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 마케팅

   
황인선
ǻ
은행나무
   
13000
2007�� 03��



■ 책 소개
여자와 마케팅? 그도 모자라 주부와마케팅이라니? 살림에 육아에 하루 24시간을 쪼개도 힘들 주부가 어찌 감히 마케팅까지 도전해볼 엄두를 낸단 말인가? 이 책은 12년 간 국내제일의 광고기획사에서 내로라하는 광고들을 만들고, 현재 국내 굴지의 공기업에서 브랜드국장을 담당해 온 중견 프로 마케터가 주부를 위해 저술한마케팅 입문서이다.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뛰다보니 실제로 자신의 아내와 같은 주부들이 오늘날 기업 마케팅의 주 대상이며, 누구보다 먼저 마케팅을알아야 할 주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서라는 것이 동기라면 동기다. 여자, 그것도 아줌마들이 마케팅을 알아야 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책이 담고 있는 핵심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1세기를 가르는 키워드로 ‘여성’과 ‘마케팅’을 꼽는다. 여성 중에서도사회에서 눈부시게 활약 중인 슈퍼 커리어우먼이 아니라 35세에서 42세 사이, 인생 제2기를 막 시작하려는 평범한 주부에 주목한다. 그가 특별히3542 주부를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그들의 권력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가정의 소비권이다. 규모와 질적인 측면에서 그 어떤 연령대보다 그들은압도적인 소비 결정력을 지녔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소비는 가족구성원의 현재 뿐 아니라 미래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강하다. 두 번째는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2세에 대한 절대적인 교육권을 지니고 있다. 그들의 힘이 기러기 아빠, 교육 강국, 박사 천국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번째는 세계 최저 출산으로 위기를 눈앞에 둔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출산권을 갖고 있다. 


어려운 시대를 지나 풍요로운 세상을 경험한 세대, 아날로그를 거쳐 디지털 1세대에 자리잡은 그들, 마케팅의 시각으로 보면 상품 구매가 까다롭고 입소문 능력이 뛰어난 3542 주부들은 뜨거운 감자인 동시에 현대판 마님인 셈이다.게다가 트렌드 창조자로서 직접 유행을 만들고 선도하기까지 한다. 그런 그들이 굳이 복잡한 마케팅까지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그들을막강한 파워를 지닌 새로운 소비주체 ‘헤라’로 정의하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풀어놓는다. 


■ 저자 황인선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1990년 제일기획에 입사, 광고기획(AE) 업무를 12년간 담당했다. 부광약품 광고 ‘빠삐용’ 편과 숙명여대 광고 ‘울어라 암탉아’ 시리즈를기획하여 다수의 광고상을 받았다. 2002년 KT&G 마케팅본부 수석부장으로 옮겨 국내 최대 원정 이벤트로 화제가 되었던 ‘서태지와상상체험단’을 기획했다. 현재 KT&G 브랜드국 부장으로, SERI 문화마케팅 포럼 고문과 마케팅 소사이어티 ‘Symmetry" 간사,(주)이노디스 사외이사직을 겸하면서 브랜드와 문화 마케팅 관련 강의를 해오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여성, 마케팅을 만나다


1. 여성적 감수성이 세상을 바꾼다 
내게 다가온‘여성 마케팅’ | 여성화하는 사회 |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 | 여자는 어렵다 | 미시는 가고 헤라가 온다 | 주부와 아줌마는 다르다 |주부 명인 


2. 마케팅형 인간이 세상을 지배한다 
마케터는아이디어 환자 | 마케팅은 마음을 사는 것 | 빨간 옷 아저씨. 도와주세요 | 마케팅을 알면 좋은 세 가지 | 마케팅은 통(通)하기 |마케팅으로 돈 버는 사람들 


3. 브랜드는 사람의 일생과 닮았다 
브랜드 불패의시대 | 브랜드 대충 알기 | BI와 에센스 | 가치 이야기 | 리메이크 | 브랜드 확장 | 위기 다루기 | 표준 만들기 | 시장세분화와틈새브랜드 | 브랜드의 정점, 고객 


4.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자본주의의 꽃, 광고| 기업의 강력한 무기, 광고 | 광고 제작 | 광고는 문화코드다 | 3B | 인식의 법칙 | 필드의 법칙 | 이미지 관리 | 오피니언 리더 |욕구 | 과시소비 | 세대, 族, DAY 마케팅 | 도움이 되는 광고 VS 도움이 안 되는 광고 | 유머 광고 


