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최남수
ǻ
새빛
   
15000
2021년 01월



■ 책 소개


“진짜 문제는 그런 게 아니잖아!”
a16z 공동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구루, 벤 호로위츠가 말하는 경영 전략의 모든 것

양극화 심화,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 왜곡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 현행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기업이 고객과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경영을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핵심 축으로 하는 ESG도 2021년 기업 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자본시장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재무적 성과만을 중시해온 기업 경영도 이젠 환경과 사회적 책임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핵심 요소로 고려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최남수 교수는 팬데믹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가져올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대개조)’의 대표적인 움직임 중 하나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저자 최남수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SBS, YTN에서 경제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YTN 경영기획실장으로 일하며 경영혁신을 주도했으며, 머니투데이방송(MTN) 사장 재임 중 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킨 미디어 경영 전문가이기도 하다. 제12대 YTN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SK증권 사외이사와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회 보험발전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Haas School of Business에서 MBA를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저서로는 경제·경영 서적인 ‘양손잡이 경제’‘한국 경제 딱 한 번의 기회가 있다’‘교실밖의 경제학’‘더리더’, 디카시집인 ‘더 맑아져 꽃이 되겠지’, 수필집인 ‘나는 기자다’‘그래도 뚜벅뚜벅’ 등이 있다. 첫 사진전 ‘빛이 나를 기다린다’를 열어 사진작가로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그래도 뚜벅뚜벅’의 의미를 담아 ‘우보(愚步)’를 호로 삼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제안한다

제1장 저무는 주주자본주의
바이든, “주주자본주의 끝내겠다!”
프리드먼 독트린
신자유주의가 남긴 상처들
‘분기 자본주의(Quarterly Capitalism)’의 그늘

제2장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부상
미국 재계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
90년간의 논쟁
다보스 선언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제3장 ESG와 SCM
모범적인 사례들
국내 기업의 움직임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측정(SCM)

제4장 자본주의 혁신을 위한 실행 과제
해결해야 할 과제들
역풍 앞에 선 빅테크

제5장 팬데믹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팬데믹과 자본주의 개혁
재택근무의 양극화
모두가 아픈 시대, 팬데믹 흉터 효과

에필로그
- 자본주의의 미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저무는 주주자본주의

바이든, “주주자본주의 끝내겠다!”

미국 우선주의로 그동안의 세계 경제 질서에 혼선과 균열을 가져온 트럼프 시대 4년이 막을 내렸다.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이 당선됐다. 바이든의 백악관 입성은 단순히 진보와 보수 간의 정권 교체로만 볼 수 없을 듯하다. 트럼프가 워낙 좌충우돌식으로 비정상적인 포퓰리즘 정치를 해온 만큼 ‘상식과 합리’의 시대로 복귀하는 더 큰 틀의 의미도 있다고 본다.


더구나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를 이룸으로써 바이든은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가 ‘가설’해놓은 제동 장치가 바이든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바로 미국 대법원이다. 진보 성향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사망 이후 트럼프가 속전속결식으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닛 배럿 대법관을 임명함으로써 미국 대법원은 6대 3으로 보수가 압도적인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로써 1930년 이후 가장 우클릭한 대법원이 사법적 최종 판단의 열쇠를 쥐게 됐다. 진보적 법안을 상ㆍ하원에서 통과시켜도 대법원이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최후의 판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앞으로 바이든은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양극화를 완화하고 형평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대선 과정에서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를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가 21%로 낮춰놓은 법인세를 28%로 올리고, 연 소득 40만 달러 이상 부유층에 대한 개인소득세율을 인상하겠다는 것이 조세정책 공약의 주요 내용이다. 더 큰 관점에서 보면 바이든은 주주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온 현행 주주자본주의를 고객, 근로자, 거래업체, 지역사회 등을 포용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개편하는 구조적 작업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주주자본주의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바이든은 대기업 정책에도 같은 맥락의 태도를 견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독과점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근로자를 지원하는 민주당 특유의 정책이 실현될 전망이다.


