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투쟁의 최전선, 점령 현장에서 전하는 현장 보고서!
저항이 파급된 경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킹 미디어의 활약상과 함께 시위 현장은 물론 경찰의 진압 기술, 기병대 돌격, 무자비한 공격에 이르기까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다양한 사건들을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등록금에만 한정하지 않고 교육이나 실업, 복지,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청년들이 처한 어려움, 학생들의 자각과 현 사회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기해 현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런던대학 학생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5년에 사회주의 노동당에 입당했으나 2009년 탈당했다. 현재는 마르크시즘을 신봉하고, 반자본주의, 반전, 평등과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불깃(Counterfire)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2010년 영국에서 교육 예산삭감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에 참여했으며, 전 영국 학생조합의 회장 아론 포터(Aaron Porter)의 리더십을 강경하게 비판하면서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BBC 뉴스나이트에 아론 포터와 자유민주당의 하원의원 사이먼 휴즈(Simon Hughes)와 출연하기도 했다. 의회가 등록금 인상안을 통과시키자 학생들을 향해 시위를 한 단계 높여 격렬한 점령시위를 벌일 것을 독려했으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6. 튀니지, 독재자를 타도하다
“가시를 키우는 자 상처를 얻으리라”
튀니지 청년들의 봉기는 진정한 정치적 혁명이다
튀니지 혁명: 반식민 투쟁의 원천
마피아 같은 독재 정권
존엄한 혁명
알제리와 튀니지의 사회 반란
새 시대인가, 아니면 그대로인가?
알제리 청년운동의
급진화
공개서한
포토 에세이: 2011년 1월, 튀니스
스프링 타임
서문
통치자들은 무지와 지식을 동시에 전수하는 전문화 형식을 제도화하고 재정적인 빗장을 걸어 고등 교육에 제한을 둠으로써 고등교육의(또 그 밖의 많은 것들의) 틀을 과감하게 새로 짜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또 학생들이 전문화된 연구에 빠져 허우적대기를, 그러면서 지성의 발전이 저해되는 현실을 모른 체하길 바란다. 교육은 그 특성이 무엇이든 사회의 총체적인 구조 및 필요와 별개였던 적이 결코 없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강요하는 한계를 뛰어넘고는 했다. 서양의 대학교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지난 60년간 전 국민에게 해당되는 무상교육의 권리 등 개혁을 선도했고, 학교를 대규모로 확장할 길을 닦으면서 극적으로 변화했다.
미국 서부 해안부터 서유럽 곳곳까지, 버소 사가 자랑스럽게 출판하는 이 책은 광범위한 투쟁의 물결 속에 뛰어든 학생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시간 순서대로 구성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경험의 재구성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쌓인 경험들의 영향이 자본주의 사회의 우선순위에 도전할 대안들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시민들에게 약속했고 얼마간 많은 만족을 주었으면서 이제는 거둬들이겠다고 위협하는 사회, 시민들이 한때 당연하게 누렸던 권리를 요구하면 짓누르려고만 하는 이 사회는 어떤 곳인가?
학생들과 혜택받지 못한 자들에 대한 자본주의의 공격에 대항했으나, 그 최종 결과에 대해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사실은 세상의 우선순위가 미래를 내다보게 해줄 전조라는 점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시대는 더 이상 완전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일자리가 없어 사회에 합류하기가 어렵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학생 세대가 그랬듯 말이다. 시대는 오늘날이 훨씬 가혹해졌다. 그럴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본이 우리가 살아가는 조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대 정치인들과 그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20세기 말에 고안한 시스템에 여전히 푹 빠져 있다. 공산주의 붕괴, 그 후 사회 민주주의 붕괴는 정글의 법칙이 전면적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가 회귀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론과 실제가 정당화해 준 탐욕이 모든 것을 제압했다. 월 스트리트와 시티 오브 런던에서 제도화되면 모두들 신이 나서 따라 하기 바빴다. 은행가, 기업, 정치인들이란 서로 상대의 명령을 실행하는 데 만족했고 자신들이 창조해낸 인류의 비참함에는 눈감았으며, 기업과 개인의 필요에만 민감했다.
