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김어준(편자: 지승호)
ǻ
푸른숲
   
13500
2011�� 10��



■ 책 소개
팟캐스트 세계 1위에 빛나는 <나는 꼼수다&& 김어준
무학의 통찰로 파헤친 전율의 2012, 정치메가트렌드 전망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으로,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 깨닫기, 이명박 정권과 삼성을 통해 보는우리나라 보수 권력과 그들이 만든 시스템의 실체, 유명 정치인들의 적나라한 정체, 이들을 견제해야 할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대중들에게 외면당하는이유, 무엇보다도 선거가 당신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무학(無學)의 통찰로 시원하게 깨우쳐준다. 
김어준의 명쾌한 어법은 현 정치 판세를 명확하고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그려주고,각자의 욕망에 따라 정치적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돕는다. 이를 통해 정치와 우리 개개인이 괴리되어 있지 않음을, 우리가 왜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누가 해야 하는지 현실 가능성에 근거한 전망과 플랜을 제시한다.

■ 저자김어준
1998년 새로운 메시지 유통구조의 서막을 열고 성공을 입증한 후 12년을 살아남은 저력의 딴지일보 창립자, 종신총수. 수백만 ‘딴지폐인’을 양산했다. 2008년 정면 돌파 인생 매뉴얼 『건투를 빈다』를 펴내며 21세기 명랑사회 구현에 지대하게 공헌했다.그 외 여러 방송 및 언론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을 해오다가 최근 MBC <색다른 상담소&& 진행과 <윤도현의 두시의데이트&&에서 <나는 가수다&& 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며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현재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나는 꼼수다&&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플랫폼과 컨텐츠, 구조의 가능성을 여전히 실험, 언제나 성공하고있다.

■ 편자지승호
전문 인터뷰어로 지난 9년간 200여 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들을 엮어 『비판적 지성인은무엇으로 사는가』『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신해철의쾌변독설』『공지영의 괜찮다, 다 괜찮다』『김상곤, 행복한 학교 유쾌한 교육혁신을 말하다』 등 20여 권의 인터뷰집을내놓았다.

■차례
출발
재수 없을 수, 있다 | 노무현의 애티튜드 | 강금실, 이회창 그리고 조국 | 이번만은 닥치고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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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좌,우. 무서우니까
좌,우. 사바나로 돌아가자 | 우, 겁먹은 동물 |우, 내가 먼저 배터지게 먹고 | 좌, 정글 자체가 문제 | | 욕망과 염치 | 유인원 완전체 | 자기 욕망에 투표하다 | 이명박의 여집합 |두 사사롭지 않음의 대결
&nbsp&
2장 불법은 성실하다
BBK | 도곡동 | 다스 | 대통령의포트폴리오 | 개미 등쳐 먹기 | 에리카 김의 입국 | 예언자 김경준 | | 추정 또는 소설 | 법무적 경호실장 | 미국 판사와 140억 |청계재단의 정체 | 국가가 수익모델이다 | 신정아와 문재인 | 검찰, 고3 선도부
&nbsp&
3장 재벌, 자본주의아니다
재벌, 삼성 | 에버랜드, 종업원의 짝사랑 | 금산분리 | 비즈니스프렌들리, 하시다 | 비자금, 도둑질 | 마사스튜어트 | 협박과 회유 | 삼성≠이건희
&nbsp&
4장 정치는 연애다
최초의 비명 | 심상정의반역 | 콜래트럴 데미지 | 죄의식 마케팅 | 대남용 제스처 | 천안함 | 코리아디스카운트 | 2,072달러와 84달러 | 순정 진보와 월드컵| 단독자 | 혼잣말, 하다 | 심상정 | 이정희 | 노회찬 | 에드먼드 버크 | ‘영삼’과 3당 합당 | 그 외양반들
&nbsp&
5장 공주와 동물원&nbsp& 
한나라당 | 아수라장 | 박근혜, 과거다 |효도와 제사 | 밥상머리 세계관 | 사과, 않다 | 진짜 위험하다 | 비련의 개인사 | 불쏘시개들
&nbsp&
6장가능, 하다 
조또 어려운 문제다 | 나는 꼼수다 | 지금. 당장. 나우 | 유시민과 국민참여당 | 사람,문재인





닥치고 정치


출발 _ 2011. 5. 6. 녹취

지승호(이하 지) - 일단 책의 성격상 공인에 대한 호칭은 무조건 생략하자고.(웃음)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한 『진보집권플랜』이 괜찮은 기획이긴 한데 뭔가 좀 아쉬우니 김어준 버전의 집권플랜을 하자 했더니 한참 답이 없다가 갑자기 하자, 했을 때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거 아닐까 그 얘기부터 시작합시다.


