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시대

   
김남국
ǻ
비즈니스북스
   
14500
2016�� 04��



■ 책 소개

 

‘제로 시대’에 강한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경영전문 매거진 동아비즈니리뷰의 편집장 김남국의 책.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과 같은 제로 금리, 제로 성장이 고착화되고 일상화된 시대를 ‘제로 시대’라고 새롭게 진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경영 생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해법을 제시한다.

 

국제경영학 박사이자 13년간 경제지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지난 8년간 세계 경영 트렌드와 국내외 기업들의 변화 전략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기존 경영학의 한계를 비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20세기식 기존의 경영 전략으로는 급변하는 현재의 상황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제로 시대’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런 변화에 맞설 새로운 전략적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이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서 기업과 개인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조명하고 분석한다. 저자가 말하는 ‘제로 시대’는 제로 금리, 제로 성장 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기존 경쟁력이 무위無爲 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또한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사고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저자는 이러한 진단을 기반으로 학계에서 논의되었던 광범위한 생존 전략들을 재논의하고, 최근 어려운 환경에서도 트렌드를 선도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한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자 가치에서 고객 가치로의 전환’, ‘이성에서 감정으로의 전환’, ‘표준화에서 개성으로의 전환’이라는 위기의 시대에도 생존을 보장해줄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 저자 김남국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현 알토대학교)에서 EMBA(Executive MBA)과정을 졸업했으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3년간 『한국경제』 기자로 일하며 정치, 사회, 금융,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 활동을 벌였으며,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의 혁신 사례를 연구했다. 현재는 한국 최초의 경영전문 매거진이자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인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관계자들과 계약을 맺고 발행하는 『HBR 코리아』(HBR Korea)의 편집장 직도 겸하고 있다.

 

‘실무진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고급 콘텐츠 생산’이라는 사명을 실천하고 있는 『DBR』은 기업경영, 트렌드 분석, 자기계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글로벌 경영현장의 최신 이슈와 혁신 사례에 대한 심층 분석부터 직장인 역량 강화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경영 지식을 제공한다. 창간 후 짧은 시간 내에 국내 굴지의 경영전문지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 광범위하면서도 열렬한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일선 경영현장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이자, 대한민국 경영전문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으며 지난 8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저서로는 『지금 당장 경영전략 공부하라』, 『파괴하고 혁신하라』, 『모방의 힘』, 『대한민국 Only1 신시장의 개척자들』, 『전략과 혁신이 살아 있는 경영상식』이 있으며, 『R&D Management』 등 국내외 저명 저널에 다수의 연구 논문도 게재했다.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SERI CEO 우수강사상을 받은 바 있다. 실전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사례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을 개인의 사명으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일하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_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다른 접근만이 살길이다

 

Chapter 1. 생존 공식, 어디서부터 다시 써야 하나
_제로 시대, 정확한 진단이 급선무다
변화한 세상, 무엇이 문제인가?
- 특징 1: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
- 특징 2: 모든 경계가 무너지는 세상
- 특징 3: 핵심 자산이 부채로 바뀌는 세상
관성을 거슬러 변화를 모색하라
INSIGHT AT A GLANCE

 

Chapter 2. 하이엔드/로엔드 전략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_가격 대비 가치를 격상하라
한국 시장을 강타한 ‘좁쌀’小米 쇼크
스스로 파괴할 것인가, 남에게 파괴당할 것인가?
- 전략 1: 공급망을 혁신하라
- 전략 2: 고객 가치 요소를 재구성하라
- 전략 3: 준거점을 바꿔라
- 전략 4: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라
- 전략 5: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라
- 전략 6: 새로운 고객 발굴에 주력하라
- 전략 7: 서비스로 승부하라
가격 대비 가치의 실현 전략: 고객의 성공이 우선이다
INSIGHT AT A GLANCE

 

Chapter 3. ‘느낌’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_감정으로 승부하라
감정, 이성을 이기는 힘
‘싸가지’는 ‘이념’보다 중요하다
비즈니스에서 감정이 갖는 의미
감정 형성의 원천: 연결 고리를 만들어라
지속적인 유대관계: 참신한 일관성
고객 감정 공략을 위한 세 가지 솔루션
- 본능: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라
- 행동: 소비자 경험에서 답을 찾아라
- 반추: 진심을 통한다
감정의 시대에서 생존하려면
INSIGHT AT A GLANCE

 

