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의사가 알려주기 전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진실
세 남자가 속 시원하게 까발린다!
쌈닥굿닥은 응급실에 갔는데 자신보다 늦게 온 환자를 먼저 진찰한다면, 그만큼 자신의 상태가 괜찮다는 반증이니 오히려 안심해도 좋다고 말한다. 아울러 응급실에 가기에도 긴박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살아 있는 동안에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정보들이다.
병원 문턱을 수없이 드나드는 사람 중에는 암 환자를 빼놓을 수 없다. 암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망 원인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암 관련 지식이나 치료법이 난무한다. 쌈닥굿닥은 자극적인 제목의 암 관련 책들도 이러한 행태를 부채질하는 데 한몫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진짜 암, 가짜 암’이란 논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일본 의사의 책 역시 암 환자들에게 위험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쌈닥굿닥은 진짜 암, 가짜 암 이론에 동의하지 않으며, 암에 걸리면 부정확한 정보에 섣불리 따를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고 강력하게 충고한다.
그 밖에도 쌈닥굿닥은 운동을 한 후에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학습’과 관련한 정보, 요요 현상이 없는 다이어트나 살 빼주는 약의 효과를 둘러싼 진실 등 ‘다이어트’에 대한 팁, 제대혈 보관과 산양 분유의 효과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등 ‘육아’ 관련 내용들을 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숨김없이 들려준다.
■ 저자 헬스메디tv 쌈닥굿닥 제작팀
■ 감수
홍혜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중앙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아침마당’, ‘생로병사의 비밀’을 비롯해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강사, MC, 패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메디컬 토크쇼 ‘홍혜걸의 닥터 콘서트’를 진행하며 전 국민에게 ‘똑똑한 의료 소비자가 되기 위한 의학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방송 출연 외에도 국내 최초의 의학전문기자로서 강연, 저술, 기고 등을 통해, 쏟아지는 의학 정보의 옥석 가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의사들이 말해 주지 않는 건강 이야기』 등이 있다.
유상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공황장애 전문가로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공황장애 전문 클리닉을 운영해왔다. 정신의학 관련 TV 프로그램에 연 100회 이상 출연해 정신의학 지식을 전달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BS ‘달라졌어요’, ‘화풀이’와 MBN ‘님과 남 사이’ 등의 고정 패널을 맡고 있으며, 다양한 공중파 방송의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에서 의학 자문을 하고 있다. 현재 Yoo&Kim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며, 펴낸 책으로는 『다나 박사의 공황장애』 『부자가 되는 뇌의 비밀』『불안한 당신에게』 등이 있다.
김시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6개월 만에 24킬로그램을 감량하고, 내친김에 지방을 걷어내며 근육을 만들어 <맨즈 헬스> 쿨가이 선발대회에 도전, 전국에서 모인 1200여 명의 20대 몸짱들과 겨뤄 당당히 최종 25인에 선발된 독특한 이력이 있다. 본인의 다이어트 경험을 토대로 홍혜걸의 ‘비온뒤’에서 ‘몸짱 건강법’을 연재하고 있으며, 서강대학교에서 매 학기 의학개론 수업의 다이어트 편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리엔장 성형외과 원장이며 펴낸 책으로는 『미친 다이어트』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성형
수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담실장의 말, 믿어도 되는 걸까?
섀도(Shadow) 의사, 컨베이어 벨트, 과연 누가 수술했을까?
의사가 TV 출연료를 낸다고?
성형 중독을 부르는 무서운 병, 신체추형장애 > 진상 환자인가, 의료 피해자인가?
큰 병원이 좋을까, 작은 병원이 좋을까?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데 성형수술을 한다고?
좋은 병원, 좋은 의사, 어떻게 찾아야 할까?
다이어트
요요 현상이 없는 다이어트는?
디톡스, 대체 무슨 독소를 해독한다는 것인가?
영화 <미녀는 괴로워>,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폭식과 거식은 정말 심리적인 문제일까?
지방으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살 빼주는 약, 얼마나 빼주나?
