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
ǻ
21세기북스
   
15000
2007�� 11��



삼성경제연구소 SERI 선정, 2008년 CEO가 휴가 때읽을 책! 

■ 책 소개
비즈니스 현장은 "전쟁"이란말로 표현 가능할 만큼 치열하다. 각 기업의 경영자들은 이제 경제경영서를 넘어 인문서에서 새로운 통찰을 구하고 있다. 즉,"인문경영(人文經營)"인 셈이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인문경영은 깊이를 추구해야 진정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즉문·사·철(文·史·哲)로 표현되는 인문학적 깊이가 "건널 수 없는 차이와 통찰"을 가져온다.

 


지난 2005년 8월부터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에서 CEO를 위한 인문학 조찬특강"메디치21"의 리딩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정진홍 박사가 지난 3년간 진행한 강의를 책으로 펴냈다. 경영이 인문을 만나야 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말하면 "통찰의 힘"을 얻기 위해서다.


책은 경영적 차원에서는 물론 일상의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중요한 키워드 10가지에 대해서인문학적 깊이 읽기를 시도한다. 물론 그 목적은 단순한 지식이 아닌 통찰을 얻기 위함이다. 역사와 심리학,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밑감으로삼아, 각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끌어낸다.


■ 저자 정진홍
직(職)이 아니라 업(業)에 목숨 건사람. 그래서 교수나 논설위원이라는 직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업을 중시하는 사람. 스스로 ‘완벽에의 충동’으로 무장한 채 한편의 글이라도오십 번 이상의 퇴고를 거쳐 스스로를 울리지 않으면 아예 글을 내놓지 않는 사람. 날마다 차이를 만들고 차이의 지속을 삶의 모토로 삼아 치밀한강의 준비로 청중들을 매료시키는 탁월한 스토리텔러.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CEO에서 <정진홍의 감성리더십&& 코너를 최장기간진행하며 변화와 혁신 그리고 창조의 ‘감성리더십’ 분야를 개척한 그는 최근에는 CEO를 위한 인문학 조찬특강 ‘메디치21’의 리딩멘토로 활약하며‘인문경영’의 새 장을 열었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동(同)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받았다. 8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지냈으며, 문민정부 초기에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2년간 일했고, KBS-TV <100인토론&&, SBS-Radio <정진홍의 SBS 전망대&& 등 여러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사회자로도 활약했다. 현재는 중앙일보논설위원으로 매주 <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주요저서로 『완벽에의 충동』『감성 바이러스를퍼뜨려라』『아톰@비트』『커뮤니케이션 중심의제 시대』 등이 있다.


■ 차례
저자 서문 ― 경영이 인문을 만나야 하는이유


제1장 역사, 흥륭과 쇠망의 이중주 _ 흥륭사
제2장 창의성,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힘
제3장 디지털, 그 감각의 제국을 지배하라
제4장 스토리, 미래 사회를 사로잡는 힘
제5장 욕망, 결코 포화되지 않는시장
제6장 유혹, 소리 없는 점령군
제7장 매너,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제8장 전쟁, 먼저 사람을 얻어라
제9장 모험,패배 앞에 무릎 꿇지 말라
제10장 역사, 흥륭과 쇠망의 이중주 _ 쇠망사


참고 문헌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창의성,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힘
최근 많은 기업들이 창의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창의성이란 이렇다 할 만큼 머릿속에서 쉽게 그려지는 개념이 아니다. 때문에 이를 우리 현실에, 우리 사업에, 우리 일에 연결시키려면 먼저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건져내야 한다. 창의성이란 쉽게 말해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성질이다. 창의성은 결코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솟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기존의 것들에서 벗어난 색다른 차이가 쉼 없이 지속될 때 나타난다. 즉 창의성이란 끊임없는 차이의 부각과 그 차이의 지속인 셈이다. 창의성의 대명사가 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쇠붙이에 그치지 말고 면도날이 돼라”고 말한 바 있다. 쇠붙이나 면도날이나 쇠는 쇠다. 하지만 하나는 종이를 자를 수 있는 반면, 다른 하나는 종이는커녕 무도 베기 힘들다. 그렇다면 쇠붙이가 면도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숫돌에 가는 길뿐이다. 즉 어제와 다르고, 오늘과 다르고, 내일도 달라져야 한다. 그 끊임없는 차이의 지속이 결국 넘볼 수 없는 격차를 만들고 종국에는 전혀 새로운 질과 차원을 향한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


또한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낯설게 해야 한다. 익숙한 것일수록 안티-크리에이티브한 것이다. 즉 밥을 먹을 때도 그 나물에 그 반찬을 피해 가고, 매일 보는 친구가 아닌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끊임없이 나를 낯설게 하고 곤혹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낯섦과 곤혹스러움이 우리에게 문제를 던지고, 다시 그 속에서 솔루션을 찾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솔루션이 창의성의 바탕이 된다.


