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머니

   
가토 토시하루(역자 :윤전우·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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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15000
2006�� 09��



■ 책 소개
일본을 중심으로 지역통화(에코머니)의역사와 현황, 미래에 대해 살펴본 종합 보고서. 에코머니는 커뮤니티 안에서 환경, 복지, 커뮤니티, 교육, 문화 등 돈으로 표시하기 힘든가치까지 유통시키는 수단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줄어드는 지역통화는 과잉 발행에 따른 인플레 염려가 없으며, 커뮤니티 내에서 생겨나는새로운 종류의 화폐인 에코머니를 커뮤니티 구성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경제적 교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교환수단인것이다.

 


신용통화와 달리 에코머니의 목적은 다양하고 정형화하기 어려운 가치를 매개함으로써 사람들이다양한 교류 활동을 하고 자연, 경제, 커뮤니티가 일체화된 환경 속에서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커뮤니티인 ‘에코뮤니티’를 만들어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친환경적인 ‘에코라이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파트너십에 기초한 에코머니 패러다임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사람에의해 이루어진 지역사회 차원의 마을을 만든다. 책은 일본에서 통용되는 지역통화의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한밭레츠, 광명그루 등 막 걸음마를떼기 시작한 한국의 지역통화에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제공할 것이다.


■ 저자 가토 토시하루
1954년 일본 니가타에서태어나 1977년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통상산업성에서 일했다. 마을만들기를 필생의 과제로 여기고 있으며, 창업, 지역사회 정보화,커뮤니티 형성에 관여했다. 2000년 동양경제 ‘타카하시 카메요시키치 기념상’ 최우수상, 2001년 닛케이 BP·BizTech 도서상 등을받았다. 2001년 9월부터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의 객원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이크로 비즈니스』『에코머니의 세계가시작된다』『창업력의 조건』『실리콘밸리 웹』 『게놈혁신』등이 있다. 


■ 역자
윤전우
 -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나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요코하마 시에서 아시아교류 NGO의 한국사 담당 강사를 거쳐 요코하마정책 NGO, 연안대도시연구회의 연구원으로 대도시 중심의 사전 방지형 위기관리 및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에 관한 활동을 했다.(사)시민정보미디어센터 정책팀장, 포항YMCA 정책기획팀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한국YMCA 전국연맹 정책팀에서 일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중심의 사회설계 및 지역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재생에너지 강연 및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 미래,에너지의 미래 ― 한국의 대체에너지 보급방안을 중심으로」(2003)라는 논문을 썼고 「순환형사회 가꾸기 추진전략연구」에 연구원으로 참가했다.


제진수 -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정치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푸른광명 21’ 추진협의회 사무국장, 한백연구재단 책임연구원,(사)한국휴먼네트워크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에너지산업팀장과 정책위원을 역임했다. 지금은 (사)시민정보미디어센터 운영위원으로일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의 설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2000년부터 5년간 책임을 맡았던 ‘동북아시아 평화와 사막화 방지를 위한몽골식림사업’을 가장 보람찬 일로 꼽는다.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에 관한 연구」, 「순환형사회 가꾸기 추진전략연구」 등의 논문을 썼고, 함께쓴 책으로 『글로벌 시대의 수원 미래 비전』이 있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시민경영학 NPO』와 『에너지민주주의』『매니페스토, 전략과실제』를 우리말로 옮겼다.


■ 차례
한국어판 서문 ― 에코머니의 새로운 세계를향해 
추천의 글 ― ‘공’과 ‘사’를 결합하는 ‘공’의 패러다임을 향해 
들어가는 말 ― 희망의 나라를 향해 


1장 에코머니의 유혹
2장 21세기의 전망과 에코머니의 의의 
3장 지역통화를둘러싼 세계의 상황과 에코머니
4장 21세기 정보사회의 진화와 에코머니 
5장 사회와 화폐의 ‘진화’ ― 에코머니의 전망
6장22세기를 향한 진화 ― 신용이 아닌 신뢰를 기초로
7장 ‘새로운 시대정신’의 창조를 향해!