이 책에서 드러나듯이 경험, 우리가 사는 사회, 우리가 이끄는 삶이 의식을 결정한다. 그래서 튀니지와 이집트, 예멘의 시위처럼 항상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이전 투쟁들을 담은 회상은 계속성을 나타낸다.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민주주의는 갈수록 공허해지고, 서구식 정당들이 설립되며, 언론이 절대적인 힘을 쥐게 되었고,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집단으로서 다른 진지한 대안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이런 사회가 부과한 이념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은 투쟁의 시대이기에 가능하다. 영국은 공식적인 야당이 없는 나라다. 국회 밖의 대격변이 필요하며, 단지 삭감에 항의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해관계에서 불과 몇 보만 진전한 지금의 민주주의 정신을 드높여야 한다. 은행가들과 부자들을 위한 구제 금융, 미국의 전쟁터에서 싸우는 데 들어가는 지긋지긋한 국방 지출, 덜 부유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가하는 지원 삭감.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세계는 자신만의 우선순위를 만든다. 그것들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를 스스로 가르쳐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싸우고 방어해 나갈 사회 헌장이 필요하다. 거의 2세기 전에 우리에게 충고해 준 셸리의 시처럼.
자유의 외침
The Call to Freedom(1819)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 온 그대들이여
혹은 느꼈거나 보았던 이들이여
당신들의 잃어버린 조국은 누군가가 사고팔았고
피와 금으로 값을 치렀으니
(…)
잠에서 깨어난 사자처럼 일어나라
정복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리로,
속박을 이슬과 같이 털어내라
잠든 사이 네게 채워진 족쇄를.
너희들은 많고, 저들은 한 줌이니.
영국, 등록금 투쟁으로 희망을 말하다
교육예산 삭감, 계급과 인종차별
* 칸자 세사이 - 전국학생연합의 흑인 학생 담당자
2011년 11월 10일은 5만 명이 넘는 학생과 교수들, 학부모들이 등록금 3배 인상안에 반대하며 런던 거리로 나와 학생운동에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킨 날이다. 영국은 교육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 가운데 하나면서 터무니없이 비싼 교육비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배척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회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토리당이 이끄는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 정책은 모든 영국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특히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경찰은 젊은이들에게 무자비하게 굴고, 전국학생연합 지도부는 스스로에게 줏대 없고 머뭇거린다는 꼬리표를 붙여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항의, 점령, 저항의 물결은 토리당 정부 안건에 대한 반대의 시작일 뿐이다.
이번 시위는 우리가 여태껏 보아온 어떤 시위보다도 연령층이 젊고 참여폭이 넓었다. 어린 학생부터 대학준비과정 학생, 교수와 교사 및 학부모들까지 시위에 참가했다. 이토록 넓은 참여폭은 지원금 삭감이 여러 세대에 가져다줄 잔인한 충격을 반영한다. 또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인 시위를 창출하는 기반이 되었다. 학생들에 대한 언론의 편견에 비해 소셜미디어는 보다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데모, 점령, 토론회, 연좌시위, 플래시 몹(미리 정한 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약속한 행동을 한 후, 바로 흩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군중 행위)과 같은 단어들이 잇달아 머리기사를 장식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이 단어들은 경찰관들의 손이 빚어낸 무자비한 진압과 의회의 표결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았으며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의 공통 언어가 되었다.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과 노동운동가들은 교육예산 삭감이 경제적 반달리즘(vandalism)이며, 가장 가난하고 빚까지 짊어진 학생들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본다. 영국에서 흑인의 75%가 가난한 지역으로 알려진 88개 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흑인 학생들은 극도로 가난하게 살아간다. 