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윤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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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노마드
   
18000
2010�� 06��



 책 소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5년 정도로줄어드는 상황에서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의 조직관리, 특히 변화경영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기업을 자문해온 윤정구교수가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한 변화추진방안을 소개하는 책. 기업의 조직관리, 특히 변화경영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기업을 자문해온 저자는100년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급진적 거북이(Temperd Radical)의 변화 전략을 제시한다. 급진적 거북이 전략이란 회사의 정신적 가치와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을 정도로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몰입하지만 이를 실행해서 체화하기 위해서 거북이와 같은 자세로 꾸준하고지속적으로 실행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리고기업의 이념과 가치를 가지고 현실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변화경영의 방법을 신 레빈 이론을 근거로 설명한다. 또한 변화 챔피언이란 리더십의 방향성을이야기하는데 변화 챔피언은 남들의 변화에 대해서 조언하고, 비판하기 이전에 스스로 자신의 변화에 성공한 리더를 일컫는 말로 변화 과정을 이끄는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단과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과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기업이100년 기업으로 향하는 변화의 디딤돌을 마련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저자 윤정구

현재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미국 코넬 대학 조직행동론학과의 겸임교수이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집단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변화경영,리더십개발, 조직이론 등을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다. 인사조직학회 인사조직연구 편집장과 아주대학교 경영학과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목표한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한 기업, 과거에는 승자의 영광을 누렸으나 현재에는 역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기업, 영원한 생존과 업계 1위를고수하고 싶은 기업들을 위해 기업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노하우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차례
1부변화에 도전하는 영웅의 여행
 
1장 혼돈이론과 근원적 변화 
2장 영웅의 여행 
3장 변화 챔피언

2부 100년기업을 향한 변화경영 
4장 변화경영에 관한 몇 가지 신화 
5장 변화경영의 두 가지 전략 
6장 신 레빈 이론

3부 변화경영1단계: 변화에 대한 각성 
7장 조직이 근원적 변화를 못하는 이유 
8장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기 
9장변화에 대한 각성 전략 

4부 변화경영 2단계: 변화의 새 틀 만들기 
10장 변화의 목적지 
11장 비전설계 
12장 비전 커뮤니케이션 
 

13장 비전 프로젝트

5부 변화경영 3단계: 변화 굳히기 
14장 시스템 구축:정신모형Ⅱ의 제도화 
15장 HR 시스템 구축 
16장 문화관리 
17장 동적역량관리 
에필로그 - 급진적 거북이가 되자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1부 변화에 도전하는 영웅의 여행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가장 능수능란하게 적응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변온동물이기 때문이다. 환경적응에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개구리가 한 번에 20~30도씩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자들은 개구리의 환경적응 능력을 통해서 환경변화에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보았다. 차가운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는다. 그러나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몸의 온도가 내려가서 찬물에 곧 적응을 하기 때문이다. 개구리에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물의 온도를 10도씩 끓는점까지 계속 올리면 개구리는 자신이 적응했다고 믿고 냄비 속을 뛰쳐나오지 않다가 결국은 삶아 죽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와 반대로 처음부터 펄펄 끓는 물에 산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너무 뜨거운 나머지 물 속에서 뛰쳐나와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처럼 개구리가 환경에 적응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현상을 서서히 죽음을 맞는 과정이라고 해서 점진적 죽음(slow death)이라고 하고, 환경이 펄펄 끓는 물임을 인식해서 뛰쳐나와 목숨을 구하는 현상을 근원적 변화(deep change)라고 부른다.


경영자들의 실험대로 조직이나 개인이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어 오랫동안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 자신이 삶아 죽어가는 개구리가 되어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어떻게 손을 써 볼 도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변화의 시기를 놓쳐서 더 이상 생각대로 몸과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게 된 것이다.


