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요약

도서정보

■ 책 소개
경영자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하며,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혼란기야말로 커다란 기회를 품고 있는 시기’라는 점을 역설하면서, 격변과 위협의 시기에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어제의확실성’이라는 유혹을 뿌리치고 ‘미래에 대한 도전과 응전’을 멈추지 않는 ‘실행 매니지먼트’만이 살아남는다고 거듭 강조하는책.

어떤 조직이든 미래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 조직이 추구해야 할 비전과 목표를 시대에 맞게 다시 정립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방향 및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옮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액션’, 즉 ‘실행’을 강조하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래 경영 환경의 큰 흐름을 예측하고 적절하게대응하는 것이야말로 경영자의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금세기에 경영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등장한 새로운 사회적 제도나기능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사회가 급변하는 혼란기일수록 새로운 제도와 새로운 리더십 집단으로 무장된 진화된 경영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벅차고 도전적인 과업을 이뤄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금융위기를 차례로 거치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 사회와기업인들에게 중요한 관점을 제시해줄 것이다.

■ 저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 철학과 미래에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널리 알려진 피터 드러커는 1909년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무원 부친과 의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양친과 친분이 두터웠던 프로이트, 슘페터, 폰 미제스, 토마스 만 등 많은 지식인들을 만나며 성장했다.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국제법학박사 학위를받고 영국으로 건너가 은행, 증권회사 등에 근무했다.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사라로렌스대학, 베닝턴대학, 뉴욕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1943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었던 제너럴모터스에서 2년간 경제 분석가로 일했다. 이 기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법인의 개념』을발표했고, 이로써 경영학의 초석을 마련했다. 수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 부처, 국내외 비영리단체를 위해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뉴욕대학비즈니스 스쿨의 경영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벨기에·일본·스위스·스페인·체코 등지의 대학에서 다양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사회·경제·정치·경영의 모든 주제를 다룬 뛰어난 저술가로서 『넥스트 소사이어티』『21세기 리더의 선택』『21세기 지식경영』 등 수많은 저서를남겼으며, 20개국 이상의 나라에 번역되었다. 2002년에 미국 시민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았고, 2005년 11월11일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역자
박종훈 - 현재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홍콩 시티 대학교 및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역임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에서경영전략을 전공하여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기업지배구조, 전략적 제휴, 혁신 전략, 다국적 기업의 핵심역량 관리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수행해오고 있으며, 그 결과 SSCI 국제 학술지에 20여 편, 국내 학술등재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국제 저명 학술지인「Academy of Management Journal」「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Studies」「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등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으며, 한국전략경영학회, 한국인사조직학회,한국국제경영학회의 상임이사 및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왈수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며, 『강대국의 흥망』『톰 피터스의 경영창조』『코코넛깨뜨리기』 등을 옮겼다.

■차례
옮긴이의 글 - 글로벌 경제 불황의 시대, 다시 부활한 피터 드러커의 지혜
프롤로그 - 혼란기, 무엇을결정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1장 기초체력을 관리하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라
유동성과 자금력을 관리하라
생산성을 관리하라
지식노동자를적재적소에 배치하라
기업의 유지비용을 계산하지 않은 이윤은 환상이다

2장 내일의 경영을 시작하라
기업의 체중을 관리하라: 자원을 결과에 집중하기
비생산적인 과거를 정리하고 기회를 포착하라
전략을 세워 성장을 관리하라
이노베이션과 변화를 관리하라
내일을 위한기업 전략을 세워라
경영자들의 성적표를 확인하라

3장 거대한 인구 구조 변화를 관리하라
인구 동태의 새로운 현실을 파악하라
초국적 통합, 생산 분업에 주목하라
새로운 소비 시장을 주목하라
인구 변화가 경영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라
하나의 노동력에서 여러 노동력으로 이동하라
사라지는 퇴직연령에 주목하라
경영자와 프로페셔널, ‘머리 둘 달린 괴물’을인정하라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고용을 구별하라
잉여인력 활용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4장 혼란기야말로 경영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는통합된다
초국적인 세계통화가 탄생한다
주권이 사라진다
세계 정치는 분열한다
세계 경제의 준선진국들이 활약한다
세계 경제를 위한 기업 정책이 필요하다
피고용인 사회가 도래한다
권력은 재산을 따라간다
노조는 살아남을 것인가
기업도 정치적 기관이다
경영은 정치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

에필로그 - 경영자가 직면한 도전을 직시하라

도서요약

혼란기의 경영

프롤로그 - 혼란기, 무엇을 결정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다가올 미래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경영자들이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를 헤쳐 나가게 되리라는 점이다. 이러한 혼란기에 경영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의 생존 능력을 키우고, 구조적 힘과 건전성,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 급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며, 더 나아가 진취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핵심 내용은 경영자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즉 어떤 행동과 전략과 기회를 취해야 하는지와 관련돼 있다.

