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과학

Why We Buy: The Science of Shopping

   
파코 언더힐(역자: 신현승)
ǻ
세종서적
   
15000
2011�� 09��



■ 책 소개
color=#ff0000>40년동안 쇼퍼들의 행동을 집요하게 분석하여 성공한 매장들의 비밀을 파헤치다!

매해 5만에서 7만 명 사이의 쇼퍼들을 관찰하고 분석해온 저자가 1999년에 출간한초판에 10년 동안의 새로운 조사와 연구를 더해 펴낸 개정판이다. 초판이 인류학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은 ‘쇼핑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며 쇼핑을과학으로 끌어올렸다면, 개정판은 그 과학을 체계별로 세분화했다. 

특히 초판에서 다루지 않은 인터넷 쇼핑과 해외 진출, 현지 시장과 쇼핑몰에 대한 연구가 더해졌다. ‘쇼핑의 과학’이탄생하게 된 배경과 역사에 대해 설명하며, 왜 그것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가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그리고 소매업자와 마케터로서 ‘쇼핑의 과학’에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쇼퍼의 특성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 저자가 최근 10년 동안 인터넷 세상과 세계 각지를 누비며 알아낸 쇼퍼에 대한새로운 연구 등을 함께 수록했다.

■ 저자파코 언더힐
‘쇼핑의 과학’의 창시자이자, 인바이로셀의 CEO이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고객과함께 ‘쇼핑의 과학’을 가다듬어왔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널드, 아디다스, 에스티로더, 스타벅스, 노키아 등 세계의 유수한 기업들과 함께일하고 있다. 또한 「NPR」「월스트리트 저널」「뉴욕 타임스」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며,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있다.

■ 역자신현승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전문 번역에 힘쓰고 있다. 역서로는 『쇼핑의 과학』『세계는 뚱뚱하다』『백비트러브』『리더수업』『100년 동안의 거짓말』『왼손잡이가 세상을 바꾼다』『이것이 리더십이다』『파티는 끝났다』『웰컴 투 머신』『유럽의 낭만주의시대』『포트윌리엄의 이발사』『세계신화사전』『시대와 리더십』『육식의 종말』『고객체험의 경제학』 등이 있다.
■ 차례
작가의 말 
1부 쇼핑의 과학 
1. 쇼핑의 과학이란무엇인가? 
2. 매장 관리자가 의외로 모르는 것들 

2부 인간의 보편성이 만드는 쇼핑의 과학 
3. 쇼핑하는 고객은 정면을 회피한다
4. 고객의 손을 자유롭게 하라 
5. 광고의 생사는 1미터로 결정된다 
6. 쇼퍼의 동선에도 법칙이 있다 
7.쇼퍼에게는 길들일 수 없는 본성이 있다 

3부 고객의 차이를 배려하는 쇼핑의 과학 
8. 남성의쇼핑 콤플랙스를 해소하라 
9. 여성이 원하는 것들 : 삶의 감정. 넓은 공간. 남성성 
10. 노년의 쇼핑 : 작은 것은 불편하고큰 것은 아름답다 
11. 아이의 쇼핑 : 쇼핑은 상품과 함께 "노는 것"이다 

4부 감각과 유혹이 있는 쇼핑의 과학 
12. 인간은 상품을 만지고싶어한다 
13. 쇼핑은 체험이다 : 나는 느낀다. 고로 소유한다 
14. 고객은 "즐거운 기다림"을 원한다 
15. 계산대 :고객과의 마지막 승부 
16. 상품 배열의 놀라운 마법 

5부 더 넓은 세상으로 확대된 쇼핑의 과학 
17. 인터넷 : 쇼핑의 또 다른 시장
18.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쇼퍼들의 법을 따르라 
19. 세상의 창 : 세계 각지의 쇼핑 노하우 
20. 변화를 거듭하는쇼퍼들 