인간의 유전자 구조는 98.77퍼센트가 침팬지와 일치한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에게 만일 창의성이 없었다면 침팬지와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즉 우리를 침팬지와 다르게 만들어주는 언어, 가치관, 예술적 표현, 과학 지식, 기술 등은 모두 인간의 창의성이 학습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 속에서 얻어진 결과다. 그런 점에서 창의성은 문명 진화의 유전자다. 문명의 진화 과정에서 창의성의 역할은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염색체의 화학 작용이 임의적인 변형을 일으키는 유전적 변화 과정과도 같다.


창의적인 사람은 ‘모방자(meme)’들을 변화시키는데, 그 변화가 사람들 사이에 충분히 인정받으면 문화가 된다. 여기서의 모방자 ‘밈’은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생물의 유전자처럼 복제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며 우리의 생각과 문화를 형성하는 사상, 기술, 관습, 패션, 이야기 등이 모방에 의해 전파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문명은 지금껏 창의성을 통해 진화했으며, 인간은 누구나 창의성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인류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문명은 계속해서 창발, 창의, 창조의 과정을 통해 진화할 것이다. 만일 창의성이 고갈되면 인류는 지금은 물론, 미래에도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좋든 싫든 인류의 생존은 창의성에 달려 있다. 즉 우리가 창조하는 문화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


기업도 모든 면에서 ‘창의’를 추구한다. 창의성이 없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존재하는 동안 숱한 난관을 만나기 마련이며, 반드시 그 난관을 뚫고 나가야만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창의성은 우리가 늘 만나는 ‘밥’과 같다. 우리가 움직이고 살기 위해 밥을 먹듯, 조직이나 기업도 창의성이라는 밥을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대표적인 창의적 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창의성을 관리할까? 그들은 창의적인 회사를 만들 창의적 인재 선발에 항상 고심한다. 아예 처음부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인터뷰 때마다 이들이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왜 맨홀은 둥근가?”


사실 정답은 없다. 설사 상식적인 수준의 정답이 있다 해도 이 질문은 정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름의 솔루션을 듣기 위한 것이다. 애초부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에 어떤 발상과 논리로 자기만의 솔루션을 듣기 위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모든 면에서 정답만을 요구한다. 이 세계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훨씬 많은데도 말이다. 우리가 겪는 난관들 자체가 사실상 정답 없는 질문과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실패를 장려하고, 실패의 이력을 중시한다.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 한 번의 실수나 실패도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들이 직원들로부터 이른바 ‘실패 리포트’를 받는 것도, 실패라는 것은 시도에 따라오는 결과고,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문화적 돌연변이가 탄생해 그것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그 모방이 하나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변화가 뿌리를 내리면 또다시 그것이 문화가 된다. 문화는 품사로 보면 명사(名詞)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동사(動詞)다. 즉, 기업의 문화를 움직이고 변화시키고 싶다면 문화의 생성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스토리, 미래 사회를 사로잡는 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기억하는가. 그때 나라 안팎이 온통 축구 이야기로 들썩였다. 신문을 봐도, TV를 봐도, 어디로 눈을 돌려도, 누구를 만나도 월드컵 이야기뿐이었다. 월드컵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이야기를 증폭시켰으며,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고, 쏟아져 들어왔다.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란 이야기를 생산품처럼 만들어내는 사회를 말한다. 가령 월드컵이 ‘꿈의 잔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단순히 열광해서가 아니라, 공이 구를 때마다 또 한 편의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인터넷에 접속해보면, 신문이나 TV가 보여준 것의 100배 이상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다녔다. 이는 분명 예전에는 없던 일들이었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한 마디로 이야기의 힘이 지배하고, 꿈과 감성이 주도하는 사회다. 이러한 사회에서 상상력은 곧 생산력과 직결된다. 구매 욕구를 좌지우지하는 이야기의 힘은 결국 상상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는 『해리포터』나 『다 빈치 코드』 등이 가진 영향력만 봐도 알 수 있다. 인간의 정보 흡수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객관적인 정보를 계속해서 날로 우겨넣다보면 머리가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흥미로운 이야기에 담아 전달하면 거의 무한대의 흡수가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 내러티브 파워(narrative power)다. 그러므로 드림 소사이어티의 CEO에게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지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서의 스토리텔링이란 꿈과 감성이 버무려진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다.


