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에서는 일본 유통업 현황을 살펴본다. 유통업변천부터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 본다. PART 2에서는 유통업 환경 변화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실제 수직 통합, 수평통합을 한 기업 사례를 통해 그 과정과 결과를 살펴본다. 그리고 PART 3에서 미국 유통 비즈니스 변화를, PART 4에서 유럽 유통업의변화를 고찰해 본다. 마지막으로 PART 5에서는 2010년 유통 구조를 전망한다.
■ 저자 노무라종합연구소
서비스사업컨설팅부 - 유통업 및 서비스업, 소비재 제조업체를 주 클라이언트로 하여 기업가치 향상 및 CSR 관점에서 컨설팅 서비스를제공하고 있다. 소비자 조사나 시장 환경 조사 등의 연구, 전략입안, 업무개혁, 시스템화 전략, M&A 지원 등 폭넓은 분야에서 기업활동에 공헌하고 있다.
비즈니스 혁신 사업부 - IT(정보기술)를 핵심 경쟁력으로하여 민간기업, 정부부처, 각종 단체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급사슬의 개선이나 시스템 계획의 수립, 시스템 개발지원 등 폭넓은분야에서 공헌하고 있다.
■ 역자 백의선
연세대와 요코하마국립대 경영대학원을졸업하고 KAIST 경영공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기획실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단장으로 재직 중이다.
■ 차례
머리말
PART 1 일본 유통업 현황
일본 유통업의 변천
지금까지의 소매업 행태와 그 성과
일본의 합종연횡 동향
일본 공급사슬의 과제
구조적 문제에 당면한 유통업
PART 2 유통업 환경 변화
유통 비즈니스를 뒤흔드는 IT 플랫폼 변화
일본유통업의 경영환경
수직 통합을 예감하게 하는 움직임과 그 의의
PART 3 미국 유통 비즈니스 변화
미국 유통개편의 계보
식품 슈퍼업의 흥망
K마트와 시어즈 합병
수평 통합 이후 진전 상황
미국 유통구조의 변화 고찰
PART 4 유럽 유통업의 변화
유럽 유통 개편의계보
유럽의 수평 통합에서 수직 통합으로 이행
유럽의 유통구조 변화 고찰
PART 5 2010 일본 유통구조 전망
수평 통합가속화와 수직 통합 시대로
일본식 거래관행 변화
유통개편과 채널 캡틴의 역할
2010년 유통구조 전망을 통한 소매업에의제언
맺음말
2010 유통 비즈니스
일본 공급사슬의 과제
일본형 공급사슬의 현상 과제
- 다층화 구조에 의한 정보 전달의 비효율성
오래 전부터 일본 유통업에서는 도매업의 규모가 크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의 2006년 도매업체 대 소매업체 비율(도매 기업 수/소매 기업 수)을 보면, 일본에서는 소매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도매업 규모가 미국의 3배에 이르고 있다. 미국이 역사적으로 도매업의 규모가 작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일본 도매업의 규모가 지나칠 정도로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3배의 차이는 단지 도매업자를 경유하는 비율이 크다는 것 외에 다단계로 도매업자를 경유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실제로 도매업의 총판매액 중 약 1/3은 2차 도매(한 번 도매업자를 경유하여 상품을 구매하는 도매업자)이며, 동일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거래 규모도 약 1/3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다단계에 걸쳐 있는 도매업은 불확실한 수요 리스크를 분산시켜 주기 때문에 영세 소매업자에게는 안정적인 상품 공급 채널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공급사슬 전체로 본다면, 오히려 정보 전달에 소요되는 시간과 업무 부하가 늘어나 단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유통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SCM(Supply Chain Management) 추진에 필요한 과제를 질문한 결과, 데이터 포맷이나 수?발주 시스템에 사용되는 비용 등 정보 전달 수단에 관한 과제를 지적한 기업이 많았다. 그중에도 구매자와 판매자의 양쪽 입장에서 다른 기업과 거래해야 하는 도매 기업들이 정보 전달에 관한 과제를 지적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것은 다층화된 일본의 공급사슬 내에 이러한 문제가 편재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 거래 관행이 초래한 불명확한 비용 구조
다층화 구조란 상품이 공급 제조업체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다단계 거래를 거치는 것이다. 정보 전달의 비효율성뿐 아니라 거래 관행에서 기인하는 비효율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거래 관행에서 기인하는 비효율성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간단히 말해 거래 시 주고받는 대금 자체나 주문 내용 변경에 따르는 비용 부담의 결정 기준이 불명확해 자사에서 비용 구조가 불명확해지는 것을 말한다. 비용 부담이 불명확해지면 우수 거래처와 그렇지 않은 거래처를 식별하거나 원가 절감을 위한 방안을 검토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라이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비용 구조의 파악을 어렵게 하는 거래 관행이 중요한 문제다.
