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활짝 열어 보인 한 자폐 지성인의 증언
자폐인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제기된 문제 또는 주어진 상황의 모든 측면을 생각한다. 만약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의 모든 단계를 계획한다. 여행 가방을 어떤 날에 준비해야 할지 알아야 하고, 가져가야 할 물건 목록뿐 아니라 그 물건들을 어떤 순서로 가방에 넣을지도 미리 생각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각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파리의 한 식당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하자. 자기에게 익숙한 장소라고 해도 여러 번 길을 잃고 헤맨 끝에야 식당 건물 앞에 도착한다. 그러고서 이렇게 생각한다. ‘저기에 들어갈까 말까? 어느 순간에 문을 밀고 들어가야 할까? 식당에 10시에 오라고 했는데, 식당 앞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홀을 말하는 걸까? 5분 전에 도착해도 되나? 5분 후에 도착해도 되나? 그 두 경우에 사람들이 내게 뭐라고 말을 걸까? 그러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는 자신이 세상의 어떤 틀에도 들어맞지 않음을 발견한다. 어찌 보면 서글프고 심각한 이야기들인데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열어보인다. 지금까지 가족이나 전문가, 제3의 관찰자 입장에서 자폐인을 기록한 글은 제법 있었지만 자폐인이 인식하는 세계에 대해 자폐인이 직접 기술한 생활 속 이야기는 처음이다.
■ 저자 조제프 쇼바네크
1981년 파리 근교에서, 1970년대에 체코에서 이주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아스퍼거증후군에 걸린 조제프 쇼바네크는 만 6세까지 말을 하지 못했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지적 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늘 멍청이나 지적장애인 취급을 당했고, 간단한 인사를 하거나 카페에 들어가는 일도 버거워하고 빵을 사는 사소한 일에도 쩔쩔맸다.
우수한 성적으로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를 통과하고, 고대 문명에 심취하여 독학으로 10개 언어를 배웠으며(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 페르시아어, 아마르어, 아제르바이잔어, 에티오피아어, 체코슬로바키아어, 독일어, 핀란드어, 영어), 프랑스 명문대 시앙스 포(Sciences Po, 파리 정치대학) 졸업 후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명사들의 담화문을 쓰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한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붙인 이름(“천재적인 자폐인”)을 거부하고, 오히려 아스퍼거 장애를 지닌 자폐인이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유머러스하고 섬세하게 다룬다. 지하철을 타거나 약속 장소에 가기 전에 필요한 어마어마한 준비 과정, 전화벨이 울릴 때 마음을 죄어오는 불안감, 조금이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느끼는 공황 상태, 평범한 친구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한한 어려움, 도서관과 책에 대한 강박적인 열정 등을 시종일관 즐겁게 펼쳐놓는다. 그리고 의사가 잘못 내린 판단 때문에 평생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생을 마감할 뻔했던 황당한 정신치료 과정도 떠올린다.
쇼바네크는 “나는 자폐증과 함께 산다”라고 고백하며, 자폐증은 자기 삶을 망가뜨린 장애가 아니라 자신을 설명하는 하나의 특징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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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머리말 대신 쓰는 말
1장 어떤 틀에도 맞지 않는 아이
2장 규칙은 어디까지 규칙이지?
3장 없던 병도 만드는 정신과 치료
4장 자폐증이란 무엇인가?
5장 약물 중독 그리고 내가 만난 새로운 세계
6장 친구부터 직장까지, 결국 인간관계가 핵심이다
7장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서다
8장 나는 자폐를 잘 모른다
맺음말 대신 쓰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