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회계학
프롤로그 - 왜 회계가 필요한가?
왜 회계를 공부해도 써먹지 못하는가?
사람들은 회계를 공부하기 위해 책을 읽거나 학원에 다니고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합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부딪히면 전혀 써먹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소화불량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왜 소화불량이 된 것일까요? 회계를 머리로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저도 그랬습니다. 몇 번이나 고배를 마시고 겨우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솔직히 공인회계사가 되고 나서도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배운 대로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할 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원리를 알 수 없어서 답답했지요.
그런데 원가계산 도입에 관한 컨설팅을 하는 동안 회계가 점점 좋아졌습니다. 지금까지 품었던 의문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지요. 답은 ‘회계의 바깥’에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회계이론이 와 닿지 않았던 이유는 그 이론 뒤에 숨어 있는 ‘비즈니스’에 무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회계는 비즈니스의 실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 발견은 회계를 이해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공인회계사가 되고 10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지요.
회계는 다양한 경영활동을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 현금흐름표 등의 재무제표로 뭉뚱그려 나타냅니다. 비즈니스의 거울이지만 사진처럼 정밀하게 표현되지는 않습니다. 회계수치는 요약자료이며 근사치이지, 사실을 완벽하게 반영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회계수치의 정확성을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그것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합니다.
물론 재무제표는 회사 실적을 파악하는 가치 있는 자료입니다만, 재무제표를 아무 생각 없이 믿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를 아무리 쳐다봐 봤자 눈만 아플 뿐입니다. 재무제표의 숫자에만 집착하니까 “이번에는 이익이 늘었네, 줄었네.”하며 일희일비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재무제표에 숨겨진 정보를 해독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루빈의 항아리(Rubins vase) 그림처럼 ’전혀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하얀 부분에 주목하면, 위가 넓고 손잡이가 잘록한 항아리 모양이지만, 검은 부분 중심으로 보면, 두 사람이 마주 보는 옆얼굴로 보입니다.
1장 회계에 속지 마라
우리 집 보물은 얼마일까?(화폐적 측정의 가정)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화폐가치, 즉 돈으로 환산하여 표시할 수 있으며, 또한 그 화폐가치가 안정적이라는 전제입니다. 현실에서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으로 물가변동이 있는데도 말이지요. 이를 ‘화폐적 측정의 가정’이라 합니다.
재무제표 중 이 원칙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것이 ‘대차대조표(B/S)입니다. 대차대조표 왼쪽의 ’기업가치‘에서 오른쪽의 부채(타인자본)를 차감한 금액은 그 회사의 자기자본, 다시 말해 회사 경영자가 보유한 가치(주주가치)를 나타냅니다.
기업가치-부채(타인자본)=주주가치(자기자본)
공정하게 주주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산과 부채를 공정한 시가로 평가해야겠지요. 그런데 시가는 현재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정해진 금액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여 계산한 금액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미래에 대한 예측이 달라지면 주주가치도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기업가치 중에는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지 않는 가치가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 기업이 가진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가치, 예를 들면 종업원의 능력, 회사가 보유한 지적재산, 세상의 평판, 입지조건 등은 대차대조표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회사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즉 부외채무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주주가치(자기자본)는 대차대조표의 수치보다 훨씬 적어지겠지요. 이는 대차대조표만으로는 진정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파악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재무제표를 보면 회사 상황이 한눈에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터무니없는 오해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회사 실적을 판단할 때 결정적인 요소로 생각하는 ‘이익’은 사실은 골칫덩어리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가 워렌 버핏은 증권분석가에게 회사 사정을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익을 문제 삼기 때문입니다. 이익으로 회사 실적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고 투자의 귀재는 충고합니다.
