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2

   
노무라 미즈키 (지은이), 이은혜 (옮긴이)
ǻ
알토북스
   
17800
2025�� 03��



■ 책 소개


사랑이 그리운 날, 달을 닮은 파티시에가 만드는
포근한 달빛 이야기를 당신에게 전해 드립니다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에 동그마니 자리 잡은 작은 양과자점 ‘달과 나’에는 스토리텔러가 있다. 쓰쿠모는 디저트 하나하나에 얽힌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달콤한 디저트에 얹어서 건네준다. 그의 이야기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고객에게 꼭 필요한 위로와 응원이 담겨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손님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치유와 깨달음을 얻는다.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저자의 마법에 걸려 코끝에서 파슬파슬하고 바삭바삭한 쿠키의 향기를 맡게 될지 모른다. 어쩌면 커피시럽 향기 물씬 풍기는 가토 오페라의 맛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머릿속으로 달콤하고 포슬한 맛을 느끼다 보면 어느 순간, 잊고 있던 오랜 그리움이 떠오르고 마침내 편지를 쓰게 될 수도 있겠다.

■ 저자 노무라 미즈키
저자 노무라 미즈키는 후쿠시마현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해서 작가를 꿈꾸게 되었다. 2001년 제3회 엔타메 대상 소설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문학소녀’, ‘히카루가 지구에 있었을 무렵’, ‘무쓰부와 책’, ‘요요와 우미의 도서관 데이트’, ‘삼도천의 오란다책방’ 시리즈와 ‘기억서점 우타카타당의 단탄’ 등이 있다.

■ 역자 이은혜
역자 이은혜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행복한 인생을 찾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다시 번역을 공부했다. 현재는 엔터스코리아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나는 뭘 기대한 걸까’, ‘따뜻한 세상은 언제나 곁에 있어’, ‘피곤한 게 아니라 우울증입니다’, ‘출근길 심리학’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몽글몽글 핑크색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파슬파슬 바삭바삭 오독오독 촉촉한 달님을 모아 놓은 ‘쿠키 세트’

두 번째 이야기. 가볍게 바스러지는 머랭과 새하얀 샹티 위에 뿌려진 경쾌한 마롱 크림의 유혹 ‘토르슈 오 마롱’
세 번째 이야기. 커피시럽이 촉촉하게 스며든 오묘한 맛의 조콩드 정통 ‘가토 오페라’

네 번째 이야기. 큼지막하게 잘라 달콤하게 캐러멜화한 새콤달콤한 사과의 반전 ‘타르트 타탱’

티타임. 방심은 금물! 촘촘한 반죽으로 구운 퍽퍽한 ‘호박 스콘’

다섯 번째 이야기. 달콤하고 시원한 푸딩,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히오레’

여섯 번째 이야기. 버터와 향신료 향기, 촉촉한 달의 마법을 품은 기적의 빵 ‘슈톨렌’

에필로그. 바닐라 향의 부드러운 프랑지판을 품은 바삭한 파이 ‘갈레트 데 루아’

 

 

 

 




이야기를 파는 양과자점 달과 나 2


파슬파슬 바삭바삭 오독오독 촉촉한 달님을 모아 놓은 ‘쿠키 세트’

기미사토 네네의 이야기 - 카카오 풍미의 반달 쿠키 ‘아몬드 캐러멜리제’

“‘달과 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스토리텔러 가타리베 쓰쿠모라고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파티시에가 만든 최고의 디저트를 손님들께 전해 드리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훤칠하게 큰 키에 빈틈없이 단정한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남자가 왼손은 배 앞에, 오른손은 등 뒤로 돌린 자세로 우아하게 허리를 굽혔다.


네네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맑게 울리는 미성에 푹 빠져 버렸다.


얼마 전에 마흔세 번째 생일을 맞은 네네는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둔 평범한 주부다.


과수원이 넓게 펼쳐진 야마나시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녀는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은행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낳았다. 아이들을 키우며 틈틈이 파트타임으로 일도 하면서 줄곧 야마나시현을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마흔세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의 전근이 결정되면서 그녀의 가족은 갑자기 도쿄로 이사 오게 됐다.