맺음말 ― 대붕괴와 대전환의 앞에 서서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 새로운세계를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에코머니


에코머니의 유혹
21세기 ― 화폐의 패러다임 전환

돈이라는 잣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 일본의 거품 경제나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불어닥친 세계적 금융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 돈이라고 하는 잣대가 변화무쌍하게 달라진 데에 있다. 과거의 가치척도가 재화에서 돈으로 전환됐지만, 재화의 패러다임이든 돈의 패러다임이든 공통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들의 삶이나 생활은 상품이나 서비스 사용을 통해서만 편익을 누릴 수 있지만 경제활동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교환가치에 의해 성립된다는 것이다. 전자를 사용가치라고 부른다면 개인에게는 사용가치가 문제지만, 시장에서는 사용가치 자체가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교환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돈은 이런 교환가치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리고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괴리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사용가치를 매개하는 에코머니는 교환가치를 매개하는 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전자상거래에서는 사용가치 자체가 유통되고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ASP라고 하는 인터넷사업이다. ASP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기업활동에 필요한 경영자원을 최적으로 배치하여 효율적인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기법) 시스템, 그룹웨어, 전자메일, 특정 업무 시스템, 온라인 거래 등을 데이터센터인 거대한 서버에 모아두고 기업이 정보서비스를 필요로 할 때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은 정보시스템을 따로 소유하지 않다가 필요에 따라서 사용하고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한다. 여기에는 정보시스템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며, 사용할수록 가치가 발생한다는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ASP는 기업 대 기업 분야에 해당하지만 전자상거래의 또 다른 분야인 기업 대 소비자 분야에도 판매와 구매의 일대일 거래가 일반적이고, 같은 상품이라도 서비스나 구매자나 상황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현재 컴퓨터를 무상으로 나누어주고 그 이후에 인터넷 접속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 사업모델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뒤에 제공되는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서비스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면 가격 결정 방법이 크게 바뀐다. 서비스는 물건과 달라서 그 성질에 따라 구매자와 판매자의 거래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다. 여기에서 정해진 가격은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21세기의 거래에서는 사용가치 자체가 유통되게 된다.


사용가치 자체가 유통되려면 해결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정한다고 해도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공통된 가치척도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보편적인 가치척도인 시간이다. 더욱이 정보사회에서 시간의 관리자는 시간을 창조하고 연출하는 개인이다. 공업사회에서는 자본가나 관리자가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타임카드 등의 방법으로 관리해온 데 반해서, 정보사회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노동, 여가, 생활시간을 설계해 독창적인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생산하게 됐다. 이런 정보사회의 기반 위에 시간은 회사의 것에서 개인의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컴퓨터나 인터넷이 발달해 가상공간의 시간이 확대된다. 여기에서 시간은 아날로그 시간이 아니라 디지털 시간이다. 21세기에는 실제 행동 공간에서 시간이 유연화되는 것과 더불어 이런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정보공간을 창조함으로써 다양한 디지털시간이 등장한다. 이것에 의해서 시간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게 될 것이다.


21세기에는 이렇게 시간을 가치척도로 삼아 우리들이 사용가치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이 가치척도가 되던 화폐가치의 시대에서 시간이 가치척도가 되는 시간가치의 시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사용가치가 유통되는 대상은 기존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한정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교환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NPO나 볼런티어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도 사용가치를 가진 이상 유통의 대상이 된다.


에코머니 ― 내용과 전개
에코머니는 환경, 복지, 커뮤니티, 교육, 문화 등의 다양한 가치를 커뮤니티에서 유통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여기에서는 지역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① 환경에 관한 것으로 쓰레기 재활용에 주민이 참가하거나 도로 가장자리나 기타 공공용지에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하는 환경미화나 볼런티어 활동에 참가하는 경우나 강 하류 쪽의 주민이 상류지역의 산에 활엽수를 심어 하천의 유기성분을 회복하는 환경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② 복지에 관한 것으로 전국 각지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개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호보험제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서비스들(예를 들어, 노약자의 말벗이 되어주는 심리치료 서비스)을 제공하는 경우, ③ 교육문화에 관한 것으로 젊은이들이 노약자에게 컴퓨터나 인터넷을 가르치거나 주민이 각 지역의 전통예술을 부활시키고 폭넓게 전승해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독특한 예능을 창조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등이 있다.


우선 주민, 행정기관, 기업, 각종 NPO, 조합 등의 공동주도로 에코머니 운영단체를 설립했다. 에코머니에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에코머니 운영단체에 회원으로 등록한다. 에코머니 운영단체는 지자체나 자치회의 협력을 받아 참가자한테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받고 싶은 서비스에 대해 청취하고 집계해 회보나 인터넷 웹상에 서비스 메뉴표를 작성한다. 이 서비스 메뉴는 누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주기 위한 것이며, 개별회원(경우에 따라 복수의 경우도 있음)은 그것을 기초로 상대방과 접촉해 거래를 시작한다.