감사의 말 
역자의말





쇼핑의 과학


1부 쇼핑의 과학

쇼핑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만약 우리가 오직 무언가를 구매할 때만 매장을 찾는다면, 그리고 오직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구매한다면, 아마도 경제는 붕괴하고 말 것이다. 다행히 20세기 후반의 경제적 당사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쇼핑을 활성화시켰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쇼핑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고객에게 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매장의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장과 쇼핑몰을 짓고 있다. 오늘날에는 북미와 서구 유럽은 물론, 모스크바, 두바이, 상하이와 뭄바이 등지에서도 첨단 소매 활동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에서 주로 관심을 갖는 것은 동일한 매장에서 이루어지는 소매 활동이다. 즉 동일한 공간이나 장소에서 어떻게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쇼핑의 과학의 성장에서 또 다른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쇼핑의 과학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오늘날에는 수백 개의 TV 채널이 있으며, 리모컨과 티보(TiVo,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를 이용하여 선택적으로 광고를 건너뛸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FM과 위성 라디오, 개별적인 사소한 관심사까지 충족시켜주는 넘치는 잡지들, 정보와 오락을 찾는 이들을 위한 사이트들이 거의 무한대로 들어 있는 인터넷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고객에게 접근하여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한층 더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브랜드의 영향력이 차츰 약화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한두 세대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브랜드를 선택했기 때문에 쇼핑을 할 때면 언제나 그 브랜드의 구입을 고수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모든 결정이 새롭게 이루어지며, 그 무엇도 당연시되지 않는다.


이것은 매장 외부에서 영향을 받는 구매 결정이 점점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훨씬 더 많은 구매 결정이 매장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이것은 고객들이 브랜드나 광고, 혹은 마케팅에 의존하기보다 매장에서 얻는 인상과 정보에 더 민감히 반응하면서 구매 결정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슈퍼마켓이든 어디든 충동구매 비율은 급등하고 있다. 심지어 중요한 구매 결정도 매장 안에서 바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 지금은 매장과 통로가 메시지 전달과 최종 판매를 위한 중요한 매체 역할을 하고 있다. 매장이 위치한 건물과 장소가 그 자체로 초대형 3차원 광고가 되는 식이다. 광고판, 선반 위치, 진열 공간, 특별한 시설물도 고객들의 제품 구입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수단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쇼핑의 과학이다.



2부 인간의 보편성이 만드는 쇼핑의 과학

고객의 손을 자유롭게 하라

쇼퍼들이 2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는 물리적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내재된 함축적 의미는 상상되지도 감지되지도 고려되지도 않으며, 무시된다.


8월의 어느 날 밤, 나는 사무실에서 비디오로 쇼핑하는 고객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사흘 내내 비디오를 샅샅이 훑어보면서 바구니를 이용하는 쇼퍼들이 전체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곧 매장 안에서 많은 고객들이 쩔쩔대며 물건을 들고 있음을 의미했다. 여기서 얻은 한 가지 깨달음은 쇼퍼의 팔과 손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들이 소비하는 돈의 씀씀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건을 세 가지 이상 들고 있는 고객이 눈에 띄면 그 즉시 바구니를 건네도록 직원들을 교육시키라고 조언했다. 경영진은 우리의 조언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얼마 후 바구니 사용은 눈에 띄게 늘었고, 매상도 그만큼 증가했다.


우리 사무실 근방에 장사가 잘되는 서점이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서점의 바구니는 엉뚱한 장소, 즉 입구 바로 안쪽에 비치되어 있었다. 이동 지대라는 점은 제쳐놓고라도 또 다른 이유에서 그것은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소매업자들이 매장 안에서 고객들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대다수 고객들은 책 한 권을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읽을 만한 다른 책들을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소매의 핵심이다. 만약 쇼퍼가 어느 순간 갑자기 충동구매를 멈춘다면 우리를 지탱하는 경제가 한순간에 붕괴할지도 모른다. 대다수 매장의 경우 추가구매와 충동구매에 의해 적자와 흑자가 판가름 난다.


