기가 가능해진다. 이게 바로 켈빈의 비밀이다.


다시 인테리어와 조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담당자의 설명이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두 가지를 다 보고 나서 판단하고 싶다고 할 수도 없고... 눈 딱 감고 결정권을 넘긴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해주세요."


그래 맞는 소리다. 아마추어보다야 프로페셔널이 낫겠지. 하지만 그 훌륭한 전문가도 하절기와 동절기 메뉴의 분위기까지 맞춰주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많이 남는다고 해서 '막국수'라는 아이템을 결정했다. 당연히 그 전문가는 켈빈이 높은 조명을 사용할 것이다. 시원하다 못해 '씨원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흐르던 땀이 쪼로록 거슬러 올라 땀구멍으로 다시 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스레 이가 시릴 정도로 '쨍'한 육수를 들이켜기 위해 행인들이 가게 문턱을 넘겠지. 좋다. 매출이 오르고 수익이 극대화될 것이다. 헌데 이 효자가 10월을 넘어서자마자 배신을 한다. 심술이 고약해서 그런 건 아니다.


기온과 색온도의 상관관계는 의외로 복잡하고 치명적이다. 날이 서늘해진다. 바람이 불고 온도가 뚝 떨어진다. 몸이 으슬으슬해진다. 수술실처럼 냉랭한 막국수 집에 손님이 들 리 만무하다. 기온이 떨어지는 만큼 손님 수도 떨어진다. 주인은 울상이 된다. 하지만 동절기 메뉴로 뭘 낼까만 고민한다. 문제는 그게 아닌데...


수술실 밖에 아무리 회복실이나 안정실이라고 적어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건 바로 조명 때문이다. 서슬 퍼런 조명이 버티고 서 있는데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외식업주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배운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다. 아무리 '만둣국, 황태국, 김치전골, 철판보쌈 개시'라고 적어봤자 소용없다. 글자로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몸을 녹일 수 있는 뜨끈한 조명이 없으면 손님도 발길을 끊는다.


조명을 다룰 수 있다는 건 묘수 중의 묘수다. 그래서 감히 제안한다. 켈빈이 높은 전구와 낮은 전구를 모두 준비해두라. 계절을 타지 않는 아이템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많은 업주들이 동절기와 하절기의 매출 차이 때문에 고민한다. 장사 안 된다고 손님 탓, 경기 탓, 연휴 탓하지 말고 과감히 조명을 바꿔보라. 얼마나 재미난 아이디어인가. 정기적으로 전구와 갓도 청소할 수 있으니.


인간의 심리는 묘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하지방을 축적한다. 반면 더위를 이기기 위해 체온을 스스로 조절한다. 땀이 나는 이유다. 뇌는 오로지 나를 위해 24시간을 계산하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당연히 한겨울에는 수술실 같은 분위기의 매장에 들어가는 걸 막는다. 또 한여름에 뜨끈하고 끈적이는 업소에 가는 걸 방해한다. 최고의 음식을 만드는 건 기본.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선보이고 싶다면 기온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그게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전략 [호기심 유발하기] 소리로 유혹하라

"바사삭!" 소리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최근 SBS의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이하 중화대반점)'이 난리다. '냉장고를 부탁해'나 '집밥 백선생'에 비해 후발이지만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제껏 따라할 수 있는 요리를 보여줬다면 '중화대반점'은 눈으로, 귀로 즐기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이 전략은 과녁에 적중했다.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옥근태 프로듀서는 악바리로 유명하다. 시청률 제조기로도 소문이 났다. 그와 같이 근무했던 선배들은 대박 낼 줄 알았따며 고개를 끄덕이고 혀를 내두른다.


매회 현란한 불 쇼와 칼 쇼를 선보이는 '중화대반점'은 화려하다. 대가들이 집중하는 모습도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중식의 4대천왕으로 불리는 이연복, 여경래, 유방녕, 진생용 사부들이 보여주는 40년 공력은 모니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침이 줄줄 흐른다. 현장에 있는 듯 착각에 빠뜨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막내야. 리모콘 좀 줘봐, 어서!"


