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세계사 3

   
이주은
ǻ
파피에
   
15000
2014�� 10��



■ 책 소개


‘로코코 여왕’에서 ‘신의 분노’ 흑사병까지!!


동화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유럽사! 


중세 유럽과 일부 아시아를 뒤흔든 ‘신의 분노’ 흑사병에서 화려한 로코코의 여왕 이야기까지, 소소한 에피소드로 읽는 역사책인 『스캔들 세계사』는 ‘이야기로 역사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우며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KBS 1TV ‘도전 골든벨’에 ‘도전 골든북’으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재미와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역사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호평에 힘입어 이번에 『스캔들 세계사 3』이 출간되어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 전 3권이 완간되었다.

 

『스캔들 세계사 3』에서는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의 습격 앞에서 우왕좌왕하며 신의 분노를 두려워하는 인간 군상,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기발한 지혜, 권력 유지를 위해 형제를 합법적으로 제거해버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의 비정함, 화려한 로코코 양식을 꽃피운 한 여성의 동화 같은 숙명 뒤의 남모를 고뇌와 비애, 운명과 숙명보다 끈기와 노력으로 삶을 개척한 사람들의 땀과 열정, 악마와 드루이드에서 요정과 유령선 이야기까지,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역사 속 사건과 사람 이야기 18가지를 모았다.

 

배경 역시 유럽은 물론 터키와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포괄했고, 시간적으로 고대와 연관된 에피소드까지 포함하여 더욱 풍성하고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축복받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너무나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가진 것 하나 없이 태어났어도 오로지 땀과 눈물로 알찬 삶을 일구어낸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 저자 이주은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2006년 뉴욕 버팔로 주립대학(SUNY Buffalo)에 진학하여 공부하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4년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를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바비 인형 대신 책을 끌어안고 잠이 들곤 했을 정도로 이야기와 책을 좋아했고 번역을 거치지 않은 원서로 이야기책을 읽고 싶어 영어를 공부했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나 연대의 암기가 아닌,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의 켜로서의 역사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며, 『정글북』의 작가 키플링의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가르친다면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우리나라에는 전공 서적이 아닌,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눈높이를 낮춘 ‘재미있는’ 역사책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대중은 정말 역사를 지루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루하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포털 사이트에 ‘눈숑눈숑 역사 탐방’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역사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구어체로 풀어나간 ‘동화보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차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야기로 역사를 읽다보니 역사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고 흥미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 앞으로 인간사로서의 역사를 바라보는 더욱 풍부한 시선, 더욱 깊은 통찰력과 분석력을 키워 더 나은 ‘역사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심층적인 역사 공부와 영문학 공부를 병행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 『스캔들 세계사』와 『스캔들 세계사2』가 있다.
블로그 주소는 blog.naver.com/royalsweet16이다. 


■ 차례

 

머리말

 

1. 당신이 원하는 단 한 가지 _ ‘12세기 유럽판 열녀’인 바인스베르크의 여인들

 

2. ‘신의 분노’, 유럽을 초토화시키다 _ 14세기 유럽 대륙을 휩쓴 흑사병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

작은 세계사 1. 검은 태양, 전쟁을 종식시키다


3. 치마를 찢고 스스로를 보호하라! _ ‘잔다르크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브르타뉴 공작 부인


4. 부디 나를 죽여다오! _ ‘친애왕’에서 ‘광인왕’이 된 샤를 6세의 비극적인 삶


5. 합스부르크 가문, 악마를 낳다 _ 약자를 학대하고 고문을 즐긴 스페인의 ‘사이코패스’ 왕자 돈 카를로스


6. 여왕의 연인, 그리고 슬픈 부인 _ 엘리자베스 1세의 연인으로 추정되는 로버트 더들리의 부인 에이미


7. 지혜로운 성녀와 악마의 하수인 사이 _ 중세 유럽을 뒤흔든 마녀와 마녀 재판 이야기


8. 포카혼타스, 진짜 이야기 _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들려주지 않은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마토아카의 삶


