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 조직의 구조

   
김성남
ǻ
스리체어스
   
12000
2020년 05월



■ 책 소개


조직 구조의 최소화, 권력 거리의 조정, 구성원의 자유와 책임의 범위 설정, 리더십의 변화까지
수평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조적 변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혁신을 일으키면서 국내에서도 수평 조직이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수평 조직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영어 닉네임 호칭, 유연 근무, 자율 좌석제, 애자일 방법론 적용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기업은 많지 않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도 조직 문화 전환에 실패하는 이유는 조직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평 조직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한두 가지 제도의 적용을 넘어 조직 내 모든 요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호칭만 바꿀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리더의 핵심 정보 접근 범위를 수정하고, 근무 시간만 바꿀 것이 아니라 업무·소통 방식, 사무 공간의 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조직으로의 변화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두 가지 실험으로, 인재 몇 사람의 채용으로 조직은 달라지지 않는다. 부분과 전체를 함께 살피는 전체론적 시각으로 조직 문화를 분석하는 저자의 글은 수평 조직으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저자 김성남
저자 김성남은 머서, 타워스왓슨 등 컨설팅 기업에서 근무하며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자문, 교육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인사, 조직, 리더십 전문 컨설턴트로 동아 비즈니스 리뷰, 하버드 비 즈니스 리뷰 코리아, 조선일보 위클리 비즈 등의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팀이 천재를 이긴다, 저서로 미래 조직 4.0이 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다든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인문학, 심리학, 뇌과학의 지혜를 경영, 조직, 리더십 분야에 접목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차례
1.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문성 없는 조직의 비극
일 문화와 관계 문화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회사
수평적 조직 문화에 대한 오해

2. 구조를 최소화하라
위계는 비효율이다
크기를 줄이면 구조가 바뀐다
자율성을 높이는 계층 구조
유동 팀 시스템
호칭과 혁신의 상관관계

3. 권력 거리를 좁혀라
권한, 주인 의식, 책임감
성과를 저해하는 프로세스
권력의 시작, 인사

4. 생산적인 문화의 법칙
조직 문화와 생산성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회의는 대화다
소통하는 조직이 일하는 법
창의성이 흐르는 공간

5. 구성원의 자유와 책임
수평적인 조직은 일하기 편한 곳일까
채용의 기준
다양성으로 혁신하기
채용 브랜딩

6. 수평적으로 이끌어라
수평적인 조직의 리더십
지시와 코칭
위임의 기술
관계의 중요성
내부 네트워크의 힘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모든 것을 바꿔야 조직이 바뀐다

 




수평 조직의 구조


수직에서 수평으로

수평적 조직 문화에 대한 오해

전통적인 위계 조직은 달라진 경영 환경에서는 지속되기 어렵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다음과 같은 오해를 해소하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1) 수평적 문화는 모호한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수평적 조직’, ‘수평적 문화’, ‘수평적 리더십’ 등의 표현이 대중적으로 쓰인 것이 10년도 되지 않았다. 축적된 경험치가 부족한 만큼 개념 정의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사례 역시 주로 해외,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 사례가 인용되고 있다. 심리학자 헤이르트 호프스테더(Geert Hofstede)는 ‘권력 거리(power distance)’로 수평적인 구조와 수직적인 구조를 설명한다. 구성원들의 권력과의 거리가 가까운 조직이 수평적이라는 것이다.


