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계 인간 호모 옴니쿠스

   
송승선
ǻ
비욘드북스
   
14000
2020�� 10��



■ 책 소개


옴니채널 전략을 리드해야 하는 조직의 리더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그 채널 사이와 각 채널 안에서도 모든 것이 기술로 연결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온라인이나 IT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각기 나름의 장점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호모 옴니쿠스’인 ‘나’를 알게 되는 것, 또 다른 세상을 준비하는 일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본 적이 없는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서 최첨단 온라인 유통 조직의 리더로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유통의 방향을 읽어본다.  

■ 저자 송승선
저자 송승선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 여성 공채 1기로 제일합섬에서 영업&마케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미국계 FedEx Korea 마케팅의 창립 멤버로서 마케팅의 A to Z 업무 경력을 쌓았다. 이후 FedEx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레벨에서의 글로벌 마케팅을 거쳐 유럽 명품화장품 1위인 클라란스에서 상품 마케팅으로 경력을 확장하였다. 롯데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 그리고 롯데마트의 온라인 사업 총괄 임원 및 그룹 옴니채널 TF의 마트 팀장으로서 다양한 ‘옴니채널’ 경력을 쌓았다. 이후 11번가 리테일사업 그룹장으로 스카우트 되어 직매입 사업과 오픈마켓 MD를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현재 홈플러스 온라인 사업을 총괄하는 부문장으로 재직 중이며 기존 자산을 활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이끌고 있다. 연세대학교 MBA 및 건국대학교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생활밀착형 이커머스, 옴니채널, 신유통 분야의 전문가인 동시에 기업의 조직을 이끄는 실무자로서 쌓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 차례
들어가는 말
프롤로그 이미 우리의 삶은 무경계다

호모 옴니쿠스의 출현 
-응답하라 1988 
-옴니채널의 등장
-슬기로운 옴니채널 라이프
-모바일로만 살아보기
-세대별 호모 옴니쿠스 - X세대와 MZ세대
-시니어 호모옴니쿠스
-디지털 디바이드 

옴니채널 라이프 
-취직과 이직 
-업무와 커뮤니케이션
-재택 근무
-은행과 카드
-보험
-커뮤니티
-교육
-여행과 나의 위치
-스마트홈(사물인터넷)
-스마트카
-사람을 향합니다 

옴니채널 쇼핑 라이프 
-회원제와 로그인 
-탐색과 검색
-광고
-가격
-결제와 간편 결제
-보안 인증
-라스트 마일 서비스
-비대면 배송
-픽업과 드라이브 스루
-결품과 고객 경험
-반품
-고객의 소리 
-상품평 
-택배 포장과 환경
-나는 안전하고 싶다 

옴니채널의 진화 
-무노력 쇼핑 
-나는 단순하게 살고 싶다
-방문판매 채널의 진화
-아바타 쇼핑
-우리 대화로 하자
-인간은 필요없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이유
-온라인 쇼핑의 종말과 신유통
-중국에서의 생활
-드디어 허마센셩입니다 

에필로그 모든 것이 변한다, 모든 것이 연결된다

 




무경계 인간 호모 옴니쿠스


호모 옴니쿠스의 출현

응답하라 1988

나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참으로 열심히 보았다. 본 방송은 물론이고 주말에는 재방송을 찾아 보고 또 보는 열혈 팬이었다. 이전 시리즈보다도 더욱 몰입하여 본 것은, 내가 바로 1988년에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성덕선’과 같은 나이였고 굳이 쌍문동이 아니더라도 그때의 나의 삶에 닿아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30년을 넘어 새록새록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보면, “전화해”라는 말을 표현할 때 다이얼을 돌리는지, 수화기 모양을 만드는지, 펼쳐서 옆에 대는지 등의 손동작으로 언제 만들어진 드라마인지 알 수 있다. 공일오비의 ‘텅빈 거리에서’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공중전화비가 20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대부분의 사람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폴더나 플립 형태였던 휴대폰이 아이폰 형태의 납작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사람들은 자그마한 손바닥 안에 하나의 컴퓨터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지금 고등학생인 나의 아들은, 기억이 존재하는 시간부터 이미 스마트폰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지금의 세상이 처음부터 그러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위에 내가 적은 모든 내용이 지난 25년간 일어난 일이다.