9. 오스만 제국의 ‘올드 보이’ _ ‘형제 살해’라는 오스만 제국의 무시무시한 왕위 계승법


10. 왕의 자리를 탐낸 꽃미남 _ 영국의 명예혁명과 제임스 스콧


11. 달콤한 해프닝 _ 실수가 낳은 3가지 음식 이야기


작은 세계사 2. 맥주, 수도승의 은밀한 고행


12. 추운 나라의 신데렐라 _ 허드렛일 하녀에서 러시아 최초의 여제가 된 예카테리나 1세


13. 로코코의 여왕 _ ‘왕의 여자’로 운명지어진 마담 퐁파두르 이야기


14. 미라 풀기 파티를 아시나요? _ 영생을 기원하며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 미라의 수난기


15. 시인의 사랑 _ 영문학 사상 최고의 연인 엘리자베스 배럿과 로버트 브라우닝의 사랑


작은 세계사 3. 배달받고 싶지 않은 행운


16. 검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_ 노예로 태어나 ‘땅콩 박사’라 불린 조지 카버의 한없이 경건한 삶


17. 셜록, 요정을 믿나요? _ 코난 도일을 둘러싼 유령선 이야기와 요정 소동


18. 처칠의 시계를 훔친 왕 _ 이집트의 마지막 왕 파루크 1세의 기행과 악덕

 

각주
참고문헌 

 




스캔들 세계사 3


당신이 원하는 단 한 가지

12세기 유럽판 열녀인 바인스베르크의 여인들

때는 1140년, 오늘날 독일에서 와인으로 유명한 바인스베르크 지방은 옛날에는 쟁쟁한 가문인 벨프 가가 다스리는 곳이었습니다. 벨프 가문은 왕의 딸과 결혼도 하며 꽤나 승승장구하던 중이었습니다. 게다가 벨프 6세 공작은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레데릭 1세의 외삼촌이었죠. 이처럼 벨프 가문이 유럽에 힘을 뻗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던 와중에 독일의 왕위를 잇는 가문이 바뀝니다. 몇 번을 들어도 기억하기 힘든 어려운 독일어로 된 그 가문의 이름은 호엔슈타우펜 가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왕위를 잇는 가문이 달라지자 벨프 가문은 이에 크게 반발하여 "에잇, 전쟁이닷!!"을 외쳤다고 합니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요? 이유를 차근차근 짚어봅시다. 일단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독일의 왕이었던 로타르 2세(1070 무렵~1137)가 있었습니다. 이 로타르 2세의 딸인 게르트루트와 벨프 가문의 자랑스러운 앙리(Henry the Proud)가 결혼을 한 것입니다. 이름 앞에 자랑스러운이 붙을 정도로 돈도 많고 지위도 많고 권력도 많았던 앙리의 다음 목표는 다름 아닌 독일 왕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독일 왕은 간선 투표를 통해 선출되었는데 너무 잘났던 앙리는 다른 사람들의 질투를 불렀고 결국 돈과 권력을 총동원해 가며 노력했지만 독일 왕 자리는 호엔슈타우펜 가문의 콘라트 3세에게 돌아가고 맙니다. 물론 자랑스러운 앙리는 "인정 못 해!"라고 고집을 부렸죠. 콘트라 3세는 그래? 맛 좀 봐라! 싶었는지 앙리의 모든 영토에 대한 권리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앙리 휘하의 사람들은 충성심을 잃지 않았고, 그 바람에 전쟁이 터져버렸죠.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자랑스러운 앙리가 전쟁을 얼마 하지도 않고 "아들아, 부디 내 왕좌를 되찾아 다오……!" 하며 사망해버렸고, 그의 아들인 사자 앙리(Henry the Lion)와 삼촌인 벨프 6세 공작이 전쟁을 계속했습니다. 아무튼 자랑스러운 앙리에서 시작된 전쟁은 아무래도 콘라트 3세 쪽으로 전세가 기울며 군대는 순식간에 성 주변에 바글바글 모여들었습니다. 바인스베르크 성을 완전히 포위하고 성에서 쥐새끼 한 마리 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서릿발 같은 콘라트 3세의 명이 떨어진 이상, 벨프 6세 공작의 패배는 불 보듯 뻔했습니다.


사람들은 당황하여 모여앉아 회의를 하게 됐죠. 그런데 이 아이디어가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가 모여 수군덕수군덕 회의를 하고 나더니 성에서 사자가 나와서 콘라트 3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성에 사는 여성들이 콘라트 3세에게 딴 건 다 상관없으니 여자와 아이들은 살려주고 여자들이 자기 등에 짊어지고 갈 수 있는 건 갖고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죠.


