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기업가, 정치가, 게릴라, 공무원, 지역사회 활동가,노동조합, 성직자들과 함께 워크숍을 열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법을 발견해 나갔다. 그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조직학습과 시나리오 경영에 대한이론뿐만 아니라, 워크숍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얻어낸 생산적 대화를 이끄는 노하우에 대해서 폭넓게 제시한다. 조직학습 이론은 구성원이 지식을창출하고 조직을 혁신할 수 있다는 경영이론이며, 시나리오 기법은 다양한 정보들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경영전략을 세우는것이다.
■ 저자 아담 카헤인
「Fast Company」지의"앞서가는 인물(Who"s fast)"에 선정된 16명 중 한 명으로, 조셉 자보르스키, 빌 오브라이언과 함께 제네론 컨설팅사와글로벌리더십연구소의 창업자이다.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기업가, 정치가, 게릴라, 공무원, 지역사회 활동가, 노동조합, 성직자들과 함께워크숍을 개최하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진행자로서 일을 해왔다. 1990년 초까지 로열더치쉘에서 사회, 정치, 경제, 기술 분야의 시나리오를작성하는 팀의 수석으로 일했고, 로열더치쉘 입사 전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사,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과 발전을 위한 기구,비엔나에 있는 응용시스템 분석을 위한 국제연구소, 도쿄에 있는 에너지경제연구소, 그리고 토론토 대학,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웨스턴 케이프대학에서 전략가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1991년과 1992년에 몽플레 시나리오 기획을 진행했다. 이후, 세계의 갈등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대화하고 활동하는 세미나 과정을 이끌었다. 또한 세계화위원회, 리더십과 대화를 연구하는 아스펜연구소, 조직학습학회,세계리더십네트워크, 세계비즈니스네트워크의 일원이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에서 물리학 학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에너지와자원경제로, 그리고 베스티 대학에서 응용행동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하버드 로스쿨에서 협상학을 공부했고, 마구에릿 부르져와 음악원에서첼로 연주를 배웠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이지만, 현재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보스턴과 케이프타운에서 살고 있다.
■ 역자 류가미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문학과 사회 봄호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라디오』『거미 여인의 집』『아이온』이 있으며, 번역서로서는 『마법의책』『내 주머니 속의 다이아몬드』『융, 중년을 말하다』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감사의 글
프롤로그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
PART1 : 어려운 문제들
올바른 해답은 꼭 하나뿐일까?
세상을바라보다
기적의 조건
PART2 : 말하기
한 발도 양보하지 않고맞서기
지시하기
예의바르게 말하기
큰 소리로 말하기
그러나 말하기만으로는 부족하다
PART3 : 듣기
열린마음
반성
감정이입
PART4 : 새로운 현실 창조하기
껍질을 깨고나오다
움켜쥔 주먹과 감싸는 손바닥
전체가 되기 위한 상처
에필로그: 열려 있는길
참고자료
통합의 리더십
프롤로그 :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
불행하게도 어려운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물론 해결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고질적으로 만성화되거나 힘에 의해 강제로 해결된다. 가족, 조직,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여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또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어려운 문제를 놓고 서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대화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실패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방식은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자신의 말이 진리이기 때문에 꼭 자신이 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좀처럼 세상에 다른 진리가 있고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우리가 듣는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듣기가 아니다. 우리는 타인의 말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말만 듣는다. 이런 식의 말하기와 듣기로도 단순한 문제들은 풀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함께 창조적으로 그 문제를 이해하고 개선시켜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말하기와 듣기 방식으로는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방식과는 다른, 보다 새롭고 열린 방식의 말하기와 듣기를 배울 필요가 있다.
25년 동안, 세계 곳곳을 오가면서 회사와 정부, 시민사회단체의 지도자 집단 등 서로 다른 조직에 속한 지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과정을 도우면서,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성공하는지, 혹은 실패하는지를 봐왔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얻은 해결방법은 어떤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열린 태도로 일을 할수록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었으며, 방어기제를 풀고 자신을 열수록 더 나은 미래가 태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ART1 : 어려운 문제들
기적의 조건
1990년, 드 클리크가 이끄는 소수 백인 정부는 이십 년 동안 감금해온 넬슨 만델라를 석방했다. 그리고 동시에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 민족회의(African National Congress, ANC)를 포함한, 다른 흑인반대 세력이 세운 정당들을 합법적으로 인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정치 세력들 중 하나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권위적인 인종분리주의 정책에서 민족들이 서로 평등하게 공존하는 민주주의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 평화적으로 협상하고 있었다.