여기서 교훈은 당연히 고객들의 필요에 맞춰 매장 곳곳에 바구니를 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장 안에 있는 바구니들을 앞쪽에서 뒤쪽으로 옮겨놓기만 해도 금세 효과가 나타난다. 대다수 고객들은 일단 구경을 마친 후에야 상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바구니를 놓아두는 선반의 높이가 1.5미터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쉽게 바구니를 볼 수 있고, 또 일부러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소매업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쇼핑 경험을 최대한 편리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어주지 않는 한, 고객이 얼마나 많은 물건을 사들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쇼핑의 세계에서 손 문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컨대 가장 멋진 장소에 위치한 매장에 훌륭하고 값싸고 멋진 상품들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자. 그러나 고객이 그 상품들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낱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쇼퍼들이 물건에 손을 대거나 만질 수 없다면, 그들은 그 물건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고객들에게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가져갈 수 있음을 보장한다는 식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고객의 양손에 물건이 가득하다면, 그런 판단은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의류를 진열할 때 옷을 옷걸이에 걸어놓는 방식보다 테이블 위에 펼쳐놓는 방식이 훨씬 더 나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이 한 손으로만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일일이 살펴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테이블에 있으면 그 위에 짐을 놓아두고 꼼꼼히 옷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3부 고객의 차이를 배려하는 쇼핑의 과학

여성이 원하는 것들 : 삶의 감정. 넓은 공간. 남성성

우리는 많은 쇼퍼들을 관찰하면서 대다수 남성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쇼핑에 대한 심리적·감정적 측면이 여성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성은 쇼핑을 하면서 일종의 환상을 체험한다. 그들은 사용할 물건을 바라보고, 비교하고, 상상하고, 마음속에 그리면서 의식에 참가하듯 쇼핑에 몰입한다. 그런 다음 오랫동안 구매할 물건의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따진다. 그리고 적절한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찾으면 구매에 나선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구매 활동을 할 때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신중히 고려한다. 그리고 그것이 멜론이든 주택이든 남편이든, 완벽한 것을 고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느낀다.


실용적인 기준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이 한 가지 명백하고 중요한 사실에 귀착된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쇼핑 환경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남성은 그저 최소한의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원할 뿐이다. 어떤 남자가 무언가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한다면 실망감에 쇼핑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남자들은 돌아다니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인내심과 호기심이 강하며, 조금씩 모습이 드러나는 공간에서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 그들은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때로는 일종의 황홀경을 체험하며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쇼핑하는 여자들은 허리 아래쪽에 진열된 물건을 살피는 걸 꺼려한다. 뒤쪽에 있는 누군가와 부딪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분주한 메인 통로의 시야에 속해 있지만 몸을 숨길 수 있는 한적한 공간에서의 쇼핑을 선호한다. 부딪침에 민감한 여자들의 속성은 매장 디자인과 활자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간이 비좁을수록 여성이 그 자리에 머무는 시간도 줄어든다. 따라서 그런 장소의 광고물이나 판촉물은 명확하고 직접적이어야 한다. 즉 각종 인쇄물들은 크고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공간이 비좁은 체인형 잡화점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제품의 설계자들은 이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환상을 꿈꾸는 여성의 쇼핑 방식은 그들이 주고객층인 매장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례로 인사장 카드를 파는 매장이 있다. 그곳에서 여자들은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감정 표출을 모색하기 위해 쇼핑을 한다. 그들은 마음에 쏙 드는 카드 한 장을 발견하기까지 장시간 공들여 카드를 하나하나 살핀다. 따라서 카드 전문점에서는 감정적인 삶이 지배하는 공간 같은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쇼핑에서 급격한 성별 변화는 남성 고객과 관련이 있다. 주로 여성 고객을 겨냥한 매장과 제품에서 남성을 끌어들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 취향의 제품과 환경이 여성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너트와 볼트를 파는 구식 상점들은 지금도 여기저기에 남아 있긴 하지만, 단일 품목만 취급하는 전문 매장들이 그런 상점들을 고사시켰다. 그렇다면 홈 디포(Home Depot)는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주로 여자들이 더 이상 과거처럼 남자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사회경제적 현실을 반영한 덕분이었다.


