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할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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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북스
   
14000
2013�� 03��



■ 책 소개
이 책을 접하지 않은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하여 오해와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의 학습권을 국가 차원에서 규제한다는 것은불합리할뿐더러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입정책이 거쳐 온 교육과정의 흐름을 파악해 보면 금방 “왜,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할까?”에 대한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에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이런 선행학습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불구하고 교육당국에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미약할뿐더러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떤 사회적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공감대를 형성하고, 교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나아가 위정자들의 교육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비롯되었다.

■ 저자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는 대한민국의 참교육을 선도하고 실천하기 위해 전현직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함께참여하여 2012년 1월에 오프라인 위주로 결성된 조직이다. 현행 교육체제와 환경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진행되는 선행학습에 의한 진도 경쟁에 몰두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시정하도록 유도하고, 또한 이를 교육 정책에반영시키기 위한 활동을 지역별 단위 규모로 전개하고 있다.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는 선행학습으로 빚어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널리 인식시켜 우리의 아이들에게 왜제철과일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 책은 기획에서 출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의 조언과 질정에 힘입은 바, 대한민국교육계에서 선행학습을 근절시키는 그날까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 차례
서문 -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만 하는가?
Part 1.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 선행학습 금지
1. 선행학습, 과연 법으로금지할 수 있을까?
2. 선행학습의 문제와 공교육의 붕괴 현상에 대한 고찰
3. 선행학습 금지에 선행되어야 할조건

Part 2. 우리나라 교육정책의현주소
1. 조기교육
2. 조기유학
3. 선행학습
4. 우리나라의 현행입시제도

Part 3. 학교교육과 사교육의 관계
1. 학교교육의 어제와 오늘
2.학업성취도 평가 
3. PISA에 비춰본 우리나라 교육의 평가와 실태 
4. 우리나라 인성교육의 방향
5. 고교 자율화는사교육비 폭등 정책 
6. 사교육의 규모와 현황 
7. 사교육비 경감 대책 
8. 공교육의 체질 개선이 급선무

Part 4. 선행학습, 무엇이문제일까?
1. 교과부, 선행학습 해소를 위한 대책
2. 선행학습의 문제점
3. 선행학습의 실태와의식조사
4. 선행학습의 오해와 진실
5. 선행학습 규제와 금지의 당위성

Part 5. 자기주도 학습법
1. 선행학습의 대안
2. 자기주도학습성공사례
3. 자기주도적 학습법으로 사교육의 뿌리를 뽑자
4. 사교육 없이 전교 1등하는 강원도 친구
5. 자기주도 학습전형의특징과 대비전략 

부록 -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법률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
후기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할까?


Part 1.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 선행학습 금지

선행학습, 과연 법으로 금지할 수 있을까?

선행학습의 뿌리는 우리의 잘못된 대학입시제도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OECD 회원국 중에 상위권에 속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청소년의 자살률 또한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지나친 입시경쟁 사회가 빚어낸 산물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풍요로운 겉모습과 우리가 처해 있는 교육 현실은 사뭇 다르다는 걸 직감할 수가 있을 것이다. 교육정책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선행학습으로 인하여 사교육 시장의 무분별한 팽창을 불러왔다. 물론 이는 교육 당국의 일관성 없는 입시정책과 임시방편적 대응책에서 야기된 문제이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살펴보면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이기심이 큰 몫으로 작용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1954년 발표된 1차 교육과정을 시작으로 1997년 7차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총 7차례의 전면개편을 시도하였으나 그 이후로는 전면 개정보다는 수시 개정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차원에서 2007 개정 교육과정과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단행되었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던 2000년 무렵 자사고와 특목고가 신설되었다. 그와 동시에 입시정책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됨으로써 조기교육과 선행학습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선도하고 지배를 하게 되었다는 데 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학교의 위상을 끌어올린다는 차원에서 고등학교의 자율권과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것이 오히려 알게 모르게 선행학습을 부추긴 꼴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위주의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시행된 내신제도는 오히려 사교육에 의한 선행학습을 촉발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영어중점교육(영어몰입교육)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됨으로써 조기교육의 필요성이 증대되어 대도시 위주로 사교육(영어전문학원) 기관에서 선행학습을 활발하게 주도하게 되었으며, 특히 선행학습은 특목고의 신설과 더불어 주요과목인 수학이나 영어 위주로 열풍이 불기 시작하여 교육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에 교육 당국 차원에서 교육정책의 프레임을 새롭게 제시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졸속 행정과 미봉책으로 대처함으로써 잉여 사교육 시장의 무분별한 확장은 선행학습을 극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에는 공교육의 한계점에 다다르게 되었던 것이다.



