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6도가 내려감으로써 인류가 거의 멸종할 뻔 했다면, 미래에 6도가상승할 경우 비슷한 결말이 있을 수 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저자가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거나 사막화가 심화되는 등 산과 들에서 재앙이 시작된다. 2도상승하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고, 3도 상승하면 지구온난화가 추진력을 얻어 더욱 심화된다. 4도 상승하면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넘치고, 5도상승하면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투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6도 상승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들이 멸종하게된다.
저자는 대중과학저술가 본연의 임무에 걸맞게, 모든 사례연구가 본래의 힘을잃지 않도록 최대한 살려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최근에 이루어진 과학계의 발전을 최대한 반영하였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무시무시한모습들을 그려내면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 저자 마크 라이너스(MarkLynas)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로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High Tide)』과 『탄소 계산기The CarbonCalculator』의 저자. 최근에 출간된 『탄소 계산기』는 사람들이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그것을 줄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라이너스는 「가디언」 지와 「인디펜던트」 지를 비롯한 여러 신문에 정기적으로 글을 싣고 있다. 또한 「뉴스테이츠먼」에도 2주에 한 번씩 칼럼을싣고 있으며, 런던의 「데일리텔레그래프」』의 블로그에도 글을 싣고 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토론프로그램에도 정기적으로 기고하며, 기후변화 관련유명 대중강연자이기도 하다. 현재 옥스퍼드에서 아내 마리아, 아들딸들과 함께 살고 있다.
■ 역자 이한중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졸업. 환경 관련 도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인간 없는 세상』 『울지 않는 늑대』 『기후창조자』 『동물원의 탄생』 『신의 산으로 떠난 여행』 『나무와 숲의 연대기』등이 있다.
■ 차례
한국어판 머리말 - 오바마행정부의 출범, 그리고 지구환경 구제 방안
감사의 말
제1장 이야기에 앞서서-온도별 정보의 취합과 정리
제2장 1℃ 상승
우리는 잠자는 사막을깨웠다 | 영화 <투모로우&&는 픽션이 아니다? | 킬리만자로의 빙하와 목마른 아프리카 | 사하라 사막 속에 숨어 있는 강 | 북극이좁아진다 | 알프스의 양치기들, 산사태를 맞다 | 퀸즐랜드의 개구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 폭풍우에 휩쓸린 삼바의 고향 | 투발루, 태평양에가라앉다
제3장 2℃ 상승
사라진치산치수(治山治水)의 전통 | 바다가 탄산수라면? | 유럽 노인들이 열사병으로 죽어간다 | 버림받을 낙원, 지중해 | 산호퇴적층, 해수면 상승을경고하다 | 북극곰 마스코트의 내일 | 인도 파키스탄 전쟁의 이유 | 안데스의 비극이 되풀이된다 | 캘리포니아의 재앙 | 80억 미래인이 먹고살 방법은? | 침묵의 여름
제4장 3℃ 상승
비여, 내려라! |다시 찾아온 플라이오세 온난화 | "그리스도의 아이"가 너희를 징벌하리라 | 아마존의 죽음 | 호주가 "재의 수요일"을 맞았을 때 | 휴스턴,휴스턴, 허리케인이 그리로 간다! | 북극권의 희망 | 마야의 미스터리를 풀다 | 가진 자가 더 많이 갖는다 | 인더스 강의 밑바닥 | 불타는캘리포니아 | 뉴욕이 가라앉는다 | 가뭄, 홍수, 가뭄, 또 홍수 | 말라리아가 아프리카를 죽인다 | 잃어버린 천국 | 민족대이동
제5장 4℃ 상승
이집트, 그리고포세이돈의 분노 | 얼음 없는 남극 | 중국 자본주의가 갈 곳 | 유럽의 모래밭 | 알프스 빙하가 흔적도 없이 | 물천지 영국 | 텍사스의과거가 말해주는 것 | 따뜻한 시베리아
제6장 5℃ 상승
"신세계"는 멋지지않다 | 해저의 메탄이 분출하면 | 전 세계를 덮치는 쓰나미 | 문명의 종언 |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제7장 6℃상승
백악기의 세상 |끈적끈적한 바다 | 대멸종 | 미래의 선사시대
제8장 우리가 선택할 미래
무지와 계몽| 목표 설정 | 현실 확인 | 자기 자신에게 눈감기 | 석유정점(Peak Oil) | 지구온난화에 쐐기 박기(Knocking inWedge)
