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

   
정지연(그림: 이혁)
ǻ
큐리어스
   
14500
2013�� 04��



■ 책 소개
음식을 함께 만드는 동안 서양요리의 기본과체계를 잡아주는 책!

메르삐꽁 셰프앨리의 쿠킹 클래스 15개를 화가 이혁의 수백 장의 수채화 그림과 함께 담아낸 책. 클래식에서 출발하는 필수 레시피는 물론, 시즈닝과 시어링같은 기본기부터 소테와 베이스팅 같은 불의 테크닉, 스톡과 브로스 그리고 스튜 같은 조리방법까지 서양요리의 체계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있다.

레시피가 가득한 책들과 달리, 요리는15가지뿐이지만 왜 그 재료를 쓰는지, 어떻게 다루는지, 무엇을 의도해야 자신만의 요리가 태어나는지… 하나의 음식을 놓고 지식과 원리, 기술과테크닉까지 거의 모든 것을 짚어주기 때문에 서양요리의 기초와 체계를 잡는 데는 충분하다. 원리만 알면 누구나 자신만의 요리를 ‘창조’하고 수십가지로 응용할 수 있다.

■ 저자정지연&nbsp&&nbsp&&nbsp&&nbsp&&nbsp& 
비스트로펍 ‘메르삐꽁’의 오너 셰프. 전통요리 연구가를어머니로 둔 행운으로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자랐다.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에서 기틀을 닦았다. 호주의 호텔학교‘윌리엄 앵글리스’에서 놀다 왔다. 오래된 요리에서 새로운 요리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틈틈이 케이터링하고, 매장 오픈과 메뉴 개발을 돕는컨설팅도 하고 있다. 요리를 주제로 사진, 회화, 음악 작가들과 공동전시를 즐겨 한다. 요리로 인연이 된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상상하며 먹고마시고 나이 드는 것이 요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 그림 이혁&nbsp&&nbsp&&nbsp&&nbsp&&nbsp& 
프로젝트 작가전‘상류사회(2012)’에서 맺은 인연으로 책 작업을 함께한 이혁은 기억의 흔적들을 통해 ‘본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작업을 계속해온 작가.2006년 관훈갤러리 개인전 ‘조각난 현실의 종합을 위하여’를 시작으로 6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 차례
Class 1 봄날의 정원을 담다
프레시치즈 샐러드 

Class 2 신선한 계란으로할 수 있는 일 
프리타타 

Class 3 파리의해장법 
프렌치 어니언 수프 

Class 4 정말로감자라니까요 
파리스 매시 

Class 5 토마토가 익어가는 시간 
토마토 홍합스튜 
Class 6 태양이 키스한 야채스튜 
라타투이 
Class 7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것들 
연어 스테이크와 대파 크림스튜

Class 8 이탈리아의 색을 입히다 
전복리소토 

Class 9 어느 일요일의 프랑스 식탁
코코뱅 

Class 10 누구에게나 그리운 맛은있다 
가자미 버터구이 

Class 11 어디에나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라비올리 

Class 12소리의 향, 기다림의 맛 
립아이 스테이크 

Class 13 우리가 기억하는 따뜻함에 대하여 
포토푀 

Class 14 오늘은 즐거움을 굽는 날 
로스트 덕 
Class 15 마드모아젤 타탱의 달콤한 실수 
업사이드다운 애플파이

Special Class 맛있는 향기 
미르포아,부케가르니, 향신료 

에필로그 - 당신을 위한 파티
특별부록 - RECIPE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


태양이 키스한 야채스튜

라타투이 

HEART OF FOOD

라타투이는 프랑스 남부에서 즐겨 먹었던 전통적인 가정식이다.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혹은 피망), 주키니 등의 야채를 올리브오일로 볶은 후 프로방스 출신의 허브를 넣고 푹 끓인 스튜.


땅에서 나는 것을 바로 따서 먹었을 때의 그 맛은 먹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다. 익히지 않으면 못 먹을 것 같은 가지조차도 베어물면 뽀드득거리며 풋풋하고도 달큰한 향이 입안 가득 피어난다. 토마토는 또 어떻고. 햇빛을 가득 받은 토마토에서는 태양의 맛이 난다. Sun kissed, 태양의 키스. 그 빨간 에너지가 즙과 향으로 입에서 터지는 거다.


