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이자경
ǻ
담다
   
15000
2023�� 05��



■ 책 소개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꼐 배우며 한 뼘 더 자라고 있다

이 책은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스스로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저자와 남편이 기다림을 실천하는 과정과 네 아이가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련사가 아닌 조력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저자, 그 곁에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는 남편.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네 아이. 그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또한 함께 배우고, 함께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정해진 길은 없으며,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공자는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배움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저자와 남편, 그리고 네 아이. 홈스쿨링으로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저자의 가족은 공교육을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관심과 경험을 중요하게 다루기를 희망하고, 과정적으로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잠시 연기시켜 놓았을 뿐이다. 꿈과 성장, 내일에 보탬이 된다는 믿음으로 학교 교문을 열고 싶어질 때까지 말이다. 독립적인 인간으로 날마다 한 뼘씩 성장하는 네 아이의 모습에서 배움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생겨난다.

■ 저자 이자경
블로그 닉네임 ‘오색달팽이’이다.

제주도에서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SNS 계정을 개설하면서 ‘오색달팽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 가족이 5명이었고, 나의 다섯 가지 강점인 책임, 학습, 전략, 탐구, 초점을 발휘하여 삶을 즐겁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14살 때부터 결혼 후 세 아이를 낳고 싶다는 목표를 공표하고 다녔으며 ‘책임’의 강점을 발휘해 네 아이를 낳았다. 속독 논술, 주산, 감정 코칭, 복싱, 무에타이, 마라톤 등 배우기를 좋아하는 ‘학습’의 강점을 발휘하며 배우는 것을 즐긴다. 결혼 전 된장녀의 삶을 버리고 짠테크와 미니멀 라이프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전략’으로 36살에 남편의 퇴사를 이루었다. 유치원을 다니면서 달라진 아이를 지켜보며 ‘탐구’의 강점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한 후, 홈스쿨러 가족으로 살게 되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항상 스스로 물어보는 ‘초점’의 강점으로, 느리지만 나의 걸음으로 천천히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다.

저서 / 나는 아름다워질 때까지 걷기로 했다 (2022 대구 올해의 책 선정 도서)

■ 차례
추천사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작가)
프롤로그 너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 줄게

part 1 말을 하지 않는 아이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를 키운다
엄마들의 모임
배움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
지훈이가 보내는 신호
하늘은 무슨 색이에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홈스쿨링
홈스쿨링? 언스쿨링!
아이들의 재능을 내가 찾아줄 수 있을까?
세상과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
왜 나만 유치원에 보냈어요?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홈스쿨링 네트워크
책 읽는 가족
취학통지서를 받다
그래도 초등학교는 졸업해야지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드디어 ‘정원 외 관리’ 대상이 되다

part 2 각자의 시간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아이의 권리
자기의 날
작은 방의 비밀
스스로 살아가는 힘
TV가 없는데 왜 부끄러워요?
형, 누나가 없는 우리는 모두 다 친구
최고의 교사는 자연
무지개색 마음
머리 기른 남자는 없어요?
최고의 동기부여
고양이의 섬
난생처음 심부름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
최고의 직업
각자의 시간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처음으로 사교육

part 3 우리는 놀면서 배운다
이런 내가 자랑스러워요
우리 집 대통령
걸으면서 자라는 아이들
느리게 배달됩니다, 달팽이 신문
시로 여는 아침
나는 내 마니또 좋아하지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법
프로젝트 발표
물건의 가치
지구 한 모퉁이 청소

part 4 어머니 꿈은 뭐예요
아이들과 단순하게 살기
빵 굽는 남자
어머니 꿈은 뭐예요?
새벽을 만나고 갓생 살다
#1 새벽을 만나다
#2 변화를 마중 나가다
#3 건강을 채우다
#4 긍정의 돋보기
나를 성찰하는 독서
나를 돌보는 일
체력이 곧 육아력이다
엄마의 도전은 무죄
좋은 습관이 꾸준함이 된다

에필로그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부록 홈스쿨링이 궁금해요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

그래도 초등학교는 졸업해야지

부모님들이 우리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해 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득하는 건 더욱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세대에는 학교가 신분 상승을 안겨 주는 길이었다. 그런 만큼 우리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했다. 소속된 집단이 없으면 낙오자로 여기는 세상 속에서 우리 생각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우셨을 것이다. 게다가 친정아버지는 꾸준히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알아보니 미국에서는 홈스쿨링 인구가 160만 명이 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규 과정으로 인정하지도 않더라. 그런데 왜 이리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니?”


