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쟁탈전

   
크리스토프 자이들러(역자: 박미화)
ǻ
더숲
   
14900
2010�� 01��



■ 책 소개
최근 화제로 떠오르는 국내최초의 쇄빙선 아라온 호의 출항으로 남극과 쇄빙선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도 치솟으면서 지구의 마지막 식민지 각축장이 된 양극지방에 관한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남극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 우리는 지구의 반대편 북극과 북극해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있을까.
 
북극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을 소개하는 이 책은북극해의 자원 및 경제적 가치와 북극해를 둘러싼 강대국들 간의 이권다툼을 다양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국제문제 전문가이자 「슈피겔」지의과학 전문기자인 저자는 북극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하면서, 새로운 위험으로 대두될 수 있는 자원 전쟁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던진다. 지구의 평화적인 미래를 위해 이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제안한다. 현지 취재를 위해 북극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저자가 직접촬영한 사진과 북극과 관련된 사진을 컬러 화보로 수록했다.

■ 저자 크리스토프 자이들러(Christoph Seidler)
국제문제전문가인 저자는드레스덴, 로잔, 베를린, 오슬로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했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일한 후, 현재〈슈피겔 온라인(SpiegelOnline)〉에서 북극지역 전문 과학부 기자로 활동중이다. 2007년에는 프리드리히 포겔(Friedrich Vogel Preis)상과학저널리즘 부분 젊은 기자상을 수상했다. 

■ 역자 박미화

단국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 독일 쾰른 대학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하고,일본학과 중국고전을 부전공했다. 쾰른 대학에서 서양미술사, 일본학, 중국고전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동 대학 인문학부에서 서양미술사현대건축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 현지 코디네이터, 통역, 번역 프리랜서와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역서로는『중세이야기』『모자이크 법칙』『우리 안의 악』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1장 역사적인 북극 탐사의 시작

2장 북극 쟁탈전, 제2 라운드의 서막

3장 지리학과 국제법이 얽혀 있는 북극해의 현재상황

4장 기후 변화,북극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북극의 얼음이 사라진다 | 영구 동토층이 녹는다 | 빙하가 점점 줄어든다 | 동식물계의변화

5장 북극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석유와 천연가스: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가? |현재 북극에서 추진되는 석유, 가스 개발 프로젝트(스노비트 가스전, 슈토크만 가스전, 티만-페초라 해분과 페초라 해의 석유개발, 야말 반도가스전, 매켄지 델타와 보퍼트 해 가스전) | 환경보호 단체의 생태계 피해 경고 | 신항로 개설 | 새로운 북극 환경에 적합한선박들

6장 북극해 쟁탈전, 누가 무엇을원하는가
미국 | 캐나다 | 그린란드·덴마크 | 노르웨이 | 러시아 | 이누이트족 | 북극이사회 | 독일 | 유럽연합 |중국

7장 북극해 쟁탈전, 어떻게 진행될것인가
미국이 독점 전쟁의 승리자가 될 가능성은 낮은 편 | 캐나다 역시 북극에서 존재감이 약하다 | 그린란드의 전망은불투명, 그린란드를 대변하는 덴마크의 북극 정책은 모순덩어리 | 노르웨이는 러시아에게 너무 얽매여 있다 | 러시아는 북극의 운명을 결정할 수있는 모든 패를 손에 쥐고 있다 | 그렇다면 북극의 미래란 무엇인가? | 북극 상황이 위험한 네 가지 이유
감사의 말
북극해 주요 갈등지역
참고문헌
출처

 




북극해 쟁탈전
 
머리말

2007년 여름 러시아 북극 해저 탐사를 계기로 지금까지 잊혀져 있던 북극은 하루아침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몇몇 과학자들과 탐험가들, 그리고 일부 외교관들 정도가 북극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북극 해저 탐사로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북극에 쏠렸다. 갑자기 북극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지, 북극은 누구 소유인지 하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 책에서는 북극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현재 북극의 경쟁을 주도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이다. 언론 매체는 북극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을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19세기에 영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팽팽한 경쟁을 벌었을 때 처음 등장한 말이다. 지금 북극에서 펼쳐지는 경쟁에 참가한 국가들은 러시아와 캐나다, 그린란드의 외교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미국이다. 북극 독점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 북극해 연안 5개국이다.