흑인 학생들 대부분이 연장교육을 받고 있으므로 교육유지수당 폐지는 이들이 가진 삶의 기회에 무차별적인 충격을 가져다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이번 예산 삭감은 이들 세대에 보다 비참한 상황만을 가져다주고 우리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울 것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실업, 특히 흑인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일터에서의 차별은 흑인들이 빚을 갚는 데 더 오래 걸림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든 요인이 현 정부에서, 무엇보다 교육예산 삭감안으로 보다 명확해졌다. 정부의 움직임으로 촉발되어 새롭게 떠오른 행동주의와 분노는 정치 풍경의 일부로 계속될 것이다. 젊은이와 학생들에게 불공평한 경제 정책들이 준 충격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비슷한 긴축정책에 대한 저항의 폭발 지점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튀니지의 물가 상승이 부패한 벤 알리 정부에 맞선 폭동을 불러일으키며 젊은이들을 자극했다. 영국에서 교육 지원금과 관련해 항의하는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튀니지 학생들도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토리당 정부가 주도하는 기타 공공 부문의 예산 삭감은 다른 부문으로 바통을 넘길 것이다. 명백한 것은 교육예산 삭감에 대한 폭넓은 반대가 영국 사회에서 교육의 사회적, 경제적 및 정치적 중요성을 증명해준다는 사실이다. 영국 교육을 살리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탈리아,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공장
* 지울리오 칼렐라 - 급진적인 출판사 에디지오니 알레그레의 공동 창립자이자 『느긋한 학습』『해일』의 공동저자.
이탈리아에서는 2008년 법안 133에 반대하며 새로운 학생운동이 탄생했다. 이번 시위는 거의 20년 전에 시작되어, 베를링구에르와 제키노가 채택한 3+2학제(학사 3년, 석사 2년) 개혁이 불러온 이른바 볼로냐 프로세스로 유럽 전체에 가속화되고 있다. 볼로냐 프로세스는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오래된 자본주의 이념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 볼로냐 프로세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4개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이탈리아 볼로냐에 모여 2010년까지 단일한 고등교육 제도를 설립하여 유럽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자 1999년에 출범한 프로그램이며, 그 후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도 참여해 회원 수가 47개국으로 늘었다.
3+2 학제에는 분명 학생들이 지성인 혹은 적어도 전문가가 되리라는 희망을 앗아가는 효과가 있다. 정규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굉장한 속도, 지속적인 평가, 교과서마다 달린 참고문헌 목록과 사실상 학생들이 과목과 친숙해지고 비판적으로 접근해 발전시킬 만한 시도조차 방해하는 3학기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화되고 가치가 떨어진 교직, 불안정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공장의 엔진, 전문적이고 단편적인 특성을 극대화해 만들어내는 지식 생산의 파편들, 제키노 개혁이 스스로 말했듯이, 학점은 쓸모가 없다.
볼로냐 프로세스로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일들은 사실 1970년대 학생운동이 이미 예견했던 바이다. 또 한편으로 졸업자들이 예전에 대학 입학자 또는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들이 하던 일자리를 얻는 경향이 커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노동 환경 통제에 점점 무관심해진 결과 졸업생들의 불안정과 무산계급화는 현실로 굳어져버렸다. 이런 식으로 정신노동 시장은 육체노동 시장과 비슷해진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이 가정했던 바와는 반대로 같은 수준의 정규교육을 받은 개인들이 결국 다양한 일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급여도 제각각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봉기 중인 대학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보내는 한 학생의 편지
2010년 12월 2일
총리께,
저희는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학생이자 시민으로서 총리께 설명하고 싶은 충동과 책임을 느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총리께서 저희의 전제를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시위에 참가한 많은 학생들은 사회의 중심에 발을 담가본 적조차 없으며,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내는 이들입니다.