2) ‘홍보성 멘트’에 불과하다

브랜드 인지도나 안정성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스타트업 기업이 우수 인재를 초빙하려고 할 때 수평적인 문화를 내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믿고 입사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는 직원들도 많다. 요즘은 구직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회사의 근무 여건, 내부 사정, 조직 분위기, 리더 성향 등에 대해 아주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포장을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는 셈이다. 수평적 회사라는 멘트로 다른 약점들을 가리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비판해야겠지만, 그것 때문에 수평 문화 자체를 나쁜 것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3) 조직은 원래 수직적이다

수평적인 문화와 수직적인 문화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완전히 수직적이거나 수평적인 조직은 개념적일 뿐이고, 실제 조직은 중간의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수평 조직의 극단에 가까운 대표적인 조직은 관리자 직급을 없앤 홀라크라시(holacracy) 구조로 운영되는 자포스(Zappos), 미디엄, 에어비앤비, 우버, 렌딩 클럽(Lending Club) 같은 회사들이다. 수직 조직의 극단은 군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은 원래 수직적’이라는 시각은 조직을 조직도와 동일한 단어로 보는 것이다. 조직도가 조직의 전부는 아니다. 조직은 구조, 비공식적인 관행, 각종 체계와 프로세스, 사람, 문화 등을 포괄하는 복잡한 유기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수평적 조직은 체계가 없다

수평적인 문화와 체계의 유무는 별개의 문제다. 경영학에서 체계는 복잡한 업무를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게 운영, 관리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말한다. 협력사 관리 체계, 회계 관리 체계, 직원 보상 체계, 업무 평가 체계, 사내 소통 체계, 의사 결정 체계 등이 대표적이다. 수평 조직을 표방하는 스타트업 중 업력이 짧고 창업주들도 경험이 부족한 경우 체계 없이 업무를 추진하거나 지시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수평 조직의 특징이라고는 볼 수 없다.


5) 한국 문화에 맞지 않는다

한국 기업의 뿌리 깊은 위계 문화는 바뀌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라고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평적 조직 문화의 원형을 만든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처음부터 모두 수평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미 실리콘밸리 수준의 수평 문화를 만들고 사업에도 성공 한 젊은 기업들이 꽤 많다. 그런 기업의 구성원들도 한국인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추진하면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변화를 간절하게 추구해야 한다. 수평 문화를 정착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를 최소화하라

유동 팀 시스템

실질적으로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고 관리 범위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려면 거시적인 조직 구조와 함께 미시적인 팀 업무 구조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실무적인 의사 결정권을 단위 조직에 대폭 위임하고, 단위 조직 안에서도 관리자보다는 실무자 중심으로 업무가 운영되며, 임원의 역할은 명령과 통제에서 탈피하여 방향 제시와 조직 개발에 집중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팀 조직 전문가인 하버드대의 에이미 에드먼 드슨(Amy Edmondson)은 위계 조직과 수평 조직의 전형적인 팀 운영 모델을 고정 팀(Fixed team)과 유동 팀(Fluid team) 개념으로 명쾌하게 구별했다. 전통 조직에서 일반적인 고정 팀은 지시받은 팀 목적을 수행하고, 팀 내부 구조와 역할이 고정적이며, 기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집중한다. 팀 권한은 소수에 집중되어 있고, 전문 영역이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반면 수평 조직에 잘 맞는 유동 팀은 스스로 미션을 정의하고, 외부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며, 새롭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팀 권한이 분산되어 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유동 팀에 있어 중요한 것은 팀 자체가 아니라 티밍(teaming), 즉 팀 운영 모델이다. 기업 안에서 새롭고 도전적인 과제는 갈수록 유동 팀이 맡게 되고, 일반적인 운영 업무는 자동화, 알고리즘화되어 갈 것이다. 미래의 조직에서는 고정 팀의 비중이 줄고 유동 팀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 팀은 조직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고 팀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도 다양하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갖춰야 한다.