불투명성에 의한 기업 효율화의 어려움
그러면 이러한 거래 관행에서 과연 누가 이득을 얻고 있는 것일까? 일견 구매자인 소매업자가 득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조업체 권장가격제도, 희망소매가격에 의해 제조업체로부터 컨트롤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상당히 유명무실화되어가고 있다. 반면 물류센터비를 통해 물류 코스트를 컨트롤하고, 리베이트?협찬금의 수령, 반품제도 등을 활용한 수익 향상과 재고 리스크 경감이라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소매업자만 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매업자 측의 순간적인 현금 흐름(Cash Flow)을 보면 이 같은 거래 관행에 의해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판매업자 측인 제조업체나 도매업체는 과거의 거래 실적 등을 고려하여 지불되는 비용들을 포함한 수준으로 가격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제조업체나 도매업체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즉 각 유통 기업들은 항상 생존을 위해 공급사슬을 효율화하고 비용 절감에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준이 불명확한 거래 관행에 의한 자금 수수(授受)로 비용 구조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여기에 정보 전달이 어려워 자사와 관련된 공급 사슬 중 어느 부분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고, 자사의 공급 체제와 소비자 수요와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라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모든 기업이 정보 전달의 비효율성 및 기분이 불명확한 거래 관행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유통 혁명 촉진 요인
기준이 불명확한 거래 관행에서는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일부 선진 기업이나 업계에서는 합리적인 거래 관행을 실현하기 위한 모색을 시작했다. 가령 이온의 자사물류는 물류센터비와 점착(店着) 가격제도와 같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 식의 현상을 피하기 위해 공장 출하 시점에서의 가격으로 거래하는 ‘공장도 가격’을 채택하고 있다. 점착 가격제도를 존속시키면서 자사물류방식을 사용한 다이에의 실패를 거울삼아 출하 시점에서의 가격을 채택함으로써 완전하게 물류비용을 컨트롤하는 매우 합리적인 거래 관행이다.
현재는 기득권 고수를 위해 이러한 거래 관행에 반발하기도 해서 일부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공식품 유통이나 청과물 유통과 같이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도태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확실히 이러한 합리적인 거래 관행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으나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IT 플랫폼이 장애가 되어 좀처럼 거래 관행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는 기업은 유통 협력의 실현으로 연결되는 IT 플랫폼의 혁신이 거래 관행 개혁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 비즈니스를 뒤흔드는 IT 플랫폼 변화
기업 간 협력 니즈에 미치지 못하는 IT 플랫폼
최근 소비자 구매 행동의 다양화가 강조되고 있다. 유통 분야 각 업체들에 있어 만들면 팔리고, 싸면 팔린다는 것은 이제 먼 과거 이야기가 되었다. 급격히 변화하는 수요에 정확히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생존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수요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업체들의 자체 노력은 물론 기업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간 협력이란 구체적으로 기업 간에 수요 예측 정보나 각종 계획 정보, 최신 판매 정보, 재고 정보 등을 공유하여 수요의 불확실성 리스크를 컨트롤함으로써 공급사슬 전체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삭감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다양한 니즈에 맞추어 개발되는 각 상품에 관한 정보를 제조업체에서 소매업체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공유해 머천다이징에 활용하고 매출 향상을 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본의 유통업에서는 기업 내 정보 공유는 차치하고라도, 기업 간 효율적 정보 공유에 있어서 두터운 벽이 존재한다.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전자 데이터 교환)를 중심으로 한 기업 간 정보 공유 체계는 최근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유통업의 중심을 이루는 대기업에서의 EDI 이용은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나 각 업체들이 독자적인 코드 체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거래처별로 데이터를 준비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일본 유통은 다단계화되어 있고 매일처럼 반복되고 있는 상품 개폐 등은 이러한 비효율성을 더 증가시키고 있다. 따라서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기업 간 협력 활동을 실현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GDS는 이러한 코드 체계의 독자성에 기인한 비효율성을 없애고, 유통 기업 간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기대되는 IT 플랫폼이다.