마케팅, E-commerce를 업으로 삼고 일해 오면서 나는 새로운 마케팅 도구, SNS, 채널, 서비스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남들보다 먼저 공부하고 이해하고 먼저 적용해보려고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런데 혁신적인 기술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술들이 확대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그것은 혁신적인 테크놀로지 자체에 집중하면서 그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생활에 줄 수 있는 가치보다는 그 테크놀로지 자체가 가진 혁신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엔지니어도 아닌 나는 우리 생활 자체인 생활 속 옴니채널을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고 이 책의 제목을 ‘호모 옴니쿠스’라고 정했다.


다양한 채널을 그때그때 니즈에 맞게 이미 사용하고 있는 우리가 바로 무경계 옴니채널형 인간인 ‘호모 옴니쿠스’가 아니겠는가.


옴니채널의 등장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여 ‘옴니채널’을 검색해 보았다. 유통 공룡 롯데그룹이 2014년부터 그룹의 전략으로 강조했던 내용인데 2020년인 아직까지도 다양한 사업군과 회사들에 대한 옴니채널 관련 기사가 뜨고 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서 검색한 옴니채널 정의는 “‘모든 것, 모든 방식’을 의미하는 접두사 옴니(omni)와 유통 경로를 의미하는 채널(channel)의 합성어로, 온·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하여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쇼핑 체계”이다. 그런데 온라인 몰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최근 몇 년간 옴니채널이 뜨는 것일까? 그것은 스마트폰 보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이나 카탈로그, 전화 주문 등 단일 유통망만 가지고 있는 ‘싱글채널’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 이후 온라인, 홈쇼핑 등 다른 무점포 채널들이 존재해왔지만 쇼핑을 위하여 일단 한 채널을 선택하면 동일 장소, 동일 시간에 다른 채널로 이동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즉, 오프라인 매장에 쇼핑하러 왔으면 동시에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온라인으로의 이동이 어려웠다. 또 온라인에서 쇼핑할 때는 동시에 그 시간 그 장소에서는 오프라인으로 이동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채널이 존재했지만 채널 간 서로 연계시킬 필요성을 유통에서 느끼지 못했다. 각 채널별로 판촉과 고객 혜택 등 마케팅이 진행되었기에 대부분의 고객도 오프라인이든 또는 온라인이든 선호하는 채널 위주로 쇼핑을 해왔다.


그러던 것이 오프라인의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폭발적 구색과 집으로 배송해주는 편의성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을 파고들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온라인으로 이탈해가는 고객을 잡기 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게 되었다.


오프라인 매장에 와서 보고 싶은 상품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구매하는 온라인에서 하는 ‘쇼루밍’ 또는 구매를 모바일에서 하는 ‘모루밍’, 반대로 온라인에서 먼저 정보를 탐색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와서 상품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웹루밍(역쇼루밍)’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의 가치를 고객이 그때그때의 니즈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한다. 그 경우 편리하게 믿고 채널을 넘나들기 위해서는 채널 간에 일관성과 유기적 연결이 있어야 하는 옴니채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옴니채널’은 검색, 구매, 공유 등 고객의 구매 여정(journey)에 있어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하여 유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유통업체의 경쟁력 있는 고객 유지 전략이 될 수 있기에 많은 기업이 옴니채널을 성장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세대별 호모 옴니쿠스 - X세대와 MZ세대

나는 X세대다. 1965년생부터 1980년생까지를 X세대라 부른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특징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도 시대가 변화하기 시작한 시대에 태어난 세대의 기간을 너무 길게 잡다 보니 다양한 세대가 섞이면서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라면서 나름 신세대라고 불렸다. 그 이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이다. 전쟁 이후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 그렇게 이름 붙었는데 그들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사회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일어나게 되었다. X세대 이후에 1980년부터 199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고, Z세대는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이다.