6도의 악몽
이야기에 앞서서- 온도별 정보의 취합과 정리
이 책을 비전문가들에게 설명하면서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균기온이 2도나 4도나 6도 올라갔음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점점 깨달았다. 밤과 낮 사이에 수은주가 15도씩이나 오르내리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변화는 아주 작게 느껴진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목요일이 수요일보다 6도 덥다는 것은 코트를 집에 두고 나오면 된다는 의미다. 그런 것은 매일 날씨의 변화일 뿐이다. 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6도 올라간다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한번 생각해보자. 마지막 빙하기였던 1만 8천 년 전, 지구의 기온은 지금보다 6도 낮았다. 이 극심한 추위 속에 북아메리카 대륙은 상당 부분이 얼음에 덮였다. 센트럴파크의 바위에 남은 빙하의 흔적이 보여주듯이 뉴욕은 두꺼운 얼음판 밑에 묻혀 있었다. 그것도 두께가 1마일이 넘으며 대륙 중심부까지 뻗은 얼음판이었다. 뉴저지 북부도 얼음에 묻혀있었으며, 오대호 전역과 캐나다의 거의 대부분도 마찬가지였다. 훨씬 남쪽에 있는 미주리나 아이오와 같은 곡창지대는 만년설에서 불어오는 광풍이 휘몰아치고 단단한 영구동토층이 뒤덮은 몹시 추운 툰드라 지대였다. 빙하기 때 사람들은, 지금은 아열대지만 당시에는 온대 기후에 가까웠던,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 같은 훨씬 남쪽까지 내려갔다.
더군다나 기온이 불과 10년 만에 몇 도씩 오르내릴 정도로 변동이 몹시 크고 빨랐다. 약 7만 년 전쯤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엄청난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수천 세제곱킬로미터 분량의 분진과 유황이 대기 중에 배출되어 태양열을 차단, 지구의 기온을 급속히 떨어뜨렸다. 뒤이은 ‘핵겨울’ 동안 인류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지구 전체의 인구는 1만 5천 명에서 4만 명 사이로 급감했다. 이는 인류 생존의 마지막 한계선으로서 지금 살아 있는 인류의 유전자에도 각인된 기억이다. 과거에 6도가 내려감으로써 인류가 거의 멸종할 뻔했다면, 미래에 6도가 상승할 경우 비슷한 결말이 있을 수 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3분의 1 정도 늘어났으며, 그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인 메탄의 농도는 두 배로 늘어났다. 시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난 15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0.8℃쯤 올라갔으며, 이번 세기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짐으로써 더 빨리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과거에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 때문이기도 하고, 앞으로 인류의 활동이 더 왕성해지면서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출량을 줄인다면 더 높은 기온 상승은 피할 수 있을 것인데, 이 부분이 내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보여주려는 바이다.
이 책에서 쓰는 기온 상승의 범위가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가 제시한 표준인 1.4∼5.8℃까지의 상승이라는 점도 꼭 밝혀두고 싶다. 이것은 2001년에 나온 「제3차 평가보고서」의 수치로, 기온이 6도까지 상승할 수 있음을 예견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범위를 이 책의 장으로 나누는 기준으로 삼았다. 예컨대 ‘3℃의 상승’의 경우 2.1∼3℃ 상승까지의 온난화를 다루며, ‘6℃ 상승’은 5.1∼5.8℃ 상승까지를 다루었다. IPCC는 2007년에 줄여서 ‘AR4라고도 하는 「제4차 평가보고서(Forth Assessment Report)」를 펴냈는데, 여기서는 2100년의 예상 기온 상승 범위가 더 커졌다. 이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였을 경우를 가정한 최소배출 시나리오대로라면 최저 1.1℃ 정도 상승할 수 있으며, 최대배출 시나리오라면 6.4℃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즉, 2001년 IPCC 보고서에 비해 최저 상승치는 약간 낮아졌어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더 극심해진 것이다.