혼란기에 경영을 하려면 새로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설로 여겨진 주장이나 가정이 아니라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질문하면서 출발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5년이 지나자 이른바 ‘기획(planning)’이라는 것이 유행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획은 흔들림 없는 연속성을 가정하고 이뤄진다. 지난날의 추세를 미래에 반영하는 데서 출발하며, 적용하는 방법이 다를지는 몰라도 사용되는 요소와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혼란기에 가장 개연성 높은 가정은 전체의 틀을 바꾸는 독특한 사건인데, 이런 독특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기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견이 가능한 경우는 많다.

혼란기는 위험한 시기지만 가장 큰 위험은 현실을 부정하려는 충동이다. 오늘날의 가장 크고 가장 위험한 혼란은 정부나 기업의 최고경영진이나 노조지도층을 막론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빠져 있는 환상과 현실 간의 괴리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혼란기는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이해하고 수용해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회의 시기다. 무엇보다도 지도층에게는 기회의 시기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시종일관 강조하는 주제는 각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이 현실을 직시하면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의 유혹, 내일이면 해로운 미신이 될 어제의 확실성이라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새로운 현실을 논한다. 그런데 이해가 아니라 행동에 관해, 분석이 아니라 결정에 관해 논한다. 이 책은 ‘철학’ 서적이 아니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이 책은 현실적이고 공사를 불문하며 모든 분야의 의사결정자들을 위한 책이다. 또한 경영자들에게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1장 기초 체력을 관리하라

혼란기에는 미처 생각지 못한 충격을 견뎌나가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이는 혼란기일수록 펀더멘탈(fundamentals, 성장에 필요한 기초 체력이라는 뜻으로 기업의 경우 자본금, 경제적 능력, 가치, 잠재적 성장성, 매출, 순이익 등을 의미한다-옮긴이)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위험은 기업이건 공공서비스 기관이건 간에, 기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나 환경 보호를 위한 제약, 과잉 규제, 에너지 또는 인플레이션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겉으로 나타나지 않은 펀더멘탈의 악화야말로 가장 큰 위험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펀더멘탈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내부 및 외부 여건의 변화와 더불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혼란기의 경영은 기존 기업의 존속 및 성공의 펀더멘탈에 영향을 미치는 새롭고도 특별한 여건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2장 내일의 경영을 시작하라
전략을 세워 성장을 관리하라

기업은 성장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활황기가 끝날 때마다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성장이 영영 멈추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았으며 지금도 성장이 멈추었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이런 시기를 겪을 때마다 성장은 새로운 토대를 찾아 옮겨간다. 그러므로 기업으로서는 그들이 강점을 갖는 어느 영역이 성장할지를 철저히 분석하고, 더 이상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영역의 자원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영역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혼란기에는 시류에서 밀려나는 쇠퇴가 가속화한다. 따라서 과거를 조직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자원을 체계적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성장 정책의 첫 번째 요건이 된다. 혼란기가 도래했을 때는 기업뿐만 아니라 비기업 공공서비스 기관도 시장에서 변두리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로 성장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속한 시장이 성장하고 있을 때 더불어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되며, 변두리로 밀린다는 것은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의 정책은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1960년경 크라이슬러는 사실상 성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부에 성장에 필요한 자원이 없었다. 성장을 하려면 합병을 해야 했는데 그 상대로 유럽 업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크라이슬러는 ‘보수적인’ 노선을 유지해 업계의 ‘리더’이기보다는 한 ‘요소’로 남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끔찍한 실수였음이 드러났다. 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1975년에 이르자 크라이슬러는 변두리로 밀려났다. 정부의 대대적인 구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생존 자체가 의문시되었다.

