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보듬 엄마표 영어 톺아보기

   
한진희(누리보듬)
ǻ
서사원
   
21000
2023�� 01��



■ 책 소개


제대로가 통하는 유일한 시기, 초등 6년
적당히 원하면 핑계가, 간절히 원하면 방법이 생긴다!

아이들 교육의 무게가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치우치면서 미취학 연령부터 시작되는 속도 경쟁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 그런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시작해서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결과가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교육을 뽑으라면, 단연코 ‘영어’라 할 수 있다. 취학 전부터, 심한 경우 태교부터 시작해서 20년 이상을 영어와 씨름하고 있는데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영어는 소통의 수단으로 도구가 되어주는 언어다. 좋은 성적을 위한 ‘학습’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습득’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가르치는 것을 멈추고 더디더라도 아이 스스로 익혀 나갈 수 있는 습득의 방법을 안내해 주어야 한다. 필자는 20년 전 행운처럼 그 방법을 알게 되었다. 8년 동안 과연 이것이 옳은 방법일까 의심하고 불안했지만 흔들리면서도 부러지지 않으니 아이의 영어 습득 완성을 이 길에서 경험으로 확인했다. 소통 8년을 채운 지금, 공감한 많은 독자들이 같은 경험으로 아이들의 영어 성장을 이 길에서 확인하고 있다.

■ 저자 한진희(누리보듬)
2018년 2월에 출간된 필자의 첫 책 《엄마표 영어 이제 시작합니다》는 개인적 경험에 국한되어 있었다. 시작은 20년 전이었고 자녀의 영어 완성을 확인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바뀌었다. 필자는 변화된 세상에서 현재 진행중인 가정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다양한 시행착오들을 공유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덕분에 유사한 고민들에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참고 가능한 긍정적 데이터들이 모아졌다.

책, 블로그, 강연 등을 인연으로 필자의 경험이 공감되어 일찍이 사서고생을 선택한 가정이 많아졌다. 초등 6년의 애씀으로 아이들의 실질적인 영어 성장이 기대 이상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년 전 방법인데 지금도 통하는 방법이라는 거다. 세대와 환경이 달라지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영어 습득을 위한 접근 방법은 변할 수 있어도 영어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영어다. 그러하니 습득의 완성을 위한 최고의 방법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모든 아이들에게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방법이다. 그 방법에 대해 필자의 자녀 반디의 경험 8년과 소통으로 얻어진 데이터들까지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펴보고자 이 책을 정리했다.

■ 차례
프롤로그: Stop studying English and start acquiring it!

PART 01 모국어와 영어 그리고 책
풀이 방법이 모두 다른 육아와 교육
아이들 성장에 책이 전부일까?
신데렐라 구두는 신데렐라에게만 맞는다
엄마라서 특별한 엄마표 교육
공감이 필요한 세 문장
우선순위는 ‘먼저’이지 ‘그것만’이 아니다
대책 없이 끌려갈 것인가 타협 없이 끌고 갈 것인가?
최고의 환경으로 키웠건만 왜?
불순한 의도가 문제였을지도
기본 설정값이 결핍보다 풍요인 시대
우리말 내공과 영어의 상관관계
영유아기 사고 발달에 책보다 우선인 것들
방향 전환을 위한 시작점
적당히 원하면 핑계가, 간절히 원하면 방법이 생긴다
《해리포터》 원서로 읽기, 종점일까 정거장일까?
시간 확보가 난제인 워킹맘의 최선
엄마표 영어≠사교육을 하지 않는 것
선택하지 않아도 좋을 사서 고생
휴먼북, 온라인 연강, 지역 소모임

PART 02 분명한 목표와 흔들림 없는 확신
끝을 알아야 끝을 향해 갈 수 있다
경계도 한계도 사라진 세상
지식의 개념이 달라졌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의 해답은 ‘제대로’
엄마표 영어란 도대체 무엇일까?
향후 3년치 매체 활용 계획
엄마가 해야 하는 공부는 영어가 아니다
공공도서관 책은 내 책이다
뇌도 도와주는 적기
제대로가 통하는 유일한 시기, 초등 6년
영어, 잘못된 첫 만남
타고난 능력을 묵히고 썩힐 것인가!
욕심부려야 하는 것은 두 번째 토끼
우리만의 전략이 필요했다
장기계획은 한 줄로 충분했다
실천에 앞서 아이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라