김어준(이하 김) - 난 현 시국에 대해선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 그땐 『진보집권플랜』을 읽지도 않았고. 그런데 책을 읽다가 형식을 차용해 할 이야기가 있겠구나 싶은 부분이 생겼어.


- 지금은 선생님 같아.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어느 영역에든 무슨 일을 하고 있든 간에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불꽃을 피우자. 한국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위한 분명한 비전과 정책,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의 라인업을 다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보자. 그러면서 우리 모두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 더 나아가보자."라고 썼던데, 아니 이게 무슨 선각자적 제안이셔.(웃음)


- 난 조국이 대중정치인으로서 출발을 혼자서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학습 능력은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되니까 초반의 혼란과 실수는 어쩔 수 없지만 하루 빨리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 조국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팀이 조국을 관리하고 조국 역시 그 팀과 보조를 맞추며 학습하고 경험을 쌓으면 오래지 않아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봐.


그리고 만약 조국이 그렇게 자신만의 언어와 자신만의 포지션을 확보하고 자신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이 된다면, 무서운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봐. 그 이전 어떤 진보정치인도 갖지 못했던.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그 출발을 도와주고 싶다는, 나의 사해동포적 진심에서 비롯된 거야.(웃음)


-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김어준이 가진 정치, 사회에 대한 판단, 지식, 시각, 경험을 가지고 조국 교수한테 조언을 해주는 게 전부인 거야? 그것만 하고 말기엔 좀 아깝잖아.


- 일상의 언어로 조국을 보론하거나 해제하거나, 그래서 조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돋보이게 하겠다는 게 처음 의도였는데, 약장수지, 조국 약장수.(웃음) 그러면서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그 형식 속에 녹여 스끼다시 하고 싶었던 건데,(웃음)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조국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그냥 다이렉트하게,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쿨한 건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사람들에게, 좌우 개념 안 잡히는 사람들에게,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당들 행태가 이해 안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에게, 그래서 정치를 멀리하는 모두에게 이번만은 닥치고 정치,를 외치고 싶거든.(웃음) 시국이 아주 엄중하거든, 아주.(웃음)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배고프다.(웃음)



좌,우. 무서우니까 _ 2011. 5. 13. 녹취

유인원 완전체

- 우파라는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스펙트럼이 다양하잖아. 확신범으로 보이는 조갑제 같은 사람이 있고, 조갑제가 이념으로 공격하는 이명박 같은 사람도 있잖아. 그런 차이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거야?


- 조갑제는 최소한 자존심은 있다. 그래서 호오를 떠나 우파라고 불러줄 수도 있다. 끝.(웃음) 그럼 이제 이명박을 이야기해보자고. 이명박의 말과 행동을 지금까지 이야기한 좌, 우의 관점에서 해석해보자고.


이명박이 복지를 대폭 삭감한 거. 우에게 격차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잖아. 지가 못사는 건 그냥 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아니 왜 자기가 잘못한 걸 국가가 대신 책임져주냐는 거지. 그렇게 돈이 아깝다는 소리를 모럴 해저드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돌려 말하지. 그들이 복지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훨씬 더 강한 내가, 약해빠진 널 불쌍히 여겨 다소간의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 지. 그건 복지가 아니라 시혜라는 걸 몰라. 복지란 불쌍해서 돕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공동으로 보장해주려는 사회적 염치라는 걸 이해할 수가 없는 거야. 나는 우리나라 우파는 원시인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백 퍼센트 해석된다고 봐.


- 외국의 보수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거야?