크라이슬러는 세계 시장을 겨냥했지만 변두리 업체로 밀려나고 말았다. 변두리로 밀려난 조직은 경제의 하강 국면에서는 불균형적으로 더 하강하며 경제의 상승 국면에서는 불균형적으로 덜 상승한다. 그리하여 경기 순환의 고비마다 점점 더 약해진다. 게다가 일단 변두리로 밀려나면 내리막길에서 몸을 돌리는 게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맥락에서 ‘변두리’라는 말은 산업의 구조와 관련된 말이다. 이 용어가 호텔업에서 의미하는 것과 화학공업에서 의미하는 바는 많이 다르다. 산업의 구조 역시 바뀐다. 30년 전에는 국내 시장에서 전자제품업체의 2위 자리를 차지한다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독일의 AEG는 당시 자국 시장에서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탄탄한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시장의 작은 그룹에 속해 있을 뿐이다.

기업은 그릇된 성장과 옳은 성장을 구별해야 하며 근육과 지방과 암을 분간해야 한다. 그 법칙은 간단하다. 기업 자원의 생산성을 전반적으로 증가시키는 단기간의 성장은 건전한 성장이다. 그런 사업은 잘 품고 지원해줘야 한다. 그러나 양적으로만 팽창할 뿐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여주지 못하는 성장은 비계와도 같다. 일정량의 비계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계가 너무 적어서 걱정인 기업은 별로 없다. 전반적인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양적 증가는 의미가 없으므로 제거되어야 한다. 끝으로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는 양적 증가는 초기의 아주 짧은 기간 안에 멈추지 않는 한 퇴행으로 치닫는다. 이것은 과단성 있는 수술로 빨리 도려내야 한다.

내일을 위한 기업 전략을 세워라

전형적으로 기업들은(비영리 공공서비스 기관의 경우는 더하지만) ‘중용(happy medium)’을 꾀하는 전략이야말로 가장 편하고 위험이 적으며 적절한 이윤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많은 경우, 시장에서의 성공은 양극단에 몰려 있다. 표준을 정하는 몇 안 되는 시장 주도 업체나, 국한된 부문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지만 나름대로 독자적인 탁월성을 발휘하는 지식서비스, 특수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업체들이 그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양극단의 중간 위치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생존력을 갖기도 어렵다.

시장의 리더가 되는 전략과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톨게이트’ 전략, 이 두 가지는 모두 성공할 수 있다. 지켜나갈 수 없는 것은 양자 간의 중간 전략이다. 이 둘을 합친 전략은 거의 틀림없이 실패한다. 두 영역이 요구하는 행동은 서로 다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보상도 다르며 그에 걸맞은 성격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기업에서 여러 개의 각각 다른 틈새시장을 겨냥하는(각기 특정 시장을 겨냥하고, 특화를 꾀하며, 다른 ‘톨게이트’ 시장을 선점하는) 일을 하나의 사업으로 합치는 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유리한 경우가 많다.

기업은 이런 전략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전략을 짜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잘하는가? 우리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대다수 기업과 공공서비스 기관들 모두 어느 분야에서나 ‘리더’가 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점은 언제나 구체적이고 특별해야 한다. 보수는 강점에 지급하는 것이지 약점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첫째로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이 우리의 구체적인 강점인가?”이다. 그런 다음에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 강점은 알맞은 것인가? 그 강점은 내일의 기회에 적합한가, 아니면 어제의 기회에 알맞은가?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거나 애당초 기회가 없었던 곳에 강점을 활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그리고 끝으로, 우리는 어떤 강점을 추가해야 하는가? 인구 동태와 지식 및 기술의 변화, 세계 경제의 변화, 기회와 환경의 변화를 활용하려면 어떤 실행 능력을 더 갖춰야 하는가?”

이제 내려야 할 중대한 전략적 결정은 언제 다양화를 시작하고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가이다. 단일 제품이나 제품 라인이 아직도 옳은 것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단계에서 너무 일찍 다양화를 시작한다면 리더로서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래 기다리면 살아남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3장 거대한 인구 구조 변화를 관리하라
초국적 통합, 생산 분업에 주목하라

선진국에서 전통적 작업에 드는 비용, 특히 전통적 제조업의 노동비용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많이 오른 노임을 주고도 일할 노동력이 확보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개발도상국은 남아도는 노동력, 즉 노동집약적인 전통적 일밖에 하지 못하는 노동력을 위해 충분한 일거리를 마련하지 못하는 한, 사회적·정치적 안정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뿐 아니라 경제적 위상과 국민생산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들에게는 독자적으로 종합적인 산업을 개발할 기술이나 자본, 경영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개의 경우 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수요를 일으킬 시장마저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생산 분업의 관행은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게 똑같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경제 통합 형태다. 생산 분업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의 자원인 재래식 일거리를 위한 풍부한 노동력이 선진국들의 자원인 경영력과 기술, 교육받은 인력과 그들의 시장 그리고 구매력과 합쳐지는 것이다.