다이어트를 위한 팁 1_허벅지를 키워라 > 다이어트를 위한 팁 2_30=5×6
다이어트를 위한 팁 3_가짜 배고픔
육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생길 확률은?
제대혈 보관이란 대체 무엇인가?
산양 분유, 정말 비싼 값 할까?
오다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뒤통수 납작한 아이, 헬멧을 씌워야 할까?
아이들 평균 키, 정말 커졌을까?
혹시 내 아이가 성조숙증? 척추측만증?
학습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가?
ADHD 치료제가 남발되는 이유는?
운동을 한 후 수학 문제를 푸는 이유는?
학습 후 10분이 갖는 의미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무엇일까?
암
진짜 암, 가짜 암?
갑상선암, 모르는 게 약일까?
개똥쑥 신드롬, 정말 효과가 있었을까?
존엄한 죽음, 권리인가, 살인인가?
로봇이 수술을 잘할까, 사람이 수술을 잘할까?
자궁경부암 백신,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병원
진료 과목명, 더 길게, 더 넓게 > 빅5 병원은 어디인가?
종합병원 6인실, 정말로 없는 걸까?
‘수술 전 절대 금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컵라면 익는 시간이 길까, 진료 시간이 길까?
어떤 의사가 진짜 ‘명의’일까?
VIP 환자인가, 진상 환자인가?
병원 인증, 신뢰해도 될까?
인턴과 레지던트, 그리고 병원 사람들
레지던트의 대세는 정재영?
교수는 슈퍼 갑, 전공의는 슈퍼을?
개고생, 개고생…… 그래도 병원 시계는 돌아간다 > 의사 사위 보려면 열쇠 3개? 언제 적 얘기를!
응급실
응급실 치료 순서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응급실의 기억, 무엇이 생과 사를 가르는가?
아이가 열이 나고 경련을?
응급실 난동이 무서운 이유는?
살아 있는 동안 꼭 배워야 할 것들 > 다양한 응급 상황의 대처법
인격장애
유형 1_양복 입은 뱀 > 유형 2_은밀한 유혹 > 유형 3_스티브 잡스 > 유형 4_얼굴 없는 미녀
쌈닥굿닥
성형
의사가 TV출연료를 낸다고?
최근 들어서는 대중매체도 성형을 부추기는 데 가세하고 있다. 모 케이블 방송의 프로그램은 대놓고 성형을 하고 대놓고 결과를 보여준다. 성형을 통해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환호하고 열광한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얼굴이나 몸만이 아니라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외모로 인해서 받은 피해 등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안고 있다. "이런 불우한 환경을 딛고 수술 받아서 이렇게 신데렐라로 거듭났습니다. 자, 여러분도 참여하시죠!"
이쯤 되면 병원의 비포 앤 애프터는 명함도 못 내민다. 아예 라이브로, 거기다가 스토리까지 담아서 보여주는데, 이만큼 더 드라마틱한 게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는 성형외과만이 아니라 피부과,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달라붙는다. 여기에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 등 아름다움에 관련된 전문가는 모두 동원되어 한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안 바뀌면 이상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프로그램에는 어떤 사람들이 출연할까? 쌈닥굿닥의 실제 경험담을 들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방송 초기에 실제로 출연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 성형외과가 아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제의가 들어온 것이지만 성형수술과 정신 건강은 항상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프로그램의 작가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거는 협찬은 아니고요…… 출연 비용을 좀 내셔야 하거든요. 성형외과 선생님은 이만큼 내셔야 하는데, 선생님은 정신건강의학과니까 요만큼만 내시면 돼요."
출연료를 받는 게 아니라 나보고 내라고? 마음이 상해서 "저는 아직 출연료를 내고 방송을 나간 적이 없네요. 다른 의사를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의사들이 방송에 출연할 때 출연료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야 한다는 것은 의료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나마 프로그램 초창기에는 제작진 쪽으로부터 섭외가 왔지만 이제는 서로하겠다고 의사들이 줄을 서 있다고 한다. 물론 손에는 제작사에 줄 출연료를 들고 말이다. 성형외과 병원으로서는 수천만 원을 내고서라도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대가로 3,000만 원을 냈다고 치자. 양악 수술 열 번만 해도 본전은 뽑는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은 태생 자체에도 간접광고(PPL)를 노린 기획이 숨어 있다.