볼륨을 줄였다. 좌우에서 아들 녀석들의 원성이 대단하다. 친아버지 맞느냐는 둘째의 볼멘소리에 눈을 흘겼다. 침묵이 흐른다. 아내와 아들 녀석들에게도 물었다.


"아직도 맛있게 느껴지니?"


2~3초간 모니터를 쳐다보던 식구들이 입을 모은다.


"와~ 대박! 아무것도 아니네. 전혀 못 느끼겠는데요."


그랬다. 치지직. 샤샤샥. 챙챙. 쉬이익. 촤르르. 탁탁. 쿵. 쨍그랑. 후루룩. 바사삭... 음소거와 함께 맛도 달아나버렸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소리가 없으면 맛을 느낄 수 없다. 당연한 소리라고? 진심으로 그리 믿는가? 소리가 있으면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이거지.


그런데 당신은 왜 시도하지 않았는가? 상추를 씻고, 무를 썰고, 돈까스를 튀기고, 김치전을 부치고, 탕을 끓이고, 밥 짓는 소리를 왜 고객들에게 들려주지 않느냐 말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은 건 분명 실수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무릎을 치는 분이 계시다면 고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모양이나 색깔이 맛을 느끼는 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다. 하지만 소리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청각도 분명 맛에 영향을 미친다. 2010년 이탈리아와 영국의 공동 연구진은 감자튀김을 먹을 때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면 더 맛있다고 답하는 것을 확인했다. 꼭 이 기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예상할 수 있다. 먹을 때가 아니더라도 먹고 싶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효과음을 모으자. 아주 간단하게 편집을 한 뒤 라디오의 조미료 광고처럼 틀어놓자. 매장의 음악과 겹칠 수 있응니 이왕이면 외부가 좋겠다. 인터넷에서 3~4만 원짜리 스피커 하나 주문해서 내 가게 앞을 지나다디는 행인들에게 들려주자.


뽕. 치이익. 뚝딱뚝딱. 솨아아. 달그락달그락. 뻥. 칙칙칙칙...



전략 [기본기] 밥 짓는 물을 바꿔라

밥집은 무조건 밥이 맛있어야 한다

천만 명이 넘게 관람했다는 영화 '베테랑'을 뒤늦게 봤다. 감독은 관객의 분노를 이끌어내는 법을 알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화가 치밀어 혼났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트럭 기사 폭행 장면.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한 컷씩 정교하게 교차 편집했다. 자식의 눈앞에서 아버지를 두들겨 패는 장면에선 피눈물이 흘렀다. 자식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해하리라. 이걸 우리는 공감이라 표현한다.


폭행 전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흥미를 끈다. 그깟 400만 원 때문에 소란을 피우는 트럭 기사가 '어이'없다고 했다. 어원까지 설명하면서 말이다. 여기서 '어이'는 어처구니를 뜻한다. 맷돌을 돌릴 때 잡는 손잡이가 그것이다. 이 녀석이 없으면 맷돌을 돌릴 수 없다. 당연히 곡식을 갈 수 없게 된다. 조태오(유아인)에게는 400만 원 때문에 소란을 피우는 상황이 어이없었고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모두는 그런 조태오가 참 어이없었을 게다.


경우는 다르지만 나도 종종 식당에서 이 어이를 찾는 일이 생긴다. 식당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샤워? 오락? 배팅? 아니다. 밥을 먹는 곳이다. 그렇다면 식당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미덕은 무엇일까? 그렇다. 밥이 맛있어야 한다. 맛없는 음식을 내면서 돈을 받는 행위는 공정 거래에 위반된다. 말도 안 되는 반칙이다. 밥만 맛있으면 빈곤한 찬도 문제 될 것 없다는 손님도 많다. 갓 구운 김도 좋고, 양념간장 두른 깻잎도 훌륭하고, 달달하게 볶은 김치도 끝내준다. 그래서 밥맛이 중요한데 정작 맛있는 밥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수들에게는 크게 비중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면 일 매출 1천만 원이 넘는 업장의 대표들은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 어떻게 하면 밥을 맛있게 지을까? 대한민국 3대 돼지갈비집으로 불리는 서오릉의 화동갈비 류경선 사장에게 물은 적이 있다. 고깃집의 생명이 뭐냐고.


