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삶의 방식에대한 대안을 담은 생태학의 고전『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이 책은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호지가 1975년 언어 연구를 위해 방문한 인도북부의 작은 마을 라다크에서 목격한 변화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기록이다. 빈약한 자원과 혹독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생태적 지혜를 통해 천년이넘도록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온 라다크가 무분별한 서구식 개발 속에서 오염되고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92년 발간 이후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책으로, 한 작은 마을의 소박한 삶의 방식과 그것이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개발의 모습은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통과 느림의 철학으로 자급자족하는 라다크인들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은 지속가능한 발전에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물질로 대변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게한다.
■ 저자 헬레나노르베리-호지
언어학자이며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스웨덴과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을 오가며 연구활동을 하고 있고,에콜로지및문화를위한국제협회(ISEC)와 라다크프로젝트의 설립자이며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노벨상에 버금가는 권위를 지니며대체노벨상이라 불리는 Right Livelihood Award의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이 책을 영상화한 동명 영화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기도했다. 5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책과 영화는 현재까지 세계 전역의 민간운동기구 관계자들 사이에 주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 역자 양희승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연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케이블 TV m.net과 독립 TV 프로덕션 ㈜서울제작단, 국제 방송교류재단 아리랑 FM에서 프로듀서로일했고, 현재 출판기획사 ‘프라임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6월 이야기(Be The Reds)』『법정의 아이들』『킹콩(TheOriginal Story)』『웃음다이어트』『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공역)가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서문
프롤로그
1부 전통에 관하여
1. 리틀 티베트
2. 대지와함께 하는 삶
3. 의사 그리고 샤먼
4.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5. 자유로운 춤사위
6. 불교 생활의 양식
7.삶의 기쁨
2부 변화에 관하여
8. 서양인의 발길
9.화성에서 온 사람들
10. 세상을 움직이는 돈의 힘
11. 라마 승려에서 엔지니어로
12. 서양을 배우다
13. 중심으로의이동
14. 분열된 공동체
3부 미래를 향하여
15. 흑백논리는 없다
16.개발 계획의 함정
17. 반개발의 논리
18. 라다크 프로젝트
에필로그
감사의 글
이 책에 대하여
국제기구·단체 및 용어의 약어정리
화보·라다크와 라다크 사람들
오래된 미래
1부 전통에 관하여
히말라야의 그늘에 가려 있는 라다크(Ladakh)는 이리저리 얽혀 있는 거대한 산맥들에 둘러싸인 고원지대에 있다. 이곳에 처음 거주했다고 추정되는 사람들은 북부 인도의 몽족과 길기티의 다드족 이렇게 두 아리안 부족이었다. 이들은 기원전 500년경 티베트에서 이주해온 몽고 유목민들과 합류하게 되었는데 오늘날 이곳에 사는 라다크 사람들은 이 세 부족의 후손들이다.
문화적인 측면을 보면 티베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라다크는 종종 리틀 티베트라 불리기도 한다. 라다크의 언어는 물론 예술과 건축, 의술 그리고 음악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티베트의 영향이 두루두루 나타난다. 지난 수세기 동안 라다크와 티베트 사이에는 물품 교역과 사상의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라다크 사람들의 생활은 계절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으로 더위에 시달리고 8개월 가량 계속되는 겨울에는 영하 40도 밑으로 떨어지는 추위 때문에 꽁꽁 얼어붙는다. 라다크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원의 사막 지대 이곳저곳의 소규모 정착지에 사는 자영농들이다. 이들은 산 위에 있는 눈과 얼음이 녹아 계곡 밑으로 흐르는 물을 받아서 생활용수로 사용하며, 그 급수원의 규모에 따라 마을의 규모가 결정된다.