우선 자기 완결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로 팀이 구성되어야 한다. 핵심 역량을 내부에 갖추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다른 팀의 자원을 빌려 써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물론, 인력 구성이 모두 정규직 내부 직원일 필요는 없다. 계약직, 임시직, 컨설턴트, 전문가 패널 등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팀 내 역할을 유동적으로 교환해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팀 구성원들이 고도의 숙련도와 전문성뿐 아니라, 팀으로서 일하는 경험과 리더십 스킬을 갖춰야 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미션을 염두에 두고 다른 팀원들과 일체가 되어 움직여야 하고, 맡은 과업은 책임지고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역할은 누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에 따라 팀원들과 협의해서 정하고,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


누구나 리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팀 내에 위계가 없고, 어느 한 사람에게 지시를 받거나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멤버가 팀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태다. 팀이 수행하는 다양한 과업들을 누가 주도적으로 리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경험,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합의에 따라 결정한다. 일을 시켜야 할 경우에도 필요성을 설명하며 ‘부탁’한다. 다른 팀원을 돕지 않는 동료는 나쁜 평가를 받고 배제되는 방식으로 관리되는 구조다.


유동 팀의 목표는 곧 프로젝트 목표여야 한다. 목표가 있기 때문에 팀이 형성되고, 목표가 달성되면 팀은 다른 목표를 찾지 않는 한 해체된다. 단지 팀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에서 어떤 업무를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유동 팀은 고정 팀보다 존속 기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생성-형성-성과-소멸의 주기를 경험하게 된다. 유동 팀 위주로 업무를 하는 구성원은 다양한 팀을 경험하게 되고, 풍부한 과업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생산적인 문화의 법칙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다수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수평 조직의 결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직급이나 직책과 관계없이 적절한 데이터를 근거로 정확한 분석과 제안을 제시하는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다.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수평 조직에 잘 맞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투명하다. 데이터는 누가 봐도 명확한 사실과 분석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소통하고 필요하면 논증할 수 있다. 일부 관리자의 주관적이고 애매한 선호, 성향, 방침에 의존하는 것보다 명확하다. 둘째, 빠르다. 데이터는 과거 사건이나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시하기 때문에 찬성 또는 반대 의견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면 더 나은 데이터로 대체할 수 있다. 셋째, 배울 수 있다. 수평 조직이 성장하는 방식은 자신의 실패뿐 아니라 남의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행을 위한 결정의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데이터를 토대로 한 실행은 실패하더라도 교훈과 패턴을 제공하고,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기존의 조직들이 권위에 기반한 의사 결정 방식을 사용했던 이유는 엘리트들로 구성된 전략 기획 부서가 경영진을 보좌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20세기 초반 알프레드 슬론(Alfred Sloan)이 이끄는 대기업 GM이 사업부제(divisional organization)를 도입하면서 본사 스태프 조직을 강화한 것에서 시작됐다. 대량 생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각화된 제조 시스템에 맞추어 고안된 경영 방식이었다.


그러나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운영에서 전략이 나와야 한다. 의사 결정과 실행이 분리되어 있으면 조직 안에 불필요한 업무가 증가하고 지연이 발생하며 의사 결정 실수와 책임 전가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성공적인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 독립된 전략 기획 부서를 갖춘 경우는 거의 없다. 대표 이사가 기능 부서(functional departments)의 도움을 받으면서 각 사업 조직들을 직접 리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전략 기획 부서의 역할을 사업 조직이 직접 하는 전략-실행 일체형 조직이다.


소통하는 조직이 일하는 법

수평적 조직에서 소통이 잘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미국 MIT 미디어랩(Media Lab)의 알렉스 펜트랜드(Alex Pentland) 연구팀은 웨어러블 장비를 활용한 팀 소통 실험을 통해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했다. 팀원들이 근무 시간 중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고 일하면서 기록된 소통과 상호 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사람들이 만나는 빈도, 대화 참가 인원, 발언 시간, 목소리 톤 등 다양한 변수를 수치화했다. 그리고 이런 변수를 팀 성과 지표와 연계해 분석했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들은 자주 소통하고(하루 12번 이상), 비공식적 소통도 활발하며(하루에 30분 이상), 팀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도 정보를 공유하고, 당장의 업무 처리에 필요한 것 외에 구성원 학습을 위한 소통도 많이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이 비슷한 비율로 발언하고 있었다. 반대로 성과가 낮은 팀일수록 일부가 발언권을 독점하고 다른 사람들은 소외되어 침묵하는 패턴을 자주 보였다. 그리고 팀 내 소통 방식의 차이는 구성원의 지능, 성격, 스킬 등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


장애 없는 소통 문화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투명성과 개방성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달성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직접 소통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해 주고, 모든 구성원에게 회사 정보를 공개하고, 구성원에게 소속감과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다 보면 점차 신뢰가 쌓이고 장애 없는 소통을 할 수 있다.