 

회원 사이의 실제 거래는 상대적으로 이루어지므로 거래의 양 당사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당사자들끼리 직접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참가 회원 사이의 거래가 연쇄적으로 확대된다. 각 회원의 거래는 그때마다 각자의 구좌에 기록되며, 회원에게는 매월 정기적으로 개인 정산표가 통지된다. 개인 정산에서 잔고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그 에코머니는 커뮤니티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채무를 변제해야 할 의무는 없다. 에코머니를 지속적으로 거래해 균형을 회복하면 된다.


에코머니의 거래는 일정한 기간(원칙적으로 1년 이내의 기간, 3개월, 6개월 등. 구체적인 것은 개별 커뮤니티에서 정한다)이 경과한 뒤에는 처음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런 의미에서 에코머니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에코머니의 거래는 채권채무의 관계가 아니라 회원 사이의 신뢰 관계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상태로 돌아갈 때 잔고가 플러스이면서 해당 기간 중 활발하게 거래한 사람에게는 지역의 에코머니 운영단체나 에코머니 네트워크가 관련된 사실을 밝히고 포상한다.


에코머니는 생활인이 발행하는 통화로, 에코머니의 가격은 앞서 말한 것처럼 거래 당사자가 결정한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이런 유연한 가격 결정을 용이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인터넷상의 정보교환을 통해 에코티켓이나 에코쿠폰과 유사한 것을 유통시키고 향후에는 IC카드를 활용하는 형태로 발전, 확대될 것이다. 이미 전자티켓 기술이나 인터넷에 접속된 휴대단말기를 통해 에코머니를 거래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어 모델 지역에서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실용화되면 에코머니 거래는 더욱 쉬워질 것이다.



21세기의 전망과 에코머니의 의의
에코머니의 등장 ― 21세기 공(共)의 구축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지구온난화 문제, 환경호르몬 문제, 쓰레기 문제, 에너지 문제, 식량 문제 등 20세기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 문명의 폐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체성의 기반이 되는 문화를 창조하고 인간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 남겨진 과제이다. 1990년대 후반의 패러다임은 금융, 컴퓨터, 정보통신이었지만 21세기의 생활 방식을 전망해보면 건강, 교육, 안전, 환경이나 문화로 크게 이동할 것이다. 이것이 21세기에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다.


이렇게 서비스의 특성은 공(公), 사(私), 공(共)의 다양한 채널을 조합해서 복잡다양한 서비스를 개인에 맞는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공(公)은 행정기관이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사는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해서 민간의 사업 주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세기형 사회 시스템에서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하는 노선 차이가 있었는데, 어떤 것이든 공(公)이나 사(私)의 두 가지 경로에 대한 선택이 논의됐다. 반면 1990년대 이후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21세기형 사회 시스템은 제3의 경로로서 공(共), 즉 볼런티어 활동이나 NPO를 통해서 생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이 공(共)의 경로를 통한 서비스 제공은 공(公)과 사(私)에 있어 서비스 제공과 달리 당사자의 자발적인 서비스 제공, 당사자간의 상호부조, 당사자의 의사결정 과정 참가라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볼런티어 경제 자체를 대상으로 한 후레아이 티켓이나 타임달러의 진전이라는 현상은 이런 공(共)의 경로를 통한 서비스 제공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그 특성을 고려한 화폐가 등장한 것으로 이해된다. 21세기를 향해 사회의 틀 자체가 변화하는 데 따른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21세기형 화폐는 화폐의 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험에 참가하는 생활인, 주민의 손으로 진화한다. 에코머니는 1990년대 이후 확대되고 있는 지역통화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지만, 그것들을 발전시키고 사회적 실험을 통해서 공(公), 사(私)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共)에 의해 구성되는 21세기형 사회를 창조해가기 위한 실마리다.


1990년대 이후 레츠를 시작으로 지역통화가 2천5백 가지 이상 등장했다. 레츠는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미국의 개호, 복지 분야에서 볼런티어 활동 서비스를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는 타임달러가 있다. 일본에서는 타임달러를 참고한 시간예탁이 65개 단체에서, 유상 볼런티어 활동의 대가로 발행되는 후레아이 티켓이 약 320개 단체에서 각각 발행되고 있다.


