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표현력 수업

   
김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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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
   
15800
2022�� 08��



■ 책 소개


문해력(인풋)과 표현력(아웃풋)을 병행해야 진짜 공부다!

왜 표현력을 배워야 할까? 사람의 생각은 표현을 통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표현능력의 풍부함이 곧 사고능력의 풍부함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만큼 사고나 표현의 구체성과 세심함을 잃어버리고, 결국 투박한 사고와 모자란 창의력으로만 살 수밖에 없다.

어느 새부터 ‘문해력’이란 말이 미래 핵심 역량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우리 아이들의 독해력 저하에 비상이 생긴 것. 사실 문해력만큼이나 중요한 건 표현력이다. 그럼에도 지문을 읽고 해석을 빨리하는 자가 이기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선 문해력이 보다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인풋 경쟁 과열 현상이다. 하지만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 외국어 공부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어 시험 점수는 외국인들보다 오히려 높다지만 정작 원어민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데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우리는 인풋에만 치중한 나머지 아웃풋, 즉 표현력에 대해 소홀히 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가 바로 표현력 공부다.

■ 저자 김범준
세 아이의 아빠이자 직장인입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에서 코칭과 리더십을 공부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후 인권에 관심을 갖고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기업과 사회, 사람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말투, 대화 등 소통에 관한 수십 권의 책을 쓰면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대기업의 인재 육성 기관, 금융 기관, 공공 기관, 교육 기관에서 강연 활동을 진행 중으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LG 인화원, KB국민은행, MG새마을금고, 국가 공무원 인재개발원, 서울시, 국방부, 고려대학교, KAIST,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전파해왔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읽고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소문난 다독가입니다. 특히 힘들 때마다 고전을 읽고 성찰하며 그 시간을 성장의 계기로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또한 책을 읽고 홀로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온 · 오프라인 독서 모임에 참여하여 세계 명작과 인문 고전 등 폭넓은 분야의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걸 좋아합니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일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고 성장의 계기로 삼기도 하는데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그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표현력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통해 세 자녀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15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를 비롯하여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아이와의 관계는 아빠의 말투에서 시작됩니다》, 《오십에 읽는 장자》, 《50의 품격은 말투로 완성된다》, 《아이의 자존감을 위한 부모 인문학》, 《아빠표 인성교육》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가 있습니다.

■ 차례
PART1 표현력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문해력’을 걱정하기 전에 ‘표현력’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표현은 어떻게 공부가 되는가?
5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내 아이의 표현력은 일상의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의 자녀가 당당한 ‘발표왕’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표현을 잘하는 아이는 자기의 자아를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세상을 스스로 디자인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자기 긍정의 표현력
표현력을 배울 때 우리 아이의 ‘공부 지능’도 성장합니다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 아이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됩니다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법

PART2 말하기도 기술이다
자녀의 표현력을 위해 부모가 도와줘야 하는 대화의 3단계
발표 잘하는 내 아이로 만드는 3단계 말하기 공식
자녀의 표현력을 키워주는 ‘하루 30분 부모-자녀 대화법’
좋은 친구를 만들고 싶은 내 아이가 기억해야 할 단어, ‘타자他者’
친구들이 우리 아이들 곁에서 머무르기를 바란다면 이것만큼은 알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 아이도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으로부터 배우는 표현의 정석
벤저민 프랭클린으로부터 배우는 밥상머리 표현력
표현력에 관한 한 대한민국 탑 클래스의 그가 하버드대에서 배운 것

PART3 인간관계는 표현으로부터 시작된다
표현력의 핵심,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때까지 여유 있게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아이는 그 자체로 축복입니다
표현에 있어서 최소한의 시작, ‘인사’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에 1cm 더 가까워지기 위한 표현력 수업
칭찬받기의 기술, ‘수용 → 감사 → 전파’ 그리고 ‘역칭찬’
자녀의 섣부른 표현이 누군가에게 잔인한 상처로 남는다면…
“너라면 잘 말할 수 있을 거야. 한번 해봐. 잘 안되면 엄마가 도와줄게”
효를 통해서 측정하는 내 아이의 표현력
피드백은 직장인이 되어 배우는 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 배우는 것

