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대한민국 대표 청춘이 열광한 태양의 땅, 페루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경이로움과 마주하다
페루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이자 인문서. 중남미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의 특색을 살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페루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을 다룬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를 넣었다. 페루 국민들이 가장 사랑한 대통령 후지모리, 리마와 대도시 중심으로 형성된 극심한 부의 불평등, 식민시대부터 시작된 페루 가톨릭의 역사, 페루의 대표적인 작가 바르가스 요사 등 단지 여행지로서의 페루뿐만 아니라 살아서 숨 쉬고 움직이는 페루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책의 맨 마지막에는 페루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표적인 숙소와 식당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넣었다. 그리고 다른 여행지와 달리 이곳을 여행할 때 알아두면 좋을 만한 팁도 함께 실었다. 현지인을 대하는 방법, 마추픽추에 올라갈 때 주의사항, 나홀로 여행 족을 위한 팁 등 페루라는 낯선 땅을 조금이나마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팁들로 채웠다.
■ 저자 이승호
어려서부터 푹 빠져 지낸 축구에 대한 관심으로 스페인과 영국에서 오랜 시간 유학했다. 워릭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에는 시야를 넓혀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중남미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축구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애정이 이제는 남미의 정치, 경제로까지 넓어져 직접 페루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점을 책으로 엮게 되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발행하는 ‘축구가족’에 고정 칼럼을 기고했으며, 이 칼럼을 묶어 『풋볼 보니또』를 썼다. 옮긴 책으로는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Chpater 1. 열정의 나라 페루로 들어가는 관문, 리마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러니를 찾아
비행기에서 보낸 페루 여행의 첫날 밤
제왕의 도읍, 그 심장을 향해
침략자가 잠들어 있는 성당
500년의 시간을 견딘 대통령 궁
수도원에서 펼쳐지는 뼈의 향연
리마의 도로에서는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
보석 같은 리마의 구석구석
번화가에서 사람 구경하기
산 마르틴 광장에서 피스코 사워를
페루 사람들과의 작별은 힘들어
페루 안의 또 다른 페루, 미라플로레스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리마의 민낯
미라플로레스가 주는 여유 >리마 사람과 쿠스코 사람
세비체! 세비체! 세비체!
박물관 열전
코카콜라를 누른 잉카콜라
리마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1 페루 정치에 한 획을 그은 후지모리 대통령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2 페루의 고질병, 부의 불평등
Chapter 2. 사막에 내린 신의 축복, 이카
이카의 두 얼굴
달콤한 휴식을 선물하는 오아시스
광활한 사막의 한가운데로
샌드보드와 함께하는 광란의 질주
던 버깅과 샌드보딩을 백배 더 즐기는 몇 가지
사막에서 바라보는 일몰에 취하다
야생을 찾아 바예스타스 군도로
피스코를 지키는 촛대의 정체
가난한 자의 갈라파고스
똥이라고 다 같은 똥이 아니다
고속버스가 너무 좋은데?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3 페루 경제의 뜨거운 감자, 일차상품 무역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4 신이 그린 우주의 도형, 나스카 라인
Chapter 3.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페루의 심장, 쿠스코
슬픈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
이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그 옛날처럼
신전을 무너뜨리고 신전을 세우다
낮에는 메스티소, 밤에는 인디오
황금의 뜰
말 없는 석벽만 알고 있는 비밀
12각의 돌을 지나 산 블라스로
쿠스코에는 먹을 것이 아주 많다
수준 높은 쿠스코의 박물관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산 페드로 시장
관광객의 가장 큰 적, 고산증
거석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아는 만큼 보이는 켄코
코카, 치차, 그리고 감자와 옥수수까지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5 정신의 융합, 페루의 가톨릭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6 천차만별인 페루의 기후
Chapter 4. 산 끝에 세운 태양의 도시, 마추픽추
순례자의 마음으로
마추픽추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안데스의 험난함을 넘어
잉카의 길
여기는 마추픽추 베이스캠프
잃어버린 역사에 대한 그리움으로
곳곳에서 숨 쉬는 잉카인들의 지혜
태양을 붙잡으려 했던 잉카인들
고지식한 사람들의 작품
초현실에서 다시 현실로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7 잉카제국은 왜 패망했을까
Chapter 5. 하늘의 물을 담은 티티카카 호수의 도시, 푸노
티티카카 호수를 당신의 품에
아기자기한 호반의 도시
모든 여행객은 리마 거리로 모인다
갈대와 함께하는 삶
동화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으로
우로스 섬의 두 얼굴
우주가 창조되던 태초에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먹어야 돼? 말아야 돼?