5. 문화는 자기 증식하는 상품이다 
문화는 제3의브랜드 | 괴물 같은 문화상품 | 대안공간 | 개인 박물관 | 파티 문화 | 웰빙 


6. 마케팅의 눈으로 세상 읽기 
똑똑한 남편의 비서아내 이야기 | 가정의 사회화 | 짬짜면의 의미 




헤라 마케팅


미시는 가고 헤라가 온다
주부라고 해서 다 같은 주부가 아니다. 마케팅에서는 시장을 나누고, 대상을 나누고, 이미지를 나눈다. 서로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 다른 사람들한테 똑같은 얘기를 해서는 단 한 개의 상품도 팔지 못한다. 주부도 킬러가 있고 등급이 있고 능력이 다르다. 1960년대 새마을운동 주부가 있고, 1980년대 아날로그 주부가 있으며, 2000년대 디지털 주부가 있다. 이들은 분명 다르다. 더 나아가 잠자는 주부가 있고 깨어난 주부가 있다. 나로서는 초?중등학생을 자녀로 둔 3542 연령의 주부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유는 조금 있다 나온다.


요즘 웰빙족, 싱글족, 캥거루족 이른바 족(族) 마케팅이 뜨고 있는데, 이것은 마케팅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소비층 분류법이다. 요즘 뜨는 싱글족이라고 해서 3542하고 DNA가 다른 종이 아니다. 시대 환경 때문에 같은 문제에 대해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뿐이다. 여성 3542는 어려운 시기를 거쳐 풍요로운 세상을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음지와 양지를 안다. 3542세대는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아날로그를 거쳐 디지털 1세대 자리에 놓였다. 내 나름으로 정리한 3542세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Housewives : 전업이든 겸업이든 현재 주부이면서,
?Educated : 고등교육을 받았고,
?Reengaging :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Active :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


위의 이니셜을 따오면 헤라(HERA)가 된다. 3542 주부는 고학력 출신이면서 인생 제2막을 맞아 다시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활동적인 주부층이다. engage는 계약하다, 약속하다, 약혼하다, 몰입하다는 뜻이다. 프랑스어로 앙가주망(engagement)이 현실참여문학을 뜻하는 것처럼 engaging은 약속과 참여라는 의미를 갖는다. engaging 앞에 re가 붙어서 다시 시작한다, 다시 약속한다, 다시 참여한다는 뜻이 된다. 이런 명명법은 마케팅에서 많이 쓰는데, 문제나 목표 및 타깃을 명료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헤라는 아이-소녀-미스-엄마까지를 인생 제1기로 한 사이클을 다 돌았다. 헤라는 이제 자기 인생을 성숙한 관점에서 다시 돌볼 수 있는 독립적 개인으로 거듭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헤라는 유치원에서 중학생 자녀를 하나 또는 둘 정도 두고 있으며,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이고, 남편은 386세대다.


헤라는 위아래 세대 주부와 다른 주목할 만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아이들이 유아기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 점은 아주 중요하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변화를 꿈꾸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막내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나면 한결 여유가 생긴다. 둘째는 자기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남편들을 사업이다, 승진이다며 밖으로 나돌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독립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 덩그러니 남아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볼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인생 경영이란 것이 필요한 나이가 된 셈이다. 거기에 수명도 과거에 비해 10~20년 늘어났다. 셋째는 소비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결혼하면서 사온 가재며 가전제품을 바꾸고 교육, 건강, 주거 관련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앞뒤 어느 세대 주부보다 소비 마인드나 소비 능력이 강하다. 소비 분야가 가전, 통신, 보험, 건강, 패션, 미용, 교육, 차, 가구, 주택, 웰빙, 여행, 문화상품, 환경식품, 재테크, 노(老)테크, 네트워크, 선거 등 전방위적이다. 가히 소비를 일으키는 거대 소비층이 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헤라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웬만한 광고에는 예외 없이 엄마하고 아이가 등장한다. 싱글족이 명품 소비니 뭐니 해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양에서는 헤라에 비교도 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주부 평가단이니 여성 전용 주차장이니 카드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주부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주부는 상품 구매가 까다로운 한편, 입소문 능력이 좋아서 마케팅의 시각에서 보면 뜨거운 감자인 동시에 현대판 마님이다.