세계적인 정보 분석 기업인 회사인 닐슨은 채널의 활용도에 대하여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를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X세대와 연달아 있었던 밀레니얼 세대가 X세대와 비슷한 채널 활용도를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 옴니채널 활용은 세 세대에서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의 활용도는 X세대보다도 Z세대가 더 높은 성향을 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이 활성화되어 있는 시대에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인 그들은 아마도 오프라인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태어나 자라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존재했던 그들은 오프라인이 신기하고 환호할만한 대상이 되는 ‘아날로그 이민자(Analog Immigrant)’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곰표 밀가루’나 ‘진로이즈백’ 등이 힙하고 핫한 것이 되는 것을 보면 아날로그로 태어나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세대가 디지털 역량과 활약에 열광하고 신기해하는 것처럼, 그들은 디지털로 태어나 경험하지 못했던 아날로그의 세상을 만나는 것에 열광하고 신기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인간으로서의 경험 측면에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생활 측면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각기 갖는 강점이 있고, 어느 것 하나로 모든 것이 수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잘 연결하고 그때그때의 맥락에 맞게 고객의 관점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놀랍게도 X세대에게는 어릴 적 추억의 ‘친근함’이 그들 MZ세대에게는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움’이라고 한다. 그럴 것 같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뭔가 새롭고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보일 것 같다. 그러기에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움에 열광한다. 소통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MZ세대에게 약간은 촌스럽고 키치해보이는 상품을 경험하고 소통하는 것이 그들이 열광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같은 상품에 대해 X세대는 친근함을, MZ세대는 새로움을 느끼는데 그들이 한 세상에 살고 있고, 나는 그 고객들에게 온라인으로 상품을 팔아야 한다. 과거의 전략적 개념에 의하면, 뾰족한 창의 끝을 바라보는 것 같은 방향성이 ‘전략(Strategy)'의 어원이라고 하는데, 너무나도 다른 두 세대를 다 찌르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한 곳만 찌르기는 아쉽다. 한 상품에도 두 그룹이 모두 다른 이유로 반응하기도 하니 그 접점을 찾아서 찔러야 한다.


시니어 호모 옴니쿠스

중년과 노년층에게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중년과 노년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회사가 5060 시니어층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그들의 관심은 건강(운동, 건강식품 등), 자녀(진학, 결혼, 취업) 그리고 돈(재테크, 노후자금)의 순서라고 밝혔다. 은퇴를 하여 소득이 줄고, 기대 수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심리적으로 소비의 위축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성별로 보면 남성들은 음주 등의 모임이 줄어들어 은퇴 후 지출이 줄어든다. 여성들은 자녀가 장성하고 자신은 직장 생활을 그만두게 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증가하고 오프라인 모임과 활동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소비를 더 하거나 최소한 이전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는 혼자 살거나 부부만 살 가능성이 크므로 소량 포장 상품을 선호한다. 거리가 먼 대형마트에 찾아가 한 번에 생필품을 많이 구매하기보다는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이나 소형 가게에서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반 식품이나 생필품과 같이 잘 알고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배달과 같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을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있고 고가이거나 관여도가 높은 제품 구입 시에는 실물을 확인하고 구매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중·노년층이 많은 동네의 편의점은 그들에게 필요한 상품 준비는 물론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는 중·노년층을 위하여 가격표를 크게 만들고 가격표 글씨의 크기도 큼지막하게 써 놓는 작은 배려를 해 놓았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별도의 앱을 만들기보다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쇼핑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있는 집에 배송 시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노크를 해 감동을 주었던 소셜커머스처럼, 혼자 사시는 부모님을 위하여 자녀가 생필품의 부모님 댁 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대면 배송하고 있는 대형마트 배송 서비스의 강점을 살릴 수도 있다. ‘오늘 부모님의 얼굴을 직접 뵙고 배달하였다’라는 배송 메시지를 미리 신청한 자녀에게 보내주어 부모님의 안녕 상황을 같이 배송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PC나 모바일 기반이 아닌 음성 인식 기반의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기기를 통하여 대화형으로 주문을 쉽게 할 수 있다면 궁금한 상품 내용에 대한 상담도 받고 외로울 때 인공지능 기기와 대화도 하면서 더욱 더 편리하게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이러한 기술들은 나와 있다. 타깃 고객에 맞게 상품과 서비스를 연결하여 쉽고 편리하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배려 커머스가 필요하다. 은퇴 후의 나를 위하여 내가 받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어놓고 은퇴할 것이다.



