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평사원으로 시작해 매출 100조 일본 최대 유통회사
세븐&아이홀딩스를 일궈낸 불패(不敗) 신화의 주인공
스즈키 도시후미가 40년간 거르지 않는 단 한 가지 경영 습관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스즈키 도시후미가 일을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의 성공 경영 일대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혁신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민감한 촉수와 기존 상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발상과 놀랍도록 대담한 추진력 덕분이다. 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변화를 기회로 바꾸는 습관의 힘이다.
혁신은 ‘세상의 변화를 읽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변화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화를 읽어냈다면 그 속에서 ‘대응’ 방법까지 생각해내어 ‘실행’으로 연결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비즈니스의 싹이 돋는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최고경영자가 가져야 할 경영습관에 대해 간명하게 핵심을 전달하면서도 강한 울림을 남기는 스즈키 도시후미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저자 스즈키 도시후미
저자 스즈키 도시후미 Suzuki Toshifumi는 주오(中央)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도쿄출판판매(현 도한)를 거쳐 이토요카도에 입사했다. 1973년 주위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내 벤처로 세븐일레븐재팬을 설립한 이후 상식 파괴와 발상의 전환으로 불패신화를 이끌며 일본 소매업 부문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경영난에 빠진 세븐일레븐 모회사인 사우스랜드를 역으로 인수하였고, 2005년 이토요카도와 데니즈를 인수 합병하여 세븐&아이 홀딩스 회장에 올랐다. 이후 세이부 백화점과 소고 백화점을 차례로 인수함으로써 편의점·대형마트·백화점을 포함, 전 세계 총 6만여 개의 매장과 총매출 100조에 이르는 일본 최대 유통그룹으로 성장했다. 경제단체연합회 부회장, 경제전략회의 위원을 비롯한 각종 심의회위원 등을 역임했다.
■ 역자 김진연
역자 김진연은 성신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국제회의동시통역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시대가 만든 천재, 손정의 천재가 만든 시대, 소프트 뱅크』 『절대 성공자의 88가지 방법』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따라하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 매뉴얼』 등이 있다.
■ 차례
글을 시작하며
제1장 ‘상식’을 부정하라
제2장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마라
제3장 모두가 반대하는 일은 성공한다
제4장 시대에 맞는 ‘질’을 추구하라
제5장 소비는 심리다
제6장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경영하라
제7장 기본은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제8장 고객 니즈의 변화에서 눈을 떼지 마라
글을 마치며
경영자가 가져야 할 단 한 가지 습관
상식을 부정하라
사내의 맹렬한 반대 속에서 밀고 나가다
사우스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자 사내에서 맹렬한 반대가 일었다. 슈퍼마켓의 진출로 대부분의 중소소매점이 쇠퇴하고 있는 마당에 그런 소형상점이 잘될 리가 없다.는 게 경영진을 비롯한 대부분 직원들의 생각이었다. 사외 업계관계자들조차도 똑같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소형상점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종업원을 확보하려면 영업시간을 저녁 6시까지로 단축하고 일요일에 휴업해야 한다고 규제했다. 하지만 여기에 고객의 사정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고객의 편의를 무시한 채 생산성이 올라갈 리가 없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시장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가게 문을 열자마자 금세 품절되었던 주력 상품들이 이제는 시간이 지나고 팔리지 않은 채 계속 진열대에 남아 있었다. 고객은 저렴한 가격만을 원하지 않는다., 이제는 값싼 상품을 진열해놓기만 해도 잘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소소매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중소소매점은 대형마트와의 정면승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무언가 중소소매점만의 다른 점을 무기 삼아 이익을 내야 한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도미넌트 전략을 고수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대형마트의 진출로 중소소매점이 쇠퇴하는 도식을 바꾸어 양자가 공존공영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일본에 세븐일레븐을 들여오고자 했다. 따라서 그때까지의 개인상점과는 달리 생산성 향상이나 상품가치 향상에 주력하며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나갔다.
가장 먼저 상품 구매 단위를 작게 하는 소량 배송 시스템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했다. 1호점을 오픈했을 때 가장 난감했던 일은 산더미 같이 쌓인 재고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도매상에서 대량 로트(lot)로 묶음상품을 구매하고, 재고가 없어지지 않는 한 다시 살 수 없는 상관습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가다가는 가게는 점점 불량 재고만 떠안게 되고 매출은 늘어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구매 상품 수량을 줄이는 게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편의점은 연중무휴로 영업한다. 정초의 연휴 기간인 정월(正月. 일본의 설 연휴)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정월에 상품을 배송해달라고 요청하면 모든 거래처가 배송을 거부했다. 정월에는 쉬는 것이 당연했던 업계 입장에서 보면 세븐일레븐은 또다시 비상식적인 업체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세븐일레븐을 찾는 고객에게 일 년 내내 맛있고 신선한 상품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원동력이 되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배송해달라고 요청했다. 창업한 지 2년 후에 드디어 처음으로 야마자키제빵이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주었다.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마라
관점을 바꿔가며 몇 번이고
회의체도 많은 데다 내가 매번 참석까지 하는 것을 보며 때마다 사원들에게 해줄 말이 참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한다. 꼭 전달해야 할 내용을 기조로 삼고 그때그때 때에 맞는 몇몇 정보를 추가하는 정도이다. 중심이 되는 내용은 기본적인 것들이다.
