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상의 대전환!
『THE GOAL(더 골)』은 소설 형식으로 쓴 비즈니스 서적으로, 진정한 기업의 목표와 함께 팀워크의 개발, 문제 해결 능력, 정보 공유의 가치, 발상의 전환 등 업무 개선에 필요한 지식들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별거, 이혼이라는 가정 붕괴 위기에 직면한 주인공 알렉스의 직장을 구하기 위한 노력과 목표달성의 흥분이 스릴감 있게 펼쳐진다.
베어링톤 소재 유니코사의 공장장인 알렉스. 생산성 악화로 인해 공장 폐쇄위기에 처한 그에게 사업부로부터 3개월의 유예기간이 선고된다. 그때까지 수익 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장은 폐쇄되고 많은 사람들은 직장을 잃게 된다. 지역경제를 마비시킬 만한 엄청난 대량 실직 위기 속에서 알렉스 로고는 학창시절의 은사 요나 교수와 우연한 재회를 계기로 만나 경영 혁신을 시도하게 되는데….
■ 저자
제프 콕스
비즈니스 소설 분야의 세계적인 작가이자 최고의 모티베이터. 『모드 씨의 비밀노트』와 미국에서 300만 부 이상 팔린 히트작 『The Goal(더 골)』 등을 집필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가 집필한 이 두 권의 책은 ‘800 CEO READ’가 선정한 ‘비즈니스 소설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 분야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특히, 『The Goal(더 골)』은 미국의 대기업 및 MBA스쿨, 전세계 경영대학원과 약 7,000여 사의 유럽 대기업에서 필독서로 추천되고 있다.
이 외에도, 기업을 무대로 벌이는 충성과 배신의 이야기를 담은 『더 벤처 The Venture』,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은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등을 집필하였다.
엘리 골드렛
이스라엘 물리학자로 ‘TOC(THEORY OF CONSTRAINTS, 제약조건이론)’의 제창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공장을 경영하던 지인으로부터 생산 스케줄링 상담을 받았을 때, 물리학 연구에서 얻은 발상과 지식을 구사하여 그 해결법을 이끌어냈다. 마침내 획기적인 생산 스케줄링법과 그 스케줄링 소프트인 ‘OPT’를 개발하여, 이를 알기 쉽게 소설 형식으로 정리한 책 『THE GOAL(더 골)』을 1984년에 출간 주위의 예상을 깨고 바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전 세계 경영대학원과 7,000여 개사에 달하는 대기업 사원들의 필독서로 추천되고 있다.
그 후 TOC 연구와 교육을 추진하는 ‘아브라함 H 골드렛 연구소’를 설립하여, TOC를 단순한 생산관리 이론에서 새로운 회계방법과 일반적인 문제 해결 방법으로 전개했다. 그의 이런 일련의 성과는 다시 『IT"S NOT LUCK』이라는 책으로 소개되어, 미국 생산관리와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역자
김일운
현재 오하이오주에 있는 애크론대학에서 회계학 및 국제경영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경영대학에서 국제 경영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미국에서 3개 대학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으며, 한국, 일본, 독일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했다. 연구분야는 원가회계,재고관리, 공장자동화, 제약이론, 국제회계학 등이며, 많은 논문이 학술지에 실렸고 5권의 저서가 있다. 현재 미국 골드렛 연구소 컨설팅요원으로 제약이론을 이용한 경영혁신에 종사하고 있다.
강승덕
한국TOC 컨설팅㈜대표. 공장관리 기술사 및 ERP컨설턴트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한국 능률협회 컨설팅에 근무하면서 삼성전관과 현대정공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을 컨설팅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OPT 솔루션과 TOC에 대한 Training을 호주 STG사에서 직접 받았고, 주요 논문으로는 「TOC의 Throughput 회계기법을 이용한 라인별 이익관리 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가 있으며, 현재 LG전자를 비롯한 여러 국내기업에 TOC세미나 및 컨설팅 보급을 위해 골드렛연구소와 함께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효
인하대학 병원에서 근무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뉴욕주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영어신문에서 캐낸 알짜 독해 맛보기』를 집필했으며 현재 www.nydragon.com에서 고급스런 신문영어를 실제 쓰이는 회화와 접목하여, "보는 영어"를 "말하는 영어"로 바꿔주고 있다.