네네의 가족은 전부 안경을 낀다. 넷이 같이 있으면 누가 봐도 똑 닮은 붕어빵 가족이었는데, 지금은 네네 혼자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남편에게 힘들다고 하소연도 해 봤지만,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진짜 도심은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늘어선 터미널 주변이고, 거기에 비하면 이 주변은 시골이나 마찬가진데 뭐가 다르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녀가 늘 보고 자라 왔던 과수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주렁주렁 과일을 매달고 무성하게 뻗은 나무는 없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과 빌라만 있을 뿐. 녹지라고는 도로 옆에 심어진 가로수와 공원에 있는 나무가 고작이었다.


고향에서는 텃밭을 일굴 수 있는 마당 딸린 넓은 주택에 살았지만, 지금 사는 곳은 방 3개에 주방과 거실이 있는 아파트다. 남편은 4인 가족이 살기에는 적당하다고 했지만, 넓은 시골집에서만 살았던 네네는 좁은 공간에 갇힌 것 같아서 답답하기만 했다. 베란다에 빨래를 널러 나갔다가 바로 옆 아파트에서 이불을 널러 나온 주민과 마주쳐서 후다닥 다시 안으로 들어오거나 위층에서 문 여닫는 소리가 네네의 집까지 들려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 슬슬 아르바이트 자리도 알아봐야 하는데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생각을 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뒤지며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때 한 양과자점에서 과자를 포장하고 인터넷 주문 상품을 발송하는 일을 담당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면접은 온라인으로 봤다.


컴퓨터 화면 너머에 연미복을 입고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넘긴 잘생긴 남자가 나타나서는 귀를 의심할 만큼 근사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달과 나’의 스토리텔러 가타리베라고 합니다.”


순간 네네는 자신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싶어서 안경을 고쳐 꼈다. 그러다 궁금한 나머지 자신이 질문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잊고 불쑥 “스토리텔러가 뭐죠?”라고 묻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가타리베는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저희 가게에서 파는 매력적인 상품에서 이야기를 꺼내 손님들에게 들려 드리고 구매를 돕는 일입니다. 판매와 고객 응대도 하지만 상품 기획과 홍보, 인터넷 쇼핑몰 관리도 맡고 있습니다.”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화면을 향해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안경이 떨어질 뻔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자격증 덕분인지 채용됐고, 오늘이 첫 출근이었다.


네네 말고도 오늘 처음으로 출근한 파트타임 직원이 두 명 더 있었는데 두 사람 다 그녀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중 연신 생글생글 웃는 푸근한 몸집의 여자는 40대 중반 정도로 보였고 인상이 좋았다. 다른 한 여자는 차분한 분위기에 나이는 5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다 젊은 사람들이라 시골에서 온 말라깽이 키다리 아줌마는 끼워 주지 않으면 어쩌나, 늘 그랬듯이 생기지도 않은 나쁜 일을 미리 걱정했던 네네는 일단은 안도했다.


하지만 라커룸에서 작업복이라고 받은 파란색 일자형 롱 원피스를 입고 레이스가 달린 하얀색 앞치마까지 허리에 두르고 나자, 감당할 수 없는 귀여움에 난감해졌다. 물론 여기서 ‘귀엽다’는 건 옷 이야기다. 키만 삐쭉하게 큰 안경잡이 중년 여성은 감당하기 힘든 귀여움이랄까?


가타리베는 라커룸에서 나온 세 사람을 보자마자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지만, 네네는 무심코 “이런 건 젊은 아가씨들이 입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해 버렸다.


그러자 부드럽게 눈꼬리를 휘며 미소 지은 그가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하고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키가 크고 안경이 잘 어울리는 네네 씨가 입으시니까 지적이면서도 새벽녘 하늘처럼 상쾌한 느낌이 드는걸요. 밝은 표정이 매력적인 후미요 씨는 따뜻한 정오의 하늘을 걸치신 것 같네요. 품위 있는 야기사와 씨는 저녁노을로 물든 고요한 하늘처럼 다정한 느낌이세요. 세 분 모두 정말 완벽하게 ‘하늘’을 입으셨습니다.”