라타투이는 이렇게 자연의 재료들과 만났던 순수한 경험과 가장 비슷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한국보다 더 강렬한 태양의 키스를 듬뿍 받고 자란 프로방스 야채들이라니. 그런 재료들을 한 냄비에서 정성껏 끓여내는 것, 그게 라타투이의 전부다. 이미 자연이 다 요리해놓은 것을 먹는 거다. 그런데 우리에겐 프로방스 야채가 없다. 그래서 요리를 해보자는 거다. 불로 야채 안에 잠든 태양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 그게 우리가 만들 라타투이의 비밀이다.


태양의 맛을 요리로 표현하기 위한 두 가지 키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토마토다. 외국 레시피에서는 토마토를 찹해서 다른 재료들과 같이 오래 끓인다. 그럼 그 토마토에서 나온 맛이 야채에 스며들어 어우러지는 거다. 라타투이의 전체 맛은 토마토가 좌우한다. 토마토의 상큼함이 메인 테이스트, 붉은색이 메인 컬러가 되는 거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했듯 우리의 토마토와 이탈리아의 토마토는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생토마토로 싱그러움을 주고, 홀 토마토 캔을 3분의 1 정도로 졸여 맛의 기본이 되는 소스 역할을 하도록 만들 거다.


또 한 가지는 라타투이에 넣을 재료를 따로따로 볶는 거다. 줄리아 차일드와 프랑스의 스타 셰프 조에르 뷰송 가라사대~ 맛있는 라타투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들을 따로따로 볶아라! 재료마다 조리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따로 볶으면 재료가 가진 각각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다.


이렇게 불로 맛을 끌어내려면 각 재료의 특징을 알아야겠지?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라타투이는 전통적인 가정식이라고 했다. 전통적이라면 지금처럼 하우스 재배를 하지 않았을 때부터 만들어 먹었다는 얘기다. 가정식이니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여야 했을 거고. 그렇다면? 아하~ 라타투이는 한 계절에 나는 것으로 만들었구나. 바로 여름의 재료들! 라타투이에는 보통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나 피망, 주키니가 꼭 들어간다. 모두 여름철 야채다.


가지, 하면 여름 가지다. 달콤하고 맛있다. 가지의 90%는 수분이다. 수분이 많다는 건 조리할 때 눅눅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열을 가하면 수분이 밖으로 나오니까. 또 스펀지 같아서 물이나 기름을 빨리, 많이 흡수한다. 그리고 흡수했던 것을 어느 시점에서 뱉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팬에서 볶을 땐 오일을 아주 적게 둘러야 한다. 왜 이렇게 오일이 없지? 하며 자꾸 넣으면 기름에 절인 가지가 될 수도 있다.


가지의 이런 특성 때문에 다른 야채와 같이 볶으면 다른 애들의 수분을 흡수해서 질척거리고 노릇하게 안 된다. 어떤 요리를 하든 가지는 되도록 따로 볶아준다.


우리는 보통 가지를 쪄서 가지나물을 해먹는다. 수분을 끌어내는 조리법이다. 그래서 가지를 떠올리면 물컹하고 미끄덩한 식감부터 떠오르는 거다.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서 안 먹는다. 하지만 그건 조리법 때문이다. 가지는 순간적으로 열을 가해서 구우면 노릇해지면서 단맛이 강해진다. 그렇게 구운 가지는 씹었을 때 겉은 크리스피하고 안은 촉촉해져서 가지를 싫어했던 사람도 그냥 구워주기만 해도 가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구우면 맛있을까. 어떤 모양으로 자르든 어느 정도 두께감이 있어야 한다. 너무 얇으면 겉을 노릇하게 구웠을 때 속이 말라버리니까. 적어도 1cm 정도 두께로 자른다. 팬을 최대한 달구고 올리브오일을 아주 적게 두른 후 자꾸 뒤적이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파프리카는 비타민 캡슐이라는 닉네임이 있을 만큼 비타민 덩어리다. 한 개만 먹어도 하루에 섭취해야 할 비타민C가 채워질 정도. 그런데 파프리카의 비타민은 수용성이어서 삶거나 데치면 빠져나간다. 하지만 불에는 강해서 잘 파괴되지 않는다. 가장 좋은 건 생으로 먹거나 기름에 볶거나 불에 구워서 먹는 거다. 물론 국물까지 먹는 스튜 종류는 괜찮다. 국물에 비타민이 녹아 있을지도 모르니 라타투이도 국물까지 전부 떠서 먹자.


