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의 지역사회 참여 연구
서론
연구의 필요성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성결혼이민자의 출신국가도 이전에는 일본과 중국이 다수를 이루었으나, 2000년 이후부터는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태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출신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하는 여성들의 이주 동기는 잘사는 국가에서 시민권을 얻고 가난한 가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남성의 경제력과 여성의 성적 교환을 통한 거래로서의 결혼이 국제결혼의 상품화와 결합되면서 이주여성을 열악하고 약한 위치에 놓이게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근거이론 방법을 활용하여 결혼이주여성의 주체적인 입장에서 진술한 지역사회 참여과정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 관한 이론적 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결혼이주여성의 주관적인 경험에 대한 공감적 이해는 지금까지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무시와 무지의 단계에서 벗어나 참여와 동행의 계기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참여과정에 대한 사회복지적 지원을 위한 논의의 확대와 기초 지식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천가들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지역사회 주민과의 관계를 개발하는 데에 실천적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의 이론적 배경
한국농촌과 농촌지역의 국제결혼 현황
한국농촌의 열악한 경제적 상황은 농촌총각이 배우자로서 기피의 대상이 되게 하였고, 농촌총각의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한국농촌의 국제결혼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한국농촌의 국제결혼은 그 출발점부터 대부분이 열악한 경제적 상황과 연계되어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임형택, 2007). 농촌지역에서의 소위 아내 부족현상을 초래한 사회인구학적 맥락을 고려하면, 농업인의 아내 그리고 국제결혼가족이라는 집단은 매우 중요한 집단이다(양순미, 2006).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사회에서의 적응을 위해 언어교육과 문화에 대한 학습기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농촌의 특성상 교육시설 등의 여건이 개개 국제결혼 가족단위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정은희, 2004).
연구방법
질적 연구의 필요성
본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채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농촌지역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선택한 결혼이주여성의 지역사회 참여 과정에 대한 의미와 참여유형을 살펴보는 것이다. 둘째, 결혼이주여성의 지역사회 참여는 사회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경험하게 된다. 셋째, 본 연구 주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국내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연구되지 않았던 부분의 메커니즘을 새로이 연구하는 발견론적 이해에는 질적 연구 방법이 유용하다.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의 참여자는 농촌지역에서 생활하며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다.
자료분석 방법
자료분석의 과정은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에 따라 분석(Strauss & Corbin, 1998)하였으며, 자료수집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연구결과
연구참여자의 특성
본 연구의 참여자는 연구목적과 연구방법을 설명 듣고 연구참여에 동의한 결혼이주여성 14명이다. 참여자들의 연령은 26세부터 46세이다. 참여자의 학력은 중학교 졸업 2명, 고등학교 졸업(중퇴 포함) 6명, 전문대학 졸업 2명, 대학교 졸업 4명이었다. 참여자의 출신국가는 필리핀 4명, 중국(조선족) 3명, 일본 2명, 베트남 2명, 인도네시아 1명, 미얀마 1명, 과테말라 2명이었다.
개방코딩: 근거자료의 범주화
?국제결혼을 선택함
국제결혼을 선택한 연구 참여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종교적 믿음으로 결혼을 선택하였으며, 결혼 적령기가 지나 다급한 마음에 배우자의 상황이나 경제적 상태를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국제결혼을 결정한 참여자도 있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막연하게 모든 한국 남자들이 그럴 것이라는 환상과 선망을 품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쓴 채 한국에 온 여성들도 많았다. 물론 오랜 연애 끝에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을 바라보고 낯선 한국에 온 여성들도 있었다.
?현실문제에 직면함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한국에 와서 당면하게 되는 현실문제에 고충을 느끼게 된다. 참여자들이 처음 한국에 정착하면서 겪는 가장 큰 현실 문제는 언어 문제이다. 참여자들은 이웃주민들과 대화를 할 때 말이 너무 빠르고 또 그런 말들을 알아듣지 못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나 자기의 생각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언어문제 다음으로 많은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문화와 풍습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꼽는다. ‘음식의 차이’ 또는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의식구조의 차이’로 인해, 그리고 각 나라마다 다른 ‘풍습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은 한국에 정착하기 전에 먼저 현실문제에 직면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아는 사람 없는 낯선 곳에서 겪게 되는 ‘외로움’과 모국에서는 해본 적 없는 ‘농사일의 힘듦’, 또 ‘경제적 어려움’은 이들의 삶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갈등을 경험함
결혼이주여성들은 주로 가족 내에서 많은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전통적인 유교사상의 특수성을 안고 있는 남성 중심적 문화와 가부장적 사회체제를 밑바탕으로 한 한국사회에서의 가족관계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참여자들은 성격 차이, 금전으로 인한 갈등, 배우자의 비협조, 가정폭력, 배우자의 무시, 학력 차이로 인해 배우자와 갈등이 생긴다. 몇 번 만나 보지 않고 국제결혼을 하게 된 결혼이주여성들은 배우자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결혼생활에 임하게 되어 살다 보니 서로 부딪치는 부분이 많이 발생한다. 또 참여자는 결혼이주여성인 며느리와 시누이에게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른 시어머니 때문에 속이 상한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심각했고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참여자 자녀의 부정적 태도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자녀는 엄마의 나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외가가 외국이라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이 있다. 따라서 자존감이 낮고 다른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도 꺼리는 등 자신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지역적 한계
참여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은 농촌 지역이다. 농촌의 환경은 도시에 비해 주민들이 누리고 즐길 만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을 위한 교육시설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생활여건상 다양한 생필품을 구하기 어렵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는 차를 이용하여 인근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삶의 돌파구 찾기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집안에서만 갇혀 지냈던 참여자들은 한국어가 익숙해지고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쌓았고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무능하게만 여겨졌던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보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간병인, 외판원, 식당 일 등 기회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했다. 또한 지역축제나 학교 운동회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만나 문화를 교류하고 정보를 습득하기도 하였으며 마을행사에 참여하여 마을 주민들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었다.