Part 2.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현주소

선행학습

선행학습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 정규 교과과정보다 시간적으로 앞당겨 미리 배우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배울 내용을 미리 훑어봄으로써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예습 개념과 다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예습과 선행학습을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고 묻는 것은 고양이와 호랑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굳이 따지자면 예습은 수업을 잘 듣기 위해서 수업 얼마 전에 준비를 하는 것이고, 6개월에서 심지어 2~3년 정도의 교과과정을 미리 앞당겨 배우는 차원에서의 선행학습은 수업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뛰어넘어버리는 것이다.


선행학습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학생들의 정상적인 공부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공교육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학습에 방해를 초래하거나 역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학생의 실력 평가 기준이나 척도가 선행학습의 진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는 학부모의 그릇된 인식에 더 큰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선행학습은 학부모의 조바심과 이기심의 결과물인 셈이며, 사교육 관련 당사자들의 이권을 지켜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선행학습의 학습기여 효과는 극히 일부분의 상위권 학생들, 특히 자발적인 학습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지 일반적인 학생들에게는 학습 의욕을 저해하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대상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학벌지상주의(=학력지상주의)가 빚어낸 열등감을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 극복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학벌보다는 전문성이나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선행학습으로 인한 공교육의 붕괴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은 누구나 선행학습의 폐해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문제라는 데 공감을 하고 있지만 선생님이란 신분적 한계로 인하여 제도적 개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의 결여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전인교육의 실패, 교육기회의 불평등 심화,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가정경제의 파탄, 학교기능의 상실 등으로 이어져 총체적 난국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사실상 벽에 부딪친 채 한계점에 도달하였지만 소수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돌아서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과부에서는 백년대계는커녕 가까운 장래라도 기약하는 진정성 있는 대안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는 학습 그 이상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부여해주는 공적 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인하여 교육의 주도권을 학원에 빼앗긴 학교는 학교로서의  제기능을 상실하였고, 선생님들 역시 선생님으로서의 권위는커녕 그 존재 가치, 정체성마저 위협받을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학교는 그 체제를 바로 세우고 잘만 운용한다면 가정에서 할 수 없는 감성 교육과 도덕 교육,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질서와 사회라는 공공 개념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또한 살아가는 태도를 정립해주는 전인교육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관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Part 3. 학교교육과 사교육의 관계

고교 자율화는 사교육비 폭등 정책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해마다 연초가 되면 지역간 수능 성적 발표를 한다. 지역별로 과목별 순위가 매겨져 상위그룹만 한눈에 보기 좋게 들어오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교의 서열화가 이루어진다.


2009년 교육과정개정에서 추진한 고교자율화 정책에 힘입어 사교육비의 증가는 물론 외고와 특목고의 비중이 확산됨으로써 오히려 입시경쟁 체제가 가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30년 넘게 유지해오던 교육의 기회균등을 기조로 하는 고교평준화 정책과 상충되는 개념이다.


수능 성적과 사교육비와 미래형 교육과정

대체 어느 지역이 점수가 높을까?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 보면 부모의 학력수준이 높고, 경제수준이 높은 지역 학생들의 점수가 높다고 한다. 특히 외국어 과목은 전문대졸 이상 학부모 비율이 다른 곳보다 높아 경제적 수준과 가정환경 수준의 영향이 밀접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어떤 학교가 사교육비가 많은가 조사해 보았더니 역시나 자사고나 특목고가 있는 곳이 많았다. 이런 학교에 보내려면 적어도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결국 수능점수 순위는 부모의 사교육비 지출능력과 비례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교육비 지출 비율과도 맞아떨어지는 결과이다.


2009년 당시의 미래형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자율화시킨다는 명목 아래 학교와 학생의 선택권 강화에 역점을 두었다. 그럼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겉으로는 다양성과 창의성에 초점을 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SKY대학에 얼마나 보냈느냐로 평가받을 때가 많다. 국가가 교육과정을 풀어줘도 대다수 학교들이 대입시에 맞춰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수능점수 서열 같은 데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학부모들도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지위를 물려주고 싶어 허리띠를 졸라매고 조금 더 나은 고등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당연히 앞으로 사교육비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돈이 없는 부모들은 아예 사교육을 포기하는 양극화 현상도 심해질 것이다. 결국 교육과정 자율화는 사교육비 자율화이고, 또한 부모의 능력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에게 책임 전가하려는 국가정책이 아닐까?

