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예술가의 삶과 패션, 영화가 직조한 매혹적인 교차점을 탐구하는 시각적 인문학 에세이
『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는 거장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그리고 그들이 남긴 패션적 흔적을 영화와 함께 탐구하는 책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에서 프리다 칼로, 피카소와 고흐,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뒤흔든 예술가들의 옷차림과 작품은 오늘날 패션계와 대중문화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책은 예술가들의 독창적 스타일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변주되는지를 보여주며,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동시에 패션을 통해 상처를 감추고, 정체성을 드러내며, 시대정신을 표현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예술과 패션, 영화가 서로를 비추며 직조해낸 문화의 거대한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여정!
■ 저자 진경옥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학교 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F.I.T.)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경희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 전공 이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명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와 디자인대학장을 역임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립대학(URI)에서 패션드레이핑 강의를 맡았고 (사)한국패션문화협회와 한국패션조형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26회 <중앙일보> 전국 의상디자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2회 국제패션아트 비엔날레에서 작가상을 받았다. 2023년, 2024년 국전 서양화 부문에서 특선으로 입상했다. 패션디자인 개인전 6회, 패션쇼와 국내외 단체전 100여 회 등으로 왕성한 패션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 『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 『패션, 음악영화를 노래하다』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시대를 초월한 에로티시즘의 화신 구스타프 클림트
〈클림트〉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 파블로 피카소
〈피카소〉
세계적 패션스타일 아이콘 프리다 칼로
〈프리다〉
“나는 블루색 안에 노랑과 오렌지 색을 본다” 빈센트 반 고흐
〈열정의 랩소디〉
현대 그래픽 예술의 선구자 툴루즈 로트렉
〈물랭 루즈〉
빛과 색채 조화의 마술사 요하네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르네상스 초상화의 대가 한스 홀바인
〈천일의 스캔들〉
20세기 현대미술의 아이콘 앤디 워홀
〈팩토리 걸〉
카이저수염의 괴짜화가 살바도르 달리
〈불멸을 찾아서〉
낙서를 현대미술로 승화시킨 장 미셸 바스키아
〈바스키아〉
용어해설
참고문헌
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 – 시대와 예술이 직조한 옷의 이야기
옷에 새겨진 예술가의 흔적
예술가의 삶은 캔버스와 조각상 위에만 남아 있지 않다.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은 당대의 시각문화를 형성했지만, 그들이 몸에 걸친 옷 또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옷은 신체를 가리는 도구를 넘어, 예술가의 세계관과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상징이 되었고, 이는 곧 패션과 예술을 잇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패션, 영화 속 미술을 그리다』는 이처럼 시대를 풍미한 열 명의 예술가들이 남긴 예술과 패션의 궤적을 영화와 함께 풀어낸다.
르네상스 초상화의 정밀한 복식에서부터 현대 팝 아트의 강렬한 색채까지, 옷은 시대정신을 기록하는 동시에 예술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도구였다. 영화는 이러한 예술가들의 삶을 재현하며, 우리가 그들의 패션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매개가 된다. 스크린 위에 재탄생한 패션은 단순히 옛것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의 해석과 감각을 더해 새롭게 살아난다.
“클림트의 직물디자인은 부도덕하긴 하지만 매력적인 새로운 비엔나 여성을 태동시켰다.”
이처럼 패션은 시대의 불안을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여성상을 창조해내는 실험장이 되었다. 옷은 사회적 갈등과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자, 예술가의 혁신 정신을 담은 무대였다.
자기 신화를 옷으로 창조한 피카소
피카소는 화가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를 하나의 예술로 만들었다. 그는 옷을 단순히 입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신화를 구축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그가 즐겨 입었던 커다란 양가죽 코트, 빨강 바지, 투톤 구두, 타이트하거나 과장된 재킷은 모두 ‘다르게 보이려는’ 의식적인 연출이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는 스리피스 양복과 볼러 모자, 파이프를 든 영국 신사로 나타났지만, 일상에서는 가짜 수염을 달고 카우보이 모자를 쓰는 식으로 연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자기 존재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무대화한 행위였다. 피카소는 결국 옷을 통해 자신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피카소는 의상을 통해 자기 신화를 창조했고 자기가 입은 의상을 자신의 그림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의 복장은 단지 멋을 부린 것이 아니라, 예술과 삶이 뒤섞이는 순간의 증거였다. 그는 입체파 회화에서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듯, 자신의 옷차림도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새롭게 조합했다. 따라서 피카소의 패션은 ‘삶의 입체주의’라 불러도 좋을 만큼 예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상처를 가리고 힘을 드러낸 프리다 칼로
프리다 칼로의 패션은 무엇보다도 고통과 불행을 가리기 위한 방패이자, 동시에 정체성을 드러내는 무기였다. 그녀는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인해 평생 신체적 장애를 안고 살았다. 그러나 프리다는 이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자신만의 패션 언어로 승화시켰다. 멕시코 전통 의상인 테후아나 스타일은 다리를 가려주고 시선을 상반신으로 끌어올려 신체적 결함을 감췄으며, 동시에 민족적 정체성과 여성으로서의 자긍심을 표현했다.