옴니채널의 진화

무노력 쇼핑

온라인 쇼핑 초기에는, 선별해서 배송해주지만 실물을 안 보고 산 상품의 품질을 믿을 수 없어서 신선 식품은 내가 직접 보고 샀다. 그런데 이제는 신선 식품이 온라인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나는 대형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로서 주문한 상품을 매장에서 선별하여 장바구니에 담는 장보기 대행 쇼핑 매니저에게 주문 중량보다 작은 것은 절대 안 되고, 가장 신선한 것, 무엇보다 내 것을 고르는 마음으로 피킹할 것을 주문해왔다. 우리 회사의 경우 80%의 쇼핑 매니저가 주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웬만한 어리버리한 주부들이 고른 상품보다 훨씬 더 좋은 상품을 전문적으로 고르도록 교육받은 프로주부들이다. 이들이 골라 보내주는 것이므로 받아보면 내가 고른 것처럼, 혹은 내가 고른 것보다도 더 싱싱하고 신선한 상품들이 잘 골라져 온다.


3~4년 전부터는 고객 접점의 라스트 마일, 배송이 큰 화두였다. 어느 순간 상품적 차별화가 쉽지 않으니 주문을 수행하는 과정의 차별화를 위하여 전국적으로 직운영 센터를 늘리고 차량을 직접 운영하며 배송기사를 직접 채용하여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직운영 차량이 아닌 택배도 물류 센터 확장과 설비 개선, 운영 프로세스 개선, 보냉·냉동 등 포장 기술 발달로 인하여 배송의 속도가 빨라졌고, 포장도 완벽해져 신선한 상품 그대로, 냉동은 냉동대로, 냉장은 냉장 그대로 배송이 되었다. 요즘엔 택배도 배송 예정 시간을 사전에 알려주어 일정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온라인에서 장보기할 때는 대개 한 번에 한 품목이 아닌 신선·가공식품과 생필품 등 여러 품목을 동시에 사게 된다. 여기에는 선도에 민감한 신선 식품도 포함되기 때문에, 배송 인프라 또한 사업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대규모 저온 보관 시설, 설비, 배송 차량 등의 투자로 인한 고비용 구조로 사업 유지를 위협하게 된다. 고객을 위한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되, 비용은 절대 올리면 안 되는 이율배반적인 비용 구조 관리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온라인 장보기몰의 숙제이다.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고객을 기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그만두라(Stop Trying to Delight Your Customers)」에서 고객 충성도 제고를 위한 새로운 측정 지표로 ‘고객 노력 지수(Customer Effort Score, CES)’가 제안되었다. CES는 ‘당신이 처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느냐?’라는 질문에 고객이 브랜드와 관련하여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노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력을 적게 들인 사람들의 94%가 재구매 의향을 드러냈다고 한다. 역시 내가 원하는 나를 위한 ‘무노력 쇼핑’ 서비스가 곧 고객을 위한 서비스이다.