미래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춰 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율화해서 학생들에게 맞춤식 교육을 하라는 취지인데 결국에는 대학맞춤교육이 될 뿐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에서 국가가 손을 떼거나 자기 책임을 벗어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2006년 교육통계에 의하면 정부 교육예산 비율은 점차 하락하였다(90년 22.3%→2006년 20.1%). 1991년~2000년까지는 공교육비와 사교육비가 비슷하였으나 2000년 이후 사교육비가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7년에는 사교육비(4.8%), 공교육비(2.6%)의 비율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의 과도한 부담은 저축감소로 이어져 노인층의 빈곤화를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은 7차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던 해이다. 7차 교육과정의 핵심은 교육내용 30% 감축과 난이도 조절, 수준별 교육 과정과 고등학교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초점이 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교육내용이 너무 어려워 강남학생 교육과정이냐는 비아냥을 듣곤 했다. 수준별 수업은 우열반으로 전락하여 교육효과보다는 사교육비만 늘리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대학입시과목 선택으로 가버렸다고 아우성만을 남겨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정말 그 때부터 공교육비는 줄어들고 사교육비 비중이 높아졌다. 예산 자체도 줄어들었다.


그 배경에는 바로 수요자중심 교육이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교육을 서비스라고 하면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비용을 내라고 은연중에 강요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의 결과도 수요자가 책임지니 대학졸업하고 백수가 되어도 내 못난 탓이려니 생각하고 국가는 점점 방조자가 되는 셈이다. 대학 등록금에 집까지 대주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교육도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Part 4. 선행학습, 무엇이 문제일까?

선행학습의 문제점

사실, 교육이란 관점에서 살펴보면 선행학습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억지로라도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짧게는 한 학기에서 길게는 3년 이상을 선행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할 이유는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로 인한 가정경제 파탄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원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에서는 선행학습을 옹호하며 학부모의 조바심과 이기심을 부추겨 수많은 학생들을 선행학습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행학습 자체보다 우리의 무감각한 현실 인식에 있다. 우리 사회는 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있는 장벽을 애써 외면하여 왔으며, 선행학습의 폐해를 알면서도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자식들이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려도 학부모들은 모른 척, 오로지 공부만을 외칠 뿐이고, 교단의 선생님조차 자신들의 교권 사수에는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도 학생들의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는 눈을 가리기 일쑤이다.


우리 모두는 선행학습으로 인한 폐해나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선뜻 누구 하나 앞에 나서서 교육 정책의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다. 왜, 교육에 열을 올리는 엄마들은 투쟁하지 않는가?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지 아니하는가?


교실에서 질문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지나친 선행학습이 우리 아이들에게서 공부하는 재미를 빼앗아 가고 있다. 오늘날 사교육은 학교수업 보충의 역할을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교육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며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몇 년씩 학교 진도를 앞서 가는 선행학습형 사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막연한 기대심리와 불안심리를 이용한 학원의 마케팅 전략 때문에 절대적으로 보충학습이 필요한 하위권 아이들까지 무조건적으로 선행학습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로 인하여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과 학교수업에 대한 흥미를 잃고, 교실에서 질문이 사라져가고 있다. 질문이란 스스로 공부하려는 의지와 흥미가 있어야만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불필요한 선행학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공부하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하여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공부도 과속하면 사고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공부는 하기 싫은 대상에 불과하며, 학생이기 때문에 거의 의무적으로 수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면 당연히 공부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예습 차원의 맛보기가 아니라 지금처럼 선행학습을 과도하게 하게 된다면 저절로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다. 사실 공부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결과마저도 저마다 달리 나타나며, 또한 학습처방을 획일적으로 내린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옛말에 "공부는 때가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과정에 적합한 맞춤식 학습이 행해질 때 학습효과 또한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공부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적당한 시기가 존재한다고 볼 때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나친 선행학습은 결국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게 될뿐더러 공부로부터 얻게 되는 지적 즐거움을 앗아가게 될 것이다.


최적의 학습 시기란 언제일까?