- 그 기질적 본질은 물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우란 게 결국은 이 두려운 무한 경쟁의 세계에서, 나 혼자서 나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포감에서 출발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날 보호하는 자위의 수단을 갖는 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일 수밖에 없는 거지.


미국에선 그게 총이지.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이고.(웃음) 그래서 우파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위, 국방 같은 개념에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을 지킬 권리를 설파하지. 사바나 시절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밀림에선 자기를 지킬 무한 권리가 있어야 마땅한 거거든. 그 관점에서 그게 걔네들 뇌에는 맞는 반응이야.


이명박이 삶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에 반응하는 방식은 단 하나야. 전부 단 하나로 귀결된다고.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로 환원시키기. 정말이지 가장 낮은 수준의 우파야.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나를 보호하려는 유인원으로부터 단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 거야.


우파들은 본능적이고 일차원적인 만큼 나름의 매력도 분명히 있거든. 자존심 있는 우파들이, 자기 목을 내놓더라도 그건 못하겠다고 덤빌 때의 결기, 그 비장함, 짠함 같은 게 분명 있거든. 내 머리카락을 자르려거든 차라리 내 목을 따라는 식의. 그럴 때 우파는 대중의 정서를 다이렉트하게 자극한다고. 열광시킨다고. 촌스럽고 부담스럽다고 할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이명박에게 중요한 건 이념이 아니라 이권인 거지. 오로지. 그래서 내가 만날 그러잖아. 이명박은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는다고. 비유가 아니라 실제라니까.


- 이명박에 대해 사람들이 몰랐던 건 아니잖아. 전과 14범이고,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것까지는 많은 사람이 알았잖아.(웃음) 노무현 정권이 권위주의를 청산했다든지 하는 장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명박을 택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 자기 욕망에 투표한 거지. 이명박이라고 하는 인물에 투표한 게 아니라 자기들 자신의 욕망에 투표한 거지.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는 확보된 거 아냐, 민주, 이런 단어 촌스럽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시절이 됐고. 뭐 완전 착각이었지만.(웃음) 노무현 시절엔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더 이상 정치권력이 두려운 존재가 아니고, 아무나 대놓고 대통령 욕할 수 있었고, 그러니까 이제 정치는 서비스나 잘해라, 그렇게 넘어가는 단계였지. 그래서 이명박의 정체가 뭐든 나한테 이익이 될 거 같으면 표를 준 준비가 된 거지. 아이러니하게도 그 준비를 바로 노무현이 해준 거지. 역사는 오묘하지.(웃음) 할 수 없어. 역사는 그렇게 진퇴를 거듭하는 생태계니까.


그래서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 같고, 내 자산이 늘어날 것 같고, 그렇게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서비스는 해줄 거란 착각을 한 거지. 이명박이 이제 확보되고 정착되었다고 생각했던 기본적인 민주주의를 그 근본부터 흔들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 그래서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하는 식의 반응이 대단히 많았지. 하지만 이명박은 항상 그 이상을 해냈지.(웃음) 대단해.(웃음)


정치는 연애다 _ 2011. 5. 25. 녹취

혼잣말, 하다

- 진보 진영은 어떻게 변화해야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야?


- 우선 짚을 것이, 자신들이 설득한 대상과 가장 먼 언어로 말하는 이들이 진보 정당 사람들이라는 거. 계급을 말하면서 시장통 아줌마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를 키워드로 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나는 봐. 신자유주의가 나쁘다는 건 나 역시 천만 번 동의하는데, 상대가 알아먹어야 메시지인 거지, 상대는 못 알아먹는데 어떻게 메시지냐고. 혼잣말이지. 정치를 혼잣말로 하면 어떡해.


진보 정당이 주장해온 정책들 대부분은 훌륭해. 그런데 진보 정당은 자기들의 언어를 직접적인 수혜 대상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방식으로 전달해본 적이 거의 없어. 그사이 실제로 그들이 대변해야 할 계급은 오히려 이명박의 언어에 반응해 이명박을 지지해버리고.