이 전례 없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시나리오가 꼭 필요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나리오 기획에 내가 참여하게 되었다. 1991년 9월, 나는 시나리오 기획팀의 첫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케이프타운으로 날아갔다. 워크숍 장소는 몽플레 컨퍼런스센터였다. 워크숍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공식적이지는 않았지만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과 앞으로 권력을 잡게 될 세력을 대표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워크숍에 초대된 사람들은 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축소판이었다. 워크숍 결과 4개의 시나리오가 나왔고, 이 시나리오들은 199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타조(Ostrich)였다. 이 시나리오는 차기에 정권을 잡은 백인 정부가 타조처럼 자신의 머리를 모래 속에 처박고 다수의 흑인들이 요구하는 협상안에 응하지 않는 경우를 그리고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레임덕(Lame Duck)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차기 정권에 약체 정부가 들어서 개혁이 미루어지는 경우를 그리고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카루스(Icarus)였다. 이 시나리오는 차기에 정권을 잡은 흑인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얻어 집권한다. 흑인 정부는 너무 이상적인 국가사업을 추진하다 재정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플라밍고들의 비행(Flight of the Flamingoes)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모든 중요한 세력들이 연합해 서로를 배타하지 않고 천천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4개의 시나리오는 이미 토론에 의해서 합의된 것이지만, 워크숍 참가자들은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자신이 속한 집단과 정치, 경제, 시민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지도자를 상대로 100번 이상의 워크숍을 벌여 사람들에게 4개의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토론하게 만들었다.
몽플레 기획은 아프리카민족회의와 다른 좌파 정당의 경제관념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몽플레 기획의 본질은 서로 다른 사회 배경을 가진, 진정으로 헌신하는 소수의 지도자들이 대화한 데 있다. 그들은 전 세계가 풀 수 없다고 단정한 어려운 문제를, 함께 모여앉아 왜 이런 문제가 생겼고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깊이 있게 이야기했다. 배후에 숨어 있는 실세나 권력자 대신 그들과 그들의 동료,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시민들과 함께 ‘모두가 잘살고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토론했다. 외부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문제의 본질 속으로 직접 들어갔다. 그런 이유로, 그 시나리오는 직접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4년간의 전환기를 끝내고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흑인 정부가 들어서고 새 헌법이 제정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극적인 변화가 큰 혼동 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고 신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몽플레 기획은 그런 대화 과정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보다 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했다.
이 일을 겪고 난 후,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 ‘인종분리주의 신드롬’이 퍼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리스터 스파크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관찰한 후 이렇게 말했다. "분리주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실패한 것은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분리주의는 실패하고 만다. 힘으로 인종을 분리하려는 곳을 제외하면 말이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은 분리주의를 극복하려고 투쟁한다. 그들은 복잡성이 높은 문제를 풀 수 있는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성공적인 변화와 해결책을 제시한 몽플레 기획은, 지구상의 한 귀퉁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리주의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과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PART2 : 말하기
한 발도 양보하지 않고 맞서기
1993년, 나는 쉘을 떠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해 제네론 컨설팅회사를 만들었다. 그 당시 몽플레 기획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각처에 있는 회사, 정부, 시민단체들이 그들이 겪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그들을 돕기 위해 십 년 동안 전 세계를 뛰어다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평화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힌트들을 하나씩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마음을 닫는다면 어떤 워크숍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마음을 열면 맡은 일을 잘해낼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러나 마음을 연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미묘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지시하기
교착상태에 빠진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그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이 서로 자기 주장을 말하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주장을 들어야 한다. 말하기와 듣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방식의 말하기와 듣기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파라과이의 문제를 보면서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의사소통이 무엇인지 경험했다. 1954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는 감금, 고문, 살인, 정치 숙청, 부정선거를 통해서 35년간 권력을 유지했다. 1989년 그가 물러나자 파라과이는 흥분과 낙관주의에 휩싸였지만 얼마 못 가서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보게 된다. 수많은 국가기관들이 이미 부패했기 때문이다.
나는 파라과이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 나라에서 가장 마음이 열려 있고 공익에 관심 있는 정치가, 사회운동가, 사업가, 장군, 판사, 기자, 지식인, 농부, 학생 등 45명이 워크숍에 참여했다. 그러나 참가자 대부분은 매우 의심이 많고 냉소적인 비관론자들인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상당히 주저했다. 대화는 한동안 제자리를 맴돌았다. 합의사항을 지키지도 않았고,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다.
독재 치하에서 독재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결과 비관주의와 냉소주의에 젖는다.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스스로를 관리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지켜내는 것을 주저한다. 독재에서 벗어난 후에도 이런 태도는 천천히 힘겹게 변한다. 그 변화가 너무 더딘 탓에 때때로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직의 권위주의 또한 억압과 유혹, 그리고 부패를 통해서 사람들을 침묵하게 하고 굴종하게 만든다. 나는 한 회사의 경영진과 함께 혁신 프로젝트를 만든 적이 있다. 그 회사는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 커뮤니케이션 기업 중 하나였다. 설립자이자 CEO는 명석한 사람이었지만 무척 저돌적이었다. 그곳 이사진들은 높은 급여를 받고 있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그를 찬양하는 동시에 두려워했다.