PART4 표현력의 쓸모
3초 만에 나의 아이를 1등급으로 만드는 법
세상을 향해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법
‘존X’가 아닌 ‘존중’의 대상이 될 자녀를 기대한다면
3분 만에 반장 되는 표현의 기술
자녀의 표현력을 위해 부모가 주의해야 할 3가지
부모의 표현력이 곧 자녀의 표현력입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만큼은 지켜내는 표현력
내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위기 탈출 표현법

 




초등 표현력 수업


표현력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표현을 잘하는 아이는 자기의 자아를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자아(自我)’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말합니다. 독립된 한 인격체로서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지요. 아이들의 자아는 성장해야 합니다. 가정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 속의 구성원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아의 성장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타인을 통해 얻게 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형성됩니다.


결국 자아 개념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나와 다른 타인과의 관계일 겁니다. 이때 관계는 상대방이 표현하는 말을 듣고 또 그에 대해 자신이 표현하는 말로 형성됩니다. 타인과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표현을 하고 또 들으면 긍정적 자아가 형성되나 그 반대의 경우엔 부정적 자아 개념이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학교에 간 자녀가 수업 시간 직전에 연필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깨닫습니다. 옆 친구에게 이렇게 부탁하겠죠.


“저기, 있잖아…연필 남는 거 있어? 내가 깜빡하고 안 갖고 왔어. 진짜 미안한데 하나만 빌려도 될까?”


이때 만약 그 친구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면?


“너도 참…연필 하나 빌리는 것 가지고 뭘 그렇게 어렵게 말하니? 여기 있어. 그나저나 너 너무 사람들 눈치 보고 그러지 마.”


이 말을 들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자아가 형성될까요? 친구의 말에 스스로 ‘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어쩌면 부정적인 성격을 가진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휩싸이지 않을까요. 반대로 친구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 여기 있어. 그런데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걸 보니 나를 배려해주는 거 같아서 좋다.”


우리 아이의 마음에는 자신을 ‘배려심이 있고 차분하며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나’라고 생각하는 자아가 형성될 겁니다. 즉, 우리 아이들은 자기의 표현 그리고 그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개인이 가진 자아를 인식하고 관리하며 더 나아가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인식하고 또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표현을 주고받으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아 개념을 성장시켜 나가며 세상을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아이들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말하고 행동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한 사람의 자아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 아이들이 말 하나. 행동 하나에도 조심해야 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표현을 하는 건 이렇게 한 사람의 자아를 결정짓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남보다 먼저 좋은 표현을 건넬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우리 부모님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자녀가 긍정적 기질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부모가 부정적, 통제적 혹은 억압적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면 아이는 자기 본성인 긍정의 씨앗을 새싹으로 틔울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자녀가 열심히 책 한 권을 읽습니다. 끙끙대며 읽기를 한나절, 아빠에게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나 이 책 다 읽었어요. 이제 다른 책 사주세요.” 이때 아빠의 대답이 다음과 같았다면 과연 아이는 어떤 정서를 자신의 마음에 품을까요?


“너는 그게 문제야. 한 번 읽으면 되겠어? 몇 번을 더 읽어야지!”

“생각이 있니 없니, 누가 책을 한 번만 읽고 그만두니?”


아이는 더는 아빠와 이야기할 용기를 갖지 못할 겁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부정된 자기 자아의 상처는 결국 세상을 향해 자기의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게 합니다. 아무리 긍정적 성품을 가진 자녀라고 하더라도 모든 걸 문제로만 생각하는 부모의 억압적 태도가 자녀의 표현 의지를 꺾어 버리는 것이죠.