회사의 사업과 경영에 대한 중요한 정보는 여러 단계를 거쳐서 전달되는 것보다 조직 리더로부터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좋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 직원 대상 질의, 응답 세션을 갖고 직원들의 사소한 궁금증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답을 한다. 구글의 창업주와 경영진 역시 매주 타운홀 미팅을 통해 회사 상황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직접 소통하고 해외의 직원들은 비디오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수평 조직이라고 해서 구성원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에 조금만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불만을 토로하는 구성원이 생긴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업무와 조직 생활에서 느끼는 각종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8년 연속으로 '일하기 좋은 직장'에 선정된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사스(SAS)는 매년 직원 만족도 설문과 경영진 피드백 설문을 통해 경영에 반영하고 회사 자체의 ‘라이브 채널’을 통해 경영진이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있다. 1998년 설립된 디지털 미디어 대행사 플립커뮤니케이션즈는 구성원들이 잡플래닛 등 회사 리뷰 사이트에 부정적인 글을 남긴 경우 신중하게 검토한 후 회사의 입장을 밝히거나 개선 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코멘트를 쓴다.



수평적으로 이끌어라

수평적인 조직의 리더십

수평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는 리더들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모든 변화는 리더에서 시작된다’고 흔히 말하듯, 수평 조직으로의 변화도 리더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수평 조직은 리더가 없거나 리더십이 약한 조직이 아니라, 다른 리더십이 필요한 조직이다. 수평 조직 리더의 역할에는 역설적인 면도 많다. 지시하지 않으면서 직원의 머리와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업무 방향은 제시하되 실무는 위임해야 한다. 미세 관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팀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팀원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도 성장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 과업은 완수하면서 관계도 챙겨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으로 응집력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부하들 위에 군림하면서 누렸던 지위와 특혜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수평 조직에서 바람직한 팀 리더는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가? 이에 대한 답은 구글 산소 프로젝트로 어느 정도 나와 있다. 구글 모델을 모든 기업에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수백 개 팀에 대한 성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한 것인 만큼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구글의 고성과팀 리더들의 행동 특성들은 직간접적으로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와 관련되어 있다. 산소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여덟 개 요인에 추후 두 가지가 추가된 고성과팀 리더들의 행동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좋은 코치 역할을 한다(학습 및 성장 욕구).

2) 팀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미세 관리하지 않는다(자기 선택 욕구).

3) 팀원들의 성공과 행복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든다(성장 및 행복 욕구).

4) 생산적이며 결과 지향적이다(목표 달성 욕구).

5) 경청과 공유 등 소통을 잘한다(자기표현 및 소통 욕구).

6) 업무에 대해 상의하고 경력 개발을 위해 돕는다(성장 욕구).

7) 팀의 방향에 대해 명확한 관점과 전략을 가지고 있다(목적 달성 욕구).

8) 팀원들에게 조언할 수 있을 정도의 업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성장 욕구).

9) 회사 전체적으로 협업한다(소통 및 관계 욕구)

10) 의사 결정을 잘한다(목적 달성 욕구).


지시와 코칭

수평 조직에서 리더와 팔로워 간의 소통은 지시를 줄이고 코칭을 늘리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업무 소통의 초점을 리더에서 팔로워로 옮기는 방법이다. 관리자가 가지고 있던 업무의 통제권(locus of control)을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수평 조직의 성공은 구성원의 자발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발성은 이미 사람 안에 존재하는 동기, 능력, 의지, 열망 등을 밖으로 끌어내 행동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구성원 관점에서 보면 안에서 밖으로 향하는(inside-out) 프로세스다.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outside-in) 교육이나 지시와는 정반대다.


