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실리콘밸리에서 답을 찾다

   
양태용 외
ǻ
메디치미디어
   
16000
2016년 12월



■ 책 소개

 

우리 경제와 IT산업이 다시 ‘퀀텀 점프’를 하려면?
- SEIT 프로그램에서 길을 찾다

 

SEIT 프로그램은 한국이 어려웠던 시기인 IMF 직후, 그 타개책으로 마련되었다. 이는 성공한 재미 벤처사업가 이종문 회장(암벡스, AmBex)이 제안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힘을 보태서, 한국 IT 분야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한국과 실리콘밸리 간 협력 사업이었다.

 

『기업가정신, 실리콘밸리에서 답을 찾다』는 황무지였던 IT산업이 오늘날과 같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만든 하나의 계기였던 SEIT 프로그램을 세심하게 정리했다. 총 240명의 참가자 중에서 수십 명의 생생한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이 책은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의 벤처산업 관계자들과 기업가들에게 선배 세대의 ‘기업가정신’을 깨우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 저자 양태용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겸 KAIST기업가정신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였으며, 미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휴스턴대학교에서 종신교수로 임용되었으며, 재미과학기술자 남서지부장과 휴스턴의 한인학교장을 역임하였다. 귀국 후 정보통신대학교와 KAIST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정보통신대학교에서는 경영학부장을 역임하는 한편, KAIST에서는 산업공학과와 기술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KAIST 내에 기업가정신연구센터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현재, 공학한림원 회원이며 우리나라의 기업혁신과 기술벤처 및 창업 환경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하며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차례
서문
프롤로그

 

1장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기-SEIT 프로그램의 탄생
리더들이 만든 큰 기회
네 가지 질문을 떠올리다

 

2장 벤처 1세대는 실리콘밸리에서 무엇을 보았나
실리콘밸리라는 미래의 샘물
실리콘밸리, 그중에서도 메인 스트림
결국 생태계다
실패를 사회적 자산으로 삼다
스탠퍼드대학교는 왜 지식창고를 활짝 열었나
기업 현장 방문
참가자 인터뷰 | 정회훈 전하진 최영익

 

3장 2주라는 짧은 기간에 그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한국 벤처만을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
변화를 이끌어내는 메커니즘
강도 높은 교육
최고 교수진이 함께하다

 

4장 한국으로 돌아와 일궈낸 것들
창업과 재도전
참가자 인터뷰 | 배진환 이규택
한국에 착륙한 IPO
M&A도 혁신의 한 방법
참가자 인터뷰 | 송병준 길경진
다음 행보를 위한 폐업
참가자 인터뷰 | 윤상철
벤처생태계에 기여하는 공직자
참가자 인터뷰 | 류제명 방문규 강도현
조직혁신과 자기혁신
참가자 인터뷰 | 정준 김정민 김응석 박태원 이기대/임정욱 이동형 송수현 윤희경

 

5장 더 나은 벤처생태계를 꿈꾸다
자발적으로 꾸린 귀국 보고회
참가자 인터뷰 | 김옥경
기업가정신을 퍼뜨리다
참가자 인터뷰 | 문계완
벤처 C&C-개방과 혁신을 나누다
10년 만의 리유니언 행사

 

6장 SEIT 프로그램을 후원한 이종문 회장
이종문 회장이 걸어온 길
참가자들의 멘토
참가자 인터뷰 | 김환철 양재현
이종문 회장을 다시 만나다

 

7장 SEIT 프로그램 운영
선발과정부터 특별했다
기수별 환경 변화
참여한 사람들

 

에필로그
미주




기업가정신, 실리콘밸리에서 답을 찾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기-SEIT 프로그램의 탄생