어차피 다 죽이건 안 죽이건 그다지 상관도 없는데 만약 자신이 여자와 아이들과 이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재물을 손에 들려서 평화롭게 보내주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자신이 참으로 자비롭고 멋진 왕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그러거라! 하고 허락합니다. 그러자 여자들은 콘라트 3세가 상상도 못했던 행동을 합니다. 바로 자신들의 남편, 아버지, 오빠, 남동생 등등을 업고 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었죠. 부하들은 얕은꾀라며 발끈했지만 전설에 따르면 콘트라 3세는 껄껄 웃으며 왕은 한 번 한 약속은 지킨다라며 여자들의 등에 업혀 나가는 남자들을 모두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가족을 지켜낸 여인들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고,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렇게 자기 영지의 백성들을 살려서 내보내준 것에 감동받은 벨프 6세 공작은 왕에게 다시금 충성을 맹세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당시의 성은 오늘날까지도 바이버 트로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아내의 충의(忠義)라는 뜻이랍니다.



부디 나를 죽여다오!

친애왕에서 광인왕이 된 샤를 6세의 비극적인 삶

샤를 6세(1368~1422, 재위 1380~1422)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 왕위에 올랐습니다. 샤를 6세는 친절하고 활달하며 사교적인 성격으로 친애왕이라 불렸지만 안타깝게도 30년 동안이나 자신을 괴롭힌 정신병에 시달려 미치광이 왕(광인왕)이라는 별명 역시 얻게 됩니다. 세상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들이 하찮은 평민보다 뛰어나다며 거듭했던 근친혼이 결국 이들에게 정신병과 유전병을 안겨주었으니까요. 샤를 6세가 겪게 되는 끔찍한 정신병은 샤를 6세의 외가 쪽에서 전해 내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샤를 6세의 첫 번째 정신 이상 증세는 1392년 여름에 나타납니다. 지금도 알 수 없는, 이상한 병에 걸렸던 샤를 6세는 병 때문에 고열에 시달리고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이 빠지기까지 했습니다. 죽을 위기에서 정말 가까스로 회복한 샤를 6세는 곧 자신이 무척 아꼈던 조언자 올리비에 드 클리송이 적에게 살해당할 뻔했다가 간신히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감히 자신의 친구이자 충신을 적들이 건드려 죽을 뻔했다는 소식을 들은 샤를 6세는 극도로 분노하는데요, 물론 친구이자 충신이 죽을 뻔 했으니 화가 나겠지만 샤를 6세는 너무 심하게, 지나칠 정도로 펄펄 뛰며 군대를 이끌고 복수를 하겠다고 나섭니다.


하지만 무더운 한여름에 행군하는 군대는 너무나 느렸고 갑옷을 걸치고 심지어 안에는 벨벳 재질의 옷을 입은 샤를 6세의 몸에서는 열이 펄펄 나고 있었습니다. 왕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왕의 정신병을 일깨우듯 한 걸인이 나타납니다. 지저분한 누더기를 걸친 남자는 숲에서 달려 나와 샤를 6세의 말고삐를 움켜쥐고 소리칩니다. "더 나아가시면 안 됩니다! 귀하신 왕이시여! 돌아가세요! 전하께선 배신당하셨습니다!" 한 번 들을 때야 웃어넘기겠지만 듣고 또 들으니 샤를 6세의 마음에도 불안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한여름 햇살 아래 일사병이라도 걸릴 듯한 지독한 열기에 허덕이며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샤를 6세의 귓가에 와장창! 하는 어마어마한 굉음이 들립니다. 왕의 수행원 중 하나가 실수로 떨어뜨린 왕의 창이 다른 수행원의 투구 위로 떨어진 것이었죠. 별 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애초에 정신이 그리 온건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었고 더워 죽겠어서 정신이 혼미할 지경에 들려온 커다란 소리에 깜짝 놀란 샤를 6세는 칼을 뽑아들더니 "배신자를 공격하라! 나를 적에게 넘기려고 한다!"라고 소리치며 자신을 호위하고 있던 기사들은 향해 마구 칼을 휘둘렀습니다. 그 결과 여러 명의 기사가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칼에 맞아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때부터 샤를 6세는 정상인 상태와 정신분열증 상태를 넘나들며 30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더 이상 친애왕이 아닌 광인왕으로 불리기 시작하지요. 이렇게 정신병이 시작되고 있던 1393년, 샤를 6세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왕비의 궁중 말동무였던 어느 귀족 부인의 결혼식에서 귀족 남성들이 재미삼아 야만인으로 분장하고 춤을 추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샤를 6세도 끼어 있었습니다.