기온의 차이에 따라 이 책의 얼개를 짜는 바람에 날짜를 명시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예컨대 세계의 평균기온은 2100년에 이르러 2도까지 상승할 수도 있고, 일찌감치 2030년에 그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다. 온난화의 속도가 인간문명과 자연생태계가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임을 꼭 염두에 두면 좋겠다.
2°C 상승
유럽 노인들이 열사병으로 죽어간다
정상적인 여건에서라면 인체는 이상고온을 잘 처리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정상 체온은 37℃에서 별다른 무리 없이 38∼39℃까지 상승할 수 있다. 그런데 2003년 유럽의 여름은 정상이 아니었다. 스위스에서는 일찌감치 6월 4일에 수은주가 30℃까지 올라갔으며, 8월 2일에는 남동부가 41.1℃까지 상승했다. 대륙 곳곳에서 기록이 깨졌다. 영국의 경우 수은주가 처음으로 38℃까지 올라갔다. 해변은 여름 햇볕을 즐기려는 휴가인파로 붐볐지만,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는 숨어 있던 재앙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고온스트레스(heat stress)의 첫 증상은 하찮아 보일 수도 있다. 초기 열사병은 시원한 곳에서 한 시간 정도 쉬면서 물을 좀 마시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2003년 8월의 파리에는 시원한 곳이 없었다. 특히 환기가 안 되는 좁은 아파트에 갇혀 사는 노인에게는 더욱 그랬다. 그날의 기온은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밤에 열이 충분히 내리지 않아 체온이 회복될 여유가 없었다. 이런 효과는 누적적이어서 가장 위험한 형태의 고온 스트레스인 이상고열이나 열사병이 되기 쉬웠다.
인간의 체온은 41℃를 넘으면 체온조절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땀 분비가 멈추고 호흡은 약해지면서 빨라진다. 맥박이 빨라지면서 환자는 금세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때 신체 중심부의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완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의 산소 공급량이 부족해져 핵심적인 신체기관의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이런 환자는 응급서비스의 도움으로 중환자실로 당장 옮겨지지 않으면 불과 몇 분 만에 목숨을 잃고 만다.
이런 응급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되지 않은 탓에 2003년 여름에 파리에서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열사병에 희생되었다. 주로 노인과 소외계층인 이들의 시신 가운데 수백 구가 마땅한 시체안치소를 찾지 못할 정도로 희생자가 많았다. 추정치가 다르긴 하지만 유럽 전역에서 이 여름 더위로 인한 사망자 수가 2만 2천 명에서 3만 5천 명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여름의 열파와 가뭄은 농업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쳤다. 작황 손실은 120억 달러에 달했고, 포르투갈에서 난 산불로도 15억 달러 정도의 피해가 났다. 이탈리아의 포 강, 독일의 라인 강, 프랑스의 루아르 강 같은 큰 강물의 수심도 기록적으로 낮아져 짐배 운항이 중단되었고, 관개·수력발전용 물이 부족해졌다. 물이 너무 줄어든 강과 호수에서는 유독한 조류가 번성하는 녹조현상이 나타났다. 알프스 산악빙하가 녹은 양은 1998년에 세워진 옛 기록의 두 배가 되었고, 어떤 빙하들은 전체 양의 10퍼센트가 녹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마터호른 같은 산악지대에서는 낙석이 심했다.
이 재난에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기여를 했느냐는 의문이 금세 고개를 들었다. 이 폭염을 조사한 기상학자들은 2003년의 열파가 통계수준을 벗어나는, 수천 만 년에 찾아온 사태임을 밝혀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기상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20세기의 지구온난화는 그런 열파가 발생할 위험을 이미 두 배나 높였다고 한다. 결론은 분명했다. 2003년 여름 폭염은 자연재해가 아니었던 것이다.