■ 차례
1. 공장 폐쇄의 회오리
2. 소크라테스를 만나다
3. 새로운 운영 지표를 찾아라!
4. 하이킹에서 해답을 구하다
5. 허비는 어디에?
6. 병목을 활용하라
7. 병목을 넘어서
8. 새로운 척도
The Goal
공장 폐쇄의 회오리
AM. 7시 30분
나는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유니코 간판을 내건 공장 정문으로 들어섰다. 공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느린 기계음과 함께 무기력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심코 공장 안을 둘러보던 나의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지나갔다. 낯익은 진홍색 벤츠가 공장 사무실 옆에 내가 주로 쓰는 주차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빌 피치가 온 모양이로군. 대체 오늘은 또 무슨 일일까? 그래, 좋다. 그는 사업본부장이고 나는 일개 공장장일 뿐이니, 내가 양보할 수밖에…. 빌은 도대체 무슨 볼일이 있어서 이렇게 이른 시각에 방문한 걸까?
그에 대한 압박감은 오늘 아침에 처리해야 할 일거리에 대한 의욕마저 앗아가 버렸다. 하루만에 처리하기에는 벅찬 그 일감 때문에 아침 일찍 출근했건만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 온 몸을 타고 내렸다.
사무실 문을 막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불러세웠다.
"로고 공장장님!"
공장 옆문이 벌컥 열리며 직원 네 명이 달려나왔다. 그들은 작업주임 뎀프시, 노조간부 마르티네즈, 시간급 임시직원, 그리고 기계감독(작업반장) 레이였다. 네 사람 모두 앞다투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뎀프시는 뭔가 일이 터진 것 같다고 하고, 마르티네즈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곧 파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소리쳤다. 차별 운운하는 시간급 임시직원의 투덜거림 사이로 부품 부족상황을 열거하며 작업 지연사태를 설명하는 레이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우선 그들을 진정시킨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문제의 발단은 고객 주문번호 41427건이었다. 무슨 영문에서인지 1시간 반 전에 출근한 빌 피치 본부장이 41427건의 진척상황을 체크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41427건에 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에 격분한 빌 피치는 그 즉시 공장 직원 모두에게 고객 주문번호 41427건의 진행상황을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41427건은 물량이 큰 대규모 주문인데 반해 작업은 매우 지연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빌 피치는 주문번호 41427이 아직 출하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펄펄 뛰기 시작했다. 그는 공장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호통을 쳤고, 작업주임 뎀프시에게 당장 작업 지시를 내리라며 으르렁거렸다. 빌의 기세에 기가 눌린 작업자들은 우왕좌왕하며 필요한 부품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 마침내 주문번호 41427은 조립을 목전에 두고 조립 라인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41427은 조립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조립에 필요한 중간 부품 하나가 빠진 것이다. 중간 부품이 없으므로 조립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마찬가지로 조립되지 않은 제품은 선적은커녕 출하될 수도 없다.
쩔쩔매던 직원들은 원인을 찾느라 30여 분을 씨름했다. 중간 조립 부품은 가공 공정을 거치기 위해 자동 수치 제어기(n/c) 앞에 쌓여 있었고, 조립라인에는 즉시 작업 요함 등급의 주문이 조립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제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빌 피치 본부장이 작업자와 팽팽히 맞서면서부터였다. 보고를 받은 빌 피치 본부장은 작업반장 레이에게 작업대에서 돌아가고 있는 즉시 작업 요함 등급 주문의 생산을 중단하고, 41427을 조립라인에 올리라고 지시했다. 빌은 다른 제품 생산에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41427 제품이 완성되어 공장 문을 나서는 것이었다. 레이는 작업주임 뎀프시와 숙련기계공을 불러들여 다른 초긴급 주문은 무시하고, 즉시 주문번호 41427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라고 명령했다. 숙련기계공은 어이가 없다는 듯 레이, 뎀프시, 빌 피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조립라인 위를 돌아가고 있던 즉시 작업 요함 주문은 이미 1시간 반 전부터 작업 준비를 끝내고 이제 막 부품 생산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마침내 숙련 기계공의 입에서 험악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모두들 제정신이오? 이건 미친 짓이오! 나는 새벽 5시 30분부터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조수와 함께 조립 라인을 준비했소. 헌데 이제 와서 모두 원점으로 돌리라고? 이런 빌어먹을!"
