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상반된 흐름이 공존하는 시대, 세계는 지금 ‘학습하는 조직’이다
학습조직 이론의 창시자이자 경영혁신 분야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피터 센게의 책. 이 책은 1990년 초판이 출간됨에 따라 100만부를 넘어서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에 커다란 학습조직 돌풍을 몰고 온 바 있다.
『학습하는 조직』은 초판 출간으로부터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저자가 기업, 학교, 지역 커뮤니티 등 사회 곳곳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근거로 현실에서의 사례를 대폭 추가하여 새롭게 구성한 개정증보 완역판이다. 유니레버, VISA, 인텔, 세계은행, 나이키, HP 등 세계의 수많은 조직이 수년간 다양하게 적용하며 실천한 ‘학습하는 조직’의 구체적인 사례가 적혀 있어, ‘이론’에 만족했던 국내 독자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 저자 피터 센게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조직학습협회(Society for Organizational Learning, SoL) 창립자다. 『학습하는 조직』 이외에 동료 샬롯 로버츠, 리처드 로스, 브라이언 스미스, 아트 클라이너와 함께 『학습하는 조직 현장지침서』를, 조지 로스와 『변화의 춤』을 집필했다. 또한 넬다 캠브론-맥카베, 티모시 루카스, 브라이언 스미스, 재니스 더튼, 아트 클라이너와 함께 『배우는 학교』를, C.오토 샤머, 조셉 자보르스키, 베티 수 플라워스와 함께 『실재』를 집필했다. 센게는 경영과 리더십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상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공학학사를, MIT에서 사회 시스템 모델링 분야 석사학위 및 경영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매사추세츠 주 중부에 산다.
■ 역자 강혜정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와 신문사를 거쳐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해적국가』 『몸짓의 심리학』 『미래의 금메달리스트에게』 『자본주의의 아킬레스건』 『자칼의 날』 『에비에이터 하워드 휴즈』 『텅 빈 레인코트』 『비이성의 시대』 『심리학에서 육아의 답을 찾다』 『데이비드 봄의 창조적 대화론』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이탈리안 조이』 『에고트릭』 등이 있다.
■ 감수 유정식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기아자동차와 LG CNS를 거쳐 글로벌 컨설팅사인 아더앤더슨(Arthur Andersen)과 왓슨와이어트(Watson Wyatt)에서 전략과 인사 영역의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2002년부터 시나리오 플래닝과 인사 전문 컨설팅 업체인 ‘인퓨처컨설팅(inFuture Consulting)’ 대표로 활동 중인 감수자는 KT&G, SK텔레콤, KT, 바이엘, 대림산업, 삼성전기, LG전자, 기획재정부, 법제처, 관세청 등 국내 유수의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적 사고, 문제해결력을 주제로 여러 기업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착각하는 CEO』 『문제해결사』 『시나리오 플래닝』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디맨드』 『당신은 사업가입니까』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등이 있다.
■ 차례
감수의 글
개정판 서문
PART 1 현실을 창조하고 바꾸기도 하는 행동
01 “충분히 긴 지렛대를 달라. 그러면 나 혼자서 지구도 움직일 수 있으니.”
02 당신의 조직은 학습장애를 앓고 있지는 않은가?