첫째, 상품별 동향을 꼼꼼하게 파악하여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철저히 검증하면서 발주의 정밀도를 높여나가는 단품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둘째, 고객의 니즈가 변화하는 데 대응하여 우리도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기본사항은 세븐일레븐이 계속 성장해나가는 기업으로 있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그 중요성을 관점을 바꿔가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똑같은 이야기잖아!"라며 질려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몇 십 년 동안 최고경영자가 바로 자기들 눈앞에서 엄한 목소리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것을 보다 보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원들 마음속에 최고경영자가 이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일이라면 상당히 중요한 일일 거야!라는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장사란 기본을 잊지 않고 묵묵히 실행해나가는 지루한 작업이다. 착실히 끈기 있게 일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지녀야 막상 무슨 일이 닥쳤을 때 창조적인 변혁에 도전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사원들이 최고경영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를 바라는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사내에서 직접소통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면 사원 모두가 이념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매스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븐일레븐에 취재를 가면 모든 사원이 스즈키 회장과 마찬가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맹점 점주들은 물론 제조를 담당하는 벤더들도 똑같은 말을 한다."
40년 동안이나 똑같은 이야기를 회사의 방침으로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왔으니 간부의 사고방식 또한 자연스럽게 나와 같아졌을 테고, 간부도 그 사고방식으로 부하 직원을 지도했을 것이다. 그러니 세븐일레븐이 사원 모두가 경영에 관해 최고경영자인 나와 똑같은 생각을 지니고 발맞추어가며 일하는 기업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가끔 느닷없이 간부들을 회장실로 불러 회의를 하기도 한다. 간부들 입장에서 보면 내가 일일이 확인하는 행동이 기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정도의 일이라면 보나마나 실패하고 만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무 내용에 관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그 즉시 대답할 수 있어야 마음이 들어가 있으니 기대할 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성장을 멈추지 않는 이상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은 멈출 수 없는 일이다.
시대에 맞는 질을 추구하라
저렴함보다 부가가치를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본업이 아닌 것에서 활로를 찾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변화가 극심한 시대이기에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단 본래 해야 할 일을 등한시한 상태에서라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해도 잘될 리가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세븐일레븐은 고객의 니즈가 달라지는 방향과 속도를 살피고 대응하며 스스로 변화해나가는 기업이다. 편의점에 비치한 상품의 종류만 해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나이 드신 분이나 바쁜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생활필수품을 가까운 곳에서 사고 싶다.는 니즈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안정성이 검증된 반찬이나 작게 자른 채소 등 매일매일 식탁에 오르는 상품의 종류를 강화했다. 생활필수품이 많아진 탓에 슈퍼마켓 같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세븐일레븐이 슈퍼마켓이 되는 일은 없다. 세븐일레븐은 앞으로도 쭉 편의점으로 존재할 것이다.
상품 구성이나 서비스 내용이 시대와 함께 변해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대에 맞는 가치를 창조하여 지속적으로 제공해나간다는 기본 방침은 세븐일레븐 창업 이래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가치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질로 평가된다. 나는 처음부터 가격으로 승부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창업 당시부터 꾸준히 독자적인 상품을 만들어왔지만, 상품을 개발할 때 무조건 비용을 적게 들여 만들라고 지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비즈니스에서 성공은 고객의 신뢰에서 출발하고, 신뢰는 가치가 느껴지는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질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가치를 느낄 수 없는 상품은 고객들에게 꾸준히 선택받지 못한다.
팀 머천다이징 기법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또 하나의 큰 포인트는 상품개발력이다. 세븐일레븐에는 특히 식품개발에 관해서는 절대 굽히지 않는 판단 기준이 있다. 바로 맛이다. 상품개발을 담당하는 사원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임원 모두가 상품을 시식해보고 맛있다고 느끼면 신상품으로 발매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만, 맛이 없으면 절대 허락하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만들게 한다. 하루에 몇 천, 몇 만 개씩 대량으로 상품을 제조한다 해도 절대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돈을 받고 파는 이상 만드는 이가 맛을 추구하는 데 안일해서는 안 된다. 제조자 측의 안이함은 내일의 고객을 놓치는 일로 이어진다.