한 조직을 10년 뒤에도 살아남게 하려면 단순히 대단한 제품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에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즉 조직을 한 마디로 정의내리고 그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만 조직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제는 CEO를 포함한 모든 중역들이 고대의 제사장들처럼 콘텐츠 크리에이팅, 스토리텔링에 능수능란해야 한다. 조직의 핵심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이 강해지려면 조직의 스토리가 모든 조직원과 조직의 모든 상품 속에 담겨 있어야 하며, 기업이 생존하려면 자기만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것을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유혹, 소리 없는 점령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거대한 유혹의 향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생명체도 생명을 지속하고 번성하려면 유혹이 필요하다. 생명체는 그 유혹의 성과만큼 존재를 이어간다. 새들의 노래, 귀뚜라미의 울음, 반딧불이의 불빛, 노루의 사향, 이 모두가 유혹의 다양한 수단과 방식이다. 결국 생명의 지속과 번성은 유혹의 성과에 달려 있다.


사람은 주로 ‘말’로써 상대방을 유혹한다. 유혹이란 단어에서 ‘꾈 유(誘 )’ 자가 ‘말씀 언(言)’ 자에 ‘빼어날 수(秀)’자를 합친 것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유혹의 무기인지는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성경의 「창세기」를 보자. 여자는 뱀에게 유혹당하고, 뱀에게 유혹당한 여자가 또다시 남자를 유혹한다.


실제로 모든 인간은 유혹해야 살아남는다. 그것은 연인 사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대중을 유혹해야 하고, 상품은 고객을 유혹해야 하며, 기업은 시장을 유혹해야 한다. 유혹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유혹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남성이 여성을,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듯이 상품도 모든 감각을 동원해 고객을 유혹해야 한다. 비즈니스는 결국 고객을 향한 유혹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유혹의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상대를 안심시킨 후 허를 찔러라. 헨리 키신저는 국제적인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에는 지루한 세부사항만 늘어놓으며 상대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상대가 긴장이 풀릴 즈음 생각지도 못했던 과감한 요구들을 내놓아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


둘째, 대비 효과를 노려라. 1980년 미국 대선을 보자. 지미 카터의 우유부단한 모습은 로널드 레이건의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당시 미국은 월남전 패망, 1979년 이란 사태 등으로 완전히 자존심이 꺾이고 희망을 찾기 힘든 시절이었다.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레이건의 모습이 강하게 어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상대의 단점과 나의 장점을 대비시킬 때, 유혹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셋째, 상대의 방어 본능을 잠재워라. 빅토리아 여왕은 주변에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상당히 꺼렸다. 당시 총리직을 맡았던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그랬던 여왕을 무장해제시켜 마음의 문을 열게 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것은 상대의 경직된 마음을 누그러뜨려 방어 본능을 저하시키고, 내면 깊숙이 들어가 상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넷째, 유머와 풍자로 상황을 반전시켜라. 의회에서는 항상 공방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매우 격하거나 모욕적인 발언이 오간다. 하지만 디즈레일리 총리는 결코 그런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항상 침착한 태도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넘기고 자신의 견해를 관철시켰는데, 주로 유머와 풍자로 좌중의 폭소를 자아낸 뒤 서서히 상대의 공격에 응수해나가는 방식이었다.


다섯째, 이야기를 통해 유혹의 힘을 지속시켜라. 『아라비안나이트』의 샤푸리 야르는 무수한 처녀들을 새 아내로 맞았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죽이는, 비정하고 잔혹한 왕이었다. 하지만 왕의 신부가 된 세헤라자데는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로 매일밤 왕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천일 동안 이어간 이야기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감탄한 왕이 그녀를 살려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녀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왕을 유혹해, 목숨도 건지고, 왕의 아이도 낳고, 왕비의 지위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스토리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능력은 대단한 힘이자 무기다.


