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과잉 사회

   
마라 비슨달(역자: 박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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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
   
18000
201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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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저출산, 고령화만이 문제가 아니다
‘잉여 남성’들이 넘치는 ‘성비 불균형’이 극심하다!

미국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성비 불균형 문제가 극심한 한국, 중국, 인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등에서 현장 취재와 인물 인터뷰, 통계 자료 분석 등을 다각도로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져온 원인을 진단하고 도래할 위기를 전망했다. 그리고 미래 세대에 더욱 크나큰 재앙으로 드리워지고 말, 태아 성별 선택의 문제점과 영향들을 분석했다.

특히 2007년, 한국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출생 성비가 정상으로 기록된 것은, 여아를 선택적으로 낙태하는 문제가 해소된 덕분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자체가 극히 버거워지면서 아예 아기를 안 낳기로 하거나 성별에 관계없이 ‘딱 하나’만 낳고 마는 가정이 대다수가 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밝힌다. 책이 꾸준히 지적하는 여러 인구문제들에서 한국이 여전히 답보 상태로 머물고 있다는 결론을 통해 인구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리나라가 어떤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 저자 마라 비슨달(Mara Hvistendahl)
미국 스워스모어 칼리지에서 비교문학 학사 학위, 컬럼비아 언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 푸단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쳤다. 현재 「사이언스」지의 베이징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며, 「하퍼스」「사이언티픽 아메리칸」「포퓰러 사이언스」「파이낸셜 타임스」 등에도 글을 싣고 있다. 고고학에서 바이오기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주제에 관심을 두고 활약하고 있다. 국제 저널리즘의 증진을 위해 설립된 라운드 어스 미디어(Round Earth Media)의 자문 위원을 역임했다. 첫 저서인 『남성 과잉 사회(Unnatural Selection)』는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 및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올해의 책, 「슬레이트」 선정 올해의 책, 「디스커버 매거진」 선정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었다.

■ 역자 박우정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인문서와 어린이 도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퓰리처상 사진』『케네디가의 형제들』『역사를 수놓은 발명 250가지』『역사를 이긴 승부사들』『위대한 개혁자』『세계 위인 100인의 이야기』『기똥찬 천문학』『기똥찬 생물학』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여성이 ‘부자연스럽게’ 부족한 세상 

1부 아들 천하 
1장 조용한 전염병 - 1억 6천만 명의 사라진 여성들 
2장 딸, 딸, 딸…… 아들! 
3장 맬서스 인구 경제학 - 숫자 뒤에 감춰진 진실 
4장 고뇌하는 의사들 
5장 제국주의의 이면 

2부 위대한 아이디어 
6장 어느 의대생의 인턴 실습 첫날 
7장 재앙의 예언자 - ‘투나잇 쇼’ 토론회 
8장 슈퍼베이비 드림 
9장 인구 조절 ‘군사작전’ 시대 
10장 인구 프로젝트 - 임신의 축복, 혹은 슬픔 

3부 여성이 없는 세상 
11장 팔려 온 신부들 
12장 인신매매 - 사라지는 딸들 
13장 독신 남성 - 테스토스테론과 폭력성 
14장 잉여 남성과 세계의 미래 
15장 여전히 차별받는 태아들 

에필로그 - 성비 불균형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감사의 말 
주 
참고 문헌




남성 과잉 사회


1부 아들 천하

조용한 전염병 - 1억 6천만 명의 사라진 여성들

인구통계학자 크리스토프 길모토가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할 무렵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많은 개발도상국의 인구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었고 인구 과잉이 심각한 위협이라는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1998년에 인도에서 일하는 동안 그는 인구학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단순히 아이를 덜 낳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아를 덜 낳고 있었다. 인구 증가 속도의 둔화는 부분적으로 여아의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인도의 곡창지대라 여겨지는 부유한 북서부 지역은 출생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26명으로 보고되었다. 길모토는 성비 불균형의 진짜 원인이 임신부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렴한 성 감별법(초음파)을 이용해서 여아를 낙태시키기 때문임을 곧 알게 되었다.


걱정스러운 점은 기술과 관련 있다는 것이었다. 인도의 편향된 출생 성비가 후진적인 전통 때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물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성비 불균형이 진전된 국가는 인도만이 아니었다. 출생률에서 출생 성비로 초점을 확장한 길모토는 다른 몇몇 아시아 국가들의 출생 성비가 생물학적 상한선인 여아 100명당 남아 106명을 넘어섰음을 발견했다(100명당 105가 자연 출생 성비지만 104∼106은 용납 가능한 수치다). 1980년대에 한국, 타이완, 싱가포르의 일부 지역이 출생 성비가 109를 넘겼다고 신고했고, 중국은 120이라고 보고했다(이후 중국은 121, 인도는 112로 두 국가 모두 수치가 상승했다). 길모토는 자신이 "걷잡을 수 없는 인구학적 남성화"라고 부르는 현상을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음을 인식했다. 이 현상은 미래 세대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였다.