이러한 여성 에너지의 유입은 매장의 제품 진열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조명 시설의 경우 단순히 진열대에 달려 있거나 선반에 세워놓는 것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방식이다. 조명이 실내에서 정확히 어떤 식으로 비쳐지는지 고객에게 직접 보여주어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욕실용 수도꼭지 박스를 진열하는 대신 샤워 커튼과 수건까지 고루 갖춘 욕실 전체를 보여주어야 한다. 홈 디포가 너트와 볼트를 파는 구식 상점들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무언가 필요할 경우에만 철물점을 찾아갔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떤 제품이 새로 나오고 무엇이 진열되어 있는지 살피려고 매장을 찾기도 한다. 지금은 누구든 철물을 쇼핑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가장 성공적인 페인트 제조업체에서 라이프스타일의 권위자인 마사 스튜어트와 랠프 로렌의 이름의 브랜드로 페인트를 팔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 페인트는 철물에서 패션으로 옮겨가고 있다. 순전히 여성이 이 영역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벽의 칠이 벗겨지거나 금이 가지 않는 한 페인트칠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들은 단순히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낌만 들어도 페인트칠에 나선다. 물론 예전에도 페인트칠은 남녀를 불문하고 평범한 사람이면 누구든 너끈히 해낼 수 있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비로소 페인트 자체(그것이 포장되고 판매되는 방식)는 오늘날에 와서야 남녀 공용이 될 수 있었다.


2009년 시점에서 보면 여성 소비자는 전자 제품 산업의 건전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 제품 유통 기업인 라디오색에서는 여성 매장 관리자를 고용하기 위해 각별히 애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베스트 바이(Best Buy)에서는 개별 매장의 성공과 매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의 숫자 간에 상호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했다.



4부 감각과 유혹이 있는 쇼핑의 과학

인간은 상품을 만지고 싶어 한다

인간이 쇼핑을 하는 가장 순수한 사례를 찾고 싶다면 물건들을 만지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라. 아이들은 정보, 이해, 지식, 경험과 감각을 얻으려고 쇼핑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감각이다. 아이들이 어떤 물건을 몇 번씩 만지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개나 새, 혹은 벌레를 지켜본 적이 있는가? 아마 당신은 개미를 보고서 먹이를 찾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개미가 쇼핑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요컨대 쇼핑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고객이 물건 구입 이전에 그것을 먼저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매장의 중요한 기능은 고객과 제품 간의 접촉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매장은 고객이 손쉽게 물건을 만지고 시험해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접촉을 힘들게 하는 매장이 적지 않다. 만약 어떤 제품이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매장에서 그 기능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접촉과 테스트가 가장 중요시되는 분야는 의류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의류 전문점을 설계하는 이들은 판매하는 모든 제품들을 만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런데 탈의실을 설계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탈의실을 살펴보라. 그들이 매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얼마나 잘못 알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매장 설계자들은 탈의실을 대충 날림으로 공사한다. 크게 만들어봤자 쓸데없이 공간만 낭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의실은 어쩌면 매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탈의실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경우,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탈의실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그곳은 진열대나 윈도, 또는 광고처럼 일종의 매출 수단이 될 수 있다. 탈의실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매출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럼 이번에는 잘 운영되고 있는 매장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 무렵 라디오색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전화기 전문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는 진열된 전화기를 향해 다가서는 수많은 고객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전화기들을 죽 훑어본 후 가격을 살피더니 거의 예외 없이 수화기를 들어 귀에 갖다댔다. 그들은 무엇을 원했던 걸까? 무얼 원한다기보다 그냥 일종의 반사 행동처럼 보였다. 전화기를 가지고 그 밖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전화기를 손으로 만지고 귀에 대보는 것 말고 비교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이 있을까? 우리는 이러한 점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만약 우리가 맨 먼저 시도해야 할 일이 실생활에 최대한 가깝게 하는 것이라면 전화기 안에 목소리를 집어넣는 게 그럴듯하지 않을까? 우리는 고객이 수화기를 들어 올릴 때마다 작동되는 녹음된 메시지를 전화기에 연결하라고 라디오색에 조언했다.