정보 이용자가 경영자인 관리회계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경영판단을 그르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경영을 하는 데 회계정보는 꼭 필요합니다. 다만, 회계정보 외의 다양한 정보도 판단자료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2장 결산서는 엑스레이 사진이다
손익계산서에서는 비정상적인 변화에 주목하라
먼저 손익계산서(Statement of Profit & Loss, P/L)의 구조를 살펴봅시다. 손익계산서의 수익(매출)과 비용은 크게, 본업(주된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것, 본업 이외에서 발생한 것, 임시적인 활동에서 발생한 것으로 구분됩니다. (한국 실정에 맞게 고쳐 쓰자면 손익계산서의 수익(매출)과 비용은 크게 본업(주된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것과 본업 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구분됩니다.‘가 됩니다. 한국에서는 영업이익(본업)과 영업외수익과 비용(본업 이외),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 역자 주)
매출액은 본업에서 발생한 수익에 해당합니다. 또 매출원가(판매된 제품과 상품의 원가)와 판매관리비(판매부문과 관리부문의 종업원 급여, 임대료, 전기요금, 수도요금, 감가상각비 등의 비용)는 비용에 해당합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이라는 수익에서 매출원가라는 비용을 뺀 금액입니다.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근본적인 이익이지요. 제품원가를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한 재료비, 임대료, 제조경비를 합한 금액입니다. 또 상품의 매출원가는 외부에서 구입한 상품의 매입원가를 말합니다. 이 매출총이익을 매출로 나눈 비율을 매출총이익률이라고 합니다. 매출총이익률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매출총이익률은 업종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영업이익(profit from operation)은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뺀 금액으로 본업(주된 영업활동)의 실적을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영업이익 자체보다는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 사용한 판매관리비의 금액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영업이익 = 매출총이익 - 판매관리비
본업의 손익과 본업 이외의 활동에서 발생한 손익을 합한 금액이 ‘경상이익’입니다. 경상이익은 매년 고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업활동과 재무활동을 합친 결과를 나타내며, ‘회사의 실적’을 판단하는 중요지표입니다. 경상이익 = 영업이익+영업외수익-영업외비용
본업 이외의 수익과 비용은 주로 자금조달 운용에서 발생합니다. 주식과 사채를 운용해 발생한 이익과 예금이자가 영업외수익에 해당되며 은행 대출이자는 영업외비용에 해당됩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과목이 ‘지급이자’입니다. 영업이익에 비해 지급이자가 많은 회사는 은행차입금 같이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채가 많으므로 이익의 일부를 은행이 가져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 이외에도 토지, 건물매각 등으로 발생하는 임시적이고 우발적인 손익이 있습니다. 손익계산서에서는 이것들을 ‘특별손익’이라고 하며 경상이익과 분리해서 표시합니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경상이익에 특별손익을 가감하여 계산합니다. (한국에서는 ‘특별손익’을 따지지 않고 영업이익에 영업외수익과 영업외비용을 가감하여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을 표시합니다. - 역자 주)
법인세비용은 기업의 소득에 따라 기업이 부담할 세금입니다. 법인세비용을 법인세차감전순이익에서 뺀 금액이 ‘당기순이익’이며 회계기간의 최종적인 이익을 말합니다. 참고로 2010년 현재 세율은 과세 표준 2억 원까지 10%, 2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원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의 40%가 세금이라고 되어 있는 내용을 한국 실정에 맞게 고쳤습니다. - 역자 주)
손익계산서를 분석할 때에는 금액과 비율을 실시간으로 배열에서 갑작스러운 증감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흑자에서 적자가 되었다, 매출총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손충당금이 갑자기 계상되었다 등 갑작스러운 변화에 초점을 두고 보는 것입니다. 단, 수치 변화가 이상하면 무조건 중대한 문제가 일어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재무제표로 ‘양적 분석’은 가능해도 ‘질적 분석’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현장에 가서 ‘질’, 다시 말해 내용을 파악해야 합니다.
3장 이익이 아니라 현금을 쫓아라!
현금흐름이 회사의 생명줄이다
회사는 ‘흑자’여도 파산할 수 있습니다. 또 ‘적자’라고 해서 무조건 파산하진 않습니다. ‘적자’는 회사의 경영상태에 연타를 날려서 회사 체력을 갉아먹는 존재입니다. 적자가 계속되면 도산할 위험이 증가하지요. 그렇지만 적자가 회사경영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절대적인 요인은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점은 현금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입니다. 상품출하 시점이 하루만 변경되어도 이익의 액수는 확 달라집니다. 하지만 이런 이익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현금을 안정적으로 버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현금은 사실(fact)이고 이익은 의견(opinion)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기억하세요. 아무리 회계장부를 조작한들 예금통장 잔액이 실제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이익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도 회사 실태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금이 바닥나는 순간 그 회사는 죽은 목숨입니다. 따라서 경영자는 이익이 아니라 현금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4장 사령탑으로 정보를 모아라
경영계기판을 구축하라
회사의 경영정보를 보면 과거의 정보만 가득하고 현 상태를 파악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회계자료가 월별 재무제표밖에 없다면 너무 빈약하지 않을까요? 또 그 자료들이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 미래 정보를 집적한 ‘경영계기판(Management Dashboard)이 필요합니다.
과거정보는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의 회계정보입니다. 오늘 현재의 수주 정보, 매출액, 비용, 예금 잔고, 재고자산 등이 현재정보입니다. 미래정보는 그달의 예상 손익, 예상 자금운용, 예상 연말결산 등입니다.
이들은 과거, 현재, 미래와 상호 인과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즉, 과거의 연장선상에 현재와 미래가 있으며 회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현재, 미래를 예측하는 회계정보는 전부 하나로 이어져 있어야 합니다.