퀸(Quinn)은 신화학자 조셉 캠벨(Cambell)의 영웅들의 신화분석을 토대로 영웅들은 모두 점진적 죽음에 이르고 있는 자기 자신이나 조직의 현실을 먼저 깨닫고 근원적 변화를 주도하여 자신과 조직을 죽음의 나락으로부터 구해낸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1세기에서 영웅의 여행은 100년 기업을 열망하는 조직 혹은 개인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전제조건이다. 21세기 영웅의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바로 변화를 두려워 하고, 회피하는 자신과 조직을 점진적 죽음의 나락에서 성공적으로 구해내는 일이 영웅의 여행에 버금가는 일이란 점이다.


20세기의 베스트 프랙티스였던선두주자 따라 하기 전략은 21세기 변화의 특징인 롤러코스터 식 변화의 시기에는 통하지 않는다. 선두주자가 설정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일종의 유행을 따라 잡는 전략인데, 이것은 경기가 상승할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기가 하강곡선으로 치닫기 시작하면 문제가 된다. 평소 남의 것을 따라만 하던 기업이나 개인은 최소한의 기초체력을 유지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제일 먼저 계곡으로 추락하게 된다. 롤러코스터 식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경기가 상투를 잡기 직전, 즉 충분히 변화를 위한 재원과 자원에서 여력이 있을 때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고 앞으로 나타날 계곡을 건널 다리를 마련하는 변화의 리더가 필요하다.


롤러코스터 식 변화의 시대에 성공적 변화를 일궈낸 100년 기업들이나 개인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성공적 변화에 대한 모범답안이 되는 범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예측할 수도 없으므로, 누구든 먼저 나서서 불확실한 환경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만들어 내고 이를 기반으로 불확실성의 망망대해에 자신 있게 몸을 던져 성공적 범례를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블루오션을 창출한 대부분의 기업을 들 수 있다. 포드가 모델 T를 만들어서 유통시킬 때도, 일본인들이 연료효율이 높은 차의 개념으로 미국의 자동차 시장을 공략할 때도, 크라이슬러가 미니밴을 만들어서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작하기도 쉬운 차의 개념을 내세울  때도,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를 처음 출시할 때도, 델이 고객 개인의 주문에 따른 맞춤 컴퓨터를 생산한 것도 모두 불확실성의 망망대해에 새로운 가치개념으로 무장하고 몸을 던진 결과이다.


둘째, 자원과 재원이 풍부할 때 변화에 대한 실험을 시작해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자기 자신뿐 아니라 구성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리더십 안목을 가지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앞으로 있을 위기를 예측하고 이에 대해서 설파하는 일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나서서 하고 싶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을 설득해서 죽음의 계곡에 다리를 놓는 일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미래에 올 위기의 징후들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과학적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GE의 잭 웰치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잭 웰치가 1980년대 초반 GE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때 GE는 말 그대로 ‘공룡기업’으로, 재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회사였다. 이와 같이 모든 사람들이 무사한일의 관료주의 보호막에 안주해 있을 때 GE가 ‘삶아 죽는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음을 개념화시켜 잠자고 있던 사람들을 깨운 일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공적으로 다리를 건넜을 때 도달하게 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들이 존재해야 한다.


21세기 변화 챔피언들은 현재의 유행과 미래의 트렌드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행을 따르게 되면 반짝 성공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성공을 맛보고 누릴 수 있는 기간은 결코 길지 않다. 자신만의 고유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건축하는 일은 변화 챔피언의 예술가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고, 이를 구성원에게 설득해 구현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2부 100년 기업을 향한 변화경영
신 레빈 이론

변화경영에 관한 이론은 변화의 과정을 관리하는 ‘과정 이론’과 변화의 내용과 관련된 ‘내용 이론’으로 나눌 수 있다. 변화의 내용 이론은 기업에서 새로 도입하는 새로운 제도나 팀제, 식스시그마, ERP 등과 같이 다양한 혁신의 기법에 관한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기법들을 변화의 씨앗에 비유한다면, 과정 이론은 같은 변화의 씨앗이 뿌려졌을 때 이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나무로 성장하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게 해 이 나무들이 궁극적으로는 큰 숲으로 성장하게 하기 위한 과정을 돕는 이론을 뜻한다. 이번 장에서는 변화 챔피언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정 이론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생각해 보고 신 레빈 이론을 기반으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 보자.