편지를 쓴 목적으로 돌아가서 총리께서 많은 경우 자문해보셨어야 했을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왜 학생, 노동자, 예술가 등을 포함한 그 많은 사람들이 시위하는가? 그 질문에 평범하게 답하자면, "봉기는 세계 경제 위기에서 비롯된 굶주림이 동기가 된 복부의 반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저희를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정부의 터무니없는 도둑질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이 나라 전체의 부당한 도둑질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탈리아는 사람들로부터 꿈과 희망, 진실을 훔쳐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계, 인터넷, 페이스북으로부터 저희를 차단하려고 하면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 세대, 비판하지도 못하고 그럴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그들의 무능까지도 고발합니다.
저희는 무관심을 규탄합니다. 사회의 질이 무관심의 크기와 반비례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 상황을 보다 분명하고 뚜렷하게 만들 만큼 똑똑하지 못한 우리 자신을 탓합니다. 증거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불안정 노동자 세대입니다. 불안정 계급이라 불리는 라인을 채우게 될 것입니다. 산업혁명이 탁월한 혁명적 노동자계급을 만들어냈기에, 투기가 착취로 전환된 현재의 체제가 새로운 혁명계급이 출현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혁명계급의 구성원들은 딱히 구조를 형성하지 않지만 관계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인간다운 조건을 공유합니다.
총리께서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프랑스 혁명에서 느끼는 것만큼이나 오래된 대중의 행복입니다. 사람은 사회운동에 참여할 때만 진정한 의미의 자신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움과 완전한 기쁨을 발견합니다. 이 뜻에 약간 가감한 것이 대중의 행복이겠지요. 대중의 행복. 그 나머지는 죄책감이 가득한 침묵이며 불안을 조장하는 권태입니다. 어제 처음으로 대중의 행복이 돌아왔습니다. 총리께서 보신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라 행복, 집단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희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총리께서는 우리를 이해하실 수 없으리란 것을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엘리사 알바네시 올림
로마 라사피엔자대학 문학과 점거의회
그리스, 항쟁의 불꽃이 타오르다
첫 번째 큰 물결: 2006~2007년
* 스파이로스 드리트사스, 조르고스 칼람포카스 - 드리트사스는 외과 레지던트, 학생 연합 총회 및 점거 조정위 2006∼2007 일원이자 대변인이었다. 칼람포카스는 화학 엔지니어이자 정치철학 및 사회이론을 공부하는 학생, 학생 연합 총회 및 점거 조정위 2006∼2007의 일원이었다.
새 천년이 시작될 무렵 그리스 대학들의 상황은 차분했다. 1997∼1998년에 시행된 중등교육 개혁이 보다 잘 훈련받은 대학 신입생 세대를, 또 압박감과 고된 공부, 스트레스에 훨씬 잘 적응하는 세대를 양성했다. 더욱이 초등 및 중등 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연합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교사임명 시스템에 새 국가시험을 도입했다. 변화는 대학 학위 가치의 철저한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반대는 학생운동의 본거지가 일부 좌절에서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전체 학생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대부분 가시적인 고용 전망도, 집단적인 투쟁의 전통도 없는 신생 학과 학생들이었다.
2005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거나 낙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부는 과거 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치 산정과 평가 과정 도입 같은 대학의 자본주의식 재편의 본질과 관련된 일련의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등교육의 사교육화를 금하는 헌법에 명백히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사립대 합법화를 추진한 2006년 초 정부 발표는 학내에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는 2006년 3월 산발적인 점거와 더불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징후였다. 정부의 오만과 학생운동이 패했다는 정부의 평가, 그에 따라 공격적인 전략으로 당국의 신보수주의 개혁을 시행하겠다는 결정은 운동에 불을 붙일 스파크가 되었다. 새 법에는 대학과 폴리테크닉(전문대학에 해당하는 과정으로 전문기술자 배출을 목표로 하는 교육기관), 의대에서 4∼6년으로 각기 다른 최소 수료 기간+2년 내에 과정을 마치지 못하면 영구 제적시킨다거나 대학 내 성소(sanctuary) 폐지, 대학을 기업 경영 표준에 맞춰 운영하고 자금 지원을 축소하는 조항들이 들어 있다.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한편으로는 공격이 모든 학생에게 영향을 끼쳤다. 투쟁의 전통을 지닌 대학이나 학과를 비롯하여 투쟁의 역사가 없는 곳들, 즉 전문적인 고등교육 기관들은 물론이고 집단 투쟁 경험이 없는 지방의 많은 대학들까지 그야말로 총체적이었다.