아동기에는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현실은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이 시기에 누려야 할 다양한 취미 활동과 여가 생활, 독서를 통한 깨달음을 모두 잃고 생각할 시간이나 휴식이 없이 오로지 진도 경쟁, 속도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제, 아이들에게 지나친 선행학습보다는 학교 연령과 학교 진도에 맞는 제철 적기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제 학년에 맞추어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의 분량을 꼼꼼하게 익혀 나간다면 우리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교실마다 질문이 넘쳐나 미래 사회를 주도할 창의적 인재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망각으로부터 기억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복습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10분 후에 1차 복습하면 1일 동안 기억되고, 1일 후 2차 복습하면 1주일 동안, 1주일 후 3차 복습하면 1달 동안, 1달 후 4차 복습하면 6개월 이상 장기 기억된다는 것이다.


피아제에 의하면 아동은 어른에게서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자신의 인지구조를 발달시킨다고 하며, 특정 발달단계에 도달하여야만 특정한 인지적 능력이 획득된다고 한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은 학습의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는 선행학습이 보편적인 관행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적 현실을 생각할 때 한번쯤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선행학습 금지의 쟁점

<쟁점 1> 과연, 선행학습은 효과가 있는가?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저학년의 경우, 단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때 사교육에 의한 선행학습을 받는 학생이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에 비하여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왜냐하면 상위권 학생들이나 과학고, 특목고의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적응되어 있지만 일반 중하위권 학생들은 무조건적인 선행학습의 진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수업 결손이나 성적 부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쟁점 2> 왜, 학부모는 선행학습에 의존하는가?

대개의 학부모들은 학교나 학원 주변의 정보에 민감한 편이어서 경쟁심리와 불안심리가 작용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특히 학원의 입시설명회나 홍보 전략에 포섭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초등학교일 경우에는 가정에서도 학습체크와 성적관리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만 중학교 이후부터는 거의 학원에 자녀의 관리를 의탁하는 경향이 강하다. 왜냐하면 사교육 기관인 학원들은 자체프로그램을 통하여 학생들을 지도하고 성적관리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Part 5. 자기주도 학습법

자기주도적 학습법으로 사교육의 뿌리를 뽑자

자기주도적 학습법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서는 사교육 없는 학교의 대안으로 자기주도적 시범학교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대학입시에서도 자기주도적 학습에 따른 전형이 확대되고 있다.


수많은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율학습을 자기주도적 학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율(自律)이란 다른 사람의 지시 없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조절, 통제하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학습이란 필요한 지식과 학문을 익히는 과정을 말한다. 이 자율과 학습이 합해진 단어가 자율학습(自律學習)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자율학습은 그 취지나 뜻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의 뿌리는 사교육을 없애고,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자녀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을 시키려 할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나아가 부모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자녀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자기주도 학습법에서 부모의 역할

자기주도 학습이 교육시장에서는 이미 새로운 유행이 되었지만 자기주도 학습에 관한 오해가 많다. 특히 이제 막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는 초등학생 부모에게 자기주도 학습이란 큰 숙제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자기주도 학습이란 아이보다 부모에게 더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 일일이 모든 것을 챙겨주던 즐거움을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공부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변신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초등학생의 자기주도 학습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부모도 사춘기 같은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전개되어 왔다. 아니, 어떻게 보면 지겹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들을 수밖에 없는 단어이기도 했다. 아이들로 하여금 안정된 학습력을 보장케 하여 사교육의 폐해를 없앤다는 자기주도 학습법 말이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이라면 당연히 그 단어가 가진 마력 같은 힘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공부 잘하는 비결과 원리

공부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학원에서 단순히 문제풀이 기술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학습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설사 과외 수업이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이라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익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습관적으로 학원 수업에만 의존한다면, 초등학교 때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그 성적을 유지해 나가기가 힘들어진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주입식 공부 습관에 길들여진 학생은 결국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의지를 상실하고 자가학습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선행학습으로 인한 학습량 때문에 지친 탓이다. 더 이상 공부에 흥미를 두지 않는 것은 학부모들이 무조건적으로 학원에 의탁하였기 때문이다.


공부는 수동적이거나 피동적인 경우에 학습효과가 저하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잠시라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마치 아이들을 빈 시간을 의무적으로 채우는 것이 부모의 도리인 것처럼 말이다.


교육에 조금만 애정을 가진 분이라면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상위권을 유지하며, 또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지적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억압된 공부 때문에 자녀를 망치는 것보다 차라리 방치하는 것이 더 나은 교육적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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