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일어나라

   
브루스 레빈(역자: 안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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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북스
   
15000
2011�� 11��



■ 책 소개
신자유주의의 비판과민중주의자를 위한 사회학적 탐구보고서! 

이 책은신자유주의 운동의 비판과 민중주의자를 위한 사회학적 탐구보고서이다. 미국 사회가 처한 부정적인 단면이나 치부를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미국이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였는데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는 관점에 대입시켜 보면 우리의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하게 하고, 한편으로 한국의 향후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 저자 브루스 레빈(Levine, Bruce E.) 
브루스 E. 레빈은『우울증을 이겨내고 상식적으로 반항하기(Surviving America’s Depression Epidemic and CommonsenseRebellion)』라는 책의 저자로서 「허핑턴 포스트」「카운터 펀치」「얼터넷」「Z매거진」 등의 인터넷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한다. 그의칼럼과 인터뷰는 「애드버스터즈」「에콜로지스트」「하이 타임즈」를 비롯한 다수의 잡지에 게재되었다. 

www.brucelevine.net이다. 

■ 역자 안진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고,2012년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지식의 역습』『마음 여행』『미셸 오바마 담대한 꿈』『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워커』『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페리고르의 중매쟁이』『런던탑, 동물원 그리고 거북이』『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수업』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사 1
추천사 2

1. 파편화된 사람들 vs 기업정치의 지배
기업정치의지배
파편화된 사람들

2. 왜,미국인들이 무기력할까?
1999년 시애틀 전투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전쟁
월스트리트 구제금융
건강보험 개혁
버락 오바마의 당선
노동조합과 무기력한 노동자들
티파티 운동
누가사회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가?
거대한 억압, 미미한 저항
무기력, 파편화 그리고 체념

3. 투쟁에 임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배경지식
사람들을 망가뜨리는 심리학적 원리와 기술
텔레비전, 테크놀로지, 바보 만들기
고독, 인터넷, 관료주의의시대
극단적 소비주의와 광고 및 선전에 의한 파편화
학자금 대출과 노예 계약
감시의 일상화
노동조합의 쇠퇴와 권리상실
배금주의 문화 속의 나약성
무력감을 가르치는 학교
불복종이 정신질환인 시대
엘리트 중심의 교육
거짓말쟁이,위선자, 이기주의자, 그리고 기업 미디어
미국의 선거제도와 학습된 무력감

4. 개인의 자존감과 집단적 자신감을 높이는 처방전
비판적 사고와 사기충전
에너지의 창출
피학대자 증후군 치료
사회적 고립 타파와 공동체 건설
개인의 자존감과 활력
민주적인가정
해방 심리학
민중주의자의 연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과 대응책
집단적 자신감: 연대와승리

5.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해법;전략과 전술
민중주의 봉기의 교훈
선거는 훌륭한 전쟁터인가?
파괴의 전략과 전술
항의 시위는효과적인가?
갈라서기의 힘
현대판 노예제 폐지 운동: 학자금 대출의 굴레
일터의 민주주의: 노동자 협동조합
작은 승리와타협
마지막 경계선을 넘어

감사의글
에필로그





예측전문가들의 이론에 숨어 있는 ‘달콤한 독약

깨어나라, 일어나라


파편화된 사람들 vs 기업정치의 지배

기업정치의 지배

기업정치란 사회를 지배하는 기업과 정부와의 연합을 가리키는 말이다. 직접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민중이 직접 통치하고, 공화국에서는 민중이 그들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대리인들을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 기업정치 사회의 경우 선거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과 부유한 엘리트들이 통치하면서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챙긴다.


기업정치 사회의 선거에서 지배 계층은 민중이 발언권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를 원하기 때문에 복수의 후보자를 출마시킨다. 또 지배 계층의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신세진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모두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한다. 경쟁력 있는 정당이 2개밖에 없다는 사실은 기업과 엘리트의 입장에서 보면 비용 절감 요인이다. 그 2개 정당의 입장에서도 당선 가능성을 가진 정당이 단 둘인 것은 그만큼 유리하다.


기업정치에서는 기업과 부유한 엘리트가 직, 간접적으로 선거 자금을 지원해서 후보들을 채무자 신세로 만든다. 이렇게 빚을 지고 당선된 정부 관료들이 핵심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친기업 인사나 기업 임원을 임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은퇴한 후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 로비스트가 되어 현 정부와의 인맥을 이용해 기업의 이해관계를 수호하는 것은 이제 흔하고도 일상적인 현상이다.