반면 친정엄마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의견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었다. 엄마는 우리 부부가 신중하게 결정하고 선택한 일이니 응원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경험해 보는 일도 지훈이에게 중요할지 모른다는 말, 대안학교를 선택하거나 다른 길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홈스쿨링을 하며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거나 변수가 생기면 다른 대안도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라고 했다. 부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고민이 많으면 의도하지 않게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고 했다. 그러니 아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돌보는 일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왕 하는 거 멋지게 한번 해봐. 우리 딸 믿어!”


엄마는 언제나 똑같았다. 내가 선택하는 일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 주었기에 나는 나를 믿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이 늘 옳았던 것만은 아니다. 선택한 일의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 실패한 경험도 많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나의 결정을 믿고 따랐을 때 비로소 책임감이 생겨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내 삶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다운 삶을 살기로 했다. 엄마의 얘기에 용기를 얻어 더 마음을 굳혔다. 혹시 홈스쿨링을 하다가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목마름이 생겨 학교에 가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리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이의 생각을 응원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



각자의 시간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아이의 권리

“아버지, 우리 제주도에서는 사우나 자주 갔잖아요. 여기는 사우나 없어요?”


물놀이를 좋아하는 지훈이는 제주도만큼이나 사우나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얼마 뒤, 집 근처에 사우나가 조용히 오픈했다. 지훈이와 사우나를 먼저 다녀온 남편이 동네 작은 목욕탕이라고 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 목욕탕이 어디냐며 서빈이와 셋째 유진이를 데리고 여자들끼리 목욕탕을 찾았다. 태어나 처음 가는 목욕탕 나들이에 신이 난 아이들은 장난감으로 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뜨끈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묵은 때를 빡빡 밀었다. 서빈이와 유진이는 옆에 앉아 집에서 하던 인형 놀이를 계속했다. 그때 네다섯 살쯤 된 여자아이가 우리 곁으로 와서 장난감을 힐긋힐긋 보더니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갔다. 조금 뒤 할머니 손을 잡고 나타난 아이는 장난감을 달라며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서빈이에게 장난감을 빌려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서빈이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다시 서빈이에게 물었다.


“장난감 안 가지고 노는 거 있으면 빌려줄 수 있을까?”

“지금은 우리가 놀고 있어서 빌려줄 수 없어요.”


서빈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할머니 손을 잡고 있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동굴 속 메아리처럼 큰 울림이 되어 돌아왔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말과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갔다. 울음소리에 몇 번 힐끗 바라보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이내 인형 놀이 삼매경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서빈이랑 유진이가 장난감 몇 개를 들고 서 있었다.


“어머니, 이 장난감 아까 그 아이에게 빌려주고 싶어요.”

“빌려줄 수 있어? 이제 다 놀았어?”

“네. 우리는 이거 두 개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서빈이랑 유진이가 가서 빌려주고 올래? 어머니가 가는 것보다 서빈이가 직접 빌려주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작은 목욕 바가지에 장난감을 가득 안고 간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되돌아왔다.


“장난감 빌려주니까 기분이 어때?”

“기분 좋아요. 아까는 우리끼리만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 우리는 집에 가서 또 놀 수 있으니까 빌려주고 싶었어요. 그 아이는 조금밖에 못 놀잖아요.”

“아~ 그랬구나. 서빈이가 다른 사람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 어머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지네.”


얼마 뒤 여자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할머니와 함께 우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짜 먹는 딸기 맛 요구르트 두 개를 아이들에게 쓱 내밀었다. 처음 보는 간식에 웃음이 넘쳤다.


“장난감 빌려줘서 고마워.”


양보하고 싶지 않은데도 부모의 강요 때문에 물건을 빌려주는 건 어떤 면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느라 자기 자신을 배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신중하게 선택했다면 그것을 인정해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의 기준으로 배려와 양보를 요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된다며 아이를 꾸짖으면, 자기 의견을 존중받지 못한 아이는 강요에 의해 억지로 양보한 뒤 상처를 입게 된다.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면 비로소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길러진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사건이었다.


서빈이가 장난감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양보하고 빌려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하지 않았던 건 서빈이를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내가 기다림을 실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언제 다른 아이에게 양보할지 결정하는 건 오로지 서빈이의 몫이니까.


홈스쿨링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아이들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여유가 생겼다. 장난감을 충분히 경험할 서빈이의 권리를 보호해 주고, 또 장난감을 빌려주기로 스스로 결정하기까지 기다릴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는 놀면서 배운다

걸으면서 자라는 아이들

“아버지, 우리 여행 갈 수 있어요?”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걷기 여행 가고 싶어요.”

“정말? 걷는 여행 힘들다고 했잖아.”

“힘들긴 한데, 걸으면 차를 타고 갈 때 안 보이던 것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곤충들도 만나고요.”

“맞아요, 그리고 걸으면서 먹는 음식은 전부 다 꿀맛이에요”


우리 가정에서 가장 멋진 일은 ‘자유’이고 거의 계획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햇빛 찬란하고 쾌청한 가능날,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따.