주부는 지갑과 관심을 통해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주부는 자식 양육과 투표로 정부와 교섭한다. 주무는 이민과 유학과 여행으로 세계와 통한다. 주부가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사회 병목이 오락가락한다. 아, 너도나도 떠들어대는 그 미시! 하지만 헤라와 미시는 엄연히 다르다. 헤라는 인구 속성학적인 측면에서 파악한 개념이고, 소비와 관련된 마케팅 개념을 넘어선 대안 사회의 개념이다. 미시는 단순히 기업 마케팅 대상으로서 자기 포장이나 소비 방식들을 기준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속없는 소비 추구형 미시 시대는 이제 끝내자.



마케팅을 알면 좋은 세 가지
마케팅을 알면 뭐가 좋을까?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상에서 찾아보자. 이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마케팅 마인드로 문제를 다시 보면 새로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마케터들은 사회에 대한 지식이 넓고 아이디어 창출력이 평균적으로 유연하다. 잘나서? 아니다. 그래야 버티니까. 관심의 범위도 넓다. 그들은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을 만나고 항상 변화 속에서 변덕쟁이 고객을 움직일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마케팅 부서에 근무한다고 모든 사람이 마케터는 아니다. 마케팅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마케터다. 마케터는 나의 눈높이로 현상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시장의 눈과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둘째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하루에 보통 수백 수천 개의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뉴스도 자신의 뉴스 상품을 팔기 위해 설득한다. 정책 역시 자신들이 얼마나 효율적이며 도덕적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설득한다. 우리는 기업, 정부, 언론, 각종 단체에서 쏟아내는 마케팅의 촘촘한 그물 속에서 살고 있다. 마케팅을 알면 그런 환경 속에서 작게는 현명한 마케팅 소비자가 될 수 있으며, 크게는 트렌드 리더(trends reader)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무심히 봐왔던 텔레비전 광고나 신문 및 잡지 광고, 각종 이벤트, 판촉 나아가 뉴스, 정책 등에 숨어 있는 코드를 해독할 수 있다.


셋째는 여성이 마케팅 마인드를 갖추면 가정, 사회의 경쟁력이 강해진다. 우리 부모 세대가 논 팔고, 소 잡고 빨리빨리 정신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 자식 세대가 단군이래 최대 풍요한 시대를 살게 되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으면 어릴 때부터 경제, 금융, 자산, 부채란 개념을 가르치는 게 좋겠다는 걸 공감한다. 내 아내는 IMF 때 돌 반지 팔고 저금한 돈, 세뱃돈 모아 아이에게 바이오 테마 주식을 사주었다. 현재 60% 정도 올랐는데 언젠가는 팍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서 아이는 주식 세계를 배울 수 있다. 그 녀석은 요즘 신문에 나는 주식과 바이오 정보 열심히 보는 게 일과다. 이런 아이들이 크면 미래 한국 금융이 얼마나 강해질까? 이처럼 여성이 마케팅적 사고, 마케팅적 문제 해결력이란 아주 유용한 무기를 갖게 되면 그것은 돈보다 강력한 유전자로 아이들에게 대물림된다.


마케팅 마인드의 핵심에는 고객, 욕구, 경쟁이란 개념이 있다. 고객과 욕구란 개념은 마케팅에서 성경의 아멘, 코란의 알라만큼이나 많이 나온다. 기독교, 이슬람교는 아멘, 알라를 위해 칼을 들고 전장에 나갔다. 그렇다면 마케터들은? 누가 고객인가, 고객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무엇을 갈망하는가를 탐색하는 전장에서 뛰고 있다.


가정에도 다양한 욕구들이 존재한다. 주부들은 그 욕구의 반도 모른다. 욕구 베이스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욕구가 굳이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구는 대부분 무시된다. 오히려 게임 하면 안 돼, 술 먹으면 안 돼, 담배 피우면 안 돼, 놀면 안 돼, 나쁜 친구 사귀면 안 돼, 안 돼, 안 돼…. 엄마로서 아내로서 진심어린 충고를 열심히 하지만 그게 잘 안 먹힌다. 자기 남편이고 아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욕구를 지닌 사람으로 보지 못한 탓이다. 여성인 당신은 자라면서 그렇게 잘했던가? 그러니 속 끓일 필요 없다.