고도 1만 피트의 고원지대인 라다크에서는 1년 중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4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라다크 사람들이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보통 농가 1가구당 5에이커 정도의 경작지를 가지고 있는데 여유가 있는 가구는 10에이커 정도를 경작하기도 한다. 경작지의 면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일할 수 있는 가족의 수이다. 대략 한 사람당 1에이커 정도가 그 적정 면적인데 이곳 농부들에게 그 이상의 땅은 소용이 없다. 라다크인들은 자신이 경작하지 못하는 농지를 소유하는 것에 욕심을 갖지 않는다.
처음 라다크에 왔던 몇 해 동안 나(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런던의 동양-아프리카 연구소의 일원으로 라다크의 언어와 민담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나의 최대 관심사는 라다크의 언어였지만 그 와중에 나는 라다크 사람들과 그들의 가치관 그리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점점 더 끌리게 되었다. 왜 이 사람들은 언제나 웃고 있는 걸까? 이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들에게 그토록 적대적이고 혹독한 환경 속에서 그렇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걸까?
라다크에 온 지 오래지 않아 나는 개천에서 옷을 빨고 있었다. 세탁할 옷을 물에 담근 순간 개천 위 마을 쪽에서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내게 다가왔다.
"여기서 빨래하면 안 돼요."
수줍은 목소리의 그 소녀는 손으로 개천 아래의 마을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아랫마을 사람들이 마시는 물이에요."
"빨래는 저 위쪽에서 하면 돼요. 그 쪽 물은 밭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이거든요."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까다로운 환경 속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검약이라는 말의 뜻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곳 라다크에서 검약은 풍요의 기본이 된다. 한정된 자원을 조심스럽게 아껴 쓴다는 것은 아주 적은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 검약의 본래 의미라 할 수 있다.
라다크 사람들은 어떤 것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이라면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고 연료로 쓸 수 없는 것들은 비료로 쓰는 것이 라다크 사람들이다. 그런 식으로 아주 오랜 세월 모든 것을 재활용하면서 열악한 자원만을 가지고 라다크의 농부들은 거의 완벽한 자립을 이룰 수 있었다. 외부세계에 의존하는 것이라고는 소금과 차 그리고 요리 기구나 공구 같은 몇 가지 금속 제품들뿐이다.
혹독한 기후나 부족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라다크 사람들은 단순한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갖는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쟁기와 베틀 같은 것을 제외하고 라다크에서 기술이라 부를 만한 것은 간단하지만 정교한 구조로 고안된 물레방아 정도이다. 커다란 기계의 힘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경우 이들은 동물의 힘을 빌리거나 협동 작업으로 해결한다.
가지고 있는 연장이 단순한 것들뿐이어서 라다크 사람들이 일하는 데 소요하는 시간은 긴 편이다. 그런데도 라다크 사람들은 시간에 대해 무척이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들은 정말 느긋한 속도로 일을 하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여가시간을 즐긴다.
시간을 재는 경우에도 느슨하고 여유롭게 잰다. 1분 단위로 시간을 측정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내일 낮에 찾아올게" 혹은"저녁쯤 찾아올게"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라다크 사람들은 그렇게 시간에 대해 넉넉한 여유를 남겨 놓는 것이다. 라다크 사람들의 언어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표현들이 많이 있다. 공그로트(gongrot)는 어두워진 다음부터 잠잘 시간까지라는 뜻이고, 나이체(nyitse)는 해가 산꼭대기에 걸려 있는 한낮을 말한다. 또 새의 노래라는 뜻의 치페 치릿(chipe-chirrit)은 해가 뜨기 전 새들이 지저귀는 이른 아침을 뜻한다. 이 모두가 넉넉하고 친숙한 느낌을 주는 표현들이다.