03 시스템의 포로인가, 자기 생각의 포로인가
PART 2 학습조직의 초석, 시스템 사고
04 시스템 사고의 법칙
05 사고방식의 전환
06 자연의 원형: 사건을 통제하는 유형 규명
07 스스로 제한하는 성장인가, 자립하는 성장인가
PART 3 학습조직 구축의 핵심 규율
08 개인적 숙련
09 정신모델
10 공유 비전
11 팀 학습
PART 4 실천에서 나오는 성찰
서론
12 토대
13 자극과 동기
14 전략
15 리더의 새로운 과업
16 시스템 시민
17 개척의 최전선 피터 센게역: 강혜정/감: 유정식)
PART 5 종결부
18 불가분의 전체
부록1 학습 규율
부록2 시스템 원형
부록3 U 프로세스
각주
학습하는 조직
현실을 창조하고 바꾸기도 하는 행동
"충분히 긴 지렛대를 달라. 그러면 나 혼자서 지구도 움직일 수 있으니."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는 어떤 문제든지 분해하고 나누어서 생각하라고 배운다. 이러한 방법은 분명 복잡한 과제와 주제를 다루기 쉽게 해주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를 보지 못하고 전체와의 연관성을 감지하는 타고난 감각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즉 큰 그림을 보려고 하면, 조각난 파편을 머릿속에서 재조립해야 한다. 그러나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의 지적처럼 그러한 노력은 소용이 없다. 거울에 비친 진정한 모습을 보겠다면서 깨진 거울의 파편을 맞추는 행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노력해도 되지 않으니 머지않아 우리는 전체를 보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도구와 아이디어는 세계가 서로 분리된 무관한 힘들로 이루어진다는 환상을 깨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환상을 버려야 진정한 학습조직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구성원이 진실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끊임없이 키워가는 조직, 새롭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장려하고 가르치는 조직, 모두의 염원이 억압되지 않고 자유롭게 표출되는 조직, 구성원이 함께 배우는 방법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이다.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비즈니스가 역동적으로 복잡해질수록 업무는 학습과 더불어 이루어져야 한다. 포드(Ford), 슬론(Sloan), 왓슨(Watson), 게이츠(Gates)와 같이 학습하는 구성원 한 명이 있는 것으로 충분한 시대는 지나갔다. 조직 상부에서 상황을 파악하여 전략을 세우고, 나머지 사람들은 위대한 전략가의 명령을 따르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미래에 진정한 경쟁우위를 갖고 앞서나갈 조직은 상하 구분 없이 모든 구성원의 학습능력을 활용하고 헌신을 끌어낼 방법을 찾아내는 조직이다.
메타노이아-마음의 전환
학습조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설명할 최적의 단어는 얄궂게도 서구문화에서 수백 년 동안 쓰이지 않았던 단어다. 문제의 단어는 메타노이아(Metanoia)로서 그 의미는 마음의 전환(Shift of Mind), 즉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메타노이아의 의미 파악은 학습의 심층 의미와 맞닿아 있다. 학습도 근본적인 마음의 전환, 즉 이동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학습조직을 이야기하면서 직면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학습이라는 단어가 현재 용법에서는 기존의 핵심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학습이나 학습조직을 이야기하면 대다수는 눈이 게슴츠레해지면서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교실에 수동적으로 앉아 교사가 하는 말을 경청하고 어떻게든 교사 마음에 들고자 성실히 지시에 따르는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일상생활에서 학습이라는 단어는 정보 습득과 동의어가 되다시피 하였다.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네. 저는 어제 수업에서 그것과 관련된 일체를 학습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정보 습득은 실제 학습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방금 자전거 타는 법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 책을 읽었으니까, 이제 자전거 타기는 다 배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진정한 학습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된다는 의미의 핵심에 도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습을 통해 스스로를 재탄생한다. 학습을 통해서 세계를 재인식하고, 세계와 자신의 관계를 재인식하게 된다. 학습을 통해서 창조하는 능력, 생성하는 삶의 과정에 참여하는 능력을 키운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이러한 학습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 있다.
학습조직의 기본 의미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의 미래 창조 능력을 끊임없이 키우고 확장시키는 조직이 바로 학습조직이다. 그러한 조직은 생존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생존학습, 자주 쓰이는 용어로 적응학습은 당연히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학습조직에게 적응학습은 생성학습(Generative Learning) 즉 만들어내고 창조하는 능력을 키우는 학습과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학습조직의 초석, 시스템 사고
시스템 사고의 법칙
1. 어제의 해결책이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다
어느 옛날, 한 카펫 장수는 자신의 가게에 있는 가장 좋은 카펫의 한가운데가 불룩 솟아오른 것을 발견했다. 솟아오른 부분을 밟자 카펫은 다시 평평해졌다. 그러나 중앙에서 멀지 않은 다른 곳이 다시 튀어나왔다. 장수는 튀어나온 부분 위로 올라가서 밟는 행동을 계속했으나,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었고 카펫은 여기저기 흠집이 나서 엉망이 되어갔다. 마침내 지친 장수가 카펫 한쪽 귀퉁이를 들쳐보니 성난 뱀 한 마리가 스스로 기어 나오는 것이었다.
때때로 문제의 원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가 있다. 그러한 때에는 과거에 우리가 안고 있었던 문제의 해결책을 보면 된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회사의 이번 분기 판매량이 급속히 감소했다. 이유가 뭘까? 지난 분기에 대성공이었던 할인 정책 때문에 이미 많은 고객이 그때 물건을 샀기 때문이다. 새로 온 관리자가 만성적인 높은 재고율이 문제라며 이를 해결한다.