그게 언론을 장악하고 그 언론을 통해 프레임을 선점하고 그 프레임을 통해 언어를 장악한 보수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절반만 맞는 말이야. 진보 정당에 부재한 대중언어의 문제는 그렇게 우 편향 지배의 메시지 유통 구조, 그 이전의 문제라고. 진보 진영 자신의 문제야. 이 문제는 단순히 언어에서 끝나지 않아. 태도의 문제로 바로 연결돼. 정치는 기본적으로 연애인데, 사람의 마음을 사는 건데, 연애를 하려면 당연히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려야 하잖아.


농담도 하고 술도 마시고 손도 잡고 그러다 점점 서로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는 건데. 그런데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웃음) 만약 나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에 넘어간 방증이라며.(웃음)


그걸 당한 상대는, 당신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당신 패션부터 좀 후줄근한 것이 촌스러운 데다, 자료는 열심히 준비는 한 것 같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결정적으로 내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냐며 일어나 떠나버려. 남겨진 진보 군은 자기 프러포즈가 실패한 요인을 열심히 분석하다가 입지 조건과 대출 조건의 우수성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혼자 결론 내리지.(웃음) 그렇게 연애 한번 못해봤으면서 꼭 결혼할 거라고 혼자 다짐을 하지. 20년 후에. 아, 슬퍼.(웃음)


더 슬픈 건 뭐냐. 욕심 많고 잇속 빠른 보수 군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진보 군이 책상 위에 남기고 간 계획서와 설계도를 집어 와서는 표지만 엄청 화려하게 꾸미고 총천연색 컬러로 인쇄해서,(웃음) 자리를 박차고 떠난 국민 양을 찾아가 계획서를 다시 내놓는다는 거지. 하지만 그 내용은 읽어주지 않아. 휘리릭 페이지만 넘기면서 대신 장미 한 송이 안겨주고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엄청 맛있어 보이는 스테이크를 시키지.(웃음) 그들은 그렇게 연애를 시작해버리네.(웃음)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에야 국민 양은 알게 되지. 그 장미는 플라스틱이고 그 밥값은 자기가 내는 거였다는 걸.(웃음)


- 노회찬은 "삼겹살 굽는 불판을 갈아야 한다."는, 대중언어를 구사한 진보정치인이었잖아.


- 진보정치인 최초로 대중언어를 구사했고, 그래서 지금의 포지션까지 갔지. 하지만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현재까지는. 진보정치인은 노회찬의 언어를 구사해야 해. 특히나 진보정치인은. 그들 주장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하는 거거든. 생경하든. 본능과 욕망이 아니라 이념과 이상을 이야기하거든. 불편해. 그러니 더더욱 언어부터 대중적이어야 해. 그리고 빌어먹을 엘리트 의식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해. 정말 집권하고 싶다면 말이야. 그리고 자신들의 눈물겨운 노고가 상대에게 죄의식을 요구할 권리가 될 순 없다는 걸 좀 깨우치셨으면 해. 종교가 아니라 정치 좀 해줬으면 한다고. 포교 말고 연애 좀 하자고, 제발.


공주와 동물원 _ 2011. 5. 27. 녹취

밥상머리 세계관

- 연애와 결혼은 단편적인 예일 뿐이고, 우리가 겪는 무수한 일상과 삶의 갈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자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 그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인지 받아들이고 하나의 독립적 인격체가 되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절차지.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고 나서야 자신만의 균형 감각을 획득하는 거다. 내가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 삶의 균형 감각. 이런 말 하면 사람이 꼭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반론할 수 있어. 아니다, 겪어도 모를 순 있다.(웃음) 하지만 겪지 않은 건 아는 게 아니라 아는 척이다.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구체적 삶을 충분히 겪지 않아 생기는 한계는 자명해. 그래서 구체적 삶이란 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어떤 구체적 삶을 살아왔는가가 결국 그의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박근혜는 그런 과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 자연인으로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사례가 있을까?


- 그런 사례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장점이지. 아니 작전이지. 꼭 필요한 말을 제외하고는 하지 않잖아. 박근혜의 한계도 따라서 감춰지지.


- 그렇다면 그녀의 세계관은 어떤 거라고 봐야 해?