너무나 쉽게 타버릴 수 있는 옷이기에 연회장 안에 횃불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금지되었으나 왕의 동생이 늦게 도착하여 횃불을 들고 다가옵니다. 다들 별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던 와중에 불똥이 옷으로 튀었고, 밀랍과 송진이 듬뿍 발라져 있던 야만인 옷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그 순간 샤를 6세와 대화중이던 베리 공작부인의 기지로 샤를 6세는 공작부인의 치맛자락 안으로 숨어 불길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4명이 사망하고 불을 끄려고 달려들었던 기사들이 심한 화상을 입습니다. 방금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이 눈앞에서 불에 타 죽는 것을 목격한 샤를 6세는 공포에 떨게 되죠.


게다가 말기에는 샤를 6세에게 유리망상증이 찾아옵니다. 자신이 유리로 만들어졌다고 믿었던 샤를 6세는 산산이 부서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안쓰러운 점은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살았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샤를 6세는 정상과 정신 질환 상태를 계속 오갔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괴상한지 잘 알고 있던 샤를 6세는 수치심에 소리치곤 했습니다. "이 중에 내가 겪는 지독한 병에 연루된 공범자가 있다면 부디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죽여 다오!"



포카혼타스, 진짜 이야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들려주지 않은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마토아카의 삶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1995)는 실존 인물을 토대로 하여 더욱 주목을 받았지만 실화와 많이 달라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여기서는 영화보다 덜 달콤하지만 파란만장하고 용감한 삶을 살았던 소녀 포카혼타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포카혼타스는 현재 버지니아 동부에 거주하던 부족인 트세나코마카 족장의 딸이었습니다. 추장의 이름은 포우하탄이었고 그에게는 무려 100명의 아이들이 있었다고 하니, 족장님이 대단히 바쁘셨던 모양이죠. 그 많은 아이들 중 포카혼타스는 포우하탄이 가장 예뻐하는 딸이었답니다.


포카혼타스와 존 스미스의 만남은 존 스미스의 책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당시 적대적이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한 여러 부족들을 만나던 존 스미스는 어느 날 포카혼타스의 부족에 초대됩니다. 그러나 잠시 후 추장 표정이 싹 굳어 뭐라고 한마디 하자 원주민들이 일어나 존을 묶고 바닥에 무릎을 꿇립니다. 잠시 후 존 스미스의 머리는 평평한 돌 위에 눌려지고 당장이라도 처형할 듯한 살벌한 분위기 였는데 갑자기 자그마한 원주민 소녀가 달려 나와 존 스미스의 머리를 감싸 안고 벌하지 말라고 소리칩니다. 소녀는 포우하탄 추장의 딸인 포카혼타스 공주였습니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그것은 부족의 관습으로, 부족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우선 배불리 먹고 마시고 놀다가 이런 처형 - 구출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후 포카혼타스는 아버지와 존 스미스 사이에서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고 개척자들이 건설한 제임스타운과 부족 사이에 전사 1명과 아이 1명을 교환하여 서로의 방식을 배우게 하기도 했습니다.


잠깐만 머물다 갈 거라던 영국인들이 그들의 땅에 머문 지 2년이 되었을 때 존 스미스는 권총을 잘못 다뤄 부상을 입습니다. 그래서 영국으로 돌아가지요. 영국인들과 원주민들 사이에 관계가 점차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보다 뜸하게 오던 포카혼타스가 제임스타운에 왔을 때, 사람들은 포카혼타스에게 존 스미스가 죽었다고 전합니다. 그 다음 해에 포카혼타스는 코코움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다른 부족의 마을로 가서 살게 됩니다.


그녀는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었지만 제임스타운에서 포카혼타스의 쓸모를 깨달은 영국인 새뮤얼 아르갈은 포카혼타스를 납치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는 포카혼타스의 아버지에게 옥수수를 주고 포로도 풀어주고 영국이나 주변 부족과 모두 평화롭게 지내지 않으면 딸을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포우하탄 추장은 옥수수를 좀 주고 추수가 끝나면 더 주겠다고 약속하고 포로도 풀어줍니다. 그러나 평화조약은 맺지 않고 주변 부족들과 전쟁도 계속합니다. 그래서 포카혼타스는 다른 영국인 개척지로 끌려가 그곳에서 영어와 영국식 생활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포카혼타스는 그곳에서 존 롤프라는 담배 농장을 경영하는 남자를 만나고 다시 한 번 영국인과 원주민들 사이의 외교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포카혼타스는 레베카 롤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두 사람은 담배 농장에서 2년 동안 살면서 아이도 낳습니다. 둘의 결혼은 평화를 가져왔고 원주민들과 영국인들은 몇 년에 걸친 평화 속에 많은 교역들을 성사 시킬 수 있었습니다.