인간은 필요없다

현재 상태에서의 무인 매장의 최고는 ‘아마존고’ 인 것 같다. 매장에 진입할 때 아마존 앱을 켜면 내가 누군지를 인식한다. 매장에 들어가 매대에서 상품을 들면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들어가고 다시 내려놓으면 장바구니에서 빠진다. 300대의 카메라가 나를 인식하고 나의 위치를 인식하고 나의 상품을 들고 내리는 행동을 인식하고 그것을 아마존 앱과 연동하여 온라인 장바구니로 바로 연결하는 것이다. 나올 때는 장바구니에 있던 상품들이 아무런 액션 없이 바로 자동 결제된다. 그리고 배송해주고. 아무래도 인식 오류도 있고, 분실 위험도 크다는 등의 문제점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을 다 대체해줄 기술들이 상용화되어 이렇게 매장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은 놀랍고 또 인간으로서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러면 이제 인간은 서비스를 받기만 하고 서비스를 주는 것은 안해야 하는 걸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의 액션을 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위로와 공감은 역시나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가슴을 울리는 공감과 위로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역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서도 코로나19 때 ‘부모님 대신 장보기’ 서비스를 시행했다. 멀리 계시고 게다가 코로나로 인하여 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찾아뵐 수도 없다. 그러니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어떻게 구입해서 쓰시는지 걱정이 되었고, 이를 서비스화하여 ‘부모님 대신 장보기’ 서비스를 런칭하여 부모님 댁을 배송지로 설정하고 부모님 계신 시간에 배송해드렸다. 비록 가보는 것만 못하지만, 불안한 이 상황에 그래도 필요한 생필품을 배송해드려 안전하지 않은 바깥으로 나가시지 않도록 해드리는 것이다. 이런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필요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인간만이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나도 되도록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인력 효율화 및 생산성 개선 작업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프로세스를 직접 해본 직원만이 제안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개선 제안, 그리고 바뀐 프로세스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적응하기까지 진행해야 하는 조직의 변화 관리와 교육 등, 사람이 하는 일이 변경되는 것이지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세상은 변한다. 인간도 변한다. 인간은 계속 필요하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이유

문 닫은 ‘보더스’를 이용하다가 ‘아마존’으로 갔던 고객들은 다시 ‘아마존 북스’로 돌아왔을까? 아니면, 여전히 ‘아마존’으로 주문하고 배송 받고 있을까? 다시 ‘아마존 북스’로 돌아왔다면 그건 단지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폭풍 같은 질문이 쏟아졌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이 고객 분석 데이터를 내놓지 않는다면 답변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마존 북스를 방문했던 그날 보았던 ‘진화된’ 오프라인 서점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매장은 ‘사이버 공간’의 느낌이 물씬 나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냥 나무 재질의 편안한 동네 서점처럼 느껴졌다. 오프라인의 작은 공간에 아마존에서 판매와 고객 평가를 기반으로 5점 만점의 별점 4점 이상의 베스트셀러들로만 책을 구성하고, 그 책을 좋아한 사람들이 같이 좋아했던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같이 노출하듯이 연관 진열해 놓았다. 다양한 상품의 종류를 파는 매장의 경우에는 같이 사는 상품의 카테고리와 상황이 다양하여 같이 구매한 상품을 추천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도서의 경우는 대부분 취향이 뚜렷하고, 가격 변동도 크지 않은 카테고리라 추천했을 때의 적중률이 높다. 그러한 도서 카테고리 중에서 온라인에서 제대로 검증된 별점 4점 이상과 연관 구매한 책들을 오프라인에 구현해 놓으면 그 적중률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채널에 따라 책을 선택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다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책을 수령하는 방식의 니즈가 다르다고 보면, 온라인에서 검증된 니즈를 오프라인에 구현하고, 오프라인의 방식을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보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기존 오프라인 서점이 제공했던 ‘인간지능’의 추측성 예측과는 다른 ‘진화된’ 예측과 검증이 가능했을 것이다.


전국망의 오프라인 매장에 상품을 입점시키려면 해당 매장 주변의 고객만 공략할 수 있으므로 전점에 상품을 입고시켜야 하고 이에 대한 재고 부담이 커지며, 매장에 이미 많은 상품이 있기 때문에 신상품이 들어가더라도 매대 안쪽으로 들어가버리면 고객들이 신상품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정적인 숫자의 물류 센터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의 경우 센터별로 구색을 달리하여 넓은 구색을 취급할 수 있으며, 처음 시도하는 상품에 대해서도 특정 센터 기반으로 또는 센터별 소량으로 취급이 가능하고, 또한 집중도가 높은 온라인의 특성상 신상품을 소개할 구좌와 콘텐츠의 충분한 소구도 가능한 편이다. 즉, 온라인에서는 신상품을 포함 넓은 구색을 운영할 수 있으며, 해당 상품의 장점을 충분히 소구할 수 있어, 고객들의 반응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또한 검색을 한 경우에도 특정 책 제목을 검색한 경우와 특정 테마나 관심 키워드를 검색한 경우에는 그 책 자체보다는 그러한 주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추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도서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아무래도 고객이 보여준 그 능동적 관심에 대하여 추정하는 것이 더 정확도가 높지 않겠는가? 온라인의 넓은 구색에서 고객들이 구매했던 베스트셀러들과 그 책들과 연관하여 추천했을 때 고객들의 반응에 대한 적중도의 데이터를 이미 온라인에서 확보했던 아마존은 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서점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책은 지식 전달자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여전히 책이 갖는 아날로그적 느낌, 책을 손에 들고 읽으면서 느끼는 여유와 줄을 그으며, 혹은 중요한 페이지를 접으며 교감하는 큰 기쁨을 준다. 그것은 e-book으로 같은 기능을 구현해 놓더라도 큰 차이를 갖는다. 휴대폰 갤럭시 노트가 필기구의 느낌을 살려 구현이 되었지만, 그 연필을 쓸 때의 사각사각거리는 소리와 글씨가 써질 때의 느낌을 살리기 어려운 것처럼 e-book으로는 책을 읽는 그 시간에 책과 나누는 교감을 구현하는 어려운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종말과 신유통