- 그녀의 세계관은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아버지를 통해 구축된 이래 변한 적이 없다고, 나는 봐. 그 세계관을 뛰어넘거나 수정할 만큼 임팩트 있는 삶의 궤적이 없잖아.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에게 배운 걸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는 게 장점일 수 있다. 어쨌거나 바로 그 장점 때문에 사사롭지 않다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미지를 선취하게 된 거지. 그래서 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해. 원칙, 좋다 이거지. 그런데 진짜 본질은 어떤 원칙이냐 하는 거거든. 그 원칙의 내용에, 복잡하고 다면적인 삶, 그 구체적 경험과 그로 인해 축적된 균형 감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박근혜에게서 그런 걸 본 적 있냐. 있으면 누가 말 좀 해줘.(웃음)


그런 구체적 생활인의 실제적 고민이 있은 다음에야, 거기에 스스로 감정이입해, 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이러저러한 내용의 원칙을 지킨다 하는 게 정해져야지. 정치의 출발지점이 바로 거기야. 그런데 그녀에게는 원칙의 내용을 채울 구체적이고 절박한 일상과 삶이 없다.


- 생활에 대한 구체적 감정이입이 없어서 정치와 정책이 공허할 수 있다는 거야?


- 바로 그게 박근혜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지. 아버지의 유산인 추상적인 국가를 위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구체적 삶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입 없이 정치를 하게 되면, 어떤 정치와 정책이 사람에게 왜 필요하고 그게 실제 인간에게 어떤 실제적 임팩트를 주는지 추론할 능력이 없다. 자기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진짜 영향을 자기는 이해를 못한다고.


이명박은 자기가 하는 일이 자기한테 어떤 이익을 주는지 명백하게 알잖아.(웃음) 그로 인한 타인의 피해에 개의치 않는 사이코패스일 뿐.(웃음) 그래서 이명박이 나쁘다는 건 금방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거든. 그런데 박근혜의 경우는, 자기 스스로는 선의로 점철된 행위를 하는 거거든.


난 박근혜에게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자들의, 타인에 의해 설득될 수 없는, 스스로는 제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 그래서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선의를 본다. 자기 선의를 부정당하는 순간, 자기 부정이 되고, 아버지에게 드리는 제사의 진심마저 부정되는 정신적 사이클. 아, 위험해.(웃음)


가능, 하다 _ 2011. 6. 2. 녹취

나는 꼼수다

김 - 그래서 어떻게든 하기 위해, 최근 방송 하나 만들었다. 스마트폰용으로 <나는 꼼수다>라고.(웃음) 얼마 전 시작했는데 아직은 사람들이 몰라. 하지만 이거 대박 난다. 안 나면 말고.(웃음) 현재 진보가 집권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뭐냐. 메시지 유통 구조를 보수에 의해 장악당했다는 거야. 메시지 유통 구조는 절대적으로 중요해. 그 유통 채널을 타고 프레임이 유포되거든. 머릿속에 한번 세팅된 프레임의 힘은 대단히 강력한 거야. 아무리 정교한 논리도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 한, 절대 기득의 구조를 이길 수가 없다. 주어진 세상에서 아무리 잘 놀아 봐야 결국 그 세상 안이다. 프레임 그 자체를 깨야 해.


그런데 조중동+방송3사면 메이저 유통구조는 다 넘어간 거라고. 진보 진영이 가진 게 뭐가 있어. 여기에 방송 3사의 뉴스가 다루는 뉴스, 보다 정확하게는 다루지 않는 뉴스를 생각하면 구조는 완전히 장악당한 게 맞지. 뉴스의 진짜 힘은 뭔가를 다루는 게 있는 게 아니라, 다뤄야 마땅한 뉴스를 다루지 않는 데 있는 거거든. 다루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그런 게 진짜 권력이지.


- 구조가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할 수 있어?


- 그런데 그 거대한 구조에 똑같은 방식으로 대항할 수 있느냐. 불가능해. 내가 혼자 그걸 어떻게 해. 구조에 저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구조에 맞부딪쳐 깨는 방법과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버리는 방법. 그런데 첫 번째 방법은 불가능하잖아. 내가 무슨 돈이 있어.(웃음) 난 두 번째 방법은 가능하다고 본다. 새로운 메시지 유통 구조를 만들어내는 거야. 진보의 프레임을 생산해내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거대 담론에 매몰되면 안 돼. 물리적인 구조만 구조가 아니냐. 그거야말로 보수의 관점이야. 본질만 정확하게 이해하면 그런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나는 본다. 너무 비장한가, 씨바.(웃음) 뭐가 오고 있냐. 인터넷과 SNS와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결합하고 있어.