열파의 강도도 미래에 대해 시사해준다. 이 여름에 대륙 전체의 평균 기온은 평소보다 2.3℃ 높았다. 그렇다면 2도 데워진 세상의 여름은 2003년 같은 재난이 연례행사가 될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기상청의 해들리 센터 컴퓨터모델을 이용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의 변화에 따른 미래의 기후변화를 예측했다. 그 결과 모델 상으로 세계 평균 기온이 아직 2도 이상 상승하지 않았을 때인 2040년이면 여름의 절반 이상이 2003년 여름보다 더워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2040년의 극심한 여름 더위가 2003년보다 더할 것이며, 때문에 사망자 수도 아마 수십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2003년 여름은 앞으로 닥칠 또 한 가지를 우리에게 시사한다. 유럽 전역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에 따르면, 높은 기온과 심한 가뭄의 이중 스트레스 때문에 광합성이 약화되면서 대륙 전역의 식물 성장 속도가 30퍼센트나 떨어졌다고 한다. 북유럽의 너도밤나무숲에서부터 지중해 연안의 소나무와 참나무숲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의 식물 성장은 더뎌지거나 중단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들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신, 그것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유럽의 식물들이 약 5억 톤의 탄소를 대기중에 추가로 배출했는데, 이는 지구의 화석연료 전체 배출량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이는 아주 중요한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다. 왜냐하면 기온이 올라감으로써-특히 폭염으로 인한 재난 중에-숲과 토양의 탄소 배출량도 늘어나 지구온난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땅에서 배출되는 배출량 증가가 유럽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경우 지구온난화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이유
“여러분 스스로가 세상에서 바라는 변화가 되십시요”라고 했던 간디의 말을 아직도 인용하는 소수의 인도인 중 하나인 인도의 IPCC 의장 라젠드라 파차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자국의 질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줄 아는 드문 사람이다. 급격히 증가하는 중산층이 자동차와 냉장고와 에어컨을 수백만 대씩 사들이는 가운데, 인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3퍼센트씩 늘고 있다. 석유 소비량 또한 2010년에는 하루 28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수치이지만 인도 정부에서는 그 정도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향후 20년에서 25년 동안 인도 같은 국가들이 배출량을 줄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인도 환경부의 고위관리인 S. K. 조시가 최근에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도와 영국 정부가 주도한 연구들에 의하면 밀과 쌀의 소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며, 특히 2도 상승의 온난화에 따라 관개가 되지 않는 농지의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고 한다. 잎마름병이 대대적으로 돌면서 숲의 유형들도 바뀔 것으로 보이며, 숲이 발달하는 사바나 지역에서 특히 더 그럴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숲 안이나 근처에 있으면서 숲에 크게 의존하는 20만 개의 마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연구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2도 상승이 인도 농업에 끼칠 주요한 영향을 예측한 2001년의 연구 결과를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하르야나, 펀자브, 우타르프라데시 같은 북부 주들의 밀농사일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벵골 같은 주들의 경우 조금은 이로워질지 모르나, 국가 전체로 볼 때 소득의 8퍼센트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국가로서는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되는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온 상승과 연관된 보다 광범위한 기상이변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예컨대 몬순이 강화될 것이며, 홍수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이웃 국가들이 각자의 기후문제에 시달리면서 인도로 유입되는 난민문제도 심각할 것이다. 인구가 매우 조밀한 이웃 방글라데시의 경우 몬순이 강화되면서 비정상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다. 몬순 철에 폭풍우가 강해지면서 비가 더 많이 쏟아지면 지금보다 수백만 명 더 많은 사람들이 난민 신세가 될 것이다. 집이 계속 쓸려 내려가면 다른 곳으로 영영 이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어마어마한 빙하가 녹으면서 흘러내리는 물은 퇴각하는 빙하 뒤에 남은 빙퇴석 같은 잡석들이 만들어낸 벽에 고이면서 군데군데 빙하호수를 만들어내기 쉽다. 1985년에는 10미터 높이의 천연댐이 무너지면서 빙하호의 물이 쏟아져 나와 보테코시 강과 두드코시 강을 휩쓸면서 수력발전소 하나와 다리 14개, 가옥 30채를 파괴했으며, 에베레스트에 있는 루클라 공항 활주로의 지반을 무너뜨리기까지 했다. 2000년에 벌인 한 조사에서는 20개의 호수가 언제든지 터져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2도 상승의 세상에서는 그 수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이렇듯 산악빙하가 녹는 것은 서서히 악화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들에서 빙하가 거의 다 사라지면, 인도 대륙의 수억 거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을 공급하는 큰 강으로 흘러들 물이 끊길 것이다. 그로 인한 물부족과 기근은 이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한 재난의 중심점은 인도나 네팔이나 방글라데시가 아니라 핵무장을 한 파키스탄이 될 것이다.