한국에서도 가격 혁명으로 혁신적인 업태였던 대형 마트가 30년이 채 안되어 기울어가고 있다. 재래시장과 동네의 조그만 가게에서만 쇼핑을 하던 일반인들에게 몇 만개의 상품을 모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대형 마트는 그 당시 새로운 세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온라인에 시장을 뺏겨 과거의 유물처럼 여겨진다.


그럼 이렇게 오프라인을 문 닫게 하는 온라인은 천년만년 승승장구할 것인가? 여기에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한 마디 했다.


“순수한 전자상거래는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온라인, 오프라인, 물류 및 데이터를 통합하는 신유통에 자리를 내주고 전통적인 비즈니스로 축소될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온라인 대응으로 오프라인 회사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이런 전자상거래 업체도 전통적인 비즈니스가 되어갈 것이라니···. 이는, 현재의 순수 온라인 쇼핑은 셀러가 오픈마켓 플랫폼에 상품 정보를 올려서 판매하고 택배로 보내주고 하는 형태의 단순 플랫폼 기반의 쇼핑으로 ‘신유통(New Retail)’의 등장으로 축소된다는 것이다. ‘신유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판매 채널의 구분이 없어지고 제품, 서비스,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쇼핑 환경이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신유통은 다양한 채널에서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상품을 전 채널을 통해 제공하고 AI같은 첨단 기술 및 현대 물류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판매 효율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유통 전략은 오프라인에서 신규 이용자를 획득해 온라인으로 유도하고 ‘알리페이’의 오프라인 침투를 통한 결제 주도권을 확보하며 오프라인 점포를 통한 데이터를 대량 수집한다. 이와 함께 물류 시스템을 확충하여 주문 정보의 흐름과 실물의 흐름을 원활하고 일치되게 만든다.


알리바바는 이를 구현하여 식품 슈퍼마켓+음식점+배송센터+창고를 통합한 ‘허마센셩’을 만들어냈다.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주문이 가능하며 자체 간편 결제를 가지고 있어 고객에게 편의성과 고객을 붙잡는 효과가 있으며 점포 반경 3Km 내 권역은 30분 이내 무료 배송을 제공한다. 또 데이터 기반으로 주문량을 예측하여 획기적으로 재고회전 일수도 축소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객의 수요 중심으로 데이터를 통하여 고객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고, 고객이 원한다면 시간과 공간에 제약 받지 않는 다양한 채널을 통한 구매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빅데이터, IOT, AI 등의 신기술이 도입되어 고객 경험의 업그레이드가 시작될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신유통’을 알리바바는 아마존보다도 더 잘 구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대륙에 당일 배송 물류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배송망의 설계나 투자 규모면에서 놀라운 일이다. 두 회사 모두 시장의 압도적 온라인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은 다르다. 온라인 사업을 천명하되 오프라인적 요소들을 활용하여 온라인을 강화하는 아마존과는 다르게 알리바바는 아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고 거기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운영하며 물류망을 전방위적으로 구축하는 ‘신유통’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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