리더들이 만든 큰 기회

1997년 말, 우리 국민은 갑작스러운 외환위기로 대량해고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적,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듯한 극심한 고통 속에 있었다. 이 때문에 국민들 역시 새 정부가 하루속히 미국과 협력해서 지원을 얻어낸 뒤 이를 발판삼아 다시 한 번 도약하길 주문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1998년 상반기까지 한미 정상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작은 모임에 참석했다가 아시아 사정을 조언해주던 자문역 한 사람에게서 한국의 사정과 한국 정부의 의사를 소상히 전해 듣게 됐다. 지금 당장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IT 분야에서 한국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상상 이상이며,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미국에도 이롭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세계를 움직이는 초강대국인 미국 최고지도자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바로 암벡스 이종문 회장이었다. 이종문 회장은 당시 존경받는 벤처기업인이자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1998년에는 암벡스사를 설립해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PEC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기구 APEC의 미국위원회) IT 서미트(Summit)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PECC는 해마다 세계 정보산업지도자들로부터 각국 정상들까지 600여 명이 참석하는 정보기술 정상회의를 열었는데 이종문 회장은 3년째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SEIT(Strategy and Entrepreneurship in the IT Industry) 프로그램은 이종문 회장의 혜안, 의지가 담긴 특별한 인재양성 프로젝트였다. 동시에 세계 선진 IT 기술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정신과 문화를 대한민국에 고스란히 이식하고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회심의 프로젝트였다.


마침내 1998년 11월 이종문 기금과 정보통신부의 정보화 촉진기금을 활용해 돛을 올렸고 1999년 9월 1기가 실리콘밸리로 첫걸음을 옮겼다. 이후 5년간 모두 240명을 배출했고, 시간이 흘러 그들은 IT 벤처업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우리 사회의 리더이자 중견 전문가들로 성장했다.



벤처 1세대는 실리콘밸리에서 무엇을 보았나

실리콘밸리라는 미래의 샘물

벤처 1세대만 해도 기술기반의 중소기업에 더 가까울 정도였다. 새로운 창업을 구상하기보다는 한번 창업하면 유지하는 영속성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한국의 기업문화는 회사를 소유한다는 인식이 강해서 남에게 회사를 판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컸다. SEIT 프로그램 교수들과 인더스트리 스피커들은 IPO는 물론이고 M&A가 회사 경영 방법의 하나이며, 회사 성장에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벤처기업 경영에 관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기존 투자와 다른 벤처투자의 속성에도 새롭게 눈떴다. 예를 들면 아무 돈이나 투자받으면 안 된다는 상식을 배웠다. 돈이라고 해서 다 같은 돈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잘 몰랐다. 투기자본과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몰리는 버블 직전 같은 벤처투자의 속성은 벤처기업가가 꼭 알아야 할 실전지식이었다.


결국 생태계다

2001년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된 에서 SEIT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매료되었던 실리콘밸리의 성공비결과 핵심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SEIT 프로그램의 핵심 기획자들은 실리콘밸리의 힘은 개인이나 개별기업이 아니라 특유의 전체 생태계(Habitat)에 있다고 보았다. 실리콘밸리의 특징을 혁신과 기업가정신으로 보고, 이 두 가지 특징이 실리콘밸리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 전반적 환경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이 생태계는 세대 교체되는 신생 기업, 신기술과 함께 진화하면서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자생적으로 발전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그 생태계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실리콘밸리 기업 생태계의 특징을 열 가지로 보았다. 지식집약, 수준 높고 유동적인 노동력, 결과 중심적인 실력 사회, 리스크 감수를 보상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풍토, 개방적인 사업 환경, 전문화된 비즈니스 인프라 등이었다.


창업하는 기업가들은 물론 VC, 제도 및 정부의 지원 등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서로 협력하고 시너지를 내야 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IT 벤처업계의 특징이다. SEIT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인식한 참가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더 고민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전체 생태계에 보탬이 되도록 열정을 더해왔다. 그 결과가 지금 현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SEIT 프로그램 이야기는 개인의 성장사 그 이상이다. 돌아와서 동문회를 조직,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배운 바를 전파했기 때문이다.