기업 간 협력 활동의 기초가 되는 IT 플랫폼 ‘GDS’
GDS(Global Data Synchronization)는 상품 마스터 정보와 사업소 마스터 정보를 동기화하는 데이터 구조를 말한다. 이 시스템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가동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착실히 가동을 위해 준비 중이다.
GDS를 이용하게 되면 제조업체가 자사의 상품 마스터 정보 및 사업소 마스터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만으로도 이를 이용하는 도매업체나 소매업체의 상품 마스터 정보가 동기화된다. 따라서 GDS를 이용함으로써 종래 소요되었던 데이터 가공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더욱이 글로벌이라는 용어가 의미하듯이 일본 내 기업만이 아니라 전 세계 기업과도 정보 동기화가 실현될 수 있다.
여기까지의 설명이면 GDS가 실현되더라도 단지 마스터 정보의 유지보수 비용이 감소하는 정도로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고도의 유통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의 GDS 실현은 그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GDS 플랫폼이 고도화되면 상품 마스터 정보뿐 아니라 수요예측 정보, 각종 계획 정보, 판촉 정보 등의 공유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수요 예측과 재고 보충을 판매 측과 구매 측이 공동으로 실행하는 CPFR(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and Replenishment) 등의 각종 공급사슬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소비자 기점의 머천다이징(상품 개발-제조-판매까지의 일련의 흐름)을 의미하는 카테고리 관리(Category Management) 등과 같은 고도의 기업 간 협력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물류 분야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도 GDS의 실현은 필수적이다. RFID는 태그에 저장된 식별정보를 무선으로 식별하는 기술 방식이다. RFID에 저장되는 것은 EPC 코드(Electronic Product Code, IC 태그에 기록하는 상품 체계)이며, RFID 리더기로 읽혀진 물건이 무엇인가에 관한 정보 검색은 EPC 코드를 키로 하여 EPC 네트워크상에서 처리된다.
이때 EPC 코드에 대응하는 상품 마스터 정보(상품명, 제조업체명, 사이즈 등)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으면 RFID가 부착된 물건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게 되어 RFID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EPC 네트워크에서 GDS 네트워크를 참조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항상 최신의 상품 마스터 정보를 참조할 수 있도록 한다면 RFID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GDS는 상품 마스터 정보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시킬 뿐 아니라 유통 비즈니스를 크게 변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IT 플랫폼이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일시에 보급 확대
일본 정부는 GDS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실제로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면 이용자 측인 유통 기업은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실증 실험에 참여한 기업의 약 90%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혹은 이미 검토하고 있다)’거나 ‘조건부로 전향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물론 실증 실험에 참여한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GDS에 대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참여한 기업 대부분이 일본 유통업의 주요 기업이어서 2007년 이후 GDS의 활용 범위가 서서히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요 기업들의 GDS 도입은 필연적으로 IT 벤더나 유통업 중에서도 비주류 기업(중소기업의 규모)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IT 벤더는 개별 기업 단위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보수, 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해 왔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배경이 기업 협력을 저해하는 커다란 장벽이 되었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가 GDS라는 공통된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면, 독자 규격의 시스템 우위성과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개별 기업 단위로 시스템 개발에 의존해 온 IT 벤더는 GDS라는 공통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IT 벤더 측의 변화는 중소 유통 기업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장점으로는 GDS라는 공통된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패키지가 보급되어 지금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유통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이러한 타사와의 협력 흐름에서 뒤처진 기업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여 결국에는 유통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GDS는 주로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보급되겠지만 어느 정도 보급이 진전된 단계, 즉 임계치(Critical Mass)를 넘어서는 단계에서 중소 유통업체를 포함해 일거에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GDS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GDS 실현 이후에도 다양한 표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코드 체계를 통일해야 한다. 그러한 고도화가 실현된다면 지금까지 시스템 통합 비용 때문에 진전되지 못했던 유통업체 간의 수평 통합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는 기업 간 다양한 정보 공유가 실현되고, 이를 토대로 수직형의 기업 간 협력, 나아가 수직 통합이 촉진될 것이다.