여름 호박 주키니는 남아메리카 출신이지만, 이탈리아에서 발달시켜 요리에 많이 쓰이게 되었다. 열에 강한 게 특징이다. 주키니의 어린 꽃은 튀기거나 쪄서, 혹은 속을 채워서 요리하기도 한다. 우리의 라타투이에 넣을 주키니는 들었을 때 묵직하고, 단단하고, 너무 크지 않은 걸 고르도록 한다.


주키니는 클수록 섬세한 향이 없고 요리할 때 질척거리게 된다. 너무 크면 껍질이 거칠고, 속은 축축하고, 씁쓸한 맛이 난다. 어릴수록 더 부드럽고 12∼15cm 정도가 맛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20cm가 넘는다. 아쉬운 대로 제일 작은 녀석으로 고르자.


홀 토마토는 자르지 않고 통째로 들어 있는 것을 준비하자.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다.


라타투이에 필요한 마지막 재료는 프로방스의 향신료들이다. 월계수잎, 타임, 바질 등이 잘 어울린다.


IN THE KITCHEN

만일 만들어둔 토마토소스가 있다면 그걸 쓰면 된다. 없다면 토마토소스를 끓이며 야채를 따로따로 볶을 거다. 볶은 야채는 바로 소스에 투하. 동시에 하는 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주키니, 가지, 파프리카랑 피망, 토마토, 딱 네 번만 하면 된다. 그마저도 귀찮다면 단단한 야채부터 한꺼번에 볶아주자.


필요한 것들

되도록 작은 주키니 1개, 가지 2개, 빨간색과 노란색 파프리카 각 1개, 초록색 피망 1개, 파프리카와 피망은 넣고 싶은 색을 선택해서 넣으면 된다. 홀 토마토 500g, 양파 1/2개, 마늘 3알, 토마토 2개, 올리브오일, 월계수잎 1장, 타임, 바질,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그리고 소금, 후추.


① 야채를 자른다

재료의 크기는 각자 정하자. 다만 너무 크지 않게 3cm 미만 정도로, 되도록 일정한 크기로 자른다. 한 냄비에 들어가는 재료의 크기는 일정하게 해주는 게 재료 자르기의 기본이다.


주키니를 도마에서 잘라보자. 일단 세로로 반을 자르고, 반 자른 걸 눕히고 다시 세로로 반을 자르자. 그리고는 적당한 크기로 뚝뚝뚝 자른다. 가지도 마찬가지. 하나를 잘라보면, 비슷한 것들은 응용할 수 있다. 파프리카와 피망은 먼저 꼭지와 밑을 자르고 안에 있는 씨를 뺀다. 원통형이 되었지? 그 원통의 한쪽을 자르면 직사각형으로 쫘악 펴진다. 펼친 후에 3cm 정도의 네모로 자르는 거다.


② 토마토소스를 끓인다

슬슬 불 옆으로 가볼까. 깊은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그 옆에는 팬을 올린다. 어떤 팬을 올리느냐. 주키니 하나를 넉넉하게 볶을 수 있는 크기의 팬. 자, 이제 준비 됐나요? Turn up the heat! 어떤 요리든 달궈질 때까지는 센 불로! 그런데 어디에 불을 켜지? 냄비부터~.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르고 양파 찹한 거랑 다진 마늘을 달달달 볶는다. 매운 향은 날아가고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살짝 노릇해도 상관없다. 노릇하게 익으면 맛있는 단맛이 나니까. 그리고 홀 토마토는 국물까지 전부 붓는다. 후두둑 쏟아버리면 사방에 튀니까 살살살 부어주기. 월계수잎, 타임을 넣고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중간중간 저어주자.


③ 야채를 따로따로 소테한다

우리는 재료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야채는 따로따로 볶기로 했다. 따로 볶는 다른 이유도 있다. 파프리카의 경우 지용성이기 때문에 볶았을 때 기름에 색이 배어나온다. 그럼 다른 야채에 색이 묻을 테고, 특히 가지는 그걸 쏙 빨아들일 거다. 어차피 스튜로 끓일 건데 싶겠지만 재료 각각의 텍스처나 맛이 다르니까 따로 맛있게 볶아서 끓이면 국물도, 야채도 당연히 더 맛있다. 마치 김치찌개를 그냥 끓이는 것보다 김치를 고기나 참치랑 같이 달달 볶아서 끓일 때 진한 맛이 나오는 것과 같다. 잡채 만들 때 재료를 하나씩 볶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재료를 볶아보자. 아니, 소테한다고 하자. 재료들을 각각 소테해볼까? 팬에 올리브 오일을 넣는다. 오일은 얼마나? 소테는 적은 양의 오일과 센 불! 모르겠다면 소테에 대한 아래의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자.