또 워런 상원의원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책임 있는 자본주의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하면서 기업은 ‘연방기업 시민헌장’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워런은 ‘책임 있는 자본주의법’에 대한 제안서에서 주주 이익의 극대화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미국의 최상위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미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시민헌장을 준수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자유주의가 남긴 상처들

프리드먼의 ‘구자유주의적 입장’은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부터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로널드 레인건 미국 대통령이 깃발을 든 ‘신자유주의’로 이어진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신자유주의는 규제 완화, 부유층에 대한 감세, 글로벌화, 그리고 금융화, 민영화 등을 골격으로 글로벌 경제질서를 주도했다. 자본시장에서는 프리드먼의 주장대로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며 기업의 목적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게 ‘지배 논리’로 자리잡았다. 이런 자본시장의 압박이 기업 경영을 압도했다. 신자유주의는 효율성을 앞에 내세우고 다른 가치를 희생시켰다.


물론 신자유주의 체제가 세계 경제에 온통 문제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시장 개방에 따른 국제 무역의 확대는 많은 사람을 절대 빈곤에서 구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외국인 투자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개도국들은 선진 기업들로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받아 경제를 개발해나갈 기회를 얻게 됐다. 국공영 기업의 민영화를 많은 경우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반드시 작은 정부였던 것은 아니다. 깃발은 ‘정부 규모의 축소’였지만 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부분적으로는 큰 정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부채 증가이다. 신자유주의의 ‘원조’로 거론되는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련과의 군비경쟁에 나서면서 국방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었던 미국을 최대 채무국으로 위상을 악화시켰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그 깃발을 내리게 하는 ‘종점’이 됐다. 신자유주의는 성장 정체, 양극화 심화, 기후 변화 등 환경 훼손, 잦은 금융위기 등 큰 부작용을 가져왔다.


기업의 목적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세운 주주자본주의는 큰 비판에 직면해있다. 주가 상승,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단기 주주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기업 경영으로 직원과 거래업체 등을 희생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소득분배 악화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월가를 점령하라’ 같은 시위로 나타난 이유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부상

미국 재계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

주주자본주의가 양극화 심화 등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킴에 따라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특히 대기업의 신뢰도는 내림세를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최근 해외에서 ‘고장이 난 자본주의’를 개혁하자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돼왔다. 세계적 경제 매체인 파이낸셜타임스는 ‘자본주의, 리셋의 시간’ 이란 기획 시리즈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단기적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 경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기업의 CEO들이 마침내 주주 자본주의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향력 있는 미국 CEO 183명의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2019년 8월 주주 우선주의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이례적인 선언을 했다. 주가를 최대한 올리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현금선물’을 하는 것을 기업의 목적으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2019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BRT는 이때 그동안 유지해온 주주 우선주의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크게 개편한 새로운 원칙을 내놓았다. BRT는 2019년 8월 기업의 목적은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봉사하는 것임을 선언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기업이 중시해야 할 이해관계자 중 주주의 순위가 맨 앞에서 맨 뒤로 밀렸다는 점이다. 대신 고객을 맨 선두에, 근로자를 두 번째에 세웠다. 2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의 기본 틀이 돼온 주주 우선주의에 대핸 CEO들이 종지부를 찍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언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면 미국 재계는 왜 주주자본주의의 깃발을 내리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을 하게 됐을까? 외부 환경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미국 재계 안에 폭넓게 형성돼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주주자본주의가 근로자들을 희생시키면서 부유한 투자자들에게 부가 더 집중되게 함으로써 소득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재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지 않고 더욱 확산해나갈 것으로 보이자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새로운 깃발을 올린 것이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제도를 바꾸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기업 경영을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있다.