첫 시위는 2006년 3월, 오랜 투쟁의 전통을 지닌 학교들인 국립 아테네 공과대학, 아테네대학 의과대학, 파트라스 대학 및 트라케 대학의 폴리테크닉 스쿨에서 열린 첫 번째 집회에서 내린 점령 결정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운동은 지금껏 시위의 징후를 보이지 않던 대규모의 학생연합으로 곧 확산됐다.
2006년 5월 25일 조정 및 구성을 담당할 학생연합의 집회 및 점령 조정위원회가 발족했다. 대학 학부들이 들어선 아테네와 다른 도시들의 거리에서 대규모 학생 집회들이 조직되었다. 정부는 학생들과 정치적 논쟁을 하지 않고 경찰 기동대의 힘을 빌렸다. 2006년 6월 8일 학생, 교수, 교사, 일반 노동자들이 연대한 대규모 시위대에 경찰이 격렬한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경찰이 운동을 중지시킬 수는 없었다. 모든 시위가 끝난 후 학생들은 투쟁에서의 승리를 확신했다. 정부는 운동의 압력에 굴복하고 의회에서 법안 도입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조정위원회는 첫 번째 투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우리의 행동은 정부에 대한 투쟁일 뿐만 아니라 무저항과 패배주의 정신에 대한 대항이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태도에 대한 저항이었으며, 운동 안에 내재한 나쁜 자아를 둘러싼 투쟁이었다. 이제 모든 이가 깨달았다. 우리가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와 공동의 정체성을 구축하며, 필요한 모든 사항을 진정으로 표현하여 분명히 요구를 제시한다면 성취할 수 있음을 말이다. 학생들과 그 밖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정부도 이를 깨달았다.
튀니지, 독재자를 타도하다
"가시를 키우는 자 상처를 얻으리라"
* 레일라 바스무디 - 튀니스 외곽에 거주하는 화가로, 스스로 카르타고의 반체제 인사라고 부른다.
독재자들은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는 법이 없다. 죽든가 아니면 무력에 밀려 쫓겨나야 한다. 이러한 국면에 접어들기 직전에 독재자들은 대규모 시위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다. 그러면 그들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시도한다. 고문하고 살상하는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죽음을 무릅쓰는 때이고, 제복 입은 군인들이 죽은 시민들의 장례 행렬을 향해 거리에서 경례를 하는 때이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유용한 협력자였던 지네 벤 알리의 종말이 가까워진 순간이다. 범죄자, 부적격자, 친족 등으로 구성된 그의 보안대 일당이 남녀 시민들을 공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나이 든 역사가가 비난하기를, "이들은 2천 년도 더 지난 옛 카르타고의 스키피오 군대와 같다. 그들은 약탈하고 살상했으며 우리 여성들을 성폭행했다. 하지만 그들은 복수를 꿈꾸는 로마인들이었다. 벤 알리와 그의 일당들은 튀니지 용병들이다. 그들은 미국과 프랑스를 위해 지저분한 일은 뭐든지 한다……"고 했다. 미국의 견고한 동맹국이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베푸는 후한 인심의 수혜국이며, 국제통화기금 총재, 튀니지를 찾는 기자들, 정치인들한테 모델로 칭송받고,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끝까지 지원해주는 나라. 그러나 아무 소용없다. 벤 알리는 실패했다. 서방에서 급하게 사귄 냉정한 친구들은 서둘러 그의 망명을 도왔고, 그러고 나서 손을 씻었다. 벤 알리는 독재자들의 안식처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우리는 아직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았다. 독재 체제는 아직도 유효하다. 독재자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삼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거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거나 구타당한 젊은 남성들이 거의 전부다. 남자들이 총부리를 겨누는 사이에 벤 알리의 군부 소속 악한들은 여성들을 겁탈했다. 부패로 얼룩진 지도층의 부도덕을 청산하고, 우리에게 일할 권리를 주며, 모든 시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한 새로운 민주 헌법을 위해 투쟁을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패하고 극악무도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독재자들이여, 튀니스의 종소리를 들어라. 그들이 여러분을 위해 경종을 울리고 있잖은가. 오바마와 사르코지 대통령이여, 튀니스의 종소리에 귀 기울여라. 여러분이 지지하는 고문자들을 향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알제리와 카이로의 시민들이 혁명의 방아쇠를 당기려는 희망을 안고 자신들을 불사르고 있다.
