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정원에서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대낌이 결국 우리의 삶이듯 식물들에게도 저마다의 치열한 세계가 있다.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는 식물들이지만 그들끼리의 경쟁 그리고 배려와 공존이 존재한다. 이 책은 오랜 기간 식물들 곁에서 정원 생활자로 살아온 작가의 식물의 고유한 세계에 대한 예찬이자 존중이다.
오경아 작가는 최근 집 정원을 수리하면서 모과나무 한 그루를 옮겨 심게 되었는데 3톤이 넘는 나무가 크레인에 실려 들어올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아름드리 모과나무를 보며 ‘백 년도 넘게 살아온 생명체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이 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이 나무는 자신이 이렇게 커질 줄, 이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가게 될 줄 알았을까. 지금 나의 정원에 자리잡은 이 나무는 또 얼마만큼의 시간을 나와 보내게 될까. 모과나무가 살아온 그 오랜 시간까지 작가의 정원에 들인 듯하여 여러 생각이 맴돌았다.
커다란 나무의 위엄을 보며 위로를 덤으로 얻기도 하고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100종이 넘는 식물들을 보며 이 식물들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풀과 나무들에게도 그들의 삶이 따로 있다는 걸 저자는 잘 알고 있다. 우주의 어느 한 지점, 흘러가는 시간의 어느 한 순간에 나와 공존하는 것들에 대한 담담한 애정이 책 속에 묻어난다. 이 글들은 지난 10년간 작가가 속초의 정원에서 보낸 시간들 속에서 담고 싶던 순간들을 사진을 찍어 보관하듯 모아둔 글들이다. 소박하고 소소한 정원 이야기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식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급변하고 있는 생태 환경에 대한 정원가로서의 고민이 담겨 있다.
■ 저자 오경아
강원도 속초 설악산 아래 거주하며 일과 정원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가든 디자이너이자 정원 생활자들을 위한 지침서와 에세이를 다수 집필한 작가이다. 방송 작가로 일하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7년간 가든 디자인을 공부했고 한국에 돌아와 신세계 스타필드 등의 상업 공간과 다수의 수목원, 공원, 주택 정원 등을 디자인해 오고 있다. 초보 정원 생활자를 위한 강의는 물론이고 가든 마켓의 활성화를 위해 ‘옥토퍼스 가든 마켓’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림을 통해서 정원 생활을 알리는 또 다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정원은 늘 그 자리에서 나를 07
1 찬란하고 아름답고 아픈 정원
난 매일, 정원에서 안부를 묻는다 15 ㆍ 내 등을 떠미는 누군가도 나의 편이다 20 ㆍ 나를 찾아오는 계절의 소리들 23 ㆍ 자욱한 안개가 낀 날에는 27 ㆍ 지금의 나를 위해 미래를 꿈꾼다 31 ㆍ 갈대를 자르며 34 ㆍ 가을비가 교향곡처럼 내리고 37 ㆍ 힘 빠진 정원에서 41 ㆍ 여름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오포라의 시간 45 ㆍ 오래된 모과나무를 심다 50 ㆍ 미혹보단 평범함을 위하여 57 ㆍ 다 괜찮다고 말해 준다 61 ㆍ 라벤더이거나 쑥이거나 64
2 식물에도 MBTI가 있다
식물에도 MBTI가 있다 71 ㆍ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집 74 ㆍ ‘때’를 놓친 튤립에게 78 ㆍ 예쁜 풀정원의 탄생 81 ㆍ 봄이 아닌 가을에 씨앗을 뿌리는 이유 87 ㆍ 올리브나무의 추억 90 ㆍ 송화는 바람에 날리고 95 ㆍ 밤꽃이 피었습니다 101 ㆍ 정원 일은 계절을 앞서가는 일이다 103 ㆍ 겨울 정원에도 꽃은 핀다 105 ㆍ 생과 소멸의 양면성, 식물의 비밀 109 ㆍ 공중에 매달려 사는 식물의 삶 113 ㆍ 장미꽃 속에 담긴 우주 116
3 야단법석, 나의 정원생활
왜 내 풀들은 잡초에게 지는 걸까 123 ㆍ 산딸나무와 직박구리 127 ㆍ 겨울, 눈과의 전쟁 133 ㆍ 고달픈 정원 생활이지만 그래도 좋아서 138 ㆍ 백봉 오골계와 고양이가 사는 곳 144 ㆍ 요란한 비바람 속 나의 정원은 150 ㆍ 가을꽃, 들국화가 피어날 때 154 ㆍ 목단이 필 무렵 160 ㆍ 식물, 돈 주고 삽시다 163 ㆍ 나를 미치게 하는 풀들 167 ㆍ 여름을 이겨내는 식물들 170 ㆍ 짱짱하고 꼿꼿하게 173
4 우리들의 협업
지금은 우리들의 협업이 필요할 때 179 ㆍ 도시를 떠나올 때 먹어야 할 마음 182 ㆍ 식물이 단풍을 만드는 이유 186 ㆍ 약을 쳐야 할까요 188 ㆍ 아직은 돌아와 주는 계절의 고마움 193 ㆍ 수선화와 튤립의 시간 197 ㆍ 나의 가성비 200 ㆍ 삶과 죽음, 기다림의 순환 204 ㆍ 다시 찾아올 벌들을 위해 210 ㆍ 요동치는 지구, 우린 안전할 수 있을까 215 ㆍ 경쟁이 아닌 선택도 있음을 219 ㆍ 우린 모두 환경을 이기며 살아간다 222 ㆍ 창문을 열자 소리 없던 자연이 나에게 들어온다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