가정에서부터 표현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는 결국 자신의 입을 닫아버립니다. 그렇게 되기를 원하십니까? 자녀의 용기에 대해 격려를 하지 않는 것, 자녀의 아픔에 위로를 보내지 않는 것, 모두 부모로서 역할에 실패한 겁니다. 최소한 아이가 세상에 자기를 표현해내려는 욕망을 잔인하게 꺾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표현력이라는 건 타인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역량으로 작용합니다. 다른 생각을 지닌 누군가와 함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서기 위한 귀한 능력인 셈이죠. 표현을 잘하려면 오로지 자기 생각을 내뱉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상황을 배려하는 친절함도 있어야 합니다. 이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자녀 역시 표현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알려줘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자녀와의 대화에 신경 써주세요. 자녀와 대화할 때는 잘 들어주고, 위로하거나 격려해주고, 대화 끝엔 꼭 응원의 메시지를 넣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자랑스럽다”, “정말 슬프겠어”, “할 말 있으면 얼마든지 해도 돼. 아빠도 듣고 싶어”, “진짜 힘들었겠어!” 등의 따뜻한 표현들. 그러면 우리 아이는 자신의 자아를 성장시킬 수 있고 또 세상에서 힘든 일이 생길 때도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벽으로 부모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의 모범적인 표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기와 다른 생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고 거기에 맞춰 표현하는 것도 잘해내기를 바랍니다. 다른 친구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든가, 자기 말만을 고집하거나, 타인의 말을 무시하는 태도로 대화에 임하는 것을 조심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에 관심을 두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해야 할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표현을 긍정적 정서로 반갑게 받아주는 것임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표현력을 배울 때 우리 아이의 ‘공부 지능’도 성장합니다

‘마켓 컬리’를 창업한 김슬아 대표는 한 강연에서 성공 비결을 “매일 하루에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광고 업계에서 잘나가는 리더로 인정받는 다른 한 분은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오늘 당신이 하려고 계획했던 일을 잘하면 됩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고요.


저는 이분의 말속에서 ‘작은 것’ 하나부터 오늘 당장 깔끔하게 처리해나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관계건 일이건 아니면 그 무엇이건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건 다가올 시간에 대한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 당장 우리에게 닥친 작은 일들을 얼마나 꼼꼼히 해결하느냐에서 시작한다는 것이죠.


당신의 아이가 표현을 잘하기를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오늘 하루, 아이의 표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긍정하며, 격려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려는 노력에 함께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특히 표현력은 아이들의 공부 지능을 높이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표현을 잘할 줄 알면 공부도 잘합니다.


누군가에게 표현한다는 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함이고 이를 위해서 자기 생각을 잘 말하려면 논거가 필요한데 그 논거를 파악하는 과정이 자녀의 학습 능력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논거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님은 당연합니다.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라도 자기가 하는 말이 타당한지, 공정한지, 그리고 믿을만한 것인지를 늘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다면 표현력이 좀 더 세련될 것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알고, 내가 얼마나 알고 모르는지를 판단합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질문하여 아는 것으로 바꿉니다. 어떤 것에 대해 표현을 할 때 대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글을 술술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 표현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공부를 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이 썩어 없어지려면 얼마나 기간이 지나야 하는지 모르지?”


이순신 장군에 대해 알아야 하고, 플라스틱의 수명주기를 알아야 말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렇듯 자신이 말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하고, 익혀야 하며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하기에 표현력을 높인다는 건 ‘공부 지능’과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성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공부 지능의 기능을 사용하면서 발달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학습해도 그것이 적절한 표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의 공부 지능이 개발되기를 기대하는 건 어렵게 됩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교육이 암기 위주의, 입시 위주의 공부 지능 그 자체를 개발시키는 시스템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정보 읽기, 암기, 복습 위주의 학습만 반복하여 실질적으로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부모님들이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 아이의 공부 지능을 위해서라도 표현력을 높이는 방법을 우리가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 부모들이 자녀의 표현력 향상을 위해 딱 하나만이라도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공부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면 더 좋을 것이고요. 무엇이 있을까요. ‘매일 글쓰기’는 어떨까요. ‘매일 말하기’도 좋겠지만 이는 기록에 남기기도 힘들고 또 함께 모이지 못하는 상황도 있으니 글쓰기를 통해 보완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처음부터 글을 잘 쓸 수는 없을 겁니다. 아니 꽤 오랜 시간 아이들의 글쓰기가 지속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 쓰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자신이 아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표현력이 좋아질 겁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 예를 들어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낄 때 글을 쓰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말하기도 기술이다