앞으로 생산 분업이 세계적 경제 통합의 일반적 형태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미래가 지난날의 ‘다국적’ 기업을 위한 시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 다국적 기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같은 형태가 될 개연성도 낮다.

내일의 다국적 기업은 오늘의 다국적 기업과 조직 면에서 아주 달라져야 한다. ‘다국적 회사’가 아니라 ‘초국적 연합’이 되어야 한다. 경영을 하며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되고, 무엇보다도 생산과 유통을 조직해야 한다. 회사는 기술(또는 디자인)과 마케팅을 중심으로 조직될 것이다. 자국에서건 다른 어느 선진국에서건 ‘제조’를 하는 경우에는 가장 노동집약도가 낮은 생산 단계에 주력할 게 분명하다. 현지의 자회사는 그 나라 안에서 회사의 전 품목을 제조 및 판매하는 전통적 기업 형태에서 탈피할 것이다. 그리하여 초국적 연합은 갈수록 국경과 시장을 넘나들면서 노동자원과 시장자원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생산을 조직하게 될 것이다. 노동집약적인 생산 단계는 점점 더 노동력이 있는 곳에서 처리하고, 갈수록 자회사나 지점이 아니라 하청업자에게 맡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집력은 자본의 힘이 아니라 마케팅을 관리하는 힘에서 비롯될 것이다.

‘초국적 연합’에 요구되는 것은 그룹 전체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보다 강력한 관리와 함께 각 구성단위의 보다 큰 자유와 책임이다. 거기에 필요한 것은 전통적 조직 구조가 아니라 조직이론에서 ‘시스템 조직(Systems organization)’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실상 제조와 마케팅을 여러 기업에서 분리시켜 두 개의 다른 회사로 만드는 일본의 관행을 본받아 제조 부문의 작업들을 조직하는 가운데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제품의 디자인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뚜렷한 별개의 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일이면 개발도상국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 즉 제조 부문을 맡는 방식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초국적 연합은 갈수록 선진국 시장의 상거래를 위한 물건들의 공급원으로 성장하게 되고, 그리하여 모회사는 갈수록 개발도상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거꾸로 선진국의 초국적 마케팅 네트워크는 갈수록 개발도상국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주게 될 것이다. 초국적 기업은 선진국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그리고 전체 시장에 이르는 통로로 개발도상국에게 갈수록 큰 중요성을 지니게 될 전망이다.

잉여인력 활용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경제의 평생고용 일자리와 관련해 경영진은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건 기술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불필요해지는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는 경제가 구조적으로 달라져 그에 적응하며 쇄신해나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더욱 크게 키워준다.

선진국들은 빠른 속도로 이노베이션을 수행해야 한다. 자동화가 가능한 산업 공정을 자동화하지 않는다면 산업을 계속 이끌어갈 수 없다. 생산의 노동집약적 단계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의 새로운 지식집약적 단계와 지식집약적 산업을 속히 키워나가야 한다. 또 에너지의 새로운 공급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구조 개혁에 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번영과 사회적 단합을 보장할 수 없다.

선진국들이 육체노동에서 지식노동으로 이동하면서 그 급격한 변화가 몰고 올 사회적 문제를 예측하고 대처할 수 없다면, 선두에 서서 이끌거나 빨리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생산 분업으로 일자리를 위협당하고 있는 미국의 신발 노동자 수는 아마 6만 명쯤일 것인데, 이는 취업한 노동인구 1억 가운데 0.06퍼센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 6만 명 가운데 상당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큰 집단은 이 산업에 종사한 지 10년도 채 안 되는 젊은층이다. 이들은 취업 알선, 상담 등의 도움이 필요하고 약간의 재정적 융자 같은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다. 문제의 핵심은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30∼55세의 사람들로 가족과 집이 있지만 신발 만드는 일 말고는 다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몇 군데에 집결돼 있는데 쇠퇴하는 산업이나 시대적 유물이 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그래서 이들은 수적으로는 적지만 크게 주목을 끌며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움직임을 방해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개별적으로 문제가 된다.