2005년에 길모토는 아시아에서 과거 몇 십 년 동안 자연 출생 성비인 100 대 105가 유지되었다면 이 대륙에는 1억 6,300만 명의 여성이 더 살고 있을 것이라고 산출했다. 즉 초음파와 낙태의 조합이 아시아에서만 1억 6천만 명이 넘는 잠재적인 여성과 소녀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만약 미국 인구에서 1억 6천만 명의 여성이 사라진다면 당신은 이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1억 6천만 명은 미국의 전체 여성 인구수를 넘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성이 모두 몰살당했다고 상상해보라. 한 나라의 쇼핑몰과 슈퍼마켓, 고속도로, 병원, 회의실과 교실이 남자로만 채워져 있다고 상상해보라. 통근 버스나 지하철, 차를 그려본 뒤 당신 옆의 여성들을 지워보라. 아내와 딸을 지워보라. 혹은 당신 자신을 지워보라. 이렇게 상상하면 문제가 더 잘 와 닿을 것이다.


길모토는 성비 불균형이 발생한 나라들을 연결하는 공통된 특징들을 발견했다. 첫째, 성별 선택이 벌어지는 국가들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고 태아 성 감별이 가능할 정도까지 의료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둘째, 낙태가 만연해 있었다. 중국, 베트남, 한국은 모두 유난히 높은 낙태율을 보이고 있고 피임법의 하나로 낙태에 의존하는 현상은 이전의 소비에트연방처럼 캅카스 국가들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었다. 마지막 공통점은 인도에서 수행한 초기의 연구에서 도출되었다. 해당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최근 출생률이 떨어졌다.


성비 불균형이 발생한 나라들 내의 지역별 차이를 조사하니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출생 성비를 도시별, 지역별로 나눈 뒤 수치를 교육 및 소득 수준과 비교해본 길모토는 성 감별이 도시에 살고 교육을 잘 받은 사회 계층에서 시작되었음을 발견했다. 엘리트층이 MRI 스캐너든 스마트폰이든 초음파 기계든, 신기술을 먼저 접한다. 한국에서는 선택적 낙태를 한 최초의 부모들이 서울 시민들이었고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수도인 바쿠 시민들이었다.


딸, 딸, 딸…… 아들!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중국 쑤이닝 현의 여성들은 여아 100명당 152명의 남아를 낳았다. 하지만 시야를 좁힐 경우 쟁점은 흐려질 수 있다. 이러한 인구 변화가 쑤이닝의 경제적 변화와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에 쑤이닝에서는 아이를 계획하에 낳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냥 태어났다. 여성과 남성이 젊은 나이에 결혼하고 피임을 하지 않았으며 농사를 도울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꾸 태어났다. 아들을 원하는 사람들은(대부분이 아들을 원했다) 부부관계를 갖고 결과는 운에 맡겼다.


1980년에 한 자녀 정책이 나왔고 1982년에 초음파 기계가 대량 생산되었다. 출생률 목표가 도입되자마자 등장한 초음파 기계는 뜻밖의 행운으로 환영받았다. 이 기술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적게 낳으면서도 확률을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 또한 달성 불가능한 출산 목표를 하달받은 지방 공무원들에게 초음파 기계는 낙태를 강요하지 않고도 할당된 한도를 맞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이를 더 낳는 대안과 비교해보면 성 감별은 비용 면에서도 저렴하다. 중국에서 성 감별은 불법이지만 지방 공무원들은 이를 엄중하게 단속할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돈 봉투나 귀한 중화 담배 한 보루면 큰 효과를 발휘한다. 성별 선택을 한 부모 중 내가 만난 사람들은 빈곤층과는 거리가 멀었고 한 인류학자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에서 성 감별 낙태를 처음 시도한 사람들은 "경제개혁의 득을 본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적은 돈도 중요시하는 시대에 경제적인 동기는 성 감별의 매력을 높여주었다.


