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차별의 경제학

The Price is Wrong

   
사라 맥스웰(역자: 황선영)
ǻ
밀리언하우스
   
12800
2009�� 02��



■ 책 소개
‘가격에 얽힌 소비심리’를최신 경제학 트렌드인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집중 조명한 책이다. 고전경제학은 일반적으로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보는 고전경제학의 관점과는달리 저자는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요가 아닌 소비심리를 바탕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가격이 구매에 어떤영향을 미치는지, 나아가 기업 이미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소비자들이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가격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으며, 기업의 마케터들은 가격을 대하는 소비자들의감정적 측면을 이해하고,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사라 맥스웰
30년간 마케팅전문가로 활동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고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을졸업한 후 와튼스쿨 MBA를 이수했으며, 현재 포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6년부터는 ‘포담 가격결정 센터’를 공동 창립하고, 10여년 간 가격결정에 관한 학술회의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밖에 「가격결정 국제 저널」의 부 편집장을 역임하며 공정한 가격결정에 관한 광범위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 역자 황선영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졸업, 미국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에서 통역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외교부 APEC 정상회의 기획단, 농림부 통번역사로 활동하다가, 현재는(주)엔터스코리아 전속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신이 내린 광기』『중국 비즈니스 불패의 법칙』등이 있다.


■ 차례
Part 1.구매를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 ‘가격’에 숨겨진 비밀
01 소비자는 가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02 가격은 신이결정한 것이 아니다


Part 2. 소비자를 떠나게 하는 가격 vs. 소비자를유혹하는 가격
03 소비자를 분노하게 만드는 가격의 함정
04 점원 대신 셀프 계산대로 바꾸면 절도율이늘어날까?
05 소비자는 이성이 아닌 감정에 의해 움직인다
06 소비자가 예상하지 못한 가격은 나쁜 가격이다
07 최소한 지불한만큼은 받아야 한다
08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09 가격결정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
10 소비자들은불공정한 기업을 처벌하고 싶어 한다
11 정보를 가진 소비자는 거대한 기업도 이길 수 있다
12 고객의 신뢰를 얻으면 치열한가격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Part 3. 기업과 소비자가 win-win하는 가격찾기
13 공짜였던 상품이나 서비스도 유로로 전환할 수 있다
14 팁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된다
15 혜택이 달라지면 가격도 달라진다
16 타협한 가격은 공정한 가격이다
17 공정한 가격에 대한 관점은 문화마다다르다
18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만족하는 가격





가격차별의 경제학

구매를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 ‘가격’에 숨겨진 비밀
소비자는 가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우리 집 근처에는 같은 길가쪽에 주유소가 세 군데나 있다. 그 중 한 곳은 다른 두 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3원에서 최대 9원까지 가격을 할인해서 손님을 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니 많은 차들이 이 주유소로 몰려들어 도로는 양 방향으로 꽉 막힐 때가 많다. 이렇게 줄지어 기다리면 리터당 6원을 절약할 수 있고, 75리터를 넣으면 450원 정도가 절약된다. 주유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6분가량이니 한 시간에 4,500원을 버는 셈인데, 이는 최저임금(미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약 7,000원 선이다-옮긴이)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인 것이다.


주유소 고객들은 어리석게도 이렇게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이들이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이유는 휘발유 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리터당 860원까지 치솟은 가격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석유 업계가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석유 생산량의 40퍼센트, 원유 보유고의 60퍼센트 이상을 지배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공급권을 장악해 불공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석유 기업은 불공정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 대기업 엑손 모바일(Exxon Mobile)은 기업 사상 최대의 이익을 달성했으며, 임원들은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다. 석유 도매업자들 또한 불공정한 가격을 책정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암암리에 ‘지역별 가격차별 체제’를 도입해 지역에 따라 리터당 가격이 140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더운 여름 주유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더욱 불리하다. 날씨가 더우면 석유가 팽창하기 때문에 같은 가격을 내고도 적은 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석유, 이동통신, 항공권, 프린터 잉크 카트리지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불공정한 가격에 대한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소비자들은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판매자와 거래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공정한 가격이란 무엇인가?


‘공정한’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당하다’는 의미이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만족스럽다는 뜻이고, ‘정당하다’는 말에는 가격이 합당한가에 대한 판단이 담겨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과 ‘정당한’ 가격의 차이는 ‘개인적 공정성’과 ‘사회적 공정성’의 차이에 있다. 다시 말해 개인적 공정성이란 개개인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생각되는 가격이며, 사회적 공정성이란 사회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가격이다.


불공정한 가격을 설명할 때는 개인적인 불공정성과 사회적인 불공정성이 종종 함께 등장한다. 약 값이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일단 너무 비싸기 때문이고, 동시에 캐나다에 비해 미국의 약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교재비가 불공정한 이유는 첫째, 너무 비싸기 때문이며, 둘째,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교재를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매세가 불공정한 이유 역시 비싸게 느껴지는 데다 저소득층이 비율적으로 더 높은 금액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공정성은 사회 규범의 준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사회 규범은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일련의 규칙으로 가격 자체뿐만 아니라 가격책정 대상, 가격결정자, 가격 예외 적용을 받는 사람, 가격 정보, 가격 구성요소 등 경제적 거래의 모든 국면에 적용된다.


