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카페에서는 고객이 “아메리카노 한 잔요” 하고 주문할 때 직원이 “네, 아메리카노 한 잔요~”라고 따라 하면 고객의 호감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이를 증명한 실험이 있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릭 폰 바렌은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가 고객의 주문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서 말하면 팁의 액수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손님들은 웨이트리스가 자신의 말을 따라 했을 때 평균 40%의 팁을 더 주었다. 자신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들으며 더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협상에서도 공감이 성패를 좌우한다. 행동과학자인 돈 무어 카네기멜론대 교수 연구팀이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거래 협상을 하게 했다. 절반에게는 단순히 협상만 하라고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상대의 신상 명세를 알려준 다음 협상 전에 이메일을 통해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그 결과, 아무런 정보 없이 협상에 들어간 학생들은 29%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반면, ‘개인적’ 관계를 맺어놓은 학생들은 그 비율이 6%에 그쳤다. 협상 전문가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북한과 협상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첫 단계는 양국 대표가 점심을 같이 먹는 겁니다. 정치 이슈는 피하고 월드컵축구에 대한 이야기만 하세요. 이렇게 스무 번쯤 만나며 서로 알게 된 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친밀감을 쌓는 것이 성공적인 협상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마케팅과 서비스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오랜 기간 품어온 의문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쓴 것이다. 왜 우리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공감하지 못하는가,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감을 인간관계나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다양한 연구 결과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고객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공감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 저자 장정빈
저자 장정빈은 6년간의 교사생활을 거쳐 22년 동안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연수원 교수, 마케팅 팀장, 지점장, 콜센터장을 역임하고 세계적 은행 HSBC의 상무로 고객경험(CE, Customer Experience) 업무를 총괄했다. 지점장 시절, 점포 종합업적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 국내 최초로 ‘CS경영’을 은행에 도입했으며, 교육과 강연, 저술을 통해 서비스의 중요성을 활발하게 전파하고 있는 CS 및 마케팅 전문가이자 경영컨설턴트다.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호서대) 서비스경영학과 초빙교수와 여러 대학의 강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연세대 대학원에서 산업교육을 전공했고 고려대 서비스최고경영자(SMP)과정,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4T CEO과정을 수료했다. 기업과 정부기관, 금융기관, 대학 등 1600여 곳에서 서비스, 고객관리, 금융마케팅, 상담 및 세일즈 스킬, 행동경제학 등을 주제로 강의해왔다.
현재 (재)한국경영정책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스마트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해박한 이론에 풍부한 현장 사례와 실천을 접목한 명강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정책자문위원, 금융연수원 강사, 산업통상자원부 서비스품질인증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숭실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고객의 마음을 훔쳐라》(2013) 《하루를 일해도 사장처럼》(2011) 《성과를 만드는 CS경영》(2010) 《리마커블 서비스》(2009) 《장정빈의 금융CS》(2008)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라》(2007) 《서비스 아메리카》(2003, 역서) 《먼저 돌아눕지 마라》(2003) 《타잔 마케팅》(2002) 등이 있으며, 여러 매체에 서비스 관련 칼럼을 기고하면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차례
머리말 / 얼마나 아프셨어요?
1 먼저, 점심을 같이 드세요
-공감하는 관계 스킬
2 어머니는 왜 그렇게 우셨을까
-공감하는 대화 스킬
3 공감이 먼저다
-공감하는 마케팅 & 세일즈 스킬
4 엄마는 뽀로로 가방을 좋아할까?
-공감하는 서비스 스킬
5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
-공감하는 리더십 스킬
공감이 먼저다
머리말 / 얼마나 아프셨어요?
한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던 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게 아 하고 입을 벌리라고 했죠. 그리고 입안을 들여다보더니 다정한 어투로 말하더군요. 어이쿠, 이런! 네 목이 얼마나 아팠을지 알겠다. 많이 아팠지? 쯧쯧. 우리는 이제 어떤 세균이 너를 아프게 하고 있는지 알아낼 거란다. 그리고 나쁜 병균을 모조리 물리칠 수 있는 천하무적 약을 너한테 줄 거야! 그러고는 저를 보며 말했어요. 아이가 패혈성 인두염인 것 같네요."