PART 03 집중듣기 톺아보기
20년 전에도, 지금도, 20년이 지나도 통하는 방법
누리보듬식 집중듣기
워밍업을 위한 포인터는 엄마가
무거운 엉덩이 힘 기르기
아이와 사전 약속, 했으면 지키자
워밍업용 매체 활용은 짧고 굵게
빠른 시작으로 길어진 워밍업 부작용
받고 받고 또 받는 질문들
아직도 영어 시작은 파닉스부터라고?
파닉스가 해결되니 사이트 워드가 문제?
책을 소리내서 읽어야 리딩일까?
발음이 좋아야 잘하는 영어일까?
제대로 엄마표 영어 성공 키워드
리딩 레벨을 잡기 위한 세 가지 전략
챕터북 안정을 위해 시리즈를 공략하라
2년 차, 매체 변화로 인한 긴장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하자
고정된 시간에 하루 한 권씩 한 호흡으로
한결같이 꾸준하다면 만나게 될 고전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 뉴베리
서두르지 않아도 좋을 책, 뉴베리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멀어지는 고전읽기
초등 6년 다음은 투 트랙(Two Track) 전략
아이의 독립은 엄마가 영어를 못할수록 빠르다
음원 속도보다 빨라진 묵독 속도
언제까지 집중듣기로 책을 읽을 것인가?
종국에 편안 해져야 할 읽기는 묵독이다
원서 읽기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레벨테스트 수치가 아이의 진짜 실력일까?
렉사일 코드(Lexile Code)에 담겨 있는 배려
레벨 테스트보다 명확하고 효과적인 중간 점검
무턱대고 많이 보다는 올바른 방법으로
초등학생이 영어로 비문학을? 지금 왜?
비문학은 만국 공통개념이다
학습서, 득이 될까 해가 될까?
학습서 시작에 적기가 있을까?
영문법 언제, 어떻게?
영어, 잘하고 싶다면 읽어라!

PART 04 흘려듣기 톺아보기
흔들리지 않는 실천을 위한 다짐
누리보듬식 흘려듣기
1년 차, 영화에 빠지다
받고 받고 또 받는 질문들
일상에 녹아든 소리 노출 환경
그냥 듣기가 알아듣기가 되기까지
알아듣는 아이의 혼자 놀기
영상 확보, 요즘 걱정은 과불여불급
원하는 것이 분명하면 찾지 못할 해답은 없다
원음이라면 아무 영상이나 괜찮을까?
짧아지는 집중력은 세대적 숙명인가?
학년이 올라간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 문해력
산뜻하게 눈감아지지 않는 초등 한자교육

PART 05 어휘확장 톺아보기
단어 공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1, 2년 차_무조건 듣기
3년 차_처음 시도한 어휘 학습서
4년 차_영영사전 녹음하기
듣기만 했는데 가능했나?
5, 6년 차_알고 있는 어휘 다지기
아웃풋에 좋은 단어 활용 연습
시의적절한 전략적 접근

PART 06 아웃풋 톺아보기
이 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아웃풋 모습
5년 차, 혼자 쓰는 영어일기
뜻밖의 행운, 영어 연극반
6년 차, 아웃풋을 위한 선생님과 파트너
아이들의 한국말이 어색한 선생님
Writing의 명확한 문제 진단과 지도
늦게 시작해도 답은 책이다
Writing을 잘하고 싶다면?
전력 질주는 초등 6년이 전부였다
7년 차, 영자 신문 활용 디베이트
8년 차, 원서의 끝판왕 고전과 함께
경제적으로 고전 원서 만나기
엄마만이 끝을 만나게 해줄 수 있는 길이다
그 어떤 선택도 만족할 수 없는 이유