이런 지역통화는 자립분산형 사회의 형성을 지향한다는 점이 같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화폐경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레츠, 볼런티어 경제(돈으로 표시하기 어려운 환경, 복지, 교육, 문화 등의 영역에서 상부상조 관계를 구축한다)에 속하지만 거래 당사자의 관계를 신뢰관계(약속의 이행을 청구권의 취득과 그 강제력에 따른 담보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상호부조 네트워크에 기반한 신뢰 양성에 의해 촉진하는 것)가 아니라 채권채무관계에 의해 처리하는 미국의 타임달러, 일본의 후레아이 티켓이나 시간예탁(이것들은 어느 시점에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후에 동등한 서비스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청구권을 획득한다는 논리에 기반한다)은 채권채무의 관점에 서 있는 등 진정한 의미의 공(共)을 창조하는 화폐라고 할 수는 없다.


반면 에코머니는 환경, 복지, 교육, 문화 등의 볼런티어 경제를 대상으로 하고, 나아가 당사자간의 관계를 상호부조 네트워크에 기반한 신뢰관계로 형성함으로써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에코머니는 기존에 없는 지역통화이자 공(共)을 창조하는 진정한 화폐이다.



지역통화를 둘러싼 세계의 상황과 에코머니
레츠란 무엇인가 ― 실태와 의의

레츠는 1983년에 캐나다 벤쿠버 섬의 코목스라는 지역에서 시작됐다. 코목스는 농림수산업과 광업을 중심으로 자원을 다른 지역으로 내보내면서 지역 경제를 유지하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내의 경제를 순환시킴으로써 가능한 한 지역 경제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레츠가 시작되었다. 지금도 레츠는 서구 각지에서 확산되고 있다(1999년 말 1천6백 곳이 넘는 지역이 레츠를 운영). 레츠가 가장 잘 보급되어 있는 곳은 영국이다. 1990년대 들어 4백 곳 이상의 지역에서 레츠가 시행되고 있다. 그밖에 프랑스 250곳, 독일 220곳, 미국 120곳 등이다.


레츠의 도입 목표는 지역 내에서만 유통되는 통화를 만들어 자금순환의 흐름을 형성함으로써 지역 내의 경제순환을 구축하는 것이다. 통상의 지역에서는 코목스의 사례처럼 레츠에 의해 지역의 자원과 자금이 대도시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서 자금순환을 형성하게 되면 지역에서 유출되던 자금이 지역 내에서 재순환됨으로써 지역 내 경제순환이 이루어지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레츠의 목표는 단순하게 지역 내 경제순환의 구축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 경제의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이전에 다른 지역과 하던 여분의 물류가 불필요해져 지역의 환경부하가 낮아지거나 투기적 활동이 사라지고 환경적? 사회적 관점에서 해로운 프로젝트의 실시를 막는 것도 중요한 목표의 하나다.


레츠에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구좌 개설 계약을 맺는다. 레츠에서는 회보나 인터넷을 통해 누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려주고 각 회원은 이것을 기초로 거래를 시작한다.


거래 대상이 되는 재화나 서비스는 다양하다. 영국의 살포드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레츠를 예로 들면, 재화는 지역의 농산물, 지역에서 생산된 공업제품, 책과 CD 등이며, 서비스는 호텔의 숙박, 목공일의 제공, 환경보전 사업에 대한 조언 등이 있다. 이 서비스에는 행정 서비스나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주민이 요리, 봉제, 제빵, 세탁, 아기 돌보기, 정원 관리 등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의사, 치과의사, 기계기술자, 목공업자, 청과상, 정육점, 소매점 등의 전문가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원 간의 실제 거래에 있어서는, 예를 들면 그린 달러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계산 화폐를 사용하고 개별 거래는 온라인의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지며, 거래 가격은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직접 당사자들이 물물교환을 하지 않더라도 참가 회원 사이에서 물물교환이 연쇄적으로 넓어지게 된다. 레츠의 운영비는 구좌개설 계약을 체결할 때 지불하는 가입비와 거래 때마다 일정 비율로 징수하는 수수료로 충당한다. 각 회원의 결산 잔고는 다른 회원도 알 수 있도록 정보가 공개된다. 이것을 통해 언제나 잔고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회원과는 거래를 자제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레츠에서 유통되는 통화는 레츠의 계산 내에서만 존재할 뿐 현금화할 수 없다. 그러나 레츠 내에서 하는 거래도 당연히 과세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기록 조정자가 기록한 거래 기록에 기초해서 정해진 교환 비율에 따라 환산되어 과세된다.