이에 빌 피치는 싸늘한 웃음과 함께 당장 작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숙련 기계공을 해고해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다시 몇 마디 언쟁이 오간 뒤, 숙련기계공은 그만두겠다고 맞섰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노조간부 마르티네즈까지 합세하자, 문제는 제품생산에서 노사문제로까지 비약되었다. 모두들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숙련기계공의 퇴장과 더불어 노조간부와 작업반장 휘하의 모든 기술자들이 격분했고, 아무도 일을 하려들지 않은 상황에까지 치달은 것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지금 성난 황소같은 이들 네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의 순서를 정했다.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빌을 만나야 했지만, 우선은 이들의 감정부터 수습해야 했다. 나는 뎀프시에게 물었다.
"그럼, 빌 피치 본부장님은 지금 어디에 있소?"
"공장장님 사무실에요."
"좋소. 본부장님에게는 내가 곧 찾아뵙겠다고 말씀 좀 전해주시겠소?"
뎀프시는 황급히 내 사무실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마리티네즈와 시간급 임시직원으로 착각했던 숙련기계공을 향해 몸을 돌렸다.
"여러분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알아들었소. 내 판단으로, 오늘의 사건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소."
내 설득에 마르티네즈는 처음에는 그리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으나 숙련기계공이 빌 피치로부터 공식사과를 들어야겠다고 대꾸하자 이내 기세 등등하게 노조탄압을 운운했다. 잠시 고민 끝에 나는 만일 노조가 이번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상황이 파업으로까지 진전된다면 오늘 오후에 지역노조 위원장 마이크 오도넬과 협의해서 파업에 관한 정당한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어찌 되었든 오도넬에게 승인을 받기 전에는 더 이상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르티네즈는 결국 내 말에 수긍했다. 그는 숙련기계공과 함께 공장으로 돌아갔다.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나는 레이와 다음 작업을 상의했다.
"빌 피치 본부장님이 지시한 일을 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본부장님의 지시대로 작업을 진행하면 다른 작업을 준비하는 데 들인 시간은 전부 낭비한 셈이 되는데요."
"그렇더라도 그냥 그렇게 합시다. 레이, 당신 말처럼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윗분의 명령인 것을. 자, 이제 불쾌한 감정은 날려버리고 최대한 빨리 부품을 가공하도록 합시다."
막 사무실 쪽으로 발길을 옮기려는 나에게 안색이 창백해진 뎀프시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말씀 잘 나눠보세요, 공장장님."
나는 일단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빌 피치 본주방은 내 책상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가 서류가방을 내려놓자 그는 당장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왜 이 이른 시각에 자네 사무실에 있는지 궁금한가? 나는 자네를 이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구해주기 위해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세."
"글쎄요, 제 생각은 좀 다른데요. 직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본부장님은 저희 공장의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기 위해 오신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만. 제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41427 주문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겁니까?"
잠시 심호흡을 하던 빌 피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밤 10시경, 유니코의 최대 고객인 버키 번사이드 사장의 느닷없는 항의전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버키 사장은 자신의 주문(주문번호 41427)이 납기일을 7주나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노발대발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버키 사장의 일장 연설은 거의 1시간이 넘게 계속되었고, 빌 피치는 대꾸할 여력도 없이 묵묵히 그의 화를 견뎌내야 했다.
버키 사장에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의 회사 내에서 이번 일을 우리 회사의 경쟁사쪽으로 발주하기로 했는데, 그가 직접 나서서 우리 공장으로 일을 돌렸던 것이다. 게다가 버키 사장이 자신의 고객들 몇 명과 식사를 같이하던 중, 납기문제로 화제가 떠오르자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기까지 했으니 상황은 더욱 꼬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버키 사장은 막무가내로 빌 피치를 다그쳤고, 빌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 문제를 처리하겠노라고 약속한 뒤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이제 좀 알겠나? 난 버키 사장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내로 그 주문을 완성해 주기로 약속했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네, 잘 알겠습니다. 저희 쪽 과실입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본부장님, 오늘 본부장님께서 직원들에게 하신 일은 너무 지나쳤습니다. 그들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회사 내부의 방침대로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데 본부장님께서 앞뒤 설명도 없이 일의 순서를 뒤바꾸신 것은 저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로고, 자네는 공장장이야. 한데 왜 아직도 공장의 내부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납기일은 늦어지기 일쑤고……. 그런데 말이지. 문제는 자네가 만드는데 고객의 불평불만은 왜 내게 돌아오는 건가? 난 이 넌덜머리나는 클레임이 지긋지긋하네."