4°C 상승
이집트, 그리고 포세이돈의 분노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땅이 가라앉는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계속되면서 지금도 파도가 도시를 위협한다. 시 당국에서는 해변이 파도에 씻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륙 사막에서 엄청난 양의 모래를 퍼다 날라야 한다. 바다가 높아지면서 시를 위협하자 엄청난 크기의 방파제를 세워야 하기도 했다. 이번 세기 후반에는 치명적인 침수가 시작될 것이다. 이 도시 대학의 과학자들이 했던 연구에 따르면, 2050년이면 해수면이 50센티미터 올라가 150만 명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며, 350억 달러의 피해가 날 것이라고 한다. 나일 강 삼각주 가운데 점점 더 넓은 지역이 바다에 잠기면, 로제타나 포트사이드 같은 도시의 시민 수백만 명도 집을 떠나게 될 것이다.
뭄바이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저지대 삼각주 도시들도 알렉산드리아나 보스턴 못지않게 위험한 처지가 된다. 베네치아의 경우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점차 더 새롭고 더 높은 방벽에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미래의 해안 도시들은 지금의 뉴올리언스처럼 상당 부분이 해수면 아래이고, 사방에서 닥쳐오는 바닷물 때문에 갈수록 보강이 필요한 섬 같은 곳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몇 조 달러 규모의 부동산을 보호할 수 있겠지만 다른 위험까지는 다 제거하지 못할 것이다. 뉴올리언스의 치명적인 경험처럼, 단 한 번의 큰 폭풍우 때문에 불과 몇 시간 만에 도시가 파괴되어 수천 명의 시민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보험회사들이 비용을 부담하려 하고, 또한 그럴 능력이 된다면야 도시를 재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누가 도시를 다시 세울 돈을 댈 수 있을까?
사회에 가해지는 압력도 엄청날 것이다. 내륙의 도시들은 해안지역에서 끊임없이 몰려드는 난민들 때문에 애를 먹을 것이다. 큰 폭풍우라도 한 번 닥치면 한꺼번에 수천 명씩, 어쩌면 수백만 명씩 피난을 올 테니 말이다. 직접적 손실, 사회불안, 시민들의 불신, 보험금 지불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금융시스템을 강타하면, 난민이 된 사람들을 부양하고 새로운 거주구역을 건설하는 데 드는 자금은 점점 부족해질 것이다.
해수면 상승이란 것이 온실가스 수준이 통제되더라도 안정되려면 수천 년이 걸리는 돌이킬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할 때, 난민들의 피난처가 된 도시들도 수십 수백 년 뒤면 수몰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오늘의 도시들에 있는 가장 뛰어나고 가치있는 건물들은 수백 년 된 것들인데, 해안지역에 있는 건물의 경우 앞으로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물이 밀려들면 수십 년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다. 섬나라들은 제일 큰 곤란을 겪게 된다. 많은 섬나라들의 경우 가장 비옥한 땅이 해수면보다 약간 높은 경우가 흔해서, 바닷물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작물을 죽이면서 식량과 물 공급이 타격받게 된다.
이로 인한 불확실성은 크다. 남극의 빙상이 안정을 유지한다면 서서히 예측되는 수준으로 퇴각하면서 붕괴되지 않는 것들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거대한 빙상들이 계속 기후변화에 빠르게 반응한다면 몇 피트 이상의 해수면 상승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고기후의 증거로 판단할 때, 온난화가 2도 상승을 넘어서면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가 다 녹아서 결국 해수면이 25미터까지 상승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가 여러 세기에 걸쳐 완만하게 벌어진다면 인간의 적응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해안지역은 매년 파도가 점점 더 가까이 밀려오면서 인간 거주지가 계속 불안하고 위협받는 유동적인 상태에 처할 것이다.