ESG와 SCM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 경영의 구체적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요즘 자주 얘기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자본주의를 탈피해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기업 경영을 하자는 것이어서 보다 큰 틀의 자본주의 체제 개편의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단기이익만을 추구하고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담고 있으니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기업 경영의 선언적 방향으로 볼 수 있다. ESG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지속가능경영의 정신이 구체화한 실천 방안의 성격이 강하다. 기업 경영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에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하는 확장적 개념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할 것으로 보이고 한국, 미국, EU 등 많은 나라가 그린 뉴딜과 탄소 중립을 추진함에 따라 기후와 환경 쪽에 더 큰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ESG에 대한 기업의 입장도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종전에는 ‘~을 해서는 안된다’는 규제 회피 중심의 소극적 경영이었다면 이제는 ESG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경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린 뉴딜 정책 등으로 자금의 흐름이 ‘녹색 산업’으로 몰리고 있는데다 자본시장의 투자자들도 ESG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제는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제품 같은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저탄소 기술 도입 등으로 기존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해 ESG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에 승부를 걸고 있다. 또 ESG 전담조직을 CEO 직속 기업시민실에 신설한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기술개발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이사회 안에 ‘ESG 위원회’를 두고 ESG 경영 지휘부로 활용하고 있다.


ESG는 특히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관투자자 등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해 투자를 할 때 의사 결정을 하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SG는 지난 2006년에 제정된 UN 책임투자원칙(PRI)에서 나온 개념이다.


PRI의 원칙들을 반영한 ESG는 말 그대로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 이 세 가지로 구성돼있다. ‘환경’ 항목에는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 폐기물, 필요한 자원,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이 포함돼 있다. ‘사회’ 항목은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지배구조’ 항목은 기업의 리더십과 내적 통제 등과 관련돼 있다.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 ESG를 중시하는 경영을 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ESG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200개에 이르는 기존 연구사례를 종합분석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ESG가 재무 성과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ESG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기여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측정(SCM)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관점은 기업의 경영을 평가하는 시각의 주체를 모든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체로 확장한다.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고 있는지를 보다 큰 틀에서 조망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4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EY, KPMG, PwC와 공동작업을 해 2020년 9월에 ‘이해관계자 측정지표(SCM)’를 내놓았다. 즉,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것이다. SCM은 ESG 뿐만 아니라 유엔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를 향한 기업의 기여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도 포함하고 있다.


SDGs는 UN이 지난 2015년에 인류와 지구를 위한 평화와 번영의 청사진으로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를 발표하면서 함께 나왔다. 당시 UN이 주도한 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는 이 어젠다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17개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를 채택했다. UN은 이들 목표의 실현을 위해 모든 국가에 긴급한 행동을 촉구했다.


17개 ‘지속가능 개발 목표 SDGs’

1. 가난의 종식

2. 기아의 종식

3. 좋은 건강 상태와 복지

4. 질 좋은 교육

5. 성평등

6. 맑은 물과 위생

7. 사용 가능한 청정에너지

8. 적절한 근로와 경제성장

9. 산업, 혁신 그리고 인프라

10. 불평등 완화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지역사회

12. 책임있는 소비와 생산

13. 기후 행동

14. 해양과 해양자원 보존

15. 지상 생태계 보호

16. 평화와 정의, 그리고 포용적 기관

17. 목표를 향한 파트너십


SDGs와 ESG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WEF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지표(SCM)’ 목표는 기업들이 매년 공시하는 재무제표에 이를 포함시키도록 함으로써 지배구조와 비즈니스 전략, 그리고 성과 관리 등에 반영하게 하자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해 장기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입증하게 하자는 것이다. SCM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기업경영에 착근되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인 셈이다. SCM은 모두 21개의 핵심 지표와 34개의 확장지표로 구성돼 있는데 크게 4개의 축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4개의 축은 지배구조 원칙, 지구, 사람, 그리고 번영이다.