"본부장님,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3개월 전, 본부장님은 직권으로 주문량 20% 삭감을 이유로 2차 감원을 단행하셨습니다. 그 이후, 아시다시피 현재의 인원으로 납기일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알렉스 로고 공장장, 이리저리 핑계를 대는 시간에 41427 제품을 완성 하는 편이 자네에게 유리할 텐데?"
"그렇다면 필요한 인원을 배치해 주십시오."
"작업인원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데? 로고, 제발 머리를 좀 써. 자네는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네. 보게나, 공장 곳곳에 불성실하고, 불필요한 인원이 넘쳐나고 있어. 공장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절대로 충원해줄 수 없네."
이런 빌어먹을,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사표라도 내길 바라는 눈치군.
빌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사무실 밖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되돌렸다.
"로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 자네와 내가 벌이는 논쟁은 무의미하지 않나? 지난번 자네가 올린 업무 보고서와 지난 볓 개월 간의 작업성과가 현재의 상황을 너무도 잘 대변해 준다고 보는데. 아닌가?"
"네, 본부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버키 사장의 주문이……."
"이런, 젠장! 자네는 아직도 내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군.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게. 버키 사장의 주문이 문제가 아니야. 41427 주문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지금 이 공장은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 내가 제품납기일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나? 사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로고. 이건 단순히 납기일 지연에 따른 문제가 아니네. 난 자네와 자네 부하 직원들에게 마지막 충고를 해주기 위해 왔네."
빌은 흥분을 가라앉히려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책상을 주먹으로 거칠게 내려쳤다. 마침내 빌은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굶주린 맹수처럼 최후통첩을 했다.
"알렉스 로고 공장장,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늘 안에 41427건을 마무리하라는 것이네. 방법을 모른다면 내가 알려주지. 그래도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나는 결정을 내릴거야. 자네를 해고하든지, 공장을 폐쇄하든지. 한 가지 더 알려줄까? 로고, 자네가 모르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네. 지금 우리 사업부는 유사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지. 사업부 가운데 가장 큰 적자를 내고 있단 말이야. 지금 우리 사업부를 최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주범이 바로 자네가 책임지고 있는 이 공장이란 말이야!"
갑자기 알 수 없는 피로감이 밀려왔다. 빌 피치와 언쟁을 벌이는 동안 나는 조금씩 탈진해가고 있었다. 나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공간이 없었다.
"본부장님,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십니까?"
"사업부의 결정이 궁금한 건가? 사업부는 공장 회생가능성에 대한 시한을 3개월로 못 박았네. 3개월 안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면 그에 따른 조치가 내려질 걸세."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 아침 뇌리를 스쳤던 불길한 예감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나는 멍한 시선으로 빌 피치를 바라보았다. 이런 내 모습이 측은해 보였는지 빌 피치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로고, 물론 나 역시 자네가 최악의 상태에서 공장을 떠맡은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네. 하지만 내가 자네를 선택한 이유는 자네만이 이 공장의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네. 아니, 적어도 슬럼프에 빠진 공장에 최소한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확신했지.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네. 하지만 자네가 여기서 계속 봉급을 받으면서 생활하려면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걸세."
소크라테스를 만나다
2주 전 시카고 공항.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생기발랄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나 역시 그때는 일이 순조롭게 푸릴ㄹ 것이라는 개인적인 신념에 일말의 의심조차 품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출장이라기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기분으로 휴스턴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2시간 정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청사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공항 라운지로 갔다. 나는 빈 의자를 찾아 혼잡한 인파 속을 뒤졌다. 다행히 스트라이트 무늬 정장을 입은 중년 신사와 수수한 재킷을 입은 발랄한 20대 여성 사이에 빈 자리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리에 앉으려는데, 왠지 낯익어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나는 한 걸음 떨어져서 그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유대인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키파를 쓰고, 희미한 전등불 아래서 시가를 피우며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요나교수였다. 하지만 다짜고짜 반갑다는 인사를 건넬 수는 없었다. 그 많은 학생들 중 그가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은 생각에 우선 정중히 운을 떼었다.
"저……, 혹시 요나교수님 아니십니까?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알렉스 로고라고 합니다. 석사 과정을 밟았을 때, 교수님께 지도를 받았던 학생입니다."
