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보스 배드 보스
들어가는 글
사람들은 훌륭한 보스를 찾을 때 좀 더 나은 보스, 그러니까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교양 있는 보스를 원한다. 또한 그런 보스들 밑에서 일하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스스로 굿 보스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넘쳐난다.
이 책에서 나는 보스라는 말을 관리자나 감독자라는 단어(그들 모두 보스이긴 하지만)를 대신해서 쓴다. 보스는 부하들에게 그들이 직접적이고 빈번하게 부딪치는 권위적인 인물을 암시하고, 부하들의 업무를 직접 감독하고 평가할 책임을 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CEO이건, 주방장이건, 스타벅스의 매니저이건, 제품 개발 팀을 이끌건, 농구팀 코치이건 관계없다. 당신의 성공은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과 함께 일하고 당신의 일 처리를 지켜보는 사람들, 당신이 지도하고 영감을 불어넣고 훈련시켜야 하는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 사람들이 "우리 보스는"하고 말을 꺼낼 때는 언제나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버릇, 결점, 습관에 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매우 인간적인 관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설령 그 관계가 직접 대면이 아닌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화상회의로 이루어지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보스가 되거나 보스를 모시는 일에서 관건은 바로 보스가 긴밀하고 사적으로 휘두르는 모든 관계에 배어든 신뢰, 위로, 온정, 적의, 혼란, 그리고 분노와 절망의 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
사실 훌륭한 보스가 되는 데는 특효약도 없고, 즉효약도 없고, 쉬운 지름길도 없다. 이와 반대로 말하는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다. 굿 보스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그들이 흥미롭고, 재미있고, 보람 있으며, 또한 어떤 때는 당혹스럽고, 지루한 데다 터무니없는 온갖 허드렛일을 꾸준히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선행을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데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보스가 되고, 또 훌륭한 보스로 남는 유일한 길이다.
굿 보스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와 사례에서 드러난 차이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보스들은 대개 훌륭해지고 싶어 하고 직원들은 대부분 멋진 보스를 바란다. 이에 뒤따라오는 질문은 이것이다. "훌륭하게 일하는 보스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굿 보스는 자신의 처신에 기준이 되는 다섯 가지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1. 새를 너무 꽉 쥐지 마라
토미 라소다는 1949년부터 LA 다저스에서 차례로 선수, 코치, 임원을 지냈고, 그중 스무 해를 감독으로 있었다. 라소다는 한때 "감독의 일이란 비둘기를 손에 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너무 꽉 쥐면 비둘기가 죽을 테고 너무 느슨하게 쥐면 달아나는 거지요"라고 말했다. 부하들에게서 최선의 성과를 얻어내려면(그리고 경멸보다는 존경을 불러일으키려면) 압박을 가하고, 잔소리를 하고 협박해야 할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
2. 마라톤 선수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훌륭한 보스는 부하들에게 근성을 불어넣으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밀어붙인다. 근성 있는 보스들은 인생을 기나긴 위기 상황으로 여기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근성 있는 보스들은 자신과 부하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거나 좀 더 창의적이라면 모든 것이 향상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3. 작은 것들에 집중하면 큰 것들은 저절로 굴러간다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매일매일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근성 있는 보스들의 특징이다. 굿 보스는 문제를 자잘한 조각들로 나누고, 부하들이 큰 어려움 없이 작은 일들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감을 불어넣고 건설적으로 행동하도록 돕는 것이다.
4. 보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각인된다
권력자들은 자기중심적이 되어 부하들이 무엇을 원하고 말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잊어버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쁘다. 그런데 부하들은 자기만 아는 보스의 말과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므로 이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나는 이것을 지위 중독이라고 부른다. 부하들은 당신의 가장 사소하고 무의식적인 행동을 면밀히 감시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은 부하들이 당신과 그들 자신의 업무에 얼마나 전념할 것인지를 결정짓는다.
5. 그들을 위해 싸우는가?
유능한 보스들의 특징은 열심히 자신의 부하들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보스들은 부하들의 편에서 싸우면서 인간 방패 역할을 한다. 설령 그 때문에 스스로 피해를 입을 때에도 말이다.