그러나 재고 문제는 없어졌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재고 부족으로 인한 배송 지연 때문에 성난 고객의 불만이 쇄도하고 잠재 고객들은 상점에 구비된 물건이 다양하지 않다며 구매를 망설이는 일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결국 판매원들은 배송 지연으로 인한 고객 불만에 대응하며, 재고가 있는 상품 중에서 고르도록 잠재 고객을 설득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이는 경찰에게 있어서도 익숙한 법칙이다. 30번가에서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아들이고 나니 범죄 중심지가 40번가로 이동했다. 그나마 이러한 인과관계가 쉽게 눈에 띄지만, 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미묘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도시 전역에서 마약 관련 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원인을 알고 보니 연방경찰이 대규모 마약 유통을 막은 결과였다. 경찰이 마약 유통을 막자 마약 공급이 줄어들었고,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자연히 마약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결국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 값을 벌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문제를 시스템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놓았을 뿐인 해결책의 실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카펫 장수의 사례와 달리 처음에 문제를 해결한 사람과 새로운 문제를 물려받은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2. 세게 밀수록, 튕겨내는 반동도 크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는 박서라는 이름의 말이 나온다. 박서는 난관을 만날 때마다 같은 답을 내놓는다. "내가 더 열심히 일할게." 처음에는 선의에서 나온 박서의 근면한 태도가 모두에게 자극이 되고 힘이 되었지만, 서서히 미묘하게 역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박서가 열심히 일할수록 일은 더욱 많아졌다. 박서가 몰랐던 사실은 농장을 경영하는 돼지들이 박서를 비롯한 다른 동물을 속여 가며 자기네 이익만 챙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박서의 부지런함이 실제로는 다른 동물이 돼지들의 부당한 행동을 보지 못하도록 일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스템 사고에는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명칭이 있다. 바로 상쇄 피드백(Compensating feedback)이다. 선의의 개입이 그로 인한 이익을 상쇄해 버리는 반응을 시스템에 야기하는 것이다. 상쇄 피드백에 직면했을 때의 느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밀면 밀수록 시스템이 튕겨내는 반동도 크다.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큰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것이다.
상쇄 피드백의 예는 무수히 많다. 선의로 시작된 정부 개입 가운데 다수가 상쇄 피드백의 희생양이 된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노후한 도심에 저소득자용 주택을 건설하고 직업훈련을 시키기 위한 공공 프로그램이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가 되자 대다수 도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유가 뭘까? 다른 도시 및 시골의 빈민층이 지원 프로그램이 좋은 도시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결국 신규 주거지는 인구 과밀 상태가 되었고, 직업교육 프로그램은 지원자가 폭주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도심의 세금수입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서 경제적으로 빈곤한 지역에 인구만 늘어난 결과가 되었다.
대형 시스템에만 상쇄 피드백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 상쇄 피드백을 경험하는 사례도 많다. 담배를 끊고 나서 살이 찌자 외모가 망가진 데 대한 상실감에 시달리다가,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그렇다.
공격적인 개입이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본능의 억제든, 강도를 높이면서 계속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은 소모적이며 결국 심신을 지치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개인 혹은 조직 차원에서 그러한 상쇄 피드백에 끌리는 것은 물론이고 뒤따르는 고통을 찬미하는 경우도 많다. 박서가 그랬듯이 그저 열심히 하면 모든 장애가 극복되리라는 신조에만 충실해서 자신의 행동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학습조직 구축의 핵심 규율
개인적 숙련
숙련과 능숙
개인적 숙련은 능력과 기술을 토대로 하지만, 동시에 이를 넘어선다. 예컨대 정신적 성장을 요구하지만, 영적인 깨달음 혹은 개안(開眼) 이상의 것이다. 이는 자신의 인생을 창조적 작업에 가깝게 이끈다는 의미이며, 동일한 맥락에서 인생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태도가 아니라 창조적으로 인생을 만들어가는 태도로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동료 로버트 프리츠는 개인적 숙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역사를 통틀어 거의 모든 문화가 미술, 음악, 춤, 건축, 시, 소설, 도예, 조각 등을 가지고 있었다. 창조하고자 하는 욕망은 신앙, 국적, 신조, 교육환경,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러한 욕구는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다. 또한 그것은 예술에 국한되지 않으며 일상적인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인생 전반을 포함할 수 있다.