우리가 선택할 미래
자기 자신에게 눈감기
에너지 현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지금까지 왜 그리도 냉담했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나중으로 연기할 수 있는 위협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도록 조건지워져 있다. 우리는 임박한 싸움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먼 미래의 도전에 대해서는 잘 대처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개인과 사회가 취해온 반응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부인’일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흡연자들이 자기는 일찍 죽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가장하려한다거나, 에베레스트 산을 기어오르는 사람들이 같은 길을 오르다 죽은 사람들의 얼어붙은 시신을 보며 지나가면서도 자기는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는 심리와도 같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부인은 사람들이 확고한 견해나 오랫동안 간직해온 행동패턴에 도전하는 새로운 정보가 야기하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승용차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 차를 소유할 필요성에 도전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를 꺼려한다.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휴가 가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인의 반응은 운동가들과 교육자들에게 중요한 점 하나를 시사해준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해주기만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인과관계 그대로 그것에 반대하는 단호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더 정직해지거나 자기 행동을 바꾸기보다 부인의 반응을 취하기가 더 쉬울까? 문제의 일부는 사회적이다. 우리는 화석연료를 대대적으로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순응하라는 사회적 압박을 거의 매일 받는 처지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개인적인 행동의 변화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주류 사회에서는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나무나 껴안는 사람들’이라며 무시하곤 한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생활방식은 흔히 성공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기후변화는 고전적인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문제이기도 하다. 즉, 개인적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이들 모두가 되풀이하면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재앙이 되는 문제인 것이다. 이 개념을 주창한 개릿 하딘은 설명을 돕기 위해 목초지를 공유하는 소치는 사람들의 예를 들고 있다. 소치는 사람 각자는 공유지에 소 한 마리를 추가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하려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식으로 행동한다면, 과잉 방목을 초래하여 공유지는 절단난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 부인이 필수적이라고 하딘은 말한다. “개인이 일부로서 몸담고 있는 사회 전체는 피해를 보더라도, 개인은 사실을 부인하는 능력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이익을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제동을 거는 것이 단지 풍력발전기를 더 만들고, 태양전지판을 지붕에 더 달고, 유리병 재활용을 더 잘 하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의 실태를 조사한 제프리 듀크스의 계산에 따르면 현실은 사뭇 다르다.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지금 서구사회의 경제 시스템 전체가 부인이라는, 특히 자원의 유한성에 대한 부인이라는 바탕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지구가 제공해주는 모든 자원이 자유재(free goods)라는 범주에 든다는 듯이, 경제과정의 시초부터 거의 마술처럼 나타나는 것이라는 듯이 가르친다. 인류라는 종을 지탱해주는 생태계의 모든 서비스를 포함하는 이 자유재들은 경제적으로는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되며, 기존 경제의 계산에서 제외된다. 국민경제 성공의 잣대가 되는 표준적인 국민총생산(GDP)은 그런 과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생산과 소비의 가치를 합산한다. 그래서 기존의 경제학 이론은 창조적 회계라는 절묘한 솜씨를 발휘하여 자원의 고갈을 부의 축적으로 계산한다. 이런 식의 논리는 자기 계좌에 든 돈을 다 써버리면서 그것을 소득으로 계산하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짓 같지만 그것이 우리 경제 전체를 떠받치는 논리다.
이런 사회적 역기능을 염두에 둔다면, 경제와 사회 전체의 효과적 방해를 무릅쓰고 개인이 기후변화에 맞서 뭔가를 하지 않는다고 탓하는 것은 부당하다. 가수 밥 딜런은 1963년 흑인 인권운동가 메드거 에버스를 쏴 죽인 남부 백인이 “그들 게임의 일개 졸(卒)일 뿐”이라고 노래했다. 우리 모두도 그렇다. 각자가 지구온난화라는 게임의 졸이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무력하지 않다. 완전히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 졸들을 움직이는 집단적인 손은 바로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