* 굿 보스의 5가지 행동 원칙
당신의 부하는 당신을 평가하는 아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
1. 새를 너무 꽉 쥐지 마라는 법칙을 따르는가?
2. 근성이 있는가? 업무를 마라톤으로 보는가, 아니면 단거리 달리기로 보는가?
3. 작은 성공을 챙기는가? 부하들이 성취해야 할 목표를 현실적이고 지나치게 어렵지 않은 단계로 나누어주는가?
4. 지위 중독을 경계하는가? 부하들이 당신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고 있는가?
5. 부하들의 뒤를 봐주는가? 부하들을 보살피고 보호하며 필요할 경우 그들을 위해 싸우는가?
단호하게 장악하고 따뜻하게 감싸라
리더십의 로맨스(Romance of Leadership, 리더십을 너무 믿은 나머지 모든 것을 리더십 탓으로 돌리는 현상-옮긴이)에 관한 제임스 마인들의 연구에 따르면, 리더들은 부하, 보스, 외부인들에게서 실제보다 훨씬 크게 공을 인정받거나 혹은 비난을 받는다. 제임스 마인들은 대부분의 언론인, 경영 전문가, 컨설턴트, 직원들이 사실과 상관없이 우두머리에게 초인간적 권력이 있다고 여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듯 뿌리 깊은 인지적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리더십을 성과 창출의 주된 원인으로 다루는 것이 편리하고 감정적으로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적어도 복잡하게 뒤엉킨 요인들을 샅샅이 훑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간단하다. 게다가 리더에 관한 이야기는 생생하고 흥미롭지만 실패의 원인과 성과를 내는 실제 요소들을 묵묵히 파헤치는 것은 지루하고 힘들다. 그래서 모든 영광과 비난의 몫을 보스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현명한 보스들은 리더십의 로맨스 현상을 자신이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한다. 그들은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환상을 증폭시킨다. 가구업체 허먼 밀러의 전 CEO 맥스 디프리가 말한 대로 "리더의 첫 번째 임무는 현실을 정의하는 것"이다. 어쨌든 재능 있는 보스들은 심리적인 수단을 사용해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사기꾼일 따름이다. 여기에 반전이 있다. 보스들은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환상을 강화함으로써 실제로 주도권을 강화한다. 여기에는 부하들의 업무, 그들이 느끼는 기분, 그리고 외부에 의한 평가까지 포함된다.
GO의 빌 캠벨이 겪은 경험을 살펴보자. 캠벨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존경받는 보스이자 멘토이다. 한때 컬럼비아 대학 풋볼팀의 수석코치였기 때문에 코치라는 애칭이 붙었다. 클라리스의 창립 CEO였고, 인튜이트의 회장이자 애플 이사회의 임원으로서 지금껏 성장가도를 걷는 여러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구글 경영진과 넷스케이프의 공동창립자 마크 앤드리슨 등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보스 수십 명의 멘토이기도 하다. 캠벨은 스티브 잡스의 가장 믿음직한 조언가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과 능력으로도 1990년대 초에 경영하던 펜 기반 컴퓨팅 기업 GO는 구해내지 못했다.
GO는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존 도어로부터 후원을 받았고, 캠벨은 그의 능력에 확신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가 CEO때 팀을 떠난 팀원은 아무도 없었고, 이는 GO가 수직으로 추락하여 기어코 매각된 199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GO의 몰락은 기술이 아니라 제품을 위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탓이었다.
불길한 조짐이 보였는데도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곁에 남은 까닭은 뭘까? GO 최고경영진의 일원이던 랜디 코미사는 캠벨이 성공 방법을 찾는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았고, 모든 이가 팀과 회사를 위한 그의 헌신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캠벨은 언제나 열린 자세로 일했고, 리스크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회사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졌다. 전체 회의나 스태프 회의, 일대일 면담에서 모든 직원들과 함께 그들에게 닥친 문제에 관해 소통했다. 그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느꼈다. 씁쓸하게 끝난 막판까지 캠벨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직원들은 심지어 회사가 매각될 무렵에도 그들이 캠벨을 필요로 하면 언제나 그의 곁에 와줄 거라고 믿었다. 캠벨과 존 도어는 가능한 한 많은 일자리를 남기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어떤 배당도 남기지 않고 회사를 AT&T에 매각했다. 그 후에도 해고된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몇 달을 보냈다.