북극에서 추가 영유권을 획득하려는 나라는 국제법이 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국제해양법협약을 비준한 나라들은 유엔 특별위원회에 추가 영유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 해당 국가들은 그들의 영토가 해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또한 과학적인 증거 자료를 얻으려면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제해양법협약에 명시된 기준과 과학적인 기준은 일치하지 않는다.


북극은 지금 초고속으로 변신하고 있다. 북극 환경 변화의 주범은 기후 변화이다. 기후 변화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지역이 바로 북극이다. 기온 상승으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으며, 북극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다시 상승한다. 북극의 해빙이 사라지고 있으며 영구 동토층이 융해되고, 그린란드의 빙상이 점점 줄고 있다.


북극의 생태계도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다. 북극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종류의 동식물들이 북극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의 변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이익에 눈이 먼 각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북극의 환경 변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단단히 얼어 있던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분은 북극 해저의 천연자원 광상이다.


뿐만 아니라 해빙 현상으로 새로운 해상 교통로가 열렸다. 이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북극해 연안국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북동 항로와 북서 항로를 이용하면 유럽에서 아시아까지의 항해 구간이 수천 킬로미터나 단축된다.


북극 독점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북극해 연안 5개국인 미국, 캐나다, 그린란드?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이 다섯 나라 외에도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이누이트족, 북극 이사회, 유럽연합과 독일이 북극 쟁탈전에 참가하고 있다. 심지어 북극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도 북극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북극에 대한 과열된 경쟁은 정책전략 전문가들의 커다란 근심거리이다. 앞으로 북극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며, 그 결과 갈등이 첨예화될 것이다. 그 이유는 북극을 보호할 수 있는 국제적인 협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북극의 열을 식힐 수 있는 정치적 기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 폭격기가 북극 상공에서 정규적으로 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의 영토인 알래스카 부근 해안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맞서 나토 연합국이 추격기를 보내 러시아 전투기를 감시하자 러시아 전투기는 나토 연합국 영공 바로 앞에서 진로를 돌렸다. 독일 외무부 장관은 북극에서 냉전이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냉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리학과 국제법이 얽혀 있는 북극해의 현재 상황
러시아의 북극 탐사로 인해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던 북극해 영유권 문제가 시급한 정치 사안으로 부상했다. 북극해를 둘러싼 각국의 대립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던 미국과 캐나다도 북극해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지구의 북쪽 끝에 있는 지역을 두고 서방국가들은 자국의 권익을 위해서는 개인전을 했지만, 러시아에 대항할 때는 서로 힘을 합쳤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처음엔 온건한 반응을 보였던 독일 외무부 장관 슈타인마이어는 러시아 해저 탐사 소식이 전해진 후 며칠 뒤 베를린에서 개최된 기후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강경한 발언을 했다. “북극을 둘러싸고 새로운 냉전이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기후 정책과 북극문제에서 모두 함께 이익을 얻거나, 모든 것을 잃거나 둘 중 하나이다.“


북극의 해저 자원은 인류의 공동재산이다. 그러나 북극해 연안국들은 국제해양법협약의 특별 조항을 근거로 지역에 대한 특별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해양법협약의 대륙붕에 대한 조항을 살펴보면, 연안국은 대륙붕 내에서 천연자원을 탐사하고 개발할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양법협약은 대륙변계 외연까지의 해저 지역 또는 기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해저 지역을 대륙붕으로 정의하고 있다. 단, 예외적인 경우에는 경계선이 확장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륙붕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려면 연안국들은 해양법 제76조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연안국들은 자국의 육지가 바닷속 대륙붕과 연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법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대륙붕은 ‘육지 영토의 자연적 연장을 통한 대륙변계의 외연까지 뻗어 있는 해안선의 범위를 벗어난 해저 지역’을 말한다.


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으려면 신비로운 북극 해저지형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북극의 해저는 지구상에서 지질학적 연구가 가장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그곳에는 가파르고 기복이 심한 해저산맥들과 심해저 평원,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해저 분지가 존재한다.


추가적인 영유권을 인정받으려면 자국의 육지가 중간에 심해 지역으로 중단되지 않고 자연적으로 대륙붕으로 연장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해당 지역 지질 성분이 층이 얇은 해저 지각이 아니라 두꺼운 대륙 지각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각 구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반 단면도이다.