다음으로 경쟁 개념에 대해 살펴보자. 마케팅은 경쟁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마케팅은 점점 강해진다. 따라서 자본주의도 점점 강해진다. 쇠를 먹으면 먹을수록 커지는 전설의 불가사리처럼. 사회주의 국가에선 마케팅이 없다. 고대 공동체 사회나 중세 종교 사회에서도 마케팅이 존재할 수 없다. 일방의 힘이 절대적으로 강한 독재, 독점 상황에서는 마케팅이 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구성원이 다양한 시각으로 룰에 따라서 경쟁하는 사회, 문화에서만 마케팅은 꽃을 피울 수 있다. 마케팅은 경쟁 속에서 피어나는 눈물의 꽃이다.


흔히 기업에만 경쟁자가 있고 가정엔 경쟁이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명절 때 시댁에 가서 동서와의 경쟁, 이웃집 여자와의 은근한 자식 교육 경쟁, 인테리어 경쟁, 대학교 친구와의 잘살기 경쟁, 텔레비전을 보다 남편이 예쁜 탤런트를 보고 침 꼴깍 넘기면 열 받는 나도 여자야 경쟁 등. 미국 주부의 예까지 들먹이면 머리가 아파질 테니 참겠지만, 만일 자식이 미국에 유학을 가서 그곳 학생들과 경쟁하게 된다면 그 학생들 엄마 또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경쟁의 관점을 바꾸면 솔루션이 달라진다. 스포츠 이온음료 게토레이는 경쟁 상대를 포카리스웨트로 정했다가 물로 바꿨다. 그래서 물보다 흡수가 빠르다는 광고 캠페인이 나왔다. 세계적인 기업 GE에는 10X 운동이란 게 있다. 자신의 경쟁 상대를 10배 더 크게 잡으라는 운동이다. 냉장고 경쟁에 일반 가정집에서 땅에 묻는 김칫독까지(그것도 냉장 보관이니까) 포함시켜 경쟁 상대를 넓혀서 봤다면 삼성에서 먼저 그 김칫독 냉장고를 출시했을 거다. 지금은 당장 경쟁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경쟁이 될 수 있는 것은 많다. 예를 들어 냉장 사업을 냉동인간 사업까지 경쟁에 넣을 수 있다. 정자은행도 마찬가지다.


말 많은 강남 아줌마들도 경쟁 상대를 바꿔보면 세간의 평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에서 잘 나가는 게 아니라 미국 주부보다 잘 나가는 것으로. 경쟁 상대를 잘 잡으면 나의 존재가 달라진다. 시간 내서 나의 경쟁 상대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장담한다. 경쟁의 범위를 자꾸 좁히니까 자신도 졸아든다.


아이들에게도 한 번 경쟁 상대가 있는지 물어 보라. 남편에게도 한 번 물어 보라. 경쟁 상대가 없는 사람은 시든다. 달리기도 두 사람이 달려야 좋은 기록이 나온다. 나의 경쟁은? 타부서의 부장은 당연 경쟁 상대. 경쟁사의 경쟁 브랜드 담당도 경쟁 상대. 어디선가 시장을 노리는 제 삼의 염탐자도 경쟁 상대. 직원 만족도가 최고인 어느 회사의 부서장도 나에게는 경쟁 상대다. 내 직원이 어느 날 나를 떠나 그 회사로 갈 수도 있으니까.


메기론.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가끔 쓰는 비유다. 미꾸라지들 사이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의 생존율이 확 높아진다. 초원에 사자가 없으면 초식동물이 잘 살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어느 사회학자의 실험에 의하면 조그만 섬에 쥐 4,000마리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뒤  쥐를 풀어놓았더니 2,000마리 정도까지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번식하다가 그 후로는 쥐들이 번식을 안 하고 일부 쥐들은 시름시름 앓으면서 번식에 정체를 보였다고 한다. 과실수도 햇볕이 따가울 때는 이파리만 무성하게 키우다가 점점 일조량이 줄어들고 날씨가 차가워지면 서둘러서 과일을 만들어낸단다. 또한 며느리와 매일 말다툼하는 시어머니보다 며느리하고 싸우기 싫다며 따로 나가 사는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마케팅은 경쟁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지금 져도 다음에 이길 즐거움, 지금 이기면 다음엔 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가치 이야기
브랜드의 핵심은 가치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브랜드에서 가치를 빼버리면 팥 없는 붕어빵이오, 김정은 없는 파리의 연인이다. 고객은 가치를 사는 것이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건을 통해서 가치를 산다는 얘기다.