2주라는 짧은 기간에 그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한국 벤처만을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

SEIT 프로그램은 당시 시대적 배경과 미국 교포 사업가들의 약진, 실리콘밸리 IT 벤처산업의 도약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탄생했다. 그것도 대한민국 벤처업계 사람들을 위해 맞춤기획된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수석부총장을 지낸 밀서 교수는 특별히 정규 대학원 수준의 강도 높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교육기간은 2주이지만, 대학원 1년 정규과정에 해당할 정도로 강도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죠."


매우 중요한 차별점은 인더스트리 스피커라는 강사진의 존재였고 그 덕분에 실리콘밸리의 바로 지금, 벤처경영의 핵심전략과 산 경험이 바로 한국 벤처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학교의 독특한 관계가 있었다. 당시 스탠퍼드대학교는 실리콘밸리 성장과 맞물려 경영·공학 분야에서 미국 최고 수준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스탠퍼드대학교는 실리콘밸리 심장부에 위치하여 실리콘밸리 IT 기업 CEO 중 55%가 스탠퍼드대학교 동문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 IT 신화의 산파역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SEIT 프로그램의 교수진은 소극적인 자문만 하는 게 아니라 벤처기업의 임원을 맡거나 투자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혁신 측면이나 매출 면에서 화제가 되거나 그야말로 정점에 있던 기업의 벤처기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강단에 섰고, 실리콘밸리의 가장 정확한 지금을 생생히 전달했다.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진은 비즈니스 면에서도 든든한 언덕이 되었다. 실리콘밸리 진출에 대해 자문을 요청하면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었고 실리콘밸리 회사들과 연결해주기도 했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메커니즘

SEIT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한국 벤처기업이 발전하려면 벤처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연결되어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함을 눈뜨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멘델슨 교수는 벤처기업을 자동차(Vehicle), 도로를 생태계(Habitat)라고 비유했다. 벤처기업이라는 자동차가 순행하려면 엔진이 가장 중요하며, 자동차 엔진은 기술(Technology)과 시장(Market)으로 구성되어 벤처기업이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도록 중심을 잡고 있다고 보았다. 엔진이 달릴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은 두 축으로 설명된다. 즉 전략(Strategy)의 바퀴와 조직(Organization)의 바퀴가 전략의 축이 되는 것이 그것이다. 또 다른 엔진인 시장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축을 기반으로 기업가(Entrepreneur)의 바퀴와 자원(Resources)의 바퀴가 덧붙여지면서 벤처기업이라는 자동차가 완성된다고 보았다.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뿌리내려야 시장에 투입된 자본들이 도전을 격려하고 뒷받침해서 새로운 창조와 획기적인 혁신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벤처기업이라는 이름의 자동차는 기술과 시장이라는 엔진과 전략, 조직, 기업가, 자원이라는 네 축이 유기적으로 융합해야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멘델슨 교수는 좋은 기회(Opportunity)를 만났을 때 더 큰 시너지를 내서 잘 포장된 도로(Habitat)를 신나게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새로운 벤처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기업가정신과 전략으로 무장하고 신나게 달릴 준비를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에 있는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일궈낸 것들

M&A도 혁신의 한 방법

M&A는 기업의 외적 성장을 위한 발전전략이다. 특정기업이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목적으로 소유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M&A를 해서 기존 기업의 내적 성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신규 사업에 들이는 시간과 투자비용 절감, 경영상 노하우와 숙련된 인력 확보 및 기업의 대외적 신용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업계의 M&A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고 필요성에 대한 의식도 낮다. SEIT 프로그램 참가자들 중 몇몇은 M&A를 혁신의 한 방법으로 새롭게 인식하고 실행에 옮겨 업계의 찬사를 받았다.