개인적 숙련이 삶에 통합된 활동, 즉 하나의 학습 분야가 되면 그로 인해 우리 삶의 기저에서 두 가지 움직임이 구체화된다. 첫째,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계속해서 명확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우리는 길 위에 놓인 문제 해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은 나머지, 애초에 자신이 그 길로 들어선 이유를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현실을 더욱 명확하게 관찰하는 법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이다. 업무회의에서 다들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것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하는 비전과 원하는 상태와 비교해 현재 어디쯤에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금의 명확한 현실 모습을 나란히 놓고 동시에 보는 경우, 창조적 긴장(Creative Tension)이 만들어진다. 긴장이 있을 경우 우리는 자연스럽게 해결책을 찾게 되므로, 창조적 긴장은 비전과 현실을 합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 숙련이라는 규율의 핵심은 우리 생활에서 이와 같은 창조적 긴장을 만들어내고 유지할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학습은 많은 정보를 획득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운다는 의미다. 따라서 평생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조직의 모든 단계에 이를 실천하는 구성원이 없다면 학습조직은 성립될 수 없다.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들은 부단한 학습이 생활화되어 있으며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개인적 숙련이라고 하면 분명하게 경계가 정해져 있는 무엇이라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이는 오해다. 개인적 숙련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는 평생 계속되는 훈련이요, 학문이다. 개인적 숙련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무지한 영역, 무능한 영역, 성장하고 있는 영역 등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감이 강하다. 궤변이라고? 과정이 곧 보상이라는 진리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만 그렇게 보일 것이다.
실천에서 나오는 성찰
전략
1. 학습과 업무의 통합
조직학습의 발전을 제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학습을 인간의 일상생활에 있어 추가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태도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가 정신모델이나 시스템 사고를 연마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습조직 만들기를 실천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도구를 일상 작업에 적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관리자들이 비슷한 교육을 받고 있어도 업무 환경은 여전히 성찰하거나, 문제를 심층적으로 생각하거나, 공유 비전을 구축하는 작업을 실천하기에 용이하지 않았다.
학습하는 조직이 되자고 목청을 높이는 CEO들이 학습조직 만들기를 주도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았다. 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작업은 윗사람이 이끌어야 한다는 통념 때문에 처음으로 사람들이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CEO가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연설이 그다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저 일시적인 변덕이 아닌가 싶고 나중에는 들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이 또 시작이군! 하는 생각만 든다.
핵심 문제는 학습과 업무를 통합하게끔 돕는 효율적인 하부구조가 없다는 점이다. 통합 작업을 훌륭하게 해내려면 우선 사람들의 업무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고, 성찰 같은 구체적인 학습 방법이 어디서 어떻게 효과를 내는가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현장 관리자 집단에 지속적으로 양질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성찰과 행동을 연결하는 규율이 없기 때문에 기업에서 성찰이 시간 낭비라는 식으로 억울하게 매도당하고 있습니다." 아일린 갤러웨이의 말이다. 갤러웨이는 인텔 뉴멕시코 지사의 조직개발부에서 일하는 고위 관리직 중의 한 명이다. "일 없이 둘러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글로벌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24시간 내내 일을 합니다. 한밤중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료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저는 기술이 인간으로서 우리가 생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이메일, 무선호출기, 휴대폰 등이 진정한 이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기기는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행동방침을 내놓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오히려 우리는 상황을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사실 복잡한 문제에는 다른 접근법이 요구됩니다. 요컨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심층 의미를 파악하고, 근본 가정을 드러내고, 시스템의 여러 부분을 연결하는 접근법이 필요하지요. 이렇게 하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의미를 충분히 공유한 뒤에 마땅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2. 지금 있는 위치에서, 옆에 있는 사람과 시작하기
사람의, 사람에 의한내가 불가능이라고 부르는 문제들을 붙잡고 싸우는 일은 사람들의 재능과 깊은 열망을 활용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뛰어난 학습 실천가들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버리지 않고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을 볼 때마다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1986년 로저 세일런트는 멕시코 치와와 시에 위치한 신생 전자부품 제조공장의 초대 공장장이 되었다. 포드 자동차가 멕시코에 세운 최초의 최첨단 시설이었다. 사실, 그 자리는 당시 멕시코에서 일하던 포드 자동차 직원들이 반기던 자리는 아니었다.