가치 사슬 얘기를 해보자. 가치 사슬이란 경영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지향해야 하고, 그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치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는 기업이 모든 관련 요소 가운데 고객에게 꼭 필요한 요소만 쓰라는 주장에서 나온 말이다.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기업은 실제 고객을 위한 가치가 아니라 기업을 위해서 심하면 경영자 개인을 위한 가치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주인과 손님을 바꾸지 말라는 얘기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가 1985년에 제기한 개념이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때 가치 창출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일체의 활동, 기능, 프로세스의 연결을 말하는 것이다. 고객가치 창조에 연결되지 않는 일체의 군더더기 활동, 프로세스는 모두 제거하라는 게 골자다. 이 이론은 1985년에 제기됐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요리를 예로 들면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주부는 매일 요리를 한다. 주부가 시장에서 매일 먹을거리를 사는데, 이것이 기업에는 구매다. 신선한 것을 산다며 저 아래 굴다리시장에서도 사고, 홈쇼핑이나 주문 배달도 한다. 이 각각이 구매 시스템이며, 그 시스템은 집마다 각기 다르다. 그 다음 구매한 재료를 냉장고든 창고든 저장해야 하는데, 이것이 재고 관리다. 신혼 때 냉장고에 재료가 썩고 있다면 재고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감사 들어오면 지적 대상이다. 옛날에는 창고에 물건을 많이 쌓아놓는 것이 재고 관리를 잘한다고 할 수 있었지만, 사회 변동성이 커지고 인프라가 발달되면서 JIT(Just in Times : 시점에 맞는 재고 관리)가 중요해졌다. 집도 좁고 냉장고도 좁은데 쌓아놓지 말고 그때그때 재고만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신선도도 높다. 고깃집 생삼겹살 개념도 기존의 이런 냉동 삼겹살을 대체하는 고객관리 활동이다.


냉장고에 쌓여 있는 음식, 쓰지 않는 가구, 입지 않는 옷가지를 필요한 곳에 융통해 주는 것이 재고 단계에서의 가치 제고다. 프랑스 주부는 신선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선 대형 냉장고가 잘 안 팔린다고 한다. 패스트푸드도 찬밥이다. 돼지 저금통에서 자고 있는 동전 때문에 한국은행에서는 연 1,000억 원 이상의 동전 발행 비용이 들어간다.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두는 것 역시 재고관리 실패의 한 예다. 마이클 포터 식으로 말하면 집에 요리 재료들을 썩히는 건 고객의 가치를 위한 활동이 아니므로 다 버리라는 거다.


이제 이 이 음식 재고를 먹을 수 잇게 요리해야 한다. 요리는 생산 활동이다. 자기 편하겠다고 미리 많은 만들어 놓거나 밥통 속 굳고 마른 밥 내놓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고객은 열 받는다. 고객은 바로 만든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 남편은 말은 안 해도, 음, 이 여자가 사랑이 식은 게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가령, 갓 지은 밥과 반찬이 바로 생산 단계에서의 고객가치 관리 활동이다. 왜 제빵 업체가 동네 베이커리한테 당할까? 갓 구운 이 한마디에 무너지는 것이다. 갓 구운 빵을 제때에 제공하려면 모든 프로세스와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것 같지만….


생산한 다음에는 팔아야 한다. 누구에게? 가족 고객에게. 어떻게 팔까? 주부가 “오늘 청국장 끊였어”라고 했다 치자. 대개 386세대 남편은 컨트리꼬꼬라서 잘 먹는다. 그런데 만일 작은애가 잘 먹지 않고 투정한다면 이건 물건이 안 팔리는 거다. 그렇다고 “아, 열 받아. 누구는 생각해서 열심히 만들었는데 안 먹어?” 이러면 땡이다. 단순히 열심히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먹는 것보다 엄마가 만드는 음식이 왜 좋은 걸까? 재료 때문일까? 좋은 식당은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재료가 더 좋다. 영양, 위생도 좋다. 흔한 말로 정성, 사랑 이 따위 것 때문에 엄마가 만든 음식이 좋은 게 아닐까? 주부는 정성과 사랑, 그리고 손맛을 통해서 집안 고객의 가치를 만족시키는 거다.



오피니언 리더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그럼 이 말을 줄여서 OL로 할까? 오리로 하면 재미있겠다. 오리, 시숍, 허브, 준거집단 이런 말들은 서로 사촌뻘쯤 된다. 대중이 쉽게 따르는 조직화되지 않은 리더들로 정치나 마케팅에서는 매우 중시하는 층이다. 오리는 지위가 높거나 소득이 높거나 학벌이 좋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년간의 지속적인 행동 패턴과 동일 집단의 영향력을 통해서 검증된 리더군이 오리다.