레빈은 사회나 집단 현상을 자기장과 같이 서로 다른 힘들이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면 다양한 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자기장에서 ‘변화를 이끄는 힘(incentive)과 ’변화를 부정하는 힘(disincentive) 간의 균형 관계로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레빈은 이 두 가지 가운데 변화를 지지하는 힘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부정하는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변화를 위해서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집단이나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새로운 영역을 찾아 헤매는 변화보다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레빈은 변화에 대한 장애와 변화를 이끄는 인센티브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성공적인 변화의 단계를 ‘해빙’ 변화‘ ’굳히기‘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해빙‘의 단계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현재 고수하고 있는 패러다임을 포기하게 하는 단계이다. 다시 말해 조직구서원에게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와 현재 상태를 비교하게 함으로써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단계를 말한다. ’변화‘의 단계는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창조하여 제시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변화의 종착지에 대한 모습이나 지도를 보여주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바람직한 미래의 변화 모습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 ’굳히기‘ 단계는 변화를 완성하는 단계이다. 변화를 완성해서 변화된 상태가 이전의 상태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상태로 느끼게 하는 단계를 말한다. 변화의 목표를 지지하는 제도적 장치나 문화적 규범을 완성하여 누구나 쉽게 옛날로 되돌아갈 수 없게 한다면 이 역시 굳히기 단계에 포함될 것이다.


레빈의 과정 이론은 후대에 ‘액션 리서치(Action Research), 긍정적 조직연구 동향(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코터(Kotter)의 변화 관리 9단계 모형’ 등으로 계승?발전되었다.


여기서 주장하는 새로운 이론은 신 레빈 이론이다. 레빈 이론에서의 입장과는 달리 ??녹이고?? ??새 틀을 만들고?? ??굳히는?? 각 단계의 대상은 특정한 행동보다는 이러한 행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신념과 검증된 가정들의 체계인 ??정신모형??이 되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정신모형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즉 이러한 이해를 기반으로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이론적 가정체계를 말한다. 신 레빈 이론에서는 정신모형이라는 블랙박스를 열지 않고는 행동과 습관의 근원적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변화의 완성 단계를 넘어서 이 완성된 체계의 유연성을 유지해가며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동적역량체계의 수립을 제안한다.


3부 변화경영 1단계: 변화에 대한 각성
사람들이 변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주요한 원인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행동이나 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정신모형의 덫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신 레빈 모형은 이처럼 정신모형의 존재를 통해서 사람이나 조직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정신모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회사들은 결국 세상에서 퇴출되게 마련이다. 대부분 한때 일등의 왕좌를 거머쥐었던 기업일수록 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잘 나갈 때 구축해 놓은 정신모형의 늪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한다. GM을 비롯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일본의 소형차들에 밀려나게 된 것이 좋은 예이다. 석유파동으로 기름값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큰 덩치만이 좋은 차의 상징인 것처럼 믿고 기름 덜 먹는 일본의 소형차를 경시하던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정신모형이 바로 자신들의 발목을 잡은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과거의 습관을 버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습관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바로 정신모형이기 때문이다. 외적인 압력이 없어지면 과거의 정신모형을 기반으로 한 또 다른 습관이 생성되거나, 예전에 가졌던 낡은 습관이 다시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모형을 수정해야 근원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레빈이 변화의 3단계 중 첫 단계를 녹이는 단계로 규정했다면 이 녹이는 대상은 습관이 아니라 이 습관의 공장이자 묘판인 정신모형이다. 그렇다면 변화의 최대 장애인 정신모형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생성되며,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장애를 극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정신모형은 인간의 뇌 안에서 복잡한 세상의 질서를 만들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가정, 신념, 가치, 정체성의 세계이다. 평생 동굴 속에서 산 사람들에게 하늘을 그리라면 동그란 원을 그리고, 넓은 들에서 산 사람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늘을 그리듯이 이 정신모형은 과거의 경험 세계를 반영한다. 정신모형은 과학자들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모형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불확실하고 잘 모르는 특정 체계를 만나면 가정을 통해 이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나름의 이론체계를 만들어낸다. 나름대로 대상을 설명하는 가정이 설정되면 그 다음에는 이 가정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친다. 나름대로 수차례 검증과정을 거쳐서 확정된 가정은 더 이상 이를 부정하는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검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믿음으로 자리 잡는다. 일단 검증의 대상에서 검증이 필요치 않은 믿음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지식의 범주를 넘어서서 정시모형에 무의식적 신념의 요소로 구성된다.