?공적 지원체계에 대한 기대를 가짐
참여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의 자립을 위해 군청에서 관심을 가지고 우선적으로 생활이 궁핍한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기를 희망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참여자들은 자연재해가 발생하여 농가가 큰 손실을 입었을 때 관계처의 보조비 지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한국에 정착하여 사회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언어?문화?법률 지식 등 사회 전반적인 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를 위해 참여자들은 배우기를 희망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교육비를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해 주기를 희망한다.
축코딩
1. 패러다임에 의한 범주분석
| 인과적 조건 | | ||
? 국제결혼을 선택함 ? 현실문제에 직면함 | ||||
? | ||||
맥락적 조건 | | 현상 | ||
? 현실에 당혹함 ? 갈등을 경험함 ?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봄 | ? |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함 | | |
중재적 조건 | ||||
| ? | ? | ? 사회적 지지체계 ? 지역적 한계 | |
작용/상호작용 전략 | | |||
? 삶의 돌파구 찾기 ? 적응해 나감 | | |||
? | ||||
결과 | ||||
? 미래를 준비함 ? 지속적 사회활동을 희망함 ? 공적 지원체계에 대한 기대를 가짐 |
2. 과정분석
선택코딩
1. 핵심범주: ‘자신이 삶의 개척자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하기’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의 지역사회 참여과정을 분석한 결과, “자신이 삶의 개척자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하기”가 가장 핵심적인 범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지역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지역사회 참여활동을 통해 세상 밖과 소통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일을 함으로써 자신감과 삶의 활력을 찾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이 삶의 개척자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하기”는 현실의 당혹감과 갈등 그리고 힘듦의 과정을 극복하고 가족과 지역사회 차원의 지지를 토대로 보다 안정적인 직업교육을 받고 공적인 자립 지원체계의 마련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며, 자신의 지원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지역사회 참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의 개척자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2. ‘자신이 삶의 개척자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하기’의 유형분석
본 연구에서는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자신이 삶의 개척자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하기’의 과정을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으로 유형분석을 하였다.
1) 자기성장 주도형
‘자기성장 주도형’에서는 국제결혼을 주도적으로 선택했고, 결혼 후 부딪치는 현실문제도 많지 않은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유형의 참여자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남편과, 시댁식구, 지역사회의 지지체계가 많고, 사회적 지지의 내용도 다양하게 인식하며, 이러한 사회적 지지체계 토양은 농촌지역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사회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제공하는 특징을 보였다.
2) 현실 안주형
‘현실 안주형’에서는 국제결혼을 주도적으로 선택했고, 결혼 후 부딪치는 현실문제도 많지 않은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유형의 참여자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남편과, 시댁식구, 지역사회의 지지체계가 많고, 사회적 지지의 내용도 다양하게 인식하였지만, 농촌지역이라는 지역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지역사회 참여활동은 지속적으로 유지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게 바라본다.
3) 유동형
‘유동형’은 국제결혼을 미온적인 태도를 가지고 했고, 결혼 후 부딪치는 현실문제도 많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유형의 참여자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남편과 시댁식구를 중심으로 한 지지체계가 많지만, 가족 이외의 사회적 관계망과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농촌지역이라는 지역적 한계는 여전한 채 지역사회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불투명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특징을 보였다.
4) 사회적 지원 기대형
‘사회적 지원 기대형’은 국제결혼을 부득이 하게 선택하였고, 결혼 후 부딪치는 현실문제도 많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유형의 참여자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남편과 시댁식구, 지역사회의 지지체계가 적고, 사회적 지지의 내용 역시 빈약하다고 인식하며, 농촌지역이라는 지역적 한계가 더욱 증폭작용을 하여 지역사회 활동 참여가 어려운 여건을 제공하는 특징을 보였다.
05 결론 및 논의
함의
1. 이론적 함의
본 연구는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지역사회 참여과정에 관한 연구이다. 그들의 지역사회 참여과정과 관련하여 이론과 사회복지 실천 부문에서의 사회복지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자는 심층면담을 통해 참여자로부터 생생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지역사회 참여활동에 대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마련하고 관련 개념을 밝힌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둘째, 본 연구의 분석 내용은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지역사회 차원의 정책적, 실천적, 개입전략 수립에 대한 기초지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셋째,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과정분석과 유형분석은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사회참여 과정에 대한 보다 다층적이고 심도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역사회 정착단계별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본 연구는 결혼이주여성이 적응과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면적인 이해를 지역사회라는 창을 통해 어떻게 조망하고 재해석하여 적응해 가는지 맥락적인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정책적 함의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 이에 적합한 정책적, 제도적 개선을 제안한다.
첫째, 지역사회 차원에서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의 참여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현행 중앙부처의 결혼이민자에 대한 서비스 추진 체계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이며 지역사회 차원의 다양한 기관 간의 네트워크 활용을 통한 서비스 기획과 추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내의 서비스 기관 간 네트워크를 단위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셋째,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을 지역사회의 중요한 인적자원 개발과 활용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제언 및 연구한계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참여자를 선정함에 있어 전남지역의 1개 시 면 지역과 5개 군의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으로 한정되어 다양한 농촌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였고, 둘째,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출신국별, 생애주기별 지역사회 참여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실천적 함의를 제시하지 못한 점이다. 셋째,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 남편의 인적?사회적 자본의 차이에 따른 결혼이주여성의 지역사회 참여활동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를 반영하지 못하였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