미디어 역시 산업이고 자본주의 논리가 통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근에는 상업적인 왜곡이 도를 넘는 경향이 있다. 의학분야 만큼은 의료 소비자들을 위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PD에게 출연할 의사를 선택할 권한조차도 주지 않는 풍토라면 객관성과 공정성이 있는 정보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상업성으로 치닫는 미디어 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의료 관련 프로그램의 실태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사라고 해도 제의가 오면 돈 들고 나가고 싶은 게 현실이다. 광고 효과가 어마어마한데다가 케이블의 특성상 재방송을 많이 하기 때문에 반복 효과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디톡스, 대체 무슨 독소를 해독한다는 것인가?
원푸드 다이어트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다이어트가 디톡스 다이어트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지만 환경오염을 비롯한 현대인의 생활환경 때문에 빠르게 지지를 얻고 있는 방법이다. 디톡스란 영어의 detoxification 또는 detoxication을 줄인 말로 해독을 의미한다. 몸속의 해로운 물질, 예를 들면 방사능, 환경호르몬, 중금속, 농약 등의 해로운 독소를 배출하면서 다이어트도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다. 디톡스 다이어트법 중에서 가장 유명한 방법이 레몬 디톡스다. 레몬즙을 내어 디톡스용 천연 성분 시럽, 고춧가루 등을 섞어서 마시면 몸속 독소와 노폐물도 빠지고 다이어트도 된다는 것이다.
레몬에 정말 비타민 C가 많고 독소를 다 빼줄까? 비타민 C가 레몬에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풋고추가 더 우수하다. 100그램당 레몬은 38.7밀리그램인 반면 풋고추는 72밀리그램이다. 딸기는 그보다 더 많아서 80밀리그램에 이른다. 파인애플은 비타민 C도 78밀리그램이나 들어 있고 구연산도 많다. 그런데 왜 레몬만 디톡스용으로 인기가 높을까? 실제의 영양 성분보다는 이미지라고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그냥 먹기는 힘들 정도로 신맛이 나기 때문에 이미지가 상큼하고, 그래서 독소도 잘 바지고 덩달아 살도 빠질 것처럼 느껴진다.
레몬 디톡스를 하면 정말로 살이 빠질까? 빠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 알려진 레몬 디톡스 프로그램을 꾸준히 하면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량이 겨우 370킬로칼로리에 불과하다. 레몬 디톡스에 뭔가 엄청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쉽게 말해 굶겨서 빼는 것이다.
디톡스는 정말로 독소를 빼주는 것일까? 그 전에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대체 뭐가 독소란 말인가? 우리 몸에는 해독 작용을 하는 장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간이고, 콩팥도 독소를 걸러내서 소변으로 배출한다. 하지만 레몬 디톡스를 비롯한 각종 디톡스 프로그램은 대체 어떤 독소를 어떤 기전으로 몸 바깥으로 배출해준다는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실체가 없는 모호한 독소라는 말로 포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수은이나 납, 카드뮴과 같이 몸에 들어가면 치명적인 독은 분명 존재한다. 활성산소도 노화를 촉진하는 독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톡스 다이어트에서는 어떤 독소를 어떻게 빼준다는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체 어떤 기전으로 디톡스가 된다는 것인가? 제대로 된 임상 연구 결과는 있는가?
한편으로는 디톡스와 다이어트를 묶어놓은 것도 의사 입장에서 보면 아리송하다. 두 가지는 분명 다른 개념이다. 디톡스는 독이 빠지는 것이고 다이어트는 지방이 빠지는 것이다. 지방은 독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디톡스 다이어트가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이유는 그저 굶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칼로리를 줄이기 때문이다. 디톡스 다이어트는 요즘의 트렌드에 다이어트를 붙이는 마케팅 개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암
개똥쑥 신드롬, 정말 효과가 있었을까?