이해관계자 측정지표의 4개 축에는 각각 이를 구성하는 핵심주제와 지표들이 있다. 먼저 지배구조의 원칙은 지배구조의 목적과 질, 이해관계자의 참여, 윤리적 행동 등을 평가하는 항목들로 구성돼있다. 다음으로 ‘지구’는 기후 변화를 비롯해 자연 훼손, 신선한 물의 가용성 등의 핵심 주제이다. 또 ‘사람’은 평등, 건강 복지 등 중요한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번영은 고용 창출, 상품 혁신 등의 주요 주제이다.


주요 주제를 살펴보면 먼저 지배구조 원칙에 있는 ‘이해관계자 참여’는 이해관계자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을 포함해 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를 정의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것이 중요하다. ‘윤리적 행동’은 기업이 법과 사회적 규범에 맞춰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장기적 가치 창출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다음은 ‘지구’의 주요 주제. 기후변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인류사회의 성장과 진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자연 훼손은 기업에 실질적인 리스크가 되고 있고 미래의 생활 수준과 복지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이해관계자 측정 지표 중 ‘사람’에 관한 주요 주제는 평등과 건강, 복지이다. 먼저 평등은 채용, 선발, 훈련, 승진 등에 있어 모든 직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 연령, 인종 등 기준으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평등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은 대표성이 약한 그룹과 소수자를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인재의 풀을 더 넓힐 수 있다. 건강과 복지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은 점점 더 기업이 근로자와 그 가족의 건강에 관심을 두고 적절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주주, 그리고 더 넓게는 사회를 위해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팬데믹 와중에서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고 창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 혁신적인 기업은 소비자의 변화하는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이는 지역 사회에 대한 직접적 투자를 통해 이뤄질 수도 있고, 납세를 통해 해당 지방 정부의 재정을 확충해주는 방식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SCM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실현을 위해 기업이 가치 사슬 전 과정에 걸쳐 존중하고 반영해야 할 이해관계자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ESG가 목표로 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지속가능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17가지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를 모두 담고 있는 만큼 기업이 얼마만큼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사회를 위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준거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팬데믹과 자본주의 개혁

팬데믹은 경제 전반과 기업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에게도 큰 시련을 가져다주었다. 근로자들은 근로 시간 감소와 무급 휴직 등으로 소득이 크게 줄어들거나 안타깝게도 아예 일자리를 잃고 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수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가동률을 크게 낮추거나 아예 공장문을 닫아야 했다.


대기업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수요 급감으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기업이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거래기업과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기업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잘 실행에 옮기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항공이나 여행 등 상황이 심각한 기업을 제외하고는 그동안의 누적 수익을 기반으로 이번 위기를 견딜 수 있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기 국면에서 이해관계자의 어려움을 완화해주는 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태이다.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업인 저스트 캐피탈이 더 해리스 폴과 함께 미국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9명은 팬데믹이 대기업들이 ‘리셋 버튼’을 눌러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올바른 경영을 하는 좋은 기회라고 응답했다. 저스트 캐피탈은 “미국인들은 이번 위기를 고장 난 부분을 고치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 압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업들은 팬데믹 국면에서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다보스 선언을 발표한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 머스크,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코비드(코로나) 시대에서의 이해관계자 원칙’을 발표해 이해관계자에 대한 기업의 다짐을 밝혔다. 이들은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계속 구체화해나가겠다고 강조하면서 이해관계자에 대한 팬데믹의 영향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가치가 반영된 지속가능 주식펀드와 ESG 주식 펀드의 경우 팬데믹으로 인한 약세 증시 장세 속에서도 지역이나 시가총액 등 전통적 기준으로 편성된 다른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팬데믹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돕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ESG 등 그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자본시장에서도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와 같이 호흡하는 기업 경영이라는 ‘명분’ 과 더 좋은 실적으로 올린다는 ‘실리’가 잘 맞물려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앞으로 이해관계가 자본주의의 개막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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