그중 한 예가 게임빌과 컴투스의 M&A를 이끌어낸 송병준 대표다. 4기인 그는 5기로 참여한 박지영 컴투스 대표와 이미 아는 사이였다. 2013년 업계 1,2위를 다투던 두 회사가 전격 M&A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5년만 해도 게임빌은 연간 매출 1,523억 원, 당기순이익 2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 증가했다. 컴투스 역시 연간 매출 4,335억 원, 당기순이익 1,258억 원을 기록해 당기순이익만 전년 대비 59% 늘었다. 역대 최고 실적이었으니 천문학적 수익으로 M&A의; 의미를 확인해주기에 충분했다.


벤처생태계에 기여하는 공직자

생태계 발전에서 좋은 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벤처업계의 특수성과 IT 벤처기업의 가능성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공직자 한 사람이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유형/무형의 영향력은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획 초기부터 SEIT 프로그램에 공직자를 포함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래창조과학부 강도현 과장과 류제명 과장,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인재를 기르는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IT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참가자 선발이 매우 중요했다. 실리콘밸리처럼 벤처생태계가 풍성해지고 선순환하려면 민간과 공공부문이 서로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내야 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공직자들이 다양한 이들과 어울리며 시야를 넓힐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방문규 차관도 SEIT 프로그램 덕분에 중요한 순간마다 기업가정신으로 훌륭하게 돌파할 수 있었다. 2008년 농림부로 갑자기 발령받았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국장이었던 방문규 차관은 자신의 역량을 집중, 혁신을 시도했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막걸리 붐을 국내외에서 일으켜 한식 세계화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은 것이다. 쉼 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내놓은 끝에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관심을 갖고 조명하기 시작했고, 우리 술 막걸리는 매력과 영양 면에서 장점을 내세우며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조직혁신과 자기혁신

SEIT 프로그램 참가자들 중에는 돌아와 조직에서 혁신을 이끌거나 기여한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변화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쳤으니 매우 값진 일이라 하겠다. 지속적으로 기업가정신을 강조함으로써 직장생활을 하던 다른 이들을 창업으로 유도한 경우도 있었다. 당시에는 샐러리맨이었으나 SEIT 프로그램 참가 후 승진, 이직, 전업, 창업을 한 사례는 83건이나 됐다.


임직원으로 자기 자리에서 자기혁신을 해서 새로운 창조를 거듭하는 이들도 있다.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은 IT업계를 떠나 건설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은 경우다. 3기 양재현 대표는 넥서스커뮤니티에 예술경영 개념을 도입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고 지역의 문화예술 공연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자기 자리에서 혁신을 실천하기까지 SEIT 프로그램이 심어준 자기성찰의 기회, 그리고 혁신가로서 변화와 기업가정신을 강조한 점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구성 역시 사고를 유연하게 해줬고 혁신의 길을 가게 만든 요인이었다. 참가자 중에는 아예 전업한 경우도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에서 교수로 변신한 이영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좋은 예다.



더 나은 벤처생태계를 꿈꾸다

자발적으로 꾸린 귀국 보고회

SEIT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지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타 연수와 달리 동문회 내부 네트워크는 물론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진,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과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해왔다. SEIT 동문회의 다양한 후속활동은 언론의 관심을 유도했고, 벤처산업 활성화와 내실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1999년 실리콘밸리, SEIT 프로그램 졸업식 이틀 전, 김옥경 당시 신화전자 회장이 앞에 나섰다. "한국에 돌아가서 우리가 배우고 느낀 것을 전파하고 또한 정보공유를 위한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연수는 정부와 이종문 회장의 지원을 가능했으니 여기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국내 벤처업계에 널리 알리자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이종문 회장에게서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 벤처생태계 리더가 되라는 강력한 주문을 받았다. 최고 대우를 받은 마음의 빚을 갚기로 약속한 셈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훌륭하게 지켜졌다.