에필로그: 오늘 바뀌지 않으면 내일도 바뀌지 않는다

부록: 전략적 원서읽기를 위한 단계별 추천도서
부록 1 리더스 시리즈 리스트
부록 2 챕터북 시리즈 리스트
부록 3 작가별 단행본 추천 리스트
부록 4 Newbery Winners and Honor Books: ATOS Book Level Order
부록 5 Two Track 전략을 위한 YA(Young Adult) 추천도서

 




누리보듬 엄마표 영어 톺아보기


모국어와 영어 그리고 책

해 엄마라서 특별한 엄마표 교육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의심의 눈초리가 매서웠다. 아이는 특별했을 것이고 엄마는 영어를 잘했을 거라는 의심이었다. 언어적으로 전혀 특별함이 없었던 아이, 평범에도 못 미치는 영어 실력을 가진 엄마라는 것은 이미 적나라하게 들통났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주변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오랜 인연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가 하나라서, 당신네는 홈스쿨을 했으니까? 성공의 이유를 이런 것에서 찾으려는 분들은 하지 않으려는 핑계가 필요한 분들이었다.


블로그에는 <이웃아이 성장소식 공유> 카테고리가 있다. 성장 사례들을 만나보라. 외동이 아닌 가 정이 더 많다. 너무도 당연하게 홈스쿨이 아닌 가정이 대부분이다.


찾아야 하는 특별함은 다른 이들이 갖고 있는 제각각의 상황이 아니다. 엄마표 교육이 왜 특별한지 그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내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계획을 내가 세우고 내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수시로 수정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은 엄마표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다.


팬데믹이 이리 길어질 것이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반 강제 홈스쿨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아이의 안전도 교육마저도 그 마지막 책임은 정부나 학교, 사교육 시장이 아닌 부모 몫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인정해야 했다.


시간 확보가 관건인 엄마표 영어에서 부득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상황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비단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엄마표 교육의 진정한 힘이 전해졌다.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종식된다 하더라도 유사한 상황이 다시 오지 않는다 보장할 수 없다. 생각지도 못했던 외력으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아이들을 위한 장기적인 교육계획을 세우는 데 보다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공감이 필요한 세 문장

출간 초기 강연을 함께한 뒤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는 후기도 많이 받았다. 간혹은 강연장에서 눈물을 보이는 어머님들도 계셨다. 꽤 긴 시간 나름의 엄마표로 애쓰고 있는 중인데 방향을 잘못 잡아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원인이 무엇인지 강연을 통해 분명히 깨닫게 되는 경우다.


알고 있고, 하고 있다 생각한 엄마표 영어와 달라서 공감이 쉽지 않았는데 공감을 거부하기에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는 문장들, 어떤 것들이었을까?


첫째, ‘영어는 재미있고 거부감없이 해야 한다고? 그것은 말 안 되는 환상이다’ 말한다. 아이의 영어 첫 접근을 재미있고 거부감 없이 해야 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낯선 언어다. 의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노출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고 거부감없이?’ 과연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그정도 노출로 얻을 수 있는 성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생각해 봤으면 했다.


‘재미있고 거부감 없는 즐거운 영어? 그러다 보면 뭔가 되겠지?’ 엄마표 영어에 발을 들여놓으며 가능하지도 믿어지지도 않는 이런 말 안 되는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시작해서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장기전이었다. 아이에게 영어는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쉬운 언어라는 거짓말이 아니라 낯선 언어에 대한 당연한 거부감을 인정하고 거부감이 있어도 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득이 먼저야야 했다. 재미있게 거부감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그것들과 다소 거리가 있다 해도 지나치게 몸과 마음이 고단하지 않아도 원하는 성장을 만날 때까지 꾸준히 실천하면 목표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했다.