우리의 조언을 실행에 옮기자, 매장은 진열된 전화기를 들어 올리는 사람들로 생동감이 넘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이 먼저 녹음된 음성을 듣고 나서 친구들이 들을 수 있도록 수화기를 넘겼다. 이것은 또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왜냐하면 제품에 관한 대화를 나눌수록 구매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매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쇼핑하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떠들길 좋아한다). 여기에 광고 메시지를 녹음해 집어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가 하면, 스프린트 휴대폰 매장에서는 전화기를 카운터식으로 진열해 놓았다. 덕분에 고객들은 다양한 모델의 전화기를 살피며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그곳의 전화기는 실제로 작동 가능했다. 고객들은 배우자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구입을 고려하는 전화기에 관해 논의했다. 그러자 전화기는 저절로 팔려나갔다. 그야말로 나무랄 데 없이 근사한 방법이었다.


상품 배열의 놀라운 마법

쇼핑의 과학에서 이른바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상품화 계획)은 온갖 마법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세계이다. 머천다이징의 세계는 두 가지 뚜렷이 구별되는 측면으로 나뉜다. 하나는 선반에서 자기 제품을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이다. 그곳에서는 동일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제품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런 경쟁을 누가 원하겠는가? 자력으로 제품을 선반 밖으로 내보내려고 막대한 노력과 자본을 쏟아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머천다이징의 또 다른 측면은 인접물의 활용(하나의 품목을 다른 품목과 연결할 때 발생하는 상승효과로, 매상을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인접물 활용을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추가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계산대 앞에 진열해놓은 과일향 사탕이나 건전지처럼 마지막 순간에 바구니에 던져 넣을 수 있는 충동구매 물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매장이 성장하고자 한다면 기존 고객들의 소비를 더 증가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즉 고객들의 매장 방문 횟수를 더 늘리고, 매장 안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며, 더 많은 물건들을 구매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머천다이징 물품의 진열과 배치를 엉망으로 만드는 주범은 비단 소매업자만이 아니다. 때로는 그런 물품을 설계하고 제작하는(그리고 상대적 약자인 소매업자에게 그것을 판매하는) 기업들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코팅이 안 된 마분지로 제작된 진열품이 그런 경우다. 어느 금요일 밤에 선탠로션 진열물이 잡화점에 들어왔다. 진열물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선탠로션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윽고 영업시간이 끝나자 청소부들이 매장 안에 들어왔다. 그들은 늘 하던 대로 시설물들을 한쪽으로 치우지 않고 바닥을 자루걸레로 닦았고, 그 때문에 선탠로션 진열물의 밑부분이 축축하게 젖었다. 토요일 오후가 되자 진열물은 비스듬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날 밤 매장을 청소한 후에는 눈에 띄게 기울어졌다. 그리고 토요일 밤 그 진열물은 쓰레기통으로 사라졌다.


가끔은 제품의 절반이 사라질 때까지 진열물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그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절반쯤 남겨진 물건이 잘 팔리는 품목처럼 보일까, 아니면 그저 방치된 품목처럼 보일까? 케첩 병 같은 물품이 사라졌을 때 쇼퍼들은 무엇을 보게 될까? 그곳에서 고객들은 갈색 종이만을 볼 수도 있고, 케첩 병에 관한 메시지나 사진을 볼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차이를 낳는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6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광고 문구를 읽을 수 있을까? 만약 진열물의 윗부분만 보인다면 그것은 절반의 역할밖에 못하는 셈이다. 진열물의 뒤쪽에 아무것도 없다면, 또 그 옆쪽에 아무것도 없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진열물 설계자들은 매장 안에서 실제로 그것이 어떻게 설치되는지, 따라서 고객들이 진열물의 어느 쪽을 먼저 보게 되는지 모르고 있다.


한때 새로운 슈퍼마켓 진열물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유명 브랜드 청량음료 제조업체에서 시제품 테스트를 위해 우리를 고용한 적이 있다. 나는 그 회사의 간부와 함께 한 슈퍼마켓에 도착했다. 우리는 윈도를 통해 청량음료가 바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왜 저런 식으로 쌓아놓았는지 모르겠군요. 너무 어수선해 보이잖아요"라고 말하며 청량음료를 제대로 정돈하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하루 동안 그대로 내버려둔 채 비디오에 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객의 60퍼센트가 그것을 지나치면서 관심을 보였다. 그 정도면 그 회사의 다른 머천다이징 물품들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이었다. 고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상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값진 교훈이 있었다.