또한 회원은 지역통화를 국민통화로 교환할 수 없기 때문에, 예를 들면 생활 필수품 구입 등은 지역통화로 하고, 설비 투자 등은 국민통화로 하는 것처럼 일상의 거래 중에서 지역통화를 이용한 지불을 병행하게 된다. 이처럼 회원이 두 종류의 통화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사실 회원들에게 일정한 불편을 주게 된다. 하지만 레츠가 가져온 효과는 이런 불편을 넘어서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 회원에게 있어서 레츠의 거래는 숫자만으로는 옮길 수 없는 공동체 간의 가치관 자체를 교환하는 의사소통의 거래다. 레츠에서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또 지역에서 자금순환을 형성하는 일은 환경부하의 감소뿐만 아니라 지역 내 경제 활성화에도 연결된다. 지역의 풍토와 문화를 살린 지역 진흥과 연결되거나 환경보전, 의료, 개호, 복지, 교육, 주택 등의 분야에서 커뮤니티 내에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생기면서 커뮤니티 사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사업이 발전한다.


레츠를 도입한 지역에서도 초기에는 좀처럼 산업계의 참여나 이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레츠에 의해 끈질기게 커뮤니티 사업의 창조로 발전해 순차적으로 호순환이 형성되면서 산업계도 참여하고 레츠가 크게 확대되게 된다. 유료로 제공되는 행정서비스를 지역통화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하는 것이 레츠의 확대에 탄력을 붙이게 된다. 더욱이 레츠 내에서는 신용창조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레츠의 거래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21세기 정보사회의 진화와 에코머니
커뮤니티 해법을 실현하는 화폐

에코머니는 환경, 복지, 커뮤니티, 교육, 문화 등의 가치를 커뮤니티에서 유통시켜 에코뮤니티로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이런 커뮤니티에 착안한 해결 방법이 왜 필요한 것인가?


대표적인 후생경제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케네스 애로에 따르면 자본주의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 선택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첫째,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체제에 의한 정치적 결정, 둘째,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경제적 결정, 셋째, 비교적 작은 사회 단위에 적용되는 전통적 규칙이나 관습이다. 이 중 마지막 방법은 근대화 과정에서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현재 우리들이 갖고 있는 사회 선택 방법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체제에 의한 정치적 결정과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경제적 결정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게이오 대학의 가네코 이쿠 교수는 앞의 것을 위계적 해법, 뒤의 것을 시장 해법이라고 부른다.


개인과 분리시키는 것만으로는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21세기의 사회도 구축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지구환경 문제처럼 개인의 생활과 직결되고 최종적으로는 에너지 소비형 생활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경우에는 위계적 해법 같이 위에서 내려오는 강제나 지시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지구환경 문제는 거시적인 자원의 유한성이 강한 제약 요인이 되는 문제기 때문에 무한한 수요 창출을 전제로 한 시장 해법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개인의 자발적 협력을 유발하는 커뮤니티 해법이 필요해지고 있으며, 점차 커뮤니티 해법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케네스 애로가 점점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한 비교적 작은 사회 단위에 적용되던 해결 방법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해법의 행동 원리는 사회학자 피터 블라우가 경제적 교환에 대조해서 주장한 사회적 교환에 의한 것이다.


경제적 교환에서 행동의 원리는 명성을 얻고 자기를 만족시키는 등 행동주체의 이기적인 동기나 효용의 최대화이지만, 사회적 교환에서는 타인과 관계를 갖거나 타인에게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것 등 자발성, 상호성, 상대와 자신의 관계성의 고양이 행동의 원리가 된다. 인터넷 시대에 있어서 다양한 관계성의 발전은 사회적 교환이라는 행동 원리의 확대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커뮤니티 해법이 커뮤니티의 문제 해결에 적합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커뮤니티를 넘어선 문제, 예를 들면 정치적 해결이나 법률적 해결이 필요한 커뮤니티 사이의 이해 대립이나 이해 조정에 있어서는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위계적 해법이나 시장 해법이 필요한 경우에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민 참가 등 커뮤니티 해법을 도입해 해결을 촉진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커뮤니티 해법의 확대에 따라 화폐가 담당해야 할 기능이 크게 변화한다. 한마디로 하자면 시장 해법을 실현하는 화폐를 넘어 커뮤니티 해법을 실현하는 화폐가 필요해진다. 이것이 바로 에코머니다. 화폐에서 에코머니로 전환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의 변화와 관련된 근원적인 것이다.