2부 변화에 관하여
내가 처음 레(고대 라다크 왕국의 수도)에 갔을 때 그곳은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소들이 길을 가로막는 것만 빼면 교통체증이 생길 일이 없었다. 공기 또한 너무 맑았다. 정말 공기가 너무 맑아 수십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계곡 저편의 눈 덮인 산봉우리가 꼭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도심에서 어느 방향으로든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농가와 함께 군데군데 보리밭이 있었다. 레라는 곳의 분위기는 정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서로 잘 알고 있어 매일매일 인사를 나누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난 16년 동안 나는 이 마을에서 도시화 과정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영혼이 없고 감옥 같은 주거 시설이 푸른 초원을 잠식하기 시작하더니 먼지 나는 사막 지역까지 퍼져갔고 나무가 자라야 할 이곳저곳에 나무 대신 전신주가 서게 되었다. 낡아서 벗겨져 나간 페인트칠 자국이며 녹이 슨 쇠붙이들, 깨진 유리조각 그리고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레는 자연친화적인 경제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로 인해 레는 오랜 기간 지속이 가능한 안정감 있는 생산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도심과 교외 지역 사이에는 역동적인 균형관계가 이루어졌다. 그것은 한쪽이 언제나 다른 한쪽을 보완해주는 관계였다. 주민의 일부가 외부세계와의 교역으로 생활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지역의 자원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개발 계획은 레를 이질적인 경제적 기초의 중심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지난 16년 사이 레의 인구는 두 배로 불었다. 교육과 취업을 위해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의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 좁은 지역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면서 적지 않은 사회문제들이 생겨났다. 여름철이면 레의 도로들은 붐비는 차량으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가 된다. 공기는 디젤의 매연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전통사회의 예절은 현대 도시 생활의 밀어붙이기식 생활태도에 밀려나버렸다. 좁고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살을 맞대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들 사이의 거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멀어져 있다. 서로 돕고 사는 분위기를 북돋아주던 지역의 정치경제구조는 이제 붕괴되고 만 것이다.
하얀색으로 칠한 벽돌과 조각 장식을 한 발코니가 있는 3층 집에서 자란 스토크 마을 출신 노르부는 지금 레에 있는 작은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노르부가 고향 마을을 떠나 레에 온 것이 누군가의 강요는 아니었지만 또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을 도시의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현대화의 압력이었다. 노르부가 받은 교육은 도시 지역에서 일을 하기 위한 것이었고, 모든 일자리가 도시에 있었다. 실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그는 더 이상 농부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었다.
오늘날의 중앙집중식 경제구조는 방대한 양의 에너지 사용에 의존한다. 또한 자원의 소비량 역시 대체적으로 높다. 요즘 레의 모습을 보면 자급자족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 교외 지역의 관개시설 규모가 감소하면서 물까지도 수입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결과 공동작업을 위주로 하는 종래의 경제구조는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 마을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쓰레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에는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음식 찌꺼기에서 플라스틱, 유리, 종이, 그리고 원거리 수송에 필요한 금속 포장재까지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 또한 전통적 경제체제에서 가치를 인정받던 지역의 자원들은 점점 무용지물이 되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배설물은 더 이상 땅을 기름지게 하는 비료로 쓰이지 않으며 그 처리문제 때문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빈약한 자원이라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세식 화장실의 사용으로 인해 별도의 에너지 사용이 불가피해지는데 귀한 물을 지붕 위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몇 갤런씩이나 되는 물을 몇 마일씩 되는 파이프와 물탱크를 통해 흘려보내야 한다. 인파가 밀집되어 있는 레에서는 물탱크의 누수 때문에 오염이 발생하는 일이 많아졌고 간염이나 갖가지 수인성 질병이 빈번하게 번져가고 있다.
의료체계, 지역농업, 식료와 주거 문제 등 나는 그동안 사회의 모든 분야에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지는 여러 종류의 압력들로 인해 라다크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원과 분리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원인들은 너무나 복합적인 것들이고 또 생활의 모든 양상에 관련된 구조적 변형에 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을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원동력은 상당히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성장에 중독되어 있는 서구의 개발 계획은 다른 사람들에게 개발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압력을 가한다. 또 개발에 필요한 여건들을 만들기 위해 각 정부는 사회의 재구성에 필요한 방대한 규모의 자원을 투입한다. 중앙집중식 에너지 생산의 현장에서 서구식 도시화 교육의 현장에 이르기까지 하부구조의 현실은 세계 어느 속에서나 똑같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 역시 어느 곳에서나 똑같다.