존엄한 혁명
* 사드리 키아리 - 2003년 초 프랑스로 망명한 튀니지 운동가. 공화국 현지인들의 정당의 초창기 멤버이며, 『하층민들의 정치를 위하여』『드골에서 사르코지까지, 프랑스에서의 식민지 반혁명』을 출간했다.
벤 알리가 튀니지에서 도망친 후로 사람들이 똑같은 질문을 내게 하곤 한다. "안정으로 유명한 튀니지에서 어떻게 그런 위대한 대격변이 일어났는가? 어떻게 철권으로 지배하던 독재자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권력에서 추락했는가?"
갖가지 설명을 해줄 수 있다. 그래도 내가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점만을 설명하겠다. 폐위된 대통령을 에워싼 마피아 같은 패거리에는 어떤 일치된, 혹은 동의를 구할 구조적인 토대가 없었다. 다시 말해 국민을 상대로 한 도덕적 권위가 없었다. 벤 알리와 아내, 그의 가족은 심지어 특권 계층에게도, 심지어 정권의 혜택을 입은 이들에게조차도 두려움은 물론 완벽한 경멸의 대상이었다.
벤 알리는 1987년 11월 권력을 잡자 곧바로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 및 감시 하에 두며, 국민을 피후견인으로 전락시키는 거대한 기구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프랑스 언론이 정계 활동가나 노조원들의 체포, 야당 인사들의 고문,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잔혹한 협박 소식을 알려왔지만, 경찰이 국민들을 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벌인 행위는 보도하지 않았다. 경찰의 압력이 계속되었다.
상황이 종료됐는가? 결코 아니다. 혁명의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혁명의 두 번째 막은 전 대통령이 창조한 조직의 파괴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리고 제헌의회의 민주 선거는 수십 년 전부터 빼앗겼던 정치 주권을 튀니지 국민에게 되돌려줄 것이다. 그 다음은, 두고 볼 일이다.
옮긴이의 말
싼 등록금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로 시작된 세계 젊은이들의 분투가 녹아들어 있는 이 책은 그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더욱 값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록금에만 한정하지 않고 교육이나 실업, 복지,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청년들이 처한 어려움, 학생들의 자각과 문제 제기를 엿볼 수 있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가 주축이 된 유럽부터 미국의 공교육 수호 투쟁, 아랍의 봄의 불쏘시개가 된 튀니지를 중심으로 아프리카까지, 대륙별 청년들의 활약상이 두루 담겨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연대다. 혼자서 외치는 소리는 외로이 폈다 지는 꽃처럼 금세 잦아들고 말겠지만, 개개인의 각성과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소리는 큰 울림이 되어 퍼져나갈 에너지를 품고 있다. 그 울림이 어느 지점에선가 공명하지 않을까? 영국 편에 인용된 한 인권 운동가의 말이 이 책의 메시지를 잘 전달해 줄 것 같아 소개한다. "권력은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내주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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