* 소테(Saute) 소테란 팬에 기름이나 버터를 두르고 센 불에서 볶는 걸 말한다. 센 불이니까 조리 시간은 짧다. 그럼 팬 프라이(Pan Fly)와 뭐 다를까? 요즘은 혼용해서 쓰기도 하지만 팬 프라이는 닭다리나 스테이크처럼 큰 조각을 뒤지개로 뒤집으면서 소테보다는 오래 굽는 걸 말한다. 소테는 조금 작은 조각을 토스(Toss)하면서 볶는 거다. 소테는 to jump라는 의미다. 재료들이 팬에서 점프점프점프! 리듬감을 상상해보자. 물론 나무주걱으로 가볍게 저어줘도 상관없다.


소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골든 브라운이다. 재료를 볶을 때 그 재료에서 나오는 당분 같은 것들이 캐러멜라이징되면서 노릇노릇하게 익는 걸 말한다. 그래서 팬을 최대한 뜨겁게 해서 센 불로 볶는 거다. 약한 불로 볶으면 재료의 숨이 죽으며 즙이 다 빠져나오고, 그 수분 때문에 노릇하게 하는 데에 훨씬 오래 걸리고, 오래 걸리면 재료의 텍스처가 무너지게 되니까. 소테는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약간의 기름이나 버터, 작은 조각, 센 불에서 짧게 골든 브라운으로.


* 골든 브라운(Golden Brown) 재료들을 굽거나 볶을 때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맛의 색깔이다. 이 색깔은 불이 너무 세도, 혹은 너무 약해도, 재료의 성격보다 조리 시간이 길어도 안 나온다. 겉이 맛있는 노릇함으로 살짝 바삭해지면서, 안의 수분이 구수한 향으로 가둬지는 것. 그것이 골든 브라운이다.


주키니, 가지, 파프리카, 토마토 순으로 볶을 거다. 일단 소스가 끓고 있는 냄비를 보자. 처음과 비교해 3분의 2 정도가 남았을 때가 소테한 주키니를 넣는 타이밍. 때가 되었다면 주키니를 팬에 올리고 소금 살짝, 후추 살짝, 다진 마늘 약간. 항상 모든 재료는 각각 밑간을 한다. 볶으면서 그 맛이 재료에 배면 더 맛있으니까. 노릇하게 골든 브라운이 되면 소스가 끓고 있는 냄비에 주키니를 붓는다.


다음은 가지를 소테하자. 가지는 수분을 빨리 흡수하기 때문에 약불에서 시작하면 노릇하게 구워지지 않는다. 주키니를 볶은 팬 온도가 조금 내려갔을 테니 온도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올리브오일 조금 넣고, 가지 넣고 또 소금 후추 마늘. 스펀지 같은 가지에 속아 올리브오일을 많이 넣는 일만 조심하면 된다. 가지는 센 불로, 수분이 나올 틈을 주지 말고 후루룩 볶아서 노릇해지면 냄비에 넣는다.


파프리카와 피망은 한꺼번에 넣고 소금 후추 마늘. 다른 야채보다는 살짝 볶자. 색을 예쁘게 유지하도록. 마지막으로 토마토를 소테한다. 그런데 왜 토마토를 마지막에 볶을까? 팬이 더러워지니까! 토마토부터 볶으면 중간에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건 귀찮으니까 팬 한 개로 끝낼 수 있게 순서를 잘 짜야 한다. 올리브오일에 다진 마늘을 먼저 볶다가 토마토, 소금, 후추를 한 후 냄비로 투하.


④ 뭉근하게 35분간 끓인다

재료를 모두 넣고 35분 동안 끓일 거다. 스튜니까 불은 약하게 둔다. 이제 월계수잎이랑 타임을 넣자. 지금 라타투이는 토마토소스와 야채의 수분으로 끓고 있다. 야채의 색이 살아 있는 것이 더 좋다면, 20분만 끓여도 된다. 중요한 건 자신의 취향이니까.


바질을 넣을 거라면 먹기 직전에 넣어주자. 더 강조하고 싶은 향은 어떤 요리든 완성되기 10분 전쯤에 넣자. 이렇게 해서 스튜가 완성되었다.