일종의 회전문 인사는 이른바 산업 복합체의 관행이다. 산업 복합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군산 복합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아이젠하워는  1961년 퇴임 연설에서 군산 복합체의 검은 고리를 고발했다. 군산 복합체 외에도 미국에는 에너지산업 복합체와 농산업 복합체, 그리고 최근에 그 존재를 널리 알린 금융 산업 복합체 등이 있다. 금융 산업 복합체의 회전문 인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골드만삭스의 CEO로 있다가 조지 W.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재무장관으로 임명되었던 헨리 폴슨이다.


하지만 회전문 인사는 공화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로렌스 서머스는 200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되기 직전에 굴지의 헤지펀드 디이쇼(D.E.Shaw)에서 520만 달러를 받았다.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 닐 울린 역시 하트포드 금융서비스 그룹의 이사 출신이다. 2010년 「마더 존스」 지에 실린 오바마 행정부의 은행가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이들 외에도 금융 산업 엘리트 사회의 일원이었다가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각료로 임명된 사람이 9명이나 더 있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엘리트란 대기업과 정부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수천, 혹은 수백만 명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직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의 뜻을 따르지 않고 이사회의 요구대로 움직인다. 거의 모든 정부 관료들은 기업과 부유층의 재정 지원을 받아 당선된 사람들이고, 또한 기업 로비스트라든가 여타 부유한 선거운동 기부자들로부터 일상적인 압력을 받는다.


기업정치의 문제는 현재의 CEO들을 선량한 사람들로 교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엘리트들 중에도 자선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자신들이 사회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정치의 문제는 민주주의와 강하게 대조되는 권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쪽으로 쏠린 권력에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엘리트들은 현재의 제도와 체제를 보완해서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려고 사력을 다한다.


기업정치의 지배층은 똑같은 개체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일부 기업의 이익이 다른 기업의 이익을 감소시킬 수도 있고, 일부 산업의 이익이 다른 산업에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래서 범죄조직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처럼 기업정치의 권력 내부에서도 다툼이 벌어진다. 물론 그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현 체제를 유지하는 일에 있어서는 언제나 효과적으로 단합한다. 하지만 기업정치의 권력자들이 민중을 분할해서 통치했던 것처럼, 지배층의 분열과 몰락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파편화된 사람들

대기업이 지배하는 미디어는 흔히 미국인들을 자유주의자(민주당 성향), 보수주의자(공화당 성향), 중도파로 구분하는데, 이것은 다분히 기업정치에게 유리한 구분이다. 어떤 집단이 선거에서 승리하든 간에 기업정치의 권력은 변함없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기업정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엘리트주의와 반엘리트주의라는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들 사이의 심리적 차이를 잘 이해해야 한다.


똑같이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도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이 있다. 이들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심리 상태가 다르다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개개인이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느냐는 생활 속에서 느끼는 좌절과 고통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날의 돈 중심 사회에서는 각종 금전적 의무를 이행하는 능력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돈 이외의 다른 변수들도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하거나 가중시킨다. 예컨대 나의 목소리를 남들에게 들려줄 통로가 있다면 고통은 줄어든다. 반면 나의 목소리를 들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거나 나에게 그러한 힘과 능력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 고통은 증가하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 사이의 여러 자리에 있어 보았다. 나는 금전적인 걱정, 무의미한 직업, 나를 소외시키는 환경, 고립감으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이 없을 때의 느낌도 대충 알고 있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나의 새로운 사고에 대한 적응력, 에너지, 행동하는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사람은 일단 생존을 계속하기 위해 폐쇄적이 되거나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려고 애쓴다. 사람들은 이미 알코올, 약물, 도박 등의 폐쇄적 행동이나 현실 도피, 쾌락에 탐닉하는 행동이 건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폐쇄적 행동이나 쾌락이라도 없으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살인자가 되거나 정신병자가 될지도 모른다.


건강한 반엘리트주의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의 현실을 존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이유가 무지 때문이라는 가정은 행동할 에너지가 전혀 없는 아픈 사람들에게는 마치 엘리트적인 발상처럼 들린다. 건강한 사람들은 아픈 사람들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대신 그들을 존중하고, 또 가능하다면 가진 것을 그들과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들을 존중하고 공유하며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고통을 확실히 덜어주는 일이 훈계조의 강연보다 한결 생산적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기업정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그런 현실에 대해 절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절망과 분노를 건설적인 행동의 에너지로 전환할 줄 안다. 하지만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장기간의 개인적 실패와 정치적 패배,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비인간적인 환경과의 일상적인 접촉으로 인해 너무 지쳐 있어서 어떠한 행동의 욕구를 느끼지도 못한다. 그들은 엘리트 통치의 진실을 알게 되어도 쉽사리 저항하지 못한다. 고통이 심해질수록 정치 활동의 공간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뿐이다.