자녀의 표현력을 키워주는 ‘하루 30분 부모-자녀 대화법’

아이들은 학교에서 말하기를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2년 이상의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했던 아이들은 누군가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러졌습니다. 얼굴을 마주하면서 누군가에게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연습을 하지 못했기에 말하는 게 어색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후천적으로 훈련을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의 표현력은 ‘해보지 않았기에’ 말 그대로 사장(死藏)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뿐인가요. 훈련이 안 되어 잘하지 못하는 걸 자신의 성격 탓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포기하기도 합니다. ‘말하기가 두려워’, ‘왜 안 되는 거지?’라고 고민한 결과가 자기 성격 탓으로 이어진다면 세상을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때입니다. 아이들이 자신감 있게 자기를 표현하도록 격려하는 훈련은 집에서 할 수 있습니다. 무엇부터 도와줘야 할까요? 대단한 걸 도와주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됩니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사랑스럽게 듣고 또 바라보는 것이죠. 아이의 일생에 걸쳐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듣는 기술’입니다.


아이의 말하기를 가장 가깝게, 가장 편하게 들어줄 수 있는 집에서 부모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만 잘 보여도 아이는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함에 힘을 얻게 됩니다.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는 자기의 표현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게 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경험이 되는 것이고,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결국 자기표현에 익숙해질 것이고요.


물론 어른의 경험과 아이의 경험은 다릅니다. 그러니 아이의 표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합니다. 한때 아이였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기 힘든 부모에게는 어려운 일일 겁니다. 아이의 표현을 받아주는 것 자체가 어쩌면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노력한다면 이러한 차이는 차별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그 무엇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녀가 말하는 걸 들어줄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아래에서 찾아보기로 합니다.


*하루 30분 부모-자녀 대화법

1단계: 부모와 자녀가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2단계: 부모와 자녀 각각 3분씩 말하는 것을 5회 반복한다.


하루 30분이면 됩니다. 대화 중간에 아이의 말을 끊고 말하려는 욕심이 나오는 걸 참아내기가 힘드셨겠지만 이런 부모의 노력이 아이들의 표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참고로 ‘하루 30분 부모-자녀 대화법’에서 부모에게만 적용되는 별도의 규칙도 한번 확인해보십시오.


*자녀와 대화할 때 부모가 지켜야 할 3가지 규칙

규칙1: 중간에 아이의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규칙2: 아이가 말할 때 딴짓을 하지 않는다.(상대방이 말할 때 다른 곳을 보는 행위 등)

규칙3: 아이의 말에는 일단, 무조건적 긍정으로 반응한다.(고개를 가로젓는 행위 금지 등)


자녀의 표현력을 오직 말하는 것에만 한정하여 말하지 말아주세요. 말 잘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현란한 말장난에 찬사를 던지고, 임기응변의 말하기에 능한 것이 표현력 모두는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인정받고 존경받기를 원한다면, 진정 똑똑하고 총명하기를 바란다면 말하기보다 듣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대화의 첫 규칙은 듣는 것이다. 말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도 알아차리기를 바랍니다.”



표현력의 쓸모

3초 만에 나의 아이를 1등급으로 만드는 법

자신감은 말하기로만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말수가 적은 아이가 ‘표현력이 부족하다’라는 오해를 받을 때는 답답합니다. 자기 자신을 꼭 말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사람마다 성품과 성격이 다르기에 누군가는 자기를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답답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아이들을 보면 오히려 제가 답답합니다.