이전에 찾아갔던 의사는 태도가 달랐다. "아 해봐 하고서는 아이가 아파하니까 좀 참아! 이 정도는 아픈 것도 아니야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어머니는 어느 의사를 찾게 될까? 답은 명확하다. 환자에게 공감하고 배려를 아끼지 않은 의사를 기억하고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인류의 역사는 공감 의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의 역사가 신앙의 시대와 이성의 시대를 거쳐 공감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생존 경쟁의 전투가 사라진 자리에 공감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프킨의 통찰처럼 오늘날에는 오랫동안 경제 행위의 근간이 되어왔던 이기심의 추구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도 IT와 인터넷 혁명, SNS의 영향으로 협력적 네트워크와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생산성은 높아졌고, 웬만한 일은 컴퓨터와 로봇이 처리하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기술과 능력도 평준화된 상태다.
이런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새로운 경쟁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바로 사랑하고, 감탄하고, 공감하고, 위안을 얻는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컴퓨터는 비용과 시간은 절약해줄 수 있지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유연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으며,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반응할 수도 없다. 공감 능력이 없는 무뚝뚝한 기계일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흔히 사람만이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있는 인재다.
미국의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는 정보화 시대를 지나 하이콘셉트(high-concept)와 하이터치(high-touch)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이콘셉트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고, 하이터치는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어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그는 또 미래의 인재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공감 능력, 디자인, 조화, 놀이, 스토리, 의미를 꼽고, 이 중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진짜 경쟁력으로 공감 능력을 강조한다. 일반 서비스업 종사자들뿐 아니라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1. 먼저, 점심을 같이 드세요 - 공감하는 관계 스킬
계산과 신속성에만 집착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의 다리가 연결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배경 설명이나 서로의 공통점 확인을 통해 말문을 트고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느새 연결되어 낯익은 사이가 되는 것, 이러한 마중물을 라포(rapport)라고 한다.
라포는 원래 정신분석학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두 사람 이상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조화로운 일치감, 즉 공감적으로 상호 반응적인 사태를 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라포를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을까?
첫째는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다. 둘째는 상대방을 따라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몸짓이나 얼굴 표정, 목소리 톤을 따라한다. 셋째는 수다 떨기다. 넷째는 마음을 담은 선물이나 사려 깊은 행동이다. 1차 세계 대전 중에 홀로 참호를 지키며 빵을 먹던 적군 초병을 사로잡은 독일군 병사가 엉겁결에 자신이 먹던 빵을 불쑥 떼어 준 그를 그냥 돌려보낸 일이 있다. 다섯째는 내 마음을 먼저 열어 보이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나와 고객 사이에 마음길을 닦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일즈의 경우 가장 넘기 어려운 장애물은 불신의 문제이다. 이 문에 꼭 맞는 믿음의 열쇠를 잘 만드는 사람이 언제나 승자가 된다. 신뢰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최고의 통로다. 그러면 어떻게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황을 바라보는 것, 즉 역지사지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눈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신뢰를 낳고 세일즈를 성공으로 이끈다.
필립 델브스 브러턴의 『장사의 시대』라는 책을 보면 성공하는 세일즈맨에게 필요한 2가지 자질이 나온다. 1964년 미국 미시간대의 데이비드 메이어와 허버트 그린버그 교수가 7년간의 현장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하나는 공감 능력이었고 또 하나는 자아 욕망이었다. 자아 욕망은 판매를 성사시켜 자부심을 높이려는 욕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과 자아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공감에만 치우쳐 판매를 성사시키지 못할 만큼은 아니어야 한다. 공감 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면 인간성 좋다는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실적은 바닥권을 맴돌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아 욕망이 강하면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은 크게 2가지 축으로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인지적 능력인 인지적 공감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고 반응하는 능력인 정서적 공감이다.