"밥이요, 형님. 마지막까지 만족시키려면 밥이 제일 중요해요."


들을 때는 싱거운 대답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뒤늦게 알았다. 고기를 팔든 찌개를 팔든 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영돈 프로듀서의 그리스 요구르트 건으로 그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먹거리 X파일'의 '착한 식당' 코너가 엄청나게 주목받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중차대한 프로젝트의 1호점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낙원동 악기 상가 지하에 있는 '그냥' 밥집이 그 주인공이다. 일부러 그냥이라는 수식어를 쓴 이유가 있다. 지하에서도 제일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식당을 주인공으로 만든 힘이 밥이었다. 좋은 쌀을 쓰는 건 기본. 가게에 들어서면 그 좁은 공간에 밥통이 5개나 자리 잡고 있다. 손님이 얼마나 많으면(최근 '수요 미식회'에도 등장해 한마디로 인산인해다.) 밥통이 이리 많을까? 일미식당의 기업 비밀(밥 짓는 노하우)을 손숙, 한대수 선생님과 진행하던 '행복의 나라로'에서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한계 인원 수의 3분의 1만 밥을 지어라.


전기밥솥의 최대 용량이 20인분이면 7~8인분의 쌀만 넣어야 밥맛이 좋아진다고 했다. 적어놓고 보니 달랑 한 줄인데 이 원칙이 대한민국 최고의 밥집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기름기 좔좔 흐르는 밥을 이 집에서 만날 수 있다. 어묵볶음에 무생채, 멸치볶음, 구운 김, 가지무침... 뻔한 찬들이어도 밥이 맛있으니 공기를 비우기 바쁘다.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인 청국장 뚝배기가 나올 즈음에는 너도나도 "밥 한 공기 더~"를 외치느라 정신이 없다. 매끄러운 질감의 국가대표 밥맛을 어찌 50인분씩 지어대는 '짬밥'과 비교하겠는가! 청국장에 비빈 명품 밥이 혀를 긴장시킨다. 놀라기에는 이르다.


더한 집도 있다. 외식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장기조 대표가 운영하는 수원의 제철쌈밥은 한술 더 뜬다. 수백 평 매장인데도 밥은 가정용 고급 전기밥솥으로 짓는다. 쌀이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이의 철학이다. 10여 개의 밥솥이 쉬지 않고 기적(?)을 울린다. 삑~ 삑~. 옆에서 타이머로 재보니 3분 간격으로 밥이 완성된다. 찰리 채플린 주연의 '모던 타임스'에 나오는 공장 같다. 균일한 맛을 유지하는 갓 지은 밥이 수천 명의 고객을 사로잡았다. 주차장이 부족해 주변의 나대지를 매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단다. 이 불경기에 행복한 비명이다. 이게 다 밥의 힘이다.


외식업주들은 왜 이 간단한 사실을 모를까? 어이가 없다. 대부분 홍보 마케팅에만 집착을 한다. 안쓰럽다. 날도 서지 않은 검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는 꼴이다. 제발 부탁인데 밥부터 챙기시길 바란다.



전략 [스토리텔링] 사연을 만들어라

스토리텔링은 이렇게 만드는 거다

사람들이 내게 물어오는 게 바로 스토리텔링과 홍보 마케팅이다. 다들 맛과 가격 그리고 서비스는 자신 있는 모양이다. 밥장사의 기본은 맛인데, 맛으로 1등을 하지 못하면 사상누각인데 어찌 그리들 자신있는지 모르겠다. 일갈하고, 스토리텔링은 뇌에 착 들러붙어야 한다. 『스틱』의 공동 저자인 칩 힉스와 댄 힉스 형제가 한 이야기다. 둘은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했다.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그리고 스토리.