미각은 미묘한 것이라거나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만드는 측의 변명에 불과하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철저하게 만들었는데도 원하던 맛이 나지 않는다면 기업의 성장을 위해 판매하지 않는 편이 낫다.
상품 하나도 철저하게 만들기 위해 세븐일레븐은 상품을 개발할 때 팀 머천다이징(Team Merchandising)이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세븐은행 설립과 분야는 다르지만, 각 부문 전문가의 지혜를 모은다.는 기본적인 발상은 같다. 세븐일레븐 상품본부 MD(merchandiser, 상품개발 담당자)를 중심으로 원료, 자재, 제조를 맡는 각 제조업체와 벤더의 담당자로 상품개발팀을 구성하여 기획 입안에서 상품화까지 추진하는 방식이다. MD가 밥, 면, 샐러드, 빵, 디저트, 음료 등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담당 팀을 만들어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상품을 개발한다.
소비는 심리다
물건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불황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이니 예전처럼 물건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요."
업종과 관계없이 기업 실적이 부진할 때면 쉽게 이처럼 생각하고 수긍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건 아니다. 만약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실적이 악화된다.는 법칙이 있다면 똑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 상승곡선을 그려온 세븐일레븐의 실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물건이 팔리지 않고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시대의 변화와 소비자 니즈의 변화에 대응하며 일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토요카도 사원이나 세븐일레븐 가맹점 점주들에게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설-실행-검증의 절차를 밟는 업무 방식을 반복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유통업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는 상황은 치명적이다. 하물며 편의점이라는 작은 가게에 팔리지 않는 물건만 잔뜩 진열되어 있다면 편의점의 존재 의의조차 위험해진다.
고객의 가치관은 어디?
고객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고객의 가치관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품경제가 붕괴되고 마을 여기저기에 할인점이 속속 들어서던 시대에는 고객의 가치관을 파악하기 쉬웠다. 그때는 싸다, 비싸다같은 가격을 중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특히 싼 가격의 경우 예전과 같은 감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갔다가는 실패하고 만다.
예전에는 같은 가격이라도 양을 늘리면 고객이 싸다고 느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인 지금은 많은 양에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오히려 홀로 살거나 단둘이 사는 세대가 늘어나면서 양이 적으면서 저렴한 상품이 좋다거나 양이 적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택하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가격은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설정해야 한다.
시장을 둘러보면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매일매일 신상품이나 유행 상품들이 연이어 나타났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리고, 또 다른 신상품이 쏟아진다. 어지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상품을 보고 있자면 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상품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품에만 인기가 집중되는 현상이 강해 소비가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획일화는 앞으로도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획일화의 배경에는 일본인의 소득 폭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좁다는 점, 의무교육 제도가 있어 국민의 문화수준 격차가 비교적 작다는 점 등 일본 특유의 경제적, 문화적 특성이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취급하는 상품 아이템 수만 점점 늘린다면 상품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어려워지니 결품이 생기고, 그 결과 기회손실이 발생하고 만다. 고객의 심리를 이해하고 니즈를 파악할 때는 표면으로 드러난 사상(事象)뿐 아니라 그 배경에까지 눈을 돌려야 한다. 항상 문제의식을 지니고 사회를 주시하지 않으면 본질을 놓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경영하라
현대판 심부름꾼 시스템으로
나는 시장이 구매자 중심으로 돌아섰을 때부터 당연히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판매자 쪽에서 먼저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 주문을 받아오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심부름꾼의 시대가 올 것이다.
가맹점 중에는 내 생각에 적극 찬성하여 공격적인 비즈니스를 활발히 펼쳐나가는 곳도 적지 않다. 예컨대 상권 내 고객을 먼저 찾아가 무언가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고 캠페인에 대해 안내하며 방문을 유도하는 식이다. 나중에 설명할 세븐안심배달이나 세븐편한배달같은 배달서비스도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이다. 인터넷으로 신청한 고객의 집을 방문하여 주문을 받고 배달하는 시스템 또한 현대판 심부름꾼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인터넷 판매를 어떻게 확대시켜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해나가느냐가 성장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사회의 상황이 바뀌면 과거에 아무리 탁월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더라도 그 즉시 백지로 되돌리고 새롭게 가설을 세워 다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가 많은 시대일수록 유연한 경영 능력이 중요해진다. 즉 아침에 내린 지시를 저녁에 고칠 수 있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경영도 필요하다.
얼굴을 아는 편의점 직원이 직접 배달하다
예상했던 대로 배달 키워드인 세븐 밀 서비스는 승승장구했다. 500엔(약 6,000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로 배송해주는 전략 등이 효력이 있어 회원 수가 약 40만 명까지 늘어났다. 세븐 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을 때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이 서비스를 확장해 세븐편한배달(이하 편한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도요타의 초소형 전기자동차로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식품 및 일용품을 고객의 자택에나 사무실로 배달해주는 서비스인데, 배송료는 무료였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2년에 일본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라 불리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을 찾는 손님들의 평균 연령도 약 40세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열 살이나 높아져 예전처럼 더는 편의점=젊은이들의 가게가 아닌 상황이었다.