셋 중에 가장 연장자인 야기사와의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후미요도 활짝 웃었다. 네네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하늘을 닮은 원피스를 똑같이 맞춰 입은 세 사람은 아파트를 나와 옆에 있는 가게로 갔다. 상쾌한 바다색 지붕 아래에 있는 유리문을 열고 햇살이 환하게 들이치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과자와 과일의 달콤한 향기가 네네를 반겼다.


그때 젊고 아름다운 여성 파티시에가 뺨에 옅은 홍조를 띠고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름다운 파티시에가 백옥 같은 손으로 만든 보름달, 반달, 초승달 케이크를 건네자 집사처럼 검은 연미복을 입은 스토리텔러가 받아서 홀에 있는 쇼케이스에 하나하나 정성껏 진열했다.


“제철 과일은 지방에 있는 생산자분들에게서 최상품으로 직접 납품받고 있습니다. 이 포도는 나가노에 있는 고마쓰 농원에서 왔고, 서양배는 야마나시현의 요다 농원에서 왔죠.”


‘요다 농원?’


네네의 친정집 근처에 있는 곳으로, 어릴 적 그녀가 집에 가는 길에 자주 들렀던 농원이었다. 배 수확 철이면 매년 갔던 곳이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언니들이랑,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다.


황금색 배가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꿈에 그리던 고향이 도쿄에 있는 케이크 가게와 이어져 있었다. 네네의 가슴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설명이 끝나자 바로 작업이 시작됐다. 네네는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파란색 직사각형 통 안에 차곡차곡 쿠키를 담았다.


하얀 슈거 파우더를 듬뿍 뿌린 동글동글한 초승달 쿠키와 코끝을 간질이는 버터 향을 솔솔 풍기는 도톰한 보름달 쿠키도 맛있어 보였고, 캐러멜화한 아몬드로 겉을 감싼 카카오 색의 반달 쿠키를 담을 때는 저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가기도 했다.


네네는 푸른 하늘 한 조각을 잘라 내 만든 듯한 산뜻한 파란색 통 안에 어여쁜 달들을 채워 나갔다. 예쁜 그림 퍼즐을 맞출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분이 화사해졌다.


그때 아름다운 파티시에가 수줍게 웃으며 방금 구운 쿠키를 권했다. 카카오 색의 반달 쿠키 아몬드 캐러멜리제! 네네가 가장 먹어 보고 싶었던 ‘달님’이었다.


네네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안고 따끈따끈한 반달 쿠키를 입에 넣었다. 얇게 저며 캐러멜화한 아몬드가 오독오독 씹히는 경쾌한 식감만으로도 감동이 몰려왔지만, 이어서 가볍게 부서지는 카카오 쿠키의 맛에 기분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향긋한 아몬드와 적당히 쌉쌀한 카카오의 풍미도 그야말로 최고였다.


도쿄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도 도쿄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일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네네는 흔들리지 않는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똑바로 서 있었다.


파란색 쿠키 통을 사랑스러운 달로 채우는 시간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마치 이곳이 하늘에 떠 있는 달의 세상이고, 귀여운 유니폼을 입은 자신들이 달에 사는 주민이라도 된 기분이다.


네네는 쿠키 세트를 받은 사람들이 파란색 뚜껑을 연 순간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지을지 떠올려 보았다.


가슴을 뛰게 하는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네네의 입가에도 부드럽게 미소가 걸렸다. 도쿄에서 시작한 그녀의 새로운 생활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안도 마유의 이야기 - 레몬 잼을 채운 보름달 쿠키 ‘홍차 사블레’

둥근 카메라 너머에서 반가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유! 지금 꽃집 앞이야! 생선 가게 앞은 이미 지났어. 이제 금방 집에 도착해! 아직 초인종 누른 사람 없었지?”


마유는 거실 수납장 위에 있는 둥근 카메라를 향해 씩씩하게 대답했다.