SEIT 동문회의 활발한 후속활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발성이다. 조금만 뒤처지면 도태되기 쉬운 벤처업계에서 경영일선에서 뛰면서 벤처생태계의 현실을 고민하고 실리콘밸리에 대해 공부하는 활동을 지속하기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우리 벤처업계에 유례없는 이런 공유와 개방(Sharing & Openness)의 정신과 그에 걸맞은 활동들은 이후 우리 벤처생태계에 유형·무형으로 영향을 미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갔다.


기업가정신을 퍼뜨리다

기업가정신은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다. 그동안 많은 학자가 서로 다른 정의를 내렸을 정도다. 그러나 이종문 회장의 바람은 좀 더 강력하다. 갖지 못한 자(Have not)가 가진 자(Have)로 발돋움하게 해주는 일종의 다리(Bridge)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더욱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기다. 도전보다는 안정을 지향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3D로 불리는 궂은일을 기피할 뿐 아니라 창업과 같은 실패 위험이 큰 도전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해졌다. 젊은이들이 창업보다는 연금과 정년이 보장되는 일에 취업하기를 바라는 사회에서 혁신과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 방식으로 구체화해나가는 이들이 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어낼까? 바로 혁신의 정신이다.


혁신은 어느새 기업가정신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도전과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 창조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연수에 다녀온 후 사람들은 세상과 사람을 이롭게 하는 혁신과 창조의 인재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열망을 품게 됐다. 기업가정신에 따라 살고 또 널리 퍼뜨리려고 애쓴 것도 같은 이유다.



SEIT 프로그램 운영

선발과정부터 특별했다

이종문 회장은 대한민국이 위기에서 벗어나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묘안을 고민했다. 이종문 회장은 부존자원이 부족하지만 인적 자원이 우수한 우리 현실에 비추어볼 때 IT 벤처생태계를 이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양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았다.


실리콘밸리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밀러 교수와 멘델슨 교수가 참가자를 선발하려고 직접 한국을 찾았다. 심사위원단은 첫 지원자들을 서류 단계부터 면밀히 검토했다. 정부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공정하게 선발해 실제로 IT 벤처를 이끌어갈 리더그룹을 길러내야 했다. 선발에 참여한 이들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참가자 선발은 3차에 걸쳐 이뤄졌다. 1차 서류심사 후 2차로는 참가동기와 함께 예비창업자와 벤처경영인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비즈니스 플랜을 내게 했다. 3차는 영어 면접이었다. SEIT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고, 다녀와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으로 선발자들의 열정과 진심을 끌어내려 했다. 이처럼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벤처업계의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려 애썼다.


기수별 환경 변화

SEIT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사이, 우리 벤처산업의 환경과 세계 벤처업계의 상황도 급변했다. 크게는 닷컴기업 열풍과 몰락, 그리고 나스닥 붕괴였다. 프로그램이 출범하던 1999년에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급격하게 상승세를 탔다. 2기 참가자들이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2000년 말 닷컴 회사들은 대부분 스스로 파산 또는 도산하면서 안개가 순식간에 사라지듯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3기가 떠났던 2001년 가을은 마치 먹구름처럼 버블이 꺼진 충격이 전 세계에 드리워져 있던 때였다.


어느새 벤처기업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생겨나면서 투자를 받기가 어려워지고 수많은 회사가 도산했다. 4,5기는 각각 2002년과 2003년 이런 분위기에서 실리콘밸리를 다녀왔다. 그사이 인터넷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소식도 1기 때보다는 더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환경 변화에도 살아남은 기업들의 전략과 재도전의 노하우에 관심이 쏠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뜨거운 닷컴 버블과 몰락으로 인한 변화의 파고가 높던 그 시기였기에 IT 벤처업계 사람들은 더욱 치열하게 생존과 지속성장을 고민해야 했다. 이러한 환경과 맞물려 참가자들에게 SEIT 프로그램은 적잖은 힘을 보태주는 고마운 프로그램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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