스토리가 있어야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된다. 또 한 번 전달된 이미지가 뇌에서 절대 떨어져나가지 않는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더 얹고 싶다. 바로 재미. 구미를 당기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오래 못 간다. 우리는 평소 흥미진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이 흥미가 맛을 이끌어낸다는 뜻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재미는 맛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재미가 없으면 맛도 없는 거다. 스토리를 만들어봐야 소용없다는 소리다.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셋째도 재미다. 듣도 보도 못한 시골 촌구석의 이름 모를 할머니의 일화를 언급하며 고객에게 소구하는 건 너무 구식이다. 조금 과장되더라도 재미있는 편이 낫다.


며느리도 모른다는 양념장 비법으로 일약 스타가 된 즉석떡볶이의 인간문화재, 마복림 할머니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그랬단다. 어느 날 짜장면을 시켜 드시는데 우연치 않게 떡이 대접에 빠졌단다. 떡이 있는데 짜장면을 시킨 것도, 하필이면 짜장면 먹다가 떡을 먹은 것도, 왜 하필 짜장면 그릇에 빠졌는지도... 우연치고는 설계가 잘 짜여 있다. 암튼 춘장 소스가 묻은 떡 조각을 버리기 아까워서 먹어보니 기가 막혔다. 이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게 바로 국내 최초 '짜장 떡볶이.'


더 오래된 원조가 있을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인간은 알고 있는 사실만 믿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복림 할머니의 이야기만 기억한다. 언젠가 일본의 「닛케이 레스토랑」이라는 잡지에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특정 식당을 왜 2번 재방문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는데 대답이 기막히다.


1위가 '그냥.' 2위가 '깜빡했다.'


읽었을 때의 충격만큼은 고스란히 뇌리에 남아 있다. 그래 그럴 수 있겠다. 아니 이게 정답이다. 워낙 많이 생기니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거다. 웬만한 맛과 양 서비스가 아니라면 '그냥' 잊히는 게 당연하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더 뿌옇게 변할 테고 어느 날 잊히고 말 것이다. 그래서 강렬한 인상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아래 두 가지 이야기 중 어느 것을 더 오래, 강력하게 기억하겠는가?


1. 사업 실패 후 전국을 떠돌다 만난 돼지갈비 장인. 30년 경력을 전수받아 마포에 오픈한 홍두깨갈비.

2. 압류 딱지가 붙는 순간 온 가족과 함께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차마 농약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더군요. 무작정 동두천 돼지갈비의 장인, 류홍선 선생을 찾아가 닷새를 눈물로 빌었습니다. 사람 살리는 홍두깨갈비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고민하며 쉬 놓치는 포인트가 있다. 주어를 생략하는 습성이 있다. 주어를 생략하면 고통과 감동의 강도가 약해진다. 구체적이지 않으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이리 무딘 칼날로는 고객의 심장과 뇌에 각인시킬 수 없다. 그렇다고 너절너절 주저리주저리 반성문 쓰듯 적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당신이 왜 여기서 내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합당한 근거를 대란 소리다.


영웅 무용담에 많이 쓰이는 피땀 흘린 고생도 서술하라. 전설의 레시피는 어디서 어떻게 힘들게 구한 것인지 또박또박 밝혀라. 음식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강렬하게 표명하지 않으면 옆집 뒷집에 밀려 잊히고 만다.


생갈비구이를 먹다가 간장 통에 빠뜨렸다는 허무맹랑한 스토리만 아니라면 개발 과정을 디테일하게 밝혀라. 스토리는 또 다른 맛이다. 난 감히 제6의 맛이라 강조하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할머니 두부국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왜 두부를 넣기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명쾌하다. 못살던 시절, 명동의 '노가다' 인부들을 양 차게 먹이고 싶어 직접 만든 두부를 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간단한 대답 속에 배려와 인심, 온정이 제대로 버무려져 있다. 이 스토리는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었다. 지금의 할머니 두부국수가 전설이 되는 데 크게 한몫했다. 가맹점이 늘어나 지금은 잘 모르겠으나 처음으로 취재하던 무렵 명동의 직원들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이리 대답해주었다. 십수 년이 지났건만 쉬 잊히지 않는다.


이야기의 힘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강도가 세진다. 그래서 자전거나 수영처럼 애써 잊고 싶어도 잊히질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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