지반 단면도, 해저 측량 데이터, 대양저 구조와 퇴적물에 관한 자료들로 철저히 무장을 해야만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추가 영유권을 신청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해역 경계선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이웃 나라들끼리 문제를 해결하거나 확실한 과학적, 지질학적 증거를 마련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륙붕한계위원회 전문가들이 유엔에 상정된 북극해 추가 영유권 신청을 검토하기 위해 뉴욕에서 일년에 여러 차례 모임을 개최하고 심의 규칙에 따라 비밀리에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극해 영유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륙붕한계위원회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적은데다 대륙붕한계위원회의 업무 처리 과정은 마치 중세 시대의 연금술을 연상시킬 만큼 비밀스럽다. 한마디로 대륙붕한계위원회는 일의 진행 과정이나 심의 결과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지금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명으로 구성된 비밀유지위원회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다.


추가 영유권에 대한 법적인 승인을 받으려면 해당 국가는 대륙붕한계위원회에 두 가지 계산법 중 하나를 적용해 산출된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두 가지 계산법이란 거리 측정법과 퇴적물 두께 측정법인데, 해저 지형에 따라 이 두 계산법의 결과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연안국은 두 가지 계산법 중 자국에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 둘을 혼합하여 적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계산 결과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두 공식 모두 대륙붕의 시작점이나 대륙사면을 출발점으로 기준선을 긋고 이 선을 해저로 연장시킨다. 하지만 실제로 대륙붕의 외측 한계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북극해 연안국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유엔 전문가들은 되도록 오랜 시간을 투자해 북극해 영유권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러 시간을 끌지 않으려 해도 분명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륙붕위원회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양과 질에 비해 인적자원이 부족한데다가 정치적 압박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그저 연안국들이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할 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북극해 연안국들은 결국 그들 스스로 대륙붕 외적 한계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구속력을 발휘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연안국들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 중첩되기도 한다. 유엔해양법협약 제83조에 인접국 또는 대항국 사이에 대륙붕이 겹칠 때는 형평한 해결을 위해 양국 정부가 서로 합의해 경계를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륙붕한계위원회는 해당국간의 경계선을 결정하는 데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없다. 북극해 연안국들은 대륙붕 문제와 관련해 유엔 상부 기관의 지시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북극해에 대한 특별 국제법 조항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제법 학자들과 환경보호 단체들이 북극해 보호 협약의 부재에 대해 분노할 때, 유엔 대사들이 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언론인들이 대륙붕한계위원회의 불투명한 행정에 불평을 늘어놓는 사이에도 북극해의 자연은 점점 파괴되고 있다.


기후 변화, 북극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현재 북극에서 해빙 현상이 가속화되어 얼음 층이 얇아지고 영구 동토층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 북극에 살고 있는 인간과 동물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확실한 것은 북극의 기온 상승 속도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두 배가 빠르다는 사실이다. 미국 기상청의 보고에 의하면 2008년 가을 북극해의 기온은 예년 기온보다 5도나 높았다고 한다. 이러한 북극의 기온 상승이 다른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기후 변화의 증거들을 보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08년 가을,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기후 학자들은 북극의 기온 상승을 이야기할 때, 인간이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인간의 책임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기후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진다
북극해의 얼음들은 마치 장거리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먼 거리를 천천히 이동한다. 북극의 해빙은 시베리아의 평탄한 해안에서 형성되는데, 초여름이 되면 시베리아 강물을 타고 온 민물 얼음덩어리와 합류해 먼 여행을 시작한다. 북극의 해빙들은 난센이 발견한 북극해 해류를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여행을 하는 도중 얼음은 점점 두꺼워져서 작은 부빙들을 깨트리기도 하고, 계절의 변화와 다른 자연순환의 영향을 받아 녹기도 한다. 이렇게 변화를 거듭해가며 시베리아에서 형성된 얼음이 북극에 도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해빙의 가속화 현상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려는 학자들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예측을 하는 학자들도 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저명한 해빙 전문가 하스는 분명히 해빙이 멈추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생성된 지 얼마 안 된 “어린 얼음”들이 여름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다년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예측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빙이 가속화된 결정적인 이유는, 알래스카 이북에서 형성된 이상 고기압이 아니라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북극의 얼음 상태를 볼 때, 지난 30년간의 평균 수치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년빙이 튼튼하고 두꺼운 다년빙으로 성장하기에는 물과 대기의 온도가 너무 높다. 특히 비열이 높은 물의 온도 상승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물은 대기보다 열을 오래 저장하기 때문에, 얼음이 녹을 만큼 강하게 태양광선이 내리쬐지 않아도 물에 저장된 열 때문에 해빙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영구 동토층이 녹는다
현재 지질학자들에게는 북극 영구 동토층 해동에 관한 모의실험을 실시할 만한 기본 데이터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반구와 북극 해저에 뻗어 있는 2억2천8백만 제곱킬로미터나 되는 영구 동토층의 여러 곳이 녹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북극해의 여러 곳에서 영구 동토층의 해동으로 인한 결과들이 관찰되고 있다. 해안침식으로 넓은 땅덩어리가 바닷속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러시아의 툰드라 지역에는 물에 잠긴 숲들이 속출하고 있다. 얼어붙어 있던 땅이 녹자 수백만 그루가 넘는 나무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곳곳에 심어 놓은 이정표들은 삐딱하게 기울었다. 거기다 툰드라 이북 지역에는 열 카르스트가 형성된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식물들이 잘 자라지 않는 이 지역의 영구 동토가 융해되면서 부피가 감소하고, 그 결과 지면이 가라앉아 열 카르스트 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툰드라 지대에 영구 동토층이 녹은 물이 고여 생긴 조그만 호수들이 수없이 늘어나고 있다. 영구 동토층의 깊은 곳은 아직 얼어있기 때문에 지표면과 가까운 곳에 고인 물은 땅속으로 흡수되지도,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도 못한다. 이로 인해 토사 붕괴가 증가할 것이고 영구 동토층 해동은 가속화될 것이다.