공감은 한 마디로 마음 읽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능력을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다. 그 핵심은, 마음 읽기가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공감을 표현하는 대화법 1_맞장구
공감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대화법 첫 번째는 맞장구다. 맞장구는 한마디로 상대가 더 즐겁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로, 흔히 리액션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유명한 사회자인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쇼에 출연한 게스트들의 재미있는 말에 발을 동동 구르며 마구 웃어주고, 그들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에는 함께 눈물을 흘려준다. 이런 리액션이 그녀의 쇼를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공감의 리액션이다.
상대방이 신나게 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맞장구를 쳐야 하는데, 다음의 3가지만 활용해도 훨씬 대화가 원활해진다.
첫째는 상대가 한 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되뇌는 것이다. "나 영화 보기로 했어." "영화?" 둘째는 대화의 진행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나 영화 보기로 했어." "영화? 무슨 영화 보기로 했는데?" 셋째는 상대가 한 말에 자기 의견을 살짝 곁들이는 것이다. "나 영화 보기로 했어." "영화? 나도 보고 싶은데…."
공감을 표현하는 대화법 2_백트래킹
이것은 한 박자 늦게 상대의 말을 따라서 받아주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방법으로, 메아리 기법이라고도 한다. 계속 상대의 이야기를 말로 되풀이 해주면서 듣게 되면 상대는 적극적으로 공감을 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네덜란드 심리학자인 릭 폰 바렌의 실험에서도 직원들이 주문을 받은 후 손님이 한 말을 되풀이하면 더 많은 팁을 받는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손님들은 웨이트리스가 자신들의 주문이나 말을 따라 할 때 평균적으로 140%의 팁을 주었다. 의식하지는 못했겠지만 자신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들으면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느낀 것이다. 손님과 웨이트리스 간에 의식적인 소통이 아닌 무의식적인 공감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공감을 표현하는 대화법 3_페이싱
페이싱이란 상대방과 목소리 톤을 맞추거나 얼굴 표정을 매치시켜 친밀감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질수록 사용하는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속도, 어투까지 모두 닮아간다고 한다. 가족끼리 휴대폰 뒷자리 번호를 같게 하는 것도 페이싱의 하나다. 친구들이 사진을 함께 찍을 때 비슷한 포즈를 취하는 것도 그렇다.
2. 어머니는 왜 그렇게 우셨을까 - 공감하는 대화 스킬
매러비언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엘버트 매러비언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타인과의 대화에서 말이 미치는 영향력은 75%에 불과한 반면 목소리나 표정, 태도가 미치는 영향력은 93%나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내 고향은 온 동네가 장(張)씨 집성촌으로 동네에서 누가 돌아가시면 마을 회관 앞 공터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짚신을 신은 가족들이 상여를 붙잡고 울부짖는 모습은 어린 내 눈에도 안타깝고 애처로워 보였다. 그런데 그런 날이면 어머니도 상주처럼 서럽게 우셨다. 그래서 나는 동네에 장례식이 있는 날이 아주 싫었다. 또 어머니가 눈물 쏟는 모습을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죽음에 어머니는 왜 저토록 슬퍼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바로 거울신경이다. 거울신경으로 인해 우리는 다른 존재의 행동을 본 것만으로도 같은 반응을 한다. 거울신경의 발견은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본질적인 답을 줄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거울신경 효과를 노린 대표적인 사례가 시트콤의 웃음소리 효과다. 썰렁한 장면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TV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접한 아이들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거울신경이 그 장면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감정이 전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적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감성적 능력이 없는 리더가 기업에 존재한다면 이건 작은 문제가 아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훌륭한 상사는 구성원들의 친구요, 스승이요, 동맹군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훌륭한 상사는 직원들의 삶까지 변화시킨다. 반대로 나쁜 상사는 직원들의 신체를 병들게 하고 영혼까지도 파괴하는 주범이다."라고 썼다. 감성적 요소가 결핍된 리더십은 기업의 실적은 물론 직원들의 삶까지 파괴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감성 지능을 만드는가? 회사 차원에서 감성적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 스스로 감성지능을 구성하는 다양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니얼 골먼이 제시한 감성지능의 주요 요소인 5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자기인식 능력(self-awareness)이다. 리더 스스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둘째는 자기통제(self-regulation) 능력이다.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셋째는 타인의식(social-awareness) 능력이다. 직원의 감정이나 시각을 폭넓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넷째는 타인관리(social skill) 능력이다. 이는 직원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섯째는 감정이입(empathy) 능력이다.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의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한편 우리 속담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동일한 사건이나 상황에서도 어떤 표현이나 방식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한다. 인식의 틀인 프레임이 긍정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판단이나 선택이 변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프레이밍이 생기는 이유는 인간이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인지되는 것이다. 어떤 프레임을 써야 할까? 당연히 긍정적인 프레임과 대안 제시형 표현법을 써야 한다.