둘째, ‘텍스트 위주의 챕터북을 만나기 이전, 그림책과 리더스북 단계는 엄마표 영어의 본격적인 시작을 위한 <워밍업>일 뿐이다,’ 말한다. 제대로 엄마표 영어의 본격적인 진행은 그림이 아주 간헐적인, 텍스트 위주로 편집된 챕터북을 만나면서부터다. 이후 또래의 사고와 흥미에 맞는 책을 읽어가며 영어 자체 사고력도 성장하기 위해서 진짜 중요한 것은 챕터북 진입 이후의 책 읽기다.


분명한 것은 리딩 레벨을 잡아야 영어가 잡힌다. 이 길에서 만나게 될 끝에 대한 기대가 막연하게 영어 좀 잘하는 일상회화의 편안함 정도가 아니었다. 책으로 시작해서 책으로 끝을 볼 수 있는 엄마표 영어였으니 영어 완성에 끝에서 아이가 편히 읽을 수 있는 원서가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 조금만 깊이 관심을 가져 본다면 이 문장은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나이가 되었다고 저절로 그 나이 수준의 책을 그것도 영어 원문의 책을 자동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디가 다섯 살 때 처음 알게 되고 공부하기 시작한 엄마표 영어였다. 시작도 전에 그 공부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이런 진행이 아니면 아무리 긴 시간을 애써도 내가 원하는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잘 보였다. 그래서 시작해서 끝으로 가는 과정에서 놓치면 안 되는 문장이었고 이 길의 중심 흐름을 관통하는 세 번째 문장이 되었다.


왜 그림책과 리더스북 활용 시기를 워밍업이라 하는지, 왜 본격적인 엄마표 영어의 시작은 챕터북을 만나면서부터라 하는지, 왜 해마다 리딩 레벨 업그레이드를 위해 절대 필요량을 채워 나가야 하는지, 그렇게 제 나이에 맞는 영어 자체 사고력을 꾸준히 성장시켜 나가는 원서읽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기에 원문의 독해력에 있어 진정한 해방을 맛볼 수 있었는지, 이 모든 이야기의 흐름을 한 문장에 담으라 하면 ‘리딩 레벨을 잡아야 영어가 잡힌다.’ 이것이다. 



분명한 목표와 흔들림 없는 확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의 해답은 ‘제대로’

세상이 달라졌는데 우선 당장 눈에 보이는 욕심으로 수십 년 잘못을 그대로 답습할 수 없었다. 투자 대비 가장 비효율적이었다는 후회로 끝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닿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했다. 취학 전, 아이에게는 의도적으로 영어에 관심을 두지 않도록 하고 엄마표 영어를 깊이 들여다보고 공부하면서 이렇게 말로 정리된 목표를 세웠다.


영어에서 완벽히 자유로워져서 ‘언어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지식 탐구에 무한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평생 동반자도 함께하는 ‘도구’로 만들어버리자!


독자들을 만나며 엄마표 영어를 알고 하고 있는데 목표가 소박한 것이 늘 아쉬웠다. 그 이유가 엄마표 영어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근사한 목표를 완성해줄 믿어 의심하지 않아도 좋은 방법이 ‘제대로 엄마표 영어’다.


제대로 엄마표 영어의 시작은 그것부터 해야 한다. 집중듣기를 시작하고 흘려듣기를 시작하는 것보다 내 아이만을 위한 영어, 그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먼저다. 너무 높아 꿈 같기만 했던 이 목표 끝에 가봤다. 그 끝이 보이는 친구들이 늘어가고 있음을 소통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제대로가 아니면 절대 닿을 수 없는 끝이었다. 제대로 꾸준하다면 누구나 닿을 수 있는 끝이었다.


장기계획은 한 줄로 충분했다

반디의 영어 습득을 위해 세워놓은 장기계획은 한 줄로 충분했다. 문자와 소리에 충분히 익숙해지기! 우리말이 안정적인 초등 입학 이후를 시작 시기로 잡았다. 1차적이니 목표로 차고 넘치게 듣고, 읽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수단과 방법도 분명해졌다. 책과 함께하는 집중듣기와 그리고 영상과 함께 하는 흘려듣기였다. 허술하기 그지없지만 장기계획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것만 붙들고 가도 넘어야 할 산 8부 능선은 오를 수 있었다.