훌륭한 보스는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감을 비롯한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그러나 성공에는 확실한 길이란 없다. 만약 당신에게 성공의 만병통치약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짓말쟁이다.
자신 있게 행동하고 기꺼이 물러서라
굿 보스는 자신감 과잉의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춤을 춘다. 그러나 건전한 자기 반성과 겸손함이 있다면 아집에 빠지는 함정을 피할 수 있다. 균형을 잡는 데 실패한 보스들은 무능하고, 같이 일하기 위험하며, 천박한 존재가 될 뿐이다.
용서하고 기억하라
심리적 안정감은 사람들이 조롱받거나, 처벌받거나, 해고당할 거라는 두려움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는 열쇠다.
나는 한 대형 미디어 기업에서 심리적 안정감의 힘을 확인했다. 어떤 임원이 새 잡지를 출간하는 데 1년 동안 공을 들였다. 그러나 사업은 실패했고, 이는 예전 체제에서는 좌천이나 강등, 해고로 이어질 사안이었다. 그런데 그 회사의 CEO는 사내에서 두려움을 몰아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영진을 모두 불러서는 실패한 간부의 용기와 기량을 추켜세웠다. 잘못된 일이었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추진했다는 내용이었다. CEO는 그 불운한 결정이 단지 그 임원의 탓만은 아니며 경영진이 그 결정을 지지했으며, 잡지는 훌륭한 콘텐츠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그 후에 나와 이야기를 나눈 회사의 중역들은 모두 CEO의 행동이 두려움을 몰아내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로서, 분수령을 이룬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 CEO의 말과 행동은 "부하들이 실수를 저지르거나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대신한다. 제프 페퍼와 나는 실패에 대처하는 세 가지 종류의 반응이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장본인을 기억하고, 비난하고, 모욕하고, 심지어는 내쫓는 것이다. 나는 이런 방식을 스탠퍼드 대학 주변의 여러 기업에서 목격한 바 있어서 이를 실리콘밸리 표준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호의적이기는 하지만 무능한 보스들이 취하는데, 즉 "용서하고 잊어버려라"라는 태도이다. 이것은 10대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방식이다. 세 번째 태도는 우리가 딸아이에게 사용하려는 방식으로, 안정감과 신뢰감을 만들어내는 보스들이 사용한다. 바로 "용서하고 기억하라"라는 태도이다. 이 문구는 좋은 병원들이 실수를 통해 배우는 방식에서 유래했고, 에드먼슨의 연구에서 훌륭한 리더들이 하는 행동과 미디어 기업 CEO가 실패한 잡지에 취한 행동에 나타나 있다. 그들은 모두 실패를 비난하기보다는 학습을 위한 기회로 삼았다.
실패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는가
굿 보스는 사람들이 아직은 뒤엉킨 채 설익은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실험하며, 실패를 해도 조롱이나 처벌, 배척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어 집단의 상상력에 불을 붙인다. 그곳에서는 실패해도 아무도 해를 입지 않는다.
이것이 IDEO의 디에고 로드리게스가 보스들에게 더 많은 창의력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실패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는가?" 창의성에는 비록 당장 실용화하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대부분 폐기된다. 이런 과정이 엉뚱한 보스의 손에 들어가면, 별로 뛰어나지 않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부하들을 당황시키고, 억압할 뿐 아니라, 선택받고 개발되어 시장에 나가는 아이디어의 질까지 저하시킨다.
말은 그만하고 움직여라
똑똑한 말의 함정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보스와 부하들이 모두 지당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지만, 정작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제프 페퍼와 나는 10여 년 전에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에서 이런 병폐에 관해 썼고, 그 후로도 사제, 요리사, NFL 임원에서부터 비영리기관, 신생 기업,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CEO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류의 보스들을 만나서 그 원인과 대처 방안을 연구했다. 모든 부류의 보스들은 하나같이 똑똑한 말의 함정을 곧바로 깨닫고, 우리에게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들을 지적했다. 뛰어난 보스들조차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실패할 때가 있다. 이러한 아는 것과 실제 행동의 격차는 조직 생활에서 늘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에 대처하는 굿 보스와 배드 보스의 태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배드 보스는 자신이 늘 실천을 가로막고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굿 보스는 이를 타개할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려 한다.