한때 암 환자들 사이에서 개똥쑥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개똥쑥을 다룬 방송이 나간 이후로 암 환자들이라면 너도나도 이걸 먹어야 한다면서 한바탕 난리가 난 것이다. 이러한 열풍은 개똥쑥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버섯 종류에서부터 시작해서 약초, 원적외선, 몇몇 광물질 등이 탁월한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유행을 탄 바가 있다.
모 종편 프로그램에서 처음 소개된 개똥쑥은 들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풀이다. 탁월한 항암 효과가 있어서 위암이나 간암이 진행된 환자들이 이것을 먹고 나았다는 체험 사례까지 방송으로 소개되다보니 대번에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등을 차지했다. 여기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은 미국 워싱턴 대학교 연구팀의 발표다. 개똥쑥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의 항암 효과가 일반 화학요법, 곧 항암제보다 열 배 높다는 언급이 방송을 탔다. 마치 개똥쑥이 뛰어난 항암제라는 사실을 의학계에서 입증해준 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는 이제 실험 초기 단계이며 시험관 안에서 발견된 결과다. 실제로 워싱턴 대학교 생명공학과의 웹사이트에서는 아르테미시닌과 암에 대한 관련성에 대해서 "아르테미시닌을 암 치료에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르테미시닌은 현재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항암제가 아닌 말라리아 치료제이며, 미국 FDA에서도 이 물질을 암 치료용으로 전혀 승인하지 않은 상태이다.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서 실험적으로,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설령 아르테미시닌이 항암 효과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러면 개똥쑥을 삶아 먹으면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의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말도 안 된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푸른곰팡이를 삶아 먹으면 페니실린을 섭취하고 몸속의 세균도 퇴치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1차원적인 논리에 불과하다.
일부 방송 프로그램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난치병 환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은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다. 암 환자들은 마치 신앙 간증이라도 하듯이 자신의 치료 경험을 증언하고, 이 내용이 전파를 타면 암 환자들은 들썩인다. 과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뭘 먹었는데 간암이 나았어요"라는 식의 사례 중에는 정말로 의학적으로 완치된 것인지 여부조차 검증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있다.
암 환자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것저것 좋다는 것은 다 구해 다닌다. 개똥쑥이 아니라 개똥도 좋다면 삶아 먹는 게 암 환자의 심정이다.
암 치료 효과도 불분명하고,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도 문제지만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흔히들 생약이나 천연 물질이라면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아니다. 아무리 생약 제제라도 농축된 상태로 많이 먹으면 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암 환자들 중에 쑥이나 미나리즙을 비롯한 생약이나 건강식품을 복용한 뒤에 급성 독성 간염 증상을 일으켜서 병원에 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방송 등을 통해서 퍼진 민간요법이 암 치료는커녕 결국은 암 환자 치료를 방해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말기 암 환자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앞으로도 암 환자들의 심리를 노리는 제2, 제3의 개똥쑥은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나 방송만 믿고 섣불리 실행에 옮기면 오히려 치료를 방해하고 몸을 더 망가뜨릴 위험마저 있다. 절대로 현혹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한 뒤에 실행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병원
컵라면 먹는 시간이 길까, 진료 시간이 길까?
종합병원, 특히 유명 병원의 문제점으로 흔히 지적되는 것이 3분 진료다. 그나마 3분이면 길게 진료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말도 안 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예도 있다. 오전 오후 합쳐서 하루에 무려 400명을 진료하는 의사들도 있다. 어쩌다 갑자기 환자가 밀어닥쳐서가 아니다. 매일 그렇게 진료한다. 이쯤 되면 정말로 예술이다. 환자가 옮겨 다니는 게 아니라 몇 개 진료실에서 미리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고 의사가 진료실에서 진료실로 옮겨 다니는 경우도 있다.
유명 대학 병원에 가면 어떤 의사는 아예 환자의 눈을 마주치지 않기도 한다. 눈을 마주치면 환자가 뭔가 물어보게 마련이고 그만큼 진료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컴퓨터를 보면서 진료를 하는 점을 이용하는 의사도 있다. 환자가 들어오는데도 모니터만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오셨어요? 저번에 드신 약 어떠셨어요? 괜찮아진 것 같아요? 그러면 약 일주일분 더 드릴게요. 들어가세요."