전통적 방식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서방 세계의 실업보험이나 일본식의 평생고용은 모두 미흡하다. 그리고 더 최근에 나타난 해고에 대한 처벌적인 규제는 더욱 해로운 것이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실업보험은 경제적으로 많은 보호를 해준다. 그렇지만 영국 사람들이 50년 전에 이를 처음 창안하면서 걱정했던 대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데는 실패했다. 일본의 평생고용제는 일자리를 보장해주기는 했지만 그것을 누린 고용된 일본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계와 생산적 고용과 취업에 대한 명확하고 공개적이며 확고한 약속이다. 물론 그 약속이 무한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한 산업에서 근무한 지 10년도 채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약속이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젊으니 새 직장을 찾을 수 있다. 조기 퇴직을 할 만큼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도 필요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경제적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있다. 그러나 30세에서 55∼60세까지의 육체노동자들과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는 일자리 보장에 대한 약속이 필요하다. 해고 시기를 예상하고, 이후에도 잔류할 수 있도록 하며,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약속이다.

잉여인력의 활용을 위한 기획은 상호 협력적인 사업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용된 사람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며, 노조가 있을 경우 그들 역시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것은 경영진이다. 잉여 인력의 활용을 위한 기획은 경영진의 주요 책임 사항이며 혼란기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잉여인력을 위한 기획은 기업, 공동체, 사회에서 리더십을 효율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기회다.

4장 혼란기야말로 경영이 필요하다

모든 선진국 사회는 기관이나 단체의 사회가 되었다. 모든 선진국의 정치적 과정은 통합에서 대결로 이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체를 포함한 모든 단체가 다수의 ‘유권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정치 단체가 되고 있는데, 이 유권자란 그 단체의 일차적인 사명이나 목적과는 이렇다 할 이해관계가 없어도 이러쿵저러쿵할 자격이 있거나 최소한 거부 의사를 표시할 자격이 있는 집단들이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과업에 정치적 자원을 추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에서도 최고경영진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고 있다.

경영은 정치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이건 병원이건 대학이건 새로이 경영을 맡은 사람은 자신을 ‘특수 이권’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또 남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 때에만 효율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한 대의’를 ‘진정으로 신봉하는 사람들’이 설치고 있는 정치판에서 기관의 경영을 맡은 사람은 자신을 ‘공동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일반 의지’를 대변하는 사람으로 내세워야 한다. 그는 더 이상 정치 과정이 통합의 힘으로 작용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 스스로 통합자가 되어야 한다.

경영자는 생산하고 실행하며 성취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이는 모든 기관(특히 기업)의 경영을 맡은 사람은 보편적 이익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철저히 고찰하고 사회적 단합을 이뤄내야 함을 의미한다.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 경영자들은 자신들을 생산자 이익을 추구하는 대표로 그리고 동시에 일반 의지의 대변자로 받아들이는 지지층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앞서 논했던 정년퇴직을 예상한 대책과 같은 정책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피고용인들의 소유권을 회사의 운영 관리에 엮어 넣고 피고용인들의 능력과 자격을 시민적 책임으로 만드는 데 대한 책임을 경영자들이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경영자들이 ‘이윤’을 들먹이지 않고 사회의 미래를 위한 비용,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는 데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기업’의 이익이라는 한 가지 이익을 대표한다는 입장을 고집해서는 승산이 없으므로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며 그것을 위해 행동하는 책임을 경영자들이 수용함을 전제로 한다.

경영자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한 그들은 다원적 정치 환경 속에서 갈수록 무력해지고 대결의 정치에서 패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이 아주 크건 아주 작건 그 활동 무대는 본래 한 가지 목적만을 추구하도록 고안된 기관들을 통해 공동체의 필요가 충족되는 사회다. 기업이건 병원이건 대학이건 간에 또는 그 규모가 크든 작든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사회가 그들 기관의 고유 목적과는 상관없는 것, 예컨대 대학의 경우 학식이나 가르치는 능력과는 상관없이 소수인종을 교직원으로 특별 고용하는 것과 같은 일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경영자들은 사회의 역학구조가 합의를 대표해 행동할 수 있는 다수에서 단일 목적을 추구하는 작은 소수로 옮겨간 정치 환경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할 것이다. 갈수록 혼란이 더해지는 시기에 경영자들은 자신의 기관이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하면서, 다원적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통합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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