이때 비유는 공감을 얻어내는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비유해서 이야기하면 논리와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오래 기억된다. 단 비유의 메시지는 짧을수록 좋다. 긴 말은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언어는 크게 사실 언어와 감정 언어, 그림 언어로 나뉜다. 그림 언어는 말하기보다는 상상하게 만들어 그림처럼 보여주는 언어로 회화적 언어라고도 한다. 마틴 루터 킹은 "흑인은 백인에 비해 가난하고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100년이 지났지만 흑인들은 거대한 물질적 풍요의 태양 한가운데에 이는 외로운 가난한 섬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3. 공감이 먼저다 - 공감하는 마케팅 & 세일즈 스킬
수술용 의료장비를 판매하는 박 과장은 회사에서 영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그는 외과의사들을 찾아다니며 적절한 질문과 맞장구, 전문 용어를 사용하며 자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어 고객이 느끼는 초점에 맞추어 대화를 진행한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은 의료장비를 파는 것이 아니라면서 "고객에게 상품을 팔지 말고,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상품을 사도록 도와주라."고 말한다.
영업하는 사람들이 흔히 듣는 말 중에 유능한 세일즈맨이 되려면 에스키모에게도 얼음을 판매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을지라도 자기 제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지극히 세일즈맨 중심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즉, 세일즈맨이 주인공이 되어 어떻게든 판매를 잘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뿐, 그 제품이 과연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세일즈맨에게 설득당해 물건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세일즈맨의 실적을 위해 물건을 사주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이다. 누구나 충분히 납득한 상태에서 구매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세일즈는 고객을 중심에 세운다.
여기서 공감대는 마케팅 전략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제품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보다 신선하고 뭔가 달려져야 한다. 이것이 차별화다. 그러나 참신하다고 해서 마케팅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생소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싶어 하지 않는 구두쇠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시장을 창조하는 도구일 뿐이다. 결국 시장을 창조하는 것은 소비자의 공감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소비자와 같은 생각을 하며, 소비자의 체험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항상 둘러보아야 한다. 이는 소비자가 해당 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인지하며 정서적으로 유대감을 갖는지와 연결된다. 결국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공감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이렉트 마케팅 분야의 전설 레스터 분더맨이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에게 "좋은 광고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이에 드러커는 "이 광고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주는 광고가 최고의 광고"라고 대답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쉐보레 말리부 광고가 인상적이다. 이 광고는 실제 사고를 당한 차주가 등장해 사고가 난 원인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큰 부상 없이 안전할 수 있었는지를 증언하며, "누군가의 기적, 누군가의 믿음을 말리부는 안전하다고 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시청자들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특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부르는 대표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건 마케팅에서건 설득을 할 때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설명해주면서 직접 상상하고 체험하도록 자극할 필요가 있다.
4. 엄마는 뽀로로 가방을 좋아할까? - 공감하는 서비스 스킬
다섯 살배기 아이들에게 루이비통 가방과 뽀로로 가방 중에서 엄마 생일 선물을 고르라고 하면 아이들은 십중팔구 뽀로로 가방을 선택할 것이다. 엄마도 자기와 같은 관점으로 세상을 볼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엄마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많은 경험과 교육을 거치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나와는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타인의 관점을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마음 이론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타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읽어내는 능력으로, 거울신경에서 담당한다. 자신이 상대방이 되어보고 상대방이 내 자신이 되어보는 것이다.