수평 통합 가속화와 수직 통합 시대로
구조 변화가 필수적인 유통업계 현황
- 소매업의 전통적 성장 모델 한계
소매업 전체의 공통 문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객(客)단가 감소, 점포 과잉(Over Store), 타 업태 영향에 의한 내점객수 감소다. 점포 과잉의 양상은 면적생산성(단위면적당 매출)의 저하로 나타나고 있으며, 실적은 매우 불투명하다. 이제까지 소매업의 성장 모델은 기존 점포의 매출 확대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계속적인 출점을 통한 규모와 이익의 성장에 목표를 두었다. 그러나 점포 과잉으로 면적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전통적인 성장 모델이 붕괴되고 있다.
- 제조업의 위상 저하
유통의 기점을 담당하는 제조업도 힘든 상황이다. 고도 성장기 이전의 유통 시장에서는 제조업체가 압도적인 위상을 확보했다. 특약점 제도나 대리점 제도를 통해 후방 산업을 통괄함과 동시에 도?소매의 계열화를 통한 판매로 자사 이익을 확보해 왔다. 제조업체는 계열의 소매업과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대형화된 체인형 소매업체와의 거래도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대형 소매업체는 강한 구매력과 제조업체로부터의 종량 리베이트를 원천으로 위상을 확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종량 리베이트는 대형 소매업체의 가격 인하 원천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체 계열 소매업의 약화를 초래했고, 대형 소매업으로부터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 계열화가 진전되는 도매업계
일본 도매업계 조사에 따르면 2004년 도매업 전체(의약, 식품, 섬유 등 13개 업종)의 영업 이익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특히 지방 도매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27.1%나 감소했다. 그러다가 2005년에는 매출, 이익 모두 플러스로 돌아섰다. 물론 변화가 나타난 데에는 경기 회복의 영향도 클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업계 개편에 의한 규모 확대로 수익을 개선시킨 업종이 수익 증대를 주도하여 전체 수치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 도매업을 둘러싼 전방?후방 기업(제조업, 소매업)이 도매업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식품 도매업의 세금 공제 후의 이익률이 0.4% 수준이라는 것만 보아도 미묘한 균형 속에서 경영을 압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도매업의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되어 소매점의 가격 경쟁 영향을 받기 쉽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종연횡에 의한 도매업계의 생존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힘겨운 경영 환경을 맞아 합종연횡은 더욱 진전되고 있으며, 일용품이나 의약 도매에 있어서 과점화율(상위 5개 사의 점유 합계)은 60%를 넘을 정도로 상위 집중이 진행되고 있다.