배낭 하나에 필요한 짐을 챙겨서 세상을 돌아보고 배우기로 했다. 배움에는 시기가 있다고들 하지만 꼭 학교와 교과서를 통해서 배워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껏 뛰어놀기, 킥킥거리며 웃기, 누워서 시간보내기 등 시계의 흐름을 벗어난 이런 행동에서도 배울 것이 있으며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야~ 너무 신난다!”

“어머니, 이번에는 유모차 없어서 어떻게 해요?”

“그래서 자기 옷이랑 먹을 거는 각자 배낭에 넣어서 들고 가야 해. 괜찮겠어?”

“네, 할 수 있죠. 간식만 많이 주면요. 히히.”


벽 한편에 큼지막한 종이를 붙여 놓고 각자 필요한 물건은 그림으로 그려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종이를 수시로 보며 다른 사람은 어떤 물건을 챙기는지, 혹시 빠뜨린 건 없는지 출발 전까지 스스로 확인했다.


사실 도보 여행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래된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인데, 아이들이 어리기에 도전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순례길에 대한 갈망이 커져 갈 때쯤 제주도에 우리만의 순례길을 만들어 보자며 도보 여행을 시작했다. 첫째는 네발자전거, 둘째는 킥보드, 셋째는 유모차를 이용했고, 넷째는 배 속에서 함께 걸었다. 하루에 15~25km를 걸었고, 보름간 걸어서 제주도를 일주했다. 우리의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두 발로 걷는 여행을 즐거워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잠시 쉬어 가기도 했고, 때로는 식물원과 자동차박물관, 매일 변하는 제주의 바다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우리 가족의 도보 여행은 해파랑길로 이어졌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750km를 걷는 코스다. 넷째가 돌을 맞이한 날, 우리는 고성으로 달려갔다.


걸으면서 만나는 계절의 느낌과 무심코 지나칠 뻔한 곤충, 차를 타고 다니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자세히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며칠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25일 동안이나 걸었다. 우리는 걸으며 스스로 세상을 관찰하는 여행자가 되었다. 깨끗한 옷, 따뜻한 집, 안락한 집,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사실은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 여행이었다.


우리는 힘이 들 때면 서로 응원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배워 갔다. 조금 더 빨리 가려고 들어선 지름길은 막다른 골목이었고, 숙소를 정하지 못해 헤매다가 식당 할머니의 도움으로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묵기도 했다. 어긋난 일기예보로 비를 맞으며 다음 숙소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삶의 일부였다.


여행하면서 우연히 마주한 기회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최고의 학습이라 생각한다. 여행의 따스한 기억은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인생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춥고 어두운 시간을 견디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 주리라고 믿는다. 도보 여행을 하며 배운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정해진 삶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면 좋겠다.


지구 한 모퉁이 청소

코끝을 스치는 봄바람이 상쾌하다. 킥보드를 타고 다니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나와 보조를 맞춘다.


“어머니, 여기 쓰레기 있어요.”

“어디?”

“전봇대 뒤에 생수병이요.”

“어머니, 내가 가서 주울 거예요. 줍지 마세요.”


바이크를 탄 로운이가 내 앞을 ‘쌩’ 하고 달려 나간다. 쓰레기 줍기를 태교로 해서인지 ‘엄마’, ‘맘마’라는 말보다 ‘집게’라는 말을 제일 먼저 말한 로운이는 외출 길에 언제나 자기 키보다 더 기다란 집게를 들고 나선다.


코로나19 이후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로깅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는데, 우리 가족은 올해로 11년째 쓰레기 줍기를 이어가고 있다. 걸음마 하던 지훈이와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에 골인시키는 놀이를 했던 게 플로깅의 첫 시작이다.


맨손으로 쓰레기를 주워도 괜찮던 시절이지만, 세월만큼 플로깅 도구도 차츰 변했다. 일회용 장갑과 비닐봉지를 사용해 쓰레기를 주웠지만, 이 또한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회용 장갑이나 집게, 비닐 대신 에코백, 폐현수막으로 만든 가방 등을 사용해 재사용할 방법을 궁리했다.


모래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찾은 바닷가에서 해변 청소를 하기도 한다. 파도에 마모된 유리 조각은 주워 와 깨끗하게 씻은 후 아이들과 작품으로 만든다.


쓰레기를 담을 가방과 집게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할 수 있는 플로깅 덕분에 저절로 환경 감수성이 높은 아이들로 변해 갔다. 종이, 물, 전기를 소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 가고, 작은 곤충과 풀벌레와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을 찾아보기도 한다. 나 역시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소비를 줄이고 물건을 더 오래 사용하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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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