여섯째, 감각적인 최면 효과로 유혹하라. 1898년 12월, 중국 청나라 주재 서구 7개국 대사의 부인들이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서태후의 자금성 연회에 초청을 받았다. 서태후가 죽은 황제의 실권을 장악해 왕위에 오른 조카 광서제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이었다. 이후 그녀는 황제가 된 광서제가 서구 세력의 지원 아래 일련의 개혁들을 단행하자 그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는데, 대사의 부인들을 연회에 초청한 것도 그 서구 세력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연회 날, 서태후는 사람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입을 떡 벌렸고, 좌중을 매혹시킨 그녀는 대사의 부인들에게 직접 커다란 진주가 박힌 금가락지를 끼워주었다. 연회가 끝나고 대사관으로 돌아간 부인들은 남편들에게, 서태후는 알려진 것처럼 표독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하고 자애로우며 위엄과 품위가 넘치는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이런 전언은 대사관을 통해 본국에 그대로 전해졌고. 결국 서태후는 서구 7개국 전부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매너,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MBA 과정에서 유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당신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인가?” 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응답자의 93퍼센트가 능력, 기회, 운(運) 등이 아닌 ‘매너’를 꼽았다. 매너라는 말은 라틴어 ‘마누아리우스(manuarius)’에서 유래했는데, ‘manus’와 arius의 복합어다. manus는 영어의 ‘hand’ 즉, 손이라는 뜻이며, arius는 방식, 방법을 의미한다. 결국 매너란 손의 방법, 손으로 하는 방식, 다시 말해 매우 구체적인 행위 방식을 뜻한다.


매너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만큼 좋은 매너는 공감과 신뢰, 감동을 준다. 프랑스에서 매너를 ‘삶을 멋지고 성공적으로 영위할 줄 아는 방법’이라고 정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성공한 CEO들이 자신의 성공 비결을 좋은 매너에서 찾았듯이, 좋은 매너는 공감, 신뢰,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삶 자체를 멋지게 만들어 준다. 또, 매너는 배려다. 관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에게 매너란 ‘관계에 대한 감수성’이다. ‘역지사지’로 입장 바꿔 생각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매너의 기본이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항상 매너의 다양성을 인식해야 한다. 타문화 역시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의 문화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그 문화에 대해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기꺼이 수용하고 긍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리더는 상대의 문화에 예의를 갖춰야 한다. 단순히 외국어를 잘할 줄 안다고 해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타문화는 제대로 이해하고, 그 문화에 맞게끔 행동할 수 있고, 그 문화를 현지인처럼 받아들일 수 있어야 글로벌 리더인 셈이다.


또한 매너를 지키더라도 그로부터 비롯될 수 있는 잘못, 즉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매너는 항상 신선해야 한다. 이탈리아어 ‘maniera’에서 파생된 매너리즘은 일정한 기법이나 형식이 습관적으로 되풀이되면서 독창성을 잃고 타성에 빠지는 것으로, 오늘날에는 현상만 유지하려는 경향이나 자세를 칭한다. 즉 기성의 수법, 형식을 관습적으로 답습해 약삭빠르게 처리하려는 소극적 태도, 수법, 양식 등이다. 진정한 매너는 어떤 법칙이나 형식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감수성을 온몸으로 익혀야 가능해진다. 사람에게는 인격이, 회사에는 사격이, 나라에는 이른바 국격이라는 게 있듯 매너에도 품격이라는 것이 있다. 매너를 익히되 그 품격이 갖추어질 때만이 감성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21세기에는 매너가 곧 실력이다.


모험, 패배 앞에 무릎 꿇지 말라
언젠가 영국 BBC 방송국에서 지난 1000년 동안 가장 위대한 탐험가 10명을 선정한 바 있다. 1위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였으며, 2위는 타이티 - 시베리아 항해로 유명한 ‘캡틴 쿡’ 제임스 쿡, 3위는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 4위는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였다. 그리고 5위는 앞서 말한 네 사람에 비해 다소 생경하지만, 남극 탐험사에 관한 거론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는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다.