회계 실무에서는 ‘예산’ 못지않게 ‘예측’도 중요합니다. 예산은 차기 사업연도가 시작되기 전에 내년 1년 동안의 사업계획을 세워 그것을 회계수치로 표시한 것입니다. 세상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항상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 계획이 틀어지곤 하지요.
그렇지만 애초 예산으로 정한 만큼 매출액과 이익을 올리지 못하면 매입대금이나 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매출을 상환할 수 없는 등 차질이 생기게 되겠지요. 이에 대비해 언제나 한발 앞서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다음 달이 되고 나서 전월 예산과 실적을 비교해 봐야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드는 격입니다. 그달 중에 월말 손익을 예측할 수 있어야 당월의 목표를 확실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측은 ‘이대로 가면 위험합니다’는 경보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미래정보는 예기치 못한 위기에서 여러분을 지켜줍니다.
5장 CVP분석으로 회사의 군살을 없애라
비용을 변동비와 고정비로 분리해서 생각하라
라면 한 그릇에 얼마나 벌까?
일본라면의 육수 재료와 면, 야채는 라면의 매출과 비례해서 증가 또는 감소하니까 ‘변동비’에 해당됩니다. 한편, 종업원 급여, 가게 임대료, 에어컨이나 냉장고에 드는 전기요금, 조리 시 사용한 수도요금 등은 매출이 늘어나도 줄어들어도 큰 변동 없이 매월 거의 같은 금액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정비’에 해당됩니다. 이처럼 비용(원가)은 매출에 비례해서 변하는 변동비와 거의 일정한 고정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빼면 라면을 팔고 가게에 들어오는 현금이 얼마인지 나옵니다. 이것을 ‘공헌이익(Contribution Profit)이라고 합니다. 공헌이익에서 고정비를 빼면 ’이익‘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한 달에 라면을 천 그릇 팔았다고 가정합시다. 한 그릇에 1,000엔(원가 200엔)이면 매출액은 100만 엔(=1,000엔×1,000그릇), 재료비는 20만 엔(=200엔×1,000그릇)이므로 공헌이익은 80만 엔입니다. 가게점원의 인건비나 가게 임대료 등 고정비를 합친 금액이 50만 엔이라면 그 가게의 이익은 30만 엔입니다.
공헌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을 ‘공헌이익률’이라고 합니다. 일단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계산하면, 판매금액에 대한 변동비(재료비) 비율이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공헌이익률도 거의 일정하다고 보면 됩니다.
회사의 공헌이익률과 고정비를 파악하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매월 예상매출을 150만 엔이라고 가정할 경우, 예상공헌이익은 120만 엔, 여기서 고정비 50만 엔을 차감하면 70만 엔이라는 이익이 나옵니다.
자, 그러면 이 라면가게의 인기가 점점 올라가서 좀 더 넓은 가게로 이전했다고 가정합시다. 또 점원도 한 명 더 늘렸습니다. 가게 임대료도 올라서 고정비가 80만 엔으로 부풀었습니다. 가게는 여전히 라면만 팝니다. 새로운 가게가 흑자가 나려면 매출을 얼마나 올려야 할까요? 이것도 간단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고정비를 공헌이익률로 나누면 됩니다. 고정비 80만 엔으로 공헌이익률 0.8로 나누면 100만 엔이 나옵니다. 즉 공헌이익과 고정비가 동일해지는 매출액을 구하면 되지요.
이렇게 회사의 매출수익과 총비용이 일치해 손실도 이익도 발생하지 않는 매출액을 ‘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 BEP)이라고 합니다 또 매출액과 고정비, 공헌이익과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CVP분석이라고 합니다. CVP는 비용(cost)과 매출액(판매량, volume), 이익(profit)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CVP분석은 관리회계를 배우는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분석입니다.
적자 호텔을 흑자로 만든다
호텔 사업은 크게 보면 ‘숙박’과 ‘식음료와 연회서비스(연회, 레스토랑)’로 구성됩니다. 거품경제 붕괴 후, 사람들이 화려한 연회와 결혼식을 기피하면서 레스토랑과 연회장의 매상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식음료서비스 부문은 호텔 전체의 이익률을 떨어뜨리는 혹이 된 것이지요.
이런 이유로 최근의 호텔경영은 숙박업에 눈을 돌려 객실 가동률을 높이고 평균 객실요금을 인상하는, 다시 말해 숙박부문의 수입을 늘리는 사업모델을 지향합니다. 호텔이 공헌이익이 아닌 객실요금의 수입(매출) 증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숙박부문의 공헌이익률이 거의 100%여서 매출액이 그대로 공헌이익이 되기 때문이지요(식음료와 연회서비스 수입은 재료비가 들기 때문에 공헌이익률이 훨씬 낮습니다). 요컨대 매출액을 늘리기만 하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호텔 사업은 수요를 민감하게 객실요금에 반영시켜 수익창출을 극대화하는 ‘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이 발달했습니다. 이 때문에 평일과 주말,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객실요금이 크게 변동하지요.