말하기 전에 관찰하고 물어라
보스인 당신은 어떤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누가 가장 말을 많이(그리고 적게) 하는지 관찰해서 부하들이 수다쟁이 리더십 이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적어도 서구 국가들에서는 대개 가장 먼저 말하고 가장 많은 발언을 독점하는 사람들이 남들에게 과도한 영향력을 휘두른다. 그들이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를 내뱉을 때조차도 말이다.
굿 보스는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부하들이 목소리도 못 내고 선뜻 나서지 못할 때도 있음을 예리하게 알아차린다. 아타리(초기 컴퓨터 게임 회사)의 창립자 놀란 부시넬은 "간혹 최고의 엔지니어가 가장 어눌하고 말수가 적을 때가 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부시넬은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뽑기 위해, 그리고 그들에게서 최대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말보다 행동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말수가 적을 때 보스가 할 일은 바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간단하게, 구체적으로, 반복해서
허드슨 강의 기적을 떠올려보자. 뉴욕 시에서 고장 난 에어버스 A320이 강에 불시착한 사건 말이다. 설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기장 체슬리 설렌버그 3세가 큰 공을 차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기적에는 베테랑 승무원들도 한몫했다. 1549호기가 추락할 때, 승무원들은 한 목소리로 승객들에게 외쳤다. "침착하세요.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엎드리세요." 승무원들이 이렇게 침착하게 행동한 덕분에, 이 사건에서 한 명도 부상을 입지 않았다.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안내는 비상시에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의 말로 부하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고 싶은 보스들도 이를 익혀야 한다. 보스들이 부하들에게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과 시점을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은 큰 효과를 발휘한다.
평가표는 짧을수록 좋다
단순함을 추구하려면 지시 사항을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해야 한다. 제프 페퍼와 내가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에서 지적한 것처럼, 오티스 레딩 문제로 곤란을 겪는 조직이 너무나 많다. 그 책에서 우리는 이렇게 썼다.
"오티스 레딩이 부른 <부둣가에 앉아(Sitting By the Dock of the Bay)>의 가사를 떠올려보라. 열 사람이 하라고 말하니 난 할 수가 없네, 그래서 그냥 이대로 있기로 했지. 이것은 바로 너무 많은 지시 사항이 앞에 있을 때 생기는 문제다. 부하들은 모든 지시 사항을 처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따라서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바라는 것이나, 중요해 보이는 한두 가지 일, 혹은 자기에게 보상을 안겨줄 일만 하게 된다."
그렇지만 오티스 레딩 문제는 몇 가지 핵심 지표만 주고 부하들에게 앞으로의 방향만 알려주면 해결이 가능하다. 다비타의 COO 조 멜로가 바로 그런 일을 해냈다. 다비타는 미국에서 1,200곳이 넘는 신장투석센터를 운영하며, 3만 명이 넘는 직원이 10만 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멜로가 회사에서 오티스 레딩 문제로 곤란을 겪는 부서가 있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멜로는 내게 이런 글을 보내왔다. "우리는 42가지 중대 지표를 정말 정말 중요한 9개의 지표로 줄였습니다. 그제야 일이 진척되더군요!"
조 멜로의 자세는 훌륭한 보스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는 수많은 지표를 줄였을 뿐 아니라, 행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발견했을 때 그저 말로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악역일 때조차 당신은 보스다
모든 보스는 부하들을 당황하게 만들거나 상처를 주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부하 직원을 징계하거나 해고해야 하고, 지출 요청을 자르거나, 인수 합병, 대량 해고, 직장 폐쇄 등을 단행하는 것도 보스로서 해야 할 일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라
굿 보스는 아예 설명을 하지 않기보다는 내키지 않더라도 설명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점을 알고 있다. 50여 건이 넘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임금 삭감, 대량 해고, 인수 합병 등 커다란 동요를 일으키는 변화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 직원들이 화를 내거나 불안해하거나, 앙갚음을 하거나 퇴사하거나, 물건을 훔치거나 일을 게을리하는 경향이 줄어든다.