소통과 공감의 핵심 비결은 역지사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지사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지사지를 넘어 역지감지(易地感之), 즉 타인의 감정까지 느껴보아야 한다. 여기에다 역지행지(易地行之)까지 해야 비로소 공감이 완성된다. 상대방의 입장으로 행동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공감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완성된다.
수년 전에 남편과 디즈니랜드에 놀러 갔습니다. 실은 그날이 1년 전에 죽은 저희 딸의 생일이었고, 기일이었습니다.
너무 약했던 저희 딸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하늘로 떠나버려 남편과 저는 오랫동안 깊은 슬픔에 싸여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무엇 하나 해줄 수 없었던 것이 너무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꼭 디즈니랜드에 함께 놀러가겠다는 다짐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남편과 의논하여 드디어 그날, 딸을 위해서 디즈니랜드에 갔습니다. 입장권도 어른 2장, 어린이 1장 해서 3장을 샀습니다. 미리 가이드북을 보고 딸에게 먹이고 싶던 귀여운 어린이용 런치가 있는 것을 알아내어 월드바자에 있는 이스트사이드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어른용 2인분과 어린이용 런치를 주문했습니다. 직원은 의아해하면서 어린이용은 8살 이하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죄송하지만 어느 분이 드시는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제 딸아이와 함께 먹을 거라며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 직원은 기분 좋게 주문을 받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근처의 4인용 테이블로 옮겨주고 어린이 의자까지 따로 준비해주면서 세 분, 이쪽으로 하며 자리를 바꿔주었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온 가족이 함께 즐겁게 지내세요." 하며 마치 우리 아이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대접해주어서 남편과 저는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렸습니다. 딸을 잃고 나서 처음으로 우리 온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주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이 이야기는 결국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규정과 매뉴얼에만 충실한 직원이었다면 규정을 들어 어린이 런치 주문을 거절했을 것이다. 회사의 매뉴얼과 규정은 불친절한 서비스를 예방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에 비해 직원의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추억과 감동을 선물한다. 컴퓨터나 시스템이 절대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고,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하기도 어렵다.
CS라는 말은 지금까지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으로 통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 공감(Customer Sympathy)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현대인의 욕구는 부족한 재화를 채워서 느끼는 본능적인 만족의 수준을 넘어 특별한 배려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세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과 공감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고객과의 관계자산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러한 관계자산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직원의 감정이다. 고객들이 활발한 정보력으로 제품은 물론 매장 분위기나 종업원의 태도까지도 평가하는 시대이다 보니 직원 한 명의 잘잘못이 기업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고객과 접촉할 때 직원의 관심과 진정성을 전제로 한다. 이처럼 중요한 직원들의 진정성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이 진심으로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이해하고 이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5.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 - 공감하는 리더십 스킬
피터 드러커는 "21세기의 리더는 명령하는 자가 아니라 질문하는 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인류의 역사는 공감 의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류의 역사가 신앙의 시대와 이성의 시대를 거쳐 공감의 시대로 나아나고 있다고 말한다.
리더의 자격도 공감 능력이 필수적이다. 공감형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경험과 욕구를 잘 살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의 의미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당신은 전체 대화 중에서 타인과 관련한 대화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 그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한 리더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질문하지 않는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경쟁과 이기심의 추구가 실효적이지 않다는 사례와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소통하고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기업들도 인터넷과 SNS 등 각종 채널을 통해 고객들과 협력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고 있다.
더 이상 "이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잘 안 된 요인이 무엇입니까?"라는 식으로 질책할 것이 아니라 원인이 무엇인지 차분히 파악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다음에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도와줄 일은 무엇입니까?"라며 함께 일을 해결하는 파트너 입장으로 직원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러한 리더의 태도에 직원들은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과제를 풀어내려는 의욕을 느끼게 된다.
이제 내부 종업원은 물론 소비자, 나아가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하는 능력이야 말로 앞서가는 리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