세상이 조금 더 느긋하게 아이들의 표현을 기다리기를 기원하는 한편으로 그때까지의 시간적 공간을 어떻게 아이들이 헤치고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자기소개에 관한 것이죠. 우리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이런저런 공간과 시간에서 자기소개의 기회 혹은 강요를 받게 됩니다. 이때 어떻게 자기를 드러내는지가 새로운 관계의 시작점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소개를 해야 할까요. 저는 자기 이름 앞에 멋진, 괜찮은 키워드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자기소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느 공간과 어떤 시간에서라도 자기소개 하나만큼은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여기에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와인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무슨 술을 돈 주고 배우나? 그냥 사서 마시면 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으나 공부해 본 바에 의하면 그냥 사서 마시는 것보다 배워서 마시는 것이 훨씬 더 괜찮았습니다. 3개월에 걸쳐 주1회 총 12회의 수업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개근했는데 이는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내공’ 덕분이었습니다. 그만큼 수업이 재미있었죠.


단순히 와인 마시는 것에 한정된 수업은 아니었기에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와인의 역사 등에 관련된 이야기는 특히 재미있었는데 그중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은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와인은 ‘명칭이 존재를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 최고 등급 와인은 1856년에 결정되었고 그게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 가격들은 알다시피 어마어마하죠. 상당수가 의문을 품습니다. 과연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나? 실제로 프랑스 최고 등급 와인보다 더 나은 맛을 지닌 와인도 꽤 됩니다. 하지만 한 번 최고등급을 받은 와인은 그 자체로 최고라는 존재적 가치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와인은 한 번 1등급이면 끝까지 1등급인 겁니다.”


‘한 번 1등급이면 끝까지 1등급’이라는 그 말이 꽤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해온 저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프랑스 와인처럼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참고로 선생님께서는 프랑스 와인 시장의 냉정한, 어쩌면 ‘냉혹한’ 세계를 다음과 같은 말로 끝냈습니다. “루이뷔통은 영원히 루이뷔통이고, 짝퉁 루이뷔통은 영원히 짝퉁 루이뷔통일 뿐입니다.”


듣기 불편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란 또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점은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세상,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를 기다리기에는 우리의 현재 상황은 너무나 팍팍합니다. 이름값이라는 거, 절대 무시하지 못할 그 무엇이라는 것쯤은 우리 모두 동의하는 바일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에 더 당당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설령 우리 아이가 ‘짝퉁’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 자기표현에 있어서만큼은 ‘명품’이라고 말하기를 바랍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강점을 자기의 이름 앞에 수식어로 붙이면 됩니다. 부모가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기 이름 앞에 붙이는 키워드는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려줘야 합니다.


대단할 걸 붙이자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게 무엇인지를, 자기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를, 혹은 무엇이 자신의 장점인지를 찾아낸 후에, 그래서 결국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나서 자기소개하는 자신의 이름 앞에 수식어를 붙이면 됩니다.


‘시그니처 스타일’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자신만이 가진 옷차림의 핵심이나 틀’을 말하는데 남과 나를 차별화하는, 유행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을 말합니다. 패션만일까요. 어느 식당에 가든 우리는 그곳의 ‘시그니처 스타일’ 요리를 궁금해합니다. 요즘 골프가 대중화되고 있는데 골프장도 역시 시그니처 스타일 홀을 하나씩은 가진답니다.


원래 ‘시그니처’란 단어 자체는 본인 고유의 필체로 자기 이름을 적는 것, 즉 ‘서명’을 뜻합니다. 사람이라고 하면 그 사람만의 고유한 정체성,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그만의 대표적 특성을 의미할 것이고요. 바로 이 시그니처가 우리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일 겁니다. 우리 아이들 이름 앞에는 어떤 수식어를, 시그니처로서 붙일 수 있을까요. 연습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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