"물론 기억하고 말고, 알렉스. 자네가 정말 알렉스 로고인가?"
"네. 맞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바쁘네. 눈코 뜰 새 없을 만큼. 그래 자네는 어떤가?"
"저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휴스턴으로 가는 중입니다. 교수님께서는 무슨 일로?"
"난 지금 뉴욕으로 가는 중이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요나 교수는 이러저러한 안부 인사를 지겨워하는 눈치였다. 그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로 대화를 끝내려는 뜻을 비쳤지만, 그와의 만남을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우리 둘 사이에 공통된 주제를 찾아 골몰했다.
"그때만 해도 연구소에서 계속 학업에 열중할 계획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은 유니코사에 공장장으로 몸담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도 실은 휴스턴에서 열리는 로봇공학 세미나 때문에 출장차 가는 길입니다. 제조업 협회에서 개최하는 로봇공학 세미나에서 우리 유니코사를 게스트로 초대했거든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공장이 로봇에 관한 경험을 많이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적임자로 지목된 것이구요."
"그럼, 세미나 주제로 기술적인 문제가 거론되는 건가?"
"아뇨. 그것보다는 수익성에 관한 내용이 주요 안건으로 거론될 예정입니다."
"자네 공장에서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나?"
"네. 두 부서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 산업로봇이 자네 공장에서 실질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얼마큼의 성과를 주었나?"
"물론이죠.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한 부문에서 생산성이 36% 정도 향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놀라운 수치군. 그렇다면 자네 회사는 로봇을 설치함으로써 36%의 이윤을 더 얻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정말 믿어지지 않는구먼."
요나교수의 질문에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았다.
"글쎄요……. 손익계산이 현실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현장에서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는 부문은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한 부문에 지나지 않거든요. 회사측에서도 기대치보다 낮은 성과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실제로는 생산성이 증가된 게 아니겠군. 한 가지만 더 물어보세. 로봇을 설치한 이후, 하루에 하나라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한 적이 있는가? 직원을 해고시켰나?"
"인원삭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천만에요. 그럴 순 없죠. 아시잖습니까. 노조의 반발이 워낙 강해서 그럴 만한 엄두도 못 냈습니다. 우리는 로봇을 도입할 때 노조와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그 어느 누구도 해고시키지 않겠다는 합의를 봤습니다."
"그렇다면 로봇이 자네 공장의 인건비조차 절감해 주지 않았군. 그렇다면 현재 재고상태는 어떤가? 말해보게. 재고가 줄었나?"
"일단 데이터를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전과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겁니다."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네. 알렉스, 자네가 공장의 효율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면 말일세. 또 하나 지금까지 내 예상대로 재고량이 적체되고, 인건비 절감도 없이 출하량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결코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걸세."
요나교수의 마지막 일격에 나의 하드웨어는 일순간 정지해 버렸다. 케이블이 끊긴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느낌이랄까. 갑자기 명치 끝에 싸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 공장의 효율성은 이제에 비해 월등히 향상되었고, 비용도 줄어들었습니다. 효율성은 평균 90%를 웃돌고 있고, 부품당 원가비용도 엄청나게 절감되었습니다. 저나 우리 회사 모두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무기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산업 로봇도 그러한 이유로 도입했구요."
나는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했지만 요나교수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높은 효율성을 달성하자면 로봇을 끊임없이 가동시켜야겠군."
"물론이죠. 만약 로봇 가동을 중단시킨다면, 부품당 원가비용은 물론 효율성도 떨어지게 될 테니까요. 비단 로봇만의 문제는 아니죠. 다른 생산 자원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검증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효율성과 원가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네."
나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러나 한 가지 그에게만은 고백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우리 공장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알겠네."
요나교수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내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자, 그럼 우리 좀더 솔직해지기로 하세. 자네 공장의 재고가 현재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는 않나?"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창고 절반 이상이 재고 물량으로 가득합니다."
"재고량이 그 정도라면, 제품납기일도 지연되고 있겠구먼. 제때에 출하되는 제품이 몇 개나 되나? 혹시 하나도 없는 건 아닌가?"
"네, 맞습니다. 납기일 지연건은 우리 공장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죠. 고객들의 클레임도 감당할 수 없는 정도구요. 그 원인에 관해 좀더 여쭤보고 싶은데……."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요나교수가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낡은 회중시계를 꺼내들고는 히브리어로 뭔가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버린 것이다.