Chapter 4. 패스트 팔로어를 넘어 도약으로 가는 길
_개성에서 답을 찾아라
효율 지상주의 시대를 넘어
비슷비슷함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개성은 확고한 철학으로부터 나온다
모방 불가능한 조직 문화의 힘
- 그럴듯한 말보다는 행동으로
- 통념에서 멀어질수록 블루오션은 가까워진다
- 혁신 툴이 아닌 인문학적 비판을
- 단기적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
- 기업 활동 전체에 개성을 투영시켜야
개성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혼을 담아라
INSIGHT AT A GLANCE

 

Chapter 5. 이기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방법
_실행에 집중하라
의사결정의 딜레마
단기 이익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변화무쌍한 환경에 필요한 조직 문화의 유연성
INSIGHT AT A GLANCE

 

에필로그_ 당신의 조직에는 세 가지가 있는가?
감사의 말




제로시대


생존 공식, 어디서부터 다시 써야 하나

제로 시대, 정확한 진단이 급선무다

변화하는 세상, 무엇이 문제인가?

몇 해 전, 저는 고열과 심각한 옆구리 통증에 시달리다 병원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과거 병력을 토대로 의심이 가는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CT촬영까지 했지만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주말 사이에 병세가 악화돼 다시 병원으로 가야 했습니다. 고열로 인해 결국 입원을 했고, 무려 3일간 원인을 찾지 못해 치료가 지연되는 사이에 병세가 악화돼 큰 고생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입원하고 3일이 지난 후 겨우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진단이 늦어져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회복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의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환자의 병이 무엇인지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섣불리 잘못된 처방을 내렸다가 오히려 환자를 더 심각한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습니다. 경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조직이 처한 시장 환경과 조직 역량에 대한 진단에서 오류를 범한다면, 어떤 처방도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모든 문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해 진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실패하면 이후의 의사결정은 크게 잘못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많은 한국 기업들이 큰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급감하거나 성장 정체 현상으로 고통을 받는 기업들이 넘쳐납니다.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와 같은 경제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무작정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냥 조금 어렵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처방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불황으로 진단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불황이 끝나기를 기대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진단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위험을 지닌 진단입니다. 불황이란 진단은 경기순환론에 토대를 둔 것입니다.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기 때문에 현재는 불황이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언젠가 호황이 찾아와 현재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가 말끔히 해소될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그저 불황이라고 진단하면 호황이 올 때까지 버티고 기다리면 된다는 솔루션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상황은 그저 경기 사이클상 불황이기 때문에 생긴 게 아닙니다. 설령 경기 사이클상 호황 국면이 찾아오더라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3퍼센트 수준에 머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중국 등 신흥시장의 침체, 저가 경쟁력으로 무장한 신흥국 기업들의 공세 강화 등으로 과거처럼 5퍼센트 이상 성장하는 활황 국면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처럼 3퍼센트 정도의 성장이면 대단히 좋은 경기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글로벌 상황도 유사합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로 인해 저성장 기조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위기 상황의 원인은 불황보다는 저성장 혹은 뉴노멀(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고위험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새로운 표준) 때문이라는 진단이 보다 현실적입니다. 앞으로도 구조적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경기 사이클상 호황 국면이 찾아온다고 해도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호황 덕분에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저성장이란 진단도 절반 정도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성장만이 문제라면 과거에 비해 더 아끼고 절약하면 생존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면지도 재사용하고 회식비도 줄이는 등 각종 비용을 억제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면 생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상황은 이런 피나는 노력을 한다 해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저성장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져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이전에는 없던 심각한 환경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몇 가지 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징1 :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