위대한 유산을 찾아, 시유스타니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8 꽃보다 알파카
페루, 한 뼘 더 들어가기 9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이야기
추천 숙소
추천 음식점
여행 팁
언젠가는, 페루
열정의 나라 페루로 들어가는 관문, 리마
비행기에서 보낸 페루 여행의 첫날 밤
많은 여행자들이 남미로 들어오는 관문으로 리마를 선택한다. 그래서 리마의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은 여러 나라에서 온 비행기들로 늘 붐빈다.
아쉽게도 한국과 리마를 잇는 직항 노선은 아직 없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출발부터 도착까지 꼬박 하루가 걸리는 고생 끝에 리마 땅을 밟게 된다.
왔다 갔다 이틀을 이동하는 데에만 쓴다는 것은 비행기 여행에 비교적 익숙한 이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공항에 도착하면 낯선 곳이 주는 설렘보다는 긴 여정에서 비롯한 여독이 더 크기 때문에 도착 이후 하루 동안은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곤함도 피곤함이지만 거리가 먼 만큼 페루로 가는 비행기표 값도 비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면 페루는 당신에게 경이로운 경험들을 선사할 것이다.
호르헤 차베스 공항에는 시내로 향하는 공항버스가 따로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광객은 반 강제적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출국장을 나서는 순간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택시 잡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제왕의 도읍, 그 심장을 향해
이제 본격적으로 도시를 가득 메운, 먼지 섞인 안개 속으로 몸을 던져보자. 조금만 천천히 둘러보면 도시 구석구석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식민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구시가지라 할 수 있는 센트로의 아르마스 광장에서 리마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곳은 마요르 광장이라는 이름도 함께 쓰고 있다. 페루를 정복한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1535년에 도시를 설립한 이래, 리마는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 식민 시대를 거치며 남미의 주요 도시로 성장했고, 이후 호세 데 산 마르틴이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쟁취하고, 1900년대 초반 산업화가 진행되며 빠른 도시화가 이뤄지는 동안 이곳은 늘 페루아노들과 함께였다.
광장을 에워싼 식민시대풍 건축 양식의 대통령 궁과 리마 대성당은 식민시대 당시 페루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식민시대를 겪었던 다른 대다수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리마 역시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설계되었다. 그래서 식민시대부터 이곳은 늘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곳이 쿠데타, 독재, 사회혁명 등 페루의 격정적인 현대 정치사의 주 무대였던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페루 사람들과의 작별은 힘들어
페루 사람들의 대부분은 친절하고 여유가 넘친다. 외지인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걸어주고 시시콜콜한 농담을 건넬 줄 아는 페루아노들이야말로 그 유명한 마추픽추보다 더 훌륭한 이 나라의 자산이다.
페루아노들과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천성이 낙천적이고 외향적이라 공통적인 주제만 찾으면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일면식도 없는 여행자에게 페루아노들은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가져준다.