3부 미래를 향하여
라다크에 왔던 첫 해에 내가 만났던 관광객들은 라다크가 외부세계에 노출되면 범죄와 공해, 실업 같은 현상들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당시 일어나기 시작한 파괴 현상들을 지켜보면서도 나는 그것이 필요하다거나 불가피한 것이라고는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특정한 정책이나 시각으로 인해 만들어진 하나의 부산물일 뿐이며 개선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 다른 선택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주 정부와 인도의 중앙정부 모두에게 라다크의 전통 문화부흥과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 장려를 탄원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1978년 인도 정부 내 유관부서와 몇 차례 접촉을 가진 끝에 내가 제안한 태양 에너지 활용 소규모 실험 프로젝트를 실행해도 좋다는 승인을 얻었다. 연중 300일 이상 해가 나는 라다크 지역에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 없는 선택이었다.
프로젝트의 초점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주택의 난방을 해결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실험적으로 태양열 오븐과 온실도 함께 만들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복잡하지 않은 우아한 모습의 태양열 주택 난방 시스템이 완성되었고 거기에는 그것을 설계한 디자이너의 이름을 따라 트롱브(Trombe)의 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시스템은 라다크의 전통 가옥의 구조에 쉽게 설치할 수 있었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트롱브의 벽??이란 남쪽을 향하는 외벽에 두 겹의 유리를 부착하고 햇볕을 흡수하도록 검은색으로 칠을 한 것이다. 다른 쪽의 벽들과 천장은 짚단으로 덮어 열 손실을 줄이는 구조다.
시스템 하나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미화 300달러 정도인데 라다크 사람들의 가축인 쪼(dzo, 재래 암소와 야크의 교배종) 한 마리 값이다.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연간 난방비용은 200달러 정도인데 트롱브의 벽으로 그것을 대체할 경우 2년 이내에 연간 난방비를 완전히 줄일 수 있다. 그후 트롱브의 벽을 비롯하여 태양열을 활용하는 대체 에너지 설비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서구의 생활양식이 라다크를 변형시키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그간 내가 속했던 문화의 모습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자본과 에너지 집약적인 우리의 생활방식이 안고 있는 낭비와 부도덕성의 모습이 나 자신에게 명확하게 들어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개발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유럽과 북미 지역을 순회하는 강연과 세미나를 하면서 전통 라다크의 사회와 생태적 균형에 대해 소개하면서 인습적인 경제개발이 라다크 사회를 어떤 식으로 침식했는지를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서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의 근본 원인들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라다크와 서구사회를 오가며 계속되어 온 나의 활동은 1980년에 이르러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작은 국제기구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것은 1991년 ISEC로 재탄생했다. 그 설립 취지는 생태친화적이고 공동체에 기반을 둔 생활방식을 장려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런 진보적 상황을 더욱 부흥시키려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와 경제의 중앙집중화에 시급히 저항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한편 문화교류의 증진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에서의 국제적 시각의 형성을 고무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들을 널리 전하기 위해 워크숍과 강연회를 운영하는 한편 교육 목적의 비디오와 출판물을 제작한다.
라다크 사람들에게는 아직 서구지향적 경제개발의 그 무수한 함정들을 피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인구의 상당 부분이 경제적으로 독립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활동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지금 라다크 내부에서는 개발이 다른 관점에서 조명되고 있다. 그리고 외부세계의 사람들에게 있어 생태적 개발의 모델로서의 잠재력과 전통문화 수호에 성공하고 있는 라다크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자연친화적 미래를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