- 미국?유럽형 수평 통합과 수직 통합이 반복되는 스파이럴형 개편으로
최근 수년간 거시적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진행으로 경영이 악화되어 도매업이 소매업의 합종연횡이 진행되었다. 합종연횡의 진전이 이 같은 부정적 이유에 기인했으므로 수동적 개편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경영 전략의 하나로서 M&A가 보편화되어 능동적인 개편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매업의 면적생산성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은 과잉 점포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황의 연장선상에서는 소매업 경영이 성립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소매 전체에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업계 개편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현재의 사업 영역에서 개선의 여지가 적고 장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즉 출점에 의한 상권 확대나 M&A에 의한 수평 확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생산성의 개선이 극한 상태에 도달하면 스스로 다른 탈출구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미 그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
업계 구조에 영향을 주는 일본 고유 상황
업계 개편의 추세에 따라 2010년의 일본 유통 산업도 그 형태가 변모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미국이나 유럽처럼 스파이럴형 개편 메커니즘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통된 메커니즘이 작용하더라도 대입되는 변수에 따라 궁극적인 형태는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진행된 변화 양상이 그대로 일본에 나타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본 고유의 사정이 일본적인 유통업의 형태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아래의 다섯 가지는 일본적 유통 개편을 고려할 때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A. 유통업에서 거대 도매업이 위상을 갖고 있다.
B. 종합상사라는 거대 유통업자가 존재한다.
C. 일본인은 신선 식품을 좋아하는데, 이는 복잡한 유통 구조로 되어 있다.
D. 일본인은 품질을 매우 중시한다.
E. 일본의 생활권은 협소하고, 걸어가서 쇼핑을 한다.
일본 고유의 상황이 독자적인 유통구조 변화를 촉진
- 도매업체와 종합상사가 유통 개편의 핵
A와 B에서 보듯이 일본에서는 거대 도매업체와 종합상사가 유통 기구에 크나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 유통 개편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소매업계가 개편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특히 중견 중소 소매업에 있어서는 도매업체 없이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또한 도매업체도 자사 고객인 소매 기업이 전국 규모의 대형 체인에 침식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종합상사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종합상사는 도?소매의 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종합상사를 주도로 한 도매업의 대개편은 벌써 시작되었다. 더욱이 종합상사는 도매업을 중심으로 공급사슬상의 전방에서 후방까지 계열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도매업 개편 후, 특히 후방 산업에 위치한 소매업 개편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일본의 유통 개편은 도매업체나 종합상사가 중심이 되어 수평 통합과 수직 통합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 내 상품, 브랜드의 위상은 건재
C와 D 같은 일본 소비자의 생활 습관이나 기호에 따른 유통 구조 여건은 일본적인 유통 구조 변화를 규정하게 될 것이다. 신선 식품은 원래 날씨나 어장의 상태와 같은 불확실한 요소가 강해 공급?보존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계획적인 상품 조달이 매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의 식탁에 올려지는 가공 식품이나 냉동식품과 달리 신선 식품은 저가의 글로벌 조달이 통용되기가 어렵다.
또한 품질에 집착하는 일본인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외국 제품은 수용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일본인의 미각이나 기호를 외국 제조업체가 적절하게 대응하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상품 조달에 있어서 글로벌 조달에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국경을 넘나드는 공급사슬의 형성이 아니라 일본인의 기호를 반영한 신토불이형으로 일본 내 상품, 브랜드를 축으로 한 공급사슬이 앞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 중견 중소의 신연합 ‘수퍼 리저널 리테일러’의 세력 확대
E는 ‘인근 소매점의 편리성은 점포 선택의 중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교외 대형점으로 과점화되어 온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유통 구조를 형성해 갈 것이다. 가령 미국에서 대형점의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수퍼 밸류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전부가 대형 점포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그 와중에도 확실하게 정착하는 중소 소매점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근거리가 장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점포가 아무리 가까워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강점을 갖춘 소상권(小商圈) 소매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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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권 소매업(중소 소매업)이 단독으로 내셔널 체인에 대항하여 파워를 행사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내셔널 체인 진영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경영자도 있을 것이다. 이에 자연스레 중소기업 간의 단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행적으로 개편이 진행된 금융업계에서는 ‘수퍼 리저널 뱅크(Super Regional Bank) 구상’이 주창되었으며, ‘1현(縣) 1행(行)’이라는 표현도 생겨났다. 실제로 버블 붕괴 이후 대형 지방은행의 도산과 함께 과잉 상태였던 지방권에서 많은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 일어났던 모습과 같은 수평 통합이 소매업계에서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중견 중소의 소매업 연합인 ‘수퍼 리저널 리테일러(Super Regional Retailer)’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