페루 사람들과의 작별은 만남보다 훨씬 길다. 나중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불쑥 다른 주제로 새로운 대화가 시작된다. 어떤 레스토랑에서 만나 친구가 된 페루 아저씨들과 작별 인사를 하다 가까운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놓쳐 차를 얻어 타고 그곳까지 간 일도 있었다. 긴 헤어짐의 인사는 그만큼 아쉬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살면서 다시는 만나기 힘들 이들과의 이별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사막에 내린 신의 축복, 이카
이카의 두 얼굴
리마에서 이카로 가는 길은 마르고 척박하다. 모든 것이 말라버릴 것 같은 곳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카행 버스 안에서 바라보면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다.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를 이어주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인 팬아메리칸 고속도로를 따라 리마에서 남동쪽을 향해 약 네 시간을 내달리면 나타나는 이카. 이곳에는 파라카스, 바예스타스 군도, 와카치나 등 상대적으로 여행자들에게 덜 알려진 보석 같은 명소가 많다. 페루를 대표하는 칵테일 피스코 사워의 주재료 생산지로 유명한 피스코 또한 이곳에 있다.
이카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첫 번째 얼굴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이고, 두 번째 얼굴은 사방이 모래로 뒤덮인 무인지경의 사막이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극적인 자연의 대비를 품고 있다. 그간 꽤 자주 지진의 피해를 입었지만 20만여 명의 이카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전히 묵묵하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며 여행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달콤한 휴식을 선물하는 오아시스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로 북적이는 다소 너저분하고 자그마한 이카의 도심을 빠져나오면 곧 그림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오아시스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오아시스 뒤에는 신비한 모래언덕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데, 난생처음 보는 신기루 같은 광경에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넋을 놓은 채 멍하니 눈만 깜빡인다.
이 자그마한 오아시스 마을은 지친 여행자들에게 사막으로 향하기 전 꿀맛 같은 휴식과 안도를 선물한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 아래서 멍하니 먼 사막을 바라보면 복잡하던 마음이 평화로 가득해진다.
연못을 따라서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산책도 좋지만 사막에서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려면 먼저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것이 좋다. 오아시스를 바로 앞에 두고 먹는 음식의 맛은 기가 막히다. 물로 피스코 사워나 맥주가 빠지면 섭섭하다.
고속버스가 너무 좋은데?
페루에서 도시와 도시 사이의 육로 이동은 대부분 고속버스가 담당한다. 페루의 국토가 고원, 밀림, 사막에 이르기까지 지형이 워낙 다양하고 험준해 철도를 놓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페루는 팬아메리칸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도로가 뻗어 있는 형태로, 대부분 길이 잘 닦여 있어 버스로 이동하는 데 불편하지 않다.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고속버스를 탑승하면 버스의 고급스러운 내부에 상당히 놀라게 된다. 흔히 남미의 고속버스는 낙후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대부분 이층 버스에 좌석 또한 널찍하다. 야간 버스는 좌석이 뒤로 완전히 젖혀지기 때문에 누울 수도 있다. 심지어 비행기처럼 식사까지 제공된다. 또한 도시를 잇는 모든 고속버스에는 화장실이 있어 용변 문제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밖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은 덤이다. 버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부러라도 이용해 보면 좋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하고 탑승 전에는 짐 검색과 몸 수색도 한다. 범죄 예방을 위해 탑승객들의 사진도 일일이 찍는다. 그러니 안전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페루의 심장, 쿠스코
슬픈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잉카제국의 성스러운 황금 도시 쿠스코. 하지만 화려한 제국의 수도는 침략자의 총칼에 허무하게 스러졌다. 탐욕으로 가득한 스페인 정복자들은 금을 빼앗았고, 그들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신전을 무너뜨려 그 위에 호화로운 유럽풍 건축물을 세웠다.