이것은 미국인들이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일반적인 분석과는 조금 다른 의견이요, 견해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하는 활동가들 중에는 나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이유가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르기 때문이거나,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서 한목소리를 내도록 결집시켜야 하는 단체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나 역시 세상의 진실이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발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는 흔히 훈계하듯 이야기되는 이런 식의 해결책에는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 누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조각은 다름 아닌 무기력이다. 이 책의 목표는 무기력이라는 문제의 해결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이 성공에 한발짝 더 다가가도록 하는 데 있다.



왜, 미국인들이 무기력할까?

거대한 억압, 미미한 저항

미국에도 대중의 저항 운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거나 미국 역사 속의 다른 시기와 비교하면 지금의 저항은 너무나 미약해서 도무지 기업정치의 권력자들이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 같지가 않다.


대다수 선진국과 비교할 때, 미국의 국민들이 억압을 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인들의 노동과 세금 납부는 다른 선진국 국민들과 어떻게 다를까?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표는 노동시간과 휴식이다. 선진국에 속하는 대다수 국가들과 달리 미국에는 기업이 피고용인에게 유급 휴가를 의무적으로 주어야 한다는 연방정부 법률이 없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간에 노동자들이 연 평균 9일 이상의 유급 휴가를 받고 6일치의 공휴일 수당을 지급받는다. 그리고 미국의 노동자 4명 중 1명은 유급 휴가를 전혀 얻지 못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의무적으로 노동자에게 공휴일을 제외하고 1년에 최소 20일의 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핀란드에는 노동자에게 최소 30일의 유급 휴가와 13일치의 공휴일 수당을 보장하는 법률이 있다. 독일 연방정부에서는 6주의 휴가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2007년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은 평균 1,804시간 노동했지만 독일인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1,436시간이었다.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인들이 1년에 9주를 더 일한 셈이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의 이와 같은 통계는 최소치에 불과하며 EU 회원국들의 유급휴가 평균은 훨씬 높다.


공포는 사람들을 망가뜨린다. 그리고 미국의 건강보험 체계는 아픈 사람에게나 건강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누군가가 병에 걸리더라도 당사자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건강을 회복할 걱정만 하면 된다. 질병 때문에 경제적으로 파산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누군가가 일자리를 잃더라도 오로지 다른 일자리를 찾을 걱정만 하면 된다. 의료보험이 없는 신세가 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순전히 의료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매년 수천 명이 사망한다. 미국인의 25%는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은 경험이 있다. 의료보험 납입금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2001년 이후로 78%나 올랐고, 회사가 보험료를 지원하던 2000년과 비교하면 현재는 노동자 개인이 납부하는 금액이 평균 14.3% 상승했다.


미국인들은 외국의 의료 체계가 엉망이어서 병원에서 길게 줄을 선다는 악선전을 수시로 듣지만, 내가 캐나다 사람들이나 다른 외국인들에게서 듣는 이야기는 그와 정반대다. 그들은 자기 나라의 보편적이고 저렴한 의료보험 제도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미국인들의 믿음과는 정반대로, 캐나다의 연구자들은 캐나다 국민들 중에 미국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실제로 국경을 넘는 사람은 0.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의료보험과 관련된 선전은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는 캐나다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오는 비율보다 미국인들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비율이 4배나 높고, 치료 관광을 떠나는 미국인들에게 사유를 물으면 의료보험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온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미국인들은 휴가와 의료보험만이 아니라 고등교육이라는 측면에서도 기만당하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보조금의 비율이 높고 학비가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한 편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학 졸업생들이 빚을 잔뜩 안고 사회에 진출하지 않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보장과 메디케어의 경우에는 국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혜택이 돌아가지만, 대다수 선진국들과 달리 미국 연방소득세의 나머지 부분은 불필요한 전쟁에나 쓰이지 국민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기업 엘리트와 비교해서 자신들이 경제적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단순 논리를 따른다면 상황이 나빠질수록 사람들의 저항도 거세져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논리보다 심리학적 논리가 힘이 센 듯하다.