그녀의 화려한 드레스, 자수 장식이 가득한 블라우스, 복잡하게 땋은 머리와 꽃장식은 하나의 예술적 퍼포먼스였다. 특히 그녀가 입은 의상 속에는 자기애와 저항이 공존했다. 속치마에 음란한 속어를 수놓아 타인의 시선을 도발하면서도,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헤어스타일과 장신구는 그녀의 독창적 미학을 드러냈다.
“테후아나 의상은 프리다의 신체적 결점을 보강하는 수단이었다. 긴 드레스는 다리를 가려주고, 살랑거리는 치마는 절뚝거림을 감췄다.”
프리다의 패션은 단순히 자신을 치장하는 행위가 아니라, 고통을 예술로 바꾸는 창조적 전략이었다. 그녀의 의상은 장애를 감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존재를 강조하며, 여성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렬한 상징이었다.
꽃과 색으로 옷을 물들인 고흐
고흐의 그림은 패션계에서 오랫동안 영감의 원천으로 기능해왔다. 특히 그의 꽃 그림과 해바라기 시리즈는 색채의 강렬함과 질감의 생생함으로 디자이너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레미 스캇, 이브 생 로랑 등은 그의 작품을 그대로 옷감에 옮기거나 새로운 패턴으로 변주하여 컬렉션에 선보였다.
“〈해바라기〉를 모티브로 한 생 로랑의 재킷은 600여 시간 동안 35만 개의 스팽글과 10만 개의 자개가 수놓아졌다.”
이는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라, 예술작품을 옷이라는 생활 속 매체로 확장시킨 사건이었다. 고흐가 사랑했던 노란색은 이제 런웨이 위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고, 그의 그림 속 꽃은 수십 년 후에도 관객의 시선을 끄는 패션 문양이 되었다. 고흐의 패션적 영향력은 ‘그림은 벽에 걸린 예술’이라는 한계를 넘어, 일상과 신체를 감싸는 예술로 확장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이엔드와 스트리트를 넘나든 워홀과 바스키아
앤디 워홀은 예술과 패션, 대중문화를 하나로 묶어낸 대표적 아이콘이었다. 그는 팝 아트로 유명했지만, 패션에서도 트렌드 세터였다. 리바이스 청바지와 블랙 재킷으로 대표되는 ‘팩토리 룩’은 뉴욕 아티스트들의 유니폼처럼 퍼졌고, 디자이너들은 그의 무채색 스타일에서 모던한 감각을 끌어냈다. 워홀의 작품이 화려한 색채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그의 패션은 오히려 절제와 단순함으로 정체성을 드러냈다.
“리바이스 501 청바지와 블랙 턱시도 슈트는 워홀이 가장 즐겨 입던 스타일이었다.”
반면 바스키아는 자유분방한 그라피티 아트로 스트리트 패션을 예술로 끌어올렸다. 그의 왕관, 해골, 공룡, 레터링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브랜드의 심볼처럼 소비되었다. 하이패션 브랜드부터 캐주얼 스트리트 브랜드까지 그의 작품을 패턴화했고, 오늘날 MZ 세대의 패션 감각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하이엔드와 스트리트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패션이 더 이상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 핵심 메시지
예술가의 패션은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예술이었다.
영화는 그들의 삶과 패션을 기록하며, 예술·대중문화·패션산업을 잇는 다리가 되었다.
패션은 상처를 가리고, 욕망을 드러내며, 예술을 생활로 확장하는 힘을 보여준다.
* 추천
예술과 패션, 영화를 잇는 다층적 세계를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거장의 삶과 스타일이 오늘날 패션과 대중문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매혹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