만약 오븐을 사용한다면, 오븐용 뚝배기나 된장 뚝배기에 토마토소스와 소테한 재료를 넣고 뚜껑을 덮어 익힌다. 온도는 120∼140˚C, 조리 시간은 30분. 물론 차가운 뚝배기라면 그릇이 데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좀더 시간을 주고, 그릇의 두께에 따라서도 시간을 더 주어야 한다. 오븐은 간접열로 조리하는 기계다. 불로 바로 끓이는 것과 오븐에서 간접 열을 받아 만든 것과는 조금 맛이 다르다. 하지만 불에서도 얼마든지 맛을 끌어낼 수 있다.


레시피를 보면 왠지 모르게 복잡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엄청 간단하다. 소스를 끓이고 재료를 잘 볶아서 넣으면 끝. 나머지는 시간과 불이 요리하는 거다.


More Dishes 라타투이와 3일을 보내는 법

라타투이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이 끓여서 몇 번씩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냉장고에서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도 있다. 그럼 라타투이와 함께하는 3일을 계획해볼까?


첫째 날. 부르스게타로 먹기 냉장고에서 라타투이를 꺼내자. 차가우니까 다시 데워야겠지? 자작하게 먹었던 것을 좀더 졸이며 볶아줄 거다. 팬에 라타투이를 넣고 노릇하게 볶는다. 이걸 빵에 올려 먹을 거다. 바게트 빵도 하나 사서 팬에서 노릇하게 굽자. 좀더 바삭하게 먹고 싶다면 버터를 조금 넣는다. 빵을 노릇하게 굽는 이유는? 첫째, 바삭하고 맛있으라고. 둘째, 따뜻하라고. 셋째, 겉이 바삭하지 않으면 빵이 라타투이 야채들의 수분을 흡수해서 눅눅해진다. 바삭한 바게트에 라타투이를 올리면 부르스게타로 변신한다. 부르스게타는 이탈리아의 오픈 토스트, 오픈 샌드위치다.


둘째 날. 가니처로 곁들여 먹기 메인을 바꿔보자. 닭가슴살이나 흰 살 생선구이를 메인으로 두고 라타투이를 가니처로 함께 먹을 거다. 따뜻하게 데운 라타투이를 접시의 살∼짝 오른쪽에 놓자. 닭고기나 생선이 메인이니까 가운데 자리를 양보한 거다. 메인인 녀석들을 라타투이에 살짝 기대서 놔주면 완성.


셋째 날. 토마토 수프와 쇼트 파스타 오늘은 얼려둔 치킨 브로스를 라타투이에 넣고 끓이자. 그리고 옆에서는 뭘 하냐. 마카로니나 푸실리, 팬네처럼 짧은 쇼트 파스타를 익힌다. 소금 넣고 올리브오일 넣고 봉지에 있는 조리법대로 삶자. 치킨 브로스를 넣은 라타투이는 토마토 수프 같은 느낌이다. 만일 토마토 맛을 좀더 내고 싶다면 토마토소스를 추가한다. 육수가 들어가 싱거워졌을 테니 소금을 조금 넣자.


어제 술을 많이 마셨다면 한 가지를 추가한다. 야채의 영양소만으로도 충분히 해장이 되지만 뇌에서는 뭔가 해장을 원한다. 해장하면 얼큰한 맛. 맵고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보자. 나름 서양요리니까 고운 고춧가루로 잘 보이지 않게. 외국에서는 보통 파프리카 파우더를 쓰지만, 우리 입맛에는 어림도 없다. 어른의 맛이 안 난다. 이렇게 고춧가루를 넣으면 칼칼한 토마토 야채수프를 먹을 수 있다. 거기에 익힌 쇼트 파스타를 먹고 싶은 만큼 넣고, 바질이 있다면 손으로 살짝 뜯어서 올리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위에 살짝 뿌린다. 훅 뿌리면 기름이 둥둥 뜨니까 깔끔하게 2∼3방울만.


남은 라타투이로 토마토소스 만들기 우리의 라타투이 한 냄비가 3일째 변신이 끝났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먹었는데도 남았다면 홀 토마토를 한 캔 더 넣고 같이 끓인 다음 블렌더로 갈아주자. 야채맛이 풍부하고 영양소 가득한 토마토소스가 된다. 소스는 지퍼백에 평평하게 잘 넣어서 냉동시키면 언제든 파스타나 토마토 홍합스튜를 만들 수 있다. 이 소스는 김치 라면과 떡볶이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토마토는 매콤한 맛과 짝꿍이니까.