5부 더 넓은 세상으로 확대된 쇼핑의 과학

세상의 창 : 세계 각지의 쇼핑 노하우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쇼핑몰은 가장 성공적인 미국 수출품 중 하나다. 지금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두바이에 이르기까지, 또 도쿄에서 리스본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처에서 쇼핑몰을 찾아볼 수 있다. 외관만 보면 미국의 쇼핑몰이나 다른 나라의 쇼핑몰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외관에 속아서는 안 된다. 모든 국가는 고유한 지역 관습과 문화적 규범과 사적인 경계선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직시하면서 잘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과 멕시코의 쇼핑몰들은 미국과 달리 보안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는 쇼핑몰이 단순히 쇼핑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장소가 아니라 보호받는 영역, 즉 철저히 격리된 사설 클럽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상파울루에 위치한 이구아테미는 하이브리드 쇼핑몰(전형적인 미국식 쇼핑몰에 근원적인 문제와 해법을 결합시킨 쇼핑몰)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브라질의 문화적 배경에서는 대부분의 성인 자녀들이 결혼할 때까지 부모와 함께 집에서 같이 생활한다. 그래서인지 자녀들이 시내로 외출을 원한다 해도 그들의 선택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구아테미 방문은 20대의 브라질 자녀들에게 비슷한 사회적 계급에 속한 동년배를 보고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비디오 매장인 블록버스터 멕시코에서는 가족적인 분위기와 함께 적절한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그곳에 들어서면 3중의 방어선(주차장, 출입구, 금전등록기)과 마주친다.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블록버스터가 현지에서 생존 가능한 까닭은 거리의 위험으로부터 그곳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멕시코 사무소와 관계를 맺기 시작할 무렵, 나는 지금껏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대면하게 되었다. 그것은 엘렉트라라고 불리는 소비자 전자제품 체인점이었다. 오늘날 그들은 약 구백 곳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과테말라와 페루와 온두라스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엘렉트라는 근면한 빈곤층과 신흥 중산층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남미 시장에서 누군가 매장 안으로 들어와 자신이 집과 직장과 우편 주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만 하면 엘렉트라에서는 그 사람에게 적정한 수준의 자금을 대출해줄 것이다. 그 대가로 소비자는 매주 소액의 현금 지불에 동의한다. 가족 전체가 대출에 대한 책임을 진다. 요컨대 엘렉트라는 소비자 가전제품과 백화점에서 거래를 매듭짓는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엘렉트라에서는 대출금에 높은 이율을 부과하지 않을까? 이자를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엘렉트라는 사회적 유동성(주소, 직업, 계층 등의 이동)도 가능케 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이 아닌 가족 전체(확대 가족 포함)를 대상으로 돈을 빌려준다. 그렇다면 회사의 악성 부채 비율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그 비율은 아주 낮은 편이다. 일반 은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엘렉트라와 남미 가족들 그리고 남미 전체의 생활 수준에 모두 득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독창적인 제도인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이나 소매업의 혁신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유망한 몇몇 회사들도 변화의 고삐를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소매 경험은 임대주가 아닌 플레이스메이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들은 자신의 공간을 흥미진진한 곳으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북미 지역에서 대다수 임대주와 발전적인 개발업자들이 마케팅 컨설팅 회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고객들의 쇼핑몰 방문 횟수와 그곳에서 보내는 평균 시간이 줄어들면서 방문 고객수를 계산하거나 평방면적당 매출을 조사하는 것만으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이제 그들은 인식하고 있다. 매장 문 밖에 있는 공공 공간, 좌석, 화장실과 주차장도 가격 책정과 시각적인 광고 못지않게 매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간이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할 필요는 없다. 물론 민족성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젊은 가족들에 초점을 맞춘 쇼핑몰, 10대를 목표로 삼는 쇼핑몰, 노년층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쇼핑몰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만약 이런 쇼핑몰이 생기면 구매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든 진심 어린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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