정신모형은 가정에서 시작해서 이 가정의 개인적 검증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세상을 설명하는 믿음 또는 신념체계로 대부분 채워진다. 이 신념체계는 개인의 머릿속에서 나름의 수많은 검증과정을 통과한 것이어서 더 이상 수면 위로 떠올라 의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의식의 세계에 가라앉아서 세상을 보는 눈이 된다. 이와 같은 역할이 바로 정신모형이 시키는 대로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행동하는 ‘프레이밍(framing)이다.


성공적 변화를 위해서 중요한 점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전에 유용성이 떨어진 과거 정신모형의 정체를 이해하여 이것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어떻게 해방시킬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레빈이 이와 같은 해방을 녹이기, 즉 해빙(unfreezing)의 단계로 규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레빈은 행동이나 습관을 해빙의 대상으로 보았지 진정한 해빙의 대상이 정신모형 속에 갇힌 낡은 믿음체계라는 점을 간과했다. 습관이나 행동을 고치기 위해서는 정신모형 속에 신념화된 가정을 ‘탈학습(unlearning)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안 된 낡은 정신모형은 심리적 안정지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맹목적 낙관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정신모형에서 탈출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서 근거 없는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한다.


변화와 관련된 공포는 작위적 공포와 실질적 공포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이나 조직구성원, 조직은 모두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할 때 각양각색의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온갖 공포의 뿌리는 한 곳으로 모아져 있다. 지금 당신이 의존하고 있는 정신모형을 버리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방식대로, 습관대로 살면 편한데 이 정신모형을 버리고 불확실성의 세계로 몸을 던지라는 요구를 받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정신모형은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공포감을 조성해 물귀신처럼 잡아끈다. 이와 같이 낡은 정신모형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공포는 ‘작위적 공포’이다. 작위적 공포는 실재하는 공포라기보다는 낡은 정신모형에 의해서 상상적으로 만들어진 공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작은 공포가 정신모형을 버리지 못하도록 정신모형이 만들어낸 작위적 공포라면, 큰 공포는 죽음에 대한 실재적 공포이다. 기존의 정신모형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은 적응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은 죽음을 맞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는 공포가 큰 공포이자, 실재적 공포이다.


궁극적으로 변화 챔피언의 비밀은 큰 실질적 공포를 인식해 작은 작위적 공포를 극복함으로써 낡은 정신모형을 버리는 것이다. 변화 챔피언은 이 공포의 실체를 잘 이해해서 변화와 관련된 작은 두려움을 제압하는 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변화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힘들고 위험한 여정을 실제로 떠나기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변화의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변화 챔피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저점(bottom line) 전략, 두 번째 긴박감 창출 전략, 세 번째 창조적 파괴 전략이다. 이 세 전략은 사람과 조직이 정신모형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것을 도와준다. 즉 여태까지 의존해왔던 정신모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각성하고 이를 폐기처분하는 탈학습의 전략인 것이다.


4부 변화경영 2단계: 변화의 새 틀 만들기
변화에 대한 준비가 끝났다면 변화 챔피언들은 분명한 변화의 목적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의 목적지는 개인이나 조직이 변화를 통해 도달해야 할 기착역이다. 이 변화의 목적지는 미래의 변화된 모습에 대한 새로운 정신모형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신 레빈 이론의 입장에서는 첫 번째 단계가 기존의 정신모형을 녹여서 폐기처분하는 학습을 하는 단계였다. 변화의 목적지를 세우는 단계는 바로 새로운 틀을 만들어서 학습하는 단계를 말한다. 여기서는 녹여야 할 대상으로써, 즉 폐기학습의 대상으로써 기존의 정신모형을 ‘정신모형Ⅰ’, 새로운 틀로 창조되어야 할 정신모형을 ‘정신모형Ⅱ’로 부르기로 하자.