설명의 힘은 인수 합병 소식을 듣고 두 제조공장 직원들이 보인 반응에 대한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 직원들은 경영진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남아도는 설비와 일자리를 없애야 한다"고 알려왔을 때 특히 당혹감에 빠졌다. 두 공장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고, 규모도 거의 비슷하며, 인력 구성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 무시무시한 소식이 발표된 두에 사측이 시도한 의사소통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 후 석 달 동안, 한 공장에서는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 다른 공장에서는 폭넓은 의사소통 프로그램이 실시되었다. 공장장이 매주 모든 부서의 관리자와 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면담을 하고 질문에 대답했다. 이 공장에서는 합병 진행 상황이 실린 주간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핫라인을 개설했다. 공장장은 전근이나 해고의 대상자가 된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연구 결과, 의사소통이 잘된 공장의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자신의 업무에 더 몰두했으며, 업무 성과도 좋았다. 반면에 다른 공장에서는 그런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보스가 부하들에게 영향을 주는 나쁜 사태를 막을 수는 없을지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왜 벌어지는지를 신중하게 설명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이 연구는 직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납득시키면, 직원들에게 피해가 덜 가게 할 나머지 세 가지 방법도 좀 더 잘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원들의 질문에 대한 경영진의 신속하고 세심한 반응은 직원들이 향후 상황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은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상황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또한 경영진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과 자주 대면하며 그들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고 더 배려할 수 있게 되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선택권을 줘라
설령 궁극적인 운명을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해도, 스스로 삶의 일정 측면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것이 보스에게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부하들에게 나쁜 일이 언제 어떻게 생길지에 대해 일정한 주도권을 부여한다면, 당신이 하려는 궂은일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입힐 것이다.
나는 매년 10∼20퍼센트의 인력을 내쫓을 만큼 강도 높은 성과 수준을 강요하는 기업에 컨설팅을 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나본 그 회사의 퇴직자들은 거의 대부분 그 회사를 존경했고, 거기서 보낸 시간을 소중히 여겼으며, 예전 상사에 대해 적대감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다지 감정적이 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먼저 그 회사의 보스는 어떤 직원에게 해고 대상자임을 친절하되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그 직원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기를 원하며 그러기 위해 회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해 굉장히 공을 들여 의논했다.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일을 피할 수 없지만, 다른 곳에서 해고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고통을 덜 겪는다. 왜냐하면 그 회사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로 갈지, 어떻게 떠날지, 그리고 (합리적인 선에서) 언제 떠날지에 대해 상당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악역을 맡았을 때 꼭 지켜야 할 12가지 행동 원칙
1. 고통스런 결정과 행동을 미루지 마라. 그 문제가 그냥 사라져버리거나 다른 누군가가 당신 대신 그 일을 처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2. 부하들이 당신과 당신이 수행하는 악역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당신은 전혀 모른다고 생각해라.
3. 악역을 맡아라. 당신이 못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시켜라.
4.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부하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알려라.
5. 그 일이 왜 필요한지 미리미리 그리고 자주 설명하라.
6. 그들에게 닥칠 일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그 방식을 고민해라.
7. 당신이 맡은 악역에 희생양이 된 부하들을 모욕하거나 멸시하거나 헐뜯지 마라.
8. 시행하기 전에 그 일이 진정 필요한지 따져봐야 하지 않는지 스스로에게 그리고 동료 보스들에게 물어보라.
9. 직원들에게 헛소리나 거짓말을 하지 마라.
10. 입 다물고 잠자코 있어라. 민감하거나 기밀인 정보를 누설하면 직원들과 조직뿐 아니라 당신 자신을 해칠 수 있다.
11. 당신이 악역을 맡아 수행하는 일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직원들에게 사적으로 앙갚음하는 비열한 짓은 삼가라.
12. 당신이 악역을 똑바로 수행할 능력이 없으면 아예 시도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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