더구나 영구 동토층이 해동되면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치명적인 효력을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어 살인적인 온실가스로 변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해에서 위험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지구 온난화의 악순환은 가속화될 것이다.


여러 가지 비관적인 예측과 증거들이 있지만, 북극 영구 동토층의 생명력은 강하다.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는 캐나다 과학자들이 유콘 지방 서쪽에 위치한 도미니언 크릭에서 발견한 영구 동토층이다. 앨버타 대학 연구팀은 예상대로라면 이미 녹아버렸을 영구 동토층이 단단히 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영구 동토층에 포함된 화산재를 분석한 결과 75만년 전에 형성된 얼음 쐐기들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차례의 간빙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다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영구 동토층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견고할지도 모른다. 두 차례의 간빙기를 극복할 정도의 견고함이라면 현재 진행되는 온난화 현상도 영구 동토층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다.


북극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오랜 세월 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북극이 앞으로는 천연자원의 보고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들이 속출하고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의 자원은 고갈 직전 상태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북극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러시아, 캐나다, 그린란드와 인접한 북극 지방에는 인산염, 니켈, 철광석, 알루미늄, 구리, 우라늄과 같은 광물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수많은 광산이 개발되어 있다. 북극 지역과 아북극 지역에서 채굴되는 다이아몬드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많은 양이 거래되고 있다.


북극 주변 대륙뿐 아니라 북극 해저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자원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북극 해저에는 금, 은, 플래티늄이나 희귀 광물인 갈륨과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인듐, 텔루륨과 같은 귀중한 광물들이 매장되어 있다. 북극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바다 밑에 엄청난 양의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태평양 해저에만 망간 75억만 톤, 니켈 3억3천만 톤, 구리 2억6천5백만 톤이 묻혀 있다고 한다.


또한 북극 해저에 길이가 1,800킬로미터나 되는 가켈 해령 부근에는 해저 열수 분출구가 있다. 수온이 매우 높고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가 차가운 심해수가 만나면 금속염이 생기는데, 이것은 해저에 축적된다. 원뿔 또는 원통 모양으로 솟아 있는 해저 열수 분출구는 끊임없이 광물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연기를 뿜어낸다. 통가 남해군도 부근에서 발견된 열수 광상에서는 30톤당 30그램의 금이 함유되어 있다. 현재 금 시세와 개발 경제성을 따져 볼 때, 이 지역 열수 광상에서 1톤당 3그램의 금만 채취해도 개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캐나다의 노틸러스 사는 최고 수심 1,700미터 깊이에 내장되어 있는 심해저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특별 선박을 건조했다. 광물 채굴용 특수 선박 쥘 베른 호는 선체 길이가 200미터나 된다. 이 배에 설치된 거대한 흡입관이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광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렇게 채취된 광물들은 크레인에 실려 육지로 운반된 후 가공 처리된다. 해저에서 끌어올린 광석을 가공한 제품이 2010년 12월부터 시장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노틸러스 사는 해저에서 끌어올린 광석에서 금뿐만 아니라 구리, 아연, 은도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해저 광물 채굴선이 북극해에 진출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북극 해저 열수 광상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흡한 상태이고, 북극 해저 퇴적층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광물과 귀금속을 얻을 수 있을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해저 광물 개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는 학자들도 있다. 캐나다 국립지질조사소 천연자원 전문가 해머는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계획에 투자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석유와 가스는 수압 때문에 저절로 올라오게 되어 있지요. 하지만 광물을 채취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광물은 석유와 가스와는 달리 사람의 힘으로 물위로 끌어 올려야 하니까요. 광물 채굴 사업에 드는 운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북극해가 해저광물 채굴지로 각광 받게 될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째로 해빙 현상으로 북극 지역에 새로운 항로가 생기면 국제 우송 선박의 항로가 단축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북극해에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측되기 때문이다. 국제 경제와 재정 위기로 천연자원 값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북극 해저 광상의 미래는 밝다. 지금까지 개발된 유전의 석유 채굴량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석유 회사들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곳에서 유전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북극과 같은 곳에서 말이다.