언어 습득이란 어떤 의미일까? 해당 언어에 대한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가 자유로울 때 습득되었다고 본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이중언어 환경이 아닌 가정에서 듣기에 이어 말하기가 자연스러워지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미 문자에 익숙해진 초등 입학 후에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순서를 달리해야 할 것 같았다.


대부분의 선 경험자들이 인풋이 차고 넘치게 들어가면 아웃풋은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했다. 엄마표 영어를 깊이 들여다보니 그럴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인풋에 해당하는 듣기와 읽기에 우선적으로 많은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웃풋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연결 가능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랬더니 인풋만 4~5년 걸렸다.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아웃풋이라 고 믿고 싶은 현상들에,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끄집어내고 싶은 욕심이 마구마구 생기기 때문이다.


임계량을 채우려면 열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연쇄 폭발 아웃풋이 가능하다. 두세 개쯤 들여보내 놓고 어거지로 끄집어내고 싶은 욕심을 참아야 했다. 기대하는 아웃풋이 안 된다고 안달하며 불안해하지도 말아야 했다. 아이에게 영어가 공부해야 할 학문이 아니라 써먹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오랜 시간 실천 방법이 심플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학문으로 보고 공부로 접근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했다. 영어 습득을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정성이 워크지 채우고, 학습서 풀고, 단어 외우고, 문법 공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그 분명함은 충분한 소리 노출, 바로 그것이었다. 깊이 파고들어 공부할 학문이 아닌 언어였으니 아이들이 타고난 능력을 믿었다. 그 능력이 지속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간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8년이었다.


실천에 앞서 아이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라

엄마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고 확신도 없으면서 ‘좋다니까 해라!’ 한다면 아이는 엄마보다 더 모르는 길이니 목표도 의지도 없이 ‘그래, 하라니까 한다!’가 되어버린다. 얼마 못 가서 끌고가는 엄마도 끌려가는 아이도 지쳐버린다. 각자의 핑계를 찾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강해진다. 그런 핑계와 포기가 끼어들 수 없게 하자. 그러기 위해서 직접 실천에 들어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사전 작업이 있었다.


엄마가 먼저 확신으로 무장하고 그 확신으로 아이를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했다. 어떤 기대 때문에 힘든 시간을 쌓아가야 하는지 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자신 모습에 희망을 심어줬다. 끊임없이 칭찬하고 응원하면서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노력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실천 방법 또한 엄마보다 아이가 더 잘 알 수 있게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손가락 걸고 했다. 이 길에서 오랜 시간 직접 실천을 해야 하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고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 길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실천보다 앞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엄마표 영어는 엄마만의 짝사랑으로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엄마의 흔들리지 않는 확신은 아이들은 정확히 알아차린다.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믿음이 생기고 안정이 된다. 미리 계획을 이야기해주고 예측 가능한 생활 패턴을 유지해주면 아이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빠르게 습관화될 수 있으며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3~4년 습관을 넘어 일상으로 이어지면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 스스로도 지금의 노력이 제 값으로 돌려받을 것이라 믿어진다.


계획도 없고 패턴이라 할 정도의 꾸준함도 유지하지 못한다면 엄마가 먼저 흔들린다. 엄마의 확신 없는 흔들림 또한 아이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들도 함께 흔들린다. 왜 확신 갖기가 중요한지 공감되었으면 좋겠다.



집중듣기 톺아보기

누리보듬식 집중듣기

제대로 엄마표 영어의 중요 실천 중 하나가 책과 함께하는 집중듣기다. 여기서 책은 당연히 영어 원서를 말한다. 반디의 영어 해방에 만세를 부르는 순간까지 사랑하고 사랑했던 집중듣기다. 반디가 사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이 된 영어 원서읽기가 긴 시간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이 집중듣기 덕분이었음을 인정하는 정도다.


8년 동안 믿고 실천했던 집중듣기의 의미를 정확히 해보겠다.


‘원음의 소리에 맞춰 단어 단위로 텍스트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책을 보는 방법.’