섀클턴은 무려 3차례에 걸쳐 남극을 탐험했는데, 첫 번째 탐험은 1901년, 로알드 아문센의 경쟁자로 유명한 로버트 스콧 대령 휘하에서였다. 두 번째는 1907년에 독자적으로 탐험대를 이끌고 자남극, 즉 남극점으로부터 156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진출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 탐험을 마치고 돌아와 자작 작위를 수여받은 그는 1914년에 다시 세 번째 남극 탐험을 떠났다. 1914년 12월부터 1916년 8월까지 무려 635일간의 사투를 진행한 것이다. 섀클턴과 27명의 대원들은 결국 애초에 계획했던 남극 횡단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 그 어떤 성공보다도 위대한 것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섀클턴은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를 펼쳐 보임으로써 도전과 모험의 위대함을 일깨워 주었다. 과연 섀클턴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그들을 전원 생환시키는 기적을 이뤄냈던 것일까?


첫째, 그는 대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주인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둘째, 그는 불필요한 것은 가차없이 버렸다.
셋째, 그는 오기를 부리지 않았다.
넷째, 그는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미래를 준비했다.
다섯째, 그는 최종 목표를 잊지 않았다.
여섯째, 그는 과감하게 도전했다.
일곱째, 그는 끝까지 책임졌다.


그로부터 5년 후인 1921년 9월 17일. 섀클턴은 또 다시 남극을 향해 떠났다. 그리고 남극 대륙에 다시 발을 딛기 직전에 삶을 마감했다. 그의 시신은 사우스조지아 섬에 묻혔다. 하지만 그의 도전과 모험을 향한 열망은 지금도 살아 남아 현실에 안주하려는 우리를 깨우고 있다. 그는 지금도 말하고 있다.
“모험하라.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모험하라.”
 

역사, 흥륭과 쇠망의 이중주 _ 쇠망사
1930년대 초 미국의 한 보험회사의 관리감독자였던 하인리히는 각종 사고들을 분석하다가 ‘1대 29대 300’의 법칙을 발견했다.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게 마련이고, 그 주변에 또다시 300번 이상의 징후가 나타난 바 있다는 내용으로, 현재는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불린다.


일본 도쿄 대학교의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 또한 “한 번의 대실패, 대형사고, 멸망으로 이르는 길은 300번의 징후를 담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징후를 읽지 못한다. 작은 징후들이 쌓여서 거대한 조직이나 프로젝트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도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듯이 로마의 멸망도 수많은 징후의 누적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마 제국의 쇠망사에서 어떤 교훈을 찾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늘 깨어 있으라”는 것이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쇠망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항상 눈을 크게 뜨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위기는 매순간 존재한다. 로마사만 봐도 평화로운 시기는 위기와 위기 사이의 휴식 정도였을 뿐, 몇 백 년간 태평성대가 지속된 적은 없었다. 강건한 위대함도 일정한 때가 오면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겸손해야 한다. 겸허한 눈을 가져야 한다. 겸허한 눈만이 위기를, 쇠망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쇠망사』를 쓴 이유 역시 당시 흥륭과 쇠망의 기로에 서 있던 대영제국에 역사의 교훈과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였다. 흥미로운 것은 전성기와 쇠퇴기는 항상 겹친다는 사실이다. 그는 18세기 후반 영국의 흥륭과 쇠망의 교차점에서, 조국인 영국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이 12시 정오가 아닌 오후 2시인 것처럼 역사상 가장 뜨거운 시간인 최전성기는 이미 절정을 지나 쇠망의 길목에 들어선 순간에 나타난다. 그래서 흥륭은 언제나 쇠망의 그늘을 안고 있다.『로마제국쇠망사』의 도입부가 로마 제국 최고의 전성기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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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륭의 극점과 쇠망의 개시는 공교롭게도 겹친다. 흥륭의 절정에 도달할 때, 동시에 쇠망의 징조도 나타난다. 흥륭의 이유가 쇠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로마를 번영시킨 사건과 사건이, 그리고 로마를 흥하게 한 국면과 국면의 누적이, 장기지속의 과정 속에서 결국 로마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내려 앉혔다는 역설적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내면의 로마’와 마주치게 될 때,『로마제국쇠망사』의 역설은 그 고비고비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