포카혼타스와 존 롤프는 아이와 함께 영국을 방문합니다. 포카혼타스가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길들여진 야만인의 상징으로 그녀를 영국에 데려간 것이었습니다. 포카혼타스는 정확히 말하면 공주는 아니었지만 영국에 돌아온 개척자들은 포카혼타스를 공주로 소개하며 포우하탄 제국의 가장 사랑받는 공주로 칭합니다. 그렇게 해야 그런 귀하신 몸을 데려오고 결혼까지 한 자신들이 더 대단해 보이겠죠. 그래도 공주로 칭해진 덕분에 포카혼타스는 그럭저럭 괜찮은 대접을 받습니다.


1617년, 포카혼타스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배에 오르지만 템스 강도 채 빠져나가기 전부터 매우 아팠고 얼마 후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고작 22살의 나이에 사망합니다. 미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포카혼타스는 오늘날에도 구세계와 신세계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카혼타스의 자손들은 번성하여 지금도 미국에 살고 있답니다.



달콤한 해프닝

실수가 낳은 3가지 음식 이야기

얼음장 같은 추위를 이겨낸 달콤함 - 아이스 와인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와인은 포도를 수확해서 그 즙을 짜내어 발효시킨 것입니다. 즙을 짜내는 과정에서 포도의 껍질과 씨앗을 빼느냐 넣느냐, 어떤 종류의 포도를 사용하느냐, 어느 발의 어느 기후에서 자란 것이냐 등을 통해 다양한 와인이 등장하게 되지요. 와인을 만드는 것을 상상할 때 우린 보통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과 푸르른 하늘 아래에 탱글탱글하게 익은 포도가 수확되는 것을 떠올리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스 와인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조금 다르답니다.


아이스 와인은 1800년대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어느 동네 농부인지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를 제때에 수확하지 않고 눈이 내릴 때까지 그저 내버려둔 게으름뱅이가 있었습니다. 또는 일부러 시험 삼아 내버려둔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게을렀던 것인지 시험 정신이 투철했던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이 농부는 딱딱하게 얼어붙고 말라비틀어진 포도를 따서 일단 와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말라비틀어진 포도로 만든 와인이 맛있어 봤자 싶겠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굉장히 달고 새콤하며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포토가 녹는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하는 동안에 수분은 빠져 나가고 당분만 남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아이스 와인이 세상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달착지근한 그 맛에 디저트 와인으로 구분되기도 하는 아이스 와인은 이름에 아이스가 들어가긴 하지만 얼려서 먹지는 않습니다. 생김새도 보통 와인과 똑같고요.


쿠키가 초콜릿 조각을 만났을 때 - 초콜릿칩 쿠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초콜릿칩이 송송 박힌 달콤한 쿠키는 누가 만들어냈을까요? 이런 달콤한 축복을 선물하신 고마운 분을 알아볼게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웨이크필드라는 부부가 살았습니다. 어느 날, 이 부부는 아주 옛날부터 있던 건물을 사들여서 여관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숙박도 제공하고 루스 웨이크필드 아주머니는 맛난 가정식을 만들어 팔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루스 아주머니가 초코 쿠키를 구워야 하는데 이런 세상에, 꼭 필요한 주재료인 초콜릿이 똑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어쩌나 고민하던 루스 아주머니는 찬장을 뒤지다가 일반적으로 초콜릿, 하면 떠오르는 얇고 판판한 초콜릿을 발견했어요. 초콜릿, 하면 떠오르는 네슬레 사의 단맛이 조금 덜한 초콜릿 바였죠. 이걸로는 턱도 없는 양이긴 했지만 다급했던 아주머니는 임기응변으로 초콜릿을 아주 잘게 썰어서 반죽에 넣고 오븐에 들어가면 알아서 녹겠지?라고 생각하며 전설이 될 쿠키를 오븐에 넣었습니다.