누리보듬이 하고 있는 말과 글에서 만나는 집중듣기라는 단어는 바로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와 사전 약속, 했으면 지키자

1년차 반디의 집중듣기 실천 모습이다. 약속한 1시간 동안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시간만큼은 만사 제쳐두고 나란히 아이 곁을 지켰다. 약속한 한 시간은 엄마와 함께였고 이후 더 보고 싶거나 게임이나 동요로 놀고 싶으면 혼자 얼마든지 허락했다. 게임이나 동요 등 놀이로 접근하는 것은 집중듣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간혹 알파벳도 모르는 아이가 처음부터 동화를 죽 이어가며 집중듣기 1시간을 꼼짝 안 하고 채울 수 있는지 물어오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무자비한 방법이 아니었다. 엄마가 옆에 앉아 중간중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주 짧게 나누며 주의 환기를 시켜주었다. 이때 나눌 이야기는 보고 있는 동화 관련 영어 이야기가 아니어야 했다. 이제 막 영어를 처음 접한 아이였다.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확인을 할 만한 것도 없었고 집중듣기를 하며 그 어떤 질문도 확인도 하지 않겠다고 방법을 아이에게 설명할 때 약속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하는 이야기는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그렇게 서너 마디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 다음 동화에 집중. 이런 진행으로 아이의 엉덩이 움직임이 덜 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초기에 해야 하는 엄마의 역할이었다.


2년 차, 매체 변화로 인한 긴장

1년 동안 크게 지루하지 않은 멀티미디어 동화 사이트로 집중듣기 워밍업을 충분히 했으니 본격적인 책 읽기를 통해 텍스트 위주의 챕터북으로 갈아타야 하는 시기다. 아이가 멀티미디어 사이트나 그림책을 좋아한다고 또 영어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책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미루거나 놓치는 건 위험하다. 학년과 리딩 레벨의 차이가 벌어지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챕터북 위주로 진행한다고 그림책과 담쌓고 지내는 것도 아니다. 이 길에서의 목표가 영어권 현지에서 출판된 좋은 원서를 제 또래에 맞는 독해력을 위해 제때에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었다.


고정된 시간에 하루 한 권씩 한 호흡으로

2년차 집중듣기 몰입 시기의 실천은 30권 이상 되는 챕터북 시리즈 다섯 세트를 활용했다. 대부분의 책이 100페이지를 넘지 않았고 오디오 시간은 1시간 내외였다. 150권 정도로 어떻게 1년을 채웠을까? 반복을 싫어하는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서 곧바로 반복은 하지 않았다. 두세 시리즈 끝내고 난 뒤 선택에 따라 한 번 더 반복한 세트도 있고 아이가 원하지 않아 한 번으로 끝낸 세트도 있다.


챕터북 시작 단계에서는 1시간을 채우는 욕심보다 책 한 권을 한 호흡으로 가는 안정을 우선시했다. 짧지만 한 권으로 집중듣기를 마치는 진행이었다. 이렇게 한 시간 가까운 집중듣기가 습관화되니 이후 오디오 시간이 두세 시간 되는 책들을 볼 때도 집중듣기 시간은 늘 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또 이것이 습관화되니 집중듣기 하는 한 시간은 그 어떤 주변의 어수선함에도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집중을 보였다. 몸도 마음도 편안하고 중간에 아빠 퇴근으로 방해받지 않아도 되는 하루 중 가장 집중하기 좋은 시간을 고정해 놓았다. 습관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었다.


아이의 독립은 엄마가 영어를 못할수록 빠르다

그렇게 2년쯤 정성을 들여놓으니 3년 차부터 집중듣기는 습관을 넘어 일상이 되어주었다. 곁을 지켜주지 않아도 굳이 시간을 따져 챙기지 않아도 고정되어 있는 그 시간에 집중듣기 한 시간은 완전 자동으로 굴러갔다. 반드시 해야 하는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되었으니 빨리 끝내버리면 편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아이가 독립해서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하는 시기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아이표로 넘어간 것이다.