공장에 부임한 세일런트는 금세 그곳 사람들이 공동체 대한 애착이 지대하며, 이러한 식의 운영 책임을 맡을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전통적인 힘의 역학관계가 자신의 일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임하고 1년 뒤, 공장 개장일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어느 상급 기술자 그룹은 자신들이 지정한 사람을 핵심 자리에 앉히려고 했다. 이는 세일런트가 공장 직원들과 함께 구축하려 노력해온 일련의 가치와 승진체계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이었다.
멕시코인 관리자 중의 한 명이 세일런트에게 이 일을 전해주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그의 말은 이렇다. "소식을 알려준 관리자도 솔직히 제가 어떤 조치를 취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포드 관리자라면 누구나 현지의 정치 지도자들과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일을 모른 척 넘어가야 한다는 말을 오래 전부터 들어왔으니까요."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세일런트는 그들이 그러한 일을 했노라고 인정하자 공장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세일런트는 상사에게 잔소리깨나 들으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연줄에 의한 정실인사가 계속된다면 내가 구상하는 새로운 인사정책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했기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개장일 당일 오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맑게 개였고, 본사 직원들의 방문 역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방문한 포드 임원들이 완공된 공장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공장은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공장 건물에 흔히 쓰이는 색상은 아니었지만 멕시코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이었기에 선택한 것이었다. 방문한 임원 한 사람은 "이건 포드 자동차 공장이 아니야."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세일런트의 대답은 명쾌했다. "맞습니다. 여기는 치와와 포드 공장이니까요."
"공장을 둘러보는 도중에 파트 타임 조립 노동자 한 사람이 방문한 상무 앞으로 가더니 담배를 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상무는 제가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입니다. 찰리는 골초였는데, 지금껏 그에게 공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말한 직원이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가능했습니다. 찰리야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우리 공장 직원들은 건강하고 깨끗한 작업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금연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상무 앞에 나섰던 직원은 우리가 동의한 내용을 실천한 것입니다."
해당 공장은 1994년 멕시코에서 최고 실적을 올린 공장으로 선정되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리더의 새로운 과업
리더의 의미는?
요즘은 리더라는 단어가 주로 지휘와 관련된 권한을 의미하며, 고위 경영진과 동일어로 쓰인다. "리더가 앞장서야 변화가 일어난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같은 말을 통해서 사람들은 은연중에 그러한 생각을 표출한다. 그것에는 정확성 여부와 무관하게 공통된 심층적 메시지가 하나 있다. 최고 경영진자리에 있는 특정을 사람을 가리켜 리더라고 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리더라고 지칭하는 데는 더욱 넓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변화를 일으킬 힘은 위계질서상으로 조직 최상위에 있는 이들에게만 있으며,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힘이 없다는 메시지다. 이는 심각하고 비극적인 혼란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오래 전에 이러한 혼란을 인식하고 리더십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현장 리더, 내부 네트워크 리더, 임원 리더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직학습협회 네트워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학습 문화 구축 노력을 살펴본 결과, 방식은 달라도 이러한 세 유형의 리더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텔의 데이브 마싱이나 포드 자동차에서 일한 로저 세일런트 같은 현장 리더들은 핵심적인 관행을 일상 업무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시스템 사고 도구의 효과를 시험하고, 정신모델에 대처하고, 대화를 심화시키고, 사람들의 현실과 연결된 공유 비전을 만들고, 학습과 노동이 통합된 업무 환경을 만드는 모든 일은 이들 없이는 힘들다.
유니레버의 브리지트 탄타위-몬소우, 인텔의 아일린 갤러웨이 같은 네트워크 리더는 말하자면 도우미이자 씨앗 운반자이자 일종의 연결 장치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은 업무 현장의 능력을 배양하고 새로운 관행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현장 리더들과 긴밀하게 협조할 때도 많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행을 업무 그룹 사이에 퍼트리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혁신적인 현장 리더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BP의 비비엔 콕스, 웨스트 디 모인 학군에서 교육감으로 일했던 레스 오모타니 같은 임원 리더들은 혁신과 변화에 필요한 전반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이들은 전제로서 조직의 목적, 가치, 비전과 관련된 지도 이념을 만드는 과정을 이끈다. 또한 잘못 설계된 성과 측정 방법이나 보상제도 같은 혁신을 저해하는 구조적 장애물을 처리함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 유형의 리더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현장 리더는 변화를 가로막는 시스템상의 장벽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임원 리더가 필요하고, 홀로 고립되지 않고 동료에게서 배우기 위해 네트워크 리더가 필요하다. 네트워크 리더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테스트하기 위해서 현장 리더가 필요하고, 특정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조직 전체의 지침과 기준으로 바꾸기 위해서 임원 리더가 필요하다. 임원 리더는 전략적인 목표를 관념에서 현실의 가능성으로 바꾸기 위해서 현장 리더가 필요하고, 학습과 변화에 적합한 더욱 확장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 네트워크 리더가 필요하다.