북극해 쟁탈전,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그렇다면 북극의 미래란 무엇인가?

「타임」지는 앞으로 북극을 무대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현재 북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정치적 낙관주의와 국민적 자존심, 군사력 과시, 높은 에너지 가격과 애매한 국제법 규정과 한데 엉켜 괴력을 지닌 거대한 폭풍으로 발전할 것이다.”


지금까지 북극의 지난 역사와 현재 상황을 조명해 봤으니, 이것을 토대로 2030년에 북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상상해 보겠다. 2030년이 되면 국제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는 3개의 거대한 무역블록으로 나뉘어 서로 적대시할 것이며, 정치 판도 역시 무역블록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아메리카 연합과 지금보다 규모가 커진 유럽연합, 그리고 중국이 지배하는 아시아무역연합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신경전을 펼친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아버린 덕분에 잠수함은 북극해를 맘대로 항해할 수 있게 되고, 캐나다 북극 제도에는 미국의 군함이 항시 주둔해 있다. 21세기 초반 전 세계의 주요 정치 사안이었던 자유무역, 환경보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으며, 세계 각국은 인접국들끼리 똘똘 뭉쳐 자기들끼리만 무역을 한다. 이러한 미래 예상 시나리오는 노르웨이 경제 자문회사 푀이리가 노르웨이 선박협회의 부탁으로 작성한 「2030년 북극 해상 운송」이라는 보고서에 소개된 것이다.


북극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린 보고서가 수두룩하다. 어떤 보고서는 북극해에 심각한 자연재해가 닥칠 거라고 예상했고, 또 영국의 군사 전문잡지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는 2020년부터 북극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 역시 이와 비슷한 예상을 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북극해 연안 국가들의 상징적인 권력 과시가 계속될 것이고, 이들은 북극해 자원과 항로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리고 유럽 지역에서 권력 다툼이 다시 발생할 것이다.”


갈등이 심각해지면 수백 년 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옛날처럼 대포가 도달할 수 있는 모든 지역이 한 나라의 영해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 대포 최대 사정거리인 3해리까지 군사적 통제권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정했던 해양법 규정처럼, 북극해에서도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북극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북극 상황이 위험한 네 가지 이유
첫째, 현재 북극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비교할 만한 역사적인 전례가 없다. 북극해처럼 단시간 내에 온 세상의 주목을 받은 해양 지역은 없다. 북극은 순식간에 전략적, 경제적 요충지로 급부상했고, 강대국들은 이 지역에 대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둘째, 북극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해 줄만한 국제법 기관이나 국제 정치 기구가 없다. 북극해 연안국들이 동의하지 않아 북극해보호협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셋째, 세계 각국은 자국의 권익을 위해 개인플레이를 한다. 단지 과학적인 부분에서만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북극 독점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은 각자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바쁘다. 현재 북극해 연안국들은 불안정한 북극의 상황을 지켜보며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 그 이유는 마찰을 빚고 있는 상대 국가가 특별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분쟁을 해결할 적절한 정치적 수단이 없기 때문에 북극 문제는 무력 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러시아는 북극해에서 활발한 군사활동을 벌이고 있고, 노르웨이는 초현대식 군사장비들로 무장할 계획이며, 캐나다 역시 정기적으로 북극에서 전투훈련을 실시한다. 세계 각국의 북극에 대한 군사비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며, 이는 냉전시대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력 증강은 외교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북극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외교술이 필요하다. 미국의 정치학자 영은 북극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몇 년이 고비라고 말하며, 북극에서 벌어지는 ‘그레이트 게임’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은 아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