자, 보자고. 인터넷은 책상 앞에서 한시적으로 온라인이었어.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결합으로 손바닥 위에서 24시간 온라인 상태가 유지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중이야. 인터넷 홈페이지는, 블로그는, 게시판은 정보를 게재하고 방문자를 기다려야 하는 피동적 전파를 속성으로 해. 그런데 여기 SNS가 결합되면서 정보 수용자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손쉽게, 이게 중요해 손쉽게, 스스로 능동적 전파자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이 탄생하는 중이야. 이제 콘텐츠만 좋으면 콘텐츠가 스스로 성장하는, 콘텐츠가 자기 가치를 스스로를 입증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탄생하고 있는 거야. 이 본질을 간파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웃음) 이거야말로 혁명이야. 탱크로 밀어야만 혁명이 아니야. 기득의 구조가 뒤집어질 수 있으면, 다 혁명이야.


물론 플랫폼만으로는 저절로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아. 하지만 <딴지일보>로 10여 년 전에 입증한 적이 있잖아. 새로운 물적 토대가 탄생할 때 그 본질을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막강한 메시지 유통 구조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럼 어떤 게 좋은 컨텐츠냐. 난 좋은 컨텐츠의 가장 첫 번째 조건을 애티튜드라고 생각해. 무슨 소리냐. 그리고 앞으로 만들 방송이 취할 애티튜드가 뭐냐. 새로이 등장하는 이 하이브리드 플랫폼의 본질적인 힘은 철저한 자발성에 있어.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까봐 안달하게 되고, 그럼 나서서 자기가 직접 광고를 하려고 하거든. 일반적으론 당연한데 이 새로운 공간에선, 광고하면 스팸이고 전파되면 정보다. 어차피 나쁜 컨텐츠는 저절로 죽고 좋은 컨텐츠는 혼자 성장한다. 그 본질을 이해하고 컨텐츠가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 버티는 배짱이, 첫 번째로 요구되는 애티튜드야. 절대 구걸하면 안 돼. 그리고 이 태도 역시 컨텐츠야.


두 번째는 대중언어로 말하는 자세. 지금 진보 진영에 절대 부족한 거지. 말의 내용 이전에 말의 형식부터가 컨텐츠야. 진보 진영의 차려 자세는 사람의 의식부터 긴장시키고 내용이 들어오기도 전에 피로하게 만든다. 그래서는 소통이 시작조차 될 수가 없어.


세 번째는 쫄지 않는 자세. 과거의 군사정권은 조직폭력단이었어.(웃음) 힘으로 눌렀지. 그런데 이명박은 금융사기단이야.(웃음) 돈으로 누른다. 밥줄 끊고 소송해서 생활을 망가뜨려. 밥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힘으로 때리면 약한 놈은 피해야 해.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피하고 뒤에서 씨바거리면 돼.(웃음) 그런데 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 들어. 우울해져. 자존이 낮아져. 위축돼. 외면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위로야.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바. 그런 자세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마지막으로 덕 볼 생각을 하지 않는 자세. 기득권 구조에 넘어가는 이유는 우리 모두 생활인이기 때문이야. 그 구조에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건 그게 나쁜 걸 몰라서가 아니야. 거기서 자신이 입을 수도 있는 혜택, 그 이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야. 그래서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덕 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야. 바로 나 같은 사람.(웃음)


그렇다면 <나는 꼼수다>의 전달자와 애티튜드와 컨텐츠로 새로운 메시지 유통 구조를 확보해 무엇을 하려는 거냐. 논리적 정합성과 명분, 이념을 중시하는 범진보가, 자주 잊거나 잃곤 하는 감성의 부족분을 보완하고 싶어. 진보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그렇게 진보의 프레임을 확장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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