거대한 식민시대 건축물과 서구의 현대 문명이 잉카의 후예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안데스의 전통과 묘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거대한 식민시대 건축물을 뒤로한 채 잉카제국의 돌담으로 둘러싸인 가파르고 좁은 자갈길 위를 잉카와 스페인 정복자의 후손들과 함께 거니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이곳은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답다. 낮에는 아름다운 안데스 산맥의 능선과 유난히 주황빛을 띠는 건물들이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과 맞닿을 듯한 기가 막힌 정경을 만들어낸다. 타오르던 태양이 지고 저녁이 되어 도시의 가로등이 온통 불을 밝히면 온 도시가 마치 수많은 황금으로 뒤덮인 듯한 착각이 든다. 현재의 콜롬비아,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 북부까지 이어졌던 광활한 영토와 800만에 가까운 사람들을 다스렸던 잉카제국의 심장이었던 황금 도시의 전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그 옛날처럼
리마처럼 쿠스코에서도 아르마스 광장이 도시를 둘러보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쿠스코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 광장은 쿠스코에 머무는 동안 수없이 지나칠 만큼 번화한 곳으로, 잉카제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광장을 식민시대풍 아케이드가 에워싼 모양을 띠고 있다. 퓨마를 숭상하던 잉카 사람들은 이 동물의 형상을 본떠 쿠스코를 세웠는데, 아르마스 광장은 이 퓨마 형상의 심장부에 있다. 성스러운 잉카의 수도라 불리는 쿠스코의 중심이 바로 이곳인 셈이다.
이곳은 도시의 중심지답게 늘 붐빈다. 광장 이곳저곳에 벤치가 많으니 하루의 시작과 끝은 벤치와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쿠스코 대성당을 중심으로 멋진 회랑과 테라스를 가진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활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곳, 페루아노들의 마음의 고향인 쿠스코의 중심 아르마스 광장. 그 옛날 이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듯 우리도 이곳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자.
쿠스코에는 먹을 것이 아주 많다
쿠스코에 왔으니 지역 음식은 꼭 맛보는 게 좋다. 널리 알려진 음식들 중 으뜸은 역시 아도보와 치차론이다. 두 음식은 엄밀히 따지면 페루 고유의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요리법이 건너온 이후 페루 특유의 스타일이 가미되어 스페인 음식과는 또 다른 특색을 지닌 음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아도보와 치차론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모두 사랑하는 음식 조합이다. 팜파 델 카스티요 거리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곳은 로스 문디알리스타스 치차로네스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다. 케케묵은 인테리어에 웨이터들도 무심한 편이지만 맛으로 모든 것이 용서된다. 다른 곳이 관광객들로 붐비는 반면 이곳은 현지인들로 붐빈다. 동네 사람들이 찾는 집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길거리 음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쿠스코의 구석구석에는 믿을 수 없이 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많다.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는 안티쿠초가 있다. 양념한 소의 심장을 각종 채소와 함께 꼬치에 꽂아 구워주는 음식이다. 다른 고기를 구운 꼬치 요리도 함께 파니 소 심장이 입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고기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의 돼지 곱창 정도에 해당하는 판시타도 안데스 지방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안티쿠초와 판시타 하나씩이면 배가 기름으로 가득 찬다.
산 끝에 세운 태양의 도시, 마추픽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사진이나 영상으로 수없이 접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곳이 있다. 페루의 심장이자 모든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자랑. 산과 절벽, 강과 수풀 사이에 숨어 발견될 때까지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고 공중에서만 도시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하여 하늘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곳. 바로 마추픽추다.
이곳은 마치 성지와도 같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와 기암절벽에 빙 둘러싸인 이 비밀 도시를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성스러운 기운에 모두들 순례자가 된다. 신이 있다면 이곳은 분명 신이 창조한 도시일 것이다. 수다스러운 페루인들이 이곳에만 오면 사뭇 엄숙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의 웅성거림이 잠시 잦아들면 마추픽추에는 믿을 수 없는 고요가 찾아온다. 잠시 눈을 감고 거석과 산봉우리에 귀를 기울이면 침묵하던 거석은 한순간에 어디론가 사라진 잉카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비밀 도시를 둘러싼 저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깎아지른 절벽은 지난날 잉카제국의 영광에 대해 말하리라.