종국에 편안해져야 할 읽기는 묵독이다

아이가 이 길에 들어서 5년 차, 5학년에 자막 없이 보는 원음의 영상이 다큐까지 편안해졌다. 집중듣기와 흘려듣기 두 가지 방법으로 소리 노출에 집중했던 앞선 시간을 지켜보면서 흘려듣기에 익숙해지는 단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글자와 소리 맞추는 연습’을 주목적으로 하는 집중듣기 워밍업 기간이다. 두 번째 단계는 ‘보이는 그대로를 이해로 따라가는’ 집중듣기다. 세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는, 음원 속도만큼 ‘사고가 같이 따라가주는’ 집중듣기는 반기의 경우 초등 4학년 상반기 모습이다. 혼자서 묵독이 가능했지만 집중듣기 속도에 비해 묵독 속도가 많이 느려서 원음 확보가 된 경우 묵독보다 집중듣기가 편한 시기였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사고가 음원 속도를 앞지르는’ 집중듣기로 다시 말해 집중듣기 속도 이상으로 묵독 속도가 나오는 시기이다.


한 페이지에 한 줄 문장이 전부인 동화를 시작으로 8년 차 오리지널 고전을 원서로 읽기까지 이렇게 집중듣기하는 모습은 변화했다. 고전이 읽는 책의 주를 이루었던 8년 차, 이때도 책 읽는 방법에서 집중듣기는 병행되었다. 정식 음원이 없는 책들이었지만 전자책 온라인 도서관, 프로젝트 구텐베르크에서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녹음한 음원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영어 원서를 읽는 방법은 집중듣기, 음독, 묵독 등 다양하지만 종국에 편안해져야 할 읽기 모습은 묵독이다. 우리말 텍스트에서 문해력을 걱정하고 영어 텍스트에서 독해력을 걱정하는 것은 단순하게 보이는 글씨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읽기라 말할 수 없어서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사고 정도에 따라 묵독 속도가 달라지는 것은 비단 영어책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말 책이 되었든 영어 원서가 되었든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 편안하게 묵독이 되기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아웃풋 톺아보기

그 어떤 선택도 만족할 수 없는 이유

너무도 많은 엄마표 영어를 돕기 위한 검증된 또는 검증되지 않은 자료가 쏟아진다. 이렇게 수많은 선택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지만 그 어떤 선택도 만족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택의 폭이 커질수록 확신은 줄어들고 의욕은 떨어진다. 선택의 폭이 커질수록 결정은 힘들어지고 기회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선택한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놓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길에 대해 알고 있고 이 길을 위해 준비했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점검해 보자. 어쩌면 이미 과할 정도로 많은 선택의 가짓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취할 것인가 ‘양’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 ‘질’의 문제를 고민했으면 한다. 타협 없이 꾸준해야 하는 활동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그 훨씬 못한 선택지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내 선택지가 누군가 좋다고 추천한 그대로가 아니다. 내가 내 아이를 위해 내 아이에게 맞는 것을 찾아 헤맨 고민이 보태져 있었기에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아이에게는 충분했다.


아이들이 매일 영어 노출을 위해 하는 활동이나 매체를 단순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노출에 대한 아이의 부담이 때로는 물리적인 시간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해야 하는 가짓수에 대한 부담은 아닌지도 고민해봐야 해서다. “난 왜 이렇게 하는 게 많아?” 아이에게 이 말을 들어봤다면 더욱더 일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놓친 것들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커서 선택한 것에 집중할 수 없고 그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처음부터 선택의 가짓수를 줄여보면 어떨까? 기회비용도 줄어들테니 놓친 것들이 별 게 아니게 만드는 방법이 되어줄 수 있다.


꼭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자 마음먹고 아이와 함께 해야 할 시간에 대한 큰 그림도 그려졌다면 세상에 관심을 조금 덜 가져도 좋지 않을까? 내가 품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보자. 다른 이들의 속도에 상처받지 않고 내 아이와 나란히 발맞춰 가기 훨씬 편안해질 수 있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