"미안하네, 알렉스. 서두르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치겠어."
어쩌면 내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지도 모를 구원자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그를 잡아두어야 했다.
"교수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전 비행기 시간이 아직 남았거든요. 괜찮으시다면 탑승구까지 동행하면서 이 문제를 좀더 상의했으면 하는데요."
"좋을 대로 하게. 하지만 서둘러야 할 걸세."
"교수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우리 공장의 문제점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알렉스, 자네 말을 분석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네. 문제는 자네가 믿고 있는 효율성이 오히려 비생산적이라는 데 있네. 현재 자네 공장의 운영 상태는 자네 생각과는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네. 효율성을 가장한 비효율성 말일세."
"수치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수치들은 분명 자네를 속이고 있네.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지. 작성된 데이터를 점검해 보면 잘못된 수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네."
"솔직히 인정하죠. 저 역시 가끔 수치를 조작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하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군. 알렉스, 자네 공장의 로봇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효율성을 올려놓았는지 다시 한 번 설명해주겠나?"
"로봇 도입 후, 단위당 원가비용을 절감했습니다. 그에 비례해서 생산성도 증대되었고요."
"그렇다면 생산성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겠나?"
나는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우리 회사측의 공식에 따르면 생산성이란 종업원 한 사람이 생산해 내는 부가가치에 관한 어떤 것……."
나는 일단 주워들은 내용을 그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자네 회사에서 생산성을 어떻게 정의 내리든, 그건 자네 생각이 아니지. 기실 따지고 보면 진정한 생산성의 의미는 그런 것과는 무관한 것이고. 공식 따위는 집어치우고 자네 경험에 비추어 생산성을 정의해보게. 다시 한 번 묻겠네. 생산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막연한 생각만이 머리 속을 맴돌 뿐, 명확한 정의는 떠오르지 않았다.
대체 생산성이 무엇이란 말인가!
가슴이 터질 듯 방망이질쳤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도 도무지 구체적인 개념이 잡히지 않았다. 요나교수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어느 틈엔가 우리는 CIQ 보안경비대 앞에 이르러 있었다. 금속탐지기를 든 보안 요원들이 보였다.
"자네 개인적인 의견에 초점을 맞추고 내게 그 해답을 말해주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무언의 힘에 이끌려 요나교수의 뒤를 따라 금속탐지기를 통과했다.
대체 저 양반이 원하는 답이 뭐지?
"제 생각에는…… 무엇을 완성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요."
"바로 그걸세. 그럼, 자네가 말한 완성이란 어떤 기준에서의 완성을 의미하는 건가?"
"물론, 기업의 목표에 기준치를 둔 완성을 의미하죠."
"그렇지. 알렉스, 내 생각엔 생산성이란 한 회사가 그 회사의 목표치에 점점 다가가는 일련의 행위라고 생각하네. 회사가 목표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행위가 생산적이라고 한다면, 그 반대의 경우는 비생산적이라는 말이 되겠지. 이해가 되나?"
"교수님, 좀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순 없나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생산적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비생산적이고. 그래서 어쨌다는 거죠?"
"알렉스, 내가 자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이걸세. 자네가 자네 회사의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한 생산성이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군요. 우리 회사의 목표 중 하나가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일이니까 생산의 효율성이 증대되면 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요나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알렉스, 자네가 풀어야할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그럼요. 생산성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 아닙니까?"
"아니, 자네는 지금 목표를 상실하고 있네. 자넨 기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어. 기업은 그것이 어떤 형태든 동일한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데, 자넨 그걸 전혀 모르고 있네. 그것이 바로 자네가 풀어야 할 숙제일 걸세."
"제가 기업의 목표를 전혀 모른다는 게 무슨 뜻이죠? 맹세컨대 전 기업의 목표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다시 한 번 말해보게. 기업의 목표가 무엇인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겁니다."
"틀렸네. 그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어. 아직도 진짜 목표를 모르겠는가? 알렉스, 내 지적대로 기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면, 자넨 생산성의 의미도 이해할 수 없을 걸세. 단지 숫자놀이나 말장난에 불과한 거지."
"그럼, 시장 점유율이 목표가 되겠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교수님! 제게 그 해답을 알려주실 순 없습니까?"
"그 문제에 대해 잘 생각해보게. 자네 충분히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걸세."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