투쟁에 임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배경 지식

사람들을 망가뜨리는 심리학적 원리와 기술

학습된 무력감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굳이 실험을 하지 않아도 요즘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식과 경험보다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교육의 영향일 것이다.


학습된 무력감에 관한 유명한 실험이 하나 있다. 개들을 3개 집단으로 나누어 그 중 2개 집단에만 전기 충격을 가했다. 첫 번째 그룹은 전기 충격을 받지 않은 개들이었다. 탈출 그룹이라는 별명이 붙은 두 번째 그룹의 개들은 전기 충격을 받지만 코로 나무판자를 눌러서 충격을 멈출 수 있었다. 세 번째 그룹의 개들에게는 두 번째 그룹과 강도와 회수가 동일한 충격을 가하되 어떤 행동을 해도 충격을 멈출 수 없도록 했다. 말하자면 세 번째 그룹은 두 번째 그룹과 달리 충격에 대한 통제권이 없었다.


연구의 1단계에서 첫 번째 그룹(충격을 가하지 않은 개들)과 두 번째 그룹(충격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개들)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예측되는 바와 같이 세 번째 그룹(충격에 대한 통제권이 없는 개들)은 점점 수동적으로 변하고 우울증과 비슷한 증세를 드러냈다.


연구의 2단계에서는 세 그룹의 개들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개들이 낮은 울타리를 뛰어넘으면 전기 충격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예측되는 바와 같이 세 번째 그룹의 개들은 다른 그룹에 비해 울타리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적게 했다. 그 개들은 어떤 행동으로도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정확히 일치했다. 2단계에서는 전기 충격을 피하기 위해 울타리를 뛰어넘은 개는 소수였고 대부분은 가만히 드러누워 눈물을 흘릴 따름이었다. 세 번째 그룹의 개들은 무력감이 강요되는 상황 속에서 무력감을 학습했던 것이다.


학습된 무력감은 사람들이 의기소침해져서 행동하지 않는 이유에 관한 상식적인 법칙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으로도 고통을 멈출 수 없다고 믿게 되면 무력감과 무력감을 학습해서 꼼짝도 못하는 사태에 빠져드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과 감시

인류의 역사 속에는 거의 항상 폭군과 폭압 기구(조직)가 있었고, 조직 폭력배와 깡패 국가도 있었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망가뜨렸다. 사람들의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적 신념을 바꾸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심지어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대해 사람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낼 수도 있다.


사람들 개개인과 집단으로서의 대중을 무력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사회적 고립이다. 사람들을 서로 격리시켜 놓으면 권력이나 체제에 대한 의심이나 정당성을 함께 확인할 길이 없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또 있다는 생각, 그런 사람들과 협력해서 더 큰 힘을 획득하고 폭정을 무너뜨릴 생각도 하지 못한다. 지배자의 입장에서 더욱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프라이버시를 박탈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람들을 항시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사람들을 언제나 다른 누군가의 눈길 아래 두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이 새로운 신도를 세뇌시키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사이비 종교에서는 고립과 감시라는 방법으로 일단 사람을 망가뜨린 다음에 종교 집단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 신참들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시키고 다른 신참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상태로 하루 24시간 감시를 한다. 교리를 주입받는 과정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의논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신참들은 이미 교리를 익힌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대개는 일정한 지위를 가진 회원 한 사람만이 질문에 답해준다.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신도는 그 집단 자체에 대한 의문이나 교리의 성격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도 그 정당성을 확인할 도리가 없다.


새로운 신도가 자신이 배운 교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검토하고, 분석하고, 탐구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적을수록 교리 주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확률은 높아진다. 집단의 분위기 속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신참은 무례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으로 간주된다. 교육의 목표는 그 집단과 지도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해법; 전략과 전술

파괴의 전략과 전술

지난 세대의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행동하려고 소란을 피우는 청소년들을 파괴 장애 환자로 진단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지배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부당한 권력에 도전하고 스스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파괴 전략을 사용했다.


권력 획득을 위한 전략으로서의 파괴란 권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방법으로 권력과의 협력을 중단하는 일이다. 파괴에는 합법적, 비합법적, 또는 폭력적인 적극적 공격이 있고 작업 거부, 선거 보이코트 등의 불참 행위를 통한 소극적 공격이 있다. 효과적인 파괴는 대개 적극적 공격과 소극적 공격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노동조합의 파업이 성공적일 때는 작업 거부를 통한 소극적 파괴와 피켓 시위와 파업 불참자에 대한 압박 등의 적극적 파괴가 모두 동원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현상 유지에서 이익을 얻는 권력자들은 언제나 파괴 전술을 비난하고, 정당성을 박탈하고, 범죄나 질병 취급을 한다. 우리가 그들의 말에 속아 넘어간다면 파괴 행동은 한 번도 없을 것이고 늘 현재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기업정치는 파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범죄자, 테러리스트, 저항세력, 정신이상자와 같은 모욕적인 이름으로 부른다. 하지만 역사책에서는 파괴 행동의 결과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들을 영웅으로 기록하기도 한다.