“응, 엄마. 아직 누른 사람 없었어.”


엄마는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인터폰이 울려도 절대 받으면 안 되고, 문도 절대 열면 안 된다고 늘 신신당부했다.


마유가 초등학교 2학년이라서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혹시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나쁜 사람이면 큰일 날 수도 있다고 했다.


마유는 방 하나에 거실이 딸린 작은 아파트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엄마는 마유를 아직도 어린아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엄마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마유는 엄마가 항상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홈캠에서 들리던 엄마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렸다. 마유는 발소리를 크게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후다닥 달려가 엄마를 맞았다.


“오늘 굉장한 택배가 올 거야. 우리 딸이 엄마 말 잘 듣고 혼자 집도 잘 봐서 달님이 선물을 보내 주셨대.”

“달님이?”


마유의 눈이 동그랗게 벌어지는데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엄마가 활짝 웃으며 인터폰을 받았다. 하지만 문을 열어 보니 물건을 들고 있던 사람은 달님이 아니라 택배 기사 아저씨였다.


그런데도 엄마는 “마유, 이것 봐! 달님이야!”라고 좋아하며 상자를 뜯었다. 상자 안에서 예쁜 파란색 통이 나왔다. 뚜껑에 초승달과 반달, 둥근 보름달이 그려져 있고 창문 그림도 있었다.


엄마가 뚜껑을 열자, 순식간에 달콤한 냄새가 화악 퍼지면서 마유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하늘하늘한 파란색 종이로 덮여 있었고, 그 위에 종이로 만든 둥근 달이 놓여 있었다. 달을 치우고 종이를 걷어 내자, 달콤한 향기가 더욱 진해졌다. 이어서 통 안에 든 예쁜 달님들이 마유의 눈 속으로 날아들었다.


옆면에 반짝반짝 빛나는 설탕이 잔뜩 뿌려진 초승달 모양의 초코칩 쿠키도 있고, 얇게 썬 아몬드를 듬뿍 올린 반달 쿠키에, 탐스러운 여우 털처럼 밝은 갈색으로 잘 구워진 묵직하고 도톰한 보름달 쿠키도 있다.


보름달 쿠키 위에 콕 박힌 레몬 잼이 달빛을 모아 놓은 듯 반짝거렸다. 마유는 먼저 홍차 사블레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와삭. 홍차 향이 나는 사블레가 이에 닿자마자 그대로 바사삭 부서지면서 달콤한 버터와 어른스러운 홍차 맛이 입안에 퍼지고, 곧이어 상큼한 레몬 잼이 끈적하게 혀를 감쌌다.


엄마가 ‘스토리텔러로부터’라고 써진 보름달 모양의 종이를 펼쳐서 읽어 주었다.


“‘밤하늘을 밝혀 주는 달은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당신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달콤한 과자로 만든 다정한 달님의 목소리를 당신께 전합니다’라고 쓰여 있네. 어쩜, 너무 낭만적이다.”

‘달님은 낮에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옆을 지키고 있구나....’


마유는 한쪽이 살짝 패인 둥근 달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동그라미... 어? 이 모양 꼭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아! 맞다! 홈캠!’


홈캠은 엄마가 밖에 있을 때 마유가 집에 잘 있는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다. 엄마와 대화도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홈캠도 달님과 똑같이 둥근 모양이다.


‘그렇구나. 저 둥근 카메라는 엄마가 나를 위해 집에 놓아 둔 달님이었던 거야. 엄마는 집에 없을 때도 나랑 같이 있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벅차올라서 뺨이 봉긋 솟아올랐다.

마유는 레몬 잼이 박힌 둥근 달님을 다시 한 입 베어 물었다. 계속 종이달을 들여다보고 있던 엄마가 사블레는 모래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모래처럼 입안에서 사르륵 녹아 버리는 쿠키라고....

홍차와 레몬 향기에 푹 빠져 버린 마유는 앞으로는 엄마가 일 때문에 늦게 돌아와도 전보다는 덜 외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떨어져 있어도 엄마는 분명 마유를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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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