이처럼 각자 서로 다른 조직 내 입장에서 공통되는 것은 리더의 활동을 특징짓는 근본적인 3가지 역할이다. "리더는 방향을 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집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보는 전통적인 관점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시스템적 세계관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그러나 학습조직에서 리더십을 보는 새로운 관점은 그보다 미묘하고 중요한 임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습조직에서 리더는 설계자이고 교사이며 봉사자이다.
종결부
불가분의 전체
어렸을 때부터 나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다. 심지어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에서 항공학과 우주항공학을 공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스템 이론과 만나게 된 후, 우주가 아닌 지구를 향한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우주에 간다는 것에 깊은 매력을 느낀다. 아폴로 우주선이 찍어서 보낸 최초의 지구 사진은 나에게 너무나도 황홀하게 다가왔었다. 이와 같은 지대한 관심 덕분인지 마침내 나는 우주비행사와 만날 기회를 얻었다. 몇 년 전, 우리가 진행하는 리더십 프로그램에 우주 비행사 러스티 슈바이카르트가 참석한 것이다.
1974년 여름, 러스티는 린디스판에서 개최하는 행성 문화에 관한 행사에서 연설을 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린디스판은 롱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정신적 공동체이다. 이제부터 당신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곳에서 당신은 1시간 3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계속해서 돈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는데, 마침 북아프리카 위쪽의 중동을 돌고 있을 즈음이다. 아침을 먹으면서 창밖을 보는데 지중해, 그리스, 로마, 북아프리카, 시나이 반도 등이 눈앞에 펼쳐진다.
북아프리카를 지나면 인도양이다. 당신 쪽으로 뾰족한 끝을 내밀고 있는 거대한 인도 아대륙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곳에 스리랑카, 버마, 동남아시아가 있고, 저쪽에 필리핀이 있다. 계속해서 우주선은 엄청난 태평양을 가로지른다. 이전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크기가 실감나게 와 닿는다. 캘리포니아 해안을 지날 즈음 마침내 익숙한 풍경을 보게 된다.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엘 파소, 그리고 휴스턴. 저기 아래쪽으로 뉴올리언스 항구가 보이고, 남쪽을 보면 플로리다 반도 전ㅊ네가 눈앞에 펼쳐진다.
당신은 휴스턴에 동질감을 느끼고, 이어서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뉴올리언스 등 모든 것에 동질감을 느낀다. 다음 순간 북아프리카에 동질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곧 나타날 북아프리카를 고대하고 기다린다. 이 모든 과정에 의해 당신이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이 시시각각 바뀌기 시작한다. 그렇게 1시간 3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면서 당신은 지구의 모든 것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변화를 만들어 낸다.
우주를 유영하면서 러스티는 시스템 사고의 첫 번째 원칙을 발견했다. 그것도 우리 중의 어느 누구도 해보지 않은 방법, 말하자면 이성이나 지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생생한 직접 체험이라는 차원에서 말이다. 우리 각자가 나뉠 수 없는 전체인 것처럼, 지구 역시 나뉠 수 없는 전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린디스판에서 처음 이야기를 하고 나서 러스티는 완전히 새로운 일련의 통찰과 개인적 변화에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러스티는 새로운 일에 이끌렸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 위원 자리를 그만두고 미국 우주비행사와 러시아 우주 비행사가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리더십 워크숍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러스티, 우주에서의 경험이 어땠는지 말해줄래요?"라고 물었다. 러스티는 잠시 말이 없었다.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 그가 말한 것은 짧은 한 문장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지금 막 태어나려는 아기를 보는 것 같았지요."
새로운 무언가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 즉 전체와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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