그것이 바로 기업에서 표출되는 또 하나의 인종분리주의 현상이다. 최고경영자는 기업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힘과 공포로 지배한다. 그 회사의 이사들은 상사가 했던 일을 그대로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되풀이했다. 회사가 계속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오로지 시스템이 매우 중앙집권적이고 CEO가 계속해서 시스템을 확장하는 뛰어난 전략들을 지시하기 때문이었다.
권위적인 사회나 조직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이렇다. 권력자가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조언자나 고문과 의논한 뒤 해결책을 내놓고 그것을 아랫사람에게 지시한다. 단순한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도 멋지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를 풀 때는 이런 권위적 해결방식이 쓸모없는 것이 된다.
1990년대 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얼마 뒤 세계적으로 유명한 컴퓨터 회사가 동구권에 상품을 팔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회사의 CEO는 적절한 세일즈 전략을 지시하는 데 실패했다. 사실 동구권의 컴퓨터 시장은 오래전에 공산주의 경제 기획자가 세운 정책 때문에 기대한 만큼 활성화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권의 컴퓨터 세일즈 전략은 그곳 전체의 상황을 모두 살핀 후에나 세울 수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였다. CEO는 판매 일선에 있는 직원들과 함께 동구권 시장이라는 전혀 다른 시스템과 접촉할 방법을 고민했어야만 했다. 이처럼 발생학적 복잡성이 높은 문제는 상황이 전개되어 나가는 것을 관찰하면서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또한 사회적 복잡성이 높은 시기에 세일즈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것은 문제의 당사자들, 회사의 본부와 동구권 지부의 직원들, 고객, 공급자, 그리고 정부관리 등이 참여할 때에만 풀릴 수 있는 문제였다.
PART3 : 듣기
열린 마음
만약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기꺼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는 일이라면, 마음을 열고 듣는 것은 흔쾌히 다른 사람에게서 오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나는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 들일 때 생기는 변화의 힘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공익사업에 관심이 많은 유력한 기업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휴스턴을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와 정치가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기업가들은 기업의 젊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뒤를 이어 휴스턴을 잘 이끌어나가기를 바랐다. 문제는 기업의 젊은 지도자들이 ‘도시의 아버지’가 되는 일에 그다지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업가들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모범적인 CEO와 전문가, 그리고 기업의 젊은 지도자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 밖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결정이라도 독선적으로 변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교외의 한 호텔에서 워크숍이 열렸다. 한적한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워크숍 분위기는 점점 침체되어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참가자들은 서로 비슷한 견해만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던 시인 베티 수 플라워즈가 회의장 맞은편에 있는 무도회장에서 문신한 사람들의 집회가 크고 떠들썩하게 열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보이는 곳마다 문신을 한 남녀들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집회 내내 커다란 록 음악이 쿵쾅거렸다.
그녀는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다음 휴식 시간에 복도를 거슬러 올라가 문신한 사람들의 집회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거기서 문신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후,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와 그들에게서 배운 것을 말해보자고 했다. 놀라운 것은 문신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들의 마음이 마법처럼 열렸다는 것이다. 참가자들 중 많은 이들이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휴스턴에서 아웃사이더로 취급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웃사이더와 비슷하다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휴스턴의 다른 측면을 이해했다.
문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팀 전체의 작업을 바꾸어 놓았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다음 회의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했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도시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는 것만큼 도시를 이끌어나갈 방법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이은 회의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그들은 더 이상 몇 명 안 되는 거대 기업의 백인 CEO들이 사업공동체를 이끌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두 가지 핵심과제를 정했다. 그중 하나는 사업가라도 거대 기업의 백인 남성 CEO뿐만 아니라 여성 사업가, 소수민족 사업가, 규모가 작은 회사의 사업가를 포함시켜 동아리를 넓히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정치가와 공무원, 시민사회 지도자들의 협력을 현재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방식으로 휴스턴의 미래를 창조하는, 야심찬 시도를 지지하는 ‘도시의 아버지’가 되었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복잡한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역학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친숙한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낯선 소수파의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심지어 그들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범위를 깨고 나와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것은 모든 창조의 바탕이다.