쑤이닝 북쪽의 도시인 롄윈강에서 성비 불균형이 더욱 심각했다. 이곳의 정부 통계에서 5세 이하 아동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63명으로 나타났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남자아이 6명과 여자아이 3명이 푸르른 창우 공원의 공기를 넣어 부풀린 고무 성 위에서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판매대 근처에는 아이들 12명(남자아이 7명, 여자아이 5명)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고, 풀밭에서 연을 따라 달리는 아이들 중 남자아이는 3명, 여자아이는 2명이었다. 장시성 이춘에서는 4세 이하 아동의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37명이었다. 광시좡족자치구 팡청강에서는 수치가 153으로 훌쩍 뛰었고 후베이성 텐먼에서는 176에 이르렀다.



2부 위대한 아이디어

어느 의대생의 인턴 실습 첫날

1952년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린 인구 문제에 관한 회의 이후 서구의 활동가들은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빈곤국인 인도에서 가족계획이라는 접근 방식이 효과를 거둔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생각에 매달렸다. 1960년대에 서구의 고문들이 델리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주요 조사들을 후원하고 인도 최초의 인구통계학자들에 대한 교육비를 지불했으며 의사들에게 자신들의 대의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1957년 인도에서 가장 저명한 의과대학인 전인도의학연구소가 부속병원(구립)에서 인도 최초의 양수 검사를 실시했다. 전인도의학연구소는 공식적으로는 태아의 기형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양수 검사를 도입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거의 처음부터 양수 검사를 태아의 성별을 정확히 알아내는 데 이용했다.


인도에서 가족계획 고문들의 광범위한 조직망이 형성되는 데는 서구의 자금이 뒷받침되었다. 양수 검사가 전인도의학연구소에서 다른 국립병원으로 퍼져 나가면서 이 고문들은 여성들에게 검사를 받으러 가라고 권했다. 국립병원에서 양수 검사는 다른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무료로 제공되었다. 성 감별 낙태가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던 1970년대 후반에 마침내 인도의 페미니스트 집단이 조직되었다. 여성 단체들의 주장은 성별 선택에 반대하는 세계 최초의 캠페인이 되었다. 1978년 말에 보건부는 이런 항의를 받아들여 국립병원의 성 감별을 금지했다.


그러나 그 무렵 병원들은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힌 상태였다. 전인도의학연구소에서만 해도 의사들이 여아 천 명을 낙태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델리에서는 국립병원의 성 감별 금지가 여아를 낙태하기 위해 갈 수 있는 병원의 수를 늘리는 역설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국립병원이 시장에서 빠지자 개인 진료소들이 진입한 것이다.


1960년대에 인도가 받은 연간 지원금 150억 달러의 대부분은 미국 정부, 유엔인구기금, 포드재단, 세계은행에서 왔다. 물론 인구 조절을 조건으로 식량과 의료 프로젝트에 차관을 제공한 세계은행이 특별한 영향력을 미쳤다. 인도는 당시 최대 채무국이었다.


미국 연구원들은 마을의 부모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이들이 자녀를 더 낳는 이유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인도의 가족계획을 방해하는 중요한 장애물의 증거를 더 발견했다. 시골 주민들은 아들을 낳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록펠러재단은 1950년부터 1974년까지 전인도의학연구소에 15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 돈은 건물 신축부터 의사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 사용되었다. 1972년부터 1980년까지 세계은행은 인구 조절이라는 분명한 목적 아래 인도에 6,600만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3부 여성이 없는 세상

팔려 온 신부들

편향된 성비 불균형이 처음 나타난 타이완, 한국, 싱가포르 같은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현재 여성 거래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 기존 대행사들이 협상을 한다. 2003년 타이완에서는 전체 결혼 중 3분의 1이 현지인과 외국인 배우자의 결합이었고 그중 대다수가 현지 남성과 외국인 여성으로 이루어진 부부였다. 한국에는 정부에 등록된 국제결혼 대행사가 천 개가 넘는다. 2009년 한국에서 외국인과의 결혼은 전체 결혼 중 거의 11퍼센트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시골 지역에서 더 높았는데 그해에 결혼한 한국의 농민과 어민 중 40퍼센트가 외국인과 결혼했다.


한 사회에서 결혼 적령기 남성과 여성의 수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면 "결혼 압박" 현상이 나타난다고 인구통계학자들은 말한다. 결혼 압박 현상이 발생한 역학 관계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어느 정도까지는 그러한 직관이 맞다. 즉 여성이 부족하면 남성들이 아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압박이 큰 덩어리로 불어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타이완과 한국에서처럼) 부모들이 아들을 선택한 것과 같은 시기에 한 나라의 출생률이 떨어질 경우 압박이 심해진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인구가 감소되는 현상이 여성의 감소를 의미한다면 뒤 세대의 미혼 남성들은 아내를 얻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2013년에는 중국 남성 10명 중 한 명꼴로 여성이 부족할 것이고 2020년대 후반이면 5명 중 한 명이 잉여 남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45년까지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계속 부족해 약 15퍼센트의 남성이 아내를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추정도 나와 있다. 곧 중국의 20대 잉여 남성 수가 타이완의 여성 인구 전체를 앞지를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 비슷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것이다.