인터넷 경제 시대의 특징으로 평등과 번영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시대에는 경제권력이든 정치권력이든 소수의 힘이 집중돼 있었습니다. 세습 체제로 인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지속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 이른바 기득권 세력의 파워도 강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기득권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자유롭게 정치 혹은 경제 활동을 펼칠 수 있습니다.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었던 생산의 3요소에 대해 기억하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바로 토지와 노동, 자본입니다. 생산에는 이 세 가지 외에도 많은 투입요소가 들어가지만, 여러 요소 가운데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3요소라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런데 토지나 노동, 자본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금수저를 몰고 타고나는 소수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생산의 3요소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사람이면 출신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라도 앱을 만들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과거 같으면 소프트웨어를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개인의 힘으로 유통망을 개척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기득권 그룹이라고 볼 수 있는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에 입사를 하거나, 큰 리스크를 안고 힘겹게 창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럴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몇 가지 기술을 배우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입힌 다음에 애플이나 구글의 앱스토어에 앱을 올려 놓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네이버 웹툰 서비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간단하게 만화를 제작해서 팔 수 있습니다. 초보적인 수준의 그림임에도 잘 팔리는 웹툰도 많기 때문에 과거처럼 오랜 기간 동안 도제식 수업을 받아가며 힘겹게 만화를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과거에는 자신이 그린 만화를 팔려면 기득권 그룹인 출판사의 승낙을 반드시 받아야 했습니다. 만화를 그렸더라도 개인의 힘으로 책을 내고 유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플랫폼과 간단한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올리면 되는데, 인기를 끄는 웹툰 작가의 월수입은 최고 7~8000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경우 연간 9억 원 넘는 돈을 벌어들이게 되는데, 이는 매출 90억 원에 이익률 10퍼센트를 기록하는 중소기업과 필적하는 수준의 수익을 한 개인이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앞서 설명한 다양한 사례들과 롱테일 법칙 등의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출신이나 배경, 재산 같은 것이 성공에 반드시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 시대에는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는 진정한 평등이 실현되는 새로운 경제 체제가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과 모바일 경제가 절정을 향해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삶은 왜 아직도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누구라도 제한 없이 가치 창출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인터넷 경제에는 사실 어두운 이면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선 롱테일 법칙은 실제 데이터로 검증해보면 잘 맞지 않습니다. 롱테일 법칙에 따른 예상과는 달리, 온라인 세상에서는 꼬리, 즉 비인기 콘텐츠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인기 많은 콘텐츠가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는 승자 독식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쟁력이 조금 더 높은 일부 제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더 심화된 것입니다.


앞서 인터넷 세상에서는 모두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모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썼지만 여기서도 승자 독식 현상은 여전합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의 개수는 하루에만 무려 1억 6,000만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동영상 개수는 몇 개에 불과합니다. 대중들의 선택을 받은 극히 일부의 콘텐츠 중 하나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뮤직비디오였고, 이런 일이 집중 조명되면서 변방의 가수라도 누구나 월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화상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매우 희귀하게 일어납니다. 소수의 승자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는 승자 독식 현상은 인터넷 경제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경제의 핵심은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극히 일부만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그 일부가 대부분의 부를 가져가는 극심한 양극화, 지독한 승자 독식 체제가 인터넷 경제의 핵심입니다. 실제 인터넷 기반의 경제체제가 심화되면서 평범한 기업보다 약간 더 경쟁우위에 있는 소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경제의 중추가 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과 애플 단 두 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이익에 있어서는 애플이 80~90퍼센트를 독차지하는 구조입니다.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는 구글 한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했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대부분은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소수 업체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터넷 경제가 더 성숙할수록 변화에 적응하는데 성공한 소수가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입니다. 인터넷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많은 기억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극심한 승자 독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인터넷 시대에서 생존하려면 변화에 적응한 소수가 돼야 합니다.



느낌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감정으로 승부하라

비즈니스에서 감정이 갖는 의미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교보문고가 초대형 책상과 의자를 서점 한복판에 두 개나 설치한 일입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서점은 도서관이 아닙니다. 책을 팔아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점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게 해버리면 소비자들은 그냥 책상에서 공짜로 책을 읽고 구매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책을 편안하게 읽게 해주면 책에 손때가 묻어 판매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들도 싫어할 확률이 높습니다. 애써 만든 책을 고객이 사지 않고 읽기만 하고 가버리면 서점뿐만 아니라 출판사도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손때가 묻어 안 팔린 책이 반품되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출판사가 떠안아야 합니다. 또 책상을 놓으려면 책을 진열하는 공간을 없애야 합니다. 공간이 줄어들면 진열대가 줄어들어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모든 이성을 총동원해도 서점에서 책상과 의자를 제공하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하지만 감정이란 렌즈로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사람들은 그동안 서점에서 책을 읽으려면 앉을 곳이 없어서 서서 보거나 쪼그리고 앉아야 했습니다. 쪼그려 앉으면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되어 힘들어 하는 소비자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도서관이 아니고 책을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불평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로 손해가 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에서 대형 책상을 설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소비자들은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요?