지시보다 코칭을 한다는 것은 관리자의 관심사를 업무에서 사람으로 옮기는 것이기도 하다. 똑같이 1시간 면담을 하더라도 업무 진행 상황, 문제, 해결 방법 등만 확인하지 말고, 팀원이 업무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고, 무슨 도움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업무 이야기로만 점철된 대화는 팀원이 해당 지시를 따르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다. 다음 업무를 위해 또 지시하고 확인하고 지적해야 하는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사람과 성장 중심의 대화를 하면 면담 후 팀원이 자신에 대해 성찰을 하기 시작한다. 더 잘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한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 관리자가 업무를 지시하고 통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수행하고, 동기와 생산성이 점점 올라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평 조직의 리더는 팀원을 가르치는 대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저명한 리더십 전문가 폴 허시(Paul Hersey)와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는 상황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 이론에 기반해 네 가지 리더십 소통 유형을 정의했다. 명령형, 설득형, 참여형, 위임형이다. 명령형에서 위임형으로 갈수록 소통에 있어 리더의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역량 및 자발성 면에서 직원의 성숙도가 높아진다. 리더와 팔로워 간에 더 높은 수준의 신뢰가 필요하고, 쌍방의 관계가 수직적인 성격에서 수평적인 성격으로 달라진다. 리더 입장에서는 소통 능력에서 경청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진다.


수평 조직은 인사, 문화, 리더십 등 조직 관리 전반에서 상호 신뢰, 수평적 관계, 높은 자발성, 강한 책임감을 전제로 한다. 책임과 자율, 신뢰와 관계 등은 수평적 조직의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더들의 소통 양식도 참여형 또는 위임형에 맞도록 경청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통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말하기를 떠올리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듣기다.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 피앤지(P&G)의 앨런 래플리(Alan Lafley) 회장은 “위로 올라갈수록 남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대화의 3분의 2를 듣는 데 투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임의 기술

수평 조직은 모든 구성원이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업무를 나눈다. 임원이나 관리자에만 초점을 맞춰 최적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업무 권한을 골고루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권한을 적절히 위임하면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실무자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자율성을 발휘하고 능력을 키우며 성과를 통해 존재감을 인정받는 것은 내적인 동기 요인을 직접 건드리기 때문이다. 관리자도 좀 더 전략적인 과제를 고민하고 팀 빌딩과 직원 육성 등 리더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리더-팔로워 역할 분담 및 사기 증진 등으로 인해 전반적 생산성이 높아진다. 산타클라라대 경영대학원의 배리 포스너(Barry Posner)는 자율성이 보장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산성이 네 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권한 위임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조직에서는 권한을 움켜쥔 리더가 업무에 치여서 새로운 과제나 프로젝트에 선뜻 도전하지 못한다. 팀 전체로 보면 업무가 편중되어 바쁜 사람만 바쁘다. 관리자는 ‘일을 못한다’, ‘열정과 책임감이 없다’며 팀원을 비난한다. 미세 관리는 직원들을 의존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결국 상호 신뢰가 없어지고 직원들은 시키는 일만 겨우 하는 침체된 분위기가 된다. 이런 결과가 초래되는 원인은 조직의 구조적인 측면에도 있지만, 리더 개인의 성향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원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완벽주의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 들며, 본인이 직접 챙겨야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경우다. 두 번째는 지나친 통제 욕구다. 이런 리더들은 중요한 업무, 정보, 결정권 등을 독점함으로써 팀원들로부터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 한다. 세 번째는 과도한 효율을 강조하는 것이다. 팀원을 배려하고 성장시키는 것보다 업무의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우선시하는 경우다. 네 번째는 팀원을 불신하는 것이다. 부하 직원의 능력이 못미덥다고 생각하거나,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일할까 봐 믿지 못하는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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