맛있는 향기

미르포아, 부케가르니, 향신료

미르포아(Mirepoix)

스톡, 소스, 스튜에 들어가는 야채 삼총사다. 양파, 당근, 셀러리를 2:1:1로 넣는 게 전통적인 비율이지만, 셀러리 향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고려해 셀러리는 0.5로 조절하기도 한다.


부케가르니(Bouquet Garni)

향신료 다발이다. 부케가르니는 스톡이나 국물요리처럼 향신료가 우러나올 수 있는 요리에 들어간다. 그래서 정해진 것이 없다.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것은 타임, 월계수잎, 파슬리, 후추, 정향이다.


허브와 스파이스(Herb & Spice)

서양요리에서 향이나 맛을 더하기 위해 쓰는 향신료를 허브(Herb)와 스파이스(Spice)로 나눈다. 허브가 잎, 줄기, 뿌리, 꽃 등이라면 스파이스는 열매, 나무껍질, 건조한 것 등이다.


바질(Basil)

바질은 아이티 부두교의 사랑의 여신인 에르줄리에게 바치는 허브였단다. 스위트 바질, 레몬 바질, 시나몬 바질이 있는데, 우리가 보통 바질이라고 부르는 건 스위트 바질이다. 바질은 약간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자극적인 맛이 있다. 향도 강해서 누군가 몰래 주방에서 바질을 딱 한입 뜯어 먹더라도 바로 들켜버린다.


로즈마리(Rosemary)

바다의 이슬,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소나무 향처럼 로즈마리에서는 우리의 솔잎과 비슷한 향이 난다. 쓰임새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송편에 솔잎을 까는 건 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쉽게 상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로즈마리도 향이 강해서 요리할 때 육류의 비린내를 제거해주고, 방부효과가 있어 마리네이드할 때 쓰이기도 한다. 로즈마리의 가지는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생선과 함께 요리하고 잎은 토마토수프, 햄, 이탈리아 빵인 포카치아 등에 쓰인다.


타임(Thyme)

우리나라에서는 백리향이라고 부른다. 타임은 일반적인 타임과 레몬 타임, 크리핑 타임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육류, 생선, 어패류, 야채, 계란 등과 어울리고 로즈마리처럼 열에 강해서 오래 끓이는 수프나 스튜, 굽는 요리 등에 넣어도 실력을 발휘한다.


파슬리(Pasley)

파슬리는 컬리 파슬리와 이탈리안 파슬리로 나뉜다. 컬리 파슬리는 장식으로 자주 쓰이는 바로 그 녀석이다. 향이 강하고 물에만 담가놓아도 금방 파릇해지고 오래가기 때문에 장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이탈리안 파슬리는 서양요리에서 기본으로 쓰인다. 냄새를 가려주는 역할도 하고, 요리의 마무리에 마치 우리의 파처럼 파슬리 찹을 뿌려준다. 여러 요리와 어울린다는 얘기다.


월계수잎(Bay Leaf)

닉네임은 향신료의 어머니. 요리할 때는 보통 한 장 정도만 넣어도 되는데, 넣었을 때 익숙하게 먹던 양식의 향을 느낄 수 있다. 말리지 않은 월계수잎은 약간 쓴맛이 나는데, 말리면 특유의 단맛이 살아나서 건조한 월계수잎을 쓰는 거다.


후추(Pepper)

후추는 크게 네 종류, 네 가지 색이다. 그린 페퍼, 블랙 페퍼, 화이트 페퍼, 핑크 페퍼. 핑크 페퍼를 제외하고 수확시기와 가공방법에 따라 다를 뿐 모두 같은 종이다. 보통 레스토랑 주방에서는 가장 약한 화이트 페퍼를 셰프가 쓰는 소금과 섞어 셰프 솔트를 준비해둔다. 기본 시즈닝을 할 때 항상 화이트 페퍼가 베이스로 들어가고, 고기의 경우 셰프 솔트로 시즈닝을 한 후 블랙 페퍼로 또 해주는 거다. 핑크 페퍼는 주로 장식을 할 때 쓰이는데, 손으로 살짝만 눌러도 으깨지고 향이 약하며 살짝 달큰한 뒷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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