여기까지 10초도 안 걸린다.
의사의 입장에서 변명을 해본다면 이런 초 치기식 진료가 성행하는 이유에는 단위시간당 진료가 의료 수가에 반영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환자 1명을 10초만 보든 1시간을 보든 진찰료는 똑같다. 의사나 병원으로서는 짧게 많은 환자를 보는 게 훨씬 이익이다.
의사가 환자와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한 끝에 약이나 주사가 필요 없다고 돌려보내는 진료와 1,2분 짧은 대화만을 하고 기계적으로 주사나 약을 처방해주는 진료 중 어느 쪽이 더 제대로 된 진료일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풍토는 후자 쪽이다. 무형의 서비스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풍토 속에서는 기계적인 진료, 약의 과잉 처방, 불필요한 검사와 같은 문제점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제 환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그나마 짧은 시간 안에서 효율적인 면담을 하고 최선의 진료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팁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지난번 진찰 때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 즉 나아진 점이나 더 나빠진 점이 있다면 이를 간략하게 메모하고 현재 상태를 체크한 다음에 진찰실에 들어가자. 둘째, 좋은 의사일수록 환자에게 질문을 한다. 진료 마지막에 "궁금한 거 없으세요?" 하고 물어봤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궁금한 질문을 준비하라. 셋째, 필요한 내용이 주치의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 자신의 증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많이 아프지 않은데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의사가 신경을 안 써줄까 봐 작은 것도 크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진단이 전혀 달라진다. 환자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오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응급실
응급실 치료 순서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어떤 질병의 환자들이 응급실을 가장 많이 찾아올까?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울 지역 빅5 의료 기관 응급실 환자의 주요 질병 현황을 보면 1위가 11.3퍼센트를 차지하는 암 환자다. 말기암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입원실이 부족하다보니 입원 대기를 위해서 응급실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2위는 열린 상처다. 봉합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출혈이 심한 경우 또는 혈관 및 신경이 다친 응급 상황일 수도 있다. 그다음 3위가 문제다. 바로 감기다. 본인이야 아프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비응급 상황으로 응급실에 오는 전형적인 경우가 감기라고 할 수 있다.
4위는 급성 위장관염이다. 이 역시 의학적으로 볼 때 응급 상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설사에 가깝고, 심지어 변비로 오는 경우도 있다. 5위는 복통이다. 비응급일 수도 응급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응급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응급실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큰 문제다. 대한 응급학회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 가운데 80퍼센트가 비응급 환자다. 진짜 응급 환자는 5명 중에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응급실에 가는 환자와 가족들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아파 죽을 것 같아 응급실에 왔는데 빨리 치료를 안해주고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오히려 먼저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보니 열이 받게 된다. 왜 그럴까?
응급실에서는 도착한 순서대로 환자를 보지 않는다. 어떤 환자가 응급 환자인가가 중요하다. 선착순이 아니라 긴급한 순서대로 치료를 받기 때문에 비응급 환자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응급실에 왔는데 의료진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큰 변고가 날 일은 아니니까 일단은 안심해도 좋다는 의미로 생각해도 좋다. 응급실에 비응급 환자가 많이 몰리면 정말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에게조차 의사의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비응급 환자는 많이 기다려야 한다. 결국 응급과 비응급 환자 양쪽에 피해가 간다.
그렇다면 응급과 비응급을 어떻게 구분할까? 법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배가 아프다거나 구토가 날 때, 심지어 뼈가 부러졌을 때에도 응급인 경우와 아닌 경우가 있다. 응급과 비응급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활력징후다. 혈압, 맥박, 심장박동, 호흡과 같은 요소들이 안정적인지 불안한지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죽을 수도 있는 상태인가, 아니면 죽을 가능성은 희박한가가 응급과 비응급을 가르는 첫째 요소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응급실에서는 도착한 순서대로 진료를 받는 것이 아니다. 시급한 환자가 먼저다. 오래 기다렸는데 나중에 온 사람이 먼저 진료 받는다고 억울해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자신에게 당장 큰 문제는 안 생긴다고 보고 안심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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