어떤 전술이 효과적인가, 효과적이지 못한가, 아니면 역효과를 내는가는 지배 권력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명한 활동가는 그들이 맞서 싸우는 권력의 성격이 어떠한지, 권력이 파괴 전술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미리 파악한다.


파괴적 힘을 성공적으로 행사하는 비결은 상호 의존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다. 대체 노동력을 투입하기 쉬운 상황이라면 노동자들이 대한 고용주의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파업이라는 파괴 전술이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정권과 싸울 때도 서로에 대한 의존의 성격을 이해하고 현명한 전술을 구사한다면 부분적인 성공은 충분히 가능하다.


부당하고 불의하고 억압적인 권력에 반항하려는 욕구는 정당한 것이고 그럴 때는 파괴 전략도 정당성을 얻는다. 하지만 파괴 행동의 구체적 전술은 권력의 성격에 따라 현명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자존감이 없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거나 어리석게 행동하다가 실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이 심한 부모들은 자녀 양육에서 문제가 생길 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그런 부모들은 자녀의 행동에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혹은 약하게 반응한다) 사기를 높이고 치유하는 과정이 없으면 사람들은 미리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사후 대응에 치중하며, 전략을 세우기보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변하거나 지나치게 쉽게 흥분한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거나 어리석게 행동해서 상황을 악화시킨다.


우울증에 걸린 개인과 마찬가지로, 만약 어떤 집단이 사기가 꺾이고 개인의 자존감과 집단적 자신감을 잃는다면 그 집단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거나 어리석게 행동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존감, 성공, 사기와 자신감, 상황을 판단해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과 전술을 선택하는 지혜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경계선을 넘어

진정한 민중주의자들을 분열시키고 우리 모두를 내적으로 대립시키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우리가 정말로 기업정치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믿느냐 아니냐가 그것이다. 얼핏 보기에 우리의 승리는 까마득한 먼 미래의 일 같다. 그러나 사물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는 말자.


미국에서 흑인 노예제가 철폐되기 10년쯤 전까지 미국인들의 대다수는 노예제 철폐라는 구호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조차도 노예제의 확산을 막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링컨이 단순히 노예제의 확산을 막는 일도 어렵다는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나서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의 노예제는 폐지되었다. 이것은 예상 밖의 역사적 사건으로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가능한 일로 바뀐 대표적인 사례였다. 북부에서는 흑인들이 노예제를 철폐하는 데 관심이 많지 않았다. 남부 사람들이 섬터 요새(Fort Sumter)와 그 안에 있는 북부군에게 총격을 가해 링컨에게 남부 침공의 정당한 구실을 제공하리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리고 1864년 9월 윌리엄 셔먼 장군이 애틀랜타 정복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링컨은 그해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었다면 민주당 당선자는 남부인들과 협약을 맺고 노예제를 철폐하지 않기로 했을 것이다.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온갖 일들이 현실이 되고, 필연적으로 보였던 온갖 일들이 필연이 아니게 되는 모습이 보인다.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의 영향으로 현실이 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 소련이 무너지기 직전까지도 미국인들은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소련 내부의 대중적 체념과 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면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란드 단스크의 조선소 노동자들은 미국인들처럼 소련과 공산당 지도자들이 그렇게 강력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폴란드 노동자들의 자유노조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서 동유럽 전역에 강력한 사기 증진제를 제공했다. 그와 동시에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들이 소련의 힘을 약화시켰다.


폭압적이고 비인간적인 권력은 겉보기보다 취약할 때가 많으며, 시간과 행운과 시기가 맞아 떨어지고 사람들에게 기회를 포착할 능력이 있다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란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역사적인 변수들이 어우러져 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변화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할지라도 그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기업정치와 싸워 이길 현실적인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 기회가 정말로 온다면 승리 여부는 우리 중에 몇 명이나 기회를 포착해서 행동을 시작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각자가 자존감 회복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우리의 집단적 자신감을 회복하겠는가? 지금 당장,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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