꺼내고 나니 초콜릿은 하나도 안 녹고 그대로 송송 박혀 있는 게 아닙니까! 분명 아이고 망했네. 어쩜 좋아!싶었을 루스 아주머니는 무심코 하나를 꺼내 잘라 먹어보았는데……. 어머나, 세상에! 쿠키가 글쎄, 너무나도 맛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여관의 모든 손님들이 쿠키를 먹어보고 난리가 났고 루스 아주머니는 네슬레 사에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네슬레 사에 이 맛난 초콜릿칩 쿠키 레시피를 제공하는 대가로 평생 동안 쓸 초콜릿을 받기로 합니다.


네슬레 사는 이후 초콜릿칩 쿠키 봉지 뒷면에 루스 아주머니의 레시피를 실었고 이 레시피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오늘날처럼 유명해지게 되었지요. 아주머니는 기회를 잡아 요리책도 써냈고 1930년대에 무려 39쇄나 찍으며 불티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많은 위대한 발명이 그렇듯이, 루스 아주머니의 순간적인 상황 판단과 적절한 대응으로 우리가 즐겨 먹는 초콜릿칩 쿠키가 탄생했답니다.



미라 풀기 파티를 아시나요?

영생을 기원하며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 미라의 수난기

지금도 그렇지만 옛 유럽 사람들에게 이집트, 특히 고대 이집트는 『구약성서』등을 통해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신비로운 존재였습니다. 그중에 이집트의 미라, 하면 뭔가 신비로운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미라는 영어로 머미(mummy)라고 하는데요. 이는 역청과 생김새가 비슷해서 나온 말입니다. 역청은 바로 도로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까맣고 끈적끈적한 아스팔트입니다. 미라도 사람의 피부 조직이 변해 검고 끈적끈적해지므로 역청도, 미라도 모두 페르시아어로 머미야(Mumiya)라고 불렸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이 역청을 약으로 사용했던 모양인데 미라까지 머미야라고 불리면서 이 미라, 그러니까 잘 건조된 시신을 약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유럽과 아라비아 상인들은 몇 천 년 된 미라나 몇 시간 된 미라나 그게 그거 아니냐? 하며 무연고자, 처형당한 범죄자, 자살자 등의 시신을 건조시킨 다음 갈아서 팔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팔려나가는 미라를 가만 보고 있던 당시 이집트 관리들이 이거 돈 좀 되겠는데? 하며 미라를 밀반출하면 벌금을 아주 무겁게 때리겠다!고 하자 금세 사그라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9세기가 되었지만 과학의 발전도 아직 사람들의 행동에 그리 큰 변화를 주지 못했습니다. 19세기의 우아한 만찬 자리에서 대대적으로 유행했던 파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미라 풀기 파티였습니다. 글자 그대로 부유한 사람들이 미라를 구해 와서 신나게 밥을 먹고 난 뒤 우아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미라를 감싸고 있는 붕대를 풀어서 속에 뭐가 있는지 구경하는 파티였죠. 미라를 갈아낸 가루를 이용해서 갈색 물감을 만들어 화가들이 그림 그리는 데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찌어찌 미라는 미국까지 흘러 들어갔는데 미국에서는 미국대로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미라로 연고를 만들고 물감을 만들고 서커스를 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한 술 더 떠 미라를 사탕 가게 밖에 전시해놓고 이 미라가 바로 모세를 구해낸 파라오의 딸!이라고 마케팅에 이용하질 않나, 남북전쟁(1861~1865) 때 아이작 어거스투스라는 종이 제조업자는 종이를 만들 재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라를 감싼 리넨 붕대를 풀어서 펄프로 만들어 종이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수천 년 된 미라들을 함부로 대하는 걸 보고 『톰 소여의 모험』이랑 『왕자와 거지』를 쓴 작가 마크 트웨인은 사람들이 미라 조각을 철도 만드는 데 필요한 침목으로 가져다 쓴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라 입장에서는 생각하면 죽고 나서 영생을 누리지는 못할망정, 내장이 뽑히고 콧구멍으로 뇌가 꺼내지는 수난을 당한 끝에 겨우 미라가 되었는데, 몇 천 년 뒤에 웬 이방인들이 나타나서 자기 시신을 갈아 약으로 먹고 물감이나 만들고 내 옷을 벗기면서 파티를 벌이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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