신경학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감정적인 요소 없이는 구매 결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에 의해 가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 좋은지 나쁜지, 옳은지 그른지를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성은 결국 감정적인 ‘예’ 또는 ‘아니오’에 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정한 가격’이란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만족하는 가격이며,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다. 이러한 가격은 개인적?사회적 규범을 충족시키는 가격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만약 가격이 규범을 위반하고 개인적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소비자의 감정이 격화되고, 분노의 불꽃이 타오를 수밖에 없다. 모든 기업들은 “공정하지 않으면 게임 끝이야!”라고 외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비자를 떠나게 하는 가격 vs. 소비자를 유혹하는 가격
소비자가 예상하지 못한 가격은 나쁜 가격이다

가격과 가격결정 관행의 기술적인 규범은 이전의 경험에 기초한 예측이다. 이러한 가격 예측은 단지 합리적인 예상치일 뿐 아니라 감정적인 욕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동일한 가격을 원한다.


사람들의 예측이 항상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규범은 세부적인 규칙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아주 모호할 수도 있는 일반적인 개념이다. 레스토랑에서 팁을 주는 것은 규범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스토랑에 가면 팁을 놓고 온다. 하지만 팁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다른 서비스업에도 팁을 주는 관행이 적용되어야 하는 건지, 준다면 얼마나 줘야 하는지는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


기술적 규범은 때로 모호할 뿐만 아니라 예측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예측은 개인의 편견 또는 편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편향성은 사람들의 낙관주의 때문에 발생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기대하는 중요한 일들이 정말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따라서 가격에 있어서도 낙관적인 기대를 품는다.


이러한 낙관적인 기대는 ‘공정성에 대한 자기위주편향’이라는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 자기위주편향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가격을 기대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공정성에 대한 자기위주편향으로 인해 우리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공유된다고 생각하는 기술적 규범이 사실은 개인 한 사람이 희망하는 규범 또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규범이든 단순한 개인적 규범이든 규범은 강력한 기대를 표현한다. 이러한 기대가 좌절되면 그것은 개인적으로 불공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예상하고 있었던 가격은 일반적으로 ‘공정한 가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예상 가격으로 규정한 가격은 ‘공정한 가격’과 일치한다. 급격한 가격 인상은 예상하고 있는 가격과의 차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불공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한편 가격을 너무 자주 바꾸는 것 또한 예측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판단된다.


판매자들은 구매자들의 현상 유지의 욕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달라졌다고 해서 바로 가격을 변경하지는 않는다. 가격 변경이 고객들의 반감을 살까 우려하는 것이다. 대신 판매자들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품의 양이나 내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다. 이러한 전략을 ‘캔디바 가격정책(Candy-bar pric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탕 가격을 50원으로 유지하면서 사탕에 들어가는 초콜릿의 양을 줄인 사탕 회사의 전략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러나 상품의 양이 줄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고객들은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예상치 못한 가격변동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추가 요금도 불공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가구 배달에 부과되는 예상치 못한 요금, 전화요금에 부과된 예상치 못한 추가 요금, 예상하지 못한 세금 등이 그 예이다. 추가 요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도 예상하지 못했을 때는 짜증이 난다. 그러나 반대로, 비싸더라도 예상한 가격이면 이는 공정한 가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퍼시픽가스전기회사의 연구에 따르면, 고객이 현재 선택한 요금제를 보면 앞으로 그 고객이 어떤 요금제를 선택할 것인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고객들은 심지어 더 싼 요금제가 있어도 자신들이 유지하고 있는 전기 요금제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현재의 요금제가 더 비싸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할 수 있는 가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신뢰를 얻으면 치열한 가격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늘날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들을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의 충성스런 고객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신뢰가 없이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대로 신뢰가 형성되면, 그 기업은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치열한 가격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뢰성이 높다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의무와 협력의 사회적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공정하게 책정한다는 믿음이 가는 판매자를 신뢰한다. 이때 ‘공정하다’는 것과 ‘신뢰가 간다’는 것은 아주 유사한 개념이다. 둘 다 사회 규범을 준수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만 시간지향(미래 지향이나, 과거 지향이냐)에 따른 차이가 있는데, 공정함이 ‘과거의 행동이 사회 규범에 일치되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라면 신뢰성은 ‘앞으로 사회 규범을 준수할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신뢰에는 개인적 신뢰, 문화적 신뢰, 정황상의 신뢰 이렇게 세 종류가 있다. 첫째, 개인적 신뢰는 개인의 선입견이 들어가 있는 편견, 즉 ‘어떤 일의 결과나 어떤 사람의 행동에 대한 개인의 긍정적인 기대’를 말한다. 남들에 비해 선천적으로 신뢰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문화적 신뢰는 사회상에 따른 신뢰도 차이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서부 개척시대’처럼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기를 거친 이들은 같은 시기 노르웨이에 살았던 이들에 비해 판매자의 가격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문화적 수준에서의 신뢰는 전체 인구에 일반화될 수도 있고, 가족 단위로 제한되어 측정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본과 독일은 신뢰도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반면 브라질의 경우는 가족 내의 신뢰도는 높으나 국민의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셋째, 정황상 신뢰는 판매자를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 구매자의 일시적인 생각을 말한다. 이러한 정황상 신뢰는 단시간만 지속되는 일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동일한 매장이나 웹사이트가 지속적으로 사회 규범을 준수하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게 된다.