신부 구매가 증가한 데다 반대 증거들이 나와 있는데도 일부 학자들은 고집스럽게 성별 선택에 수요공급의 원칙을 계속 적용한다. 여성 구성원이 줄어들면 여성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이런 의견은 가장 투박한 의미에서만 맞다. 성비 불균형이 높은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은 결혼할 때가 되었을 때 희소성 때문에 더 많은 협상력을 지닐 수 있다. 현재 중국 동부의 부유한 도시들에 사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집, 차, 좋은 직업을 갖추지 못한 남성과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신부의 가치 상승이 자율성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중국 동부 여성들이 경험하는 가치 상승은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뿐이다. 정말로 평등한 관계인지의 판단은 여성이 남성에게 어떤 물건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결혼 후에 남편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성비 불균형이 높은 지역의 신랑은 신부에게 감사하고 다정하게 대할 수도 있지만 그녀의 마음을 끌려고 모았던 재산에만 집착하거나 자신을 떠날까 봐 아내를 매처럼 감시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난한 지역에서 태어나 신부로 팔려 갈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경우 성비 불균형은 종종 삶을 상당히 악화시킨다.


아시아의 수입 신부들은 보통 남편이 사용하는 언어를 모르고 돈과 이민 지위를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태로 낯선 나라에 도착한다. 대개는 남편보다 나이가 어리며 나이 차이가 15∼20세까지 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여성들은 아이를 낳아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지만 외모나 때로는 좀 더 구식 기준에 따라서도 선택된다. 싱가포르의 대행사인 라이프파트너 중매회사는 베트남 신부들에게 의학적 검사를 실시하여 처녀인지 확인한다. 대부분의 결혼 카운슬러가 이런 점들을 지속적인 관계의 구성 요소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은 매우 고생을 한다.


수요공급의 법칙은 성비 불균형이 심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수행하는 역할 역시 무시한다. 타이완, 한국, 그리고 여성이 부족한 다른 지역들에서 여성은 아내, 어머니, 돌봐주는 사람, 가정부, 섹스 상대로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성비 불균형이 높은 사회는 유난히 문맹률이 높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낮았다. 그리고 오늘날 성비가 편향된 사회들은 계속해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한다. 그런 역할에 순응하는 여성이 높게 평가되는 반면 변호사나 과학자가 되거나 독신으로 남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등 기대에 맞서는 여성들은 위협적인 인물로 인식된다.


잉여 남성과 세계의 미래

분노한 젊은 남성들. 이들은 실제로 이렇게 불린다. 주로 남성으로 이루어진 들썩이는 성격의 중국 애국주의자들을 가리키는 용어인 분청(憤靑)은 말 그대로 분노한 젊은이를 의미한다. 분청은 지속적인 정치 세력이 되어 다양한 대상을 겨냥했고 때로는 심지어 중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분청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잉여 남성 문제가 국경을 넘어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30년의 중국, 혹은 인도, 알바니아, 그루지야가 미국의 거친 서부와 어느 정도까지 비슷해질지 예측하기란 어렵다. 신부 매매, 일처다부제, 매춘의 갑작스러운 급증과 달리 폭력과 불안정의 증가를 쉽게 편향된 출생 성비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분명 아시아 대륙의 범죄율은 젊은 인구에서 남성의 비율이 급증한 것과 같은 시기에 치솟았다. 하지만 과거 몇 십 년 동안 아시아는 급속한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도 이루었다. 젊은 남성 비율의 증가가 범죄율 증가와 얼마만큼의 인과관계가 있을까? 다시 말해 과도한 테스토스테론이 얼마만큼 연관되어 있을까?


그러나 예비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그 하나는 지역별, 시기별로 무질서 상태를 분류하는 것이다. 2007년 홍콩중문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의 중국의 범죄 통계를 살펴보며 이러한 작업을 수행했다. 결과는 의미심장했다. 출생 성비가 일찍 높아진 성들은 일찍 범죄가 급증했다. 이 연구 결과에 복잡한 공식을 적용해본 컬럼비아 대학의 경제학자 레나 에들런드와 동료들은 높은 남성 비율과 범죄 행위의 명확한 연관성을 발견했고 출생 성비가 1퍼센트만 증가해도 지역 범죄율이 5∼6퍼센트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도는 중국보다 진행된 연구는 적지만 여기서도 범죄 증가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았다. 강간, 가정 폭력, 명예범죄는 하리아나 주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데 두 지역 모두 매우 편향된 성비를 보여주는 곳이다. 인도 특정 지역의 살인율이 높은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의 성비를 살펴보는 것이다. 심지어 높은 빈곤율도 살인율과 그렇게 강한 상관관계를 지니지 않는다.