호텔사업의 또 다른 주요 관심사는 경영을 압박하는 높은 고정비입니다. 고정비가 많이 든다고 해서 종업원을 해고해 고객서비스의 질을 낮추거나 건물이나 설비의 유지보수를 소홀히 하면 호텔의 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래서 침구 정리, 경비, 연회, 레스토랑 경영을 외부에 위탁(아웃소싱)하는 등 서비스의 질을 낮추지 않은 범위 내에서 비용을 삭감합니다.
호텔경영에는 막대한 자금뿐 아니라 많은 종업원과 전문적인 경영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부채와 자산을 관리하는 부동산 회사와 호텔을 경영하는 회사, 경영전문기술을 가지고 호텔경영방법을 제공하는 회사가 협의하여 호텔사업을 경영합니다. 고정비를 세 개 업체로 분산하여 경영상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이지요.
6장 시간이 비즈니스를 지배한다
보졸레 누보의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라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되는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남부 부르고뉴 보졸레에서 그해 8, 9월에 수확한 햇포도로 단기간에 숙성시켜 만드는 와인으로 그 특징은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기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이 와인은 6개월 이상 지나면 산화되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해에 다 소진되도록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 예약 주문을 받습니다. 또 고가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선상에 있는 것이 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보르도 와인입니다. 보르도 와인의 생산지에는 마치 동굴처럼 깊은 지하저장소가 있어야 합니다. 평균온도 10~16도, 습도 65% 이상인 고요한 공간에서 와인은 2년에서 3년의 숙성기간을 거쳐 출하됩니다. 그동안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으며 보관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비교적 고가에 판매됩니다.
보르도 와인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상대적으로 젊은 보졸레 누보의 비즈니스 모델 중 어느 쪽이 이익을 낼까요?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서 생각해 봅시다.
먼저 운전자금의 회전속도입니다. 운전자금이란 임금이나 이자의 지불 또는 원재료의 매입 등 회사가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현금을 말합니다. 운전자금은 재료나 제품 등의 재고자산으로 형태를 바꾸어 고객에게 인도됨으로써 외상매출금으로 변신한 다음 현금으로 다시 회사에 들어옵니다. 이처럼 현금이 재고에서 외상매출금으로 형태가 변하고 다시 현금이 되는 기간을 현금순환주기(Cash Conversion Cycle, CCC)라고 하며 일수로 표시합니다.
현금순환주기가 짧을수록 적은 운전자금으로 사업할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로는 정확한 현금순환주기를 계산할 수 없습니다. 또, 현금순환주기의 공식은 회사 내부의 여러 가지 요소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우 복잡합니다.
여기서는 현금순환주기를 단순화해서 알아봅시다. 이 공식은 며칠분의 운전자금이 재고와 외상매출금으로 묶여 있는지, 며칠분의 운전자금이 앞으로 지급해야 할 외상매입금으로 체류되어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재고자산 회전일수, 매출채권 회전일수, 매입채무 회전일수를 합치면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운전자금의 일수가 나옵니다. 그 일수가 짧을수록 적은 운전자금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현금순환주기가 길면 회사가 이익이 나더라도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현금순환주기관리의 원칙은 기업이 매출채권회수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공급자에게 빚진 지급금액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입니다. - 역자 주)
보르도 와인 생산지의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2년에서 3년 정도입니다. 다른 업종이라면 장기체류 재고, 즉 악성재고로 낙인찍힐 만큼 긴 기간이지만 보르도 와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와인의 원료인 포도는 일차생산품이어서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고급와인의 이익률이 크다는 점입니다. 또한, 와인은 상품의 특성상 일정 기간 숙성시킬수록 판매가격이 상승합니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으면 절반 가격에 할인 판매되는 양복이나 가전제품과는 크게 다르지요.
그러면 보졸레 누보는 어떨까요. 보르도 와인보다 더 이익이 날 것 같네요. 와인을 그해에 출시하기 때문에 재고로 보관하는 기간이 거의 없습니다. 자연히 와인 저장소가 좁아도 괜찮습니다(만약 저장기간이 3년이라면 그 세 배의 공간이 필요하겠지요). 따라서 보르도 와인에 비해 훨씬 적은 운전자금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발한 광고정책으로 해외에서는 현지 가격의 몇 배에 팔리기 때문에 이익률도 높습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