정신모형Ⅰ은 성찰과 체계적 검증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기보다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편의와 주먹구구식 짜맞추기로 생긴다. 즉 불확실성의 감소가 정신모형Ⅰ을 형성해내는 주요한 동인이 된다. 이에 비해 정신모형Ⅱ는 불확실성의 해결을 넘어서 성장과 학습의 동기에 의해 형성되고,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나 열린 검증의 과정과 성찰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정신모형Ⅱ에서 성장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빠져서는 안 될 세 가지 요소로 미션, 비전, 가치가 있다. 비전은 세속적인 속성을 갖고 있는 반면 미션은 신성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비전이 빵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미션은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미션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꾸는 순간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전은 자신이 성장한 미래의 생생한 모습이다. 미션이 미래의 신성한 모습이라면 비전은 구성원들에게 합심해서 열심히 하면 더 큰 파이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세속적 희망을 심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가치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유전인자이기 때문에 목에 칼이 들어와도 변화해서는 안 될, 지켜야 할 대상이다. 미션, 비전, 가치로 장착된 조직이나 변화 챔피언의 정신모형Ⅱ는 자신의 미래의 모습에 대한 또 하나의 가정이다. 이 정신모형Ⅱ의 가정이 명확하게 설정되면 현재 자신의 모습인 정신모형Ⅰ의 세계가 무의식적인 세계에서 의식적인 세계로 부각된다.


미래의 정신모형Ⅱ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자신의 세계인 정신모형Ⅰ에 의해 조종되던 세계를 들춰 내어 성찰을 가능하게 하고, 성장의 공간을 창출해낸다. 정신모형Ⅱ는 이처럼 정신모형Ⅰ을 들춰 내 학습과 성장의 세계로 인도한다.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담은 정신모형에 대한 상상과 가상적 체험은 이 정신모형 속에 들어 있는 가정들을 믿음으로 바꾸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창출된 새로운 자신의 모습에 대한 믿음과 현재의 자신의 모습은 건전지의 음극과 양극이 되어 창조적 긴장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바로 미래의 정신모형Ⅱ와 현재의 정신모형Ⅰ간의 창조적 긴장이 조직과 사람들에게 내면의 발전소가 되어 변화를 향한 성장과 학습, 열정의 원동력이 되는 순간이다.


시어스(Sears) 사에서 1990년대 초반에 회장직을 역임했던 에드워드 브레넌은 죽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회사의 비전을 재정립했다. 많은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 회사의 비전을 설정하여 직원들에게 선포하는 비전 선포식을 치러 비전을 공식화했다. 항상 그렇듯이 비전에는 고객의 가치를 가장 중시해 회사를 성공시킨다는 구절이 담겨있었다.


비전 선포식 후 조직 개편 및 조직 활성화 작업까지 끝낸 후에도 회사에 생기가 일고 매출이 오르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불안해진 경영진은 극약 처방을 쓰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연봉을 삭감하고 대신 직원들의 보상 시스템 대부분을 매출액 대비 인센티브 제도로 바꾸어 나갔다. 또한 매출 신장이 부진한 사원들은 해고시키겠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영업사원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고객에게, 이를테면 사기와도 같은 교활한 수법을 쓰기 시작했다.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시어스 직원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고객들이 소비자센터와 법정에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시어스의 부정직성이 폭로되어, 시어스의 자동차 부문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고객에 대한 가치가 회사의 비전에 중요하게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경영진이나 직원들의 행동을 좌우할 수 있도록 마음속에 심어져 뿌리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시어스의 비전은 플라스틱 비전으로 전락해버렸다.