아마도 많은 고객들은 서점의 배려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측면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객 편의를 먼저 생각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큰 호감을 가질 확률이 높습니다. 교보문고는 그것도 5만 년이나 된 뉴질랜드 산 카우리 소나무로 책상을 제작했다고 하니 더욱 흐뭇하다는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시간이 나면 한번 방문해서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고객도 많을 것 같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더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자극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호감과 자극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살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의자 설치 후에 소비자들의 반응과 평가가 더 좋아지고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전언입니다. 이런 전략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해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의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다보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이성적 사고를 기반으로 경영을 해왔습니다. 대부분 기업 경영자들은 냉철한 논리와 합리적 이성을 무기로 생존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의 시대입니다. 한 차원 높은 전략을 구사하려면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소비자의 감정을 공략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이기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방법

실행에 집중하라

의사결정의 딜레마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가격 대비 가치, 감정, 개성은 제로 시대에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전략 키워드입니다. 이 트라이앵글 전략을 강하게 실천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과는 큰 성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키워드를 단순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기억한다고 해서 성과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무엇이든지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죠. 좋은 전략 방향과 아이디어는 사실 세상에 넘쳐납니다. 실제 조직의 성과 차이를 가져오는 핵심 요인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과 실행입니다. 의사결정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 단기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아보면 다음 같은 네 가지 유형으로 의사결정을 분류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우데 장기적, 단기적으로 모두 좋은 의사결정은 그냥 하면 됩니다. 만약 재벌 그룹에 인맥이 있어 확실한 수익이 보장된 백화점 식품코너에 입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 무조건 해야겠죠. 단기적, 장기적으로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니까요. 또 장기적, 단기적으로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예상되는 의사결정은 그냥 하지 않으면 됩니다. 자해행위 같은 건 단기적, 장기적으로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니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기사만 안 쓰면 기자가 정말 좋은 직업이라는 말을 기자들끼리 하곤 하는데요, 만약 경영자들이 이 정도의 의사결정만 해도 된다면 경영자는 아마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직업일 것입니다. 경영자를 어렵게 하는 의사결정은 나머지 두 가지에 있습니다. 바로 단기적으로 좋은데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것과, 단기적으로는 나쁜데 장기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의사결정입니다. 대부분 의사결정의 딜레마는 이 둘 사이에서 나옵니다.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경영자는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 중에 어느 하나가 더 절대적으로 낫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단기 이익과 장기 이익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합니다. 아마도 일회성 거래, 조직의 위기 상황, 당장의 목적 달성이 중요한 상황 등에서는 단기적 이익을 선택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장기적 이익을 선택하는 뼈아픈 의사결정이 더 바람직한 상황도 많습니다.


그런데 현 자본주의 체제는 장기 이익을 희생해서 단기 이익을 확보하는 의사결정을 강요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바로 직원을 자르거나 교육비를 줄이고,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손쉽게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성장 동력을 훼손시킬 수 있습니다. 대체로 경영자의 임기가 짧은 조직에서 이런 단기적인 의사결정이 자주 이뤄집니다. 자기 임기에서만 성과를 보여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대기업들이 그동안 납품업체로부터 공급받아왔던 부품 가운데 규모가 큰 일부 품목을 직접 생산으로 전환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고 합니다. 외부업체에게 맡겨왔던 것을 자체 생산하게 되면 외부업체에 지불하던 이익을 내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단기적으로 이익을 줍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외부에서 해당 품목에 대해 생존을 걸고 혁신하는 기업에 비해 내부화했을 때의 담당 직원들은 혁신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절박감이 가장 중요한 혁신 동력 중 하나라고 말씀드렸는데, 내부화하면 치열한 시장경쟁 없이 안정적으로 회사 내부에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혁신을 할 유인이 떨어집니다. 또 거래처를 잃은 외부업체는 글로벌 경쟁업체로 발길을 돌릴 것입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경쟁자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은 개선되지만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메랑을 맞을 수 있습니다.


결국 훌륭한 경영자인지 여부는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장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의사결정을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아인슈타인 영입 스토리가 이에 대한 사례로 유명합니다. 프린스턴대학은 아인슈타인을 영입하기 위해 그에게 얼마의 연봉을 받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3,000달러를 달라고 했습니다. 프린스턴대학은 이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저렴한 연봉을 제시했기 때문이죠.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는 대부분의 조직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며 덥석 계약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은 단기 이익을 희생해서 장기 이익을 취하는 고수의 전략을 폈습니다. 그래서 역제안을 했습니다. 1만 달러를 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 제안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끼쳤지만 장기적으로는 확실히 이익을 줬습니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은 탁월한 연구 성과를 냈고 수많은 대학에서 영입 제안이 쏟아졌지만 자신의 가치를 세 배나 높게 평가해준 프린스턴대학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단기적 손해를 감수한다는 게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당당 3,000달러만 달라고 하는 인재에게 1만 달러를 줄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특히 연간 매출이나 이익 등 단기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이사평가를 하는 조직이 많기 때문에 단기 이익을 희생하면서 장기 이익을 가져오는 의사 결정을 내리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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