편한배달 서비스에는 다른 곳과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편의점 직원이 직접 배달해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상품을 주문하면 상품 제조나 판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택배전문 업체 직원이 배달해주기 때문에 고객에게는 판매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편한배달 서비스는 자신이 들르는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늘 보던 점원이 직접 배달해주기 때문에 상품의 질을 의심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다. 또 편의점은 이미 친숙한 곳이라 "나중에 가져다줘요."라며 마음 편히 부탁하고 가게를 나올 수도 있다.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선 얼굴이 보이는 안도감이 적극적인 소비행동으로 이어지고, 구매자와 판매자를 더 강한 신뢰관계로 묶어주는 것이다.
직접 서비스를 실시하는 가맹점 점주들은 이 서비스에 장점이 아주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편의점에서 직접 고객을 찾아감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다음 소비로 이어지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공격적인 장사의 진가라 할 수 있다.
기본은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알아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세븐일레븐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세상의 변화에 주목하며 사원 모두가 문제의식을 지니고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고 검증하며 각각의 업무에 충실해왔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50년 동안 기업인으로 살아온 내 인생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어떤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아도 회피하며 과거로 되돌아간 적이 없었다. 오히려 다각적인 시점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어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왔고, 하루하루 착실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왔다.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동안 특히 유의해온 일은 바로 기업도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경험을 쌓고도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기업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순조로웠던 과거의 성공 경험에 얽매여 언제까지고 업무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기업. 둘째, 이것저것 기묘한 대책을 내놓으며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
첫 번째에 해당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니즈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도태되어 시장에서 잊혀지기 쉽다. 세상은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제까지 잘 팔리던 상품이 오늘은 갑자기 안 팔리는 시대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언제까지고 과거와 같은 경영방식을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두 번째 같은 기업이 많아졌다. 다양한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온 고객은 분명 새로운 것, 드문 것에 관심을 보이며 지갑을 연다. 하지만 고객의 마음은 판매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쉽게 변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묘한 대책으로 한순간 이익을 낼 수 있다 하더라도 본업을 중심으로 쌓아가며 현실적으로 장사하지 않는 한 기업이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며 오래 존속하기는 어렵다.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하는 치명적인 결점은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을 깨닫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든 생명체가 성장해가면서 나이를 먹듯이 기업 또한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기업의 성장속도에 맞춰 때마다 나이에 걸맞은 경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 방법은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오늘날의 고령자는 어딜 가도 어르신 대접을 받으려고 하던 예전과는 달리 시니어라고 불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실제로 패션이나 미용에 관심이 많고 차림새에 신경을 쓰며 자신이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 또 많은 고령자가 에너지 넘치고 긍정적인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기업도 긍정적으로 나이를 먹어가야 한다. 그냥 나이만 먹어서는 경영이 이상해지고 만다. 과거를 버리고 항상 젊음을 유지하면서 나이를 먹어가지 않으면 어느 업종의 기업이라도 시들어버리고 만다. 경영을 이끌어나가는 포인트는 항상 생기 넘치는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다.
고객 니즈의 변화에서 눈을 떼지 마라
지역 주민의 생활에 부응하는 편의점으로
애초에 우리는 전국 오픈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어느 지역이든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품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만약 전국 오픈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다소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오픈을 감행했다면 세븐일레븐을 기다리던 지역 주민들을 실망시킬 뿐 아니라 나쁜 평가가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자고로 고객의 생활과 밀접한 장사는 한 번 신뢰를 잃으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법이다. 따라서 상품도, 서비스도, 점포 운영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또 우리가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경쟁 타사의 움직임이 아니라 고객 니즈의 변화이다. 따라서 이번에 시코쿠에 먼저 오픈한 편의점이 몇 백 개든 우리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 지역에 사는 고객의 니즈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피며 최적의 상태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데 전력을 다할 뿐이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시코쿠에 오픈한 편의점 또한 고령자 세대가 많다., 근처에 생활필수품을 살 만한 상점이 별로 없다.는 등의 지역 특징 및 지역 주민들의 니즈에 부응한 가게가 되었다. 근처에 편의점이 줄지어 있는 도시와는 달리 고령자는 늘어나는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상점이 별로 없어 쇼핑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지방일수록 생활인프라로서 세븐일레븐이 짊어져야 할 역할이 크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앞으로는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으로 한 곳 한 곳이 지역 주민의 생활에 부응하는 유연한 가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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