5부 변화경영 3단계: 변화 굳히기
시스템 구축: 정신모형Ⅱ의 제도화

비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성공한 프로젝트를 관행화시켜 루틴으로 정착시키는 작업이 시스템 구축이다. 레빈의 입장에서 비전 프로젝트가 변화의 틀을 만들어 틀 속에 녹인 물을 넣는 과정이라면, 시스템 구축의 작업은 이 틀을 다시 냉동실에 넣어서 얼리는 작업에 해당된다. 관행으로 굳혀서 오히려 변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서 비전 프로젝트가 정신모형Ⅱ의 틀을 만들어서 이것을 구현하는 행동을 도출하는 작업이라면, 시스템 구축은 성공적으로 도출된 행동을 습관화시켜서 정신모형Ⅱ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모형Ⅱ를 지지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역할과 규범을 만들어 정신모형Ⅱ에 요구되는 바를 제도화하는 작업이다.


건강한 시스템 구축은 조직의 정신모형Ⅱ를 지지해줄 수 있는 문화와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따라서 조직이 설정한 이념적 정신모형만이 이것이 올바르게 혹은 잘못 구축되어 있는지를 판단해 주는 정당성의 기준을 제공한다. 한 마디로 건강한 시스템 구축인지를 판별해 주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과 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의 정신모형Ⅱ인 미션, 비전, 가치에 의해서만 정당성과 옳고 그름이 판단될 수 있다. 하지만 각 회사마다 다른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요구되는 사항도 다를 수밖에 없다.


구현된 시스템이 진정 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잘 지원해주고 이를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 이미 건강한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비전 프로젝트에서는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구현하기 위해서 재무, 마케팅, 근로자, 생산 운영의 측면 등을 균형 있게 개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창출되고,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KPI가 설정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마련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잣대로 목표치가 설정되면 정해진 기간 동안 목표를 향해 총력을 집중하여 집행한 후 실제로 성공과 실패가 명확히 측정되어 피드백해주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성공의 프랙티스가 창출될 경우 이것을 기반으로 제도화하는 작업이 바로 시스템 구축의 핵심이다. 이때의 인적관리시스템은 핵심시스템 구축으로 정착된 프랙티스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인적자원관리 지원시스템을 말한다.


HR 시스템 구축
HR 시스템에서의 성공의 관건은 조직이 가지고 있는 정신모형Ⅱ와 인적자원 관리시스템을 정렬시키는 문제이다. 한국 기업에서의 인적자원 관리시스템은 이와 같은 정렬보다는 거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단기성과 위주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상대평가를 통한 과도한 경쟁지향적 평가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교육과 개발을 무시한 보상 일변도의 평가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HR 시스템과는 달리 GE의 제프리 이멜트는 회사에서 추구하는 정신모형과 HR 시스템이 어떻게 정렬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멜트는 회장에 취임하자 성장, 혁신, 돌파구를 화두로 제시했다. 이와 같은 방침 아래 핵심인재의 개념도 ‘성장 리더(Growth Leader)로 바꿨다. 31만 명의 GE 임직원들은 회사에서 핵심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부서의 성장을 개인들의 미션으로 여기도록 지침을 내렸다. 또한 2004년 GE 600여 명의 임직원들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관리자들에 대한 역량연구를 통해 성장리더의 다섯 가지 역량 특성을 도출해냈다. 외부세계에 대한 집중력, 명확하게 생각하는 능력, 상상력, 전문성, 포용력 등이 그 다섯 가지 특성이다.


2006년부터는 이와 같은 핵심인재상에 기반을 두어 관리자들의 역량을 평가하여 승진에 반영하고 있다. 사업부문에 있어서도 전체 이익 중 성장 동력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2000년 67퍼센트에서 2005년에는 90퍼센트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같은 이멜트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해 GE는 2005년 10.4퍼센트, 2006년 10.2퍼센트의 10퍼센트 대 지속적 성장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GM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등의 위기상황에서도 GE가 상당한 수준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몇 안 되는 미국 대표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