개인적, 사회적으로 공정한 상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적, 문화적, 그리고 정황상의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뢰성은 공정성의 영향을 받으며, 공정성은 신뢰성의 영향을 받는다. 두 개념은 이렇듯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공정성이 신뢰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판매자가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가지려면 구매자의 신뢰가 더욱 강력히 구축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신뢰와 권력은 함께 작용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매자가 정한 가격표를 보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소비자는 자격 협상의 권리를 포기하고 판매자가 이를 정하도록 했다. 판매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이른바 공정성휴리스틱이론(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주면 공정하다는 인식을 얻을 수 있으며,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옮긴이)의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가격 결정 권한을 가진 특정 판매자를 신뢰해도 될지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 판매자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면 해당 가격을 공정하다고 신뢰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효과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판매자가 권력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상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허락하면 소비자들은 그 판매자를 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욱 확고한 신뢰를 구축하게 된다.


기업과 소비자가 win-win하는 가격 찾기
타협한 가격은 공정한 가격이다

당사자 간 타협에 의해 결정된 가격이 공정한 가격이라는 믿음은 오래 전부터 확립된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로마법에서는 “강제나 속임수가 아닌 자유로운 흥정 또는 협상을 통해 결정된 가격을 공정한 가격이다”라고 정의했다. 가격 협상에서는 거래 당사자 양쪽 모두가 결과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것이다.


사업자들 간의 수많은 협상에서 공정성은 분명 중요한 관심사이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협상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거래 관계에서 일어나며 가격은 여러 가지 고려 사항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목표는 양쪽이 협상을 추진시켜 소위 ‘윈윈협상(win-win negotiation)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 간의 협상은 이러한 사업자들 간의 협상과는 다르다. 소비자들 간의 협상은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가격을 더 올리려 하고,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깎으려 한다. 이를 소위 ‘윈루즈협상(당사자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은 잃게 되는 협상-옮긴이)’이라고 한다. 또한 소비자 협상은 일회성 거래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협상과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 가격 협상에서도 평판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공정성이 여전히 주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 공정성과 마찬가지로, 협상된 가격의 공정성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의 공정성에 따라 결정된다. 협상 과정의 공정성은 프라이밍(Priming)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프라이밍이란 어떤 구체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거나 어떤 마음 자세를 가지려는 태도를 말하며 암시와 연상작용으로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협상자들이 상대방을 좋게 생각하려 하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고려해보는 태도를 가지면 자기위주편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한 협상자들이 공정성을 지키려고 할 때 가격 협상의 범위는 판매자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가장 공정하다고 평가되는 협상 전략은 ‘협력 전략’이다. 협력 전략이란 상대방에게 많이 양보해주는 전략을 의미한다. 협력 전략을 활용하면 신속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완전히 당할 우려도 높다.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상호주의 전략’이다.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응수하는 것이다. 만일 상대방이 양보하면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상대방이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으면 자신 역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상호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은 협력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 못지않게 공정하고 정직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방적으로 협력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이보다 훨씬 영리하고 강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협상자들은 상호주의 전략을 구사한다. 상호주의 전략은 서로 만족스러운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훌륭한 점수를 받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반드시 상대방에게 같은 방법으로 응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만일 상대방의 양보에 준하는 수준의 양보를 하지 않으면 협상은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이란 제안과 반대 제안의 연속이므로, 서로 잘 모르는 사람끼리도 신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협상자의 행동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양보하려는 태도를 보이며, 공정하게 협상에 임하면 신뢰가 구축된다. 일단 신뢰가 구축되면 협상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많은 양보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 신뢰하는 협상자들은 훨씬 빠른 시간에 합의점에 도달하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뢰뿐만 아니라 권력 또한 가격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권력은 사람들이 협상을 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협상자들은 상대적으로 양보를 적게 하면서 상대방이 더 많이 양보하도록 한다. 그래서 강력한 권력을 가진 협상자들은 더욱 유리한 결과를 성취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경험과 정보 면에서 우월한 판매자가 강력한 권력을 가진 쪽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여러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는 구매자가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양쪽이 동일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대개 구매자가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구매자는 실제 상황이 어떻든 간에 자신이 판매자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구매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이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


구매자가 판매자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향은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부인할 수 없는 결론이다. 최소한 가격 협상에서는 동등성의 규범이 구매자 쪽으로 기울어 있어서 통상적으로 구매자가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