마추픽추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아쉽게도 두 도시를 곧바로 잇는 교통편은 없다. 먼저 쿠스코의 인근 도시인 오얀타이탐보나 포로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 한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는 일명 마추픽추 밑 마을로, 마추픽추에 오르기 전 거쳐야 하는 베이스캠프라 생각하면 된다.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쿠스코에서 오얀타이탐보까지 택시 또는 콜렉티보를 타고 이동한 뒤 오얀타이탐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다. 성스러운 계곡의 중심에 자리 잡은 오얀타이탐보는 쿠스코에서 80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다. 이 계곡은 신이 생명의 축복을 내렸다 할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잉카시대의 관개수로와 석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전 많은 관광객들이 이 마을을 둘러본다.
좀 더 쿠스코와 가까운 곳에서 마추픽추행 기차를 타고 싶다면 포로이로 가면 된다. 쿠스코에서 포로이까지는 택시로 이동하고 포로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는 기차로 이동한다. 포로이는 오얀타이탐보에 비해 쿠스코 시내와 훨씬 가까운 곳에 있어 움직이기 편하다. 하지만 기차편이 적고 요금이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어느 루트를 선택하건 쿠스코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는 네 시간 이상이 걸린다. 힘겨운 여정이지만 마추픽추의 위용을 곧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흥분에 여행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어디서 출발하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의 교통편은 기차가 유일하기 때문에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인터넷으로 미리 기차표를 예매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열차의 가격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등급에 따라 열차 내부 시설과 서비스도 달라진다.
잃어버린 역사에 대한 그리움으로
모두가 고대하던 페루 여정의 하이라이트. 드디어 마추픽추 등정이다. 기찻길 옆 정류장에서 마추픽추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경건해진다. 버스는 새벽 5시 반부터 오후 2시 반까지 있다. 버스는 산길을 30분가량 굽이굽이 올라간다. 길의 이름은 마추픽추를 세상에 알린 역사학자의 이름을 딴 하이럼 빙엄이다.
마침내 날카로운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전설의 공중 도시 입구에 버스가 선다. 버스에서 내려도 마추픽추가 바로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개찰구를 지나고 좁은 통로를 한참 따라가야 비로소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마추픽추가 당신을 환영한다. 그때 그 시절의 신비함과 외로움을 그대로 지닌 채로.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망지기의 집 앞에 선다. 마추픽추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믿을 수 없는 순간이다. 사진으로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막상 앞에 서니 심장이 쿵쾅댄다. 비현실적인 풍경. 모든 여행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간간이 감탄 섞인 탄성만 들릴 뿐이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완벽한 작품에 감동이 밀려온다. 아무도 상상치 못한 곳에 세워진 이 도시, 마추픽추는 이렇게 우리를 맞아준다. 망지기의 집에서 멀리 모이는 산봉우리는 와이나픽추다. 마추픽추란 이름은 케추아어로 늙은 봉우리를 뜻하고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를 뜻한다.
이곳은 1911년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스페인 정복자들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사실상 세상에서 잊힌 상태로 존재했다. 산꼭대기에 건설되었고 구름이 산을 감싸고 있을 때가 많아 산 아래에선 도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마추픽추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탐욕스러운 손길을 피할 수 있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진 석조 건물들도 더러 있지만 이 도시는 잉카제국에서 정복자의 발길에 짓밟히지 않은 유일한 곳으로 예전의 모습을 거의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초현실에서 다시 현실로
여행 안내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고 지도를 보며 다니는 것도 좋지만 마추픽추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돌과 바람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눈앞에 있는 건물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그저 순례자의 마음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성지를 하염없이 걸어보자.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는 마추픽추. 이제 이곳을 뒤로하고 다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내려갈 시간이다. 모두 잉카의 전설과 수수께끼를 가슴속에 품은 채 버스에 오른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돌아가는 버스는 6시쯤 끊긴다. 마추픽추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그리고 다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쿠스코로 돌아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쿠스코로 돌아가는 길의 느린 기차 안. 초현실 세계에서 돌아온 여행자들은 주체할 수 없는 허탈감과 피로에 빠져 스르르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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