생리대 광고를 보면 깨끗한 이미지의 대학생 모델을 선발해서 꾸준히 광고하고 있다. 대학생은 그 제품군 사용 경험이 얼마 되지 않고 활동량이 많아서 제품 선택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고, 직장 여성이나 주부들에겐 자신의 가장 좋았던 시절을 대변하기 때문에 타 집단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대학생이 생리대에선 오리 구실을 할 수 있다. 아줌마 중에선 강남 아줌마들이 오리다. 1990년대에 강성원 우유가 강남에서 택배로 잘 나간다고 해서 몇 년 뒤에는 강북이나 수도권으로 확산되어 팔려나갔다.


대부분이 문맹이었을 때는 신문깨나 읽는 식자층이 단연 오리였고, 또 언제부터인가 해외에서 유학하고 온 사람들이 오리 역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 유학파도 너무 많고 지식 전달 매체가 다양해서 오리로서는 그 영향력이 약하고 해외 유학파도 불량 감자가 많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니까 이젠 많이 약하다. 요즘 20,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파티 문화가 상당히 성행 중인데, 파티 문화에 참가할 정도면 신분이나 소득 및 제품 구매 패턴이 고급품을 지향하기 때문에 여기를 오리로 보고 기업 층에서 집중 판촉하기도 한다. 이른바 압구정, 청담동, 홍대 앞, 최근엔 일산 라페스타 거리에 출몰하는 층들이 소비의 선구적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을 오리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오리는 꾸준히 바뀔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 시도했던 TTL 브랜드도 휴대전화 시장의 초기 수용자를 20대로 보고 다이렉트하게 20대의 감성을 찔렀던 대표적 오리 마케팅 사례다. 붉은 악마는 일본의 울트라 재팬이라는 짝퉁 집단을 형성시키고, 레드 문화를 한국에 확립한 또 하나의 오리이다. 월드 야구시리즈에 나타난 파란 도깨비는 추종자. Be The Reds 캠페인은 오랜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형성된 전통적인 레드 콤플렉스를 불식시키고 역동성과 강렬함, 젊음이라는 신한국 문화 코드를 만들어냈다. 그들로 인해 태극 문양의 붉음이 당당히 한국 문화의 대표 컬러로 살아났다. 붉은 악마는 반크(VANK) 같은 민간 주도 국가 홍보 그룹처럼 자생한 아주 귀한 신한국의 힘이다.


가정에서의 오리는 전통적으로 종가, 큰집이었으며 남자였다. 그들이 많이 배웠고 많이 보고 듣고 다니고 경제권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주방의 혁신을 통해 여성들이 부엌칼을 잡는 대신, 신문 구독이나 텔레비전 채널권을 잡았고 자녀 교육권을 잡고 통장 및 카드 사용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오리로 거듭나고 있다.


마케터들에게는 주부들을 움직이느냐 못 움직이느냐가 키워드다. 여자의 지갑을 열어라가 지상 과제다. 프리미엄 아파트 분양 광고를 보면 대부분 주부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닭살 멘트는 분명 돈깨나 있는 집 안방마님을 노리는 것이렷다. 요즘 BC카드의 아빠 힘내세요 광고나 교보생명 광고 참고 참고 하며 어깨 축 늘어뜨린 남편을 격려하는 광고가 그 해 대한민국 광고 대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이제 남편을 토닥거리는 힘있는 아내들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아줌마들이 오리인 세상이다. 아파트 분양 광고부터 링클케어 화장품, 고가 한방 화장품, 백화점 세일 광고, 휴대전화 드라마, 백화점의 여성 전용 주차장, 아줌마 전용 헬스센터, 아줌마 사이트, 홈쇼핑, 학습지 광고, 정수기, 아줌마의 뼈를 위한 우유…. 요즘은 남성들이 역 차별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아줌마, 아줌마 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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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만드는 힘도 여성에게 있고, 한국을 망치는 힘도 여성에게 있다. 여성의 드러나지 않은 힘은 빙산의 7할 부분이다. 이제 여성은 기업이 바치는 알랑거리는 꽃다발에 취해 있지 말고 단순 소비자로 지갑만 우아하게 열지 말며, 가치를 만들고 코드를 만들고 패턴을 만드는 오리로 힘있게 거듭나야 한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