PART4 : 새로운 현실 창조하기
껍질을 깨고 나오다
나는 난장판이 된 아르헨티나에서 ‘생산적 대화’가 어떤 것인지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2001년 12월, 3년 동안 실업률이 솟구치는 심각한 불경기를 견디지 못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시위를 일으켰다. 시위는 폭동과 약탈로 변해갔고 결국 선거로 선출된 정부가 실각하게 되었다. 2주 동안 대통령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는 한 달 동안, 사정은 점점 더 나빠져만 갔다. 화폐 가치가 떨어져 결국 국가 부도를 맞았다.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 중에 높은 생활수준을 자랑하던 아르헨티나는 갑자기 인구 중 절반이 빈민으로 전락하고 4분의 1이 극빈자가 되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정치 지도자들은 아르헨티나를 되살리는 긴급 복구 프로그램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폐쇄적이고 당파적이고 타협할 줄 몰랐다. 그들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어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위기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합의하지 못했다.
2002년 2월, 체념하거나 절대 권력을 기다리는 신앙에 젖어 있을 때 조금 더 열려 있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아르헨티나인들이 있었다. 소수의 시민단체가 정부와 가톨릭교회와 UN발전프로그램(United Nations Development)의 지원을 얻어서, ‘아르헨티나인의 대화(Argentine Dialogue)라고 불리는 새로운 과정을 만들었다. 그들은 아르헨티나의 위기에 대해서 말하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 실천하기 위해 각 사회단체의 지도자들 100명을 소집해 여러 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아르헨티나인의 대화’의 주최자들은 내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그 일에 뛰어들기로 했다. 2002년 9월, 3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50명의 지도자들은 사법 시스템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극적인 진전을 보였다.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워크숍 참가자들이 자신의 말하기와 듣기 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변호사와 판사 집단답게 모임에 오기 전부터,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펼칠지 그리고 상대편의 주장에 어떻게 반박할지 준비해놓고 있었다. 초반만 해도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이 나설 차례가 오기를, 그들이 속한 조직의 메시지를 전할 차례가 오기를, 이미 머릿속에 작성한 연설을 할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워크숍에 익숙해지고 작업에 흥미를 느끼고 진행에 몰두하게 됨에 따라 그들은 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물론 3일간의 워크숍으로 사법 시스템 개혁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래되고 위험한 분리주의 신드롬으로 고통받는 낡은 시스템을 새롭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세 단계의 대화를 거쳐 새로운 해결책을 생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첫 번째는 ‘분열(diverged) 단계다. 이 단계에서 그들은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놓았다. 두 번째는 ’출현(emerged) 단계다. 이 단계에서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인식했다. 세 번째 단계는 ‘집중(converged)이다. 이 단계에서 그들은 틀을 만들고 행동계획을 세웠다.
워크숍 팀은 두 번째 ‘출현’ 단계에서 불편함과 초조함을 느꼈다고 했다. 변호사와 판사 출신답게 정해진 순서대로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고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선형적 문제해결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나는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에게 이런 세 단계의 대화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다른 시나리오 작가들과 함께 일할 때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불쑥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것이 당신이 말한 ‘출현’ 단계입니다. 우리는 이 단계를 ‘굽기(cooking)라고 부르죠. 새로운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왔지만 우리는 누가 그 아이디어를 말했는지, 그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답니다.”
‘출현’ 단계로 넘어가자, 참가자들은 갑자기 저녁 토론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가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자, 불쑥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날 밤 참가자들은 주의 깊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했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런 분위기 탓에 매우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통해서 두 가지 결정적인 현상이 그들에게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은 인간이며 주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째, 개인의 입장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체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제가 되는 사법 시스템의 일부인 자신과 워크숍 팀의 역할을 이해했다.보통 이런 일은 열린 대화를 나눌 때 일어나지만, 사람들이 개인적이 이야기를 할 때도 일어난다. 사람들이 집단 앞에서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게 된다. 참가자들은 잘못된 사법 시스템 때문에 그들이 당해야 했던 고통에 대해서 말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함께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헌신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커다란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 전체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
에필로그: 열려 있는 길
우리는 어떻게 힘을 사용하지 않고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그러나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기 위해 지금의 문제와 분열을 만들었던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만 한다. 끊임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것과 객관적으로 상대와 논쟁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생산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닫힌 길에서 벗어나 열려 있는 길로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듣기와 말하기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 대화 태도를 변화시킬 10가지 방법이 있다.
① 자신의 존재 방식과 말하기와 듣기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라.
② 당당하게 말하라.
③ 모든 것에 대한 진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④ 조직 안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라.
⑤ 조직 안에서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고민하라.
⑥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정을 이입하라.
⑦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모두를 포함하는 커다란 전체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⑧ 말하기를 멈춰라. 대신 문제 옆에 캠프를 쳐라. 그리고 해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
⑨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존재하라.
⑩ 앞에 나온 방법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라.
모든 개척자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열린 방법을 통해 문제를 푼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때로 열린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열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것에는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인간의 모든 해결책들이 그렇듯 이것 또한 모든 문제를 푸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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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희망은 열린 방식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