  


22세기를 향한 진화 ― 신용이 아닌 신뢰를 기초로
22세기를 향한 메시지 ― 돈은 어디로 가는가

홋카이도 대학의 니시베 마코토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화폐의 진화에서 두 가지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방향성은 화폐의 탈물질화와 정보화다. 역사상 화폐는 물질성을 약화시키면서 어떤 실체와 연계되지 않은 부호나 정보로 발전하고 있다. 전자화폐를 구성하는 0과 1의 정보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화폐는 물체가 아니라 관념이나 아이디어와 유사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두 번째 방향성은 화폐의 신용화폐화다. 신용이란 물건의 판매자에게는 채권을, 구매자에게는 채무를 각각 발생시켜 판매자에게 구매자에 대한 청구권을 보유하게 하는 논리다.


하지만 지금 그 신용의 실태는 어떤가? 신용화폐는 본위화폐→수표→은행권, 예금통화, 불환은행권의 형태로 변화해 화폐의 내실이 소재 자체가 가치를 가진 본위에서 부재의 증서로 변화했고, 불태환화 때문에 부채 자체가 더더욱 유명무실해졌다.


그럼에도 신용화폐가 유통되는 것은 화폐가 화폐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화폐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화폐의 자기순환법에 의해 어떤 종류의 환상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의 GDP 합계의 10배에 상당하는 300조 달러 정도가 유통되고 있는데, 이 300조 달러는 이른바 세계인들이 환상에 빠져 있음을 전제로 유통되는 것이다. 이런 자기순환법의 구조는 무척 취약하다.


신용이 최종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은 화폐경제만이 아니라 볼런티어 경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타임달러나 후레아이 티켓 등장은 볼런티어 경제의 자립화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지만 화폐경제의 채권채무의 논리를 볼런티어 경제에 도입할 경우 구성원 사이의 인간관계를 오히려 거칠게 만드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현재 후레아이 티켓에서는 정말 나중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가 하는 보증의 문제가 관계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사람들이 화폐를 받아 보유하는 동기가 채권채무라는 이기적인 데 머무는 한, 사람들이 그것을 최종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신뢰란 이타적인 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다. 


신용화폐의 한계는 이자의 존재 방식에도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게 된다. 신용화폐는 채권채무 관계의 대가로 이자를 등장시켰다. 채권자에게는 현재의 화폐 보유를 포기하는 대가로 장래에 현재의 화폐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보유하는 권리를 준다는 것이 이자의 기능이다. 이자율이 플러스인 세계에서는 돈의 현재가치<돈의 장래가치라는 관계가 성립되어 돈을 보유하는 사람에게 이자 증대의 동기가 작동한다. 하지만 이런 신용화폐의 기능은 유동성 중시형 생활 방식이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형 문명을 낳았고, 지구에 대한 환경 부하가 크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이자율을 제로로 만들거나 마이너스로 만들 것을 제언했는데, 원래 신용통화 자체가 한계에 부딪힌 단계에서는 이자의 개념 자체가 근본적인 수정에 직면하게 된다.


본래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는 개별적이고 속인적인 상호작용으로 양자의 만남은 다양한 가치를 낳게 된다. 하지만 신용화폐는 그런 다양한 가치를 은폐해 익명성에 의한 단일한 가치교환으로 돌려버린다. 반면 인터넷을 통한 교류의 세계는 항상 속인적인 맥락에서 정보를 발신하며, 타자와 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편집되어 다른 맥락이 형성된다. 21세기에는 인터넷이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파고들 것이며, 다양한 가치들을 단일가치로 환원시켜버리는 신용화폐의 한계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신용화폐의 한계는 21세기를 통해 분명해졌다. 22세기를 맞이하기 전에 신용화폐의 죽음이 도래할 것이다. 교환 네트워크를 뒷받침하는 신용화폐는 상호부조 네트워크가 우위를 차지함에 따라 그 존립 기반을 상실한다. 그것은 구(舊) 화폐의 사멸이며, 새로운 화폐의 탄생이다. 이 새로운 화폐가 에코머니다. 현재 요원의 불길처럼 확대되고 있는 에코머니는 화폐의 본질이 신용이 아닌 신뢰라는 점을 모든 사람들이 자각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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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 신뢰화폐인 에코머니는 역사적으로 보면 또 하나의 화폐인 대내 화폐의 새로운 형태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은 하이에크의 자유화폐운동 이상의 진도(magnitute)를 가진 전환에 직면하고 있다. 에코머니는 신뢰에 기초해 대내 화폐를 발전시킨 것으로 21세기를 개척하고 22세기를 향해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