수백만 명의 잉여 남성들이 사회의 안정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은 독신 생활로 남성의 삶의 질이 어떻게 저하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아시아 전역에서 결혼과 건강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나이, 교육, 민족의 차이를 보정하더라도 중국의 미혼 남성이 자칭 건강 상태가 좋다고 말할 가능성은 기혼 남성보다 11퍼센트 낮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차이가 남성의 일생 동안 축적된다. 중국과 인도에서 미혼 남성은 기혼 남성보다 수명이 짧다. 결혼을 못 한 것이 남성의 육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아시아의 인구 변화와 세계 정치의 불안정을 연결 짓는다. 하지만 성비 불균형이 새로운 파시즘의 물결을 불러오거나 전면전이 불가피해질 정도로 아시아의 군대를 늘리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지역의 안정을 위협한다는 것은 거의 분명하다. 헤르케스는 2006년 「국립과학원 회보」에 게재한 주웨이싱과 공저한 논문에서 "미혼 남성들이 결집할 경우 더욱 조직적인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다. "남성 과잉의 결과는 향후 2, 30년 동안 아시아의 몇몇 국가에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가장 잘 알려주는 징후는 아마도 중국과 인도의 지도자들이 잉여 남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몇 년 동안 성비 불균형 문제를 대체로 무시하거나 묵살해온 두 나라 관료들은 최근 이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전히 차별받는 태아들

2007년 한국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적인 출생 성비를 기록했다고 보고함으로써, 이전에 성비 불균형이 되었다가 성별 선택 낙태를 일소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즉각 한국의 성공을 해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세계은행이 채용한 인구통계학자 모니카 다스 굽타가 앞장서서 한국의 사례를 설명했다. 다스 굽타와 공동 저자들은 "도시화의 진전과 교육 확대가 남아 선호 사상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구조와 가치를 약화시켰고 사회규범의 변화가 국민들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남아 선호 사상의 약화를 급격하게 진행시켰다"라고 평했다.


다스 굽타는 아시아의 출생 성비가 균형이 잡히기 직전일 뿐 아니라 문화적·사회적 변화로 다수의 한국인이 딸을 원하게 되었다는 희망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는 중국, 인도, 그 외 나라에서 초음파를 엄중 단속하는 등의 처벌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내가 아시아에서 2년 넘게 성별 선택 낙태를 연구하면서 발견한 것은 초기 단계의 전환과는 정반대였다.


한국의 상황은 크리스토프 길모토가 몇 년 전 인도에서 발견한 바의 비틀린 형태다. 당시는 부부들이 낳는 자녀의 수가 줄었다는 사실이 이들이 주로 아들을 낳는다는 세부 사항을 가렸다. 현재는 한국의 출생 성비가 균형을 맞췄다는 사실에 한국인들이 딸이든 아들이든 아이를 거의 낳지 않는다는 중요한 세부 사항이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남아가 지배적이었던 출생 집단의 보충 및 한국에서 여성의 수 증가라는 문제를 생각할 때,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균형 잡힌 출생 성비는 거의 소용없게 된다.


현재 의사들과 인구통계학자들은 모두 낮은 임신율을 한국의 균형 잡힌 출생 성비의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 김두섭은 "출생률 저하가 매우 빨랐다"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부부들은 성별 선호보다 자녀 수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오늘날 한 명 이상의 아이를 낳는 소수의 부부들은 계속 성별 검사를 한다. 김두섭은 한국에서 셋째 자녀의 성비는 여전히 남아 쪽으로 편향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대부분 둘째와 셋째는 잘 낳지 않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백은정은 심지어 아이를 한 명 낳는 것도 "선택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부부들은] 딸이든 아들이든 하나만 낳기를 원해요. 이것이 출생 성비가 정상화된 가장 현실적인 이유죠."


2005년에 한국 정부는 갑자기 과거와 단절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한국통계청이 내놓은 예측에 따르면 출생률이 갑자기 올라가지 않는 한 2026년이면 한국인 중 20퍼센트가 60세 이상일 것이다. 한국이 세계 초고령 사회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수치다. 기록적인 낙태율을 보여준 지 한 세대 만에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인구 노령화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 관료들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곧 노동력 부족, 연금 위기, 전반적인 경기 후퇴에 직면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한국의 광범위한 출산 장려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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